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지성

 


 

 

 

연말 연기대상은 방송사들의 잇속 채우기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많았던 가운데에서도 공동수상, 퍼주기식 논란이 가장 많았던 MBC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청자들에게 수상의 책임을 돌렸다. 작년 <왔다! 장보리>의 악역을 맡았던 이유리가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시청자들의 투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연기대상 후보는 <내딸 금사월>의 전인화, <킬미힐미>의 지성, <킬미힐미>,<그녀는 예뻤다>의 황정음 세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인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내년까지 방송 예정인 <내딸 금사월>의 전인화 수상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지만 시청자들의 투표는 지성과 황정음에게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킬미힐미>의 지성의 수상이 유력하다. 지성은 무려 7개의 인격을 소화하며 ‘미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올해 초에 드라마는 종영했지만 아직까지 지성을 뛰어넘는 임팩트를 준 연기력을 선보인 연기자를 찾기 힘들 정도. 3사 통합 연기대상을 한다고 해도 지성의 수상을 점쳐볼 수 있을 수준이다. 황정음이 <킬미힐미>와 <그녀는 예뻤다>로 2연타 홈런을 쳤지만 작년 조연이었던 이유리의 수상이 그랬듯, 시청자들은 단순한 흥행력보다는 연기력에 초점을 맞출 확률이 높다.



KBS 김혜자

 

 

 


KBS가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한 가운데 가장 시상에 어려운 방송사가 될 것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오히려 KBS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출연한 김혜자라는 확실한 대안이 있다. 김혜자의 수상은 이견이 제시되지 않을 만큼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다. 내년까지 방영될 <객주>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캐릭터가 나오지 못했고, 김수현이라는 한류스타를 내세운 <프로듀사>역시 생각해 봄직한 선택이지만 시청률이 예상만큼 훌륭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혜자는 연기력은 물론, 소위 ‘스타’를 기용하지 않고도 동시간대 1위라는 저력을 발휘한 공로가 인정된다. 만약 좀 더 파격적인 선택을 한다면, 김수현이라는 선택도 생각해 봄직 하지만 김혜자의 수상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SBS <육룡이 나르샤>

 

 


오히려 KBS보다 가장 깊은 고민을 해야할 방송사가 바로 SBS다. SBS에는 <가면>의 수애, <미세스 캅>의 김희애, <펀치>의 김래원, 조재현, <용팔이>의 주원, <육룡이 나르샤>의 김명민, 유아인 등 강력한 후보들이 밀집해 있는 지점이다. 누가 탄다고 해도 그다지 이견의 여지도 없을뿐더러 배우들의 면면역시 화려하다. 그런 상황에서 방송사의 이익이 가장 우선순위로 고려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가능하다. 특히 올해는 유아인의 활약이 두드러진 해다. 유아인은 얼마 전 청룡영화상의 남우 주연상을 수상하며 화룡정점을 찍었다. 그런 상황에서 <육룡이 나르샤>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적다. 내년까지 방영될 드라마에 힘을 실어주는 편이 방송사에서는 가장 좋은 그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육룡이 나르샤>는 화려한 캐스팅과 치밀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시청률의 증폭이 크지 않는 상황. <육룡이 나르샤>에게 화제성을 부여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문제는 유아인과 김명민, 둘 중 누구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느냐 하는 것. 공동수상이라는 방법도 있지만 그럴 경우 상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청룡의 남우주연상을 유아인이 수상한 만큼, 방송사측이 연기력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는 김명민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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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금사월(이하<금사월>)><왔다! 장보리>의 시즌 2라고 불려도 좋을만큼 유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같은 작가가 집필했다는 것을 염두해 두고라도 출생의 비밀, 뒤바뀐 운명, 악녀, 복수등 소재의 유사성이 강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사월>은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남다른 김순옥 작가의 극본은 대놓고 막장을 추구하지만 그 안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전개를 보이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전작 <왔다! 장보리>와 다른 결정적인 부분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악녀의 존재감이다.

 

 

 

<왔다! 장보리>는 악역 연민정 (이유리 분)을 위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연민정은 모든 사건의 갈등을 일으켰고 모든 문제의 중심에 섰다. 답답한 주인공 장보리(오연서 분)보다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분출해내는 연민정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정도로 존재감이 컸다. 연말 대상시상식에서 압도적인 지지율로 대상을 수상할만큼 연민정의 존재감은 컸다. 이는 단순히 연민정의 캐릭터 자체가 강력했다기 보다는 개연성 없는 캐릭터를 설득력있게 연기한 배우 이유리의 내공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고 봐야 옳다.

 

 

 

<금사월>의 악역인 오혜(박세영 분)의 악행 역시 점점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제 2의 연민정을 재현하기에 박세영의 연기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김순옥 작가의 극본 속에서 악역의 악행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 단순히 타고나길 못되게 타고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의 것을 탐내고, 질투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런 악행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되어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그 연기에 매력을 더하는 것은 온전히 연기자의 몫이다. 잘못하면 단순히 드라마의 소도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연기자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악역으로 스타가 되느냐, 단순히 악랄한 역할을 맡았다는 필모그래피 한줄이 더해지느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최초로 악역을 맡은 박세영은 아직까지 연민정에 비하면 그 주목도가 낮다.

 

 

그래서 연민정 하나만으로도 모든 드라마의 갈등구조가 형성 가능했던 <왔다! 장보리>와는 달리, <금사월>은 다른 악역들을 배치해 놓았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강만후(손창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기도 서슴지 않고 신득예(전인화)와 결혼해 그의 인생마저 뒤흔들어 놓은 장본인인 것이다. 드디어 그는 악녀 오혜상과 손을 잡고 주인공 죽이기에 나서 시청자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 더 큰 분노를 일으키는 인물은 따로 있다. 그는 바로 금사월(백진희 분)의 친아버지인 오민호(박상원). 그는 오혜상의 계략으로 오혜상을 친딸로 알고 살아간다. 그덕택에 진짜 친딸인 금사월을 대놓고 차별하는 인물이다. 사실 이 인물이 실질적인 악역보다 더 악랄해 보이는 까닭은 그가 강만후와는 반대되는 캐릭터로 좋은 인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만후는 한눈에도 악인이지만 이 인물은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으로 포장하며 사실은 누구보다 천박한 감정을 드러내는 위선을 떨고 있다.

 

 

 

200년된 소나무가 없어진 것에 대해 다짜고짜 금사월을 의심하다가도 금사월이 소나무를 찾아오자 어깨를 감싸안으며 칭찬하는 장면은 이 인물의 이중성을 소름끼치게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아무리 계략에 빠졌다고는 하나, 소나무 사건이 금사월의 자작극이라고 믿어버리는 모습은 순진하다 못해 멍청해 보이기까지 한다. 자신이 친딸이라고 믿고 있는 오혜상의 잘못에는 관대하고 이해심이 넘치지만, 20년간 착한 딸의 역할을 다 해온 금사월에게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중성은 이 인물에게 동정의 여지마저 앗아간다.

 

 

 

복수를 다짐한 금사월의 친엄마 신득예(전인화 분) 역시 인품으로 따지면 결코 악인 못지 않은 인물이다. 금사월이 자신의 친딸임을 알지 못했을 때는 그를 살아남았다는 이유만으로 미워하며 증오의 눈빛을 숨기지 않더니 친딸이라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것은 강만후처럼 자신이 가진 것 이외에 나머지는 어떻게 돼도 좋겠다는 이기적인 태도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그 캐릭터들에게 덧씌워진 비호감적 요소들이 그들 캐릭터가 의도대로 표현되고 있지 못함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캐릭터 소개에 오민호는 가정에서도 바깥에서도 따듯한 인품을 지닌 존경할만한 사람이라는 설명이 되어있고, 신득예는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온화하고 반듯한 성격의 소유자였다는 설명이 되어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그 캐릭터 소개가 주는 느낌을 받기란 어려운 일이다. 오민호의 인품은 위선으로, 신득예의 따듯한 본성은 자기만 아는 이기심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득력있게 그려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그들이 사실은 좋은 사람들이라는 흔적을 남기며 그들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해야 하는데 그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춰 행동마저 바꾸는 기회주의자로 표현될 뿐이다. 다행히 이야기 전개 구조가 흥미로운탓에 시선은 고정되지만, 주인공 금사월을 제외하고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의 몰아침은 드라마의 전체적인 완성도에 심각한 결함을 야기한다. 그런 결함에도 불구하고 재밌으면 된다는 시청률 지상주의는 가슴 한 편에 아쉬움을 새기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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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연예가 섹션이 준비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100선' 2편이다.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100선' 1편에 이어 <한밤의 연예가 섹션>이 선정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100선' 2편에는 어떤 드라마들이 있을까?



여러분들이 생각한 드라마가 있는지 확인하시면서 읽어보시길.



11. 별은 내 가슴에


1997년 3월 10일부터 1997년 4월 29일까지 방영. 이진석 연출, 김기호-이선미 극본. 최진실, 안재욱, 차인표 주연.


열한 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별은 내 가슴에] 다.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 미니시리즈의 상징이 됐던 [별은 내 가슴에] 는 최진실 표 트렌디 드라마의 정점을 이룬 작품이기도 하다. 그 해 최진실은 이 작품으로 인해 MBC 연기대상을 수상했고, MBC를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최진실 뿐 아니라 드라마 자체가 워낙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테리우스' 안재욱이 스타덤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캔디형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제작, 기획 되는 기현상도 일어났었다. 아직까지도 최진실과 안재욱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별은 내 가슴에] 가 나올 정도인 것을 보면 이 드라마가 얼마나 높은 인기를 얻었었는지 실감하게 된다.



12. 미스터 Q



 
1998년 5월 20일부터 1998년 7월 16일까지 방영. 장기홍 연출, 이희명 극본. 김희선, 김민종 주연.


열두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SBS [미스터 Q] 다. [컬러][프로포즈] 등으로 최진실에 이어 대한민국 신세대의 상징이 됐던 김희선이 터뜨린 초 대박작으로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김희선은 이 해 SBS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김희선 시대' 를 개막했다. 향후 3~4년간 대한민국 연예계는 'Only 김희선' 으로 점철된다.


[미스터 Q] 는 개발과 사람들이 고군분투 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을 절묘하게 포착했다는 호평을 들었다. 단순한 선악구도와 극명한 인간군상의 대립이 비 현실적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트렌디 드라마의 특성 상 이 정도면 아주 잘 만들어 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3. 목욕탕집 남자들




1995년 11월 18일부터 1996년 9월 1일까지 방영. 정을영 연출, 김수현 극본. 이순재, 강부자 주연.


열 세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KBS [목욕탕집 남자들] 이다. [사랑이 뭐길래] 로 대발이 신드롬을 일으켰던 김수현의 KBS 진출작으로서 초반 [사랑이 뭐길래] 와 구성이 비슷하다는 비판을 극복하고 KBS 주말드라마의 전성시대를 연 작품이다. 이순재, 강부자를 비롯한 중견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김희선, 김호진 등 신세대 스타들의 신선함이 어우러져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부자는 이 드라마로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이 드라마에서 둘째 며느리로 출연했던 윤여정은 왕비병 걸린 아줌마 캐릭터를 절묘하게 소화해내며 제 2의 전성기를 열었고, 장용이 쓸쓸할 때마다 불렀던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는 각종 가요 프로그램 순위권 차트를 휩쓸며 인기몰이를 했다. 특히  "우리집에 놀러와요~우리 집~" 으로 시작하는 이 드라마의 메인 OST 역시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다.



14. 그대 그리고 나




1997년 10월 11일부터 1998년 4월 26일까지 방영. 최종수 연출, 김정수 극본. 최불암, 최진실 주연.


열 네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그대 그리고 나] 다. 최고 시청률 62.4%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몰이를 했던 [그대 그리고 나] 는 MBC 주말드라마의 건재함을 알리는 동시에 MBC 사단이라고 불리는 최불암, 김혜자, 양택조, 박원숙, 이경진, 최진실, 박상원, 차인표, 김지영, 송승헌 등이 총출동 해 화제를 모았다. 최진실은 이 작품으로 MBC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그대 그리고 나] 는 훈훈한 가족애와 서로를 보다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요즘 유행하는 '막장 요소' 하나 없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점에서 수작 중의 수작이라 평가할만 한 작품이다. 최불암-박원숙-이경진-양택조가 이뤄낸 사각관계는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고, 대가족에 시집간 며느리 최진실의 모습은 당시 여성들의 삶을 절묘하게 포착하며 공감대를 얻어내기도 했다.


15. 장희빈




1995년 2월 20일부터 1995년 9월 26일까지 방영. 이종수 연출, 임충 극본. 정선경, 김원희, 임호 주연.


열 다섯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SBS [장희빈] 이다. SBS가 개국 이후에 처음으로 만든 사극으로, 당시 '엉덩이가 예쁜 여자' 로 이름을 날리던 정선경이 처음으로 TV에 진출한다고 해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털털하고 선머슴 같았던 김원희가 인현왕후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했고 임호 역시 좋은 연기를 펼치며 지금까지 '왕 전문 배우' 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장희빈은 아직까지도 매력적인 사극 소재로 남아있는데 최근 이병훈 감독이 숙빈 최씨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 [동이] 를 만든다고 하여 장희빈을 누가 연기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선왕조 실록에서는 장희빈을 두고 "장희빈(嬪). 아명은 옥정, 본관은 인동. 효종 10년인 기해년 9월 19일, 한미한 중인이며 역관인 장형의 딸로 태어났다. 보잘것 없는 신분에서 몸을 일으켜 만민의 어미요, 지존의 짝인 왕비의 자리에까지 올랐었으나 인현왕후가 세상을 떠난 해, 숙종 27년 10월 10일 왕비를 저주한 죄로 자진하여 죽으니 그 때 장희빈의 나이 마흔셋이었다." 라고 적고 있다.


16. 여인천하




2001년 2월 5일부터 2002년 7월 22일까지 방영. 김재형 연출, 유동윤 극본. 강수연, 전인화, 도지원 주연.


열 여섯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SBS [여인천하] 다.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 뿐 아니라 "뭬야?" "니년이 정녕 단매에 죽고 싶은 것이더냐?" 같은 유행어도 만들어 낸 작품이다. 워낙 높은 인기탓에 패러디도 많았고, 화제성도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수연과 전인화는 이 드라마로 그 해 SBS 연기대상을 공동 수상했다.


허나 이 작품에서 더욱 빛났던 사람은 강수연과 전인화가 아니라 '경빈 박씨' 를 소름끼치게 연기했던 도지원이라고 할 것이다. 지나치게 연장 방송을 하는 탓에 경쟁작에게 뒷덜미를 잡힐뻔한 위기 상황도 있었지만 도지원이 연기했던 경빈 박씨의 죽음으로 인해 시청자 층을 결집했던 [여인천하] 는 끝날때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고수하며 순항했다.



17. 다모




2003년 7월 28일부터 2003년 9월 9일까지 방영. 이재규 연출, 정형수 극본. 하지원, 이서진 주연.


열 일곱번째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다모]] 다. 본격적인 드라마 '폐인' 시대를 만들었던 [다모] 는 서정적인 스토리 라인과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작품으로 기억된다. 상당히 독특한 감성을 지닌 작품이라 세상이 뒤집어 질 만한 시청률을 내지는 못했지만 탄탄한 매니아 층을 중심으로 그 해 MBC 드라마 중 [대장금] 과 함께 가장 후한 평가를 받았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라는 대사는 아직까지도 명 대사로 손 꼽힐 정도로 [다모] 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으며, 이명세의 영화 [형사] 는 이 드라마에서 모티브를 따 제작됐다. 시청률과 상관 없이 매니아 층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인지 DVD 판매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갖가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8. 네 멋대로 해라




2002년 7월 3일부터 2002년 9월 5일까지 방영. 박성수 연출, 인정옥 극본. 양동근, 이나영 주연.


열 여덟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네 멋대로 해라] 다. 오랜 기간 히트작을 배출했던 박성수 감독과 독특한 감수성으로 무장한 작가 인정옥이 만들어 낸 걸작으로 탄탄한 마니아 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아주 괜찮은 작품으로 꼽힐 정도로 작품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네 멋대로 해라] 에서 박성수 PD는 기존 양동근, 이나영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완전히 전복시킴으로써 그들을 진정한 배우로 완성시켰다. 코믹했던 양동근에게는 진지함과 우울함이라는 극단적 감정을 뽑아냈고, CF로 형상화 되어있던 이나영에게는 지극히 인간미 있는 캐릭터성을 부여했던 것이다. [네 멋대로 해라] 가 지금까지도 걸출한 작품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데에는 배우의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박성수의 창조성과 그 이면을 제대로 살려낸 노련함에 힘입은 바 컸다.


 
19. 꽃보다 아름다워




2004년 1월 1일부터 2004년 4월 14일까지 방영.
 김철규 연출, 노희경 극본. 고두심, 주현, 배종옥 주연.


열 아홈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KBS [꽃보다 아름다워] 다. 고두심의 명품 연기가 빛을 발했던 이 작품은 시청률로 재단할 수 없을만큼 가슴 뭉클한 감동과 훈훈한 인간미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서민들의 애환과 삶의 결을 절묘하게 포착하며 TV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네 삶' 을 이야기 했던 [꽃보다 아름다워] 는 진정 이 시대 드라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보여준 작품이다.


특히 이 드라마로 KBS 연기대상을 받은 고두심의 위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오빠의 학업일을 돕는다는 핑계로 제주도에서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온 한 소녀는 이제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로,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전원일기] 에서 김혜자를 끔찍이도 모시던 고두심은 세월이 지나 [목욕탕집 남자들] 에서 세 딸을 거느린 어머니가 됐고, 결국엔 [꽃 보다 아름다워] 에서 가슴에 빨간 약을 바르는 희생과 인고의 어머니가 됐다. 마치 한 여성의 성장기를 보는 것처럼 고두심은 그렇게 진짜 엄마가 됐다.


방송 3사에서 모두 연기대상을 받은 유일무이한 배우이자 [한강수 타령] 과 [꽃 보다 아름다워] 로 두 방송사에서 동시에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파란을 일으켰던 고두심의 업적은 그대로 한국에서 여배우가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예가 됐다. 고두심은 '배우 고두심' 이기 때문에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고 끝끝내 배우로 남아있었기에 사람들의 추앙을 받았다. 그것은 몇 몇 작품의 실패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고두심의 존재감이다.



20. 그들이 사는 세상




2008년 10월 27일부터 2008년 12월 16일까지 방영. 표민수 연출, 노희경 극본. 송혜교, 현빈 주연.


스무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KBS [그들이 사는 세상] 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은 개인적으로 매우 특별하게 기억되는 작품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은 끝날 때까지 5~6%의 시청률만을 맴돈, 전형적으로 '실패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 드라마를 둘러 싼 찬사는 끊이지 않는다. 마치 공식같다. 아니, 편견이라고 해야할까. '노희경 드라마는 재미 없는 드라마, 노희경 드라마는 시청률 안 나오는 드라마, 하지만 노희경 드라마는 정말 잘 만든 드라마' 라는 것이.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이야기 진행이 다소 빨랐고, 등장인물이 많아서 다양한 이야기가 얽혀 돌아갔긴 했지만 중심은 제대로 잡혀있었다. 배경과 캐릭터가 확실하고 스토리의 생동가도 박수 칠 만 하다. 여기에 인간의 성장과 사랑이 동시에 담겨있으며, 갈등과 눈물조차도 한 순간 지나가는 고뇌까지도 이야기한다. 첫사랑의 달콤함과 농익은 사랑의 완숙함이, 상대방을 바라보는 그윽한 눈빛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지는 드라마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은.


그러나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예사 트렌디 드라마가 품어내는 보편성, 드라마 얼개가 지니고 있는 상투성과 통속성을 배반했다. "통속, 신파, 유치찬란" 한 트렌디 드라마의 '트렌디함' 을 부정한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사실 겉으로만 트렌디 드라마였을 뿐, 속으로는 여전히 삶을 관조하는 노희경 특유의 색깔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사는 세상] 이 이만큼 잘 만들어진 것도 노희경 덕택이지만, 이만큼 시청률이 안 나오는 것도 노희경 때문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사실 예사 작가들이 썼다면 훨씬 시청률이 잘 나왔을 작품이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도가 텄다시피한 송혜교에게 [풀하우스] 만큼의 캐릭터와 에피소드만 주었어도 기본이 20~30%은 금방일테니까. 다만, 그러했다면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캐릭터 하나하나를 보듬고 어루만지며 삶의 결을 녹여내는 드라마로 남아 있지는 못했을 것읻. 그래서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저주 받은 걸작' 이다. 노희경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명품과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지만 결코 그에 상응하는 시청률은 기록하지 못하는, '노희경 드라마' 라는 이름의 걸작말이다. 


노희경 같은 작가는 한국 드라마계에 있어 꼭 필요한 존재다. 그녀의 존재야말로 시청률로 가늠되지 않는 드라마적 감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상징적 표상이기 때문이다. 허나, [그사세] 로 시작 되었을 법한 '노희경' 과 '대중' 과의 화해는 어서 빨리 이루어졌으면 한다. 무거운 주제의식과 삶에 대한 관망을 그대로 드라마에 드러내기 보다는 에둘러 표현하는 영악함을 노희경에게 기대하는 것은 스스로 "고지식한 사람" 이라는 그녀에게 너무 과한 부탁일까.


아울러 현빈-송혜교 커플의 열애설로 다시 한 번 주목받은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재평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노희경이라는 작가가 얼마나 재미난 작가인지를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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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박예진이었다.


예전부터 탄탄한 연기력으로 주목 받은 연기자답게 이번 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도 폭발력 있는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당초 투 톱이라고 일컬어지던 최명길-전인화라는 막강한 라인 속에서 '박예진' 이 이만큼 활약하리라곤 감히 예상치 못했다.


역시 박예진, 역시 배우 박예진이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패떴] 의 그 달콤살벌한 예진아씨를 벗어던진 노력과 열정을 보면.




사실 박예진은 연기력만큼 인기를 얻은 배우는 아니었다. 연기력은 썩 괜찮은데 사람들의 호응도나 대중성이 동급 연기자들보다 한 수 아래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박예진은 주연도 아니고, 조연도 아닌 '주조연급 연기자' 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주연의 존재감이 확실할 땐 조연급 연기자로 활약하고, 주연의 존재감이 떨어질 땐 주연을 보조하는 주조연급 연기자로 활약해 극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었단 것이다. 탁월한 연기력과는 달리 떨어지는 대중적 소구력이 그녀에게는 치명적인 결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연기자로서 확실한 자기 어필을 하지 못했던 그녀가 2008년 선택한 것은 의외로 드라마가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이었다. 과거 이광기, 박선영 등과 함께 출연했던 [해피투게더] 에서 엉뚱한 매력을 선 보였던 그녀는 유재석, 이효리가 이끄는 [패밀리가 떴다] 에 정식 합류하며 예능인 박예진의 시작을 알렸다. 연기자로서 착실한 커리어를 쌓아오고 있던 그녀의 선택치고는 대단히 파격적이고 대단히 의외인 일이었다.


박예진은 의외로 [패밀리가 떴다]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유재석, 이효리, 윤종신 등 날고 기는 예능인들의 활약상 속에서 '달콤 살벌한' 이미지로 자기 존재감을 확실히 하더니 어느새 [패떴]에서는 빠질 수 없는 주요 캐릭터로 성장했다. 여성 캐릭터가 이효리 쪽으로 치우치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박예진이 적절하게 캐릭터를 균등 배치하면서 프로그램 자체를 붐업 시키는 영리함을 발휘한 것이다. [패떴] 의 엄청난 성장세에는 박예진의 공헌도 비중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박예진이 [패떴] 에 적응하면 적응할수록 그 동안 그녀가 쌓아왔던 연기자로서의 커리어가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회의감도 밀려온 것이 사실이었다. 연기자로서 십 년 가까이 대중과 소통했던 것보다 [패떴] 으로 약 1년여만에 인기를 얻은 것이 훨씬 폭발적이면서 연기자 박예진으로서의 이미지는 희석되고 '달콤 살벌한 예진아씨' 라는 코믹 캐릭터로만 대중이 박예진을 인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박예진은 [패떴]을 촬영하면서도 끊임없이 연기자로서 자기 본분에 충실하려 애썼다. 정시아 등과 공연했던 [여사부일체] 에 출연해 케이블 드라마답지 않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드라마를 마무리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아봤자 3% 정도인 케이블 드라마는 한계가 분명한 작품이었다. 박예진이 예능에서 얻은 인기를 꾸준히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연기자로서의 복귀가 시급했다. 그것도 강력한 임팩트 있는 작품으로.


결국 박예진이 선택한 공중파 복귀작은 [미워도 다시 한 번] 이었다. 최명길과 전인화가 사극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나란히 현대극에 복귀하면서 [미워도 다시 한 번] 에 대한 기대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허나 박예진은 여기서까지 최명길과 전인화의 아성에 밀려 '주조연급 연기자' 로 돌아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예능에서 얻은 인기를 활용해 보다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이러한 아쉬움을 비웃듯 그녀는 [미워도 다시 한 번] 의 최고 수혜자로 급격히 떠오르고 있다. 최명길, 전인화 못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극 중 갈등폭을 증폭시키는 역할로 급부상하면서 당초 알려진 바와 달리 이 드라마를 최명길-박예진-전인화 쓰리톱 드라마로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등장하는 씬 하나하나에 악에 받힌 연기를 처절하게 해 내면서 웃음기 많고 엉뚱한 [패떴] 의 박예진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연기자 박예진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음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녀의 10년 연기 내공은 결코 1~2년의 예능 출연으로 무너질만큼 하찮은 것이 아니었다. 연기자로서 자신의 본분을 지켜가고 있는 그녀는 [패떴] 의 박예진과 철저하게 분리 된 연기자 박예진의 놀라운 연기력과 열정 가득한 노력의 땀방울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그것도 대한민국 연기파 배우라고 하면 열 손가락에 손꼽히는 최명길, 전인화 사이에서 말이다. 박수를 끊없이 보내도 아깝지 않을만큼의 겸손과 노력이, 그녀에게는 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을 보며 나오는 말은 그래서 단 한가지 뿐이다. "역시 박예진, 역시 배우 박예진이다." 라는 말. 연기자로서 빛나는 자기 위치를 재정립하고 있는 이 똑똑하고 영리한 여배우의 모습을 보며 할 수 있는 말이 '역시 박예진이다' 라는 신뢰의 말이라는 것이 한편으론 기특하고, 한편으론 고맙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역시 박예진이라고.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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