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작품 속에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으면서 권력에 저항하는 주인공들의 위기를 그리며시청자들의 뒷통수를 치는 반전으로 호평을 받던 박경수 작가의 신작 <귓속말>은 이보영과 이상윤이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면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을 수 있었다.

 

 

 


<귓속말>역시 박경수 작가의 특징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정의로운 판사였던 이동준(이상윤 분)은 정의롭다고 여겼던 판결 때문에 법정에 서지 못할 위기를 맞고 이 때문에 양심에 거스르는 판결을 내리는 조건으로 대기업 회장인 최일환(김갑수 분)이 내민 손을 잡을 수밖에 없게 된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 지는 지점에서 생겨난 피해자 신영주(이보영 분)는 아버지에 대한 불합리한 판결을 인정할 수 없고 복수의 칼날을 들이댄다. 선과 악, 그리고 권력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가 강렬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강약조절에 실패한 스토리..주인공들의 매력도 반감

 

 

 

 


초반부 스토리는 이동준이 받는 압박으로 흘러간다. 이동준은 신념을 버렸다는 양심에 가책을 받는 것은 물론, 신영주, 최일환의 딸 최수연(박세영 분), 최수연의 연인 강정일(권율 분)등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다.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삶이지만 그 삶은 지옥이다. 여기에서 <귓속말>의 첫 번째 오류가 생겨난다. 남자 주인공이 사방에서 받는 압박을 드라마를 시청하는 내내 숨이 막힐 정도로 몰아붙이고, 숨 쉴틈이 없는 상황 속에서 드라마는 오히려 피곤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섹스비디오’로 협박을 하는 여주인공 신영주는 초반부터 매력발산에 실패한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부당한 판결을 한 것에 대한 분노는 이해할 수 있지만, 신영주의 ‘막무가내 식’ 몰아붙이기는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다. 상황과 현실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만들어진 계획이 아니라 상대방의 약점을 잡고 무조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라며 떼를 쓰는 모습은 여주인공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방해한다.

 

 

 

 

초반부의 답답한 전개를 딛고 이동준과 신영주는 서로 같은 편에 서게 되고 두 사람의 멜로는 진행되지만 드라마의 서사는 이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도록 만들지 못한다. 매회 일어나는 사건들과 반전들은 시청자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기 보다는 지치게 만든다. 일이 해결될 때 쯤에 터지는 위기나 반전은 놀라움이 아닌 ‘반전을 위한 반전’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는 사건의 강약조절에 실패한 스토리라인의 탓이 가장 크다. 적절한 순간에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은 찬사를 받지만, 마치 패턴처럼 반복되는 반전에 대한 호기심은 일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반전에 대한 긴장감이 사라지고 의례히 이쯤에서 다른 상황이 터져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되고야만다.

 

 

 

 



주인공보다 악역에 집중되는 이야기 구조...시청포인트가 애매모호해지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을 연기하는 이보영과 이상윤의 연기마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인다. 형사 출신이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보영의 말투나 액션은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들기 보다는 이전의 지적이고 깔끔한 이보영의 이미지에 갇혀있고, 이상윤의 심각한 표정과 낮게 깔린 목소리는 지나치다 싶을만큼 기계적으로 느껴진다.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악역을 소화한 권율이다. 권율이 소화한 강정일이라는 캐릭터는 주인공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을 보여준다. 애인의 배신이나 아버지의 죽음등을 계기로 복잡해지는 감정의 진폭을 표현하는 권율의 연기는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나올만큼 상당히 인상적이다. 

 

 

 


주인공들에 대한 매력이 반감되고 악역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가자 드라마의 중심축이 흔들린다. 악인을 처단하는 통쾌함에 초점을 맞출 수도 없고, 주인공들의 처절한 고군분투에 공감이 가지도 않는다. 이야기의 흐름이 애매모호해지면서 드라마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진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으나 과연 작가와 배우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낸 드라마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주인공들에 대한 힘이 떨어지자 멜로라인에 대한 관심 역시 줄어든다. ‘성인의 멜로’를 보여주겠다는 포부가 무색할 정도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빠지는 상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두 사람의 멜로에도 감정이입을 하기 힘들다. 결국 드라마는 주인공들에 대한 매력을 설명하는 데 실패하고 만다.

 

 

 


 

<귓속말>은 그동안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던 박경수 작가의 작품 중, 가장 그 구성이 열악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다소의 억지와 개연성 부족을 드라마의 휘몰아치는 메시지와 구성력으로 극복하던 박경수 작가의 필력이 이번만큼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이다.

 

 

 


결국 <귓속말>은 주인공을 위한 드라마가 되지 못했다. 명작이라고 부르기엔 배우들의 매력과 작가의 역량이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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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은 갈등을 유발하고 드라마의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 중 하나다. 각종 악역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금 방영되고 있는 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역적>), <완벽한 아내><귓속말>에 등장하는 악역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악역들은 조금 특별하다. ‘사이코 패스’에 가까운 캐릭터로 주인공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하는 큰 위력을 가진 캐릭터들이기에 그렇다. 사실상 세 드라마 모두 악역의 힘으로 밀어 붙이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역적>-가장 강력한 적, 사이코 패스 연산군

 

 

 


<역적>은 삼사 월화 드라마 중 가장 스토리의 결이 매끄럽다. 사극이지만 시의성을 반영하여 권력에 대항하는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정을 파고드는 부분이다. 영웅이 되어가는 홍길동(윤균상 분)은 백성에 대한 긍휼한 마음을 가지고 그들을 살리고자하고 그런 백성들의 반란을 폭동으로 여기는 연산군(김지석 분)은 절대 권력을 가진 기득권층으로 대표되며 절대 악으로 묘사된다.

 

 

 


그동안 연산군은 수많은 드라마에서 되풀이되어온 캐릭터다.  폐비 윤 씨의 사사, 무오사화와 갑자사화 등 드라마를 수놓을 수 있는 극적인 사건들이 충분한 소재였기 때문이다. 김지석의 연산군은 광폭한 폭군으로 수없이 묘사되었던 연산군의 계보를 잇고 있지만, 단순히 어떤 계기로 인해 폭군이 되었다기 보다는 애초에 보편적인 감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이코 패스’ 기질이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인간 사냥’을 통해 홍길동의 몸을 부수는 연산군의 표정에는 죄책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인간을 사냥하며 짐승취급하는 연산군의 모습은 그의 내면이 짐승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엿보게 하는 것이다. 서늘하고 소름끼치는 감정표현으로 김지석은 악역임에도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들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을 놀이 취급 할 만큼의 사이코 패스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와중에서도 자신의 위치가 무너질까 두려워 초조한 왕의 심리가 극적으로 표현되며 김지석의 연산군은 드라마 후반부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완벽한 아내>-막장으로 달리는 스토리 안에서도 소름끼치는 ‘사이코’

 

 

 


이 드라마는 후반부로 갈수록 제목이 왜 <완벽한 아내>인지 조차 모호한 스토리로 뒷심을 잃어버렸지만, 이은희 역할을 연기하는 조여정만큼은 끝까지 연기의 중심을 놓치지 않는다. 이은희는 극 초반부터 웃음을 가장하고 있지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캐릭터로서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조여정은 이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킨 일등 공신이었다. 주인공 심재복(고소영 분)의 이혼에 기뻐하며 혼자 웃으며 춤을 추거나, 웃음 뒤에 언뜻 보이는 서늘한 무표정은 이 캐릭터의 심리 상태를 제대로 표현해 낸 것이었다.이은희의 정체를 숨기면서도 그 캐릭터가 안에 숨겨진 정상적이지 않은 자아를 표현해 내는데 조여정은 더할나위 없는 적역이었다.

 

 

 


이은희는 주인공 심재복 보다 훨씬 더 주목도가 높은 캐릭터다. 이은희가 벌이는 사건이 이 드라마에 가장 큰 중심 축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갈수록 정신병원에 심재복과 이은희를 가두며 다소 어이없는 전개로 흘러간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 안에서도 조여정은 소름끼치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된다. 불안한 정신상태로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며 즐거워 하는 ‘사이코’ 캐릭터는 <완벽한 아내>의 최고의 수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귓속말>-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이코’

 

 

 


이보영, 이상윤 주연에 박경수 작가가 집필하여 화제가 된 <귓속말>은 작가의 색채가 짙게 배어 나오지만 전작들에 비해 부족한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사건은 사건의 꼬리를 물고 연속적으로 터지지만 반복되는 위기 상황 속에서 긴장감은 오히려 줄어든다. 사건을 터뜨리는 부분에서 강약 조절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탓이다.

 

 

 


특히 이보영이 연기하는 신영주 캐릭터에는 오류가 많다. 아버지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고, 불치병까지 걸린 마당에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것은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너무 앞뒤없이 사건에 덤벼드는 탓에 오히려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고 만다. 뚜렷한 대책이나 계획 없이 무작정 달려드는 여자 주인공의 행동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호감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은 악역 캐릭터인 강정일(권율 분)과 최일환(김갑수 분)이다. 강정일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인물로, 자신이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빼앗기자 점차 괴물이 되어간다. 어떻게 보면 사랑 때문에 누군가를 위해 저지른 악행으로 시작된 일이지만, 그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고 그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에 분노하는 모습은 결코 인간적이지 않다.

 

 

 


그러나 악역 악역의 심리와 고뇌를 놓치지 않는 스토리 라인 덕분에 ‘섹시한 악역’으로서 평가받으며 주목을 받고 있다. 강정일을 연기하는 권율 역시, 이 드라마로 그동안의 순수하고 착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연기 변신을 인정받는 호연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두 드라마에서 보다 감정적으로 절제된 캐릭터지만  어쩌면 주인공보다 더욱 주목받는 악역이다.

 

 


그 뒤에 있는 절대 악 최일환은 <귓속말>에서 가장 큰 사건을 만들어 내는 최종보스격 악의 축이다. 최일환은 신영주의 아버지 사건을 조작한데 이어서 이제는 강정일의 유일한 혈육이었던 강유택(김홍파 분)마저 살해했다. 자신의 이익과 성공을 위해서라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는 그의 캐릭터가 주는 무게감은 드라마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강정일이 괴물이라면 최일환은 악마에 비견된다. 김갑수의 뛰어난 명불허전 연기력은 캐릭터의 존재감을 더욱 키우며 절대권력을 가진 가장 강력한 벽으로서의 역할을 확실하게 표현해 낸다.

 

 

 


주연보다 주목받는 악역, 공통점이 있다.

 

 

 


지금 주목받고 있는 악역들은 단순히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갖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감정을 쏟아내며 악행과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악역이 아닌,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감정을 포기한 캐릭터들이다. 자신들이 잘못을 하지만 그 잘못이 실제로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남들의 고통에 대한 이해는 없으며 자신이 처한 고통은 참지 못하는 ‘사이코 패스’ 성격의 캐릭터들이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악역들이 드라마 안에서 주목받고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연기자의 인기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시청자들이 그들에게 현실적인 감정이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생활에 마주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드라마 안에서 존재하는 무지막지한 ‘사이코’ 캐릭터들은 ‘역할’로서 각인될 수 있다. 그런 캐릭터를 소화해 내는 배우들에 대한 찬사 역시 경험해 보지 못한 영역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에 대한 놀라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악역에 힘을 지나치게 실어준 나머지 스토리 구조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역시 적지 않다. 주인공의 존재감이 약해지는 것은 물론 캐릭터의 붕괴역시 일어날 수 있다. 주목받는 악역을 만들어 내는 것 보다 그 캐릭터를 스토리 안에서 어떻게 잘 공존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드라마에서 먼저 선행되어야 할 고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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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 이상윤 주연의 드라마 <귓속말>은 친절한 드라마가 아니다. 처음부터 얽히고설킨 사건의 연속으로 주인공들은 늪에 빠지고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한다. 인간관계 또한 평범하지 않다. 주인공들은 서로를 쫒고 쫒기는 증오의 관계다. 그런 관계를 만들기 위한 상황 역시 다변적으로 일어난다. <귓속말>은 <피고인>의 지성에 이어 이보영이 주연을 맡은 점이 화제가 되었지만, <귓속말>의 실질적 주제를 대변하는 인물은 이상윤이 맡은 ‘이동준’이다.

 

 

 


첫 회, 이동준은 정의로운 판사로 나온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판결을 내리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밀어 붙인다. 대법관의 청탁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를 지녔지만 그런 그의 신념은 오히려 독이 되고야만다. 고위층에 대한 자비없는 판결로 많은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는 정의의 심판자’쯤으로 생각했지만, 그런 평판이 그를 지켜줄 무기가 되지는 못한다.

 

 

 


결국 그에게 앙심을 품은 판사들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는 그에게 판사의 직위를 남용했다는 누명을 씌우려 한다. 그 때, 대기업 태백의 손길이 그에게 닿는다. 태백의 회장 최일환(김갑수 분)은 자신이 벌인 사건의 판결을 조작하기 위해 이동준에게 손을 내밀고,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바로 ‘태백’의 사위가 되는 것.  

 

 

 


‘악은 성실하다.’

 

 

 

 

 

 

이 대사를 던지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최일환에게 저항할 힘이 이동준에게는 없다. “판사 재임용 탈락은 피할 수 없네. 자넨 늪에 빠졌어. 신창호(강신일)를 밟고 올라오게” 라고 말하는 최일환의 말은, 부드럽게 들리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이동준의 인생이 진창이 될 것이라는 협박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싸워 보려는 이동준의 의지마저 꺾는 인사 위원회의 협공에 무력함을 느낀 이동준은 결국   “임용은 못 막았지만 죄수복은 막아줄 수 있네. 1심도 2심도 3심도 있지만 자네 인생은 1심으로 결정이 될 거야. 자네 인생을 위해 결정하게”라는 말에 수긍하고야만다.

 

 

 


‘그 세상, 내가 만들었나요?’

 

 

 

 

 

 

그러나 대가 없는 혜택은 없는 법. 이동준에게는 그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에게 유죄 판결을 내려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그동안 지켜온 이동준의 신념이 깨지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그 때문에 상처 입혀야 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었다. 이미 그를 찾아온 신창호의 딸, 신영주(이보영)는 그에게 증거를 내밀며 무죄를 주장했다. “불법 취득 증거다”라는 이동준의 지적에 신영주는 대답한다.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불법과 손잡아야 하는 세상, 내가 만들었나요?” 이 대사는 이동준의 폐부를 아프게 파고든다. 이동준은 “보이지 않는 증거를 추정해서 판결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증거는 외면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신영주는 결정적 증거물인 아버지 신창호의 핸드폰을 찾아 이동준에게 내민다.

 

 


‘징역 15년을 선고한다.’

 

 

 

 

 

 

그러나 이동준이 최일환과 손잡게 되면서, 그 증거는 무의미하게 사라졌다. 판결이 내려지는 순간, 신영주는 분노와 원망의 눈길로 이동준을 보고, 이동준은 그 눈길을 애써 외면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신영주의 복수극. 신영주는 만취한 이동준을 호텔로 끌고 가서 그와 동침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는다. 그리고 협박한다. “입닫아. 우리 아빠 데려와야 겠다.”고. 이미 태백과 손잡은 이동준에게 있어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끝없이 몰아붙이는 상황, 가장 공감되는 남주의 감정선

 

 

 


단 2회가 방영되었을 뿐인데 이동준은 벌써 양쪽에서 크나큰 압박을 받고 있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하든 자신이 파국을 맞이할 것은 자명한 일. 자신의 비서로 취직하기까지 한 신영주의 모습과 애정도 없이 출세만을 위해 선택한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 그리고 양심을 팔아 넘긴 대가로 유지하는 자리는 생각보다 깊은 비밀을 간직한 아내 최수연(박세영 분)의 악행을 덮어야 하는 자리인데다가 강정일(권율 분)을 포함해 노리는 사람이 많다.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를 압박하는 요소다.

 

 

 


 

“경찰은 동조했고 언론은 침묵했다. 왜 나만!”이라며 자신의 상황을 피하듯 토해내도  "당신을 믿었으니까. 보이는 증거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믿었으니까"라며 분노하는 신영주의 말을 반박할 수 없다. 어디를 가도 감정의 외줄타기를 해야하는 이동준의 처지는 딱할 지경이다.

 

 

 


상황을 위한 상황, 무리수로 만들어진 긴장감

 

 

 

 

 

그러나 문제는 남자 주인공을 불쌍하게 만들기 위해 놓여진 덧들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숨쉴 틈이 없다. 남자 주인공은 24시간 압박을 받고 있고, 어디를 향해도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그 상황을 만들기 위해 여자 주인공에게도 다소 무리한 상황설정에 놓는다. 이를테면 형사출신인 그가 증거품인 핸드폰 안의 기록을 복제도 안하고 그대로 이동준에게 넘겨준다든지, 태백의 비서로 태연하게 취직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철저히 조사하고 사건을 꾸민 태백측에서 신영주가 신창호의 딸이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조금 억지스럽다. 자신들이 조작한 사건에서 죄를 뒤집어 쓴 인물에 대한 최소한의 조사도 안 할만큼 엉성한 일처리를 ‘드라마적 과장법’이라고 이해하기는 힘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자 주인공의 처지는 부각되었지만, 여자 주인공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자신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이동준 판사에게 복수를 하는 신영주의 태도는 너무 막무가내식이다. 상황 파악을 제대로 했다면 이동준이 아닌 태백이 뿌리 깊은 비리에 총대를 겨눠야 한다. 이동준은 그 복수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야 하는데 2회만에 이동준은 그 목적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아버지가 피를 토하는 병에 걸렸다는 것은 여주인공의 마음을 더욱 급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지만, 너무나 작위적이다.

 

 

 


가장 감정이입이 되는 것은 불쌍한 남자 주인공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모든 압박을 홀로 견뎌내야 한다. 그러나 그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은 너무 피곤하고 지치는 일이다. 한 숨을 돌리고 쉬는 시간이 없는 <귓속말>은 확실히 현실에 대한 불합리함을 생각해 보게는 하지만, 그 이상의 끌려들어가는 포인트를 놓쳤다. 경쟁작 <역적>에 시청률 역전을 당한 것도 우연만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제 초반일 뿐이다. 물론 드라마는 초반의 몰입도가 중요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과연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자를 설득시킬 수 있을까.앞으로 남겨진 시간동안 보게 될 <귓속말>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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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이 드라마 3월 20일 <피고인>으로 시청률 25%를 넘기며 성공의 역사를 쓴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로맨스 드라마도 아니고, 장르물에 가까운 작품이 이정도의 성과를 얻는 것은 좀처럼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피고인>은 올해 방영된 주중 공중파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피고인>의 스토리라인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이를 메울 만큼 열연을 펼친 배우들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만 하다. 특히 주인공을 맡은 지성의 활약을 빼놓을 수는 없다. 지성은 누명을쓰고 감옥에 들어가는 박정우 역할을 맡아 당황스러움부터 딸에 대한 아버지의 부성, 자신을 감옥에 넣은 상대방에 대한 분노, 원망, 절규까지 다양한 감정을 처절하게 표현하며 '믿고 보는' 지성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흥미롭게도 지성이 퇴장한 자리에 지성의 아내인 이보영이 등장한다. 이보영은 <귓속말>이라는 작품으로 <피고인>의 후속작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꽤 화제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연예인 부부라 하더라도 이렇게 연속으로 작품이 방영되는 경우는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지성이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이고 떠난 자리이기 때문에 이보영이 어떤 연기를 보여줄 것인가 하는 기대감 역시 상승했다.
 

 

 

 

이런 기대감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부부가 연속으로 출연한다'는 것을 넘어 그동안 지성 못지 않았던 이보영의 행보 때문이기도 하다. 이보영은 커리어를 착실하게 쌓아 올린 배우다. 처음에는 단아한 이미지로 '아시아나 항공 모델 출신'이라는 사실이 부각되었지만 이보영은 단순히 '단아한' 이미지에 만족하지 않고 이미지를 깨려는 노력을 해왔다. <서동요>가 이보영의 기존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 역할이었다면 드라마 <부자의 탄생>이나 영화 <원스어폰어타임>에서는 코믹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보영을 각인 시킨 것은 주말극 <내딸 서영이>였다. 이보영은 타이틀롤을 맡아 자신의 아버지를 버릴 만큼 매정한 모습이나 비밀을 간직한 채 살얼음판을 걷는 심리묘사를 완벽하게 해 내며 이보영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신뢰도를 만들어 냈다. 그동안 이미지와 상반된 역할에도 고정되어 있었던 '단아한 이보영'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내 딸 서영이>는 이보영의 배우로서 한계와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는 사실을 인지시킨 작품이었다.

 

 

 



이어 선택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너목들>)는 작품의 높은 완성도와 더불어 이보영을 지성처럼 '믿고 보는' 배우로 각인시킨 작품이었다. 이보영은 <내 딸 서영이>에 이어 또 한 번 변호사 역할을 맡았지만 '서영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변신을 성공시켰다. 까칠하고 속물적이지만 진정한 '변호사'로서 성장해 가는 장혜성 역할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법정물처럼 보인 초반부와 후반부로 갈수록 스릴러적인 요소에 멜로까지 더해졌지만 이 모든 장르가 유기적인 구성으로 잘짜여져 있었던 까닭에 드라마는 성공과 더불어 엄청난 화제성까지 확보하게 된다. 이보영은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너목들>로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낸다. <킬미힐미>로 대상을 수상한 지성에 비해 2년 빠른 성과였다.

 

 

 



이후 <신의 선물-14일>(이하 <신의 선물>) 역시 시청률은 다소 아쉬웠지만 '작품'을 우선시하는 이보영의 선택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신의 선물>에서 이보영은 아이와 남편이 있는 가정주부이자 시사 방송프로그램 작가 역할을 맡았다. 결혼 이후 선택한 작품이지만, <너목들>때 까지만 해도 연하남과의 로맨스를 펼칠만큼 트렌디했던 이보영이 아이의 엄마 역할을 맡는 것은 여배우의 나이에 대한 부담감을 생각해 보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보영은 과감하게 작품에 뛰어 들었고 시간 여행을 하며 딸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점차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 상황 속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엄마를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딸의 목숨이 달린만큼 노이로제에 걸린 사람처럼 집착하는 모습은 이보영의 또다른 연기 세계를 확인시켰다.

 

 

 

 



<신의 선물>은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였던 만큼, 미국에서도 판권을 사 제작이 확정되었다. 올해 6월 미국 전역 방송예정이다. 한국 드라마 판권이 팔려도 제작이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점을 상기해 보면 작품의 작품성이 인정받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만큼 이보영은 주연으로 확고한 성장을 한 후에도 시청률과 관계없이 '작품'에 대한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다. <너목들> 출연 당시에도 "대본을 읽고 반했다"고 말할 만큼, 단순히 자신의 캐릭터가 아니라 작품 자체를 바라볼 줄 아는 배우인 것이다.

 

 

 



<귓속말>역시 그동안 폐부를 찌르는 현실 비판으로 <추적자><황금의 제국> <펀치>등을 선보였던 박경수 작가의 작품이다. 믿고 보는 작가와 믿고 보는 배우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궁금해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성에 이은 이보영의 등장이 기대가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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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너목들>)>이후 박혜련 작가가 내놓은 <피노키오>는 방영 2회만에 10%의 벽을 돌파하며 저력을 보여주었다. <너목들>이 호평과 시청률을 동시에 잡은만큼 <피노키오>에 쏟아지는 관심역시 높은 상황이었지만 박혜련 작가와 연출진은 그 기대를 충족시키며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피노키오>는 <너목들>과는 전혀 다른 드라마지만 <너목들>에서 느껴졌던 희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다르면서도 비슷한 박혜련 작가 특유의 전개 공식 때문이다.

 

 

 

 

1. 주인공의 특별한 능력

 

 <너목들>의 박수하(이종석 분)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다른 사람보다 이해력도 빠르고 뛰어난 지능을 가지게 된다. <피노키오>속 최달포(이종석 분)역시 엄청난 두뇌의 소유자다. 1~2회 분에서는 어린 시절 과거를 숨기게 되면서 자신의 지능까지 숨기고 사는 최달포의 사연이 밀도있게 그려졌다. 퀴즈대회를 이용한 긴장감은 이 드라마의 백미였다.  

 

 

 

<너목들>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능력이 판타지였다면 <피노키오>에서는 ‘피노키오’라는 가상의 증후군을 내세웠다. 피노키오 증후군은 거짓말을 하면 딸국질을 하는 증후군으로 남자 주인공 대신 여자주인공이 이 특징을 부여받았다. 이는 여자주인공의 솔직하고 당당한 성격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못하는 순진함까지 보여주었다.  또한 나중에 있을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과 갈등을 표현하게 하는 매개체가 될 전망이다. 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2. 이야기는 과거로부터 시작된다.

 

 

 

 

<너목들>과 <피노키오>는 모두 주인공들의 어린시절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너목들>에서는 주인공 박수하와 장혜성(이보영)이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박수하 아버지의 살인 사건 때문이다. 이 사건은 현재의 주인공들을 이어 주는 촉매제인 동시에 지금 결말을 지어야 할 숙명과도 같은 사건이다.

 

 

 

 

결국 ‘현재’를 결정짓는 것은 과거에 일어났던 충격적인 사건 때문이고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그 사건을 중심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피노키오>에서도 언론의 피해자가 된 기하명은 결국 최달포로 살아야 하는 운명이 된다. 게다가 여자주인공은 그 언론을 주도한 기자의 딸이다. 원수의 딸과 사랑에 빠지는 운명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시선이 쏠리는 지점이다.

 

 

 

 

3. 사회문제를 녹여내 주인공의 성장을 이끌다

 

 

 

 

 

 

<너목들>에서 박혜련 작가는 주인공을 변호사와 초능력자로 설정해 왕따 문제와 법의 구멍등, 사회적인 화두를 던졌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는 남자 주인공이 변호사인 여자 주인공과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추리극과 법정 드라마의 성격마저 띄며 긴장감을 적절히 조율해 냈다. 그 과정에서 이기적이고 자신밖에 몰랐던 장혜성은 진정으로 자신의 의뢰인을 위해 변호하는 변호사로서의 성장을 이루어 낸다.

 

 

 

<피노키오>에서도 여론과 언론의 폐해라는 사회 화두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그 언론의 잘못된 뭇매를 맞은 후, 모든 과거를 버려야 했으며 여 주인공은 자신의 엄마가 있는 방송국의 기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에 여러 사건을 취재하게 되며 사회적인 문제에 눈을 뜨게 되는 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너목들>과 <피노키오> 모두 다소 복잡하고 많은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박혜련 작가의 강점은 이 모든 것을 제대로 녹여내 수습하는 것이다. 그 모든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다음 장면이 궁금해지게 하는 박혜련 작가의 필력은 <피노키오>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러면서도 드라마의 분위기를 지나치게 무겁거나 어둡게 끌고가지 않으며 코믹을 버무리는 솜씨는 <너목들>보다 유려해 졌다.

 

 

 

1, 2회만으로도 이런 기대감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은 최근 지상파 드라마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피노키오>가 <너목들>이상의 호평과 흥행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만들어 낸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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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연말이 지나고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각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도 모두 마무리 되었다. 그 중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은 MBC 하지원, KBS 김혜수, SBS 이보영으로 결정되었다. 수상 결과만 보면 납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연기대상’이라는 걸출한 이름에 걸맞지 않게 수상 결과는 너무도 지루하고 답답했다.

 

 

 

시작은 MBC였다. MBC는 그간 연말마다 지적되던 고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드러냈다.

 

 

2002년, MBC는 <인어아가씨>에 출연한 장서희에게 대상을 포함, 무려 다섯 개의 상을 안겼다. <인어아가씨>는 당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었고 해를 넘겨 계속 될 드라마였다. 누가봐도 이슈를 만드는 몰아주기식 수상이 아닐 수 없었다.

 

 

2008년 <에덴의 동쪽>도 같은 상황에 놓여있었다. 해를 넘겨 계속 진행될 <에덴의 동쪽>출연진이 거의 모든 상을 휩쓸었다. 대상은 그 해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에게 돌아가긴 했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이 공동 수상을 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몰아주기식 수상 결과의 최대 수혜자는 송승헌, 피해자는 김명민이었다. 그 결과와 동시에 상의 권위는 추락했다.

 

 

이뿐이 아니었다. 2010년에는 김남주와 한효주가 대상을 공동수상 했다. 바로 작년에는 <마의>로 조승우가 대상에 선정되었다. 연기력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빛과 그림자>에서 열연한 안재욱은 단 하나의 수상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마의>역시, 해를 넘겨 계속 진행될 드라마였다는 점에서 속셈이 뻔히 보이는 결과였다.

 

 

올해 <기황후>의 하지원의 대상 수상 소식은 이 맥락과 결코 다르지 않다. 하지원의 연기와 드라마의 시청률, 화제성은 물론 상당하다. MBC 연기대상에 마땅한 다른 대상도 없었다. 허지웅은 <썰전>에서 “자존감 있다면 MBC는 아무에게도 대상을 주면 안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기까지 했다. <기황후>는 역사왜곡 논란등 각종 구설수에 시달린 바가 있다. 또한 시청률은 높지만 하지원이 특별히 돋보인다고 볼 수는 없다. 단순히 연기력과 시청률만 놓고 본다면 <백년의 유산>의 박원숙이 받아도 할말이 없다. 그러나 MBC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고현정, 최강희, 이준기등 좋은 연기를 선보인 인물들은 아예 불참을 선언했다. ‘참석한’ 죄로 수상소감에서 다소 태도가 아쉬웠던 수지가 고현정, 최강희등과 경쟁하여 상을 받고 괜한 구설수에 시달렸다. 연기대상인지 논란대상인지 알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대상은 하지원 한 사람이었지만 수많은 상의 카테고리를 만들고 그 상에서 조차도 공동수상을 남발하는 행태 역시 계속되었다. 수상결과가 뻔히 보이는, 재미없는 시상식이었다.

 

SBS는 오히려 좋은 작품이 너무 많아 문제였다. SBS가 이에 제시한 해법 역시 상의 카테고리를 나누는 것이었다. 드라마 우수 연기상, 최우수 연기상 시상에 미니, 중편, 장편드라마로 나누어 상을 남발했고 대상 후보였던 조인성은 출처도 불분명한 특별상을 수상했다. 뉴스타상과 10대 스타상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무려 10명씩 무대위로 불려나와 상을 받기도 했다. 상이 남발되는 과정에서 대상으로 가는 과정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이보영이 대상이라는 사실은 이미 십분 전부터 알 수 있었다.

 

 

 

SBS에서도 불참 행진은 이어졌다. 송혜교, 수애, 공효진등 주요 출연진들이 빠졌다. 개인적인 사정에 의한 불참이었지만 사실상 그들이 그곳에 등장하지 않아도 아쉬울 것 없는 그림이었다. 상이 남발되는 와중에도 송혜교를 제외하고는 mbc와 마찬가지로 불참 인원에게 돌아가는 상은 없었다. 이쯤되면 MBC나 SBS나  수상결과는 참가상 수준이었다.

 

KBS도 이런 지루함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김혜수의 대상은 납득이 갔지만 김혜수 조차도 “대상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발언을 할 정도였다. 김혜수만큼의 경력과 커리어가 다른 대상 후보들에게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KBS역시, 미니, 장편, 일일 드라마로 나눠 상을 골고루 나눠주기 위한 전략을 폈다. 그나마 연기대상의 ‘나눠먹기’가 다른 방송국에 비해서는 약했지만 그래도 막장논란이 있었던 <왕가네 식구들>의 문영남작가가 작가상을 수상하고 사회를 보는 윤아가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의 다소 이해하지 못할 수상결과도 있었다.

 

 

결국 연말 방송국 연기대상은 상을 주지 않으면 굳이 참석할 필요가 없는 형태로 변모해 가고 있다. 상위 권위는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수상결과에 의외성이나 전문성, 혹은 재미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시상식의 패턴은 동일할 수밖에 없다. 그런 시상식이 긴장감 있는 이유는 ‘누가 받을지 모르는’ 그 순간에 있다. 그러나 그런 긴장감이 없는 시상식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 많은 금액과 시간을 들여서 하는 시상식이 단순히 형식적이고 도식적인 행사가 되어가는 것은 전파낭비일 뿐이다. 차라리 시상식 때문에 중단된 정규 방송이 그리워진다.

 

 

예전부터 지적되었듯이 차라리 방송 삼사의 통합 연기대상을 만드는 편이 훨씬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참석해도 참석하지 않아도 그만인 연기대상 시상식 속에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상은 시청자들에게는 지루한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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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며칠 후면 새해가 밝아 오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2014년에도 우리는 TV앞에 앉아서 즐거움을 찾을 것이다. 2014년에는 또 새로운 드라마와 새로운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러면 2013년에 지금껏 우리를 사로잡은 캐릭터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를 웃기고 울린 2013년의 드라마 속 캐릭터들을 정리해 보았다.

 

 

<구가의 서> 구월령, 최강치

 

 

 

 

최근 막을 올린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은 무려 외계인이다. 이제 소재는 단순한 사람들을 뛰어 넘어 판타지와 접목시킨 로맨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13년에 그 포문을 연 것은 <구가의서>다. <구가의서>에서 산의 수호령, 구미호를 연기한 구월령(최진혁)은 등장 횟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음에도 여심을 녹이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어 <상속자들>에 캐스팅 되었고 tvN에서 방영될 새로운 금토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이어 반인반수를 최강치를 연기한 이승기 역시 연기력이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여전히 식지않은 인기를 증명해냈다. <구가의서>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기분좋은 성적을 얻었다. 그 안에서 나온 ‘반인반수’ 캐릭터는 그간 단순한 구미호라는 설정에서 한 단계 진보한 형태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장혜성, 박수하, 민준국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이종석)역시, 남의 속마음을 읽는다는 설정을 통해 판타지성을 부각시키며 드라마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박수하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으로 그 능력으로 장혜성(이보영)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 알고 싶지 않은 진실에 직면하며 위기를 맞는 등, 드라마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여주인공인 장혜성(이보영) 또한 까칠하고 자기 중심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변호사 캐릭터로 <내 딸 서영이>에서 보여준 변호사 역할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창출해 내며 드라마의 성공을 견인했다. 이종석은 단숨에 수퍼 루키로 성장했으며 이보영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배우로서 한 단계 진일보 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악역 민준국(정웅인)역시 이 드라마에서 간과할 수 없는 캐릭터로서 주목을 받았다. 정웅인의 연기력과 더불어 섬뜩한 느낌을 자아내는 캐릭터의 시너지는 심지어 유행어까지 만들어내며 화제성을 이어갔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tvN <나인>과 함께 2013년에 가장 잘 만들어진 드라마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드라마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주군의 태양> 태공실, 주중원

 

 

 

 

드라마의 판타지 소재는 계속되었다. 히트 작가 홍자매의 <주군의 태양>에서 여주인공 태공실(공효진)은 귀신을 보는 설정으로 등장해 주목 받았다. 착하고 귀여운 여주인공과 다소 까칠하고 무뚝뚝하지만 아픔을 간직한 남주인공이라는 홍자매식 캐릭터는 여전히 크게 변화된 것이 없었지만, ‘귀신을 본다’는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스토리보다는 캐릭터로 승부하는 홍자매답게 태공실과 주중원(소지섭)의 관계에서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결국 드라마의 완성도는 아쉬운 면이 있지만 두 주인공의 관계의 설정이 먹혀든 탓에 시청자들은 그 주인공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고 결국 높은 시청률로 마무리 되었다. 전작 <빅>으로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던 홍자매가 다시 승리하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홍자매식 캐릭터가 아직은 유효하다는 증명이었다.

 

 

<굿닥터> 박시온

 

 

의학드라마도 이제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굿닥터>는 무려 자폐증에 걸린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박시온(주원)은 자폐증상을 가졌지만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서번트 신드롬의 증상을 보이는 인물로서 의사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박시온의 독특한 설정 덕에 기존의 의학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분위기가 창출되었다. 자폐증 연기를 무리없이 소화해 낸 주원의 연기력도 다시금 재평가 되었다. 중간에 다소 무리한 에피소드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따듯하고 귀여운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한 탓에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결국 높은 시청률로 종영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뻔할 수 있는 소재를 놓고 ‘자폐증’이라는 설정을 집어 넣어 흥미를 유발한 것이 주효했다.

 

 

<비밀> 조민혁

 

시청률 5%로 시작한 <비밀>이 결국 기대작 <상속자들>마저 이긴 데에는 드라마의 완성도가 주효했다. 다소 평범해질수 있는 이야기를 인물들의 감정선을 제대로 포착해내며 그 안에서 그들에게 동화되게 만든 것이다. 남자주인공 조민혁(지성)은 여주인공 강유정(황정음)을 따라다니며 그를 괴롭히다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조토커’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는 드라마를 넘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시청자들이 보여준 지점이다. 황정음, 배수빈, 이다희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그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완성도 있는 스토리 덕택에 그들의 감정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했지만 캐릭터로서의 독특함이나 신선함은 사실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 재벌 2세면서도 한 사람을 사랑하는 순애보를 보이며 한 여자를 끝까지 따라다는 조민혁 캐릭터가 주목할만 했다. 결국 <비밀>은 높은 시청률로 종영하며 준비된 신인 작가의 저력을 증명해 냈다.

 

 

<상속자들> 최영도, 한기애

 

 

 

 

김은숙이라는 스타 작가의 <상속자들>에서는 사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등장한다. 다소 전형적인 그들의 관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최영도(김우빈)이다. 최영도는 일진에서 사랑을 아는 남자로서 변모하며 거칠고 남자다운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다소 느끼하고 몸서리쳐지는 로맨틱한 대사들도 완벽하게 소화한 김우빈의 연기력과 그의 독특한 외모 역시 이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투박하지만 다정한 매력을 선보인다는 설정은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김은숙 작가의 독특한 대사 스타일과 김우빈의 매력이 결합되며 캐릭터를 눈에 띄게 만들었다. 결국 김우빈은 <상속자들>로 이종석에 이어 수퍼루키로 떠오르며 누구보다 전망이 좋은 2014년을 맡는 스타들 중 하나가 되었다.

 

 

한기애 역을 맡은 김성령 역시,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만한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중년의 나이에도 소녀답고 귀여운 매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무려 남자 주인공인 이민호의 엄마로 등장했지만 단순한 엄마에 그치지 않고 귀엽고 착하며 여리고 상처가 많지만 자존심 강한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인 덕택에 한기애는 단순히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하나의 중요한 시청포인트로 자리매김했고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런 캐릭터의 시너지 덕택에 상속자들은 결국 20%를 넘기며 김은숙의 성공신화를 이어나갔다.

 

 

<응답하라 1994> 성나정, 쓰레기, 칠봉이, 윤진이

 

 

<응답하라 1994> 전작 <응답하라 1997>의 성공으로 다소의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지만 그 우려를 말끔히 날려버렸다. 중반 이후 다소 쳐지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그 안에서 발견한 캐릭터들과 배우들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응답하라 1994>에서는 데뷔 후 10년 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고아라를 비롯해 정우, 유연석, 도희등 다소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 회자되었다.

 

 

특히 쓰레기를 연기한 정우는 의대 수석이라는 반전매력과 생동감있는 연기력으로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칠봉이(유연석)의 부드러운 매력도 인기를 끌었으며 서브 캐릭터지만 맛깔스러운 전라도 사투리와 욕설을 구사하는 윤진이(도희)는 드라마 첫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주목받는 신인이 되었다.

 

<응답하라 1994>는 결국, 캐릭터와 추억의 힘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공중파를 따라잡는 저력을 보였다.

 

막장 드라마의 막장 캐릭터?

 

 

<야왕> 주다해

 

 

 

이렇게 호평받은 드라마 외에도 ‘막장’ 설정의 드라마 속에서도 캐릭터는 발견되었다.

 

<야왕> 주다해(수애)는 세상 어디어도 없는 막장 악녀를 연기했다. 다소 무리한 설정과 성격 탓에 사이코패스라는 말까지 들은 악녀로 주다해는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는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어설픈 장치들과 설정탓에 주다해라는 인물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단순히 주다해의 악행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신개념의 악행이었다는 것 하나만이 이 캐릭터에 주목할 점이다. 수애는 끝까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이 캐릭터를 소화하며 배우로서의 가능성만큼은 재확인 시켰다.

 

<오로라 공주> 나타샤

 

 

<오로라 공주>의 상식밖의 전개는 쓴 웃음을 짓게 했다. 주인공들 역시 임성한 드라마 답게 수준이하의 행동을 하며 쓴 웃음을 짓게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임성한 드라마라면 의례히 나타나는 막장 캐릭터들에 지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주인공은 아니지만 나타샤(송원근)이라는 인물만은 그동안 임성한 캐릭터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였다. 처음에는 동성애자 캐릭터로 여성스러운 매력을 풍기며 나타난 이 인물은 의외로 드라마의 재미의 일부분을 견인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갑자기 108배를 드리고 동성애를 탈피했다는 설정으로 나타나 비아냥의 대상이 되었다. 말도 안되는 설정과 대사로 비난받는 와중에 캐릭터마저 막장으로 치닫는 임성한식 전개는 결국 시청자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20%를 넘기며 승승장구했고 임성한은 높은 고료를 받고 한 제작사와 계약을 맺는 등, 여전히 건재한 임성한 월드를 증명해 냈다.

 

 

‘일본 드라마’의 독한 캐릭터들

 

 

<직장의 신> <여왕의 교실> <수상한 가정부>등,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열풍 속 여주인공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뛰어난 능력을 갖춘, 상처받은 인물들이었다. 각각의 드라마 속 주인공을 소화한 김혜수, 고현정, 최지우의 연기력은 주목할만 했지만 비슷한 캐릭터의 되풀이는 갈수록 그 힘을 잃었다. 애초에 감정을 배제한 일본식 캐릭터는 한국 정서와는 미묘하게 차이를 보였다. 그들의 캐릭터는 흥미로운 부분이 분명 있었지만 결국 한국에서 ‘일본식’ 여성형 슈퍼 히어로들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앞으로는 일본의 독한 캐릭터들을 그대로 따오기 보다는 한국의 캐릭터들을 심화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TV속 세상은 가상 세계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방영되는 한 시간 남짓 동안 그들에게 동화되고 그 속의 사람들에게 지지를 보낸다. 2013년에는 막장드라만큼 좋은 드라마도 많았다. 그것은 새로운 캐릭터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려 노력한 작가와 제작진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014년에도 그런 노력이 계속되어 즐겁고 참신한 드라마들을 보며 한 시간동안 현실의 시름을 잊게 만들 웰메이드 드라마들을 시청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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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목소리>)>가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드디어 20%가 넘는 기염을 토한 가운데 주인공들에 대한 호감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홍일점인 이보영은 모든 사건의 중심에서 활약하며 그 존재감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다소 까칠하고 이기적이지만 그 이면에 여리고 귀여운 여성스러움을 간직한 ‘장혜성’ 캐릭터를 맡으며 이보영이라는 배우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존재감이 있기까지 이보영은 다양한 작품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보영은 처음부터 존재감이 큰 배우라고 할 수 없었다. 단아한 외모와 지적인 이미지는 이보영의 전매 특허 같은 것이었지만 다양한 배역에 도전한 것에 비해 이보영이 부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았다.

 

 

이보영은 2000년 미스코리아 충남 진으로 데뷔한 후 연예계에 입문했고 TV에서 조연을 맡은 후, 2005년 KBS일일극 <어여쁜 당신>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그리고 그 후 히트작 <대장금>을 탄생시킨 이병훈 감독-김영현 pd콤비의 작품, <서동요>의 주인공이 되어 제2의 이영애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았으나 <서동요>는 20% 중반대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대장금>의 기대감을 넘어서지 못한 작품으로 인식되었다. 더군다나 이보영이 맡은 선화공주는 예쁘고 의로운 캐릭터였지만 <대장금>의 장금이처럼 주체적인 캐릭터라기보다는 남자 주인공과의 러브라인에 방점을 찍은 캐릭터였다.

 

이후에도 이보영은 영화 <우리형>, <비열한 거리>등 히트작에도 모습을 드러냈지만 드라마에서처럼 남자 주인공의 상대역에 머물며 존재감을 피력할 수 없었다.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부자의 탄생>에서 독특한 재벌 2세 캐릭터를 맡아서 연기변신을 시도하나 싶었지만 부태희 역을 맡은 이시영의 독특함에 눌려야 했다. <적도의 남자>에서도 여주인공을 맡았지만 남자 주인공인 엄태웅과 이준혁의 경쟁구도에 여자 주인공의 존재감은 묻혀야 했다.

 

그러던 그가 전 국민적인 인지도를 쌓게 된 계기는 바로 KBS주말극 <내 딸 서영이>로 인해서다. 꾸준히 주연급이었지만 한방이 부족했던 이보영에게 있어서 <내딸 서영이>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초반에는 패륜 논란과 중간에 비밀이 폭로되는 과정의 지지부진함으로 인해 쓴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갈등관계를 세밀히 묘사하고 ‘부정(父情)’이라는 키워드로 논란을 풀어낸 작가의 노련함으로 인해 드라마는 결국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이보영은 <내 딸 서영이>에서 타이틀롤을 맡으며 드라마 중심에 서 있는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자신의 아버지를 버릴 만큼 매정한 모습이나 비밀을 간직한 채 살얼음판을 걷는 심리묘사는 이보영의 연기력에 재평가를 내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높은 시청률과 더불어 이보영의 연기력과 캐릭터가 부각되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이미지를 탈피하는 역할을 맡았어도 여전히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만이 전부였던 이보영에게 있어서 <내 딸 서영이>는 그가 표현해 낼 수 있는 범위가 그렇게 한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인지시켰다.

 

그동안 부족했던 이보영의 존재감은 <내 딸 서영이>로 인해 한방에 만회 되는 효과를 냈다. 그러나 KBS주말드라마라는 상대적 우위를 점한 히트작이 아닌, 이보영이라는 이름으로 히트 시킬 작품이 필요했다.

 

그 작품이 바로 <목소리>가 되었다. 이보영이 <내 딸 서영이>에 이어 또 다시 변호사 역을 맡게 되며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이보영은 ‘<서영이>와는 다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2회 대본을 읽고 스토리에 반했다는 이보영의 말처럼 <목소리>는 탄탄한 전개와 다양한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이는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결과로 탄생되었다. 물론 작품의 힘이 무엇보다 크지만 이보영의 작품 고르는 안목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2편 연속 변호사 캐릭터임에도 이보영은 망설이지 않았다.

 

 

단순히 시청률뿐이 아니라 연기력에 있어서도 이보영은 <내 딸 서영이>와는 또 다른 캐릭터를 완성해 냈다. 다소 까칠하지만 실수도 잦고 귀여운 모습으로 서영이의 그림자를 말끔히 지워내며 또 다른 모습을 그려낸 것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시절의 이보영의 내공이 있었다. <목소리>의 캐릭터만 살펴봐도 <부자의 탄생>에서 맡은 이신미 캐릭터의 연장선에 있다. 이보영은 그동안에도 단순히 청순가련한 역할만을 소화한 배우가 아니었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부자의 탄생>말고도 영화 <원스어폰어타임>에서도 코믹연기를 소화해 냈다. 이보영은 그렇게 차근 차근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 왔던 것이다.

 

이보영이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으며 지금에서야 주목 받고 있지만 그동안 그가 쌓아온 내공과 연기력이 없었다면 이보영의 가치는 지금과 같을 수 없었다. 결국 이보영은 작품성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연기력으로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를 완성해 냈다. 연기력에 있어서도 작품성에 있어서도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로 거듭난 이보영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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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목소리)>는 공중파에서 꽤 오랜만에 나온 시청률과 작품성을 모두 논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재벌, 불륜, 출생의 비밀 따위를 메인에 내세우지 않고도 어떻게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그 정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일단 장르적으로도 코미디와 스릴러, 판타지에서 법정 드라마까지 모두 녹아있다. 자칫 엉성해 질 수 있는 구성이지만 이 장르를 적재적소에 적절히 버무려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들고 있고 캐릭터 하나 하나의 매력 또한 놓치지 않으며 장면 장면에 임팩트를 주었다. 그 결과 높은 시청률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더욱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바로 다변적인 캐릭터에 있다. 극에서 민준국(정웅인)은 살인을 저지르고 그 사실을 증언한 장혜성을 끝까지 따라다니며 복수하려는 극악무도한 인물이다. 주인공 중 한 명인 박수하(이종석)은 정의롭고 의리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이 둘의 관계가 그다지 단순하지 않음을 암시한다. 이 드라마는 미드식의 다양한 에피소드속에서 그들의 관계에 대한 복선을 깐다. 장혜성(이보영)은 진실을 밝히고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 악연관계인 검사 서도연(이다희)와 손을 잡지만 그 선택이 옳바른가 그렇지 않은가는 애매모호한 지점으로 남았다. 그들은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 살인을 저지른데는 이유가 있었고 그 이면에는 그들의 인생이 있었다. 물론 살인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범죄지만 드라마는 변호사로서 변호인의 사정을 깡그리 무시한 채, 복수심에만 불타오른 장혜성의 태도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결국 장혜성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민준국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박수하에게 ‘살인은 하지 마라. 그 순간 그의 악행과 잘못은 모두 사라지고 결국 우리는 가해자가 된다.’며 진심어린 눈으로 호소한다.

 

이 드라마는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놓치는 또 하나의 장르가 숨어있다. 이 드라마는 바로 ‘성장 드라마’라는 것이다. 다소 이기적이고 자기만 알던 변호사 장혜성은 다양한 사건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변호사가 되어간다. 그 성장은 악인과 선인을 구분하지 않고 다변적인 캐릭터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악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민중국은 장혜성의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을 보며 눈물이 글썽해 지고 언제나 정의 편에 서있을 것 같았던 박수하는 섬뜩한 눈빛으로 칼을 바라보며 복수를 다짐한다.

 

<목소리>는 드라마 속의 에피소드를 통해 민준국에도 사연이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가족이 죽었다’고 말하는 민준국의 눈빛 속에서 그도 그만의 인생을 살아왔음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박수하의 안타까운 과거가 집중 조명되었지만 악인인 민준국에게도 지키고 싶었던 것이 있었고 살인을 저지를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살인은 용서 받을 수 없는 극악무도한 범죄라는 사실을 이 드라마는 놓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이 드라마 속에서 복수보다는 용서라는 결말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막장이 아닐 수 있고 심각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심각하지 않게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즐길 수가 있다.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는 사람들은 모두 완벽하지 않다는 당연한 사실을 짚어내며 등장인물들에게 실수를 허용하고 그 실수를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드라마가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이유도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면서도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들의 성장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있는 <목소리>는 주인공들의 다소 어리석은 행동에도 그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보여준 전개 만으로도 앞으로의 전개 역시 명품일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명품 드라마와 인기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가진 <목소리>에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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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수목 드라마 대전이다. ‘안방극장의 여왕고현정과 이보영이 동시에 드라마로 컴백하면서 침체를 면치 못했던 수목 드라마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방송가의 시선은 과연 누가 먼저 승기를 잡을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다. 3년 만에 TV로 돌아온 고현정과 원톱 여주인공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이보영 모두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보영이 돌아왔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이보영이다. 고현정 보다 한 주 먼저 안방극장에 컴백하며 시청자 포섭에 나섰다. KBS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로 전 국민적 인기를 얻으며 명실공히 최고의 히트 메이커로 거듭난 그는 이번에 법정 로맨스 판타지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다시 한 번 대박을 노린다. <내 딸 서영이>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 가면서 상승세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6일 첫 회 방송이 나가자마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온갖 호평이 쏟아졌다. 탄탄하고 치밀한 스토리 구성, 설득력 있는 판타지 소재의 차용, 매력 있는 캐릭터의 향연, 세련된 연출과 깊이 있는 연기가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칫 유치할 수도 있는 스토리를 빠르고 몰입감 있는 전개로 극복하면서, 벌써부터 언론에서는 명품 드라마타이틀을 붙이고 있다.

 

 

성적표도 나쁘지 않았다. 첫 회 시청률 7.7%(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전작인 <내 연애의 모든 것>의 마지막회 시청률을 뛰어 넘는 성적을 냈다. 이만하면 첫 방송 시청률로 대단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수도권 기준으로는 9.0%까지 치솟아 올랐으니 잘만하면 두 자릿수 시청률에 무난히 안착할 수 있다.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드라마는 웬만해선 꺾이기가 힘든 법이다. 고무적인 상황이다.

 

 

이보영에 대한 대중의 기대 또한 여전하다. <내 딸 서영이>에서 아픔을 간직한 서영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 내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그는 이번엔 까칠하고 속물적이지만 순수함과 정의감 또한 가지고 있는 장혜성 역을 맡아 캐릭터 변신을 꾀했다. 능청스럽고 유려한 이보영의 연기는 드라마에 묵직한 무게감을 부여하며 안정감을 더했고, 시청자들의 집중도를 한층 고조시켰다. 너나 할 것 없이 역시 이보영이라는 찬사를 하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게다가 이보영은 <내 딸 서영이> 이 후로, TV 채널권을 좌지우지하는 30~50대 주부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여배우로 급부상했다. 수목 드라마 시장에서 볼 것이 없어빠져나간 주부층을 끌어 들이는데 이보영 만큼 확실한 카드도 드물다. 제작진이 첫 주 방송분의 퀄리티만 꾸준히 유지해 준다면 이보영은 자신의 진가를 충분히 발휘하며 눈부신 흥행신화를 써내려 갈 것이다. 돌아온 이보영의 흥행 파워가 얼마나 발휘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MBC <여왕의 교실>, 고현정도 돌아왔다

 

 

먼저 치고 나간 이보영의 뒤를 고현정이 바짝 뒤쫓는다. 12일 첫 방송을 앞둔 MBC <여왕의 교실>3년 만에 드라마 컴백을 결정한 그는 원조 안방극장의 여왕으로서 한 수 제대로 가르쳐 주겠다는 각오다. 방송사 또한 자타공인 최고의 여배우인 고현정의 캐스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MBC는 대규모 제작발표회와 기자 간담회를 열며 벌써부터 <여왕의 교실> 띄우기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첫 회 시청률 성적은 기대할 만하다. 전작인 <남자가 사랑할 때>가 꾸준히 동시간대 1위를 사수하면서 이른바 후광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남자가 사랑할 때>의 고정 시청률인 10~11%만 그대로 이어 받아도 두 자릿수 시청률로 출발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됐다. 처음부터 경쟁작들과 격차를 벌려 나가면서 조기에 승부를 결정짓는다면 예상 외로 경쟁이 싱겁게 끝날 가능성도 있다.

 

 

이미 흥행력을 검증 받은 원작이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여왕의 교실>은 일본 드라마 <여왕의 교실>의 한국 리메이크 버전이다. 2005년 일본 후지 TV에서 방송 된 <여왕의 교실>은 당시 25.3%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한국판 <여왕의 교실>로서는 탄탄한 스토리와 파격적인 캐릭터를 그대로 차용하기만 해도 기본 이상의 성적을 기대해 볼만 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여왕의 교실>의 최고 강점은 여주인공 마여진 역을 맡은 고현정의 존재감이다. <여명의 눈동자><두려움 없는 사랑><엄마의 바다><모래시계><봄날><히트><선덕여왕><대물> 등 한국 방송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탄생시키며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로 군림해 온 그는 기본으로 20%의 시청률을 보장하는 인물이다. 그만큼 지난 20년간 시청자들과 돈독한 신뢰를 쌓은 것이다.

 

 

필모그래피도 대단하지만 커리어도 환상적이다. 1989년 제 33회 미스코리아 선으로 당선된 고현정은 1992년 백상 예술대상 신인상을 시작으로 SBS 연기대상 빅스타상, 7회 부산영평상 신인여우상, 10회 방송인상 시상식 방송연기자상, MBC 연기대상, 22회 한국PD대상 탤런트상,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 37회 한국방송대상 탤런트상, SBS 연기대상 등 한 개도 받기 힘든 상들을 싹쓸이 해 왔다. 여배우로서 이 정도 경력과 수상실적을 자랑하는 사람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처럼 탄탄한 연기력과 막강한 흥행파워로 방송가를 종횡무진 한 고현정은 이번 <여왕의 교실>을 통해 다시 한 번 흥행 신호탄을 쏘아 올릴 예정이다. 그가 연기하는 마여진 캐릭터와 원작과 얼마나 같은지, 또 얼마나 다른지 비교하면서 보는 것 또한 쏠쏠한 재미를 줄 것이다. 거칠 것 없이 드라마 제작현장을 누비는 여걸 고현정의 확실한 한 방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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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끝을 맺은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이하 <남자>)>와 2부가 방영되었을 뿐인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목소리)>에는 모두 상당히 까칠하고 현실적인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서미도(신세경)과 장혜성(이보영)이 그들이다. 서미도는 한태상(송승헌)과 이재희(연우진)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다가 자신을 지켜주고 보호해주며 물질적인 지원까지 아끼지 않은 한태상의 지원을 모두 누리고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날 놓아주라.'고 말하며 오히려 그의 사랑을 미저리 취급하는 인물이고 장혜성은 성격이 까칠해서 친구도 없으며 지독히도 현실적이어서 재판은 모두 똑같은 반론으로 심드렁하게 끝내며 승소율이 낮고 인맥도 없어 조금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 국선 변호사를 선택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가시 돋친 말을 해대며 40년 동안 가난한 이를 위해 국선 변호사를 한 인물이 롤모델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퇴물 변호사는 내 롤 모델이 아니다"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두 캐릭터에 대한 평가는 180도 다르다. 서미도는 마지막까지 어장관리녀와 배신녀의 껍질을 벗지 못하고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으며 장혜성은 귀엽고 상큼하며 굉장히 신선하기까지 한 새로운 캐릭터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 둘의 차이를 가른 것은 무엇일까.

 

일단 <남자>는 서미도와 한태상의 재결합을 암시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러나 그 뒷맛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서미도는 막판에야 위험에 빠진 한태상을 구하며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전개됐지만 그동안 그가 보여준 이해 할 수 없는 행동들에 대한 반감을 뒤집지 못했다. 오히려 "이제 와서 아쉬우니 저런다."는 비난만 들어야 했다.

 

송승헌, 연우진등 남자 배우들조차 인터뷰에서 '나라면 서미도에 매달리지 않는다.'며 캐릭터에 대한 의아함을 드러낼 정도였으니 서미도 캐릭터가 배우들도 이해시키지 못한 와중에 시청자들까지 이해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 캐릭터는 일단 상식에서 많이 벗어나있는 캐릭터였다. 자신을 위해 헌신하고 사랑해 준 남자를 거절하지 않고 모두 이용해 놓고 자신이 편한 대로 '이제 나는 니가 싫다'며 자신을 놓아주라고 한다. 가난한 처지에 그의 재력과 힘이 없었다면 대학 입학조차 어려웠을 사람이 하는 말 치고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없다. 게다가 다른 남자, 그것도 그를 사랑하는 한태상이 친동생처럼 아끼는 남자와의 바람까지 피며 제대로 뒤통수를 쳤다. 이 과정에서 그의 인간적인 고뇌는 없었다. 단지 그의 욕망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제 멋대로 하고 싶은 것 다해 놓고 "생각해 보니 그만큼 날 사랑한 적이 없어"라며 다시 한태상에게 돌아 온 여자는 끝까지 두 남자를 놓고 저울질 하며 무게를 잰 어장관리의 달인에 불과했다. 아무리 한태상을 위험에서 구했다 하더라도 그런 이기적인 행동을 만회하려는 단순한 수작에 불과해 보인 것은 당연했다.

 

반면 <목소리>는 이제 막 2회가 방영되었을 뿐이지만 단 2회만으로 명품드라마의 반열에 오를 만큼 색다르고 신선하며 완성도 높은 짜임새를 보인다. 그것은 이야기의 구성이 흥미진진하고 캐릭터들이 살아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의 곳곳에 복선을 깔고 캐릭터가 설명되는 와중에 스토리가 적절히 배치되어 감정을 이입하게 하며 캐릭터에 애정을 불어 넣게 했다.

 

특히나 드라마의 중심을 책임지고 있는 여주인공 장혜성의 스토리에는 휴머니즘이 묻어 있다. 장혜성은 자신보다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친구를 질투하고 다른 이들과 관계 맺기도 싫어하며 짜증이 몸에 배어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악하지 못하다. 물론 다른 이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서였지만 살인사건의 목격자로서의 진술을 위해 법원을 찾고 결국 증언을 하겠다고 재판장의 문을 연 것은 친구인 서도연(이다희)가 아니라 그 였다. 누명을 쓰고 억울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존심을 지킬 줄 안다.

 

목격자 증언을 하고 나서도 '괜히 했다. 너 때문이다.'며 어린 박수하(이종석)을 원망하며 눈물을 흘리지만 결국 '지켜주겠다'는 꼬맹이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2회 마지막에는 자신이 맡은 변호인의 무죄를 주장하며 끝을 맺은 상황. 물론 예상된 방향이지만 그동안 '형량을 줄이려거든 유죄 인정해라. 너에겐 증거가 없다.'며 변호인을 죽고싶게까지 만든 그가 어떤 행동을 보여줄지는 기대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까칠하지만 끝까지 모질지 못한 그의 측은지심은 그를 응원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중간 중간 코믹하게 망가지는 모습은 웃음까지 창출해 내며 캐릭터에 날개를 단다. 결국 그는 <목소리>의 여주인공으로서의 개성과 호감을 모두 잡는 저력을 발휘해 냈다. 이보영의 연기 역시 상당히 자연스럽다. 단아하거나 다소 우울한 캐릭터만 맡아온 그에게 있어서 확실한 연기변신이라 할만하다. 그것도 시청자가 인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탁월한 선택이다.

 

'대본에 반했다'는 이보영의 말대로 굉장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tvN <나인>정도를 제외하고 이정도의 완성도를 보기는 힘들었다. 케이블을 제외한다면 막장이 판치는 공중파에서 더 할 수 없는 신선함이다. 더욱 기대되는 것은 이토록 짜임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TV를 튼 시청자들도 그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순간순간의 몰입도 역시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캐릭터 설정이 치밀했기에 가능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들리는 캐릭터를 보여주며 판타지 요소를 넣었지만 어렵거나 복잡하지는 않다. 더군다나 까칠한 여주인공과 다른 사람의 대립관계를 확실히 보여주며 장면마다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이는 2회가 12%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런 드라마에 응원을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캐릭터는 비호감일 수 있지만 드라마 안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느냐로 그 캐릭터의 생명력이 판가름 난다는 것을 <남자>와 <목소리>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생명력은 드라마를 이끌어 나가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어 드라마의 완성도를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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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버리는 다소 파격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서영이(이보영)에게 대놓고 돌을 던질 수 없었던 이유는 가족이라는 굴레에 갇힌 고통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함부로 재단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무게로 다가올 때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서영의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도박판을 전전했으며 허황된 꿈만 늘어놓으며 일도 제대로 하지 않은 캐릭터였다. 그렇기에 그런 아버지를 대신해서 일하던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에 서영이 그에게 책임을 물은 것 또한 결코 부당하지 않은 설정이었다. 학교마저 포기해야 했던 서영의 입장에서 그의 아버지는 차라리 없었으면 더 좋았을 존재에 불과했다. 그 정도라면 서영이가 가족을 포기하는 과정이 그다지 황당무계한 것만은 아니었다. 패륜, 반인륜 같은 극단적인 단어들로 서영의 행동을 몰아세우는 여론이 오히려 지나치다 싶었을 만큼 서영이의 행동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시작하고 삼개월여가 지난 지금 <내 딸 서영이>는 지금 높은 시청률과 상관없이 드라마의 갈등구조의 구성에 문제를 보이고 있다. 갈등이 높을수록 시청률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드라마의 흐름을 촘촘하게 연결하지 못하고 얼기설기 짜인 틈을 노출하며 막장에 가까운 코드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찬란한 유산>과 <49일>등을 집필한 작가의 작품이라 보기 힘들 정도다.

 

<내 딸 서영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갈등의 기둥이 되는 메인스토리에 있다. <내 딸 서영이>는 여러 개개인들의 일상생활이나 관계의 부딪침에서 갈등이 파생되는 여타 가족극과는 달리 서영이가 재벌 2세와 결혼을 하면서 숨긴 과거가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는 내적 갈등이 드라마의 중추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 갈등을 위해 <내 딸 서영이>에서 우재(이상윤)는 처음부터 서영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서영과의 결혼이 빨리 진척되어야 서영이의 위기가 닥치고 그 위기는 곧 재미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영과 우재는 다른 드라마의 주인공들에 비해 서로가 연결되기 까지 밀당이나 위기가 현저히 적었다. 그 때문에 서로의 관계가 진전되는 설렘이나 긴장감을 담보하지 못했고 결국 이 드라마가 택한 갈등의 구축점이 바로 서영이의 비밀로 파생되는 문제들이다. 모든 인간관계의 갈등마저 서영이의 이 비밀 때문에 파생된다.

 

 

서영의 아버지인 삼재(천호진)는 서영의 선택을 존중하며 우재에게 자신의 정체가 들통 날까 노심초사한다. 서영의 동생 상우(박해진)는 서영의 시동생인 미경(박정아)과 사랑에 빠지지만 누나의 비밀로 인해 그 사랑을 스스로 포기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 그리고 우재는 벌써 몇 주 째 서영의 비밀을 알아채고 서영과 냉전 상황을 만든다.

 

하지만 이 과정의 설득력이 과연 치밀하게 계산되었는가 하는 점에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서영은 판사를 할 정도로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자신에게 헌신적이던 남편의 변화가 자신의 거짓말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다. “나에게 할 말이 없냐”는 물음에도 "이서영에게 실망했다”는 직설화법에도 자신의 가장 큰 딜레마인 가족을 연결시키지 못한다. 사실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 서영은 너무도 상처받은 얼굴로,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다. 우재가 그 사실을 알았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더라도 지나치다.

 

물론 드라마는 현실이 아니다. 현실은 픽션보다 기이하다 했던가. 현실 역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할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 안에서는 납득할만한 인물이 있고 감정이 있고 행동이 있어야 한다. 그 구조는 마치 추리소설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관객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는 변명은 서영이의 행동에 통하는 논리가 아니다. 서영이의 성격과 감정, 행동이 모두 불일치하고 있는 가운데 TV앞에 모인 이들을 전혀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캐릭터의 행동은 이유가 있다. 서영이의 비밀이 탄로가 나고 그 사건이 해결되는 순간, 이 드라마가 지켜 온 갈등의 근간이 모두 사라져버리는 결론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갈등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등장인물들 전원이 하나의 사건에 절절히 매달린 결과다. 이것은 제작진의 명백한 실수다. 새로운 갈등 구조를 만들 여력이 되지 않을 정도로 서영이 거짓말은 이 드라마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그 비밀이 해결되면 결국 해피엔딩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드라마는 벌써 몇 주 째 서영이가 비밀을 고백할까 안할까 하는 동어반복의 스토리가 되고 있다. 드라마 스스로 자가당착의 불길 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높은 시청률을 견인하는 가장 큰 갈등구조가 결국 인물들을 유연하게 행동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우재의 캐릭터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유준상에 이은 제 2의 국민남편이라는 애칭까지 들었던 이 캐릭터는 이제 서영을 괴롭히는 것 말고는 다른 관심사가 없어 보인다. 물론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의 배신이라는 점에서 우재의 감정이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방식이 너무나 치졸하고 비열하다. 서영에게 화가 나 있지만 왜 화가 났는지는 말해주지 않고 서영을 계속 떠보고 비난하고 상처 주며 서영을 마치 싫증난 장난감처럼 다룬다. 때때로 지능적이기까지 하다. 마치 서영을 괴롭히기 위해 삼일 밤낮을 준비한 것 같다. 단순한 무시와는 다르다. 설사 이해한다고 치더라도 이런 캐릭터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랑하는 아내가 부모님을 숨겼다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정도는 알아볼 수 있음에도 우재는 그 과정이 아닌 단지 아내의 거짓말 그 자체에 집중하며 서영이 도저히 감당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을 정도로 괴롭게 몰아갈 뿐이다. 이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비단 드라마속의 서영뿐이 아니다.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시청자 역시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서영의 비밀 때문에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는 전혀 매력적이지 못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서브 주인공격이라 할 수 있는 상우와 미경 커플 역시 지나친 집착으로 망가지는 미경의 모습을 부각시킨 탓에 결국은 ‘미저리 커플’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몰래 주거침입까지 감행하는 여자는 처절하긴 해도 결코 사랑스럽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그 과정을 풀어내는 모습이 지나쳤다. 드라마 안의 커플의 눈물이 애절함이 아닌 집착으로 다가온다면 그 모습을 성공적이라 평하긴 어렵다.

 

<내 딸 서영이>는 주말 드라마 황금 시청률을 담보하는 방송사의 황금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다. 시청률은 여전히 높다. 그러나 드라마 속의 모순점은 결국 왠지 모를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만다. 서영을 이해하고 싶었던 초반과는 달리 지금 서영이에게는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줄 수 없다. 시청자들이 답답한 드라마, 이해 할 수 없는 드라마,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는 결국 막장이다. 서영이가 막장이라는 덫을 벗어나 웰메이드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이 드라마의 마지막이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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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적도의 남자] 시청률이 18일 1위를 기록한데 이어서 이번에는 더 상승하며 13%까지 치솟는 저력을 발휘했다. 아직 오차 범위 내로 누가 1위다 확실히 확증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적도의 남자가 처음으로 세 드라마들 중 혼자서 13%의 고지를 넘었다는 사실은 주목할만하다.

 

 [적도의 남자]는 회를 거듭할수록 탁월한 심리묘사와 디테일한 감정연기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잡아두고 있다. '명품 드라마'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 명품이면서도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를 꾸려나가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작가와 연출진은 엄청난 수완으로 이 드라마가 중간에 들어와도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드라마가 전개될 수록 더욱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그러나 빠져서는 안될 것이 있다. 바로 '명품 연기'다. 완벽히 표현되는 긴장감. 그것은 엄태웅의 연기가 있어 가능했다.   

 

 

예상치 못한 시청률의 반전!

 적도의 남자는 첫 회를 시작할 때 까지만 해도 세 드라마 중 꼴찌의 시청률을 달렸다. 세 드라마 중 에서도 가장 쳐짐은 물론, 10%에 한참 못미친는 7.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앞날을 어둡게 했다. 이는 1위를 차지한 [더 킹 투하츠]의 절반도 채 안되는 수치였다. 

 

 처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 드라마는 그러나  점점 시청률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16%대에서 10% 초반으로 떨어진 [더 킹 투하츠]를 앞찌르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다.

 

 이 드라마를 쓴 김인영 작가는 [태양의 여자]를 성공시킨 전력이 있다. [태양의 여자]는 방송 초기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한채 6%라는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점점 진행될 수록 시청률은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마지막회에 가서는 결국 28%라는 성적으로 종영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MBC는 무려 이승기와 하지원을 내세웠고 KBS는 옥탑방 왕세자로 한지만과 박유천을 내세워 로맨틱 코미디에 중점을 두어 웃음의 강도를 높였다. 제일 먼저 수목극 1위에 도달한 것은 [더 킹 투하츠]였지만 곧 [옥탑방 왕세자]가 앞질렀고 [적도의 남자]가 다시 앞지르는 결과를 보이고 만 것이었다.

 

김인영 작가의 신들린 필력

   적도의 남자는 동시에 시작한 [옥탑방 왕세자]나 [더 킹 투하츠]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는 작품이었다. 그것은 주인공들이 그만큼 스타성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스타성 있는 주인공들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또한 [적도의 남자]는 무거운 스토리로 시청자들이 가볍게 볼만한 드라마는 아니었던 탓에 선뜻 채널을 돌려 가벼이 시청할 여지도 적었다.

 

 하지만 김인영은  "작정하고 쓰겠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청자들의 일반적인 취향을 비웃기라도 하듯, 신들린 필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드라마가 대단한 이유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기가 그리 무겁지 않다는 것이다. 보통 이런 느낌의 드라마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한 회를 놓치면 다음회를 따라가기 힘든 탓에 시청률을 잡기가 힘들었다. 명품이라 불린 드라마 들이 고전을 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느 "엄태웅이 복수한다"는 사실만 알면 큰 스토리를 따라가기 그다지 무리가 없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내용에 치중하기 보다는 복수의 과정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최대한 간단히 무장하고 복수의 과정을 어떻게 실감나게 펼칠 것인가에 중점을 맞추어 엄태웅이 점점 파고드는 복수의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어떻게 저 악역을 궁지에 몰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증폭되는 순간이었다. 누구나 다 결론은 엄태웅이 승리할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 과정을 제대로 표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캐릭터 살린 엄태웅 연기력!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 스토리라기 보다는 '캐릭터'다.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들의 감정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어 긴장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캐릭터의 힘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복수의 과정 자체도 흥미롭지만 인물들간의 관계가 실감나게 그려진 탓에 극의 몰입도가 증가하고 시청자들의 유입이 빨라진 것이다.

 

 이것은 물론 작가와 연출의 힘도 컸지만 엄태웅의 신들린 연기력이 없었다면 제대로 표현되기 힘든 성질의 것이었다. 엄태웅은 '동공연기'로 찬사를 받았지만 사실 동공연기는 엄태웅 연기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한때 드라마 [부활]로 엄포스로 불리던 그가 완전히 돌아오며 화면에서 보이는 카리스마를 온 몸에서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엄태웅만이 아니었다. 연기력으로는 기대할 수 없었던 이준혁이나 여성 캐릭터인 이보영, 임정은 역시 다각도로 묘사되며 버릴 캐릭터가 없는, 말 그대로 누구를 비춰도 시청자들이 호기심을 느낄만한 상황을 연출해 낸 것이다.

 

비주얼을 누른 뛰어난 연기

 여기에는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엄태웅의 연기력의 공이 가장 컸다. 엄태웅은 복수를 하게 되는 과정부터 복수를 하는 모습까지 거의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번 방송에서 선우(엄태웅)이 복수에 대상인 장일(이준혁)을 찾아가 마주보는 장면이 그다지도 긴장감 높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엄태웅이 쌓아놓았던 감정선이 그만큼 견고했기 때문이었다. 엄태웅은 결국 이 드라마의 엄청난 희열을 담당하는 연기력을 보여주면서 드라마 전반에 걸쳐서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비주얼도 좋고 인기도 좋다. 하지만 연기자는 역시 연기로 찬사를 받을 때 가장 빛이 난다. 상대 드라마의 연기자들도 상당한 호연을 하고 있지만 결국 , 가장 뛰어난 것에 시청자들의 시선이 고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엄태웅이 증명하고 있다. 그만큼 심장 떨리는 복수를 그가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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