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는 1990년도의 문화를 디테일하게 복원하며 누구나 겪었지만 아련한, 그래서 특별했던 추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이 가지고 있던 팬덤 문화를 가져오되, 1990년도의 문화를 더 다양하게 조명하며 시청자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응사>는 그러나 <응칠>과 달리 팬덤 문화보다는 러브라인에 초점을 맞춘다. HOT를 좋아하는 성시원(정은지 분)이 극의 중심인 <응칠>에 비해 이상민의 팬인 <응사>의 성나정(고아라 분)의 팬심은 그다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응칠>이 팬덤에 무게 중심을 뒀다면 <응사>는 남편찾기라는 러브라인에 방점을 찍는다. <응칠>제작진은 윤윤제(서인국)와 윤태웅(송종호)이라는 형제를 내세워 러브라인을 형성했지만 제작진조차도 ‘남편이 누군가가 이렇게 화제가 될줄은 몰랐다’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응사>는 그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무려 다섯 명의 남편 후보를 내세웠다. 그러나 포커스가 맞춰진 것은 쓰레기(정우 분)와 칠봉이(유연석 분)다. 곁가지였던 ‘남편 찾기’는 극의 중심의 활력소로 떠올랐다. 남편 후보인 다섯 명의 인물들을 모두 적절히 캐릭터화 시키는데 성공한 <응사>는, 시청자들의 캐릭터에 대한 성원을 바탕으로 러브라인을 헷갈리게 하는데 주력했다.

 

 

처음부터 성나정의 남편은 쓰레기가 유력했으나 칠봉이에 대한 애정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시청자들의 애정을 지나치게 이용하고 소모시킨 제작진에 있었다. 남편찾기가 곁다리가 아니라 주된 내용이 되어버리면서 내용은 점차 동어반복으로 흘렀다. 삼각관계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데 주력한 나머지 <응사>를 시청하는 이유였던 90년대 특유의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이 드라마는 물론 로맨틱 코미디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추억과 아련함이라는 키워드가 주효했다. <응칠>에서도 다소 뻔한 러브라인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HOT vs 젝스키스라는 두 걸출한 보이 그룹의 대결구도 속 나타난 그 시대의 문화와 이야기였다. 그러나 <응사>는 캐릭터가 설명되고 러브라인이 시작되는 10회 정도까지는 굉장한 파급력을 발휘했으나 성나정이 쓰레기와 사귀고, 칠봉이와 삼각관계가 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중간에는 착하고 다정했던 칠봉이가 성나정에 대한 집착을 보이며 호감도가 급감했다. 사랑 때문에 여자에게 집착하는 남자는 물론 있을 수 있지만 그동안 호감도를 높이며 인기를 견인했던 캐릭터가 다치는 것은 피해야 했다. 그러나 ‘쓰레기가 좋다’는 성나정의 고백에도 ‘난 포기하지 않을 거다’라며 울분을 토해내는 칠봉이는 그동안 시청자들이 사랑했던 부드러운 매력을 배반하는 것이었다.

 

 

물론 칠봉이는 그 후, 다시 따듯하고 순정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성나정의 캐릭터가 붕괴되었다는 것은 결정적인 문제였다. <응사>는 캐릭터의 매력으로 견인되는 드라마였다. 그러나 여주인공인 성나정은 착하고 멋진 칠봉이를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여지를 남기는 듯한 모습으로 일명 ‘어장관리녀’라는 오명을 얻기에 이른다.

 

 

자신을 좋아하면서 하는 행동임을 다 알고있으면서도 성나정은 칠봉이의 관심을 단순한 친구라 규정한다. 단호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선을 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는 여주인공은 단순히 마음이 약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남자를 이용하는 것처럼 묘사되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성나정의 행동을 성토하기 시작했고 여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을 문제 삼았다. 여주인공으로서 특징이 부족하고 이리 저리 휘둘리는 모습마저 보인 성나정은 끝까지 기분 좋은 모습으로 남을 수 없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붕괴되자 드라마의 완성도도 떨어졌다.

 

 

심지어 쓰레기가 남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리저리 시청자들을 끌고 다닌 ‘남편찾기’에 불만을 쏟아내는 시청자들 역시 폭주했다. 결국 예상대로 흘러가는 스토리를 위해 남편찾기라는 스토리의 한 부분을 지나치게 부각시킨 탓이었다.

 

 

그러나 마지막회에서는 역시 모두에게 해피엔딩을 안기며 시청자들의 추억을 다시금 불러 일으켰다. 남편찾기가 끝난 후에 부각된 90년대의 문화와 개그 코드는 다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고 삼천포(김성균)의 마지막 나레이션은 가슴을 따듯하고 아련하게 만들었다.

 

 

분명 <응사>는 웰메이드 드라마다. 그러나 중간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촘촘하게 만들었다면 명작의 반열에까지 오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을 함께한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가 남긴 추억에 젖어있다. 그 추억을 넘어 드라마의 메시지가 조금만 더 강렬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 드라마가 그만큼 더 잘 만들어질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90년대의 추억은 결국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그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응칠>과 <응사>로 뛰어난 역량을 선보인 제작진이 다시 만들 드라마가 기대되는 것만으로도 <응사>와 함께한 지난 두 달이 아깝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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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며칠 후면 새해가 밝아 오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2014년에도 우리는 TV앞에 앉아서 즐거움을 찾을 것이다. 2014년에는 또 새로운 드라마와 새로운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러면 2013년에 지금껏 우리를 사로잡은 캐릭터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를 웃기고 울린 2013년의 드라마 속 캐릭터들을 정리해 보았다.

 

 

<구가의 서> 구월령, 최강치

 

 

 

 

최근 막을 올린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은 무려 외계인이다. 이제 소재는 단순한 사람들을 뛰어 넘어 판타지와 접목시킨 로맨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13년에 그 포문을 연 것은 <구가의서>다. <구가의서>에서 산의 수호령, 구미호를 연기한 구월령(최진혁)은 등장 횟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음에도 여심을 녹이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어 <상속자들>에 캐스팅 되었고 tvN에서 방영될 새로운 금토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이어 반인반수를 최강치를 연기한 이승기 역시 연기력이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여전히 식지않은 인기를 증명해냈다. <구가의서>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기분좋은 성적을 얻었다. 그 안에서 나온 ‘반인반수’ 캐릭터는 그간 단순한 구미호라는 설정에서 한 단계 진보한 형태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장혜성, 박수하, 민준국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이종석)역시, 남의 속마음을 읽는다는 설정을 통해 판타지성을 부각시키며 드라마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박수하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으로 그 능력으로 장혜성(이보영)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 알고 싶지 않은 진실에 직면하며 위기를 맞는 등, 드라마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여주인공인 장혜성(이보영) 또한 까칠하고 자기 중심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변호사 캐릭터로 <내 딸 서영이>에서 보여준 변호사 역할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창출해 내며 드라마의 성공을 견인했다. 이종석은 단숨에 수퍼 루키로 성장했으며 이보영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배우로서 한 단계 진일보 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악역 민준국(정웅인)역시 이 드라마에서 간과할 수 없는 캐릭터로서 주목을 받았다. 정웅인의 연기력과 더불어 섬뜩한 느낌을 자아내는 캐릭터의 시너지는 심지어 유행어까지 만들어내며 화제성을 이어갔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tvN <나인>과 함께 2013년에 가장 잘 만들어진 드라마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드라마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주군의 태양> 태공실, 주중원

 

 

 

 

드라마의 판타지 소재는 계속되었다. 히트 작가 홍자매의 <주군의 태양>에서 여주인공 태공실(공효진)은 귀신을 보는 설정으로 등장해 주목 받았다. 착하고 귀여운 여주인공과 다소 까칠하고 무뚝뚝하지만 아픔을 간직한 남주인공이라는 홍자매식 캐릭터는 여전히 크게 변화된 것이 없었지만, ‘귀신을 본다’는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스토리보다는 캐릭터로 승부하는 홍자매답게 태공실과 주중원(소지섭)의 관계에서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결국 드라마의 완성도는 아쉬운 면이 있지만 두 주인공의 관계의 설정이 먹혀든 탓에 시청자들은 그 주인공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고 결국 높은 시청률로 마무리 되었다. 전작 <빅>으로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던 홍자매가 다시 승리하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홍자매식 캐릭터가 아직은 유효하다는 증명이었다.

 

 

<굿닥터> 박시온

 

 

의학드라마도 이제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굿닥터>는 무려 자폐증에 걸린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박시온(주원)은 자폐증상을 가졌지만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서번트 신드롬의 증상을 보이는 인물로서 의사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박시온의 독특한 설정 덕에 기존의 의학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분위기가 창출되었다. 자폐증 연기를 무리없이 소화해 낸 주원의 연기력도 다시금 재평가 되었다. 중간에 다소 무리한 에피소드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따듯하고 귀여운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한 탓에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결국 높은 시청률로 종영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뻔할 수 있는 소재를 놓고 ‘자폐증’이라는 설정을 집어 넣어 흥미를 유발한 것이 주효했다.

 

 

<비밀> 조민혁

 

시청률 5%로 시작한 <비밀>이 결국 기대작 <상속자들>마저 이긴 데에는 드라마의 완성도가 주효했다. 다소 평범해질수 있는 이야기를 인물들의 감정선을 제대로 포착해내며 그 안에서 그들에게 동화되게 만든 것이다. 남자주인공 조민혁(지성)은 여주인공 강유정(황정음)을 따라다니며 그를 괴롭히다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조토커’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는 드라마를 넘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시청자들이 보여준 지점이다. 황정음, 배수빈, 이다희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그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완성도 있는 스토리 덕택에 그들의 감정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했지만 캐릭터로서의 독특함이나 신선함은 사실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 재벌 2세면서도 한 사람을 사랑하는 순애보를 보이며 한 여자를 끝까지 따라다는 조민혁 캐릭터가 주목할만 했다. 결국 <비밀>은 높은 시청률로 종영하며 준비된 신인 작가의 저력을 증명해 냈다.

 

 

<상속자들> 최영도, 한기애

 

 

 

 

김은숙이라는 스타 작가의 <상속자들>에서는 사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등장한다. 다소 전형적인 그들의 관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최영도(김우빈)이다. 최영도는 일진에서 사랑을 아는 남자로서 변모하며 거칠고 남자다운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다소 느끼하고 몸서리쳐지는 로맨틱한 대사들도 완벽하게 소화한 김우빈의 연기력과 그의 독특한 외모 역시 이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투박하지만 다정한 매력을 선보인다는 설정은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김은숙 작가의 독특한 대사 스타일과 김우빈의 매력이 결합되며 캐릭터를 눈에 띄게 만들었다. 결국 김우빈은 <상속자들>로 이종석에 이어 수퍼루키로 떠오르며 누구보다 전망이 좋은 2014년을 맡는 스타들 중 하나가 되었다.

 

 

한기애 역을 맡은 김성령 역시,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만한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중년의 나이에도 소녀답고 귀여운 매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무려 남자 주인공인 이민호의 엄마로 등장했지만 단순한 엄마에 그치지 않고 귀엽고 착하며 여리고 상처가 많지만 자존심 강한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인 덕택에 한기애는 단순히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하나의 중요한 시청포인트로 자리매김했고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런 캐릭터의 시너지 덕택에 상속자들은 결국 20%를 넘기며 김은숙의 성공신화를 이어나갔다.

 

 

<응답하라 1994> 성나정, 쓰레기, 칠봉이, 윤진이

 

 

<응답하라 1994> 전작 <응답하라 1997>의 성공으로 다소의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지만 그 우려를 말끔히 날려버렸다. 중반 이후 다소 쳐지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그 안에서 발견한 캐릭터들과 배우들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응답하라 1994>에서는 데뷔 후 10년 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고아라를 비롯해 정우, 유연석, 도희등 다소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 회자되었다.

 

 

특히 쓰레기를 연기한 정우는 의대 수석이라는 반전매력과 생동감있는 연기력으로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칠봉이(유연석)의 부드러운 매력도 인기를 끌었으며 서브 캐릭터지만 맛깔스러운 전라도 사투리와 욕설을 구사하는 윤진이(도희)는 드라마 첫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주목받는 신인이 되었다.

 

<응답하라 1994>는 결국, 캐릭터와 추억의 힘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공중파를 따라잡는 저력을 보였다.

 

막장 드라마의 막장 캐릭터?

 

 

<야왕> 주다해

 

 

 

이렇게 호평받은 드라마 외에도 ‘막장’ 설정의 드라마 속에서도 캐릭터는 발견되었다.

 

<야왕> 주다해(수애)는 세상 어디어도 없는 막장 악녀를 연기했다. 다소 무리한 설정과 성격 탓에 사이코패스라는 말까지 들은 악녀로 주다해는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는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어설픈 장치들과 설정탓에 주다해라는 인물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단순히 주다해의 악행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신개념의 악행이었다는 것 하나만이 이 캐릭터에 주목할 점이다. 수애는 끝까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이 캐릭터를 소화하며 배우로서의 가능성만큼은 재확인 시켰다.

 

<오로라 공주> 나타샤

 

 

<오로라 공주>의 상식밖의 전개는 쓴 웃음을 짓게 했다. 주인공들 역시 임성한 드라마 답게 수준이하의 행동을 하며 쓴 웃음을 짓게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임성한 드라마라면 의례히 나타나는 막장 캐릭터들에 지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주인공은 아니지만 나타샤(송원근)이라는 인물만은 그동안 임성한 캐릭터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였다. 처음에는 동성애자 캐릭터로 여성스러운 매력을 풍기며 나타난 이 인물은 의외로 드라마의 재미의 일부분을 견인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갑자기 108배를 드리고 동성애를 탈피했다는 설정으로 나타나 비아냥의 대상이 되었다. 말도 안되는 설정과 대사로 비난받는 와중에 캐릭터마저 막장으로 치닫는 임성한식 전개는 결국 시청자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20%를 넘기며 승승장구했고 임성한은 높은 고료를 받고 한 제작사와 계약을 맺는 등, 여전히 건재한 임성한 월드를 증명해 냈다.

 

 

‘일본 드라마’의 독한 캐릭터들

 

 

<직장의 신> <여왕의 교실> <수상한 가정부>등,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열풍 속 여주인공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뛰어난 능력을 갖춘, 상처받은 인물들이었다. 각각의 드라마 속 주인공을 소화한 김혜수, 고현정, 최지우의 연기력은 주목할만 했지만 비슷한 캐릭터의 되풀이는 갈수록 그 힘을 잃었다. 애초에 감정을 배제한 일본식 캐릭터는 한국 정서와는 미묘하게 차이를 보였다. 그들의 캐릭터는 흥미로운 부분이 분명 있었지만 결국 한국에서 ‘일본식’ 여성형 슈퍼 히어로들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앞으로는 일본의 독한 캐릭터들을 그대로 따오기 보다는 한국의 캐릭터들을 심화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TV속 세상은 가상 세계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방영되는 한 시간 남짓 동안 그들에게 동화되고 그 속의 사람들에게 지지를 보낸다. 2013년에는 막장드라만큼 좋은 드라마도 많았다. 그것은 새로운 캐릭터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려 노력한 작가와 제작진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014년에도 그런 노력이 계속되어 즐겁고 참신한 드라마들을 보며 한 시간동안 현실의 시름을 잊게 만들 웰메이드 드라마들을 시청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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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속에서는 40대 여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드라마 속에서 뿐 아니라 예능 속에서 발견되는 40대 여배우들은 20대 못지않은 외모와 20대를 뛰어넘는 연기력으로 작품속에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2, 30대 여배우를 뛰어넘는 자신들만의 ‘완숙미’를 뽐내며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상속자들>속에서 박신혜를 제외하고 가장 주목받은 여자 출연자를 꼽으라면 김성령을 빼 놓을 수 없다. 김성령은 주인공인 이민호의 엄마로 등장했지만 캐릭터를 확실히 각인시키며 드라마의 활력을 불어 넣었다. 재벌 회장의 아이를 낳았지만 호적에도 오르지 못한 세컨드라는 설정만 보면 우울할 수 있는 캐릭터지만 특유의 귀엽고 밝은 백치미를 가진 캐릭터를 소화해 내며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나중에는 자신의 아들인 김탄(이민호)의 사랑을 지지하며 집을 나가는 등, 스토리 전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 냈다.

 

 

 

 

김성령이 연기한 한기애의 소녀같은 모습과 발랄함은 김성령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없다면 설득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그의 모습 덕분에 캐릭터는 인기를 끌었고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김성령은 계속된 드라마의 성공으로 가장 강력한 40대 여배우로 급부상했다. <상속자들>속에서는 그동안의 이지적이고 세련된 모습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마저 더하며 다시 한 번 주목받은 것이다.

 

 

 

<응답하라 1994>의 이일화 역시, 40대 여배우의 존재감을 제대로 확인시켰다. 특이한 것은 이일화의 역할이 그렇게 세련되고 감각적인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숙집의 안주인으로서 하숙생들을 엄마처럼 품는 따듯한 ‘엄마’ 역할을 맡았지만 오히려 그의 20대 못지않은 몸매와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가 주목받았다. 인터넷 상에서는 그의 젊은 시절 사진이 회자되고 여전히 아름다운 그의 외모가 칭송받는다. 한마디로 젊은층의 호응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작품속에서 이일화의 연기와 캐릭터가 대중들의 눈에 띄었다는 증거다. 누군가의 엄마역할이지만 손이 크고 정이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극의 곁다리에서 무게 중심을 놓치지 않는 그의 연기가 빛을 발한 것이다. 임신이라는 반전이 있기는 했지만 자신이 폐경이라 믿은 까닭에 서글퍼 하는, 중년의 이미지마저 그려내는 연기의 진폭은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40대 여배우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엄마지만, 더 이상 단순한 아줌마로 표현되지 않는다. 그들도 그들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특별한 개개인으로 묘사된다. 그 속에는 여전히 자신만의 매력을 간직한 여배우들이 있다.

 

 

 

이런 40대의 매력은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에서도 펼쳐진다. 이미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김희애와 이미연은 첫 번째로 자신의 생얼을 드러낸 <꽃보다 누나>를 통해 대중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동안 그들은 작품속에서라면 끊임없는 매력을 발산했지만 사실 대중들이 받아들이는 그들의 이미지는 정제되고 만들어진 것에 가까웠다. 인간적인 매력을 어필하지 못한 탓에 그들을 둘러싼 루머는 설득력을 얻었고 대중들은 그런 확인되지 않은 곁가지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들의 실제 모습의 이미지를 구축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꽃보다 누나>속에서 그들은 인간적이고 따듯한 그들의 성품을 그대로 드러낸다.

 

 

 

김희애가 ‘처음으로 나를 내보이는 자리에서 대중들 뿐 아니라 나조차도 나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봐 두렵다.’는 걱정은 기우였다. 그대로 드러낸 그들의 매력은 대중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김희애의 따듯한 품성과 이미연의 적극적이고 생동감있는 에너지는 꽃보다 누나의 구심점이 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보다 친근하고 인간적으로 만들면서 또 다른 매력을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그 결과, 이미연에게는 숱한 광고 러브콜마저도 쏟아지는 등, 그들의 커리어마저도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40대는 이제 더 이상 늙은 나이가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고 자신이 가진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드라마 속에서 예능 속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그들의 새로운 면모가 돋보이는 것은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뛰어난 연기력, 그리고 인간적인 매력까지 갖춘 그들에게 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젊고 예쁜 20대의 아름다움은 의례히 당연시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40대의 아름다움은 희소성과 의외성이 있다. 그들의 모습 속에서 대중들이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단순히 엄마와 아줌마의 경계선에 있었던 그들이 그 벽을 뚫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내기 때문이다. 배우에 대한 매력이 증가하자 자연스레 호감도도 증가했다. 그들은 일과 가정을 조율해 내고 나이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잃지 않는 중년의 매력을 증명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아름다운 그들의 이야기는 오히려 풍성해 졌다. 나이 들어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도 자기 나이에 맞는 매력을 하나씩 더해가는 그들이 있는 한, 40대 여배우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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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속에서 고아라는 깜찍하고 귀여운 외모로 주목받으며 단숨에 떠오르는 신인으로 주목받았다. 그 때 고아라의 나이 고작 15. 고아라는 SM이라는 걸출한 소속사에서 집중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배우였고, 처음부터 주연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소속사의 강력한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일이다.

 

 

그러나 이후 고아라의 행보는 실망스럽다 못해 처절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나 영화 모두가 흥행에 실패했고 때로는 연기력 논란에도 시달리며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하지 못한 것이다. 고아라는 결국 대중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갔다. 무명으로 시작한 배우도 아닌 고아라의 실패는 다소 의외의 것이었고 이에 SM의 저주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SM 출신 배우가 나오는 작품은 성공을 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웃지못할 이 말은, 고아라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고아라 뿐 아니라 이연희, 윤아, 유노윤호, 설리, 민호 등 SM출신 연기자들이 출연하는 작품은 하나같이 실패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10년 동안 고아라는 배우로서 꾸준한 활동을 펼쳤지만 단 한 번도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 적이 없었다. 차라리 발연기라는 혹평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이연희가 더 존재감 있을 정도였다. 고아라는 그렇게 잊혀져가는 배우가 되었다.

 

 

그러나 고아라가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출연하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고아라가 아닌 극중 캐릭터, ‘성나정에 감정을 이입한 시청자들은 고아라의 이미지를 바꿨다. 사실 고아라의 연기 경력 초반을 제외한다면 고아라의 연기력은 그다지 큰 질책을 받은 적은 없었다. 물론 뛰어나지도 않았지만 발연기라 조롱받을 수준도 아니었던 것이다. <응사>의 고아라 역시 일취월장한 연기력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고아라를 재발견했다.

 

 

<응사>는 전작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의 후광 아래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그 관심의 중심에 섰지만 그만큼의 부담감도 안고 있었다. <응칠>의 인기에 비례한 시청자들의 애정은 후속작이 그만큼의 재미를 보장하지 못할시, 더욱 큰 비난을 쏟아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응사><응칠>의 분위기와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사실 남편이 누구일까 하는 질문이 가장 큰 시청포인트가 되는 점은 <웅칠><응사>모두 유사한 지점이다. 로맨스물이라는 점도 동일하다. 두 드라마 모두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인물들로 소꿉친구나 아는 오빠, 오빠친구같은 친숙한 인물이라는 친숙함을 먼저 배경에 깔지만 그들이 사실은 판사나 벤처기업가 의대생 야구선수 유망주 같은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에 매력까지 겸비한 왕자님 캐릭터였다는 클리셰를 반전으로 교묘히 활용한다.

 

 

남편 후보가 2명이었던 <응칠>에 비해 <응사>에서는 후보가 다섯 명으로 늘었지만 결국 <응사>의 남편 후보는 쓰레기(정우 분) 칠봉이(유연석 분)으로 압축된다. 다른 인물과 결합되는 반전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분위기로서는 그 반전은 놀랍기 보다는 억지스럽게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배반하지 않는 드라마유형이라는 점에서 결국은 세 사람의 삼각관계가 드라마의 주요 스토리 라인이다. 결국은 두 명의 남편 후보를 활용한 것 역시 <응칠><응사>는 많이 닮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사>는 고유의 매력을 찾았다. 그것은 <응사>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매력 때문이다. <응사>는 신기할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불호가 없다. 모든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애정을 갖고 그들의 사랑을 응원한다. 그 이유는 그 캐릭터가 현실감이라는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결국은 긍정적인 인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지역 특색을 살려 각각의 개성을 살린 사투리를 활용하는 것또한 플러스 요인이다. 시청자들은 그들에게서 주변 친구와 같은 친근감을 느낀다. 억지스럽고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아닌 주변의 인물을 모델로 한 것 같은 익숙함은  설령 쉽게 만나보기 힘든 의대생 수석이라는 설정의 인물이라도 유효하다. 제작진은 그 의대생의 정체를 처음에는 일부러 숨기면서 시청자들의 놀라움을 유도한다. 이미 친근감이 형성된 캐릭터가 수재라는 긍정적 후광을 얻자 그 매력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고아라 역시 이런 캐릭터 구성능력의 수혜자다. 고아라는 다소 말괄량이지만 속마음은 여린 성나정 캐릭터를 맡아서 하숙집 딸로서의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물론 성나정 같은 인물이 의대생 수석과 야구 유망주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것은 판타지다. 그러나 그 판타지는 현실감이 입혀진 캐릭터가 가진 힘 때문에 묘한 설득력을 발휘한다. 고아라는 여주인공으로서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감정이입 대상이 된다. 자신이 감정이입된 캐릭터를 미워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고아라의 그간의 노력은 그와 딱 맞는 캐릭터를 찾지 못한 작품 선정능력에 있었다. SM의 색이 너무 짙어 배우의 매력은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거나 단순히 시청률을 위시한 작품들은 오히려 실패하는 쓰디쓴 잔을 안겼다. 그러나 고아라는 <응사>에서 여주인공으로서의 품격을 처음으로 획득하는 기적을 낳았다. 그것은 고아라의 온전한 능력이라기 보다는 성나정의 능력이다.

 

 

고아라 뿐 아니라 도희, 김성균, 손호준, 정우등 그동안 주목도가 높지 못했던 많은 배우들이 이전과는 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것이 단 한번의 드라마 출연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그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역시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는 하나의 시청포인트다. 그러나 결국 기적은 <응사> 제작진이 만들었다. 톱스타에 목메지 않고 많은 오디션을 거치고 철저한 사전조사와 센스로 드라마를 만든 작가와 PD외 수많은 제작진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단순한 막장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작품속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조차 없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기적이라기 보다는 꾸준한 노력에 대한 응분의 대가에 가까운 결과일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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