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재의 SBS 진행 방식이 논란에 도마위에 올랐다. 나름대로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한 것 같지만,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듯한 말투와 농담에 시청자들이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작은 논란으로 끝나지 않고 기사화까지 된 이 사건은 결국 이휘재가 사과까지 하는 형국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여전히 반응은 싸늘하다. 단순히 이번 사건 뿐 아니라 이휘재가 그동안 진행자로서 신뢰를 쌓지 못한 탓이 크다.
이휘재는 그동안 연말 시상식의 진행을 수차례 맡아왔다. 논란이 된 SBS연기대상 진행은 2013년부터 벌써 4년 연속으로 맡고 있다. 그러나 그 4년동안 이휘재에 대한 여론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상대방이 기분나빠할 만큼의 외모지적이나 비교등이 그가 주로 사용한 화법이었고 이휘재의 진행자 자질 논란은 끊임없이 있어왔다. 이번 사건 역시 그동안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만큼 평소의 이미지와 화법이 중요한 지점이다. 그러나 이런 논란은 비단 이휘재에게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시상식의 특성상, 다소 부적절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가 왕왕 있어왔다.
올해 KBS연기대상 진행을 맡은 전현무 매끄러운 진행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작년에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랐다. 작년 sbs 연예대상 진행을 맡았던 전현무는 무례한 발언으로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대상 후보인 강호동에게 “올해 어떤 활동을 했냐”며 비아냥 대거나 “손에 땀이 난다”는 강호동에게 “뚱뚱해서 그런 것”이라며 농담을 했다.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막말을 했다는 논란에 전현무는 “부끄럽게도 지적해주시기 전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다. 함부로 선을 넘어 사과드린다. 강호동씨에게도 따로 사과를 드렸다. 경솔했다. 앞으로 신중하겠다.”는 요지의 사과문을 올렸다. 그 말처럼 올해 시상식에서는 큰 논란 없이 수위 조절이 적절했다는 평을 받으며 자연스러운 진행을 선보였다.
아슬아슬하게 수위 조절을 하며 완급조절을 완벽하게 해내는 진행자로 정평이 나있었던 신동엽 조차 이런 논란을 피해가지 못한 역사가 있었다. 신동엽은 재치로 치자면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진행자다. 상상력을 자극시키면서도 불쾌하지 않은 농담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그는 시상식의 단골진행자이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오늘 영혼까지 모아서…머리를 묶었네요.” 같은 반전있는 한마디를 던지며 듣는 사람도 즐겁고 당하는 사람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개그를 구사하던 신동엽도 논란에 휘말렸다.
2008년 연기대상에서 신동엽은 배우 한지혜와 함께 진행을 맡았다. 그러나 이동건과 인터뷰를 할 당시, “야위었다. 집안에 무슨 일 있냐.”고 물으며 인터뷰를 시도했다. 전 연인인 한지혜와 이동건을 의식한 농담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동건이 실제로 그 해 동생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는 것이었다. 농담을 던지는 타이밍에서 실수를 한 것이었다. 이밖에도 <뉴하트>에서 호흡을 맞춘 지성과 김민정이 실제로도 애틋한 감정을 나누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져 당황스러움을 자아냈다. 그 당시 지성은 이보영과의 열애가 공개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올해 이휘재 역시 이준기와 아이유에게 “사이가 수상하다”는 발언을 해 물의에 올랐다. 공개연애를 하고 있는 아이유의 입장을 간과한 발언이었기 때문이었다. 인터뷰를 할 때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미리 숙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만약 완벽한 숙지가 되지 않았다면, 발언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 기본을 지키지 않는 진행에 시청자들은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완벽한 진행이라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자리기 때문이다. 시상식의 진행과정은 사실 뻔하다. 그 뻔한 과정 속에서 적절한 한마디로 좌중을 집중 시키는 것이 진행자의 몫이다. 단순히 대본만 읽거나 순서를 알려주는 것 이외에도 그들이 그 자리에서 분위기를 환기하고 고조시키는 역할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들은 확실하게 자신의 본분을 인지하고 그 해 방송되었던 프로그램이나 스타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숙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무례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과 시청자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유머감각을 보여주어야 한다. 차라리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아예 유머를 던지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잘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친 탓에 선을 넘은 것이겠지만, 그 누구도 남을 깎아내리고 폄하하는 개그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 개그가 통용될 경우도 있겠지만 축하하려고 모은 시상식에서는 결코 적절하지 않다. 반전이나 재치 없는 개그는 썰렁한 분위기를 고조시킬 뿐이다. 유려한 진행으로 정평이 높은 진행자들도 한 번씩은 논란을 거쳐갈 수 있다. 그러나 그 논란이 반복되거나 이미지로 굳어질 경우가 문제다. 이휘재는 다소 무례하고 막무가내식 진행으로 대중의 눈밖에 났다. 그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 예능 감각과 예의 사이의 균형을 적절히 보여주어 예능인으로서의 진가를 인정받는 수밖에는 없다. 과연 2017년에는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 그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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