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이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의 주인공 이영세자역을 맡아 호응을 받고 있다. 다소 능글맞으면서도 천진난만한 남자 주인공으로 분해 특유의 비주얼과 연기력으로 여심사냥을 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구르미>는 남장 여자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사용했지만 코믹한 느낌을 잘 살리며 관심을 늘려가고 있다. 아직 동시간대 최하위지만 1위를 차지했던 드라마 <닥터스>가 종영하면서 본격적으로 드라마의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박보검처럼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주인공들의 차기작들을 살펴보면 로맨틱 코미디(로코) 장르가 대세를 이룬다. 혜리가 선택한 <딴따라>는 로맨틱 코미디로 명확히 규정하기는 힘들지만, 혜리는 여주인공으로서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러브라인의 중심에 있었다. 혜리는 남자 주인공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사랑스럽고 밝은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의 전형적인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류준열은 <운빨 로맨스>를 선택해 로코를 수차례 성공시킨 황정음과 호흡을 맞췄다. 류준열은 사회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천재적인 머리를 가진 기업 CEO 역할을 맡아서 로코 남주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비록 시청률은 낮았지만 류준열은 드라마 남자 주인공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이후에도 송강호, 최민식, 조인성, 정우성 등 톱 배우들과의 영화촬영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는 것만 봐도 류준열은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증명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고경표 역시 차기작은 로코였다. <질투의 화신>을 선택하며 서브 남자 주인공으로서 재벌 2세 역할을 맡았다. 여자주인공을 두고 남자주인공과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역할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기 좋은 역할이다. 능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 남자주인공의 성격과 대비되는 다정함은 드라마가 성공할 경우, 배우의 이미지 메이킹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설정이다. 공효진과 조정석이 선택하여 화제를 모은 작품 속에서 고경표가 얼마나 빛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처럼 <응팔>의 주인공들의 차기작은 주로 ‘로코’의 영향력 아래 있다. 그만큼 로코의 매력은 확실하다. 드라마가 성공할 경우 주인공들의 스타성이 빛날 수 있고 이미지도 좋아진다. 일단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라는 기본 전제를 배반할 수 없는 로코는, 주인공들을 이성에게 어필하는 캐릭터로 만들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녔다. 그들은 시청자들을 설레게 해야 하는 목적을 가지고 탄생한 캐릭터들이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들은 차기작에서 응답하라 시리즈가 보여준 파급력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실망감을 안겨준 선례가 많다. 확실히 <응팔> 출연진들이 차기작으로 선택한 작품만 보더라도 <응팔>의 성공에 비교하면 다소 초라하다고 느껴질만하다. 더군다나 응답하라의 배경이 사라진 그 순간 배우들은 진정한 주인공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응팔>이 스타를 배출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스타성이 유지되는 것은 차기작의 성공에 기반한다. 그런 까닭에 ‘응답하라의 저주’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들의 차기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나오는 말이다. 이를 두고 박보검은 “<응팔>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라며 “다른 배우들도 차기작에서 자신만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말은 물론 맞는 이야기지만 확실히 차기작에서 존재감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 이후의 행보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껏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들이 응답하라 이후의 행보에서 상당히 존재감을 잃어버리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로코 장르는 드라마의 시청률이 다소 낮아도 배역을 충실히 소화해 내면 이미지에 타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르다. 연기 역시 다른 장르에 비해서 부담감이 적다. 캐릭터 자체가 이전에 수없이 반복되었던 캐릭터의 변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캐릭터 분석이나 새로운 연기톤에 대한 고민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들은 대부분 신인에 가깝기 때문에 차기작에서 연기력 논란이 일어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로코라는 장르에도 물론 연기력은 필요하지만, 다소 익숙한 장르라는 것이 그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차기작을 통해 연기력과 존재감을 어느정도 증명한 케이스도 있지만 아직 <응팔>이후 확실한 성공을 거머쥔 스타는 없다. 과연 앞으로 박보검이나 고경표가  징크스를 깨고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 각인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구르미>와 <질투의 화신>을 통해 확실한 주인공으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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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주인공들의 키스신 하나 없었다. 그러나 모두가 웃으며 끝난 착한드라마였다. 악인은 있었지만 그 악인들까지 끌어안는 엔딩을 보여주며 드라마는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그러나 시청률은 마지막까지 아쉬웠다. 연기대상까지 수상한 연기파 배우 지성과 <응답하라 1988>(이하<응팔>)로 큰 관심을 끌어 모았던 혜리의 조합 속에서도 이 정도의 성적을 기록한 것은 아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딴따라>는 비난하기 참 어려운 드라마다.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도 없었고 주인공 캐릭터들은 모두 정도를 지키는 훌륭한 성품을 가졌다. 드라마는 착하고, 착한만큼 따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착함이 아니다. <딴따라>는 내러티브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이야기가 평이하다보니 중간중간 드라마의 흐름은 빈약한 스토리의 한계에 부딪혔다. 이 한계를 캐릭터의 매력으로 극복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캐릭터는 예상 범주에 머물렀고, 사건은 평이했다. 성추행 사건이나 투신 자살등의 이야기가 얽혀있었지만 시청자들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만큼 충격적인 방식으로 사건은 전개되지 않는다. 지성의 연기력은 명불허전이었지만 드라마의 부족한 긴장감을 극복하기는 무리였다.

 

 

 

 

이 상황에서 가장 큰 손해를 본 것은 여주인공 그린역을 맡은 혜리다. 혜리는 <응팔>로 모은 기대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게다가 응답하라는 콘텐츠와 연출의 힘이 큰 드라마였다. <딴따라>를 통해 제대로 된 정극 연기자로서 드라마를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드라마 속 혜리는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응팔>을 벗어났다고 보기도 힘들었다. 여전히 <응팔> 덕선의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존재하는 그린은 혜리의 재평가를 이끌어내기에 부족했던 것이었다. 결국 혜리는 여주인공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게 있어서 그 편견을 뒤집는데 있어서 중요한 두가지는 흥행력과 연기력이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드라마를 성공시키거나 아니면 독보적인 캐릭터를 맡아 불평이 나오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엄밀히 말해 응답하라시리즈는 그 두 가지에 들어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성공한 콘텐츠와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도가 처음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응답하라시리즈는 정극이라기 보다는 에피소드들의 나열로 이루어진 시트콤에 더 가깝다. 이야기의 기승전결 보다는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분위기, 또는 남편 찾기등의 부수적인 요소에 더 집중이 되는 편이기 때문이다.

 

 

 

 

응답하라시리즈로 주목을 받고 주연급으로 올라서는 것은 가능할지언정 진정한 연기자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 이후 어떤 행보를 보여주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기 때문이다. ‘응답하라의 저주라는 말이 나온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인기를 얻은 배우들이 응답하라의 콘텐츠를 벗어나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배우로서 평가받는 자리는 차기작이기 때문이다. 신원호pd나 이우정 작가라는 배우보다 유명한 콘텐츠 제작자들은 차기작에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를 맡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설령 시청률이 나오지 않더라도 확고히 배우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선보이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 시청률은 말그대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도박에 가깝지만, 자신이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맡으면 그 드라마 안에서 존재감 만큼은 보장되기 때문이다.

 

 

 

혜리가 맡은 그린 역할을 보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며 남자 주인공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여자 주인공. 이 안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이 캐릭터는 어딘지 모르게 덕선이를 연상시킨다. 혜리의 연기 스타일이 그다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선에 갇힌 혜리를 또 목격하는 것은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다. 결국 혜리의 여주인공으로서의 비상은 다음 기회로 넘어가게 됐다. <딴따라>의 아쉬운 종영 속에서 여주인공 혜리의 다음 행보에 대한 짐은 더욱 커져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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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배드엔딩이나 열린결말도 해피엔딩일 수 있다. 그 결말이 그 작품에 꼭 필요한 형태로 그려졌다면 대중은 언제든지 박수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객이 만족하고 기분 좋게 받아들인 엔딩이 해피엔딩이라고 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관객이 만족할만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대중예술에서 중요한 문제다. 한끝 차이로 명작과 망작이 나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치즈인더트랩(이하<치인트>)>가 이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목에서 삐걱대고 있다. 시청자는 물론, 원작자 심지어 주연배우까지 이 작품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초반 호응을 얻던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이제 <치인트>는 단 2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 아무리 이 2회가 공들여 만들어졌다 해도 지금까지 받아온 실망감이 채워질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심지어 <치인트>의 원작자인 순끼는 웹툰의 결말을 공유하며 결말을 다르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드라마 제작팀이 그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로 글을 남겼다. 결말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드라마가 웹툰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지경에 와 있는 것이다.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해 보인다.

 

 

 

 


드라마 <치인트>는 웹툰의 엑기스를 뽑아 만든 초반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서브를 맡은 백인호(서강준 분)의 분량이 이유없이 지나치게 늘어나며 주연인 유정(박해진 분)의 분량은 현격히 줄어들었다. 아예 까메오 수준으로 줄어든 분량에 유정의 캐릭터는 제대로 설명될 수 없었고 무대는 백인호와 홍설(김고은 분)의 관계로 중심이 옮겨갔다.

 

 


 

유정의 행동이 지나치다고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고 그의 상황에 동조하게 만들어진 웹툰과 달리, 드라마는 백인호 주인공 만들기에 치중했다. 결국 결말로 다가갈수록 연출의 심각한 결함은 극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시청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드라마 내용에 공감이 가지 않고 원작을 훼손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결국 이는 주연배우 박해진과 이윤정 PD의 불화설로까지 번지며 실망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일한 희망은 남은 2회다. 그러나 과연 결말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껏 진행시켜온 억지 로맨스와 이해 할 수 없는 분량의 배치, 그리고 캐릭터 설정의 오류를 뒤집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이 상황에서 ‘해피엔딩’이 되더라도 그게 과연 진정한 의미의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은 제작진의 심각한 실책이고 능력부족이다.

 

 

 


과정이 아름답지 못하면 결말도 아름다울 수 없다. <응답하라 1988(이하<응팔>)>역시 마지막으로 갈수록 지지부진한 남편찾기와 다소 뜬금없는 전개로 엄청난 악플에 시달렸다. 그나마 <응팔>은 가족애라는 따듯함이 있었기에 다른 드라마들 보다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중간에서 길을 잃어버린 드라마는 <치인트>나 <응팔>이 전부가 아니다.

 

 


 

얼마 전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는 갑자기 타이틀롤인 임산옥(고두심 분)이 암이 걸리는 강수를 택했지만, 그동안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던 자녀들의 캐릭터를 수습하는데는 실패했다. 따듯하고 청량한 가족드라마가 아니라 중간 중간 막장으로 치닫는 내용 덕택에 주인공의 죽음은 감동적이기 보다는 억지스러웠다. 자녀들이 뉘우치고 회개하는 모습마저 별 감흥이 없었다면 그 드라마가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이 드라마는 호평을 받았던 <가족끼리 왜이래>를 교묘히 따라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시달려야 했다. 이 모든 것이 그 이야기를 그리는 과정에 설득력이 업었기 때문이다.

 

 

 


설득력이 없기로는 <내 딸, 금사월(이하 <금사월>)>을 따라갈 드라마는 없다. 시청자들은 이미 <금사월>을 어느정도 막장이라는 전제하에 시청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전제가 무색할 정도로 이야기는 중구난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금사월(백진희 분)과 강찬빈(윤현빈 분)의 캐릭터 붕괴다. 그들은 중심 로맨스를 책임지고 있지만 오히려 악역보다 더 비호감으로 전락한 비운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신득예(전인화 분)의 복수에 동정하지 않는 금사월은 도무지 착한 것이 아니라 이기적이고 답답하여 차라리 악녀처럼 묘사가 되고 강찬빈역시 아버지 강만후(손창민 분)의 모든 악행을 알고도 덮는 다소 파렴치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작가는 금사월이 한 모든 행동이 사실은 연기였으며 신득예를 돕기 위한 계획이었던 것처럼 스토리를 전환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신득예를 향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질고 독한 말을 쏟아낸 것은 물론, 강찬빈과 신접살림까지 차리고 첫날밤을 보내는 장면까지 방영된 마당에 갑작스런 이런 변화는 어이없을 정도로 개연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금사월>역시 진정한 의미에서의 ‘해피엔딩’을 맞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마지막에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웃으며 끝난다 해서 해피엔딩이 될 수는 없다. 그 해피엔딩으로 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고 공감이 갈 때만이 시청자들의 환호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각종 잡음과 논란은 제쳐두고라도 작품 자체의 퀄리티가 저하될 수준의 내용전개를 보인 후, 갑작스런 해피엔딩을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들은 전혀 반갑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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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남편찾기가 마지막에서야 그 윤곽을 제대로 갖췄다. 저돌적인 고백과 키스신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미래의 덕선을 연기하는 이미연이 남편을 두고 '공인'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했다. 파일럿이 공인일리는 없으니, 바둑기사로 유명한 최택(박보검 분)이 남편임이 확실한 상황.

 

 

 

남편이 누구냐는 문제를 놓고 수차례 저울질을 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던 남편찾기의 결론이 났지만 원성이 사그러들기는 커녕 증폭되었다. 문제는 택이가 남편이라는 사실 자체에 있지 않다. 남편은 누가 되든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응팔>이 남편찾기에 반전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결국은 개연성마저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1. 캐릭터의 붕괴

 

 

 

 

'남편 찾기'가 전작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에서 이어져 온 터라 이미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낄 거라 의식한 제작진은 초반 남편 찾기를 한 번 더 꼬아두는 묘수를 생각해 낸다. 선우(고경표 분)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한 덕선(혜리 분)은 선우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선우의 마음이 덕선의 언니인 보라(류혜영 분)에게 가 있는 것을 알게 된 덕선은 첫사랑을 그렇게 떠나보낸다. 그리고 이야기의 중반, 실제로 자신을 좋아하고 있었던 정환(류준열)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아채게 되자 덕선은 또 정환에게 마음이 기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택이 마음을 고백하고 키스를 하자 덕선은 이번에도 역시 그의 마음을 허락한다.

 

 

 

4명의 소꿉친구중, 무려 세명을 좋아하는 신공을 발휘한 덕선은 현실에서라면 '헤픈 여자' 취급받기 십상이다. 누군가 자신을 좋아한다고만 하면 그대로 그에게 마음을 주는 덕선은 순수해보이기 보다는 줏대없고 경박한 여자처럼 묘사되었다. 그 이유는 선우에 대한 마음을 제외하고 덕선의 감정선이 제대로 충분히 표현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정환에 대한 감정은 어떻게 정리를 한 것인지, 택이에게 왜 마음이 더 쏠린 것인지에 대한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없으니 덕선의 행동에 지지를 보내기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 과정에서 남성 캐릭터들의 붕괴역시 피할 수 없었다. 초반 정환의 감정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풀린 탓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정환 캐릭터는 중반 이후, 현저히 줄어들며 의아함을 자아냈다. 버스신이나 고백신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든 <응팔>의 1등 공신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얽힌 에피소드들은 지나치게 축소되거나 생략되었다. 자신의 마음을 가장 먼저 깨닫고 가장 먼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 캐릭터이기에 이런 홀대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정리하고 덕선을 떠나게 되는지가 포인트임에도 그 포인트가 생략되자 그의 캐릭터는 주인공에서 갑자기 분량없는 조연 수준으로 전락했다. 중요한 캐릭터임에도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은 분량조절의 실패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택이의 캐릭터 역시 이 과정에서 붕괴되었다. 우정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는 형태로 그려진 정환과는 달리 사랑을 쟁취하는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군인인 정환이 근무하는 사천까지 찾아가 "덕선이를 잡으라"는 말을 정환으로부터 듣고야 마는 택이는 잔인해 보이기까지 했다. 정환의 마음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그에게서 그 말을 들었어야 했을까. 이후 아무 껄끄러움 없이 덕선에게 하는 기습 키스는 전혀 로맨틱해 보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미래 남편인 김주혁의 캐릭터 역시 붕괴되었다. 초반에는 장난기 많고 유쾌한 성격으로 그려지던 그는 갑작스레 방향을 선회에 진중하고 순한 성격의 인물로 변질되었다. 낚시를 위한 포석이라고는 하나, 캐릭터가 가진 기본 성격을 180도로 뒤집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덕선과 살면서 성격이 바뀐 택이라고 하는 편이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었다.

 

 

 

2. 뿌려진 떡밥 회수 실패

 

 

 

 

제작진은 남편찾기가 화제가 되자 "남편을 정해두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사실 어느정도 비중을 두고 한 캐릭터를 서포트 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단 김주혁의 캐릭터가 정환과 많이 닮아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미래의 인터뷰에서 나오는 이미연과 김주혁의 대화 속에서도 일명 '떡밥'을 상당히 뿌렸다. 그 중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라는 말을 탄생시킬 만큼 강력한 것들도 있었다.

 

 

 

일단 덕선이 선우를 좋아했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정환이라는 점이다. 미래의 인터뷰에서 김주혁은 "눈오는 날 무엇이 가장 생각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덕선이 선우에게 차인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런 대답은 그 장면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나오기 힘든 질문이다. 물론 이 사실을 덕선의 일기장에서 봤거나 우연히 그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에게 들었다는 식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말에는 뉘앙스라는 것이 있다. '눈이 오는 날' 생각나려면 눈이 오는 장면과 덕선이 선우에게 차이는 장면이 매치가 되어야 되는데  단순히 일기장 속의 분위기나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로 그 상황을 상상하여 대답했다는 것은 어색하다. 직접 보았기 때문에 그 모습이 더욱 강렬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이런 발언은 "결혼 전 만난 여자"에 관한 이야기 속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이미연이 김주혁을 두고 "결혼 전 여자를 많이 만났다"고 말하는 장면은 앞 뒤 맥락으로 판단해 볼 때, '대학 때' 이야기인 것 같은 뉘앙스를 주었다. 그러나 택은 대학에 가지 않았다. 백번 양보해 '일기장'이나 '결혼 전'이라는 단어들로 이 상황들을 무마시킨다고 하더라도 결정적인 '수학여행'에 관한 대화가 있다. 이미연이 수학여행 이야기를 꺼내자 김주혁은 "나도 거기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택은 중학교 중퇴로, 그 이전부터 바둑 영재로 집중 관리를 받은 캐릭터다. 수학여행 같은 것을 갔을리가 만무하다. 도대체 이런 디테일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뿐만이 아니다. 정환에게 덕선이 선물한 핑크색 셔츠에 관한 이야기의 마무리나 정환이 덕선에게 고백하며 꺼내놓은 피앙새 반지에 대한 이야기도 '시간상 못하는' 꼴이 되고야 말았다. 반전을 만들려다가 앞에서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는가 하는 부분마저 망각한 모양새다.

 

 

 

3. 용두사미 된 스토리

 

결국 이런 문제점이 한꺼번에 불거지자 스토리는 용두사미가 되었다. 초반 가족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로 마음을 따듯하게 만든 <응팔>은 어느 순간 짜증스러운 남편찾기에만 몰두하는 드라마가 됐고, 그 로맨스는 설득력을 잃었으며 그 설득력을 잃은 로맨스의 결말마저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야 만 것이다.

 

 

 

남편찾기라는 소재가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뻔히 결말을 알고 있는 로맨스라도 과정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재미있고 신선할 수 있다. 그러나 남편찾기와 반전이라는 두가지 사안에 얽매여 <응팔>이 내놓은 결말은 참으로 황당하다. 이럴바엔 차라리 뻔하더라도 '어남류'가 나았다. 캐릭터를 붕괴시키고 스토리를 망가뜨리면서까지 '남편찾기'에 집착한 결과는 초반의 엄청난 호응을 생각해 보았을 때, 안타깝기만 하다.

 

 

 

단순히 택이가 남편이라서가 아니라, 이야기 구조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은 <응팔>의 크나큰 실책이다.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스토리를 바꾸며 중심을 잃어버리는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를 다시한 번 확인한 셈이다. 웰메이드가 될 수 있었던 드라마가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은 탄식할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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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이하<응팔>)>은 기존 응답하라 시리즈와는 다르게 가족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 핵심에는 여전히 로맨스가 있다. 주인공 성덕선(혜리 분)은 순수한 사랑을 꿈꾸고 자신을 좋아하는 것으로 오해한 선우(고경표 분)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선우의 시선이 자신의 언니 성보라(류혜영 분)에게 가 있다는 것을 알고 첫사랑을 접는다. 그러나 덕선에게는 그에게 마음이 향해있는 이가 둘이나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김정환(류준열 분)과 최택(박보검 분)이다.

 

 

 

남편찾기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부터 시작된 남편찾기는 <응답하라 1994(이하<응사>)>에서 그 절정을 보여준다. 쓰레기(정우 분)와 칠봉이(유연석 분)의 매력을 동시에 어필하며 둘 중 누구에게 여주인공 성나정(고아라 분)의 마음이 기울까에 관한 저울질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흥미롭던 남편찾기는 나중에 가면서 그 본질이 변질되었다. 삼각관계에 치중한 스토리는 남편의 정체가 알려지는 순간 그 힘을 잃어버리는 숙명이 있었고, 그걸 의식한 제작진은 남편찾기의 결말을 유예했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는 같은 자리를 맴돌았고 결국 스토리의 전체적인 흐름이 흔들리는 결말을 초래하고 말았다. 남편은 결국 쓰레기였지만 그 과정에서 불쌍하고 비참해져버린 칠봉이 캐릭터 역시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응팔>은 응답하라 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만큼 남편찾기의 행방역시 호기심의 대상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응팔>역시 김정환과 최택 사이에서의 지나친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시점이 왔다. 20부작 중 16회가 방영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응답하라의 러브라인은 아직 지지부진하다. 주인공들의 사랑의 작대기는 이미 드러났지만 그들은 자신의 마음조차 상대방에게 고백하지도 못한 상태고, 러브라인의 행방은 몇 주동안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이야기의 진전이 없다는 점이다. 고백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긴장감으로 수회에 걸친 분량을 할애하는 것은 무리수였다. 그들의 러브라인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기 보다는 그 엇갈린 관계에 대한 답답함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응팔>을 시청하는 이유가 러브라인의 행방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남편찾기라는 소재는 처음 <응칠>에서 시도되었을 당시에는 신선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구성이 지루해진 것도 사실이다. 지금 스토리에서 정환이 남편이라 하면 택이의 입장이 지나치게 안타깝고 그렇다고 택이가 남편이라면 스토리의 중심이 위태롭다. 차라리 유동룡(이동휘 분)을 남편으로 만들라는 시청자들의 불만섞인 조롱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그만큼 지나친 간보기에 대한 폐해는 크다. 시청자들이 <응팔>에 열광한 이유는 가족과 이웃의 따듯한 정과 그 시대상을 반영한 분위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앞서 말했듯, <응팔>은 사랑 이야기라기 보다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 특유의 분위기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그러나 러브라인으로 이야기의 중심이 옮겨오자 문제가 터지고야 만 것이다. <응팔>의 문제점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전체를 아우르는 구심점인 스토리가 여전히 남편 찾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응팔>에는 전체적인 스토리를 하나로 모으는 이야기가 남편찾기 밖에는 없다. 가족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감동적이지만 매회 다른 에피소드일 뿐, 다음 회를 위한 포석은 아니다. 드라마라기 보다는 시트콤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이 때문에 나온다. 드라마적인 요소를 갖추게 하는 것은 남편이 누구냐하는 결말에 가깝다. 그러나 사실 이 결말은 드라마의 주제를 설명하거나 드라마의 상징성을 대표하는 결말이라고 볼수는 없다. 결국 곁다리인 남편찾기에 너무 많은 힘을 쏟은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은 명확하다. 누가 누구랑 이어지느냐 하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가 재미 없는 것은 아니다. 뻔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 안에서 어떤 문제점이 생기고 어떤 과정으로 그들이 그 뻔한 결말에 도달할지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요소다. 이런 면에서 살펴볼 때 <응팔>의 로맨스를 살리는 데 있어서 꼭 남편 찾기가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제는 식상해져버린 남편찾기의 공식 속에서 <응팔> 제작진은 아직도 남편을 결정하지 못했다며 시청자와 줄다리기를 한다. 결국 쓰레기가 남편이었던 <응사>때와 별다를 바 없는 줄다리기다. 그러나 그 줄은 이미 팽팽하지 못하다. 시청자들과의 힘겨루기에서 <응팔>은 힘을 지나치게 준 나머지, 상대방의 맥을 빠트리는 우를 범하고야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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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종영한 <가족끼리 왜이래>의 줄거리는 자식만을 위해 살아온 아버지인 차순봉(유동근 분)이 자식들에게 불효소송을 일으키는 내용이 줄거리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기 하기위한 아버지의 죽기 전 마지막 고육지책을 내용에 담았지만 특이한 것은 이 중심에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주말드라마 혹은 가족드라마의 주체는 어머니다. 어머니에 대하여 자동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이야기의 감동을 끌어내기에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가족끼리 왜이래>와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KBS2 <부탁해요, 엄마>를 비롯해 MBC <엄마>, <내딸 금사월> 등 주말드라마들이 내세운 것은 모정이다. 그러나 모정을 내세운 드라마들이 어딘지 모르게 식상해 보인다. 여전히 드라마에서 가족은 빠질 수 없는 코드지만 모정보다 부정을 내세운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가족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응답하라 1988>에서도 아버지의 위치는 중요하다. <응답하라 1988>속에서도 바둑기사 최택(박보검 분)을 홀로 키운 아버지인 최무성(최무성 분)이 등장한다. 그는 겉으로는 제대로 표현도 못하고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기 힘든 무뚝뚝한 아버지지만 그래서 그가 전해주는 울림은 더 크다. 아들을 위해 TV소리 한 번 크게 못 내고 묵묵히 뒤를 지켜주는 그의 행동 속에서 사랑은 더 깊게 전해진다. 그가 하는 사랑한다는 말이, ‘우리 아들 다컸네라며 눈물흘리는 모습이 더없이 감동적일 수 있는 것은, 그가 그런 아버지라서다.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속에서도 주인공의 행동의 동기는 아버지. 자식을 홀로 키운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그를 구하고자 하는 열망이 주인공의 행동을 결정한다. 주인공 서진우(유승호 분)에게 보여준 서재혁(전광렬 분)의 희생은 드라마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을 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런 현상은 안방 극장 뿐 아니라 가요계에서도 두드러졌다. 자이언티의 출세곡인 양화대교에 등장하는 화자는 아들이고, 그 화자가 이야기 하는 대상이 바로 아버지. 가사 속에는 엄마와 동생도 등장하지만, 어디냐고 물어보면 항상 양화대교라고 대답하던 아버지에 대한 감동이 이 노래 전반적인 분위기를 좌우하고 있는 주요인물이다. ‘행복하자는 후렴구가 감동적일 수 있는 이유역시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가 노래 안에서 잘 표현되었기 때문. 힙합과 가족의 결합이 이정도로 감동적일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이후 가수 산이 역시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라는 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중 문화속 아버지가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가부장적이고 가족에서 소외되는 형태로 그려졌다면 지금은 누구보다 자식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아낌없이 주는 따듯한 아버지들로 그려진다. 그들은 다소 표현은 서툴지 몰라도 자신의 그런 모습을 정당화 시키지 않는다. 아무리 1988년도의 아버지로 그려져도, 그들은 따듯하고 사랑을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안달하는 그런 아버지가 되었다.

 

 

아버지라고 하면 떠오르는 감정은 어머니라고 했을 때와는 다르다. 특히 남성 우월주의가 있었던 한국 사회에서 남자는 울어서도 안되고, 강인해야 하며 엄격해야 한다는 편견마저 있었다. 그런 사고방식은 아버지가 되어서도 이어졌다. 그래서일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다. 그것은 어머니를 생각했을 때의 따듯함이나 포근함과는 조금 다른 감정이다. 무뚝뚝하고 애정 표현 없었던 아버지에 대한 상처. 나중에는 말조차 제대로 나눠보지 못하는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었던 관계. 그러나 그 관계 속에서도 아버지는 아버지였다.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을 지켜봐 준 것도 아버지였다는 것. 그런 복합적인 감정은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러나 그런 관계는 이제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 사랑하면 표현해야 하고, 서로를 아낀다면 위해주어야 한다. 마음을 숨기고 소리를 지르던 아버지의 마음은 이해 할 수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정당하다 할 수는 없다. 서로에게 상처뿐인 말과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옳다. 그래서 TV속 아버지들은 더 이상 윽박지르고 소리 지르지 않는다. 비록 무뚝뚝해도 자식들이 상처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더 해주지 못해 안타까워한다. 그들의 그런 행동은 아버지가 주는 단어의 무게와 합쳐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이제 아버지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어머니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 따듯해진 그들의 모습은 마치 사랑할 수 있을 때 마음 껏 표현하라고, 그런 아버지로 변해도 좋다고 말하고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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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시청률의 파이가 작아지긴 했지만 올해도 역시 좋은 드라마들과 흥행작들이 탄생했고, 많은 배우들이 그 드라마 속에서 열연을 했다. 2015년에는 어떤 드라마 속에서 어떤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홀렸을까. 2015 드라마 캐릭터를 정리해 보았다.

 

 

킬미힐미-지성

 

2015년 드라마 캐릭터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되는 인물이 바로 지성이 연기한 <킬미힐미>의 차도현이다. 무려 7개의 인격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한 지성은 모든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다른 모습으로 소화하며 지성의 연기력에 대한 찬사를 이끌어 냈다. 상대역인 오리진 역할을 맡은 황정음의 서포트도 좋았지만 황정음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킬미힐미>는 지성을 위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성은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며 2015년이 마무리 되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연기력을 보여준 연기자로서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펀치-김래원, 조재현

 

권력을 가진 자 골리앗의 부패와 그 부패를 낱낱이 파헤치고 뒤흔들려는 다윗의 싸움은 박경수 작가 특유의 내러티브다. 그 내러티브는 <펀치>로 다시 한 번 한 방을 날렸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다윗 박정환(김래원 분)과 그의 악에 받힌 복수의 대상이 되어 버린 골리앗 이태준(조재현 분)의 싸움은 그들의 캐릭터와 연기력의 싸움으로 이어졌다. 박경수 작가는 이번에는 단순히 골리앗을 으로 규정하지 않고 그가 권력의 개로 살아가며 겪는 감정에도 집중하게 만들었다. 박정환과 이태준이 함께 자장면을 나눠 먹는 장면은 단순한 먹방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놓인 처지와 밥그릇 싸움이라는 권력의 속성을 대변하는 메타포로 나타난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드라마 자체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데 그들의 섬세한 연기의 결이 한 몫을 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가면- 주지훈

 

12역을 맡은 주인공 수애의 연기보다 주지훈의 캐릭터가 <가면>에서는 더욱 돋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최민우 역할을 맡아 사랑을 믿지 않는 차가운 캐릭터지만 점점 변지숙(수애 분)에게 빠져 들어가는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며 여심을 흔들었다. <가면>의 스토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중구난방에 엉망진창이 되기는 했지만, 그 흔들리는 상황속에서도 <가면>을 시청해야할 이유가 있었다면 주지훈의 설득력있는 연기 때문이었다. 캐릭터가 우왕좌왕하는 가운데에서도 그 매력을 살리고 확실한 임팩트를 주는데 있어 연기자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오 나의 귀신님- 박보영

 

<! 나의 귀신님>속의 박보영을 빼놓고 2015 드라마의 캐릭터를 논할 수 없다. 박보영은 실질적인 12역으로, 소심하고 유약한 귀신보는 소녀 나봉선 역할과 발랄하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신순애(김슬기 분)에 빙의된 두 가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이 캐릭터가 특별했던 것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여주인공에서 탈피,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위해 남성을 이용하는 과감함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섬세한 손길로 스토리가 다듬어졌기 때문이었다. 역대급 캐릭터를 탄생시킨 <! 나의 귀신님>속 박보영의 뛰어난 연기력은 그의 배우로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하는 터닝포인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예뻤다- 황정음

 

얼굴에는 빨간 홍조와 주근깨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머리는 폭탄을 맞은 것처럼 산발을 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 못생김이 강조될수록 황정음이 연기하는 김혜진이 예뻐보였다는 점이다. <그녀는 예뻤다>라는 타이틀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후반부 예뻐진 황정음의 얼굴은 주근깨와 폭탄머리를 가진 못난이 보다 매력이 떨어져 보였다. 황정음은 망가짐을 불사하며 역할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며 여주인공으로서 대체 불가 배우의 매력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킬미힐미>에 이어서 다시 한 번 홈런을 친 황정음이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도 물론이다.

 

용팔이- 주원

 

<용팔이>의 후반부가 바람빠진 풍선처럼 맥없이 느슨해졌지만, <용팔이>의 시청률이 20%까지 치솟을 수 있었던 것은 김태희의 미모와 더불어 주원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돈만 된다면 무슨 짓이든 하는 의사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낸 주원은 20대 배우 중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를 꼽으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올릴 배우로 성장했다. 초반부와 중반부, ‘용팔이를 내세운 스토리가 먹힐 수 있었던 것 역시 주원이 캐릭터의 설명을 연기로 완벽하게 시청자들에게 해 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 <굿닥터>에 이어 다시 한 번 레지던트 역할을 맡았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 해 낸 주원의 연기력은 확실히 비범했다. 천재 의사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캐릭터의 긴장감이 <용팔이>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딸 금사월- 전인화

 

타이틀은 금사월을 사용했지만 실질적인 포커스는 내 딸에 있다. 금사월(백진희 분) 보다는 금사월의 엄마인 신득예(전인화 분)가 이 드라마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셈이다. 김순옥 작가의 전작인 <왔다! 장보리>에 탄산남이라 불리던 문지상(성혁 분)이 있었다면 <내 딸 금사월>에는 모든 사건을 조정하고 개입하는 신득예가 있다. 신득예의 능력치와 존재감은 문지상을 뛰어 넘는다. 신득예는 답답하고 무능한 금사월을 대신해 악역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드라마가 막장의 향기가 흐르는 속에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신득예의 힘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착한 것이 아니라 멍청해 보이는 금사월 캐릭터에 대한 반감을 신득예가 커버하고 있기에 <내 딸 금사월>의 인기가 가능할 수 있었다.

 

 

 

육룡이 나르샤-박혁권

 

주인공은 분명 정도전(김명민 분)과 이방원(유아인 분)인데 올 해 더 눈에 들어온 캐릭터는 길태미다. 물론 정도전과 이방원은 드라마 중심에 무게를 잡는 역할이고, 앞으로의 스토리를 책임지는 캐릭터들이다. 그러나 길태미는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 까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증가시킨 캐릭터였다. 남자임에도 치장을 좋아하고 여성스러운 말투를 사용하는데 무예에 뛰어난 이중적인 캐릭터는 사극에서는 물론이고 현대극에서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신개념 캐릭터였다.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태쁘(길태미 예쁘다의 준말)’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이 캐릭터에 열광한 이유가 있었다. 길태미를 연기한 박혁권의 맛깔나는 연기는 잊혀지지 않을만큼 강렬했다.

 

응답하라 1988-전 출연진

 

<미생>에 이어 이렇게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전반적으로 활용한 드라마는 실로 오랜만이다. 같은 제작진의 시리즈 물인 <응답하라 1997>이나 <응답하라 1994>가 로맨스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응답하라 1988>은 가족이라는 매개체를 스토리에 적극 녹여냈다. 로맨스도 있지만, 가족간의 사랑과 이웃간의 정이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로맨스를 펼치는 청춘스타들이 아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그들의 부모도 마땅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치가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랑한다 아들이라는 투박한 한 마디에 눈물이 떨어지고 코피는 괜찮냐는 간단한 질문조차 그들이 가족이기 때문에 울컥하게 만든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설명해 낸 제작진의 섬세하고 따듯한 시선이 너무나도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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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이하 <응팔>)>의 이야기는 단순히 쌍팔년도 세대를 대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대 한 마을에 한데 모인 사람들이 나누는 관계는 보편적인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하여 <응팔> 의 감성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힘이 있다. <응팔>은 1988년도를 단순히 그 시절의 추억을 떠 올리게 하는 배경적인 요소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 시절에도 살아가기 바쁜 사람들은 있었고, 이웃과의 교류가 없었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1988년도에는 사람들이 조금 더 순수했고, 서로를 이해했으며, 마음으로 사랑했다는 판타지는 1988 특유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988년도에는 한 동네 사람들이 가족처럼 지내는 것이 어색하지않았다 해도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것에 어찌 좋은 점만 있으랴. 가끔은 ‘오지랖’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선을 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응팔>이 주목하는 지점은 그런 지점이 아니다.

 

 

 


<응팔>은 마을 공동체는 고사하고 한 가족조차 해체되고 와해되기도 하는 현대 사회속에서 작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 곁에는 누가 있느냐고. 남에게 신경쓰지도 않고 간섭받지도 않는 것이 정말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느냐고. 

 

 

 

 


각박한 세상이라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알고 있다.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를. 세월이 흘러도 엄마는 엄마고, 친구는 친구다. 그 의미 자체가 변할 수는 없다. 시집가서 남편을 여읜 딸이 자신을 찾아온 엄마가 자신을 걱정할까봐 옷을 차려입고 이웃집에서 물건들을 빌려 자신을 위장하지만, 결국 엄마를 속이지는 못한다. 몰래 돈봉투를 놓고 간 엄마의 진심은 딸을 울리고, 전화를 붙잡고 부르는 엄마, 라는 한마디에 목이 메여 온다. 그 감정이 이해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아직 엄마가 우리에게 주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진심은, 남이 시켜서 억지로 내뱉는듯한 ‘사랑한다, 아들아’라는 한 마디로 묵직하게 전해진다. 주고도 주고도 또 주고 싶은 부모의 진심을 모른다면, 그 한마디는 그런 울림을 전달할 수가 없다.

 

 

 


심장 수술을 하고도 오히려 동생이 흘린 코피를 걱정하며 힘겹게 내뱉는 “코피는 괜찮아?”라는 한 마디는 꾸며지지 않은 평범한 한마디지만 가족의 진심을 느끼게 하는 찡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응팔>은 그간의 시리즈가 그랬듯, 여주인공 성덕선(혜리분)의 남편 찾기라는 소재를 넣었다. 그러나 사실 그 남편의 정체는 그다지 모호한 형태로 그려지지 않는다. 남편은 90%이상의 확률로 김정환(류준열 분)이다. 그가 아니라면 그것 자체로 스토리에 전반적인 영향을 끼칠만큼 큰 반전이 될 것이다. <응답하라> 시리즈 제작진의 특성상 결코 그런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응팔>에는 분명 로맨스도 있지만, <응팔>은 그 로맨스를 이야기 하고자 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매회 주인공들은 아버지가 되었다가, 어머니가 되었다가 그리고 자식이 되기도 한다. 이웃의 숟가락 개수까지 아는 공동체 속에서 그 가족의 범위는 이웃으로 확장된다. <응팔>이 정말 하고자 하는 말은 이웃으로 확장된 가족이라는 형태 안에서 벌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다. 결국 서로를 보듬고 품어주는 따듯한 마음. 인간이 찾고 갈구하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이라는 보편적 진리다. 그 진리를 설명하기 위해 1988년도를 소환하고 사람들의 캐릭터를 만들어 낸 <응팔>의 스토리텔링은 그 진리를 특별하고 아름답게 만든 매개체가 되었다.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부딪치지만 가족은 가족이라는 것.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당신의 인생은 어쩌면 더 행복해 질지 모른다는 것. 서로 사랑하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것. <응팔>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런 따듯한 생각을 들게 한다. 왜냐하면 <응팔>이 내내 말하고 있듯, 결국 돌아올 곳은 가족의 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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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획한 프로그램 중) 세 번째 시리즈가 성공한 적이 없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던 <응답하라 1988(이하 <11988>)> PD의 말은 엄살로 드러났다. 첫 회부터 6%대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1988>은 호평까지 거머쥐며 ‘응답하라 시리즈’의 흥행세를 몰아가게 되었다. 남은 것은 앞으로 전개될 내용들이 지금처럼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다. 그러나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은 것만은 분명하다.

 

 

 

 


<1988>은 <1998>이나 <1994>에 비해 2,30 대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응답하라>시리즈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1998년도나 1994년도가 드라마 방영당시 20대 중반부터 30대 시청층의 향수를 자아냈기 때문이었다. 어렴풋하게나마 기억으로 남아있는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연출이 통했고 그 이야기는 그래서 특별해졌다. 그러나 1988년도는 다르다. 20대 층은 고사하고 30대 역시 대부분 어린 나이였다. 그러나 이미 브랜드화 된 <응답하라>의 이름값은 여전히 통했고,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에게 조차 향수를 자극하는 스토리는 여전했다. <응답하라>는 또 한 번의 성공의 서막을 올린 것이다.

 

 

 


<1988>은 이번에도 톱스타를 기용하는 대신, 새로운 얼굴들을 대거 출연시켰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터주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성동일과 이일화를 제외하고 주연 배우들은 이제 막 떠오르는 배우들로 채워졌다. 그 중 가장 큰 논란을 몰고 온 것이 바로 여주인공 역할을 맡은 혜리였다. 혜리는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으로 연기력을 논할만큼의 작품에 출연한 적이 아직까지 없었다. 그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 1기의 멤버였기 때문이었고, 애교 섞인 그의 성격이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이미지를 뛰어넘을 만큼 결정적인 터닝포인트는 지금까지 만들지 못했다. <진짜 사나이>의 ‘애교’는 소비 될 만큼 소비되었고 더 이상 활용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1988>에 혜리가 출연한다고 했을 때, 반대 여론이 있었던 것 역시 혜리의 이미지가 소모된 만큼, 다른 플러스 요인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88>이 시작되자 여론은 돌아섰다. 혜리가 드라마 캐릭터 ‘덕선’의 이미지를 잘 살리며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혜리는 드라마의 분위기와 캐릭터에 부합하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합격점을 얻었다. 이는 물론 혜리가 우려를 뛰어넘는 자연스러움을 보여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작진의 ‘여주인공 살리기 스토리 라인’이 주효했다.

 

 

 


그동안 ‘응답하라 시리즈’의 히로인들은 응답하라 시리즈가 끝난 후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인기를 얻었다. <응답하라 1998>의 정은지는 당시 최고의 인기 아이돌이었던 HOT의 열렬한 팬으로 등장하여 구수한 사투리는 물론,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는 연기력으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응답하라 1994>의 고아라는 농구선수 이상민 바라기로 등장했다. 이들은 여주인공인 동시에 당시의 문화를 대변하는 대변인이었다. 일명 ‘빠순이’ 문화를 적절히 활용하여 캐릭터를 만들고 여주인공의 매력으로 치환한 제작진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1988>의 혜리 역시 묘하게 현실적이면서 매력적인 캐릭터의 옷을 입었다. 그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역대 여주인공들처럼 ‘빠순이’는 아니지만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 낀 둘 째 딸이라는 억울함을 가지고 태어났다. 언니의 케이크를 돌려쓰는 등, 혼자서만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억울한 울음을 토해내는 혜리의 성격은 특별할 것 없지만 여느 둘째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 캐릭터는 설득력을 지닌다. 언니의 옷을 몰래 훔쳐입고 나가거나 언니와 욕설을 하며 육탄전을 벌이는 등, 예쁜 척, 착한 척을 하지 않지만 어딘가 그 시절 존재했을 것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것이다. 그저 청순하고 가녀린 캐릭터가 아니라 다소 거칠고 흥분도 잘하지만 그 모습이 밉지 않다는 포인트를 응답하라 시리즈의 여주인공들은 가지고 있다. 그 기질을 혜리 역시 이어받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그 공감은 혜리에 대한 호감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캐릭터 설명을 통해 호감을 얻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다시 응답하라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여주인공의 남편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이번에는 남편 후보가 세 명이다. 이 세 명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여주인공은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중심이 될 것이다.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궁금증은 결국 여주인공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 중심을 혜리가 잘 잡아내기만 한다면 혜리에 대한 평가는 드라마가 끝날 때쯤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을 것이다.

 

 

 


혜리는 <진짜 사나이> 이후, 두 번째 터닝 포인트를 만들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1988>에 쏟아지는 관심과 더 불어 그 기회를 성공시킬 확률은 높아졌다. 과연 이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기회를 혜리가 잘 세공해 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결말이 궁금해진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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