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미녀배우 김태희가 ‘9대 장희빈으로 캐스팅 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장옥정>은 기대와 달리 낮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이 후에도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이며 내홍을 겪었다. ‘새로운 장희빈의 모습을 제시하고자 했던 <장옥정>은 왜 실패한 것일까. 또한 이 작품이 남긴 의미는 무엇이 있는가.

 

 

 

 

 

연기력 논란에 역사 왜곡까지, 발목 잡힌 장옥정

 

 

<장옥정>은 지금껏 잘 알려진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선악구도 문법을 완전히 전복시킨 획기적 작품이었다. 숙종과 장희빈을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그려낸 이 작품은 그들의 절절한 사랑을 메인 스토리로 끌고 나감으로써 전작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꾀했다. 이 때문에 지금껏 성녀로 그려진 인현왕후는 정치적 야망이 있는 명문가 규수로, 최숙빈은 낮은 신분을 극복하기 위해 권모술수도 마다하지 않는 영리한 여성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시청자들에게 너무 낯설게 다가갔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장희빈=악녀라는 선입견을 끝끝내 탈피하지 못했고 결국 사랑에 눈물지으며 모든 것을 희생하는 장희빈을 외면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장옥정>은 오랜 시간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무르며 동시간대 꼴찌라는 굴욕을 맛봐야 했고, 갈등이 심화되는 중반 이 후에도 제대로 된 상승 동력을 마련할 수 없었다.

 

 

게다가 장희빈을 최대한 미화하려다 보니 역사 왜곡 논란도 불거졌다. 백성들이 숭덕비까지 세워 줄 정도로 추앙받았던 민유중을 역모를 꾀하는 권신으로 그려내고, 입맛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수명을 무리하게 늘림으로써 사극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역사적 사실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었다 항간에서는 주인공만 장희빈 일 , 판타지 사극과 다를 바 없다는 혹평까지 쏟아졌다.

 

 

훗날 영조가 되는 연잉군까지 낳으며 숙종의 총애를 받았던 최숙빈을 승은조차 입지 못한 정치적 산물로 그려낸다든지, 인현왕후가 자신의 복위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여론을 움직인다든지 하는 설정 또한 무리수로 작용했다.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한 과도한 픽션은 오히려 작품의 질을 훼손시키고 몰입을 방해하는 결과만을 가져왔다. 보다 철저한 고증이 아쉬웠던 대목이다.

 

 

타이틀롤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윤여정, 이미숙, 전인화, 정선경, 김혜수 등 당대 최고의 연기파 여배우들이 연기한 장희빈에 익숙한 대중은 과도한 표정 연기와 어설픈 대사 처리를 용서하지 못했다. 중반을 지나면서 다소 안정되기는 했지만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여론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역대 장희빈 중 최고 미모를 자랑했지만, 연기력만큼은 예외였던 셈이다.

 

 

결국 <장옥정>은 당초 기대와 달리 단 한 번도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채 쓸쓸하게 퇴장하게 됐다. 강력한 경쟁작이었던 <구가의 서>에 밀렸음은 물론이고,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 <직장의 신>에도 승기를 내어주며 역대 장희빈 중 가장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만 것이다. 이로써 지난 50년간 승승장구하던 장희빈의 흥행불패신화<장옥정>으로 인해 막을 내리게 됐다.

 

 

 

 

장옥정이 남긴 의의는 무엇?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옥정>을 완전한 실패작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시청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의 의미는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기존의 문법을 거부하고 새로운 스토리를 구현한데 있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관계를 조강지처와 첩의 관계가 아니라 정치적 대립 관계로 설정함으로써 보다 다각화 된 접근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앞서 방송 된 수많은 장희빈들이 항상 새로운 장희빈을 표방했다가 중반을 지나면 시청률 논리에 매몰 돼 전형적 선악구도로 회귀한 것과 달리 <장옥정>은 뚝심 있게 처음 설정한 스토리를 그대로 밀고 나갔다. 그 과정 속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심각한 오류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기획의도를 충실히 지켜나갔다는 점에서 격려의 박수를 받을 만하다. 적어도 스스로의 다짐을 배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유부단하게만 그려졌던 숙종을 정치에 능하고 사랑을 지키는 로맨티스트로 그려낸 점도 인상적이다. 단언컨대 역대 장희빈에 등장한 숙종 중 <장옥정>의 숙종이 가장 섹시하고, 정열적이었으며, 멋있었다. 환국을 서슴지 않으며 막강한 왕권을 휘둘렀던 실제 역사 속 숙종을 가장 비슷하게 묘사해 냈다. 적어도 <장옥정>의 숙종은 훗날 등장할 여러 숙종에 교과서적 표본으로 자리매김하기 충분하다.

 

 

청춘스타 유아인의 열연은 그야말로 발군이었다.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퇴폐적이고 마초적인 캐릭터를 실감나게 보여줬던 그는 <장옥정>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력과 훌륭한 캐릭터 소화로 대중의 찬사를 이끌어 냈다. 우왕좌왕했던 김태희 대신 극의 무게감을 한층 더한 그의 존재감은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절대적이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활약 중인 그의 앞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장옥정>이 작품성과 시청률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제작 될 장희빈 이야기에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장옥정>의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본받을 점은 강화한다면 뻔하디 뻔한 장희빈이 새롭게 탄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장옥정>이 겪은 시행착오와 그들이 남긴 족적은 그리 가볍지 않다 할 것이다. 수많은 방송 관계자들이 뜻 깊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실패한 것도 있고, 성공한 것도 있지만 <장옥정>이 나름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은 인정해주고 싶다. 지난 3개월 간 고생 많았던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심심한 격려와 위로의 말을 전하며 새로운 ‘10대 장희빈의 등장을 내심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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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그 유명한 원자 정호 사건이 전개되면서 장희빈(김태희 분)과 인현왕후(홍수현 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숙종(유아인 분)과 민유중(이효정 분)의 치열한 권력 다툼 또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쯤에서 궁금해진다. 실제 역사 속 민유중은 정말 사위인 숙종과 권력을 두고 대립했을까.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그린 민유중의 모습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민유중은 왕권을 위협했던 권신이었나

 

 

<장옥정, 사랑에 살다> 속 민유중은 서인당의 당수이자 왕권을 위협하는 조선 최고의 권신(權臣)으로 그려지고 있다. 철저히 서인 정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그는 세자 책봉을 거부해 임금을 길들이고, 임금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반정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물론 온갖 권모술수를 꾸며 장희빈을 핍박하는 것 또한 그의 몫이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드라마 속 최고의 악역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실제 역사 속 민유중은 어땠을까. 우선 민유중이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서인, 그 중에서도 골수 노론이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서인 세력의 두 거목인 우암 송시열과 동춘당 송준길에게 학문을 배웠던 민유중은 스승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노론 세력에 합류했고, 이 후에도 이들과 정치 생명을 함께 했다. 그는 제 2차 예송 논쟁이 벌어지자 적극적으로 송시열을 지지한 대표적 인물이기도 하다.

 

 

벼슬길에서도 탄탄대로를 걸었다. 송시열의 문하생인데다가 송준길의 사위라는 화려한 정치적 배경을 무기 삼아 홍문관 대교, 사헌부 감찰, 병조좌랑, 사간원 정언, 이조참의, 대사간, 전라도·충청도·평안도 관찰사, 성균관 대사성, 형조판서, 한성부판윤, 호조판서, 병조판서 등 주요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지금으로 따지자면 서울 시장을 거쳐 각종 장관까지 두루 경험한 몇 안 되는 엘리트인 셈이다.

 

 

그러나 민유중이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처럼 국정을 전횡하고 왕권을 위협한 권신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엄격하고 단정하며 점잖은 성품을 지녔던 그는 권력보다 명예를 중히 여긴 인물이었고, 자신의 딸인 인현왕후를 중궁전에 들여보낸 이 후에는 관직에서 물러나 몸가짐을 더욱 조심히 했다. 외척이 국정에 관여한다는 일각의 비난을 받아들여 스스로 두문불출을 선택한 것이다.

 

 

드라마와는 달리 실제 민유중은 임금의 장인이면서도 권력과 재물을 탐한 적이 없었고, 죽는 그 날까지 왕실의 안녕을 기원한 참 선비였다. 뛰어난 학문과 정갈한 성품, 빼어난 정무 능력을 모두 갖췄지만 임금의 장인이란 이유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았던 그에 대해 실록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이 때 민유중이 바야흐로 병조판서로 있으면서 위계가 보국숭록대부에 올랐으므로 아침 저녁 사이에 정승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는데, 국가의 제도에 얽매여 중요한 요직을 모두 내놓고 마침내 등용하지 못하게 되므로 여론이 매우 애석하게 여겼었다.”(숙종실록 13629)

 

 

 

 

실제 민유중은 원자 정호 사건을 알지도 못해

 

 

민유중과 장희빈의 악연또한 작가의 상상에 불과하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민유중은 장희빈을 감금, 폭행하고 그를 궁궐에서 쫓아내기 위한 계획에 몰두하며, 장희빈의 아들을 원자로 삼으려는 숙종에게 누구보다 격렬히 저항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벼슬에서 물러날 만큼 명예를 중시했던 민유중이 한낱 임금의 애첩과 기싸움을 한다는 건 실제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민유중으로서도 장희빈의 존재가 달갑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중전으로 들어간 자신의 딸은 아들 하나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데 애첩인 장희빈이 매일 숙종의 총애를 받고 있으니 아비 된 입장에서 화가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허나 이는 어디까지나 사적인 감정일 뿐이고 신화 된 입장에서 왕실과 내명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시시콜콜 따져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실제 역사 속 민유중은 장희빈이 정 1의 첩지를 받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민유중이 살아 있을 때 장희빈은 종 4숙원에 불과했다. 장희빈이 정 2소의첩지를 받은 것은 민유중이 죽은 지 1년 뒤인 1688년이었고, ‘의 첩지를 받은 것은 경종을 낳은 해인 1689년이었다. , 살아생전 민유중에게 장희빈은 단순히 임금이 총애하는 후궁일 뿐이었지 딸인 인현왕후의 자리까지 위협하는 위험인물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민유중이 주도하는 원자 정호 사건역시 완벽한 픽션일 수밖에 없다. 원자 정호 사건이란 서인이 장희빈의 아들을 원자로 삼으려는 숙종에게 반발한 일로 서인 정권이 몰락하고 남인이 득세하는 기사환국의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이다. 한 때 숙종에게 대로(大老)라고 불릴 정도로 존경을 받았던 우암 송시열은 끝까지 원자 정호를 반대하다가 한양으로 압송되던 중 정읍에서 사사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시기 민유중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죽은 지도 2년이나 지난 후였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 속 민유중처럼 원자 정호를 앞장서서 반대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처지였던 셈이다. 드라마의 극적 재미를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과도한 왜곡이 자칫 망자를 욕보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뒷맛이 씁쓸하다.

 

 

지금껏 살펴봤듯이 민유중은 숙종의 정적도, 왕권을 위협한 권신도 아니었으며 장희빈을 핍박하거나 권모술수를 꾸며 그를 내쫓으려 한 적도 없었다. 한 개인으로 보자면 그는 매우 훌륭한 학자이자 선비였고, 명예를 중시 여기며 위엄을 잃지 않은 품격 있는 인물이었다. 아마 민유중이 하늘에서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본다면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노라고 매우 억울해 할 지도 모르겠다.

 

 

조정의 주요 대신이 죽으면 사관은 실록에 졸기라는 것을 적게 되어있다. 실록에 써져 있는 민유중의 졸기를 마지막으로 보며, 시청자들이 드라마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그의 행적을 곡해하거나 폄하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여양부원군 민유중이 58세의 나이로 졸하였다. 민유중은 성격이 강직하고 방정하며, 총명하고 막힘이 없었는데 형 민정중과 함께 경서에 관한 학문을 가지고 진출하여 선비들이 우러러 믿고 따르는 덕망을 지녔다. 조정에 벼슬하면서는 언론이 준엄하고 단정하여 업적이 융성하게 나타났고, 집에 있을 적에는 품행이 올바르고 정이 독실하여 예법으로 자신을 제어하였으니 임금이 왕비(인현왕후)를 그의 가문에서 정하였음은 대개 그의 집 규율이 올바름을 살폈기 때문이다.

 

(중략) 부고가 오자, 임금께서 하교하시기를, “겨우 광성부원군(김만기, 인경왕후의 아버지)의 상사에 곡하고 나자 또 이 상사에 곡하게 되니, 놀랍고 비통한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고 국가를 위해서도 불행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하고 이어 3년 동안 녹봉을 주도록 명하고서 희정당에서 발상했다. 뒤에 시호를 문정이라고 하였다.” (숙종실록 1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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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보다보면 중인 출신의 장희빈(김태희 분)을 시어머니인 왕대비 김씨(김선경 분)가 모질게 구박하는 장면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장희빈의 출신을 조롱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임을 하지 못하도록 약까지 먹이는 왕대비의 모습을 보노라면 조선판 시월드가 따로 없을 지경이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과연 장희빈은 드라마에서처럼 시어머니에게 모진 구박을 받았을까.

 

 

여걸 중의 여걸이었던 명성왕후 김씨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장희빈의 시어머니로 나오는 왕대비는 조선조 18대 왕인 현종의 정비이자 숙종의 모후인 명성왕후 김씨. 손이 귀한 왕실에서 아들인 숙종을 출산하며 일찍이 정궁으로서 확고한 자리를 구축한 명성왕후는 시아버지 효종에게 귀한 내 며느리라는 찬사를 들을 만큼 영리하고 총명한 여성이었다. 훗날 그는 이 비상한 머리로 자신이 지지하는 서인 세력의 집권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특히 명성왕후는 철두철미하고 과단성 있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내명부의 기강을 호되게 잡는 것은 물론이고 궁인들이 쉽게 임금 곁에 다가가지 못하도록 엄히 다스렸다. 후궁 소생의 아들이 태어나는 것에 대해 본능적인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던 명성왕후는 누구보다 철저히 현종의 주변을 관리, 감독했다. 이 때문에 현종은 조선에 재위했던 수많은 왕들 중 유일하게 후궁이 없는 임금이 됐다.

 

 

현종이 승하하고 아들인 숙종이 보위에 오르자 왕대비가 된 명성왕후는 자주 정사에 간섭해 대소신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복선군 삼형제가 궁녀와 내통했다고 무고해 그들을 귀양 보낸 사건인 이른바 홍수의 변은 남인 세력을 궁지로 몰기 위해 명성왕후가 각본 연출한 대표적 사건이었다. 이 시기 명성왕후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 시키고자 편전에 직접 등장해 보란 듯이 대성통곡하는 정치적 쇼를 벌여 대신들을 기함하게 했다.

 

 

서인 집안에 뿌리를 두고 있었던 명성왕후는 그 스스로 서인의 뒷배를 자처했고, 평생에 걸쳐 자신의 정치력을 총 동원해 서인당의 집권을 도왔다. 명성왕후는 조선의 왕비가 왕실의 일원을 넘어 확실한 정치색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인물이었다. 그는 남인들을 한 하늘을 함께 이고 살 수 없는 세력으로 간주했으며 이로 인해 남인 세력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홍수의 변 이 후로, 남인들은 줄곧 명성왕후를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 윤씨에 빗대 조롱했다. 20년간 수렴청정을 단행하며 국정을 전횡한 문정왕후는 두 차례의 사화를 일으켜 조선 사림의 증오의 대상이 된 인물이다. 그와 비교할 만큼 남인 세력에게 명성왕후는 공포와 증오의 대상인 동시에 왕실 세력 중 최우선으로 견제해야 하는 인물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명성왕후와 남인의 긴장 관계는 명성왕후가 승하하는 그 날까지 끝나지 않고 계속되었다.

 

 

장희빈이 두려워했던 유일한 여성

 

 

시어머니가 이 정도로 강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면 밑에 있는 며느리가 고생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다. 명성왕후는 자신이 추천했던 인경왕후와 인현왕후에게는 한없이 자애롭고 관대한 시어머니였지만 대왕대비 장렬왕후 조씨의 비호를 받았던 장희빈에게는 누구보다 모진 시어머니였다. 평생을 무서울 것 없이 살았던 장희빈이 유일하게 두려워했던 인물이 있다면 그는 다름 아닌 시어머니 명성왕후였을 것이다.

 

 

명성왕후가 장희빈을 못 마땅하게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장희빈이 남인 세력의 후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희빈의 숙부는 남인세력의 돈줄로 활약했던 장현이었고, 장희빈을 숙종에게 소재시켜 준 사람은 남인 계열의 장렬왕후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남인이라면 치를 떠는 명성왕후에게 장희빈은 며느리가 아니라 남인의 간자일 뿐이었다. ,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인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셈이다.

 

 

게다가 명성왕후는 당시 한낱 침방나인에 불과했던 장희빈이 숙종의 곁에 머무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명문가의 여식으로 자라 중전과 대비라는 초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중궁 시절에는 그 흔한 후궁조차 경험하지 않았던 명성왕후로선 아들인 숙종이 얼굴만 반반한 침방나인과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을 것이다. 명성왕후가 장희빈 축출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명성왕후는 장희빈이 중전이었던 인경왕후를 저주하고 모함했으며, 행실이 매우 거칠고 방자하다는 죄목을 들어 그를 궁궐 밖으로 내쫓아 버렸다. 임금의 승은을 입은 궁인이 특출한 죄목 없이 쫓겨나는 일은 전례가 없는 희귀한 일이었기에 숙종과 장렬왕후의 극렬한 반대가 있었지만 명성왕후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장희빈을 두둔하던 시할머니 장렬왕후를 거칠게 타박해 무안을 줄 정도였다.

 

 

이와 같은 명성왕후의 서슬 퍼런 기세에 장희빈은 입 한 번 뻥긋하지 못하고 무려 6년 여간 궐 밖에서 숨죽이며 살 수밖에 없었다. ,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희빈이 명성왕후에게 소리 지르고 대드는 장면들은 사실상 완전한 허구인 셈이다. 만약 실제로 장희빈이 드라마에서처럼 명성왕후에게 대들었다면 그의 성격상 당장 사약을 내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재밌는 점은 장희빈을 퇴출한 이 후에도 그에 대한 명성왕후의 견제는 끝도 없이 계속됐단 사실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숙종실록 12년에 기록되어 있는 일화다. 인현왕후가 장희빈이 숙종의 승은을 입은 궁인이므로 환궁시키는 것이 맞다고 간청하자 명성왕후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인현왕후의 부탁을 단호히 거절한다.

 

 

내전(인현왕후)이 그 사람(장희빈)을 아직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 그 사람은 매우 간사하고 악독하오. 주상이 평일에도 희로의 감정이 느닷없이 일어나시는데 만약 꾐을 받게 되면 국가에 화가 됨은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니 내전은 후일에도 마땅히 나의 말을 생각해야 할 것이오.”(숙종실록 12, 1210)

 

훗날 인현왕후는 시어머니의 이러한 충고를 무시하고 장희빈을 다시 궐로 불러 들였다가 더할 나위 없는 고초를 겪게 된다.

 

역사에 가정이라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지만 만약 명성왕후가 42살의 나이에 요절하지 않고 천수를 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장희빈이 궁궐에 다시 들어오는 일도, 그의 아들이 숙종의 대를 이어 보위에 오르는 일도, 인현왕후가 그토록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 일도, 서인 세력이 속수무책으로 남인에게 밀려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명성왕후는 왕실과 내명부를 대표하는 최고 권력자였던 셈이다.

 

 

삼척동자도 다 안다는 천하의 장희빈조차 고양의 앞의 생쥐꼴로 만들었던 명성왕후 김씨. 뚜렷한 정치색과 강력한 권력욕으로 숙종 집권 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그는 현재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 안에 있는 숭릉에 남편인 현종과 함께 합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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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 작품을 대하는 분위기도 조금씩 반전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역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장희빈이라는 소재를 가지고도 이정도 성적이라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직장의 신>이 종영하면서 장옥정은 시청률 10%를 돌파할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중반이 넘은 시점에서까지 동시간대 꼴찌라는 점은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시청률은 더 오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장옥정>이 성공작이냐 하는 지점에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장옥정>측은 처음 ‘장옥정’이라는 인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할 것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나 장옥정의 시청률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예전의 장옥정이 그랬던 것처럼 독기를 뿜어내고 간계를 부리는 지점이었다. 물론 장옥정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무게를 두었다는 점, 숙종과의 멜로가 더 강화됐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두려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그렇다고 장옥정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가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 와중에 타이틀롤을 맡은 김태희에 대한 연기력 논란은 아직도 첨예한 논쟁거리다. 극이 무르익을수록 처음보다는 익숙해지는 모습이 보이는 탓에 김태희가 많이 발전했다는 의견들도 발견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직까지 김태희의 연기력을 볼 때면 시청자들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증거다. 아직까지 김태희 연기력을 평가하면서 브라운관을 쳐다봐야 한다는 것 자체가 김태희에게 지긋지긋 하게 따라 붙었던 연기력 논란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분명히 김태희가 처음 데뷔했을 때 보다는 김태희의 연기력은 늘었다. 그러나 김태희의 연기력이 늘었다는 것은 사실 칭찬이라고 할 수 없다. 아직까지 시청자들이 그의 연기력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김태희는 확실히 예전보다는 자연스러워 졌지만 그렇다고 그 연기력이 뛰어나다거나 혹은 안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김태희 연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표정에 있다. 김태희는 아직까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표정을 벗어나지 못한다. 슬플 때 짓는 표정, 놀랄 때 짓는 표정, 사악할 때 짓는 표정 등이 틀에 박힌 듯 일정하다. 여전희 김태희는 악녀가 되는 과정에서 눈을 부릅뜨고 입으로는 비웃음을 날리는, 예의 그 표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기력 자체는 최악이라고까지 평가내릴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김태희만의 개성을 찾아 볼 수도 없다.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새로운 장희빈은 김태희의 화려한 외모 말고는 없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쉬이 김태희에 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연기력 논란은 그의 캐릭터가 독하게 변해가는 과정에서 줄어들었다. 사실 연기 중 가장 해석의 여지가 적은 연기가 독하고 악한 연기라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수없이 반복되온 캐릭터인 탓에 어느 정도 정형화 된 패턴이 존재하는데다가 감정의 표현역시 다채롭지 않고 일관성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연기에 새로운 색을 입히는 것은 온전히 연기자의 몫이다. 그러나 김태희는 그 과정에서 결코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김태희가 아닌, 숙종역을 맡은 유아인에게서 새로운 가능성이 발견된다. 유아인은 김태희보다 여섯 살이나 어리지만 연기력으로만 따진다면 십년은 앞 서 있다. 유아인의 연기 데뷔는 2003년 <반올림>에서 였고 김태희는 2001년 <선물>이라는 영화로 연기 경력을 시작했다. 연기 경력만 따져도 유아인보다는 김태희가 앞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김태희는 연기력에 발목을 잡혀있고 유아인은 연기력에 있어서만큼은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다.

 

그래서 김태희가 최근 인터뷰에서 한 '얼굴이 늙고 못생겨져야 연기력 논란이 없어질 것'이라는 그 자신에 대한 평가는 상당한 오류다. 그렇다면 연기력 논란이 없는 유아인은 못생겼다는 것인가. 같은 여자배우만 보더라도 심은하, 손예진등 연기력과 미모를 동시에 인정받은 스타들도 상당하다. 완벽한 외모는 연기력을 평가 받는데 있어서 오히려 플러스다. 남들보다 쉽게 주연을 맡을 수도 있고 더 많은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 안에서 제대로 된 연기력만 보인다면 오히려 그 외모와 연기력의 조합은 한 배우를 독보적인 스타로까지 만들 수 있다. 김태희는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아직도 연기력 논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는 '늘었다'는 평가가 아닌,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줄 시점이다.

 

지금 <장옥정>에서는 오히려 유아인이 빛난다. 유아인은 김태희와의 멜로와 정치적인 머리싸움을 넘나들며 그 감정의 전환을 자유자재로 해 낸다. 다소 억지스러운 장옥정의 간계도 유아인의 연기력이 뒷받침되기에 그 설득력을 가진다. 시청 포인트는 장옥정이 독해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과정은 이미 수없이 되풀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김태희 역시 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유아인의 연기력은 젊은 배우의 가능성을 재확인 시키며 새로운 시청 포인트가 되고 있다. 김태희보다 유아인이 앞으로 훨씬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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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톱스타 김태희를 ‘9대 장희빈으로 캐스팅하며 상반기 최고 화제작으로 손 꼽혔지만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혹평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청자들은 인현왕후가 장희빈의 앞길을 방해하는 악녀로 묘사 되고 있다는 점에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과연 인현왕후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성녀에 가까운 인물이었을까.

 

 

 

 

서인세력과 운명 같이한 인현왕후 민씨

 

 

인현왕후 민씨가 중전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당시 집권세력인 서인세력의 전폭적 지원 덕분이었다. 민씨가 서인 중에서도 명망 있는 가문을 자랑하는 여흥부원군 민유중의 딸이었던데다가 외척으로 서인의 거두 우암 송시열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인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던 숙종의 모후 명성왕후 김씨 역시 이 점을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사실상 민씨의 중궁전 입성은 단순한 왕비 간택이 아니라 민감한 정치적 함의를 내포한 고도의 정치 전략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숙종과 민씨의 관계가 생각만큼 원만치 못했고, 그녀가 왕자를 생산하지 못하면서 후계 구도가 불안정해 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남인세력이 후원하고 있던 소의 장씨가 숙종의 총애를 독차지한데 이어 1688(숙종 14) 왕자까지 생산하게 되면서 민씨와 서인세력의 불안감은 날로 커져 가게 된다. 이듬해 1, 소의 장씨는 왕자 생산의 공을 인정받아 정 1()’의 칭호를 받는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장희빈의 탄생이었다.

 

 

1689(숙종 15), 숙종은 장씨의 아들을 원자로 책봉하며 본격적인 후계 구도 정리 작업에 들어선다. 원자 책봉에 반대한 서인 세력을 모조리 쫓아내는 한편, 남인 세력을 대거 등용함으로써 정권 교체를 시도한 것이다. 서인의 상징과도 같던 송시열의 사사를 시작으로 숙종의 서인 숙청 작업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자행됐다. 이것이 바로 기사년 2월에 일어 난 기사환국이다.

 

 

서인세력이 일거에 실각하는 와중에 민씨 역시 무사할리 없었다. 민씨는 그 해 7, 폐비가 되어 안국동 사가인 감고당으로 쫓겨난다. 이듬해 장씨는 남인세력의 적극적 지지를 등에 업고 중전으로 책봉된다. 눈 깜짝할 새에 운명이 뒤바뀐 것이다. 민씨의 사가 생활은 1694(숙종 20) 서인세력이 다시 재집권하는 갑술환국이 일어날 때까지 무려 5년 여간 지속됐다. 양갓집 규수로서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고초를 겪은 것이다.

 

 

16944월에 민씨가 중전으로 복위함에 따라 장씨는 다시 빈으로 강등되어 처소인 취선당으로 내려갔고, 그로부터 7년여가 지난 1701(숙종 27) 민씨는 병을 이기지 못하고 서른 다섯 젊은 나이에 요절한다. 주목할만한 점은 그와 정반대의 길을 걸었던 장씨 역시 같은 해 중궁을 무고(巫蠱)했다는 죄목으로 서인세력에게 탄핵 받아 사사 당했다는 사실이다. 인현왕후와 장희빈 모두 죽는 그 순간까지 정치권력을 둘러싼 치열한 다툼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셈이다.

 

 

 

 

 

인현왕후는 어떻게 성녀로 만들어졌나.

 

 

사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은 정쟁에 희생당한 불행한 인물들일 뿐이다. 각 정치 세력을 대표하는 여성으로서 극과 극의 인생을 강요받았고, 이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러 차례 힘든 고난을 겪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인현왕후가 인내와 희생으로 모든 것을 감내한 성모라면, 장희빈은 출세를 위해 악독한 짓도 서슴지 않는 악녀로 남아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러한 이미지는 인현왕후 쪽 사람들이었던 서인 세력에 의해 주도적으로 만들어졌다. 인현왕후를 얌전하고 후덕한 조강지처로 표현하고, 장희빈을 욕심 많고 심술 사나운 첩으로 규정함으로써 일반 백성들의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간 것이다. 김만중이 집필한 대중소설 <사씨남정기>로 시작 된 서인세력의 이 같은 치밀한 여론전에 상대방인 남인 측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서인세력은 소설과 함께 미나리는 사철이요/장다리는 한철이라로 시작하는 노래 또한 골목골목 퍼뜨렸다. 여기서 미나리는 인현왕후 민씨를, 장다리는 희빈 장씨를 뜻한다. , 장희빈과 남인 세력의 권세는 한 철일 뿐이고 사철 푸르게 살아남는 쪽은 인현왕후와 자신들이란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동네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진 이 노래는 조선 팔도 모르는 이가 없는 유행가가 되어 폭발적 인기를 누리며 민심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이처럼 당시의 서인세력은 소설, 노래 등 이른바 대중문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밑바닥 여론을 훑는데 주력했다. 어렵고 복잡한 정치수사 대신 착한 조강지처를 내쫓은 못된 첩실을 응징하자는 단순한 메시지로 일반 백성을 공략했고, 민심을 서서히 변화시켜 이를 재집권의 명분으로 삼았다. 권력을 잡고 있는 쪽은 남인세력이었지만 여론전만큼은 절대적으로 서인세력이 앞서는 형국이 지속된 것이다. 끝내 남인이 서인에게 정권을 내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현왕후에 대한 서인세력의 이미지 메이킹은 그녀가 죽은 뒤에도 꾸준히 계속됐다. 특히 궁인이 쓴 것으로 알려진 한글 소설 <인현왕후전>은 필사본만 20종이 넘을 정도로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어 장희빈을 더욱 요사스러운 계집으로 묘사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서인 중에서도 장희빈의 아들인 경종에 비협조적이었던 노론 측은 이 같은 방법을 통해 경종의 정통성에 끊임없이 흠집을 냈고, 종국에는 숙빈 최씨의 아들인 연잉군을 후대 왕으로 옹립하는데 성공했다. 이가 바로 조선 26대 왕 영조다.

 

 

재밌는 것은 영조 또한 인현왕후 미화작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는 사실이다. 무수리였던 어머니 숙빈 최씨의 출신성분에 상당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영조는 이를 만회하고자 인현왕후와 최씨의 인연을 강조하는 전략을 펼쳤다. 착하고 아름다운 인현왕후를 자신의 어머니가 성심성의껏 도운만큼 자신의 정통성에도 전혀 문제가 없음을 은연 중 과시하려 한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 메이킹은 1694년 인현왕후가 폐출된 이래 무려 100여년 가까이 계속되었다.

 

 

여론전에서 승리한 인현왕후, 결국 성녀로 남다

 

 

이 시기 성녀인현왕후와 악녀장희빈으로 고착화 된 이미지는 놀랍게도 21세기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여전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1961년 정창화 감독의 영화 <장희빈>을 시작으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 진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일대기는 뚜렷한 선악구도와 확실한 권선징악의 스토리로 인현왕후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만들었다. 기존의 구도를 완전히 전복해 버린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오늘날 인현왕후와 장희빈은 착한 여자나쁜 여자의 대명사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한 번 굳어진 여론은 쉽게 돌아서기 힘들고, 한 번 생성된 이미지는 쉽게 깨지지 않는다. 300년 전 인현왕후 성모 만들기프로젝트를 시작했던 서인들이 이 평범하고도 무서운 진리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소름이 돋는다. 여론과 언론을 움직이며 명분을 쌓는 것이 정치의 본질임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흔히들 역사는 승리자의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역사의 승리자 편에 섰던 인현왕후 역시 이 정도 호사는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좋든 싫든, 그녀는 여론전에서 이긴 그 시대의 승자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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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인현왕후가 중궁전에 입성하면서 장옥정의 악녀 본색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장희빈의 흥행 포인트인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궁중암투가 본격화됨에 따라 시청률 상승 또한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기존의 장희빈과 다른 점이 있다면 희생과 인고의 상징인 인현왕후가 매우 정치적이고 권력지향적인 인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 쯤에서 궁금해진다. 과연 인현왕후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것처럼 모든 것을 담담히 인내하고 받아들였던 후덕한 여인이었을까, 아니면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그리고 있는 것처럼 중전의 자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야심있는 여성이었을까.

 

 

 

 

엘리트 코스밟았던 인현왕후의 자존심

 

 

인현왕후는 당시 조선 시대 여성 중에서도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이었다. 서인세력 중에서도 뼈대 있는 가문을 자랑하던 여흥 민씨 집안의 여양부원군 민유중의 딸이었고, 외할아버지는 서인의 거두 송준길이었으며 외척으로는 우암 송시열을 곁에 두고 있었다. 그가 숙종의 계비로 발탁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실제로 그를 왕비로 적극 추천한 이는 송시열과 숙종의 모후 명성왕후 김씨였다. 한 마디로 집권세력과 왕실세력의 비호를 한 몸에 받은 셈이다.

 

 

이렇듯 날 때부터 최고의 양갓집 규수가 열다섯 어린 나이에 지존의 짝인 왕비가 되었으니 자존감이 하늘을 찔렀음은 어렵지 않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인현왕후 특유의 자신감은 궁 밖에 쫓겨나 있던 장희빈의 환궁 과정을 통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당시 장희빈은 명성왕후에게 남인의 간자로 찍혀 궐 밖으로 쫓겨난 상태였다. 그러나 명성왕후가 승하하자 인현왕후는 장희빈을 다시 숙종의 곁으로 불러들인다. 한 마디로 남편의 첩을 제 손으로 끌어 들인 것이다.

 

 

인현왕후가 이런 선택을 한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첫째는 숙종이 장희빈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 둘째는 남인세력이었던 시할머니 장렬왕후 조씨가 장희빈의 환궁을 은근히 부추겼다는 것, 셋째는 인현왕후 스스로 장희빈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인현왕후는 자신보다 나이도 한참 많고 한미한 가문 출신의 장희빈을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양갓집 규수로서 그것은 해서도, 할 수도 없는 생각이었다.

 

 

인현왕후에게 장희빈은 숙종을 거쳐 가는 여러 여자 중 한명일 뿐이었다. 중전의 자리에 앉아있는 자신이 평생을 걸쳐 두고두고 신경 쓸 라이벌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셈이다. 그러나 인현왕후의 안일한 생각과 달리 장희빈은 훨씬 영리했고 정치적이었으며 숙종의 사랑을 잘 이용할 줄 아는 여성이었다. 숙종의 총애를 받으며 날이 갈수록 기세등등해 지는 장희빈의 위세는 인현왕후로선 도저히 용납하기 힘든 현실이었을 것이다.

 

 

 

인현왕후도 투기를 했다

 

 

기본적인 예의범절이 생활화 된데다가 왕비의 체면과 체통을 중시했던 인현왕후는 대놓고 장희빈을 구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에는 숙원의 첩지를 내리고, 다과를 함께 하는 등 후덕한 조강지처의 품격을 보이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인현왕후 또한 중전 이전에 여자이니 어찌 투기를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는 장희빈이 매우 교만하다는 이유를 들어 회초리를 때리기도 했는데, 장희빈으로선 아무리 윗전이긴 하지만 자신보다 여덟 살이나 어린 사람에게 끌려가 매를 맞는 것이 보통 고욕이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인현왕후는 장희빈에 대한 숙종의 총애가 너무 지나치자 서인의 거목 중 한 명인 김수항의 증손녀를 후궁으로 들여 장희빈을 견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재밌는 것은 김수항의 증손녀는 명문세가의 여식이라는 이유로 궁에 들어오자마자 당시 숙원이었던 장희빈보다 윗전인 소의의 첩지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소의 김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의 바로 아래 단계인 귀인 김씨에 책봉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인현왕후는 장희빈의 미천한 출신을 환기시키며 내심 그를 조롱한 것이다.

 

 

그러나 귀인 김씨의 존재와 상관없이 장희빈에 대한 숙종의 사랑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에 초조해 진 인현왕후는 직접 숙종을 찾아가 자신이 꿈을 꾸었는데, 꿈에 현종과 명성왕후가 나타나 민씨와 장씨는 본래 원수지간으로 현재 장씨가 복수하려하며, 경신환국 후 원한을 품은 이들과 결탁하여 나라에 화를 미칠 것이다. 그리고 장씨 팔자에는 아들이 없고 민씨에게는 자손이 많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며 직접적으로 장희빈을 공격하기까지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인현왕후는 장씨는 전생에 숙종의 활을 맞고 죽은 짐승의 화신이라는 험담까지 했는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현숙하고 어진 인현왕후의 이미지와는 매우 상반된 모습이다. 인현왕후의 위와 같은 발언은 장희빈의 숙종의 첫 아들인 경종을 낳으면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숙종은 인현왕후를 폐비시키면서 아들도 낳지 못한데다가 체통을 잃고 투기까지 한 죄목을 함께 물었다. 몇몇 사료에서는 숙종이 인현왕후를 연산군의 친모인 폐비 윤씨 보다 못한 죄인이라고 일갈했다고 전한다.

 

 

 

 

죽는 순간까지 장희빈을 궁지로 몰아

 

 

장희빈에게 중전의 자리를 빼앗긴 인현왕후는 5년간 안국동 본가인 감고당으로 돌아가 폐출 생활을 감내했다. 정부의 제대로 된 지원조차 없었던 이 시기에 인현왕후의 몸과 마음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손상됐다. 인현왕후가 서른 다섯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이유도 바로 폐비 때 얻은 여러 가지 병증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불결한 환경과 지속적인 굶주림은 부족함을 모르고 산 양갓집 규수에겐 버티기 힘든 악조건이었을 것이다.

 

 

1964년 서인 세력이 재집권한 갑술환국이 일어나면서 중전으로 복위한 인현왕후는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7년이 넘는 세월동안 병마와 싸웠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그는 장희빈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못했다. 과거의 악연을 떨쳐 버리지 못한데다가 세자의 친모이기도 한 장희빈은 인현왕후가 살아 있는 그 날까지 가만 둬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언제든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만큼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제거할 필요가 있었던 셈이다.

 

 

인현왕후는 승하하기 얼마 전부터 자신의 건강이 악화된 이유는 모두 희빈의 저주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나의 병 증세가 지극히 이상한데, 사람들이 모두 반드시 빌미가 있다고 한다고 말했는데, 이 빌미란 것이 바로 장희빈의 저주를 뜻한다. 인현왕후의 이 같은 말은 차후 장희빈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로 장희빈은 인현왕후를 무고했다는 죄목으로 인현왕후 승하 2개월 만에 사약을 받고 사사 당했다.

 

 

지금껏 살펴본 것처럼 역사 속의 인현왕후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린 것과 다른 두 얼굴의 인물이었다. 그는 명문세가의 딸로 태어나 깍듯한 예의와 품격이 몸에 밴 사람이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남편의 애첩에게 질투를 하는 평범한 여성이기도 했다. 불행히도 인현왕후 궁인 출신의 장희빈이 자신의 라이벌이란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고, 평생을 장희빈에 대한 콤플렉스와 피해의식에 시달렸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인현왕후의 진짜 맨 얼굴이다.

 

 

숙종과 함께 서오릉 중 하나인 명릉에 묻혀 있는 인현왕후는 지금쯤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어쩌면 끝끝내 역사의 승리자로 남아 연적이었던 장희빈을 희대의 악녀이자 요부로 전락시킨 것에 대해 매우 만족스러워 하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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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피 말리는 4월화 드라마 대전이 시작됐다.

 

 

KBS 2TV <직장의 신>이 한 주 먼저 스타트를 끊은 가운데 8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MBC <구가의 서>가 동시에 첫 방송을 내보내면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모양새다.

 

 

흥미로운 것은 미녀스타 김태희와 이연희가 동시에 TV 브라운관에 컴백하며 명예회복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과연 이 두 미녀스타들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 거듭날 수 있을까.

 

 

 

 

 

세대를 대표하는 미녀스타, 김태희 Vs 이연희

 

 

배우 김태희는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미녀스타다. 70년대 정윤희, 80년대 황신혜, 90년대 김희선이 있다면 2000년대에는 단연 김태희가 있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완벽한 비율, 여기에 명문대 출신이라는 학벌까지 완벽한 스펙을 갖추고 있는 그는 뭇 남성들의 이상형인 동시에 뭇 여성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만큼 김태희는 대중이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여성상을 가장 충실히 구현한 최고의 스타로 손꼽힌다.

 

 

이연희 또한 20대 배우들 중 도드라진 미모를 자랑하는 스타다. 화려하고 조각 같은 외모는 아니지만 청순가련하고 담백한 외모는 순정만화에서 툭 튀어 나온 듯 매력적이다. 환한 눈웃음과 서글서글한 입매 또한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게다가 이연희는 요즘 찾아보기 힘든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특유의 싱그러움과 상큼함은 20대 여배우 중 으뜸이다. 배우로서 이만한 외양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외모 덕분에 김태희와 이연희는 광고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며 유명세를 떨쳤다. 엄청난 몸값에도 불구하고 대여섯 개가 넘는 CF에 등장했던 그들은 출연하는 광고마다 대박 행진을 이어가며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CF 모델로서 명성을 쌓아나갔다. 여배우들의 선망이라고 할 수 있는 화장품은 물론이거니와 통신, 가전, 요식 등 주요 CF는 모조리 독식했던 것이다.

 

 

그러나 CF, 화보, 패션 등을 통해 스타로서 누리는 빛나는 영광 뒤엔 언제나 '발연기' 라는 꼬리표가 지겹게 따라 붙었다. 김태희와 이연희는 데뷔 이래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갔지만 배우로서 호의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예쁜 얼굴,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작품마다 혹평을 들었고, 연기하는 캐릭터마다 낙제점을 받았다. 이는 김태희에게도, 이연희에게도 크나큰 불행이었다.

 

 

 

 

계속되는 발연기 논란, ?

 

 

도대체 왜 그들은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김태희의 경우에는 조연을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주연을 맡았던 탓에 기본기를 다질 시간이 현저히 부족했다. 문제는 연기력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녀는 캐릭터 변신에 병적으로 집착했다는 것이다. 대중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이 앞서다보니 그릇에 맞지 않는 작품과 캐릭터를 연속해서 선택하는 우를 범한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구미호외전><중천><싸움><아이리스> 등으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가 전혀 매력적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검을 휘두르고, 몸으로 치고 박고 싸우는 김태희는 대중이 기대했던 김태희와는 완전히 상반된 캐릭터였다. 배우로서의 내적 성장보다 외적 캐릭터의 전복과 파격으로 승부를 보려했던 김태희의 전략은 사실상 완벽한 실패로 귀결됐다. 슬프게도 그녀가 선택한 일련의 캐릭터들은 김태희의 이미지와도, 김태희가 표현할 수 있는 연기 스펙트럼과도 거리가 멀었다.

 

 

당시 김태희에게 필요한 것은 기다림이었다. 대중과 영합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영민함, 이미지를 지키면서도 배우로서 기본기를 다질 줄 아는 현명함이 그녀에겐 절실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하루라도 더 빨리 연기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갈망과 욕구가 그녀를 급하게 만들었다. 김태희가 진즉 알았어야 하는 것은 배우 스스로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와 작품은 대중 역시 불편해 한다는 것, 그리고 급작스러운 이미지 전복은 오히려 대중적 괴리감을 낳는다는 사실이었다.

 

 

기본기가 없는 것은 이연희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발성, 발음, 표정 연기 등에서 상당한 약점을 노출한다. 감정 없는 대사톤은 시청자들을 지루하게 만들고 강약이 조절되지 않는 목소리는 드는 이를 피곤하게 한다. 냉혹한 이야기지만 이연희의 연기는 데뷔 이래 지금까지 막 연기를 시작한 신인 연기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쁜 외모조차 빛을 잃을 만큼 매력이 없다.

 

 

김태희가 파격적 캐릭터나 다양한 장르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노력이라도 했다면, 이연희는 그 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그런 작품에서 색깔 없는 캐릭터만을 연기하다보니 대중의 뇌리에 각인 된 작품이 단 한 편도 존재하지 않는다. ‘스타 이연희는 여러 가지 수식어로 대변되는 반면 배우 이연희는 내세울 만한 대표작이 딱히 없다. 배우 생활을 계속할 생각이라면 이는 분명한 위기 상황이다.

 

 

 

 

김태희와 이연희, 배우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렇듯 동병상련의 고민을 갖고 있는 두 여배우가 2013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각각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구가의 서>를 통해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것이다. 특히 <장옥정, 사랑에 살다>9대 장희빈을 연기하는 김태희의 의욕은 대단하다. 역대 장희빈 흥행 신화를 이어나가는 동시에 지긋지긋하게 따라 붙던 연기력 논란 또한 확실히 떼어버리겠다는 각오다. 부담스럽지만 첫 사극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희대의 악녀장희빈을 조선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로 재해석 한 이 작품에서 김태희는 차분하고 담백한 연기로 첫 방송을 훌륭하게 마무리했다. 과하지 않은 캐릭터 해석과 어색하지 않은 대사 처리는 합격점을 받을 만 했고 화면을 장악하는 힘 또한 일취월장했다. 우려와 달리 사극에 잘 녹아들며 타이틀롤로서 부끄럼 없는 활약을 펼쳐 보인 셈이다. 향후 그의 연기가 기대 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희노애락을 담아내는 표정 연기는 여전히 부족함이 드러났다. 극이 진행되면서 점차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그 동안 약점으로 지적 된 이 부분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 연기를 할 때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캐릭터의 삶을 온전히 표정과 몸짓으로 드러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구가의 서>에 특별출연 중인 이연희의 연기는 조금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첫 회 방송에서는 여전히 어색한 티를 온전히 벗어던지지 못했다. 출연하는 4회 동안 계속 이런 식의 연기를 한다면 조금 곤란하다. 다행히 신우철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이연희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펼쳤고, 오열 장면 등에서는 감정이 잘 표현됐다고 공언한 만큼 기대를 가져도 좋을 듯하다.

 

 

20134,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김태희와 이연희는 과연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며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선 두 미녀스타가 작품을 끝마칠 때 어떤 결과를 얻어가게 될지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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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중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제작진과 배우 모두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특히 여주인공 오영 역의 송혜교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미모 뿐 아니라 연기력까지 재평가 받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송혜교의 라이벌 격인 전지현과 김태희 또한 이에 질세라 활발한 활동을 재개하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단 사실이다. 바야흐로 태혜지 시대의 부활이라 할 만하다.

 

 

 

 

 

2000년대 초중반을 수놓은 태혜지 시대

 

 

1990년대가 최진실과 김희선의 쌍두마차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누가 뭐래도 김태희-송혜교-전지현로 대표되는 트로이카의 시대였다. 선발주자는 송혜교였다. SBS 일일시트콤 <순풍 산부인과>로 대중의 눈도장을 받은 그는 2000<가을동화>를 시작으로 <수호천사><호텔리어><올인><풀하우스> 등을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자타공인 여의도 최고의 흥행 보증수표로 굳건히 자리매김한다.

 

 

전지현 또한 지지 않았다. 1999SBS <해피투게더>에서 상큼한 마스크와 신선한 연기로 주목받은 뒤 2000년 영화 <시월애>2001<엽기적인 그녀>에 출연하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한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로는 이례적으로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엄청난 흥행을 거둔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전지현은 동년배 여배우 중 가장 오묘하면서 독특한 매력을 지닌 스타로 대중에게 깊이 각인될 수 있었다.

 

 

마지막 주자는 김태희였다. 2003SBS 드라마 <스크린>으로 연기자 신고식을 치룬 그는 <천국의 계단><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을 거치며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완벽한 외모와 몸매에 명문대 출신이라는 메리트가 더해지면서 김태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상적인 여성으로 손꼽히게 된다. 비록 송혜교, 전지현보다 데뷔는 다소 늦었지만 단기간 내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단숨에 이들과 비슷한 위치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톱스타의 반열에 오르면서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구축했고, 미모와 인기 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만큼 박빙의 대결을 펼쳤다. 특히 이 세 여배우는 화장품, 의류, 통신, 아파트, 가전 등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CF들을 독식하다시피 하며 CF 시장을 삼등분했다. 인기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광고계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것이다. 본격적인 태혜지 시대의 개막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며 영원할 것만 같았던 태혜지 시대 역시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연기력이 도마 위에 오르며 따가운 눈총을 받은데다가, 흥행력 마저 현저히 떨어지며 커리어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이다. 이는 곧 막강한 존재감을 과시했던 광고계에서의 영향력 약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었다신민아 같은 다크호스가 나타나 판을 흔들고 '피겨 여왕' 김연아가 각종 CF를 섭렵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부활한 태혜지’, CF퀸 넘어 배우로

 

 

태혜지의 상품성이 근간부터 의심 받기 시작하면서 결국 태혜지 시대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상품성 제고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짐으로써 더 이상 안일한 자세로 머물러 있을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이들로서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제대로 된 승부수를 띄워야 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이들 세 사람 모두 위기를 맞이하면서 배우 본연의 업무에 더욱 몰두하기 시작했단 사실이다. 한 두 개의 CF 계약에 연연하는 대신 배우로서 착실한 커리어를 쌓아가는 방식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한 것이다.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는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연예인으로서 오랜 인기를 누리며 사랑 받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배우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진리를 정확히 꿰뚫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2012년을 기점으로 태혜지 시대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전지현의 재기는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신비주의 이미지 마케팅으로 본의 아니게 대중과 멀어졌던 그는 2012년 영화 <도둑들>에서 상큼하고 섹시한 매력의 예니콜로 분해 그동안의 부진을 한방에 만회했다. 결혼과 함께 인간적이고 친근한 매력을 갖춘 스타로 거듭난 것 또한 매우 의미 있는 변화다. 이 덕분에 그는 잠시 부진했던 CF 시장에서 다시 한 번 만개하고 있다.

 

 

오랜 시간 작품성 있는 영화에 몰두하며 배우 타이틀을 얻기 위해 절치부심했던 송혜교 역시 2013<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완벽한 명예회복을 했다. 절정의 미모와 뛰어난 패션 감각을 과시하며 뭇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로 떠오른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층 깊어지고 절제된 연기력으로 배우 송혜교의 존재감을 만방에 과시했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은 송혜교의 연기에 내가 졌다. 오영 캐릭터의 성과는 오로지 송혜교의 차지다라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김태희 또한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섰다. 2011MBC <마이 프린세스>를 통해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하며 호평을 이끌어 낸 그는 2013SBS 새 월화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통해 첫 사극 연기에 도전한다. 장희빈의 파란만장한 삶을 연기하는 만큼 그동안의 연기력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흥행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예정이다. 전작인 <야왕>25%라는 높은 시청률로 종영해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또한 고무적이다.

 

 

이처럼 30대에 접어든 태혜지는 나름의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배우로서, 스타로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실패할 때도 있었고 성공할 때도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한 곳을 향해 내달리는 이들의 집중력은 분명 박수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이제 이들은 단순한 CF 스타가 아니라 작품을 책임질만한 무게감 있는 여배우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혜지 시대의 부활이 반가운 이유다.

 

 

과연 태혜지는 끝까지 배우의 본분을 잃지 않고, 스타로서의 자긍심을 지키며 오랜 시간 대중의 곁에 머무를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이 연예계의 소중한 자산들이라는 것, 그리고 여전히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태혜지를 사랑하는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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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방송사의 자존심을 건 4월 월화 드라마 대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월화 드라마가 비슷한 시기에 모두 교체되면서 치열한 격전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MBC <마의>SBS <야왕>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한 만큼 후속작들간의 기싸움도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할 전망이다.

 

 

배우, 작가, 연출자 너나 할 것 없이 당대의 거물급들이 총 출동하는 4월 드라마 대전에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MBC <구가의 서>, 월화 드라마 최고 기대작

 

 

48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MBC <구가의 서>는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힌다. <찬란한 유산><더킹 투하츠>국민 남동생이승기와 <드림하이><건축학개론>국민 첫사랑수지가 주연을 맡은 것 자체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이성재, 정혜영, 조성하, 이연희 등 탄탄한 배우진이 포진해 뒤를 받친다. 대어급 배우들이 총 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고 있다.

 

 

제작진의 면면 역시 뒤쳐지지 않는다. <유리구두><호텔리어><오필승 봉순영><제빵왕 김탁구><영광의 재인> 등으로 유명한 강은경 작가와 <파리의 연인><온에어><시크릿 가든><신사의 품격> 등으로 흥행 신화를 써온 신우철 PD가 손을 잡았다. 각자의 영역에서 매번 최선의 결과를 뽑아낸 베테랑들인 만큼 이번에도 탄탄한 호흡으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청자들에게 여전히 생소한 판타지 사극장르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 작년 <아랑사또전><전우치> 등 판타지 사극을 표방했던 대부분의 작품은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초라하게 퇴장한 바 있다. 복잡한 세계관과 유치한 CG, 진부한 관계설정 등이 시청자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구가의 서>는 이를 타산지석 삼아 판타지 사극의 신선함을 유지하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고 쉽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전작인 <마의>가 마지막 회를 동시간대 2위로 마쳤다는 것 또한 부담스럽다. <마의>가 동시간대 1위를 지킨 상태에서 바통을 넘겼다면 훨씬 수월한 싸움이 됐을 텐데 막판에 역전을 당하는 바람에 <구가의 서>로선 전작의 후광을 기대하기가 사실상 힘들어졌다. <마의>가 지난 6개월 동안 방송되며 MBC 월화 사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진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장희빈 흥행신화 잇는다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구가의 서>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소설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악독하게만 그려졌던 지금까지의 장희빈과 차별화 된 설정으로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보염서(조선시대 화장품 생산을 전담하던 곳)를 배경으로 인간 장옥정이 가지고 있는 여성적 매력을 최대한으로 발현시키는 한편, 연적 인현왕후와 대립하며 숙종과의 절절한 러브스토리 또한 그려낼 예정이다. 익숙한 소재에 신선한 접근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주인공 장옥정 역에는 당대의 미녀배우 김태희가 캐스팅 됐다. 김지미, 윤여정, 이미숙 등 최고의 여배우들이 역대 장희빈을 연기한 전례에 비춰볼 때 김태희 정도의 대스타라면 충분히 장희빈을 연기할 자격이 있다. 그녀는 데뷔 이래 첫 사극도전이라는 점에서도 안팎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숙종과 인현왕후는 청춘스타 유아인과 빼어난 연기력과 미모를 자랑하는 홍수현이 맡았고 이 외에도 재희, 한승연, 성동일 등이 힘을 보탠다. <구가의 서> 못지 않는 위용을 자랑하는 셈이다.

 

 

이에 비해 제작진의 무게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로비스트><스타의 연인><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의 방용철 PD가 메가폰을 잡았고, 원작의 저자인 최정미 작가가 극본을 담당한다. 첫 드라마 집필에 나선 최정미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얼마나 잘 드라마로 구현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제 페이스를 빨리 찾아야 전작 <야왕>에 이어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다.

 

 

주인공 김태희 또한 연기력 논란이 불거지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껏 장희빈을 연기한 여배우들 대부분은 뛰어난 미모만큼이나 출중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이들과 달리 김태희가 예전과 다름없는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면 작품 자체가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여배우들이 모두 연기하고 싶어 하는 장희빈을 맡았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다.

 

 

 

 

KBS 2TV <직장의 신>, 김혜수의 저력을 믿는다

 

 

지난 2개월간 시청률 3%대에서 허우적댄 <광고천재 이태백> 때문에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KBS<직장의 신>으로 대역전극을 노린다. 일본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둔 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우리집 여자들>의 전창근 PD가 연출을, <꽃미남 라면가게>의 윤난중 작가가 극본을 맡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당초 <직장의 신>은 월화 드라마 최약체로 평가 받았지만 연기파 배우 김혜수가 합류를 결정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 된 상황이다. 충무로와 여의도를 오가며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김혜수는 그동안 <><국희><장희빈><스타일> 등의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온 전천후 스타다. 연기대상을 두 번이나 받을 정도로 출중한 연기력을 자랑하고 있는 그의 등판은 월화 드라마 시장의 최대 변수라 할 만 하다.

 

 

월화 드라마 중 유일한 현대극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사극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시청자를 고정층으로 포섭하는 한편, 세련되고 스피디한 전개로 승부를 본다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경쟁작들에 비해 한 주 먼저 시작하기 때문에 입소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원작의 탄탄한 내용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차별화 된 각색을 시도함으로써 초반 시선몰이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처럼 4월 월화 드라마 시장은 스타급 배우들과 역량 있는 제작진의 격돌로 흥미로운 한 판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각 방송사가 사활을 걸고 편성한 기대작들이 과연 어떤 성과를 얻게 될지, 먼저 승기를 잡는 쪽과 마지막에 웃는 쪽이 누가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4월에도 안방극장은 변함없이 뜨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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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겨울')의 가장 큰 발견이다. 예쁘고 사랑스럽기만했던 송혜교가 어느 순간 뛰어난 연기력으로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송혜교의 얼굴이 완벽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최고의 미인으로 자주 꼽혔던 김태희보다 훨씬 더 예쁘다는 칭찬마저 쏟아져 나온다. 이 두 스타가 비교되는 것 자체가 이 두 스타의 외모가 한국에서 어느정도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스타의 외모는 단순히 누가 더 예쁘다고 결정지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각자의 매력이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송혜교의 얼굴에서 더 많은 감정과 스토리를 읽는다. 과연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나타났을까?

 

 

<그 겨울>은 일본 드라마 원작으로 시작했지만 고유의 정체성을 가지고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드라마는 노희경 작가의 필력과 뛰어난 연출력으로 완성도가 높지만 기존의 노희경 드라마 보다 훨씬 대중적인 색채가 짙은 탓에 노희경 본연의 매력이 떨어졌단 평가도 있다. 그렇다고 흥행드라마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물론 동시간대 1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중이지만 인물간의 갈등구조가 딱히 긴장감이 넘치지 못하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에피소드가 약간은 우울한 탓에 드라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다소 처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겨울>은 이야기 전개에서 억지를 쓰거나 말도 안 되는 자극적인 설정을 남용하는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동시간대 1위라는 쾌거는 단순히 드라마의 재미에 기인한다기 보다는 송혜교와 조인성의 놀랄 만큼 견고한 비주얼적 우위에 빚을 지고 있다. 일단 TV채널을 돌리다가 그들의 얼굴이 화면 가득 나오면 넋을 놓은 채 시선을 고정하게 되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동시간대 경쟁작들이 다소 아쉬운 방향으로 흐른다는 점 역시 그들에게는 이점이 되었다.

최근 드라마 중 가장 아름다운 영상을 구현 하는 <그 겨울>은 아름다운 남녀 주인공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는 신을 유독 많이 내 보내며 그들의 얼굴에 시청자들의 시선이 멈추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그러나 그들의 견고한 얼굴보다 훨씬 더 놀라운 것은 남녀 배우의 일취월장한 연기력이다. 특히 송혜교의 연기는 예전 송혜교를 감히 떠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송혜교가 <순풍산부인과>로 처음 대중에게 모습을 알릴 당시만 해도 송혜교에게 '연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트콤으로 이름을 알리는 수순에서 송혜교는 다소 가벼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인식되었다. 그는 <가을동화>로 스타덤에 오른 후, <올인>같은 대작에 출연해 톱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이미지는 <풀하우스>같은 발랄하고 통통튀는 이미지로 굳어졌다. <수호천사>나 <호텔리어>등에서 맡은 역할 역시 송혜교의 이런 이미지를 대변하는 역할이었다.

 

송혜교는 그러나 이런 역할을 스스로 거부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송혜교는 스타이기를 거부하고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영화 <황진이>는 그런 송혜교의 열망이 처음으로 발현된 선택이었다. 그러나 영화의 흥행 성적이 송혜교의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며 송혜교가 스타성과 흥행력을 동시에 잃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택한 노선은 흥행성보다는 작품성에 더 중점을 두고 있었고, 이 와중에 송혜교의 연기력이 부각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외국 독립영화인 <페티쉬>의 팜므 파탈부터 노희경 작가의 <그들이 사는 세상>, 이정향 감독의 <오늘>까지 흥행성보다는 작품성에 치중한 작품에 더 모습을 많이 드러냈고 중국에서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찍으려 장기 체류까지 하면서 대중의 시선에서 한발짝 멀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송혜교는 그런 시선에 대한 부담을 극복하고 연기력을 높이기 위한 자신만의 트레이닝을 계속 해 나갔다. 송혜교는 인터뷰에서 "대중들은 아직도 송혜교 하면 귀엽고 발랄한 것 밖에 떠올리지 못해요. 그게 제가 극복해야 할 점이죠. 다른 연기를 해도 아직 송혜교는 송혜교다. 송혜교가 잘할 수 있는 걸 해라, 그러죠. 그런데 저는 제가 실패하더라도 다른 것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더 다양해지고 더 깊어지고 싶어요. 그게 배우 아닐까요?"라고 말하며 자신이 나갈 노선이 단순히 스타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이정향 감독의 <오늘>에서 영화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송혜교의 연기력은 주목할만 했다. 송혜교는 이 영화로 '2011 여성영화인 축제 여성영화인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며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었던 그의 진심이었다.

 

그러나 송혜교의 연기는 대중적으로 인식되지 못했다. 대중은 아직도 그를 ‘스타’ 취급했고 그의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력이 없으면 인정하기 힘들어 했다.

 

 

<그겨울>은 이런 송혜교의 갈증을 풀어줄만한 드라마다. 15%에 가까운 시청률을 올리며 대중들에게 송혜교의 연기가 인식될 기반을 만들었다. 송혜교는 일취월장한 연기력도 그렇지만 미모마저 대중에게 각인되며 우리나라의 최고의 미인이라는 칭송을 듣고 있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송혜교의 얼굴은 질리는 것이 아니라 더욱 매력적으로 빛난다. 그것은 송혜교에게 다양한 표정과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예뻐 보이려 노력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김태희 역시 완벽한 얼굴에 비해 부족한 연기력을 극복하기 위한 작품에 목말라 있었다. 완벽한 얼굴에 비해서 부족한 연기력은 시청자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렸다. 김태희의 연기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정형화된 패턴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김태희는 놀란 장면에서는 눈을 크게 뜨고 슬픈 장면에서는 얼굴을 찡그리는, 다소 틀에 박힌 연기를 펼쳤다. 물론 최악의 연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매력적인 연기도 아니었다.

 

김태희의 완벽한 얼굴은 어떤 고정관념이 있어 보이는 연기 속에서 다소 지루해 보였다. 그토록 예쁜 얼굴이 보면 볼수록 질리는 얼굴이 되어간다는 것은 ‘스타’에서 ‘배우’로 김태희를 발전시키는데 가장 큰 결점이었다.

 

그는 이런 연기력 논란에 차분하게 연기력을 다지기 보다는 캐릭터 변신에 집착하며 다양한 작품을 고집했다. 그러나 김태희에게 부족한 것은 단순히 연기력이 아니라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이었다. 뛰어난 연기력은 아니라도 자신의 매력이나 개성을 어필할 줄 아는 배우들도 있지만 김태희는 그렇지 못했다. 단순히 예쁜 얼굴을 제외하고는 김태희의 개성 자체가 제대로 나타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김태희가 아직까지 극복하지 못한 숙제다. 이 상황에서 ‘장희빈’으로 컴백을 결정한 그의 연기력에 우려가 쏟아지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장희빈’은 그동안 김태희가 맡았던 어떤 역보다 연기력과 개성이 절실한 캐릭터다. 과연 김태희가 그에대한 이 모든 편견을 뒤집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시점이다.

 

김태희의 패착은 배우로서의 내적 성장보다 외적 캐릭터의 전복과 파격으로 승부를 보려했다는 것이다. 구미호로, 죽은 영혼으로, 특수 여전사로, 공주로 뛰어다니는 사이 그에게 생긴 것은 연기력 보다는 김태희가 표현할 수 있는 연기 스펙트럼의 한계였다. 이번 <장희빈>역시 단순히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될지 아니면 현명한 선택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까지 우려스러운 것만은 사실이다.

 

대중들은 스타의 얼굴을 본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는 캐릭터를 본다.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설득력을 가질 때 대중들은 박수를 친다. 캐릭터와 융화되지 못하는 배우는 아무리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 그 배우의 모습에 질리게 되어있다. 단순히 연기의 테크닉을 배우기 보다는 자신이 표현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는 범위를 제대로 캐치하고 그 스펙트럼을 늘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답이다. 그것을 송혜교와 김태희, 이 두 미녀스타가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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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대 장희빈이 김태희로 결정난 후,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제/ 이하 장옥정)>에 쏟아지는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하나 둘 씩 베일을 벗어갈수록 기대보다는 우려스러운 지점이 발견되고 있다. 장옥정이 극복해야 할 세가지 지점은 과연 무엇일까.

독하지 않은 장희빈의 스토리 과연 시청자에게 먹힐까?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제/ 이하 장옥정)>이 표방하는 장희빈은 기존의 독을 품은 팜므파탈의 장희빈이 아니다. 철저히 승자의 입장에서 써졌던 기존의 장희빈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진취적이고 당당한 새로운 여성상을 그리겠다는 취지다.

원작에서도 장희빈은 독한 팜므파탈이 아니라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된 캐릭터로 묘사된다. 기존의 강한 악녀 이미지라기보다는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표현된 것이다. 물론 기존의 장희빈을 그대로 모방하지 않겠다는 의지만큼은 긍정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기존 장희빈의 흥행 포인트는 바로 그 장희빈의 악랄함에 있었다. 장희빈이 사람들을 조종하고 마음대로 휘두르며 점점 파멸해가는 모습이 더 카리스마 있게 그려질수록 장희빈의 시청률 곡선도 따라 상승했다. 1대 김지미부터 8대 김혜수까지 장희빈의 모습은 항상 강렬했고 독살스러웠으며 죽음마저 자신이 끌어들이는 주체적인 캐릭터였다.

 

 

8대 장희빈이었던 김혜수 역시 서구적인 마스크와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 연기톤 등으로 미스캐스팅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지지부진한 스토리로 장희빈을 맡은 김혜수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초중반까지 김혜수는 표독스럽기 보다는 고고하고 우아했다.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장희빈이었지만 시청자가 기대한 모습은 아니었다. 급기야 KBS측은 작가를 교체하기에 이르렀고 김혜수가 악독해지고 독해지는 후반부에 가서야 30%가 넘는 시청률을 올렸고 김혜수는 연말에 연기대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

<장옥정>이 새로운 장희빈을 그리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시청자가 그 장희빈을 얼만큼이나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원작에서는 장희빈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원작대로라면 그동안의 장희빈보다는 다소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야기 거리들이 풍성해야만 제 9대 장희빈의 성공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레이드 마크였던 기존의 장희빈의 캐릭터를 잃어버리고도 과연 더 나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스럽다.

배우들의 불안한 연기

 

 

그동안 장희빈을 연기한 배우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은 뛰어난 연기력이었다. 장희빈이라는 희대의 팜므파탈을 연기하면서도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던 것은 장희빈을 연기한 김지미, 윤여정, 이미숙, 정선경, 전인화, 김혜수등의 뛰어난 연기력이 한 몫을 했다. 하물며 연기력 논란이 없던 김혜수도 초반에 연기력 논란이 일었을 정도니 장희빈이라는 캐릭터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김태희는 국내 최고의 미녀 배우 중 한 명인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현대극에서도 연기력 논란이 있을 정도로 아직 그 연기력의 진가를 인정받은 적이 없다. 그런 그가 연기력을 절대 필요로 하는 장희빈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타이틀롤인만큼 그 역할이 가장 중요한데다가 장희빈이라는 캐릭터는 그 중요도가 다른 타이틀롤보다도 훨씬 더 무게감이 있다. 주변 인물들이 아닌 장희빈 본인이 빛나지 못하면 드라마 자체의 매력도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더군다나 숙빈최씨의 역할을 맡은 것은 아이돌가수 카라의 한승연이다. 물론 한승연의 연기를 아직 보기 전이라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그가 뛰어난 연기를 할 것이란 기대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장희빈이 나오는 역사 속에서 숙빈최씨는 인현왕후보다는 약하게 표현되는 캐릭터지만 엄연히 장희빈과 대립구조를 만들고 갈등을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이다. 숙빈최씨 역시 매력적인 인물인 까닭에 <동이>라는 드라마로 재조명되기도 했다. 그만큼 쉽게만 볼 수 는 없는 캐릭터다. 이 캐릭터에 일본에서 드라마를 찍어봤다고는 하나 정극 연기경력이 전무한 한승연을 캐스팅한 것은 다소 의외다.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할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숙종역의 유아인만이 유일하게 연기를 기대할 수 있는 배우다. 허나 유아인 역시 현대극에서 연기력으로는 호평을 받았지만 사극에서는 아직 그 능력을 검증받은 적이 없다. 다소 현대적인 이미지의 유아인이 숙종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더군다나 <장옥정>은 다른 장희빈에 비해 숙종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크다. 원작에서 숙종이 장희빈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역할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원작의 스토리 속에서 숙종은 다소 이기적이고 나약하게 그려진다. 이런 캐릭터의 매력을 어떻게 살리는가 하는 것이 유아인이 가진 고민거리다. 더군다나 아직 소년같은 반항아 이미지마저 있는 유아인이 임금의 근엄함을 어떻게 자기것으로 만드느냐가 큰 숙제로 남아있다.

드라마 작가가 아닌 소설작가가 극본을 쓴다?

드라마와 소설은 명백히 그 분야가 다르다. 드라마는 소설보다 더 압축적이어야 하고 극적일 필요가 있다. 소설 원작 드라마들이 각색될 때 소설 작가 본인이 아닌 각색하는 드라마 작가가 따로 붙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 둘은 비록 원작을 근간으로 각색을 한다 해도 전혀 다른 장르다. 차라리 드라마나 영화 작가들이 극적인 구성으로 소설을 내서 성공한 사례는 있다. 미국의 시드니 셸던이 그렇고 우리나라에도 김수현같은 대작가의 소설이 있다. 그들의 작품들은 문학적인 가치는 제쳐두고 일단 재미가 있기에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소설을 쓰던 사람이 시나리오를 써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들은 문어체와 소설형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까닭에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드라마적 구성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소설작가는 드라마작가와 같아질 필요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의 영역은 드라마 작가에게 맡기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장옥정>은 원작자인 최정미가 직접 극본을 맡았다. 물론 아직 그 능력을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드라마 구성을 얼만큼 이해하고 제대로 된 시퀀스로 대본을 그려낼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소설이 아닌 드라마 판에서 위에 열거한 단점들을 극복할만한 획기적인 대본이 나올지도 의문이다. 과거 기태영과 유진을 맺어준 드라마, <인연만들기>역시 원작자가 직접 대본을 썼지만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를 무조건 원작자의 한계라고 부르기는 힘들지만 드라마의 세계와 소설의 세계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과연 이러한 문제점들을 모두 극복하고 <장옥정>이 성공작이라고 평가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판단은 이르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들을 충분히 염두해 두고 타계책을 만들지 못한다면 <장옥정>은 역대 장희빈 시리즈 중 유일한 실패작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드라마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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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dangjin2618.tistory.com BlogIcon 모르세 2013.02.06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갑니다.즐거운 시간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