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은 <뿌리 깊은 나무> 이후, 한석규가 선택한 사극으로 방영전부터 엄청난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완벽한 연기력으로 높은 시청률은 물론 연기대상까지 거머쥔 한석규에 대한 기대감과 군 제대 이후 처음 이 작품을 선택한 이제훈에 대한 관심은 이 드라마의 성공을 예감케 한 부분이었다.

 

 

 

<비밀의 문>은 사도세자와 영조의 관계가 어떻게 틀어졌고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초점을 맞춘다. 이미 결론이 정해진 드라마에서 그 과정을 어떻게 흥미롭게 그리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그러나 한석규와 이제훈의 감탄할만한 연기력에도 불구, 드라마는 점점 힘을 잃는다. 그것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사건들이 시청자들을 묶어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 사건은 아주 유명한 역사적 사건이지만 드라마로 집중 조명된 적은 거의 없었다. 그것은 그 결말이 너무 뻔하기 때문에 드라마의 극적 요소를 만들어낼 여지가 적었기 때문일 것이다. 반전도 극적인 화해도 기대할 수 없이, 주인공이 죽는 상황만 기다려야 하는 것에 시청자들이 얼마나 흥미를 느낄까 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비밀의 문>은 맹의를 내세운다. 그러나 문제는 맹의에게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는 긴장감을 증폭시키기위한 요소로 ‘밀본’이라는 비밀 세력이 등장하였으나 ‘밀본’은 왕에게 반대하는 신진세력으로, 급진적인 사고를 가진 이들이라는 명백한 실체가 있었다. 그러나 <비밀의 문> 1~2화에서 맹의는 역모에 관련된 것일 뿐, 왜 영조가 그토록 맹의에 집착하며 분노하는지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작가는 이 맹의에 대한 호기심이 갈등을 촉발시키고 몰입도를 높일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그 맹의에 대한 내용이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보다는 이야기를 더욱 붕 뜨게 만들어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5회에 이르러서야 영조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수결한 문서라는 사실이 드러나지만 여전히 맹의에 대한 호기심을 촉발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맹의는 스토리에 힘을 실어줄만큼 강력하지도 못하고 대단히 흥미롭지도 않다. 이런 줄기 소재가 허약하니 드라마 전체에 힘이 빠진다. 그 내용이 흥미로우려거든 대립각의 이유가 명확하고 그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들의 힘이 비등비등해야 한다. 아니면 약한자가 힘을 키우며 반격을 꾀하는 스토리가 훨씬 더 유효하다. 그러나 지금 스토리는 맹의라는 실체 없는 적敵 때문에 모든 이야기가 틀어져 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사도세자가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지지만 그가 하는 일은 노론의 강력한 세력에 의해 좌초하는 일 뿐이다. 그런 좌초를 뚫고 그가 어떻게 성공하는지를 보고 싶은 시청자들에게는 지루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여주인공의 캐릭터도 문제다. 서지담(김유정 분)은 호기심이 많은 여인으로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하는 인물. 그러나 단지 호기심으로 역모에 가까운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여주인공의 행동을 이해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굳이 그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아도 스토리에 큰 영향을 끼치는지 조차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연기자들이 연기를 너무 잘하는 탓인지 김유정의 연기력마저 그다지 빛나 보이지 않는다. 여러모로 캐릭터의 구성을 잘못 잡은 것이다.

 

 

 

결국 <비밀의 문>은 시청률 꼴찌로 내려앉았다. 물론 단순히 시청률이 문제가 아니다. 시청률이 낮아도 웰메이드로 평가받는 드라마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비밀의 문>에 웰메이드라는 칭호를 붙이기 어려운 것은 스토리에 몰입하기 힘든 산만하고 평이한 구성 때문이다. 대체 왜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여야 했는가에 대한 호기심은 그다지 크게 어필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흐름은 점점 느슨해지고 긴장감은 사라졌다. 그 이야기를 제대로 이끌어 내지 못한 제작진은 훌륭한 배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한석규와 이제훈이라는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을 쓰고도 이 정도의 이야기밖에 만들어낸 것은 실망스럽다. 연기자의 연기력도 스토리와 합일되어 그 감정이 폭발할 때 더욱 빛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연기력에 기대 다소 빈약한 스토리를 극복해 보려는 편법을 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기대작 <비밀의 문>이 너무도 아쉬운 이유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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