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토크쇼에도 진정성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도 토크쇼의 게스트를 초빙할 때도 섬세하고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특히 <힐링캠프>처럼 요새 대세라는 ‘힐링’을 주제로 한 토크쇼라면 그 선택은 더욱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설경구의 경우에서 보여지듯, 대중들은 <힐링캠프>에서 인생의 악역을 맡은 사람의 해명을 듣고 싶지 않아한다. 그가 진정한 악역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이미 대중들이 단죄한 사안에서 철저히 악역이 된 인물의 말을 대중들이 곧이곧대로 들고자 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다.

 

<힐링캠프>에 출연할 거라면 인물은 사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철저히 피해자의 입장에 있는 사람일수록 좋다. 아픔이 있고 그 아픔을 극복해 나간 과정이 애처로울수록 사람들은 그가 진정으로 ‘힐링’하고 더 아름답게 살아가길 바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창 결혼으로 시끄러웠던 장윤정은 대중들에게 힐링이 필요한 대상일 수 없었다. 가난한 환경을 딛고 트로트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의 성공을 일궈냈지만 그는 언제부턴가 '행사의 여왕' '회당 출연료'등 그가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그 초점이 옮겨갔다. 예능에 출연하면 그의 수입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고 하루에도 적으면 여러 개에서 많으면 수십 개까지 뛰는 행사의 개수가 화제가 됐으며 제 2금융권 광고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장윤정은 어느 샌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트로트계의 여왕이 아니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만 노래하는 트로트계의 금고 같은 존재로까지 인식됐다. 물론 장윤정이 불법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축적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올 때마다 돈에 얽매인 사담과 연관된 장윤정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장윤정이 행사를 뛰다 쓰러지고 소변을 참다가 방광염에 걸린 내용 역시 감동적일 수 없었다. 열심히 일한 것은 오직 장윤정 자신을 위해서였기 때문이었다. 스타가 되고 나서도 행사를 멈추지 않았던 장윤정은 1500만원에 육박한다는 장윤정의 출연료를 위한 본인의 선택이었을 뿐이었다. 하루에 수십 개의 행사를 뛰고도 제대로 무대를 꾸밀 수 있는 것일까, 대중들은 그렇게 기계처럼 노래하는 장윤정을 정말 반기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은 거세된 채 행사를 몇 개 뛰고 얼마를 벌었느냐에만 초점이 맞춰진 까닭에 장윤정에게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음에도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몸마저 혹사시키는 독한 이미지마저 생기고야 말았다.

 

그래서 장윤정은 이제 약자가 아니라 강자였다. 무대에 서기만 하면 천 만원이 넘는 금액을 벌어들일 수 있고 노래를 내기만 하면 히트 시키는 명실 공히 톱스타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에 얽매인 장윤정의 이미지는 점차 퇴색되어 가고 있었다. 꼭 의무는 아니지만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톱스타다운' 모습을 장윤정은 스스로 거부하고 금전적인 이익에 더 무게를 두는 제스쳐를 취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까닭에 장윤정은 <힐링캠프>의 출연자로서 적역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한 때 가난했을지라도 지금은 엄청난 부와 성공을 거머쥐었고 그 부와 성공을 바탕으로 아나운서라는 반듯한 직업을 가진 남자와 결혼까지 하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윤정에게 '힐링'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본인의 재력과 힘으로 스스로를 힐링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초반의 고생은 저 멀리로 던져둔 채, 계속 승승장구 하며 수익을 내기에 급급해 온 그의 이미지를 고려 해 본 결과 <힐링캠프>에서 장윤정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을 때 고개를 저었다. 성공한 아가씨의 뻔한 성공 스토리. 그 와중에 힘이 들었다 해도 결코 장윤정이 지금 놓지 못하는 그 막대한 수익에 비교했을 때 그 고통이 더 크게 보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장윤정은 기대되지 않았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장윤정의 토크 내용이 미리 공개가 되며 장윤정의 가족사가 드러난 것이다. 장윤정이 십년 동안 번 수익을 모두 탕진하고 10억의 빚을 진 어머니와 남동생의 사연은 그동안 장윤정이 보여준 똑소리나는 이미지에 카운트 펀치를 날리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일부에서 "세금 문제로 거짓말 하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혹여 약간의 과장이 섞였다 해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 절차까지 밟는 와중에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가수 자리가 위태로운 이런 거짓말 혈육까지 이용해가며 할 리가 없다는 점에서 장윤정의 이번 발언은 사실에 더 가깝다.

 

이번 발언으로 장윤정에 대한 여론은 돌아섰다. 십년동안 그가 피땀 흘려 번 돈이 결국 장윤정 본인이 아닌, 가족의 잘못으로 인해 한 순간에 허망하게 물거품처럼 사라졌다는 것은 장윤정이 그동안 본인만을 위해서 일했다는 시선을 거두게 하고 동정이 갈 수밖에 없게 하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장윤정은 가장 믿고 의지했던 혈육의 배신으로 한마디로 '사연 있는' 출연자로 완벽히 변모했다. 그 고통과 아픔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윤정을 바라보는 시선에 안타까움과 애처로움이 생겼다.

 

그의 재력에 무게가 실렸던 결혼은 서로의 진정한 믿음과 사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전환됐고 그가 그토록 집착했던 수입역시 장윤정의 것이 아니게 됨으로써 장윤정은 그동안 아무 대가 없이 열심히 일한 효녀가 되었다.

 

장윤정의 안타까운 사연이 미리 알려진 것은 제작진의 노림수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힐링캠프>에 있어서는 엄청난 득이 되는 큰 사건이다. 이제 장윤정은 누구보다 힐링이 필요하다. 혈육마저 그를 돈으로 배반한 시점에서 그가 벌어들인 돈이 얼마나 허망하고 위태로운가. 그런 안타까운 장윤정이 앞으로 다시 꿋꿋이 무대에 서는 모습은 전과는 같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대중들은 때때로 잔혹하리만치 냉정하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한 번에 따듯해 질 수도 있는 존재다. 그만큼 대중들은 자신의 시선이나 비판에 대해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중들은 지금 장윤정에게 보내는 시선을 바꿨고 그래서 결국 지금 장윤정의 <힐링캠프>는 그 어느 때보다 시기적절한 한 방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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