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록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이국주, 박나래, 김숙 등 꾸준히 여성 예능 캐릭터들이 발굴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남성 중심의 예능에서 여성들이 파고들 틈이 그만큼 좁기 때문이다. 예능에서 여성 캐릭터의 활용은 원활하지 않다. 일단 체력과 힘을 요구하는 리얼버라이어티의 득세는 여성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득세한 여성 캐릭터들 역시 전통적으로 여겨지는 ‘여성’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고 남성보다 훨씬 파워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화장이나 꾸며진 모습으로 소비되는 여성 캐릭터들을 거부하고 웃기는 분장을 하거나 (박나래) 풍만한 체격을 살려 ‘먹방’을 소화하거나 (이국주) 가부장적인 남성의 캐릭터를 가져오면서 (김숙) 성공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성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여성이기보다는 예능인으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설득시켰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확실히 편견을 깨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그런 여성 캐릭터들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여성 예능’은 여전히 성공을 맛보지 못하고 있다. 2015년 방영된 <언니들의 슬램덩크>(이하<슬램덩크)>가 한때 좋은 반응을 얻기는 했지만 시즌1 마지막회는시청률이 3%대로 떨어졌다. 종영 전주에는 2.7%에 불과했다. 케이블 예능프로그램만 못한 성적을 걷은 것이다. 한때  걸그룹 ‘언니쓰’가 결성되는 과정이 설득력을 얻으며 7%이상의 시청률을 냈던 상승세는 결국 반짝 인기로 끝나고 만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슬램덩크>의 기획에 그 첫 번째 문제가 있다. 걸그룹 언니쓰가 호응을 얻은 것은 예능에서 걸그룹을 만든다는 소재가 굉장히 신선하기도 했지만 멤버들의 진정성이 그만큼 강하게 어필되었기 때문이었다. 걸그룹에 익숙한 멤버들 보다는 걸그룹을 해 보지 않은 멤버들에게 포커스가 더 맞춰졌다.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에 실망하지만, 춤 동작을 배우려 고군분투하는 홍진경의 모습이 대표적이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몫을 해내려는 욕심과 노력, 하지만 그에 상응하지 못하는 실력은 확실한 웃음 포인트와 감동 포인트를 만들어 냈다. 여기에 뭐든지 잘하는 라미란에 대한 감탄, 김숙의 포용력 등 캐릭터가 잘 녹아들면서 '걸그룹 결성'이라는 목표로 달려가는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결국 예능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승전결이 프로젝트 안에서 잘 표현되었다는 것이 성공요인이었던 것이다.

 

 

 

 

 


예능에서는 <무한도전>만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음원 1위를 <슬램덩크>가 해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언니쓰 프로젝트가 막을 내리자  그 이후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언니쓰처럼 모든 멤버들이 활용되면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기획이 탄생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각자의 꿈을 이룬다는 콘셉트지만 그 꿈이 멤버 전원을 포용할 수 있는 범위에 있지 않았던 것이다. 제시의 권투는 결국 꿈 계주라는 제시마저 제대로 경기 한 번 못하고 유야무야 막을 내렸고 홍진경 쇼 역시 뚜렷한 특징 없이 끝이 났다. 라미란의 집짓기와 캠핑등도 확실한 캐릭터나 기승전결을 보여줄 수 있는 예능적인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물론 <슬램덩크> 자체는 여성들이 모여 소기의 성과를 내고, 멤버들간의 따듯한 분위기로 마무리 되어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여성 예능의 중흥기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여성 예능인들이 함께 모여서 각각의 캐릭터를 설득시킬만한 기획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망가지고 고생하기가 힘들다는데 그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들면 제시의 권투가 그렇다. 권투라는 소재 자체는 강렬하지만, 제시가 실제로 시합을 하거나 멤버들 전원이 권투를 배우면서 고생하는 그림 자체가 그려지지 못했다. 뚜렷한 목표나 이야깃거리도 없었다. 제시는 이후 <해피투게더>에 나와 “코 성형 때문에 (권투하는 것을) 소속사에서 반대했다”고 밝혔다. 이는 확실히 망가지기 힘든 여성 예능인의 한계를 대변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여배우 예능을 표방한 <하숙집 딸들>이 방영전부터 우려스러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 또한 우연만은 아니다. 이미숙, 이다해, 박시연, 장신영, 윤소이등이 출연을 결정지은 <하숙집 딸들>은 여배우의 예능을 표방하고 나섰다. 그러나 여배우는 <삼시세끼>의 게스트, <정글의 법칙>의 홍일점 정도로 활용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진짜 사나이>의 이시영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시영 역시 보통 여성들보다 월등한 체력과 웬만한 군필자들 보다 더한 근성이 아니었다면 이정도의 주목을 받기 힘들었다. 여성성을 탈피하며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만이 여성 예능인으로서 가치를 부여받는 것이다.

 

 

 


그러나 <하숙집 딸들>의 캐스팅 면면만 봐도 예능에서 확실하게 망가질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다. 여배우들이 한데 모여 수다 떠는 정도의 예능으로는 시청자들에게 어필 할 수 없다. 확실한 예능적인 캐릭터와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하는데, 몸을 사리지 않고 자신을 던져 예능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여배우가 과연 있을지 의구심만 드는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들 중 상당수가 이미 구설수에 오른 전력이 있어 대중의 눈밖에 난 적이 있다는 것이다. 확실하게 호감형인 여성 캐릭터들도 기를 펴지 못하는 와중에 그들이 과연 자신의 이미지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매력을 드라마나 영화도 아닌 예능으로 보여줄 수 있을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결국 방영전부터 반응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집결되었다.

 

 

 

 


<슬램덩크>역시 시즌 2를 확정지었다. 그러나 안이한 기획으로는 당연히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확실히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활용해 시청자들에게 시청 포인트가 될만한 기획을 만들지 못하면 예능적인 가치를 가진 작품이 탄생할 수 없다. 언니쓰 같은 기획은 우연하게 얻어진 수확이다. <하숙집 딸들>이나 <슬램덩크>가 그런 요행이 아닌, 확실한 여성 예능으로서의 포인트를 만들어 내서 여성 예능의 중흥기를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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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여자>는 남자 장태정(박정철 분)의 배신과 악행으로 죽음에 이른 언니 이진유(이세은 분)의 복수를 위해 이를 악물고 한 걸음씩 그를 파멸시키려 노력하는 동생 이선유(윤소이)의 이야기가 줄거리다.

 

 

 

따로 내용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스토리는 단순하고 뻔하다. 남자는 악랄하고 파렴치한 악인의 전형이고 그를 단죄할수록 통쾌함이 커지는 구조다. 뻔하지만 복수극은 잘만 만들면 언제나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아 둘 수 있는 소재다. <천상여자>역시 15~20%에 가까운 시청률로 꽤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복수가 진행될수록 이야기의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다. <천상여자>는 사실상 할 이야기가 처음부터 많지 않았다. 장태정의 악행이 밝혀지면 드라마의 모든 갈등 요소가 사라진다. 그래서 복수의 칼날은 무뎌질 수 밖에 없다. 치밀하고 계획적인 복수 방법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처음부터 정체가 모두 들어난 이선유는 악인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이긴 해도 전혀 두렵거나 무서운 존재는 아니다. 이선유의 복수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재미는 배가되지만 그렇게 되면 드라마의 호흡이 지나치게 빨라진다. 복수가 끝나면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드라마 속에서 이선유의 복수는 점차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고 그 자를 다른 것으로 채워야 한다.

 

 

 

 

지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엉뚱하게도 이선유가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인물중 하나인 서지희(문보령)다. 서지희는 장태정과 결혼한 인물로 장태정의 과거사를 알고 있는 인물이다. 서지희는 결혼 전, 이선유가 찾아와 장태정이라는 인물의 악행을 낱낱이 밝혔음에도 그를 남편으로 맞았다. 더군다나 이제까지는 철저하게 장태정을 보호하는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갑자기 돌아섰다. 그는 이제껏 이선유가 했던 말들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다가 목소리가 녹음되어있는 보이스 펜 하나로 모든 행동을 달리했다. 아무리 장태정을 사랑하는 설정이어도 혼수상태를 연기하고 자신을 이용했다는 말을 듣고도 전혀 의심하지 않는 것은 사안이 사안인 만큼 사랑이라는 한 마디로 정리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임신한 여자를 버리고 심지어 그 여자를 죽게 한 남자라는 말을 듣고도 그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는 것은 멀쩡한 부잣집 딸이 할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드라마의 전개를 위해 서지희를  멍청하고 어리석은 캐릭터로 전락시킨 것이다.

 

 

 

또한 서지희가 이선유를 미워할 이유가 하등 없다. 이선유는 애초에 모든 증거를 들이대며 그와 장태정의 결혼을 말리려고 했던 인물이다. 오히려 장태정이라는 악인과의 결혼을 반대했던 이선유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그 때 그 말을 들었어야 했다고 후회해도 모자를 판이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서지희는 이선유마저 적으로 간주한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세상에 아무리 다양한 인간군상이 있다지만 드라마 안에서라면 인물의 행동이 개연성이 없을 때 드라마의 구조가 흔들리고 만다. 일관성 없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캐릭터를 이해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드라마가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물론 상식을 뛰어넘은 악인이 존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악행조차 일관성과 개연성을 가질 때, 시청자들은 그 스토리에 동화될 수 있다.

 

 

 

그러나 서지희의 캐릭터는 이선유의 복수가 점점 시간을 끌수록 그 빈곳을 메우기 위해 갈곳을 잃어버리고 있다. 더군다나 심각한 것은 이 캐릭터가 지금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떠 올랐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데 대한 폐혜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은 캐릭터를 보아야 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있어 그다지 달가운 일은 아니다. 자신의 감정으로 갓난아기를 학대하는 듯한 행동까지 하며 점점 캐릭터의 도를 지나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종영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체 이 비상식적인 상황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결국 마지막회에 모든 것이 해결되는 황당한 전개만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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