악역은 갈등을 유발하고 드라마의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 중 하나다. 각종 악역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금 방영되고 있는 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역적>), <완벽한 아내><귓속말>에 등장하는 악역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악역들은 조금 특별하다. ‘사이코 패스’에 가까운 캐릭터로 주인공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하는 큰 위력을 가진 캐릭터들이기에 그렇다. 사실상 세 드라마 모두 악역의 힘으로 밀어 붙이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역적>-가장 강력한 적, 사이코 패스 연산군

 

 

 


<역적>은 삼사 월화 드라마 중 가장 스토리의 결이 매끄럽다. 사극이지만 시의성을 반영하여 권력에 대항하는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정을 파고드는 부분이다. 영웅이 되어가는 홍길동(윤균상 분)은 백성에 대한 긍휼한 마음을 가지고 그들을 살리고자하고 그런 백성들의 반란을 폭동으로 여기는 연산군(김지석 분)은 절대 권력을 가진 기득권층으로 대표되며 절대 악으로 묘사된다.

 

 

 


그동안 연산군은 수많은 드라마에서 되풀이되어온 캐릭터다.  폐비 윤 씨의 사사, 무오사화와 갑자사화 등 드라마를 수놓을 수 있는 극적인 사건들이 충분한 소재였기 때문이다. 김지석의 연산군은 광폭한 폭군으로 수없이 묘사되었던 연산군의 계보를 잇고 있지만, 단순히 어떤 계기로 인해 폭군이 되었다기 보다는 애초에 보편적인 감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이코 패스’ 기질이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인간 사냥’을 통해 홍길동의 몸을 부수는 연산군의 표정에는 죄책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인간을 사냥하며 짐승취급하는 연산군의 모습은 그의 내면이 짐승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엿보게 하는 것이다. 서늘하고 소름끼치는 감정표현으로 김지석은 악역임에도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들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을 놀이 취급 할 만큼의 사이코 패스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와중에서도 자신의 위치가 무너질까 두려워 초조한 왕의 심리가 극적으로 표현되며 김지석의 연산군은 드라마 후반부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완벽한 아내>-막장으로 달리는 스토리 안에서도 소름끼치는 ‘사이코’

 

 

 


이 드라마는 후반부로 갈수록 제목이 왜 <완벽한 아내>인지 조차 모호한 스토리로 뒷심을 잃어버렸지만, 이은희 역할을 연기하는 조여정만큼은 끝까지 연기의 중심을 놓치지 않는다. 이은희는 극 초반부터 웃음을 가장하고 있지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캐릭터로서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조여정은 이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킨 일등 공신이었다. 주인공 심재복(고소영 분)의 이혼에 기뻐하며 혼자 웃으며 춤을 추거나, 웃음 뒤에 언뜻 보이는 서늘한 무표정은 이 캐릭터의 심리 상태를 제대로 표현해 낸 것이었다.이은희의 정체를 숨기면서도 그 캐릭터가 안에 숨겨진 정상적이지 않은 자아를 표현해 내는데 조여정은 더할나위 없는 적역이었다.

 

 

 


이은희는 주인공 심재복 보다 훨씬 더 주목도가 높은 캐릭터다. 이은희가 벌이는 사건이 이 드라마에 가장 큰 중심 축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갈수록 정신병원에 심재복과 이은희를 가두며 다소 어이없는 전개로 흘러간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 안에서도 조여정은 소름끼치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된다. 불안한 정신상태로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며 즐거워 하는 ‘사이코’ 캐릭터는 <완벽한 아내>의 최고의 수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귓속말>-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이코’

 

 

 


이보영, 이상윤 주연에 박경수 작가가 집필하여 화제가 된 <귓속말>은 작가의 색채가 짙게 배어 나오지만 전작들에 비해 부족한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사건은 사건의 꼬리를 물고 연속적으로 터지지만 반복되는 위기 상황 속에서 긴장감은 오히려 줄어든다. 사건을 터뜨리는 부분에서 강약 조절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탓이다.

 

 

 


특히 이보영이 연기하는 신영주 캐릭터에는 오류가 많다. 아버지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고, 불치병까지 걸린 마당에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것은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너무 앞뒤없이 사건에 덤벼드는 탓에 오히려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고 만다. 뚜렷한 대책이나 계획 없이 무작정 달려드는 여자 주인공의 행동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호감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은 악역 캐릭터인 강정일(권율 분)과 최일환(김갑수 분)이다. 강정일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인물로, 자신이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빼앗기자 점차 괴물이 되어간다. 어떻게 보면 사랑 때문에 누군가를 위해 저지른 악행으로 시작된 일이지만, 그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고 그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에 분노하는 모습은 결코 인간적이지 않다.

 

 

 


그러나 악역 악역의 심리와 고뇌를 놓치지 않는 스토리 라인 덕분에 ‘섹시한 악역’으로서 평가받으며 주목을 받고 있다. 강정일을 연기하는 권율 역시, 이 드라마로 그동안의 순수하고 착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연기 변신을 인정받는 호연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두 드라마에서 보다 감정적으로 절제된 캐릭터지만  어쩌면 주인공보다 더욱 주목받는 악역이다.

 

 


그 뒤에 있는 절대 악 최일환은 <귓속말>에서 가장 큰 사건을 만들어 내는 최종보스격 악의 축이다. 최일환은 신영주의 아버지 사건을 조작한데 이어서 이제는 강정일의 유일한 혈육이었던 강유택(김홍파 분)마저 살해했다. 자신의 이익과 성공을 위해서라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는 그의 캐릭터가 주는 무게감은 드라마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강정일이 괴물이라면 최일환은 악마에 비견된다. 김갑수의 뛰어난 명불허전 연기력은 캐릭터의 존재감을 더욱 키우며 절대권력을 가진 가장 강력한 벽으로서의 역할을 확실하게 표현해 낸다.

 

 

 


주연보다 주목받는 악역, 공통점이 있다.

 

 

 


지금 주목받고 있는 악역들은 단순히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갖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감정을 쏟아내며 악행과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악역이 아닌,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감정을 포기한 캐릭터들이다. 자신들이 잘못을 하지만 그 잘못이 실제로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남들의 고통에 대한 이해는 없으며 자신이 처한 고통은 참지 못하는 ‘사이코 패스’ 성격의 캐릭터들이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악역들이 드라마 안에서 주목받고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연기자의 인기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시청자들이 그들에게 현실적인 감정이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생활에 마주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드라마 안에서 존재하는 무지막지한 ‘사이코’ 캐릭터들은 ‘역할’로서 각인될 수 있다. 그런 캐릭터를 소화해 내는 배우들에 대한 찬사 역시 경험해 보지 못한 영역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에 대한 놀라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악역에 힘을 지나치게 실어준 나머지 스토리 구조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역시 적지 않다. 주인공의 존재감이 약해지는 것은 물론 캐릭터의 붕괴역시 일어날 수 있다. 주목받는 악역을 만들어 내는 것 보다 그 캐릭터를 스토리 안에서 어떻게 잘 공존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드라마에서 먼저 선행되어야 할 고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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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역적>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은 홍길동 역의 윤균상이지만, 씬스틸러는 아모개 역할을 맡은 김상중이다. 김상중은 1회부터 4회까지의 실질적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 가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역적>이 톱스타나 물량공세 없이도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김상중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김상중은 노비로 태어나 이름도 제대로 가지지 못한 아모개로 분하여 자식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정을 보였다. 아기 장수로 태어난 홍길동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아모개는 그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을 던졌다. 노비기 때문에 타고난 재능을 숨겨야 하고, 노비기 때문에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없는 그의 처절함은 시청자들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면천을 위해 힘겹게 재물을 모아도 결국 자신의 것을 빼앗으려는 양반들의 횡포는 그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들을 볼모삼아 협박을 하는 통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처지. 허나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주인을 살해하는 범죄를 저지르고야만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도저히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 그 때문에 죽을 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그의 처절함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여기에는 김상중의 뛰어난 연기가 주효했다. 김상중은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감정의 큰 진폭을 오롯이 혼자 표현해 냈다. 4회까지의 주연은 단연 김상중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아역에서 성인연기자가 등장한 5회부터 극적인 분위기는 반감된다. 연기자들의 매력은 설명이 되지만 김상중같은 존재감을 찾기가 힘든 것이 극복 과제로 남은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 역시 다소 전형적으로 변한 것도 그렇지만, 무난함 이상의 등장만 해도 주목도가 높아지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를 찾아보기는 힘든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5회 시청률은 오히려 김상중이 전면적으로 등장했던 4회보다 떨어졌다. 성인연기자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시청률이 상승하는 일반적인 현상과는 다른 지점이다.

 

 

 


7회에서도 드라마의 전개는 오히려 느슨해진다. 스토리가 다소 힘이 빠진 상태에서는 주목도가 높은 연기자들은 아주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역적>의 주연 윤균상부터 장녹수역의 이하늬, 가령역의 채수빈까지 무난한 연기력을 보여주지만 김상중의 그늘을 없애버릴만큼의 몰입도를 선사하지는 못한다. 7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아모개가 살아있는 마지막 엔딩씬이다. 김상중은 단 몇 초의 등장만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다음 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드라마에서 주연 보다 주목받는 조연은 종종 생겨난다. 같은 사극에서만 살펴봐도 드라마 <황진이>의 백무역을 맡은 김영애는 타이틀롤을 맡은 하지원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백무의 카리스마는 김영애의 연기로 완성된다. 하지원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백무만 있고 황진이는 없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백무의 존재감은 컸다.  <선덕여왕>의 미실(고현정 분)은 드라마 타이틀을 ‘미실’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엄청난 주목을 이끌어냈다. 그 해 연말 대상시상식에서 고현정은 당당히 대상을 거머쥐었다. 현대극에서라면 <왔다! 장보리>가 있다. 장보리 역할을 맡은 오연서보다 악역 연민정 역을 맡은 이유리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드라마는 연민정 중심으로 흘러가게 된다. 전형적인 악역임에도 불구 이유리가 연말 연기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출중한 연기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역적>의 문제는 주인공보다 주목받았던 조연들의 활약이 대단했던 타 드라마들과는 달리, 김상중의 비중이 앞으로 그 정도로 커지기 힘들다는 점이다. 백무나 미실, 연민정은 주인공과 갈등관계를 형성하는 역할로 그들의 대척점에서 주인공과 비슷한 무게로 활약했다.

 

 

 

 


그러나 김상중은 어디까지나 홍길동을 서포트 하는 역할이다. 극의 갈등관계는 아모개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존재감은 크지만 캐릭터의 활용은 지금까지 전면적으로 이루어진 것과는 달리, 앞으로는 비중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캐릭터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길동이 그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으로의 스토리에서 얼만큼 윤균상의 활약이 돋보이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완성도가 달라질 수 있다. 김상중의 호연을 보는 재미만큼 다른 재미들을 채워넣는 것이 드라마의 해결 과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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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어촌편3>에 출연한 이서진은 방송에서 “차승원을 따라잡을까 생각중”이라는 농담을 건넸다. 이서진의 <삼시세끼>보다 나중에 시작한 차승원의 <삼시세끼>가 더 호응을 얻은 것을 염두해 둔 발언이었다. 그러나 ‘어촌편 3’가 방영되자 10%를 넘나드는 성적으로 차승원과 유해진이라는 카드가 출연했던 ‘고창편’과 비견될만한 성적을 기록했다. 뛰어넘었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비슷한 무게감을 자랑했다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차줌마’ 캐릭터는 예능 <삼시세끼>에 가장 최적화 되어 있는 캐릭터다. 그가 만들어 내는 요리들은 메뉴 선정에서부터 완성과정까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차줌마의 요리실력은 그 자체로 캐릭터가 된다. 차줌마가 있기에 유해진의 참바다 캐릭터가 있을 수 있고 손호준이나 남주혁의 캐릭터도 그들을 중심으로 엮일 수 있었다. 남자끼리 모였지만 ‘가족’의 모습을 연출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안에서 굳이 웃음을 창출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이 생기고, 그 역할로 인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 장점을 바탕으로 <삼시세끼>는 TvN 예능 시청률의 역사를 다시 썼다. 이후에도 시리즈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명실공히 TvN 예능의 간판이 되었다.

 

 

 

 

 

 

 

이런 성과는 예능 고정 출연의 역사가 전혀 없는 이들이 모여 이뤄낸 성과다. 차승원은 물론, 유해진, 손호준, 남주혁 모두 예능인으로서의 주목도는 약했다. 그러나 나영석 pd는 이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하고 그 캐릭터의 역할을 하게 만듦으로써 그들을 재발견 해냈다. 신기하게도 나영석 pd의 예능에는 새로운 얼굴이 많이 등장한다.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한 ‘꽃보다’ 시리즈만 봐도 예능이라는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누가 70대가 넘는 노인들이 여행하는 장면이 주된 예능에 시선을 고정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러나 그 기획은 신선함으로 다가왔고, 이후 다른 채널에서도 콘셉트만 조금 바꾼 여행 예능이 다수 제작될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번 삼시세끼를 이끈 주된 원동력 역시, 그동안 꾸준히 출연해 왔던 이서진이 아닌 에릭이었다. 에릭은 차줌마 못지않은 요리 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삼시세끼의 기획의도를 잘 살린 캐릭터가 되었다. 에릭은 특별히 웃기거나 튀는 스타일의 개그를 구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요리하는 장면은 시청률 견인차가 되었다. 단순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음식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프로그램의 기승전결을 보여줄 수 있었단 것이다.

 

 

 

 


 

바로 이것이 나영석표 예능이 추구하는 바다. 나영석표 예능은 딱히 다른 사람이 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그 사람 자체로 보여줄 수 있는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끌어내는 재주를 부린다. 차승원이나 에릭의 요리실력은 얻어걸린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이 <삼시세끼>라는 콘셉트를 수용하고 받아들이며 고정 출연을 결정지을 수 있었던 것 역시, ‘예능’이라는 부담감에 무리를 해야 하는 콘셉트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서진 역시 <꽃보다 할배>의 짐꾼으로 예능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투덜거리면서도 완벽하게 일처리를 해내는 이서진의 캐릭터는 <삼시세끼>에서도 이어졌다. 요리가 메인이 되고 이서진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과 함께하는 <삼시세끼>에서는 이서진의 캐릭터가 빛을 발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에릭 출연 이전에도 중박 이상을 해내며 '투덜거리면서'도 상황에 수긍하며 최선을 다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어떤 역할이 주어지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서 웃음을 창출해야 하는 타 예능과는 달리 나영석의 예능에는 역할에 대한 강요가 없다. 역할이 주어지기는 하지만 그 역할이라는 것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예능이라는 부담감은 거세된다. 자신이 되는 것만으로 자신의 매력을 설명할 수 있는 예능이라는 점은 많은 스타들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포인트로 작용한다. 톱스타들의 섭외가 가장 잘 되는 예능인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웃기지 않아도, 빠르지 않아도 힐링을 할 수 있는 편안함이 나영석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런 자연스러움은 초대된 사람들을 편안하게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게 만드는 능력과 그 안에서 편집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서 그들의 캐릭터는 다른 예능에서 사용되기가 쉽지 않다. 그만한 무대와 환경이 조성되는 예능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나영석표 예능에서 새로운 얼굴들은 자신의 매력을 설명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 받는다. 그렇기에 한번도 예능에 고정 출연한 적 없는 스타들이 나영석표 예능에 출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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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8llowme.tistory.com BlogIcon 팔등신 2016.11.29 16: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릭이 예전에 명언하나 남긴게 기억나네요 :)



조선건국의 이야기는 그다지 흥미를 돋우는 소재라고는 할 수 없다. 이미 수차례 드리미에서 반복된 내용인데다가 정도전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이미 겨우 작년에 <정도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방영된 터였다. 정도전과 이방원을 증심으로 한 <육룡이 나르샤>개 얼마나 더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김영현-박상현 콤비는 우려를 가볍게 비웃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성공하고야 만 것이다. 숱한 드라마들을 성공시키며 쌓아온 그들의 내공은 이야기의 결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대중을 사로잡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건국 자체보다는 그 건국을 이뤄내는 과정에 방점을 찍는다. 이는 결과가 정해져 있는 사극에서는 필연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 정해진 결말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 결말에 도달하는 방식을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에 따라 시청 포인트가 생기기 때문이다. 작년 드라마 <정도전>은 조선 건국 뒤에 숨은 정치세력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육룡이 나르샤> 역시, 정도전과 이방원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육룡이 나르샤>는 ‘정치’에 상상력을 풍부하게 곁들였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작가가 만들어 낸 매력적인 캐릭터로 거듭났다.

 

 

 

 


이야기의 중심은 정도전(김명민 분)과 이방원(유아인 분)에게 맞춰져 있지만 그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의 긴장감은 특별한 상상력이 가미된 인물로부터 파생된다. 이를테면 악역인 길태미(박혁권 분)는 실존 인물인 임견미를 모티브로 탄생된 캐릭터 이지만 훨씬 더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었다. 무술에 뛰어나고 잔혹한 성품을 지녔지만 치장을 좋아하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모습은 그의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교태 가득한 말투를 사용해 자신이 가진 개성을 드러내거나 논어를 인용하고 스스로 탄복하는 모습은 그의 캐릭터를 미워할 수만은 없게 만들었고, 시청자들의 지지를 획득해 냈다. 눈화장이 화제가 되자 그의 스타일리스트가 눈화장 비법을 공개한 일화도 있다.

 

 

 


길태미와 함께 드라마의 웃음 포인트를 책임지는 인물은 바로 무사 무휼(윤균상 분)이다. 무휼 역시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캐릭터다. 이방원의 부하가 되는 이 캐릭터는 고려의 운명보다는 자신의 가족이 더 소중한 인물로 자유롭고 장난기 넘치는 소년같은 인물로 묘사된다. 그 덕에 이 인물은 무거워 지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방원에게 끈덕지게 자신의 출세를 요구하는 모습에는 시선이 고정되고야 만다.

 

 

 

 


 

반면 땅새(변요한 분)는 웃음이 아닌, 드라마의 분위기를 책임진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바람같은 검객’이라는 인물 소개에서도 느낄 수 있듯, 바람같이 떠돌며 이야기꾼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있지만 그는 사실은 마음 한 구석에 분노를 감추고 있는 뛰어난 무사다. 그에게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백성들의 원한이 사무쳐 있고 자신이 지키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런 세상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원통함이 자리잡고 있다. 한 순간에 바뀌는 눈빛으로 변요한은 <미생>에 이어 역대급 캐릭터를 다시 한 번 만났다는 평을 들으며, 뛰어난 연기로 캐릭터를 살리고 있다.

 

 

 

 


 

그의 동생인 분이를 연기하는 신세경 역시 가상인물이지만 신세경이 이제껏 맡았던 역할들 중 단연 눈에 띄는 캐릭터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어디서건 주눅들지 않는 성격의 분이는, 이 드라마 로맨스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의연하게 자신의 길을 갈줄 아는 매력적인 성격에 이방원과의 로맨스로 또 다른 재미를 형성하는 것은 그동안 조선 건국을 주제로 한 드라마들이 갖지 못한 매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인 사실을 토대로 했지만 이런 가상인물들이 어우러진 탓에 이야기는 풍성해졌다. 단순히 역사적인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떤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이 어떻게 해소되는지를 보여주며 <육룡이 나르샤>는 엄청난 몰입도를 선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같은 결말을 향해 가지만 그 결말이 나오는 과정을 제대로 요리해 낸 <육룡이 나르샤>의 과감한 도전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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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m2038.tistory.com BlogIcon 썽망 2015.11.10 1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위에서 재밌다고 하던데~~한번 봐야겠어요


 

 

얼마전 종영한 <가면>의 여주인공, 수애의 연기는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12역을 맡아 도도하고 자존심 강한 서은하와 가난하지만 심성이 곱고 서은하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불안에 떠는 변지숙을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그러나 과연 수애의 연기력을 뒷받침해 줄만한 이야기가 그 곳에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가면>이 신선했던 것은 초반의 4회분이었다. 서은하의 죽음, 최민우(주지훈)의 기억 상실, 변지숙의 신분 변화, 민석훈 (연정훈 분)의 계략이 휘몰아 치면서 <가면>은 단숨에 시청률 1위의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전개된 <가면>의 이야기 구조는 점점 그 중심을 잃었다. 변지숙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하며 시청자를 답답하게 만들었으며, 악녀인 최미연(유인영 분)역시 악녀로서 앞뒤가 없는 행동을 반복하며 개연성을 잃어버렸다. 후반부로 갈수록 유일하게 캐릭터로서의 가치를 지키고 있던 최민우는 민석훈에게 계속 휘둘리기만하며 역시 흔들렸고, 마지막 해피엔딩역시 급작스럽고 개연성없는 결말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이 드라마의 타이틀인 가면을 쓴 수애는 연정훈이 인터뷰에서 한 말처럼 대본 이상의 연기를 하며 독보적인 분위기를 내뿜었지만 과연 <가면>을 수애의 대표작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섣불리 그렇다는 대답을 내놓기 어렵다.

 

 

 

<가면>은 그렇게 좋은 연기자들을 데리고도 그 연기자들을 활용하지 못하며 여주인공인 수애의 연기력 외에는 여주인공을 전혀 살리지 못한 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주지훈은 이 드라마로 최소한 까칠한 듯 하지만 자상한왕자님의 이미지라도 가져갔지만 수애는 갈팡질팡하는 캐릭터 탓에 이 드라마의 구멍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여주인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드라마라면 지금 종영까지 단 4회를 남겨두고 있는 <너를 사랑한 시간>은 빼 놓을 수 없다. <너를 사랑한 시간>2011년 대만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만큼 스토리 구조는 이미 어느정도 탄탄하게 짜여 있던 것이다. 그러나 원작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너를 사랑한 시간>은 납득할 수 없는 전개로 시청자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이 드라마의 중심축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인 최원(이진욱 분)과 오하나(하지원 분)의 러브라인이다. 그러나 종영을 4회 남긴 시점에서도 오하나는 여전히 다른 남자인 차서후(윤균상 분)과 연애중이다.

 

 

 

하지원의 연기는 문제가 없다. 다소 강한 캐릭터로 주목받아온 그가 사랑스러운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며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고, 하지원 표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해 냈지만 문제는 스토리였다. 하지원이 분한 오하나위 캐릭터는 초반 4회를 끝으로 도무지 회생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하나 캐릭터는 도대체 매력을 찾기 힘들다. 첫사랑에 갈팡 질팡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첫사랑을 대하는 방식이나 자신 곁에 머물러 준 친구를 대하는 방식이 도무지 납득이 가지를 않는 것이다.

 

 

 

오하나는 친구는 친구대로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돌아온 첫사랑을 놓지도 못한다. 그 과정에서 오하나는 도저히 30대의 감성을 표현해 내지 못한다. 일 때문에 가야한다는 애인에게 어린아이처럼 떼쓰기도 하고 다른 여자와의 관계를 당당하게 묻지도 못한다. 연애를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닌 그의 캐릭터는 무너졌다. 30대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아니라, 20대의 감성을 억지로 연기해 내려하는 하는 30대처럼 보인다.

 

 

 

오하나의 갈팡질팡만이 줄기가 되다 보니 몇 회 째 스토리가 반복되고 있는 느낌마저 준다. 그런 오하나를 무조건 사랑하는 최원의 감정은 도무지 공감이 가지도, 집중이 되지도 않는다. 이제는 하지원의 연기력마저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시청률은 5%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초반 하지원이 받은 호평을 생각해 보면 도저히 연기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이는 명백히 스토리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제작진의 문제다.

 

 

 

이 드라마에 필요한 것은 주인공들의 감정의 흐름이고, 그 감정이 고조되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하고 진부한 삼각관계로 스토리를 끌고 있는 상황이 도무지 반갑지 않다.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여배우들이 드라마로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배우가 훌륭해 보이기 위해서는 좋은 연기력도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무대와 캐릭터가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슬프게도, 수애와 하지원이라는 좋은 배우들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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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러브라인’이다. 러브라인이 없는 드라마들은 공중파에 입성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에는 어김없이 시청자들의 감성을 뒤흔드는 커플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러브라인이 없거나, 있더라도 그 비중이 기존의 드라마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적은 드라마들이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 드라마 속의 러브라인들은 다소 줄어든 대신, 그 자리를 이른바 ‘남남 커플’이 채우고 있다.

 

 

 

현재 동시간대 1위로 방영중인 <피노키오>에서 기재명 역을 맡은 윤균상은 드라마 중반까지 드라마에서 가장 주목받은 신예였다. 그것은 그의 연기력이나 외모가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한 탓도 있지만 드라마 스토리 전개상 안타까운 형제의 비극이 두드러진 영향이 크다.

 

 

 

 

 

 

기재명과 기하명(이종석 분), 두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은 드라마 전반적인 스토리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을뿐더러 감옥에 가는 형의 손을 부여 잡고 흘린 눈물에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 형제들의 브로맨스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일각에서는 기하명과 최인하(박신혜 분)의 러브라인보다 기재명과 기하명의 이야기가 훨씬 기대된다는 평이 있을 정도다. 기재명이감옥에 갇혀 분량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13년 전 사건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은 강력한 시청 포인트가 될 것이다.

 

 

 

OCN최고 시청률로 종영한 <나쁜 녀석들>은 선이 굵고 남성적인 스타일의 드라마로 러브라인은 아예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나쁜 녀석들>의 성공 배경에는 그 러브라인을 뛰어넘는 네 남자의 조합이 있었다. 오구탁(김상중 분)-박웅철(마동석 분)-이정문(박해진 분)-정태수(조동혁 분)가 한 팀이 되어 이루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여타 러브라인보다 훨씬 더 강력한 긴박감과 박진감을 제공했다. 이에 따라 유일한 주요 여자 배역이었던 유미영(강예원)의 존재감은 남성 출연진들에 비해 두드러지지 못했지만 러브라인 없이 남성들 간의 조합과 관계설정으로도 그들이 가진 시너지효과가 폭발할 수 있음을 증명해 냈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

 

 

 

바로 얼마전 종영한 하반기 최고의 콘텐츠 <미생> 역시 로맨스의 비중은 거의 없다. 그러나 오상식(이성민 분)과 계약직 신입사원 장그래(임시완 분)의그림은 웬만한 로맨스를 뛰어넘는 화학작용을 발휘해 낸다. 처음에는 마땅치 않게 생각했던 낙하산 장그래를 인정하고 그를 감싸며 오상식이 장그래를 ‘우리 애’라고 부르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의 무게를 묵직하게 전해주었다.

 

 

 

 

 

<미생>은 전반적으로 남자와 남자 사이의 갈등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생>이 배경으로 삼은 원 인터네셔널은 종합무역상사로서 남성의 위계질서가 강력한 회사다. 신입사원 안영이(강소라 분)나 워킹맘 선지영(신은정 분)등 여자 출연진들의 스토리 역시 남성적인 한국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여자 직원의 고충을 현실적으로 다루는데 더 비중을 둔다.

 

 

 

그렇기에 갈등도 남자와 남자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신입사원 장백기(강하늘 분)와 장그래역시 초반에는 갈등을 겪지만 “그래도 내일 봅시다”라는 대사를 통해 콧등을 짠하게 하는 감동을 준다. 신입사원 한석율(변요한 분)이나 장백기 역시 남자 상사와 다양한 형태로 겪는 갈등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동시에 현실의 벽에 부딪친다.

 

 

 

이처럼 남자와 남자 사이의 케미스트리를 통해 <미생>은 사회를 이야기 하고 시청자들의 가슴에 공감을 불러일으킨 수작으로 남았다. <미생>은 러브라인이 없으면 방송이 불가하다는 공중파의 견해에 따라 원작의 느낌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케이블로 옮겨 방송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오히려 다행한 일이었다. 원작의 공감대를 최대한 살린 것이 바로 <미생>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러브라인은 필수가 아니다. 러브스토리 역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드라마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느냐 하는 것이다. 엄청난 성공 뒤에는 러브라인을 뛰어넘는 강력한 스토리의 힘이 있다. 그 안에서라면 굳이 러브라인이 아니라 남자와 남자의 조합, 여자와 여자의 조합이라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현대의 드라마들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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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의 가장 큰 수혜자중 하나는 주인공이 아닌, 민준국을 연기한 정웅인이었다. 소름끼치는 살인자의 광기를 제대로 표현한 정웅인의 연기력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민준국의 한마디, ‘죽일거다, 죽일거야!’는 유행어로 쓰일 정도로 파급력을 일으켰다.

 

 

 

악역도 어떻게 연기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선덕여왕>의 미실을 연기한 고현정이나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을 연기한 이유리처럼 악역도 잘만하면 주연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다.

 

 

 

 

<너목들>의 제작진이 다시 한 번 뭉친 <피노키오>에도 악역은 존재한다. 그러나 <너목들>의 민준국이 아내를 잃은 슬픔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절대 악’으로 대변되었다면 <피노키오>의 악역들은 그 사연과 이유를 조금 더 섬세하게 설명한다. 송차옥(진경 분)은 기자라는 신분으로 설정되어 그 기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를 택한다. 그 송차옥의 무분별한 태도 때문에 또 다른 악惡이 생겨난다. 그것은 그런 보도로 인해서 가족을 잃어야 했던 기재명(윤균상 분)이다. 똑똑하고 전도유망했던 과거의 자신은 가족의 죽음으로 잃어버리고 무분별한 보도와 거짓 증언으로 처참하게 찢어 발겨진 아버지의 사연을 알아낸 그는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피노키오>의 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소 분량이 적은 최인하(박신혜 분) 할아버지 역의 최공필(변희봉 분)이나 아버지 최달평(신정근 분) 에게도 각각의 특성을 부여하며 등장하는 순간 눈길이 가게 만드는 재주는 작가의 특장이라 할만하다.

 

 

 

 

주인공인 최달포(이종석 분)이나 최인하가 가장 분량이 많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건을 만들고 그 사건 속에 모두를 끌어 들이는 것 또한 기재명이다. 기재명의 캐릭터를 이렇게까지 발전시켜 나오면서도 모두의 사연을 적절하게 시청자들에게 들려주는 재미는 <피노키오>라는 드라마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결국 자신의 복수를 위해 사람을 죽이게 되는 기재명은 따듯하고 성실한 본래의 모습과 복수심에 불타는 상처받은 영혼을 오가게 된다. 민준국이 악을 행하기 위해 선善을 연기하며 사람들을 속였다면 기재명은 선한 본성을 바탕으로 악의 화신이 되어가는 과정에 방점을 찍는다. 시청자들은 그의 사연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연이 있든 살인이라는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그 뒤에 펼쳐진 사연들을 공감하게 만든 스토리는 분명 기재명을 무조건 몰아세울 수 없는 위치에 시청자들을 세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에서 진짜 악역은 기재명이라기 보다는 송차옥이다. 송차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무참히 짓밟으면서도 양심의 가책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그것이 남을 해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남들은 그의 행위에 의해 상처받고 피를 흘린다. 시청자들이 기재명 보다는 송차옥에 대한 분노를 느끼게 되는 지점이다.

 

 

 

 

 

 

 

기재명의 ‘사연’이 큰 축이되는 까닭에 시청자들은 기재명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한다. 단순히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캐릭터에 애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기재명을 연기하는 윤균상은 야누스적인 매력을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큰키와 수려한 외모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그에 대한 호감도는 수직상승했다. <피노키오> 이전까지 눈에 띄지 않던 배우였던 그에게 있어서는 신의 한수라 할만하다.

 

 

 

주인공의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그의 복수와 갈등은 설득력을 더욱 부여받는다. 안타까운 사연이 짙어질수록 그에게 쏟아지는 동정표는 늘어난다. 물론 종국에는 주인공의 칼날로 기재명이 심판을 받아야 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그런 시점에서 그의 몰락을 바라게 되는 시청자는 없다. 악을 행했지만 악인이 아니라는 설정은 그에게 있어서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가장 큰 요소다. 이는 <피노키오>로 윤균상이라는 배우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할 수 있는 이유다. 그가 앞으로 이 기회를 어떻게 살려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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