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슬램덩크>(이하 <언슬>) 시즌 2는 방영 내내 5%가 채 안 되는 낮은 시청률을 기록 했다. 시즌 1의 걸그룹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언슬>은 신선한 예능은 아니었고, 그만큼 기대감보다는 우려스러운 지점에서 시작한 것도 사실이었다. 예상대로 시청률은 높지 않았다. 이미 한 번 만들어진 걸그룹, 그것도 꽤 성공적이었던 프로젝트를 같은 콘셉트로 반복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인지 회의적인 시선이 몰려들었다.

 

 

 


 

시즌 1에서 걸그룹 프로젝트는 민효린의 ‘꿈’을 이뤄준다는 관점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러나 시즌 2에서는 이미 주어진 미션으로 시작되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모두가 협력한다는 감동 코드가 사라진데다가 똑같은 설정을 멤버만 바꿔서 그대로 사용한 안일함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진정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은 시즌1의 걸그룹에 비해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던 것이었다.

 

 

 

 


불리한 조건...새로운 캐릭터를 설득하기 까지

 

 

 


시즌 2에 출연하는 김숙과 홍진경을 제외하고 강예원, 한채영, 홍진영, 공민지, 전소미등이 새로 영입되었지만 시즌 1에서 보여준 케미스트리 이상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역시 의문이었다. 시즌 1의 멤버들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가며 최선을 다해 마지막 무대를 완성 시켜 가는 것이 감동을 준 것은 <언슬>을 시작하면서  쌓아놓은 그들만의 끈끈한 정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었다. 걸그룹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쯤에는 이미 그들은 모두 어느정도 친해진 상태였다.

 

 

 


시즌2가 시즌1과  비슷한 케미스트리를 발산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었지만, 같은 감동이라도 비슷한 것을 두 번 볼 때의 감동은 훨씬 감소된다는 것 또한 문제였다. 콘셉트는 시즌1과 동일 했고, 시즌 1의 박진영 같은 캐릭터 강한 멘토도 등장하지 않는다. 김형석이라는 유명 작곡가가 투입되었지만 예능 캐릭터로서는 박진영만큼 존재감이 강하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즌이 진행될수록 시즌1과는 다른 캐릭터들이 생겨나고 출연진들의 끈끈한 유대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완벽에 가까운 완성형 걸그룹 모델인 공민지부터, 이미 걸그룹 활동 경력이 있는 전소미등이 걸그룹 중추로서의 역할을 했고, 시즌1에서 활약한 김숙과 홍진경은 프로그램 전체의 흐름을 주도하며 곳곳에서 예능으로서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기에 새로운 캐릭터들이 더해지며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한채영은 처음 예능에 모습을 드러내 도도하고 도시적인 것모습과는 달리, 망가지기를 두려워 하지 않으며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춤과 노래가 부족했지만 주눅들지 않는 모습은 매력으로 다가왔고, 노래를 잘 모른다며 ‘나는야 케찹될거야’라는 가사를 가진 동요 ‘토마토’를 부르는 모습으로 ‘케찹 언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강예원은 성악을 전공했지만, 노래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하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그 전부터 가지고 있던 노래에 대한 두려움과 성대가 다침으로써 더 심해진 공포증은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였고, 그 트라우마 극복 과정은 시즌 1에서는 없는 성질의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홍진영은 특유의 밝고 활발한 성격으로 모두에게 서슴없이 다가갔으며 트로트 가수의 색을 지워내고 매력적인 또 다른 목소리를 찾아낸 것은 물론, 래퍼로서의 변신까지 이뤄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각각 빛을 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어쩔 수 없이 등급이 나눠지고 평가가 이뤄지는 상황 속에서도 서로 견제하거나 질투하는 모습 없이 서로에게 힘이 되는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 지점은 시즌1 때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각기 다른 재능이 모여 걸그룹이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시청자들은 그들을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빠른 피드백,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배려넘친 예능

 

 

 


여기에 시청자들의 의견에 대한 피드백 역시 상당히 빨랐다. 김형석 작곡가가 처음 만든 곡은 시청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에 의해 재빠르게 수정되었다. 새로 만들어진 곡 ‘맞지’는 기존의 걸그룹 노래와 비교해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만큼의 높은 퀄리티로 제작되었다. 여기에 멤버들의 의견이 반영된 가사는 훨씬 더 곡에 대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의상에 대한 피드백 역시 빠르게 이루어졌다. 무대 의상의 초안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자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고 이를 재빠르게 수정하며 시청자들의 의견을 어느정도 반영한 것이다. <언슬>은 많은 부분에서 ‘불편함 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배려한 프로그램이 됐다. 빠른 피드백도 그렇지만 멤버들간의 갈등을 소재로 삼지 않고, 서로간에 신뢰와 화합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를 풀어냈다는 점이 더욱 그렇다.

 

 

 


이런 노력은 시즌1에 이어 <언슬>은 음원차트 1위 올킬이라는 기록을 다시 한 번 써내려가는 결과로 나타났다. 예능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음원차트 1위에 등극하는 것을 넘어 올킬을 기록하는 일은 <무한도전> 정도의 예능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시청률을 뛰어넘어 그들의 진정성이 통했음을 증명하는 일이다. 비록 시즌 1보다 걸그룹 메이킹의 화력은 약했을지 몰라도 그들은 또다른 매력을 증명하고 큰 성과를 달성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여성 캐릭터들의 조합으로 이정도의 매력을 발산했다는 것만으로도 <언슬>의 걸그룹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언슬>은 남성 중심의 예능에서 여성들의 존재감을 발견하고 그들의 성장을 목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마지막 전소미가 “왜 나는 항상 잠깐일까”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것은 이제까지 프로젝트성 그룹으로만 활동한 전소미에 대한 공감대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들이 보여준 서로간의 우정에 설득 당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예능도 어떤 조건만 갖춰지면 충분히 설득력 있고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음을 <언슬>은 보여주었다. 미래에는 이런 설득력을 넘어 남성 위주의 예능계를 뒤엎을만한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성의 예능’이 탄생하기를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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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슬램덩크>(이하 <슬램덩크>) 시즌1은 라미란, 김숙, 홍진경, 민효린, 제시, 티파니를 멤버로 첫 방송을 시작했다. 멤버들의 ‘꿈’을 이룬다는 주제로 한 사람 한 사람의 목표치를 달성해가던 도중, 민효린의 꿈이었던 ‘걸그룹 결성’이 주목받으며 한 때 시청률 7%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걸그룹 이후의 복싱, 집짓기 등 멤버들의 꿈이 걸그룹만큼의 주목도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결국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곧바로 곤두박질쳤다. 티파니가 논란에 휩싸이며 하차를 하는 악재도 겪었다. 그리고 <슬램덩크>가 시즌2로 돌아온다.

 

 

 


한채영부터 전소미까지...흥미로운 인원보충

 

 

 


컴백하는 <슬램덩크>의 선택은 또다시 걸그룹. 지난시즌 가장 흥행코드였던 걸그룹에 대한 리바이벌이 이루어질 계획이다. 멤버들도 대거 교체되었다. 지난시즌에서 활약했던 김숙과 홍진경만이 기존멤버로 남고 한채영, 강예원, 홍진영, 공민지, 전소미가 투입된 것이다. 일단 그동안 예능은 물론 방송활동도 뜸했던 한채영같은 멤버에 대한 호기심부터 그동안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예능감을 선보였던데다가 트로트가수인 홍진영이 걸그룹으로 변신하게 될 과정, 그리고 <프로듀스 101>의 스타 전소미까지 멤버 구성에 흥미로운 포인트는 다수 존재한다. 멤버 개개인의 매력을 잘 살리면서 걸그룹 결성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낸다면 지난 시즌만큼의 성공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단순히 멤버 구성만으로 시청률을 노려보기엔 극복해야 할 지점도 눈에 보인다.

 

 

 

 


흥행코드의 리바이벌, 섬세한 터치가 필요

 

 

 


<슬램덩크>가 지난시즌에서 보여준 걸그룹은 여성예능의 부활을 꿈꾸게 할 만큼 파급력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음원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뮤직뱅크 방송 출연영상은 수백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시청률이 뛴 것도 물론이다. 그러나 그런 파급력이 가능했던 이유는 멤버들의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민효린의 꿈을 이룬다는 점에서 감동 코드가 있었고, 그 꿈을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과정에서 찡한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송사가 정해준 목표다. 걸그룹을 만들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설명이 지난 시즌보다 약해진 것이다. 그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분명 기대가 되는 일이지만 단순히 흥행코드로서 사용되는 걸그룹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가 의문인 상황이다.

 

 

 


지난 예능을 돌아봐도 흥행 코드의 리바이벌이 실패한 경우는 많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방영된 <남자의 자격>은 합창단이라는 흥행 코드를 재활용하다 실패한 경우다. 박칼린이라는 뮤지컬 음악감독을 내세워 스타로 만들며 감동적인 하모니의 합창을 완성해 가는 과정으로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남자가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일’이라는 주제도 왠지 <슬램덩크>를 떠올리게 하지만, 더 이상 합창단만큼의 파급력을 내는 소재를 찾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들고온 카드가 또다시 ‘합창단’이었다. 이번에는 실버합창단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노인들과 하모니를 만들어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포부였으나 결국 실패한 기획이 되고 말았다. 이후에도 <남자의 자격>은 멤버 교체등 많은 시도를 했지만 이전의 인기를 재현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흥행코드를 리바이벌하는 것은 단순히 똑같은 기획을 다시 한 번 재탕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뭔가 다른 볼거리와 흥미로운 기획 포인트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무한도전>이 가요제, 무한상사 특집 등을 반복하면서도 새로운 기획으로 콘셉트를 바꾸는 것 또한 그런 이유다. 가요제는 2년마다 열리고 무한상사 특집도 매년 기획되지는 않는다. 흥행코드의 반복 기간을 멀게 설정하여 식상한 느낌을 최대한 피하려는 것이다. 뛰어난 기획으로 항상 시청자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흥행코드도 이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성공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슬램덩크>의 걸그룹은 <무한도전>보다는 <남자의 자격>에 조금 더 가까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흥행작의 재탕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아직도 유효하다.

 

 

 


강력한 경쟁작, 판을 뒤집을 수 있을까.

 

 


작년 출범한 예능 중 최대 흥행작이었던 <미운우리새끼>(<미우새>)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 또한 걸림돌이다. 연예인들의 엄마를 스튜디오로 초대하여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한 <미우새>는 단숨에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시청률 12%를 넘기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공중파 삼사 심야예능 중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미우새>의 장점이라면 연령층에 보다 폭넓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슬램덩크>가 젊은층을 집중 공략하기 쉽다면, <미우새>는 자녀와 엄마가 함께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과연 <미우새>를 뛰어넘지는 못하더라도 그를 견제하게 만들 수 있는 화력을 뿜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다시 걸그룹을 들고 나왔지만 여전히 <슬램덩크>가 여성 예능으로서 헤쳐 나가야 할 길은 멀다. 단순히 과거의 영광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흥행으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인가. <슬램덩크>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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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은 방영당시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상당한 화제성을 모으며 오디션의 새로운 방식을 설득시킨 것만은 사실이다. 이미 소속사에 속해있는 연습생들로 이루어진 출연진들은 어느 정도 사전 심사를 거친 후보군이나 다름없었고, 이미 다소의 팬층을 확보한 참가자들도 존재했다. ‘걸그룹’을 만든다는 콘셉트하에 ‘직접 프로듀싱하라’는 카피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프로듀스 101>을 마냥 편안하게 지켜볼 수는 없었던 것은 프로그램 자체가 멤버들의 실력과 개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들의 상품성에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인형처럼 연습생들을 세워놓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방식은 그런 분위기를 더욱 부채질 했다. 그곳에 출연한 101명의 소녀들은 공평하게 분량을 받을 수도 없었고 자신만의 무대나 개성을 보여줄 기회 역시 제대로 부여받지 못했다. 101명이라는 압도적인 숫자의 소녀들은 ‘데뷔’라는 꿈에 저당 잡혀, 각종 잡음과 논란에도 단 한 번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 계약서의 불공정 조항, 투표 방식의 오류 등은 이런 사실을 확증해 주는 증거였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있었다. 101명 중에 뽑힌 11인이 만든 그룹 IOI는 다른 그룹보다 훨씬 화제성을 가지고 출발 할 수 있었다. 한 해에도 수 십, 수 백개의 아이돌 그룹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성공하는 그룹은 손에 꼽을 지경인데 이정도의 주목도를 처음부터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있어 분명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CF촬영과 방송활동이 몰려들며 그들의 인기는 확실히 오르막길을 걸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의 활동기간이 시한부라는 것이었다. 애초에 1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활동을 하기로 한 탓에 내년 1월이면 그들은 해체의 운명을 맞는다. 더 길게 활동하고 싶어도 여의치가 않다. 그 이유는 그들이 각각 다른 소속사에서 모인 출연진들이기 때문이다. 소속사 사이의 이해관계나 스케줄이 맞지 않으면 그들이 함께 활동하는 것은 힘들다. 지금은 신인이지만 인기가 올라가기라도 하면 그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제는 그들이 IOI 타이틀을 벗어 버리고도 성공할 수 있느냐다. IOI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룹자체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편이다.  멤버 개개인의 인기가 특출나 그룹을 이끌어 간다기 보다는 프로그램으로 생겨난 관심과 호감도를 통해 그들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을 쌓았다. 시간이 흐르면 특히 매력적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멤버들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1년이라는 시간은 그러기에는 너무 짧다. <프로듀스 101>에 기댄 인기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풍전등화의 운명에 놓여있다.

 

 

 


그런 사실을 너무나도 잘 인지하고 있는 일부 소속사측의 마음이 급해졌다. IOI의 첫 번째 타이틀 곡 ‘dream girls'의 활동이 종료된 지금, IOI의 멤버 정채연은 다이아에, 김세정과 강미나는 소속사 젤리피쉬가 새롭게 선보이는 걸그룹에 합류할 것이 공식화 되었다. 물론 계약 위반이라든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도의적인 부분이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하다. IOI가 인기 있을 때, 화제성을 더 불어 넣을 수 있는 홍보전략을 취하겠다는 것.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IOI의 정체성을 유지하지 않고 그 정체성을 ‘이용’하려 하는 것이 과연 대중의 호감을 유지시키는 비결이냐 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다.

 

 

 


 

 

IOI의 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는 그들의 생각은 틀렸다. 그들이 합류하는 걸그룹은 유닛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녀시대 태티서나 에프터 스쿨의 오렌지 캬랴멜 등은 그들이 그룹의 정체성을 유지한채 생겨난 유닛이다. 그러나 다른 소속사에서 다른 멤버들과 만들어진 걸그룹은 유닛의 개념이 아니라 IOI의 인기를 그 그룹으로 옮겨오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물론 그 인기를 이용하여 제대로 된 콘셉트와 전략으로 확실하게 대중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걸그룹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대중의 반응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결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회의적인 것은, 이미 다이아는 데뷔 이후에도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한 그룹이고 젤리피쉬가 기획하는 새 걸그룹 역시 김세정과 강미나가 IOI가 되지 못했다면 만들어질 수 없었을 급조된 느낌이 강한 그룹이기 때문이다.

 

 

 


걸그룹의 인기는 콘셉트와 개성, 음악의 조화가 적절히 이루어질 때 가장 큰 수확을 걷을 수 있다. IOI만 보더라도 ‘직접 뽑아서 프로듀싱 했다’는 콘셉트, 그리고 그에 따라 각각의 소속사에서 모여 독특한 성격을 띠는 개성, Pick me 등의 중독성 있는 음악 등으로 성공의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급조된 걸그룹이 과연 대중의 호감을 얻을 만큼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결국은 소속연예인의 개성과 매력을 증가 시켜 집중도를 높이는 전략이 아니라, 한 때의 인기에 기댄 밀어붙이기는 그들을 하나의 개성체가 아니라 ‘상품’으로 인식시킨다. 물론 연예인은 상업성이 분명히 있어야 하지만 그 연예인의 인간적인 매력이나 독보적인 개성이 보이지 않을 경우 성공적인 인기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업성 속에서도 그 연예인 자체를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기획력의 부재속에서 IOI의 꿈을 꾸는 소녀들은 위태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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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한표가 소녀들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 거창한 카피는 100% 국민 투표로 이루어지는 <프로듀스 101>이 내세운 카피다. 국민들이 직접 보고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가장 공정하게 선택이 이뤄진다는 달콤한 이야기는 일단 성공적이다. 아예 기획사 연습생들을 데려다가 프로그램을 기획한 점 역시 돋보이는 아이디어였다. 일반인을 오디션하느라 진을 빼야하는 수고를 더는 동시에, 기획사의 이름값까지 프로그램 홍보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와중에 <프로듀스 101>은 확실히 색다른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긴 프로그램이다. 묘하게 중독적인 주제가와 더불어 어떤 참가자가 뽑힐 것인가하는 기대감은 프로그램에 대한 화제성으로 이어지며 3.6%(TNMS제공)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게 만들었다. 방송 채널이 케이블인 점과 젊은층이 주 시청자층임을 생각해 볼 때, 결코 낮은 수치라고 볼 수 없다. 아니,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그러나 가장 공정하다는 국민투표가 정말 공정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일단 참가하는 참가들의 인지도가 너무나 현격히 차이가 난다. <식스틴>이라는 JYP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얼굴을 알리고 팬클럽까지 있는 전소미는 방송 시작부터 지금까지 줄곧 상위권이다. 엄청난 실수나 결격사유가 있지 않은 한, 전소미의 데뷔는 확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권은빈, 정채연, 기희현등 이미 걸그룹으로 데뷔한 과거가 있거나 현재 걸그룹 데뷔 예정인 멤버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성 문제는 다시 제기되었다. 물론 그들이 속한 걸그룹이 인지도를 따질만큼의 영향력은 없지만 이미 데뷔 기회를 부여받은 이들이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100% 국민 투표라는 취지에 어긋나는 일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걸그룹 데뷔는 곧 프로의 세계로 발을 딛는 일이다. 데뷔 전이나 후나 그들이 해야 하는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경쟁 이전에 오디션이라는 이름아래 과연 공정한 기회가 주어졌느냐 하는 지점은 생각해 볼 문제다. 오디션 자체에서 101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소녀들은 전무후무했다. 그 101명 중 누군가는 굉장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고 누군가는 있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진다. 그러나 그 스포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졌느냐 하는 의문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내내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몇초에 불과하거나 거의 병풍 수준의 출연 분량을 얻고, 누군가는 집중 조명을 받으며 프로그램의 한 구성을 책임진다. 이런 분량의 차이부터 그들의 승패는 어느정도 결정된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참가자는 김소혜. 사실상 이 참가자는 노래와 춤, 그 어느 하나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심지어 가수가 아니라 연기자 연습생이라는 사실은 프로그램의 본질과 도저히 매치할 수 없는 지점이다. 그러나 그는 신기할 정도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이 된다. 그가 출연하는 분량은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과연 떨어진 소녀들 중 그보다 매력적인 가수의 재목이 없었을까. 김소혜가 주목받는 이유는 교묘한 편집과 귀여운 외모, 딱 그뿐이다.

 

 

 


 과연 그가 다른 참가자들처럼 몇초밖에 안되는 분량으로 정면승부했다 하더라도 이런 투표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대놓고 불공평함을 광고하는 상징이 되어버린 김소혜는 인기보다 안티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진정한 후보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끝내 포지션 미션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김소혜의 1위가 과연 시청자들이 동의할 수 있었던 결과였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방청객 투표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김소혜는 일방적인 특혜를 입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악마의 편집의 희생양이다. 논란이 되면 될수록,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악마의 편집을 해도 명예훼손등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계약서처럼, 프로그램 역시 소녀들의 꿈을 이뤄주는 기회의 장이 아닌, 시청률을 위해 소녀의 꿈을 짓밟는 악마의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출연료는 심지어 0원. TV에 나오는 1초가 아쉬운 연습생들의 위치를 철저히 이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이고 범용적인 계약서"라는 프로그램측의 해명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악마성이 부각될수록 콘텐츠 파워는 올라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로듀스 101>은 <무한도전><복면가왕>등을 꺾고 콘텐츠 파워지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계속 터졌다. 부정투표가 가능했다는 지적에는 때늦은 대응을 했고 일본그룹 AKB 48의 총선거 시스템을 표절했다는 비판 역시, 그들의 두루뭉술함으로 넘어갔다. 게다가 상위 11명은 CJ e&m소속으로 활동을 하게 됨으로써 Mnet 채널의 오디션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타 방송사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지점 역시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나중을 위한 안전망따위는 기대할 수 없게 된지 오래다.

 

 

 


총체적인 문제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지만 결국 프로그램은 승승장구중이다. 이런 모순을 극복했다고 칭찬해야 할지, 아니면 안타까워 해야할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러나 소녀들의 꿈은 <프로듀스 101>에서 빛나지 못한다. 그들은 방송사의 입맛대로 재단되고 이용당할 뿐, 공정한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결국 그들이 가진 매력이나 재능을 채 다 꺼내보이기도 전에 탈락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소녀들의 꿈은 상위 몇 %를 위해서 짓밟히고 무너졌다. 출연료도 가압류 당한채, 몇초의 출연분량이라는 씁쓸한 대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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