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일 광복절이라는 뜻깊은 날에 걸그룹 소녀시대의 티파니가 난데없는 논란의 주인공이 되었다. 일본에 체류중인 티파니가 올린 글이 문제가 되었는데, 일장기 이모티콘과 전범기를 이용한 문구가 들어있는 이미지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에게서 해방을 맞이한 역사적인 날에 일본의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가 그려진 이미지를 올렸다는 것은 곧 큰 논란이 되었고 티파니에게 쏟아진 질책은 상상이상이었다. 한국을 떠나라는 원색적인 비난부터 티파니가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하차 요구까지 빗발쳤다. 티파니는 결국 자필사과문을 올렸지만, 비난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단숨에 비호감 아이돌로 전락한 티파니의 상황은 단 두 장의 사진과, 짤막한 코멘트로 이루어졌다. 굉장한 파급력이다.

 

 

 

 

 

 

대중의 분노는 어느정도 수긍할 수 있다. 광복절과 전범기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상황이 티파니의 잘못을 더욱 확대되어 보이게 만들었다. 알면 아는 대로, 무지하면 무지한대로 티파니의 행동에는 오류가 생긴다. 10년 이상 한국에 활동하면서도 한국의 정서를 캐치하지 못한 것은 크나큰 실수다. 연예인으로서 대중의 비위를 맞추고 그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다가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파니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의문점은 남는다. 무지는 물론 잘못일 수 있지만, 이번일을 통해 배우고 앞으로 태도를 달리하면 그 뿐이다. 티피니가 일부러 한국인을 자극하기 위해 이미지를 올렸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미리 논란이 될 것을 알았다면, 티파니가 이런 행동을 애초에 했을 리 없다. 누구나 무지한 부분은 있고 누구나 실수는 한다. 그 실수에 고의성이 없고 잘못을 깨끗이 인정했다면 그 실수를 만회할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실수 한 번에 한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는 행위는 폭력적이고 가학적이다. 그런 가혹행위는 절대 긍정적일 수 없다. 한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 나온 것이 또 다른 폭력이라면 그 폭력은 실수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일은 바로 얼마전에도 있었다.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알아보지 못해 긴또깡이라고 농담한 지민과 역시 안중근 의사를 알아보지 못한 설현은 순식간에 비난의 파도에 휩쓸렸다. 알아보지 못한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하필 일본에 항거하다 죽음을 맞이한 안중근 의사에게 김두한의 일본식 발음인 긴또깡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실수다. 물론 그 행동 자체가 보기 불편했다면 백번 인정할 수 있지만, 그것이 그들의 인격과 성격을 대변하는 일일 수는 없다. 그들은 결국 쇼케이스에서 울면서 사과하며 사건을 마무리 지었지만 그들에게 씌워진 굴레를 쉽게 벗을 수는 없었다.

 

 

 

 

광복절에 위안부 팔찌를 인증하여 화제가 된 전효성 역시, 과거 일베 논란의 주인공이 되었다. 일베에서 사용하는 민주화라는 단어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며 거센 비난의 폭풍이 인 것이다. 일베논란을 부인하기는 했지만, 전효성은 여전히 일베아이돌의 딱지를 떼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상식적이지 못한 아이돌들의 실수에는 따끔한 지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에게 쏟아진 이런 상황들이 과연 상식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누구든 할 수 있는 실수가 그들이 여성 아이돌이라는 이유만으로 과대 포장되어 공격이 된다면 그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어쩌면 이미 가득차 있는 분노가 그들의 실수가 도화선이 되어 그들에게 폭탄처럼 터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실수는 실수로 지적하면 그 뿐, 그 실수를 그들에게 쏟아내는 원색적인 비난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 애초에 잘못을 한 것이 그들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 것도 아니다. 그들이 무지했다면 그들이 이제부터는 역사를 바로 알고 앞으로는 더욱 건강한 사고를 갖도록 도와줄 일이다. 그들을 깔아뭉개고 짓누르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 그들을 응징하면서 얻는 묘한 쾌감. 대중은 그것을 즐기고 있다.

 

 

 

 

 

그들이 여성 아이돌이기 때문에 비난이 더욱 가속화 된 측면도 있다. 예를 들자면 일장기 논란은 여성 아이돌에게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빅뱅의 탑, 장현승, Vixx, 코미디언 정찬우 등, 전범기가 그려지거나 그런 뉘앙스를 상징하는 의상을 입고 방송에 출연하거나 개인 sns 계정에 사진을 올린 인물들은 많았다. 그러나 그 사실로 프로그램 하차요구가 쏟아지는 등 원색적인 비난의 강도는 훨씬 더 약했다. 만약 여성 아이돌들에게 쏟아진 비난이 정당하다면, 남성 연예인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이나 파급력 역시 같은 무게여야 한다. 사람에 따라 성별에 따라 그 잘못의 무게가 다르다면 그 잘못을 대하는 방식 역시 잘못되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전범기가 그려진 티셔츠나 이미지 한 장에 그들이 일본 우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된다고 볼 순 없다. 물론 그 행위 자체를 옹호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이 그들이 정말 추방되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갖는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저 실수를 저지른 이들이 영원히 매장되기를 원하는 것이라면 그런 행동 자체가 잘못이고 실수는 아닐까. 한국은 언제부턴가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분노의 왕국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실수가 화제가 되는 것은 연예인들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와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이 사회를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다른 사람의 실수에 열을 올리는 분노가 아닌, 좀 더 열린마음과 너그러운 품성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닐지, 한 번만 더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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