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에서 민낯이 드러나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신비주의 보다 친근하고 진솔한 이미지가 대중의 호감을 얻는데 유리한 현재 연예계의 분위기 속에서 배우, 가수 할 것 없이 예능 출연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하지만 '리얼리티'를 강조한 상황 속에서 생각보다 민낯, 혹은 대중이 민낯이라고 여기는 모습이 드러나기 쉽고 자칫 잘못하면 굉장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예능으로 호감형 스타로 거듭날 수도 있지만 이미지가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여성 연예인들이 예능에서 호감을 얻는 일은 더욱 어렵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김슬기는 난데 없는 논란에 휩싸였다. 집들이를 한다면서 남자 6명을 불러놓고 충분한 요리를 하지 않은 점이 논란의 중심이었지만 파고들어보면 논란은 좀 더 복합적인 것이었다.

 

 

 


국민 욕동생 김슬기, 예능 출연이 독이 되다.

 

 

 


일단 그동안 '국민 욕동생'으로 불릴 정도로 거친 말투와 털털한 성격을 가진 것처럼 묘사된 김슬기의 캐릭터에 균열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김슬기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정제된 말투로 이야기 했고, 이는 솔직하기 보다는 꾸며낸 모습으로 비춰졌다. 집들이를 계획하고도 춤을 추러 가거나 낮잠을 청하는 등의 행위도 시청자들의 눈에는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손님을 초대하고도 책임감이 없었다는 것.

 

 

 

 

자취 7년 차라면서도 사람들이 먹을 양을 가늠하지 못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도, 자신의 식사는 정갈한 밥상으로 깔끔하게 차려 내면서도 손님들에게 즉석밥과 부족한 요리를 내온다는 것, 시끄러운 것을 싫어한다면서 차안에서 부르는 랩과 노래등 한 마디로 모순적인 김슬기의 모습 속에서 시청자들은 가식적이라는 선고를 내린 것이다.

 

 

 


 

예능에서 일어난 논란은 좀 더 치명적이다. 드라마나 무대위에서와는 달리, 좀 더 사람의 본질적인 모습에 대한 논란이기 때문이다. 예능에서 호감이 되는 일은 단순히 웃기는 것을 넘어서 사람 자체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나 여성 예능인 들이 호감을 얻는 일은 더욱 어렵다.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다. 그렇다면 여성 예능인들이 예능에서 '호감'으로 거듭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인색하지 않고, 짜증내지 않고, 나서지도 않아야 한다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가 선보인 '나래바'는 박나래의 집을 마치 술집처럼 꾸며놓은 공간이지만 이미 대중에게 유명한 장소다. 박나래는 나래바에 온 손님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어머니로부터 낙지를 공수받고 새로운 요리를 개발해 실제 술집에 버금가는 안주를 내놓는다. 초대 받은 사람들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박나래는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행복해 한다.

 

 

 


 

넉넉하고 푸근한 이미지를 만든 박나래의 나래바는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처럼 여겨질 정도로 유명해졌고 이에 따라 박나래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졌다. 요리를 잘하는 것은 물론, 아낌없이 베풀 줄 아는 배포가 큰 여성 캐릭터가 더해진 것. 이어 양세형·양세찬 형제에게 거액을 빌려준 미담등이 전해지면서 박나래에 대한 호감도는 더욱 증가했다. 김슬기에게 쏟아진 논란과는 반대되는 지점에서 박나래는 이미지를 호감으로 만들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음식을 기꺼이 나눌 줄 알아야 호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예능에서 여성 캐릭터가 호감이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열심히 해내면서도 결코 불평하거나 여우처럼 굴어서는 안된다. <진짜 사나이>의 이시영은 남성을 뛰어넘는 체력은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서 발휘하는 기지로 호감형 캐릭터가 됐다.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이 드러나는 것 쯤은 신경 쓰지도 않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정확하게, 또한 잘 해내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반면에 <진짜 사나이> 속에서 군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불평하거나 요행을 바라는 출연자들, 특히나 여성 출연자들은 단숨에 비호감의 낙인이 찍힌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견디고 이겨내며 자신의 몫을 충분히 다해내는 '알파 걸' 캐릭터가 예능에서도 호감형이 될 수 있고 반대의 경우에는 아주 큰 비난을 감내해야 한다.

 

 

 


잘먹어야 하지만, 가식적이어서는 안돼

 

 

 


 

여기에 잘 먹는 모습을 보이면 플러스다. 그러나 꾸며낸 듯이 먹거나 가식적으로 보여서는 안된다. <진짜 사나이>의 '여군 특집' 2기 멤버가 된 에이핑크의 보미 '제2의 혜리'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잘먹는 모습이 방송에 나가자 '혜리를 따라 한다'며 "작위적이다"라거나 "뜨고 싶어서 오버한다"는 식의 비난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로 먹을 걸 권유 했을 때 지나치게 거절해서도 안된다. 걸스데이의 소진은 인터넷 방송 <최군 tv>에 출연해 최군이 수차례 권유한 만두를 거절하여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최근 화제를 모은 <윤식당>의 정유미 역시 이런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유미가 '윰블리'가 되기까지는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드러나는 다양한 표정들, 언제나 긍정적으로 보이는 성격이 주효했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사랑스러움이 실제 성격과 연결되자 시너지는 폭발했다. 여기에 주방 보조로서 사장 역할을 맡은 윤여정의 옆에서 윤여정이 당황할 때 잡아주고, 음식 준비를 미리 해내고 필요할 때마다 윤여정을 적절히 도와주는 센스까지 갖추자 호감도는 급상승했다. 정유미는 <윤식당>이후 CF제의가 몰려드는 등, 예능 출연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리얼리티 예능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넉넉하고 따듯한 마음을 갖추되, 불평을 토해내서도 안되고 털털하고 무난한 성격을 가져야 하지만 너무 오버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가식적으로 보여서도 안 되며 적극적이되, 너무 나서지도 않아야 한다. 여기에 예쁘거나 사랑스러움을 갖추면 더 좋다. 이처럼 여성 캐릭터가 활용되는 방식에 있어서 '호감'이 되는 것을 넘어 성공적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해야 돼는 일도 많고 안 되는 일도 많다.

 

 

 

 

물론 예능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은 일정부분 자신의 책임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완벽할 수 없다. 예능에서 비춰지는 모습도 카메라가 있는 상태에서 편집된 정제된 모습일 가능성도 높다. 물론 그 안에서도 자신의 캐릭터를 잘 잡아 가야 할 책임도 그들에게 있지만 작은 부분에서까지 사람 자체를 평가하고 지나친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다소 불합리하다. 어느정도의 합리적인 논란을 넘어 감정적인 논란으로 변질되는 것도 흔하기 때문이다.

 

 

 

 

막말캐릭터나 안웃기는 캐릭터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남성 캐릭터에 비해 여성 캐릭터에게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호감과 비호감을 너무 확연히 나누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필요한 비난 이상을 쏟아내는 것은 아닌지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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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영석이다. 그리고 그가 또 이서진을 섭외했다. 새롭게 합류한 윤여정도 이미 <꽃보다 누나>의 메인 출연자로, <삼시세끼>의 게스트로 호흡을 맞춰본 캐릭터다. 아르바이트 생으로 등장하는 신구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정유미가 합류했지만 얼마나 새로운 그림이 나올까 싶었던 <윤식당>. 그러나 <윤식당>은 뭔가 다르다. <꽃보다> 시리즈나 <삼시세끼>가 전해주는 느낌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같은 제작진에 같은 출연진, 또 ‘음식’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어떻게 <윤식당>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을까.

 

 

 


느림의 미학 나영석식 화법에서 오는 긴장감

 

 

 


빠른 템포로 정신없이 진행되는 요즘 예능의 특징과는 다르게, 나영석의 예능은 ‘느림의 미학’을 강조한다. 주로 여행이나 음식을 소재로 사용하는 나pd는 여행 예능에서라면 풍경과 그 장소의 분위기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여행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강조한다. 음식 예능에서는 천천히 음식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 과정에서 오는 따듯함이나 정, 수고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그 과정 속에서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능력은 나pd의 독보적인 영역이다. 가끔은 어떤 느낌이나 분위기를 강조하려는 나머지, 다소 강요하는 느낌이 있을 때도 있지만, 따듯한 시선을 통해 그런 단점쯤은 상쇄된다.  

 

 

 


<윤식당>역시 그런 분위기는 유지된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아름다운 풍광은 이야기의 양념처럼 버무려지고 손님이 없다가 붐비는 식당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내며 ‘지켜보는 예능’을 완성해 간다. 손님이 붐빌 때 식당을 운영하는 이서진, 윤여정, 정유미, 나중에 합류한 신구까지 바빠서 정신이 없어지는 장면마저 빠른 템포라고 할 수는 없다. 그저 그들의 감정을 따라가며 식당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데 주목할 뿐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 과정에서 묘한 긴장감이 생겨난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시청자들은 <윤식당>의 성공을 바라게 되는 것이다. 손님이 없어 걱정하는 출연진들의 모습을 보며 얼른 손님이 찾아오길 바라게 되고 정신없이 요리를 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그들이 행여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요리를 손님들이 먹고, 음식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는 어떤 평가가 나올지 긴장하게 된다. 그 평가가 좋을 때는 따라서 기분이 좋다. 딱히 ‘한국음식’에 대한 자랑스러움이나 애국심을 강조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감정이 그렇게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차분한 이야기의 진행을 통해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애정을 쏟게 만든 결과다. <윤식당>은 비록 실제 식당이 아니지만, 시청자들은 그 식당이 성공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예능을 지켜보게 된다. 신기한 일이다.

 

 

 


음식 예능이지만, <삼시세끼>와 궤를 달리 하는 화법과 캐릭터.

 

 

 


<윤식당>은 불고기라는 메뉴를 메인으로 한 식당에 대한 이야기로, 음식에 관한 이야기지만 <삼시세끼>와는 다르다. 출연자들이 음식을 먹고 음미하는 주체가 되지 않고, 그 곳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주방을 맡은 윤여정은 딱히 요리를 할 줄 모르는 캐릭터다.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프로그램을 위해 다른 셰프들에게 전수받은 불고기 뿐이다. 어떤 요리가 탄생할까에 대한 기대감같은 건 이 프로그램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음식을 접하는 사람들의 반응이나 행동은 충분히 예능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출연자들이 만든 요리지만 그 요리가 다른 사람에게도 맛있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시청자들은 따라서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윤식당>이 출연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각자의 역할이다. 요리를 만드는 윤여정과 그를 보조하는 정유미. 그리고 총무겸 서빙을 맡은 이서진, 그리고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설정이 주어진 신구까지,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가진 특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걱정이 많고 툴툴대는 듯하지만 재치있고 인간적인 매력의 윤여정, 때로는 엉뚱하지만 싹싹하고 밝은 정유미,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총괄하는 책임을 진 이서진. 또 가장 연장자지만 가장 낮은 자리에서 부드러운 매력을 뽐내는 신구까지. 그들의 조합은 생각보다 큰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특히 이서진은 이곳에서 <꽃보다 할배>나 <삼시세끼>로 나영석 예능에 익숙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프로그램들과는 또 다른 캐릭터가 주어진다. 가이드를 맡았던 <꽃보다 할배>나 음식을 할 줄 몰라 사실상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삼시세끼>와는 달리 <윤식당>의 이서진은 경영학과 출신이라는 장점을 살려 총무로서의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실질적인 운영자로서의 마인드로 단가를 계산하고 얼만큼의 수익이 날지를 예상하며, 장사 계획을 짜는 그의 모습은 <윤식당>을 좀 더 그럴 듯한 실제의 공간으로 만든다. 똑똑하면서도 현실적인 그의 성격은 그 자리에 맞춤형으로, 그 위치에서 이서진만큼 잘해낼 수 있는 적역을 찾기가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다. 다시 한 번 이서진을 캐스팅 한 이유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여기에 분위기를 발랄하고 상큼하게 만드는 정유미의 조합은 예상치 못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수차례 정유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나영석의 혜안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각기 다른 성격을 지녔지만 조화로움을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나영석표 마법이다.

 

 

 


 

진짜가 아니라 가능한 편안함.

 

 


이런 편안한 분위기는 사실 그들이 실질적으로 ‘매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윤여정은 요리만, 정유미는 보조만, 이서진는 총무만, 신구는 알바만 하면 되는 상황속에서 그들은 실질적인 이익을 따질 필요가 없다. 손님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그냥 아쉬울 뿐,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식당이 철거되는 순간에도 그들은 아쉬울 뿐, 다른 식당은 제작진이 찾고, 인테리어까지 알아서 끝내버린다.

 

 

 


‘이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식당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그저 발리의 아름다움과 손님의 반응에 집중할 수 있다. 식당운영이라는 것은 실제로는 더욱 전쟁같고 힘든 ‘생계’가 걸린 일이지만 그들은 잠시동안의 경험으로 그 일을 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이 그 자리에서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면, 리얼리티는 살지 몰라도 이야기가 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느리고 편안한 나영석식 화법에 그런 양념은 적절하지 않다. 나영석 예능을 통해 우리는 아마도 잠시 휴가를 떠나 음미할 수 있는 편안함의 판타지, 바로 그것을 느끼고 싶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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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pd는 그 누구보다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것을 즐긴다. 단적인 예로 나영석 tvN흥행신화의 시초였던 <꽃보다 할배>가 그렇다. 그 누가 평균연령 70살 이상의 출연진들을 예능으로 끌어들일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꽃보다 할배>는 큰 성공을 거두며 출연자였던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모두 그 이미지를 활용하여 광고까지 찍을 정도로 주목받았다. 이는 나영석pd가 부여한 새로운 캐릭터에 기반한 인기였는데 예를 들어 신구를 ‘구야형’이라 부르며 그의 부드러운 성격과 감동적인 어록을 조명하거나 박근형에게 로맨티스트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의외의 면을 발견케 하는 식이다.

 

 

 

 

 

 

 

빠르고 다사다난하게 진행되는 예능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나pd는 ‘느림의 미학’을 강조한다. 여행에서 순간순간 위기는 찾아오지만 결코 그 흐름이 빠른 템포로 진행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위기들은 출연잔들의 성격을 조명하는 계기로 활용된다. 이런 흐름은 나pd 예능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출연자들의 연령대부터 젊은 느낌을 강조한 <신서유기>는 보다 템포가 빠르고 해결해야 할 미션도 많아져 출연진들의 고생을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러티브 자체를 자극적으로 끌고 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상황속에서 출연자들의 고유의 특성을 강조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능에서 생소한 인물인 <1박 2일>시절 이승기부터 시작하여 <꽃보다 할배>의 이서진, <삼시세끼>의 차승원, 에릭 같은 새로운 얼굴들이 끊임없이 발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독 여배우의 활용도는 약했다. ‘꽃보다’ 시리즈의 하나인 <꽃보다 누나>가 여배우들을 끌어들여 흥행 할 수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꽃보다 시리즈의 맥락 안에서 이루어진 성과였다. 여배우들이 출연하여 <꽃보다 할배>이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고, <꽃보다 할배> 시리즈가 이후에도 계속 시도된 것과는 달리, <꽃보다 누나>는 단발로 끝났다. 그 이후로도 '꽃보다' 시리즈에 여자 출연자들을 찾아 볼 수는 없었다. 

 

 

 

 


이후 <꽃보다 청춘>시리즈 역시 생각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자 결국 ‘꽃보다’시리즈를 중단하고 내놓은 <삼시세끼>시리즈에는 차승원이라는 강력한 한방이 있었다. 이서진 역시 <삼시세끼>의 또다른 시즌에서 다시 나영석과 손을 잡았지만 컨셉트상 요리하는 ‘차줌마’ 캐릭터를 따라가기는 불가능했다. 대신 <삼시세끼-정선편>에서는 차줌마의 캐릭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게스트로 여배우들이 등장했는데, 단발성으로 화제를 모으는 것은 가능했지만 어디까지나 이벤트성에 가까웠다.

 

 

 


남자 캐릭터들이 주목받고 ‘차줌마’ ‘에셰프’ 등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것에 비해 여성 캐릭터의 활용은 나pd역시 크게 두드러지지 못했다. 여성 캐릭터들이 상대적으로 주목받기 어려운 현상은 ‘캐릭터 구축의 귀재’ 나영석 pd의 예능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신혼일기>의 구혜선은 나영석pd의 예능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등장한 고정 여성 예능 캐릭터다. 신혼부부라는 특수성을 활용하여 안재현과 구혜선의 이야기를 내세운 것은 확실히 의외성과 화제성이 있었다. 그러나 <신혼일기>가 호평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시청률은 나pd의 작품 치고는 아쉬운 수준이다. 가상 연애 프로그램이 즐비한 가운데, 두 사람의 연애 감정은 홍수처럼 쏟아진다. 물론 두 사람이 실제 결혼한 신혼부부라는 점에서 그 이야기는 더 풍성해 지지만 그것은 감정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지, 감정 자체의 새로운 국면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구혜선의 실제 성격에 대한 의외성은 발견되지만 예능의 새로운 캐릭터로서 발견 될 수 없는 지점이 바로 그곳이다. 문제는 예능의 스토리와 캐릭터가 절묘하게 합일되는 순간인 것이다.  

 

 

 

   


나영석pd의 새 예능에서는 윤여정과 정유미가 등장한다. 윤여정은 그동안 각종 토크쇼에서 거침없는 입담으로 주목받기도 했고, 나영석과 함께 <꽃보다 누나>에 출연한 전력이 있다. 그러나 고정 예능인으로서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또 다른 출연자인 정유미는 아예 예능에서 새로운 얼굴이다. 나영석의 끈질긴 설득 끝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나pd가 색다른 예능 캐릭터를 발견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기는 하지만 여전히 결과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서진이 또다시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 예능에서 주목할 지점은 이미 익숙한 이서진의 캐릭터라고 할 수 없다. 여배우들의 새로운 캐릭터가 어떻게 조명되느냐가 새로운 예능의 성패다. 이제까지 새로운 여성 캐릭터가 부각되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주목받는 여성 예능인들은 독보적인 예능감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여성에게 그 기회는 남성의 그것보다 적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을 부각시키는 예능의 제작 환경 자체가 협소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여성 예능인들에게는 있다. 그만큼 예능의 활용도에 있어서 제작진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까지 성공신화를 계속 써내려왔던 나pd의 예능에서도 좀처럼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 될 수도 있다.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 확장의 힘을 통해 새로운 여성 캐릭터의 등장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우려와 동시에 새로운 예능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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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발견>은 현실적인 연애의 상황을 감각적으로 그려내면서 젊은층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고 있다. <로맨스가 필요해>시리즈를 집필한 정현정 작가의 내공은 이번 드라마에서도 빛을 발했다.  

 

 

 

<연애의 발견>의 여주인공은 단순히 어장관리녀로 그려지지 않고 과거와 현재 속에서 겪은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호감형 캐릭터로 표현된다.  연애에 대한 현실감이 부여된 여주인공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는다. 그렇기에 주인공 한여름(정유미 분)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 남녀간의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 내 그 안에서 연애의 설렘과 실망, 그리고 익숙해짐과 이별등을 통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첫 회부터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게 호평을 쏟아내며 주목했다. 그러나 시청률은 꼴찌다. 웰메이드라는 입소문을 탔지만 시청률에서 좀처럼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섬세한 감정선이 젊은층들에게는 어필하지만 전 연령층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2~30대의 젊은 층은 충분히 공감하고 빠져들만한 연애의 밀당은 40대가 넘어가면서 그다지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다. 이미 산전수전을 겪고 결혼까지 한 세대들에게는 현실적인 연애감정보다는 극적인 전개가 어필한다. 막장요소를 가지고 있는 드라마들이 아직도 득세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젊은 층의 사랑이야기라도 극적인 갈등요소가 있어야 전 연령대에 어필할 수 있다. 인터넷등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젊은층의 반응만 보면 드라마의 인기는 높지만 현실적인 시청률은 전 연령대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괜찮아 사랑이야> 역시 마찬가지다. 조인성과 공효진을 내세워 주목을 받았지만 두 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청률을 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두자리수 회복도 요원하고 동시간대 꼴찌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점점 시청률이 하락하며 인터넷에 쏟아지고 있는 찬사들과는 다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로맨틱 코미디지만 뻔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주요 내용을 차지하는 일반적은 로맨틱 코미디와는 달리 <괜찮아 사랑이야>는 초반에 남녀 주인공이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한다. 갈등을 수놓는 것은 남자 주인공의 정신적인 문제다.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등의 초점으로 떠오르는 것은 신선하지만 낯선 전개다. 대본은 탄탄하고 내용은 종잡을 수가 없지만 그만큼 일반적인 기승전결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어떤 시청자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만 어떤 시청자들에게는 지루한 표현 방식이다. 남자 주인공의 정신병력에 집중하며 인과관계를 해석하는 것에 감정이입을 하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괜찮아 사랑이야>가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인것만은 확실하지만 전 연령층에 어필하기 힘든 이유가 그것이다. 드라마의 갈등 구조가 선악구도나 남녀의 밀당에 있지 않고 주인공들의 정신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단 것. 그것은 드라마 전반에 흐르는 갈등요소로서 역할을 하지만 시청자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연애의 발견>이나 <괜찮아 사랑이야>는 한국 로맨틱 코미디를 한 단계 끌어 올린 작품이다. 단순하고 뻔한 스토리보다는 현실적이고 상대방의 아픔에 공감하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매니아 층을 양산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발목 잡힌 것은 시청률이다. 매니아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지만 그 이상의 파급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 한계인 것이다.

 

 

 

물론 이제 단순히 시청률을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이제 인터넷이나 휴대폰등으로 드라마를 시청하는 세대들도 늘어나고 있고 다시보기 서비스나 다운로드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청률만큼 드라마의 인기를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는 측정 잣대 역시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연애의 발견>이나 <괜찮아 사랑이야>가 시청률이 낮은 것은 그래서 아쉽다. 호평을 받는 드라마일수록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웰메이드 드라마들이 계속 시도되고 도전하는 환경 자체가 힘들어 질 수 있다. 그러나 <연애의 발견>이나 <괜찮아 사랑이야> 같은 드라마들의 가치를 시청률로 재단할 수는 없다. 그들 드라마들을 발판으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잡은 로맨틱 코미디들의 향연이 앞으로 펼쳐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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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발견>은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르다. 사랑을 시작하고 결실을 맺는 과정을 주로 다루는 기존의 연애물과는 달리 <연애의 발견>은 이미 시작된 사랑을 전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첫 회부터 여자 주인공의 전 남자친구와의 하룻밤을 보내는 암시가 나오고 현재 남자친구와의 갈등이 디테일하게 묘사된다.

 

 

<연애의 발견>은 이미 사랑을 하고 있는 여자 주인공이 전 남자친구 때문에 흔들리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현실적인 상황들이 마구 튀어 나온다. 전 남자친구와의 이별과정이라든가 현 남자친구와의 다툼이 그것이다.

 

 

 

정유미는 이 드라마를 시작하기에 앞서 ‘연기를 하면서도(내가 맡은 캐릭터가) ‘왜 여우짓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욕먹을 각오를 했다.’ 고 밝히며 드라마 속 캐릭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정유미의 ‘한여름’은 비록 여우지만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캐릭터가 되었다. 일단 그 첫 번 째 이유는 캐릭터의 현실성에 있다. 인간의 마음은 무 자르듯 잘라지는 것이 아니다. 두 가지 마음을 가지고 끊임없이 갈등하는 것이 인간이다. <연애의 발견>이 표방하는 그런 현실적인 연애는 질책보다는 몰입을 이끌어낸다.

 

 

 

 

헤어지자고 하고 싶지만 헤어지자고 말하면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 까봐 망설이고 헤어지자고 말한 후에도 다시 붙잡는 인간적인 모습 속에서 시청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다. 현재 남자친구가 있지만 전 남자친구에 대한 갈등이 생기는 부분 역시 인간적이다. 그런 갈등을 단순히 우유부단하고 줏대없는 모습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고민으로 표현한 것은 작가와 연출의 섬세한 노력에 기반한다.

 

 

 

그러나 아무리 스토리와 연출이 좋다고 하더라도 연기자의 연기에 설득력이 없으면 ‘한여름’캐릭터가 큰 설득력을 가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유미는 이 캐릭터에 현실성을 부과하며 자신이 가진 매력을 십분 발휘했다. 일단 정유미의 가장 큰 장점은 어느 남자 연예인 옆에 서 있어도 극강의 케미스트리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두 남자의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어느 쪽도 놓치기 힘들 정도로 정유미는 양쪽 남자들과 어울리는 그림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정유미가 단순히 예쁜척을 하거나 착한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캐릭터에 맞춰서 현실적인 인물로 묘사하는 연기에 시청자들이 동화되는 것이다.

 

 

 

같은 작가로부터 탄생된 <로맨스가 필요해>시리즈에 출연한 전력이 있는 만큼, 작가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은 정유미에게는 장점이다. 단, <로맨스가 필요해2>에서 보여줬던 캐릭터와 지금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유사한 느낌을 자아낸다는 점은 아쉽다. 전 남자친구에 대한 갈등 역시 비슷한 부분이다. 이런 기시감은 정유미 캐릭터의 고착화로 뻗어나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드라마의 현실적인 연애는 젊은 층의 감성을 자극할지는 몰라도 전 시청자층을 아우르는 파급력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는 방송사측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거두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의 발견>은 가뭄에 단비같은 드라마다. 연애를 하면서 겪는 갈등과 번뇌가 이 드라마에 그대로 녹아있으면서도 마치 잘 만들어진 로맨스 영화를 보는 듯 한 감성을 자아낸다. 그런 까닭에 <연애의 발견>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드라마다. 그 기대감을 만드는데는 정유미의 사랑스러움이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연기자로서 자신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장점이 분명하다.

 

 

 

앞으로 그들의 현실과 판타지를 적절히 섞은 세계 속에서 남자 주인공들을 주무르는 정유미의 케미스트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를 시청해야할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끝까지 정유미가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을까. 작가의 전작인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가 보여준 설렘과 공감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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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신>이 종영까지 단 한 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직장의 신>은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만능사원 오오마에(이하 <파견의 품격>)>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초반부터 원작의 팬을 만족시키면서도 어떻게 신선한 이야기 전개를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은 커다란 숙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직장의 신>은 원작에 큰 빚을 지고 있는 드라마다.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으며 원작이 전하는 메시지 역시 재해석되기 보다는 그대로 활용되었다. 그렇기에 원작의 빛나는 아이디어와 상황설정들을 뛰어넘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직장의 신>은 그 자체로서의 의미가 있는 드라마다. 러브라인을 중점적으로 끌고 가지 않아 신선했고 억지설정이 난무하지 않아 답답하지 않았으며 극적 전개를 위한 인위적인 악인이 없어 보기 편했다. 그러면서도 재미를 창출해 냈다는 것은 이 드라마가 비록 리메이크 작이지만 많은 고민을 하고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원작의 상당부분을 그대로 차용했지만 그 사이 사이의 간극을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 내며 원작을 사랑하던 사람들도, 이 드라마를 처음 보는 사람들도 만족시킨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파견의 품격>의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그 각색의 과정에서 <직장의 신>은 <파견의 품격>을 뛰어 넘는 포인트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파견의 품격>과는 다른 <직장의 신>만의 개성을 만들어 낸 것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성과다. 그런 개성을 가능케 한 <직장의 신>의 원작보다 업그레이드 된 포인트는 무엇이 있을까.

 

 

1. 웃음 포인트

 

 


원작 <파견의 품격>역시 유쾌함 속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그 유쾌함은 <직장의 신>에 이르러 더 강화되었다. 이 속에는 주인공 미스김 역할을 맡은 김혜수의 호연이 있었다. 김혜수는 원작의 오오마에 하루코(사노하라 료코)보다 더 많은 사건을 감당하고 많은 일을 해결하며 슈퍼우먼의 진면목을 보였다.

 

노래방에서 템버린을 흔든 다거나 빨간 내복을 입고 홈쇼핑 카메라 앞에서 다리를 찢을 때, 진로 상담을 위해 찾아온 학생이 ‘창의적인 인재란 어떤 인재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월급을 적게 줘도 야근을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원한다는 뜻이다’라며 냉소적인 한마디를 던질 때, 시청자들은 박장대소할 수밖에 없다.

 

개그 속에서도 한줄기 눈물이 흐를 수 있도록 이야기를 잘 구성한 것도 칭찬 받아 마땅하다. 마냥 가볍지도, 그렇다고 마냥 무겁지도 않은 스토리 전개 속에서 시청자들은 어느새 울다가 웃다가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미스김이라는 판타지를 통해 현실의 잔인한 벽을 이야기 하고 있는 까닭일 게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 속에서 가끔씩은 마냥 웃게 만든 드라마의 개그 감각은 감히 원작을 뛰어 넘었다고 할만하다.

 

 

2.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파견의 품격>에서는 파견직(일본에서는 계약직을 파견직이라 부름)직원들의 이야기는 <직장의 신>에서 정유미가 맡은 정주리 캐릭터(원작에서는 모리 미유키)에 한정시킨다. 나머지 파견직 직원들은 정규직 직원과 사귀게 되길 원해 미팅을 하거나 분수에 맞지 않는 비싼 점심과 명품을 좋아하는 설정으로 나온다. 결국 <파견의 품격>의 모리 미유키(카토 아이)는 그들에게 ‘나한테는 무리다’라며 그들 무리를 빠져 나온다. 모리 미유키를 제외하고는 다른 계약직 직원들은 소위 된장녀로 표현 된 것이다.

 

그러나 직장의 신은 다른 계약직 직원들의 사정 역시 긍휼히 바라본다. 임신을 하고 계약이 종료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박봉희(이미도)도 점심을 분식으로 때우며 몇백원 때문에 고민하는 다른 계약직 직원들도 모두 현실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끝까지 정주리와 함께 점심을 먹고 같은 세계를 공유하는 동료들로 표현된다. 그것은 비록 그들이 조연이지만 그들에게도 각자의 삶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임신 사실을 밝히겠다는 장규직(오지호)를 향해 눈물을 흘리는 박봉희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들이 가진 스토리를 하나하나 보듬어 나간 것은 <직장의 신>만의 또다른 재미라 할 수 있다.

 

3. 미스김의 과거

 

 


애초에 11부작이었던 원작을 16부작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드라마가 어떤 스토리를 더 추가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직장의 신>은 그 시간의 여백을 조연들의 디테일과 더불어 미스김의 과거로 채웠다.

 

원작에서는 오오마에 하루코의 과거는 단지 예전에 직장에서 잘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간단하게 묘사된다. 11부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그의 과거가 자세하게 나올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16부작에 나오는 미스김의 과거는 보다 더 자세하고 세밀하게 표현될 수 있었다. 미스김이 왜 그렇게 독해 질 수 밖에 없었는지 더욱 공감이 가게 만든 지점은 원작보다 더 미스김의 상황에 이입하도록 만든다.

 

과거를 단순히 미스김을 설명하는 데 활용하지 않고 현재의 상황에 적절히 녹여내며 고과장(김기천)의 “밥먹고 가”라는 한마디에도 눈물을 흘러내리게 만든다. 미스김의 과거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따듯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지면서 미스김이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를 설득력있게 풀어냈다. 16부작으로 드라마가 늘어나면서도 늘어지지 않고 드라마가 생동감있게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다.

 

<직장의 신>은 비록 리메이크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을 만족시킬만한 요소가 다분한 웰메이드 드라마다. 각종 이야기들을 맛있게 버무려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긴 <직장의 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한 앞으로 <직장의 신>처럼 뛰어난 아이디어와 재밌는 상황설정으로 무장한 드라마가 한국 사람의 손에서도 원작으로 탄생하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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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신>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은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일본에서 2007년 방영된 <파견의 품격>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원작의 팬들을 어떻게 만족시키면서도 새로운 시청자를 끌어들이느냐 하는 문제가 대두됐지만 이 드라마는 그 지점을 상당히 현명하게 빠져나갔다.

 

원작을 적절히 활용하여 내용을 심하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안의 이야기들을 적절히 비틀어 인물들에게 개성적인 사연을 부여하며 호응을 얻은 것이다. 물론 한국드라마가 이런 좋은 아이디어를 오리지널로 창출해 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이 드라마가 던진 메시지와 신선함은 상당히 가치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호평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연기자들의 호연 때문이다. 주인공 김혜수의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는 캐스팅은 물론이고 조연들까지 예상치 못한 호연을 보여주며 드라마의 품격을 한 단계 높였다. 물론 사건의 중심에는 미스김이 있지만 그 사건을 발단시키는 사람들의 사연마저 소홀히 넘어가지 않은 점과 그 사연을 제대로 표현한 연기자들에 박수를 보낼만 하다.

 

<직장의 신>은 미스김을 제외하고는 직장의 현실에 대한 냉혹함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고 그들을 차별하며 심지어 정규직조차도 회사의 손아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팍팍함을 그려내며 이 시대 회사원들의 애환을 다뤘기에 이 드라마는 만능 슈퍼우먼 미스김이 있어도 현실적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 미스김 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미스김보다 더 현실적이지 못한 인물이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무정한(이희준)팀장이다.

 

회사가 힘든 이유는 업무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사람 때문이다. 상사의 압박과 부하직원의 무능함등은 회사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회사는 냉혹하다. 그들은 그 곳에 친목을 도모하러 모인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일을 하고 월급을 타내기 위해 모여 있다. 그들이 순수하게 친구가 되기 힘든 이유다. 어느 정도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그들은 결코 위기 상황에서 제 몸을 던져 한 가족처럼 다른 회사원들을 구해주지 않는다. 그럴 시간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단지 씁쓸해 하고 회사의 결정을 뒤에서 험담하는, 그런 정도의 아쉬움밖에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미스김은 무정한에게도 묻는다. “당신이 무얼 할 수 있습니까.” 그 말은 이시대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의 귓가에 아프게 박힌다. 사실 회사원들은 조용히 월급을 타고 승진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직장의 신>은 지독히도 현실적이지만 또 어느 한 편에서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다. 인물들이 현실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직장의 신>의 모든 캐릭터들은 일하고 싶어하고 회사에 다니고 싶어 하며 자신의 위치에서 어쨌든 최선을 다하는 캐릭터들이다. 그들이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회사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적당히 꼼수를 부리는 캐릭터도 있고 일을 안 하려는 캐릭터도 있으며 비열하고 야비한 캐릭터도 있다. <직장의 신>은 아무리 비열한 사람이라도 결국은 회사의 입장과 자신의 입장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지나치게 악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동시에 너무 큰 판타지다.

 

 

 

 

그 중에서도 무팀장은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는 캐릭터다. 그는 언제나 ‘당연한 것’을 지키려 했다고 말하지만 그 당연함은 사실 당연하지 않다. 퇴직을 해야 하는 과장의 일을 자기 일처럼 아파하며 그걸 막기 위해 돕는 것도 공모전에 낸 기획안을 계약직 이름으로 애써 수정하는 것도 그의 강직한 성품 때문이지만 그의 위치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정도 위치에 있으면 부하직원의 아이디어를 빼앗더라도 자신의 성과와 실적을 올려야 하고 자신이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한두명쯤 잘리는 것도 눈감는 편이 편하다.

 

그러나 그는 계약직의 계약이 종료되는 것 까지 신경 쓰며 그 결정을 지시한 부장을 설득한다. 윗사람에게 잘 보여야 승산이 있는 회사원으로서는 하기 힘든 행동이다. 무정한 같은 상사는 사실 직장에 존재하지 않는다. 혹여 존재할 수도 있지만 결국 회사의 압력과 자신의 입장 때문에 결국 뜻이 꺾일 수밖에 없다. 결국 그렇게 강직하고 착한 사람은 이용만 당하거나 잘리게 된다. 조금은 능숙하게 회사의 정치관계를 파악하고 그 이해관계를 제대로 포착해내는 인물이 회사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그는 약한 남자다. 모질지도 못하고 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그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약한 남자라 할지라도 그가 믿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행동은 누군가 회사에서 나를 위해 해줬으면 하는 행동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 행동들도 모두 모든 회사원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착한 사람들이라는 전제가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지만 그렇대도 무팀장의 판타지는 어느새 가슴 한 구석을 아리게 한다.

 

무팀장은 어쩌면 미스김보다 더 비현실적인 캐릭터다. 그러나 이 캐릭터는 오히려 팀장 보다는 회사의 CEO로 더 적합한 캐릭터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이 캐릭터가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더 큰 힘을 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상은 이런 리더를 원한다. 자신의 능력을 펼치게 해 주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돌아가는 것이 세상에서는 당연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팀장은 오늘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나 원작에서처럼 아마도 무팀장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도 최후에 웃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무리 비현실적이라 하지만 우리는 이런 사람이 성공하는 모습을 꼭 지켜보고 싶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아마도 힘든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저런 상사를 응원하고 원하며 ‘힐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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