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돼먹은 영애씨>(이하<막영애>)는 15시즌을 이어올 정도로 대중의 호응을 얻은 작품이었다. 우리나라 방송 구조상 시즌제도 아직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15시즌을 이어온 드라마는 <막영애>가 유일했다. 그러나 시즌이 너무 길어졌던 탓일까. <막영애>가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느낌이다. <막영애>가 어느순간 찬사가 아닌 혹독한 비판의 저울 위에 놓인 이유는 무엇일까.

 

 

 

 



<막영애>가 15시즌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뭐니뭐니해도 <막영애>의 공감대 형성에 있었다. 주인공 이영애는 예쁘지도 않고, 출중한 능력도 없어 보이지만 무엇보다 그가 그려낸 장면들은 현실적이었다. 회사에서 치이고, 노쳐녀라서 치이고, 인생은 영애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도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극복해 가는 영애의 처절함은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영애는 인생의 롤러코스터 속에서도 '자신다움'을 잃지 않으며 철저한 '을'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것은 영애가 사업가로 변신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14 시즌의 후반부부터 <막영애>의 스토리 라인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초반 <막영애>의 삼각관계는 호응을 얻었다. 이승준과 김산호와 함께 그린 삼각관계 라인은 드라마의 맛을 살려주는 양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시청자들은 두 캐릭터를 비교하며 영애와 이어질 짝을 저울질하는 재미를 얻었다. 그러나 러브라인이 양념이 아닌 메인이 되자 러브라인의 반복이 지루해 진 것이 문제였다.

 

 

 

 



시즌을 14에 이르러서도 영애의 러브라인이 확실히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간보기에 불과했다. 김산호와는 한 번 약혼까지 했다가 파혼까지 한 상황이었다. 멋진 남성들과의 연애이야기는 어느 드라마에서나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지만 같은 드라마에서 그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영애의 러브라인은 이미 수차례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막영애>는 이제는 영애가 사랑의 결실을 맺을 것이라 기대한 시청자들의 바람을 산산히 조각냈다. 14시즌에도 러브라인의 행방의 결론을 내지 않은 것이다. 15시즌을 위한 밑작업이었지만, 시청자들은 지겨운 러브라인의 결말이 정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그리고 시작된 15시즌. 다시 <막영애>의 팬들은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던 한 축을 담당하던 김산호는 사라졌다. 그러나 새로운 인물 조동혁이 투입되면서 또 다시 삼각관계가 시작되었다. 인물만 바뀌었을 뿐 패턴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서 <막영애>의 큰 착각을 짚어볼 수 있다. 그 착각은 시청자들이 <막영애>를 시청하는 이유에 대한 것이다. <막영애>에서 러브라인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러브라인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의 '을'로서 살아가는 영애의 현실 속에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공감대다. 중요한 이야기는 누구와 이어질 것이냐가 아니라 영애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그 현실과 맞설것이냐 하는 지점이다.

 

 

 

 


 
그러나 러브라인이 어느 순간 전부가 되어버린 <막영애>는 초반의 의도를 모두 간과하고 부수적 재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런 러브라인은 전혀 반갑지가 않다. 세상을 향한 영애의 고군분투가 사라지고 어느 순간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이 된 영애에게 시청자들은 더 이상 공감을 느낄 여지가 없다. 그런 로맨틱 코미디는 이미 영애보다 훨씬 더 예쁘고 사랑스러운 연예인들에 의해 지금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장르다.

 

 

 

 


 


영애가 타 드라마의 '예쁜' 여주인공과 다른 매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평범함 때문이었다. 평범한 영애가 평범하게 회사에 들어가서 겪어야 하는 일들에 대한 공감. 그것은 어쩌면 누구나 경험해 볼 법한 일들이었다. 그런 현실 속에서 러브라인은 다소 판타지에 가까웠지만 그 판타지는 영애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판타지는 <막영애>의 전부가 되었다. 응원하고 싶은 현실 속 여주인공은 이제 없고, 남자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이 있을 뿐이다. 영애는 애초에 예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표방한 캐릭터가 아니다. 김현숙이 주인공인 이유 역시 그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그 주인공의 매력을 깎아내리고 오히려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한 여주인공이 맡아야 할 캐릭터를 부여하니, <막영애>에 쏟아지는 비난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러브라인 행방의 궁금증은 어느새 짜증으로 변질되었다. <막영애>가 가진 장점들을 퇴색시키고 오히려 주인공을 매력없이 만든 제작진의 실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영애가 결혼해서도 육아와 워킹맘등 얼마든지 소재는 있을 수 있었다. 오히려 그런 지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막영애>의 의도를 살리는 데는 훨씬 더 적절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삼각관계만 남은 <막영애>는 좀처럼 초심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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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러브라인’이다. 러브라인이 없는 드라마들은 공중파에 입성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에는 어김없이 시청자들의 감성을 뒤흔드는 커플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러브라인이 없거나, 있더라도 그 비중이 기존의 드라마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적은 드라마들이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 드라마 속의 러브라인들은 다소 줄어든 대신, 그 자리를 이른바 ‘남남 커플’이 채우고 있다.

 

 

 

현재 동시간대 1위로 방영중인 <피노키오>에서 기재명 역을 맡은 윤균상은 드라마 중반까지 드라마에서 가장 주목받은 신예였다. 그것은 그의 연기력이나 외모가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한 탓도 있지만 드라마 스토리 전개상 안타까운 형제의 비극이 두드러진 영향이 크다.

 

 

 

 

 

 

기재명과 기하명(이종석 분), 두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은 드라마 전반적인 스토리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을뿐더러 감옥에 가는 형의 손을 부여 잡고 흘린 눈물에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 형제들의 브로맨스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일각에서는 기하명과 최인하(박신혜 분)의 러브라인보다 기재명과 기하명의 이야기가 훨씬 기대된다는 평이 있을 정도다. 기재명이감옥에 갇혀 분량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13년 전 사건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은 강력한 시청 포인트가 될 것이다.

 

 

 

OCN최고 시청률로 종영한 <나쁜 녀석들>은 선이 굵고 남성적인 스타일의 드라마로 러브라인은 아예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나쁜 녀석들>의 성공 배경에는 그 러브라인을 뛰어넘는 네 남자의 조합이 있었다. 오구탁(김상중 분)-박웅철(마동석 분)-이정문(박해진 분)-정태수(조동혁 분)가 한 팀이 되어 이루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여타 러브라인보다 훨씬 더 강력한 긴박감과 박진감을 제공했다. 이에 따라 유일한 주요 여자 배역이었던 유미영(강예원)의 존재감은 남성 출연진들에 비해 두드러지지 못했지만 러브라인 없이 남성들 간의 조합과 관계설정으로도 그들이 가진 시너지효과가 폭발할 수 있음을 증명해 냈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

 

 

 

바로 얼마전 종영한 하반기 최고의 콘텐츠 <미생> 역시 로맨스의 비중은 거의 없다. 그러나 오상식(이성민 분)과 계약직 신입사원 장그래(임시완 분)의그림은 웬만한 로맨스를 뛰어넘는 화학작용을 발휘해 낸다. 처음에는 마땅치 않게 생각했던 낙하산 장그래를 인정하고 그를 감싸며 오상식이 장그래를 ‘우리 애’라고 부르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의 무게를 묵직하게 전해주었다.

 

 

 

 

 

<미생>은 전반적으로 남자와 남자 사이의 갈등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생>이 배경으로 삼은 원 인터네셔널은 종합무역상사로서 남성의 위계질서가 강력한 회사다. 신입사원 안영이(강소라 분)나 워킹맘 선지영(신은정 분)등 여자 출연진들의 스토리 역시 남성적인 한국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여자 직원의 고충을 현실적으로 다루는데 더 비중을 둔다.

 

 

 

그렇기에 갈등도 남자와 남자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신입사원 장백기(강하늘 분)와 장그래역시 초반에는 갈등을 겪지만 “그래도 내일 봅시다”라는 대사를 통해 콧등을 짠하게 하는 감동을 준다. 신입사원 한석율(변요한 분)이나 장백기 역시 남자 상사와 다양한 형태로 겪는 갈등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동시에 현실의 벽에 부딪친다.

 

 

 

이처럼 남자와 남자 사이의 케미스트리를 통해 <미생>은 사회를 이야기 하고 시청자들의 가슴에 공감을 불러일으킨 수작으로 남았다. <미생>은 러브라인이 없으면 방송이 불가하다는 공중파의 견해에 따라 원작의 느낌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케이블로 옮겨 방송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오히려 다행한 일이었다. 원작의 공감대를 최대한 살린 것이 바로 <미생>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러브라인은 필수가 아니다. 러브스토리 역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드라마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느냐 하는 것이다. 엄청난 성공 뒤에는 러브라인을 뛰어넘는 강력한 스토리의 힘이 있다. 그 안에서라면 굳이 러브라인이 아니라 남자와 남자의 조합, 여자와 여자의 조합이라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현대의 드라마들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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