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에서 민낯이 드러나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신비주의 보다 친근하고 진솔한 이미지가 대중의 호감을 얻는데 유리한 현재 연예계의 분위기 속에서 배우, 가수 할 것 없이 예능 출연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하지만 '리얼리티'를 강조한 상황 속에서 생각보다 민낯, 혹은 대중이 민낯이라고 여기는 모습이 드러나기 쉽고 자칫 잘못하면 굉장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예능으로 호감형 스타로 거듭날 수도 있지만 이미지가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여성 연예인들이 예능에서 호감을 얻는 일은 더욱 어렵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김슬기는 난데 없는 논란에 휩싸였다. 집들이를 한다면서 남자 6명을 불러놓고 충분한 요리를 하지 않은 점이 논란의 중심이었지만 파고들어보면 논란은 좀 더 복합적인 것이었다.

 

 

 


국민 욕동생 김슬기, 예능 출연이 독이 되다.

 

 

 


일단 그동안 '국민 욕동생'으로 불릴 정도로 거친 말투와 털털한 성격을 가진 것처럼 묘사된 김슬기의 캐릭터에 균열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김슬기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정제된 말투로 이야기 했고, 이는 솔직하기 보다는 꾸며낸 모습으로 비춰졌다. 집들이를 계획하고도 춤을 추러 가거나 낮잠을 청하는 등의 행위도 시청자들의 눈에는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손님을 초대하고도 책임감이 없었다는 것.

 

 

 

 

자취 7년 차라면서도 사람들이 먹을 양을 가늠하지 못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도, 자신의 식사는 정갈한 밥상으로 깔끔하게 차려 내면서도 손님들에게 즉석밥과 부족한 요리를 내온다는 것, 시끄러운 것을 싫어한다면서 차안에서 부르는 랩과 노래등 한 마디로 모순적인 김슬기의 모습 속에서 시청자들은 가식적이라는 선고를 내린 것이다.

 

 

 


 

예능에서 일어난 논란은 좀 더 치명적이다. 드라마나 무대위에서와는 달리, 좀 더 사람의 본질적인 모습에 대한 논란이기 때문이다. 예능에서 호감이 되는 일은 단순히 웃기는 것을 넘어서 사람 자체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나 여성 예능인 들이 호감을 얻는 일은 더욱 어렵다.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다. 그렇다면 여성 예능인들이 예능에서 '호감'으로 거듭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인색하지 않고, 짜증내지 않고, 나서지도 않아야 한다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가 선보인 '나래바'는 박나래의 집을 마치 술집처럼 꾸며놓은 공간이지만 이미 대중에게 유명한 장소다. 박나래는 나래바에 온 손님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어머니로부터 낙지를 공수받고 새로운 요리를 개발해 실제 술집에 버금가는 안주를 내놓는다. 초대 받은 사람들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박나래는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행복해 한다.

 

 

 


 

넉넉하고 푸근한 이미지를 만든 박나래의 나래바는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처럼 여겨질 정도로 유명해졌고 이에 따라 박나래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졌다. 요리를 잘하는 것은 물론, 아낌없이 베풀 줄 아는 배포가 큰 여성 캐릭터가 더해진 것. 이어 양세형·양세찬 형제에게 거액을 빌려준 미담등이 전해지면서 박나래에 대한 호감도는 더욱 증가했다. 김슬기에게 쏟아진 논란과는 반대되는 지점에서 박나래는 이미지를 호감으로 만들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음식을 기꺼이 나눌 줄 알아야 호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예능에서 여성 캐릭터가 호감이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열심히 해내면서도 결코 불평하거나 여우처럼 굴어서는 안된다. <진짜 사나이>의 이시영은 남성을 뛰어넘는 체력은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서 발휘하는 기지로 호감형 캐릭터가 됐다.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이 드러나는 것 쯤은 신경 쓰지도 않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정확하게, 또한 잘 해내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반면에 <진짜 사나이> 속에서 군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불평하거나 요행을 바라는 출연자들, 특히나 여성 출연자들은 단숨에 비호감의 낙인이 찍힌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견디고 이겨내며 자신의 몫을 충분히 다해내는 '알파 걸' 캐릭터가 예능에서도 호감형이 될 수 있고 반대의 경우에는 아주 큰 비난을 감내해야 한다.

 

 

 


잘먹어야 하지만, 가식적이어서는 안돼

 

 

 


 

여기에 잘 먹는 모습을 보이면 플러스다. 그러나 꾸며낸 듯이 먹거나 가식적으로 보여서는 안된다. <진짜 사나이>의 '여군 특집' 2기 멤버가 된 에이핑크의 보미 '제2의 혜리'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잘먹는 모습이 방송에 나가자 '혜리를 따라 한다'며 "작위적이다"라거나 "뜨고 싶어서 오버한다"는 식의 비난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로 먹을 걸 권유 했을 때 지나치게 거절해서도 안된다. 걸스데이의 소진은 인터넷 방송 <최군 tv>에 출연해 최군이 수차례 권유한 만두를 거절하여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최근 화제를 모은 <윤식당>의 정유미 역시 이런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유미가 '윰블리'가 되기까지는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드러나는 다양한 표정들, 언제나 긍정적으로 보이는 성격이 주효했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사랑스러움이 실제 성격과 연결되자 시너지는 폭발했다. 여기에 주방 보조로서 사장 역할을 맡은 윤여정의 옆에서 윤여정이 당황할 때 잡아주고, 음식 준비를 미리 해내고 필요할 때마다 윤여정을 적절히 도와주는 센스까지 갖추자 호감도는 급상승했다. 정유미는 <윤식당>이후 CF제의가 몰려드는 등, 예능 출연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리얼리티 예능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넉넉하고 따듯한 마음을 갖추되, 불평을 토해내서도 안되고 털털하고 무난한 성격을 가져야 하지만 너무 오버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가식적으로 보여서도 안 되며 적극적이되, 너무 나서지도 않아야 한다. 여기에 예쁘거나 사랑스러움을 갖추면 더 좋다. 이처럼 여성 캐릭터가 활용되는 방식에 있어서 '호감'이 되는 것을 넘어 성공적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해야 돼는 일도 많고 안 되는 일도 많다.

 

 

 

 

물론 예능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은 일정부분 자신의 책임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완벽할 수 없다. 예능에서 비춰지는 모습도 카메라가 있는 상태에서 편집된 정제된 모습일 가능성도 높다. 물론 그 안에서도 자신의 캐릭터를 잘 잡아 가야 할 책임도 그들에게 있지만 작은 부분에서까지 사람 자체를 평가하고 지나친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다소 불합리하다. 어느정도의 합리적인 논란을 넘어 감정적인 논란으로 변질되는 것도 흔하기 때문이다.

 

 

 

 

막말캐릭터나 안웃기는 캐릭터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남성 캐릭터에 비해 여성 캐릭터에게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호감과 비호감을 너무 확연히 나누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필요한 비난 이상을 쏟아내는 것은 아닌지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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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영석이다. 그리고 그가 또 이서진을 섭외했다. 새롭게 합류한 윤여정도 이미 <꽃보다 누나>의 메인 출연자로, <삼시세끼>의 게스트로 호흡을 맞춰본 캐릭터다. 아르바이트 생으로 등장하는 신구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정유미가 합류했지만 얼마나 새로운 그림이 나올까 싶었던 <윤식당>. 그러나 <윤식당>은 뭔가 다르다. <꽃보다> 시리즈나 <삼시세끼>가 전해주는 느낌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같은 제작진에 같은 출연진, 또 ‘음식’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어떻게 <윤식당>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을까.

 

 

 


느림의 미학 나영석식 화법에서 오는 긴장감

 

 

 


빠른 템포로 정신없이 진행되는 요즘 예능의 특징과는 다르게, 나영석의 예능은 ‘느림의 미학’을 강조한다. 주로 여행이나 음식을 소재로 사용하는 나pd는 여행 예능에서라면 풍경과 그 장소의 분위기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여행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강조한다. 음식 예능에서는 천천히 음식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 과정에서 오는 따듯함이나 정, 수고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그 과정 속에서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능력은 나pd의 독보적인 영역이다. 가끔은 어떤 느낌이나 분위기를 강조하려는 나머지, 다소 강요하는 느낌이 있을 때도 있지만, 따듯한 시선을 통해 그런 단점쯤은 상쇄된다.  

 

 

 


<윤식당>역시 그런 분위기는 유지된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아름다운 풍광은 이야기의 양념처럼 버무려지고 손님이 없다가 붐비는 식당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내며 ‘지켜보는 예능’을 완성해 간다. 손님이 붐빌 때 식당을 운영하는 이서진, 윤여정, 정유미, 나중에 합류한 신구까지 바빠서 정신이 없어지는 장면마저 빠른 템포라고 할 수는 없다. 그저 그들의 감정을 따라가며 식당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데 주목할 뿐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 과정에서 묘한 긴장감이 생겨난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시청자들은 <윤식당>의 성공을 바라게 되는 것이다. 손님이 없어 걱정하는 출연진들의 모습을 보며 얼른 손님이 찾아오길 바라게 되고 정신없이 요리를 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그들이 행여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요리를 손님들이 먹고, 음식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는 어떤 평가가 나올지 긴장하게 된다. 그 평가가 좋을 때는 따라서 기분이 좋다. 딱히 ‘한국음식’에 대한 자랑스러움이나 애국심을 강조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감정이 그렇게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차분한 이야기의 진행을 통해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애정을 쏟게 만든 결과다. <윤식당>은 비록 실제 식당이 아니지만, 시청자들은 그 식당이 성공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예능을 지켜보게 된다. 신기한 일이다.

 

 

 


음식 예능이지만, <삼시세끼>와 궤를 달리 하는 화법과 캐릭터.

 

 

 


<윤식당>은 불고기라는 메뉴를 메인으로 한 식당에 대한 이야기로, 음식에 관한 이야기지만 <삼시세끼>와는 다르다. 출연자들이 음식을 먹고 음미하는 주체가 되지 않고, 그 곳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주방을 맡은 윤여정은 딱히 요리를 할 줄 모르는 캐릭터다.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프로그램을 위해 다른 셰프들에게 전수받은 불고기 뿐이다. 어떤 요리가 탄생할까에 대한 기대감같은 건 이 프로그램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음식을 접하는 사람들의 반응이나 행동은 충분히 예능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출연자들이 만든 요리지만 그 요리가 다른 사람에게도 맛있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시청자들은 따라서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윤식당>이 출연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각자의 역할이다. 요리를 만드는 윤여정과 그를 보조하는 정유미. 그리고 총무겸 서빙을 맡은 이서진, 그리고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설정이 주어진 신구까지,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가진 특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걱정이 많고 툴툴대는 듯하지만 재치있고 인간적인 매력의 윤여정, 때로는 엉뚱하지만 싹싹하고 밝은 정유미,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총괄하는 책임을 진 이서진. 또 가장 연장자지만 가장 낮은 자리에서 부드러운 매력을 뽐내는 신구까지. 그들의 조합은 생각보다 큰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특히 이서진은 이곳에서 <꽃보다 할배>나 <삼시세끼>로 나영석 예능에 익숙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프로그램들과는 또 다른 캐릭터가 주어진다. 가이드를 맡았던 <꽃보다 할배>나 음식을 할 줄 몰라 사실상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삼시세끼>와는 달리 <윤식당>의 이서진은 경영학과 출신이라는 장점을 살려 총무로서의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실질적인 운영자로서의 마인드로 단가를 계산하고 얼만큼의 수익이 날지를 예상하며, 장사 계획을 짜는 그의 모습은 <윤식당>을 좀 더 그럴 듯한 실제의 공간으로 만든다. 똑똑하면서도 현실적인 그의 성격은 그 자리에 맞춤형으로, 그 위치에서 이서진만큼 잘해낼 수 있는 적역을 찾기가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다. 다시 한 번 이서진을 캐스팅 한 이유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여기에 분위기를 발랄하고 상큼하게 만드는 정유미의 조합은 예상치 못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수차례 정유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나영석의 혜안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각기 다른 성격을 지녔지만 조화로움을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나영석표 마법이다.

 

 

 


 

진짜가 아니라 가능한 편안함.

 

 


이런 편안한 분위기는 사실 그들이 실질적으로 ‘매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윤여정은 요리만, 정유미는 보조만, 이서진는 총무만, 신구는 알바만 하면 되는 상황속에서 그들은 실질적인 이익을 따질 필요가 없다. 손님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그냥 아쉬울 뿐,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식당이 철거되는 순간에도 그들은 아쉬울 뿐, 다른 식당은 제작진이 찾고, 인테리어까지 알아서 끝내버린다.

 

 

 


‘이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식당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그저 발리의 아름다움과 손님의 반응에 집중할 수 있다. 식당운영이라는 것은 실제로는 더욱 전쟁같고 힘든 ‘생계’가 걸린 일이지만 그들은 잠시동안의 경험으로 그 일을 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이 그 자리에서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면, 리얼리티는 살지 몰라도 이야기가 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느리고 편안한 나영석식 화법에 그런 양념은 적절하지 않다. 나영석 예능을 통해 우리는 아마도 잠시 휴가를 떠나 음미할 수 있는 편안함의 판타지, 바로 그것을 느끼고 싶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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