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드라마에는 성공적인 캐스팅이 있다. 작품 속에서 호연을 보여준 연기자는 주목을 받고 이름값이 올라간다. 그러나 반대로 이미 높은 인지도와 이름값을 지닌 배우들을 이용한 마케팅역시 무시할 수 없다. 초반 시청률은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이 시청률을 달성하는데 톱스타들의 출연만큼 강력한 무기도 없다. 그러나 최근 브라운관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톱스타’ 마케팅이 줄줄이 실패하고 있다. 그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사임당>... 이 시대의 '어머니상'보다 이시대의 '이영애상'

 

 

 

 

 

 

<사임당-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은 이영애가 <대장금>이후 무려 13년만에 컴백작으로 선택한 작품이었다. 그에 걸맞게 제작 규모도 컸다. 드라마 방영전부터 200억을 투자한 작품으로 화제가 되었고 억대를 뛰어넘는 이영애의 출연료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드라마로 제작된 적 없던 신사임당의 일대기 역시 어떻게 표현될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영애는 신사임당 역할에 더 이상은 없을 정도의 캐스팅이었다. 그동안 ‘산소같은 여자’로 시작하여 우아함의 대명사가 된 이영애의 결혼과 출산 이후 작품으로서 이만큼 훌륭한 선택은 없었다.

 

 

 


그만큼 <사임당>은 이영애의 일관적인 정체성이 어떻게 발전되어 나갔느냐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다분한 작품이었다. 13년 전, 영민하고 호기심 많으며 마음이 따듯한 장금이는 현명하고 주체성이 강하며 가족을 이끌어가는 사임당이 되었다.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영애도 나이가 들고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았다. 그러나 여전히 단아하고 우아한 모습을 간직한 이영애의 이미지는 <사임당>을 통해 고스란히 재현된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대장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그만큼 공을 들인 탓인지 제작기간도 길었다. 사전제작 드라마로 2014년 기획하여 2015년 제작에 들어갔으나 방영시기를 조율하며 2017년에야 방송을 시작했던 것이다. 모든 기운이 이 드라마의 성공을 위해 모여 있는 듯 했고, <사임당>은 15%가 넘는 높은 시청률로 출발해 2회때는 16%를 넘겼다.

 

 

 


그러나 <사임당>은 그 이점을 단 한순간도 살리지 못한채, 이영애라는 톱스타의 이름값에 빚을 진 시청률을 유지하지 못하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현대와 과거의 교차 편집은 오히려 집중력을 흐트러트렸고 드라마의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 역시 촘촘하고 흥미롭게 전개되지 못한다. 이 와중에 이영애의 캐릭터 활용 역시 <대장금> 시절보다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다. 드라마 속 주인공 사임당에게 쏟아지는 각종 위기상황과 절체절명의 순간 속에서도 이영애는 그저 고고하고 우아한 신사임당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오히려 과거보다 지나치게 절제된 표현 방식 속에서 이영애는 사임당이 아니라 그저 이영애로서 존재할 뿐이다. 자신을 놓아버린 연기가 아닌 자신의 이미지대로 끌려가는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고리타분한 스토리 속에서 신사임당의 재발견이 아닌 다시 이영애의 이미지만 확인할 수 있었고 결국 이시대의 어머니상을 다시 쓰는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막대한 제작비를 회수할 중국 시장역시 ‘싸드 보복’으로 수출이 여의치 않았고, 국내에서도 드라마 <김과장> 등에 밀리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방영내내 낮은 화제성을 기록한 <사임당>은 스페셜 방송과 재편집등 초강수를 두는 와중에서도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사전제작 드라마임에도 결국 2회 축소 종영이라는 굴욕을 맛보았다. 이영애의 화려한 컴백에 비해 초라한 퇴장이었다.   

 

 

 


<완벽한 아내> 용두사미된 스토리, 고소영의 존재감 없었다.

 

 

 


 

<사임당>에 이영애가 있었다면 <완벽한 아내>에는 고소영이 있었다. 고소영은 10년만에 안방극장에 출연했으나 초반 분위기를 압도하는 것은 여의치 않았다. <완벽한 아내>는 3.9%의 초라한 시청률로 출발했다. 배우로서 고소영에게 대중이 갖는 기대치가 높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그러나 <완벽한 아내>는 단순한 ‘유부녀 성공스토리’가 아니라 미스테리를 가미하며 호평을 얻었고 높은 폭은 아니지만, 시청률은 상승세를 탔다. 고소영의 연기역시 합격점을 받았다. ‘예쁜 고소영’을 포기하고 편한 복장과 힘을 뺀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호평을 끝까지 이어나가는 데는 실패했다. 후반 부 스토리가 어그러지면서 작품은 중심을 잃었다. 미스터리는 단순히 한 남자에게 집착한 한 여성의 비이성적 행동에 그쳤고, 주인공을 정신병원에 가두는 전개는 다소 뜬금없이 펼쳐졌다. 미스터리로 출발한 이야기의 흐름 자체를 감당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우리는 더 열심히 살고, 더 열심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심재복(고소영 분)의 마지막 나레이션이 가슴을 파고들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드라마의 흐름이 중구난방이 된 것과, 반전도 흥미요소도 없는 미스터리의 처리 방식은 실망감만을 안겨주었다.

 

 

 

고소영이 선택한 캐릭터 심재복에 대한 아쉬움 역시 크다. 고소영의 연기 자체는 합격점이었지만 대중의 뇌리 속에 각인될 만큼의 특별함은 없었다. 심재복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지나치게 많이 반복되어 온 소재였다. 남편의 바람을 감당하고, 연하남과의 ‘썸’ 비슷한 관계를 형성하며 어느상황에서든 꿋꿋하고 굿센 아줌마 캐릭터는 이미 익숙하게 경험해 본 것들이었다. 오히려 병적으로 누군가에게 집착하는 내면을 숨기고 웃음을 가장한 조여정의 ‘사이코 연기’가 이 드라마에서는 훨씬 더 주목할만한 포인트였다.

 

 

 


시청률은 물론이고 연기적으로도 큰 주목도가 낮았는데, 드라마마저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 결국 호평요소를 굳이 찾자면 ‘조여정의 연기력의 재발견’을 이룬 드라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 버린 것이다.

 

 

 


<추리의 여왕>인데 추리는 없다.

 

 


최강희가 타이틀롤을 맡고, 권상우가 3년만에 선택한 드라마 <추리의 여왕>은 ‘아줌마 탐정’이라는 소재를 내세웠으나 이 드라마의 가장 특징은 ‘추리’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성공하는 드라마는 ‘추리’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앞으로 전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한 마음에 시청자들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드라마일수록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 그러나 중반이 넘은 <추리의 여왕>은 제목에 추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에는 추리가 없다.

 

 

 


사건을 촘촘하게 만들고 그 사건이 밝혀지면서 일어나는 반전과 놀라움을 주로 삼을 것이라는 기대는 <추리의 여왕>속에서 산산이 부서진다. 일반인이 보기에도 어설픈 수사 방식은  개연성의 문제로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형사인 하완승(권상우 분)의 수사 방식은 수사방식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채로 쓰여진 듯하고 추리 천재로 나오는 주인공 유설옥(최강희 분)의 행동은 때때로 너무나 큰 민폐다.

 

 

 


이 모든 상황을 차치하고라도 추리 드라마임에도 범인을 보여주고 범인의 행적을 그대로 따라가는 방식은 시청자들이 추리 해 볼 여지도 잘라내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에서 한참이나 동떨어져 있다. 이미 결론까지 지어져 있고, 반전 따윈없는 추리드라마는 새로운 방식이 아니라 잘못된 방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야기는 늘어지고 전개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 시청률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겨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10%도 넘지 못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톱스타들의 출연이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톱스타들이 출연한 드라마는 화제성을 끌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하다. 특히나 중국시장이 성장하면서 중국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스타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본질이다. 지금 톱스타가 된 스타들도 한 때는 신인이었다. 그들 역시 출세작을 통해 스타가 됐다. 작품 속에서만이 배우는 빛날 수 있다. 배우의 후광을 업고 만들어진 작품의 유효기간은 아주 짧다.

 

 

 


 

드라마의 꺼져가는 불씨는 드라마의 완성도만이 살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드라마에 누가 출연하느냐 하는 단편적인 사실이 아니라 바로 그 드라마 자체에 있다는 사실을 톱스타들이 출연하고도 성공을 거머쥐지 못한 드라마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악역은 갈등을 유발하고 드라마의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 중 하나다. 각종 악역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금 방영되고 있는 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역적>), <완벽한 아내><귓속말>에 등장하는 악역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악역들은 조금 특별하다. ‘사이코 패스’에 가까운 캐릭터로 주인공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하는 큰 위력을 가진 캐릭터들이기에 그렇다. 사실상 세 드라마 모두 악역의 힘으로 밀어 붙이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역적>-가장 강력한 적, 사이코 패스 연산군

 

 

 


<역적>은 삼사 월화 드라마 중 가장 스토리의 결이 매끄럽다. 사극이지만 시의성을 반영하여 권력에 대항하는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정을 파고드는 부분이다. 영웅이 되어가는 홍길동(윤균상 분)은 백성에 대한 긍휼한 마음을 가지고 그들을 살리고자하고 그런 백성들의 반란을 폭동으로 여기는 연산군(김지석 분)은 절대 권력을 가진 기득권층으로 대표되며 절대 악으로 묘사된다.

 

 

 


그동안 연산군은 수많은 드라마에서 되풀이되어온 캐릭터다.  폐비 윤 씨의 사사, 무오사화와 갑자사화 등 드라마를 수놓을 수 있는 극적인 사건들이 충분한 소재였기 때문이다. 김지석의 연산군은 광폭한 폭군으로 수없이 묘사되었던 연산군의 계보를 잇고 있지만, 단순히 어떤 계기로 인해 폭군이 되었다기 보다는 애초에 보편적인 감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이코 패스’ 기질이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인간 사냥’을 통해 홍길동의 몸을 부수는 연산군의 표정에는 죄책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인간을 사냥하며 짐승취급하는 연산군의 모습은 그의 내면이 짐승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엿보게 하는 것이다. 서늘하고 소름끼치는 감정표현으로 김지석은 악역임에도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들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을 놀이 취급 할 만큼의 사이코 패스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와중에서도 자신의 위치가 무너질까 두려워 초조한 왕의 심리가 극적으로 표현되며 김지석의 연산군은 드라마 후반부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완벽한 아내>-막장으로 달리는 스토리 안에서도 소름끼치는 ‘사이코’

 

 

 


이 드라마는 후반부로 갈수록 제목이 왜 <완벽한 아내>인지 조차 모호한 스토리로 뒷심을 잃어버렸지만, 이은희 역할을 연기하는 조여정만큼은 끝까지 연기의 중심을 놓치지 않는다. 이은희는 극 초반부터 웃음을 가장하고 있지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캐릭터로서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조여정은 이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킨 일등 공신이었다. 주인공 심재복(고소영 분)의 이혼에 기뻐하며 혼자 웃으며 춤을 추거나, 웃음 뒤에 언뜻 보이는 서늘한 무표정은 이 캐릭터의 심리 상태를 제대로 표현해 낸 것이었다.이은희의 정체를 숨기면서도 그 캐릭터가 안에 숨겨진 정상적이지 않은 자아를 표현해 내는데 조여정은 더할나위 없는 적역이었다.

 

 

 


이은희는 주인공 심재복 보다 훨씬 더 주목도가 높은 캐릭터다. 이은희가 벌이는 사건이 이 드라마에 가장 큰 중심 축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갈수록 정신병원에 심재복과 이은희를 가두며 다소 어이없는 전개로 흘러간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 안에서도 조여정은 소름끼치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된다. 불안한 정신상태로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며 즐거워 하는 ‘사이코’ 캐릭터는 <완벽한 아내>의 최고의 수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귓속말>-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이코’

 

 

 


이보영, 이상윤 주연에 박경수 작가가 집필하여 화제가 된 <귓속말>은 작가의 색채가 짙게 배어 나오지만 전작들에 비해 부족한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사건은 사건의 꼬리를 물고 연속적으로 터지지만 반복되는 위기 상황 속에서 긴장감은 오히려 줄어든다. 사건을 터뜨리는 부분에서 강약 조절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탓이다.

 

 

 


특히 이보영이 연기하는 신영주 캐릭터에는 오류가 많다. 아버지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고, 불치병까지 걸린 마당에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것은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너무 앞뒤없이 사건에 덤벼드는 탓에 오히려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고 만다. 뚜렷한 대책이나 계획 없이 무작정 달려드는 여자 주인공의 행동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호감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은 악역 캐릭터인 강정일(권율 분)과 최일환(김갑수 분)이다. 강정일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인물로, 자신이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빼앗기자 점차 괴물이 되어간다. 어떻게 보면 사랑 때문에 누군가를 위해 저지른 악행으로 시작된 일이지만, 그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고 그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에 분노하는 모습은 결코 인간적이지 않다.

 

 

 


그러나 악역 악역의 심리와 고뇌를 놓치지 않는 스토리 라인 덕분에 ‘섹시한 악역’으로서 평가받으며 주목을 받고 있다. 강정일을 연기하는 권율 역시, 이 드라마로 그동안의 순수하고 착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연기 변신을 인정받는 호연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두 드라마에서 보다 감정적으로 절제된 캐릭터지만  어쩌면 주인공보다 더욱 주목받는 악역이다.

 

 


그 뒤에 있는 절대 악 최일환은 <귓속말>에서 가장 큰 사건을 만들어 내는 최종보스격 악의 축이다. 최일환은 신영주의 아버지 사건을 조작한데 이어서 이제는 강정일의 유일한 혈육이었던 강유택(김홍파 분)마저 살해했다. 자신의 이익과 성공을 위해서라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는 그의 캐릭터가 주는 무게감은 드라마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강정일이 괴물이라면 최일환은 악마에 비견된다. 김갑수의 뛰어난 명불허전 연기력은 캐릭터의 존재감을 더욱 키우며 절대권력을 가진 가장 강력한 벽으로서의 역할을 확실하게 표현해 낸다.

 

 

 


주연보다 주목받는 악역, 공통점이 있다.

 

 

 


지금 주목받고 있는 악역들은 단순히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갖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감정을 쏟아내며 악행과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악역이 아닌,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감정을 포기한 캐릭터들이다. 자신들이 잘못을 하지만 그 잘못이 실제로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남들의 고통에 대한 이해는 없으며 자신이 처한 고통은 참지 못하는 ‘사이코 패스’ 성격의 캐릭터들이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악역들이 드라마 안에서 주목받고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연기자의 인기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시청자들이 그들에게 현실적인 감정이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생활에 마주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드라마 안에서 존재하는 무지막지한 ‘사이코’ 캐릭터들은 ‘역할’로서 각인될 수 있다. 그런 캐릭터를 소화해 내는 배우들에 대한 찬사 역시 경험해 보지 못한 영역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에 대한 놀라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악역에 힘을 지나치게 실어준 나머지 스토리 구조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역시 적지 않다. 주인공의 존재감이 약해지는 것은 물론 캐릭터의 붕괴역시 일어날 수 있다. 주목받는 악역을 만들어 내는 것 보다 그 캐릭터를 스토리 안에서 어떻게 잘 공존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드라마에서 먼저 선행되어야 할 고민인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


<완벽한 아내>의 초반부는 식상한 불륜 소재를 다룬 또하나의 ‘줌마렐라’(아줌마+신데렐라) 스토리인 듯 했다. 주인공 심재복(고소영 분)의 남편 구정희(윤상현 분)는 바람을 피고, 완벽한 조건의 연하남 강봉구(성준 분)까지 등장한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전형적인 아줌마 스토리는 이제 더 이상 특별할 것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완벽한 아내>는 이야기를 평범하게 풀어가지 않는다. 극 안에 미스테리 요소를 넣어 매회 예측하기 힘든 전개를 완성해 나간다.

 

 

 


이 드라마는 고소영이라는 스타의 복귀작으로 유명세를 탔다. 무려 10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고소영은 우려와는 다르게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연기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지만, 시청률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과를 거뒀다. 화려한 외모나 이미지를 버리고 내려놓은 연기력을 보여준 고소영은 칭찬할만 했지만, 첫회 3.9%의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하여 여전히 4%대에 머문 시청률은 반등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졸작이라 부르기 어렵다. 스토리는 비록 높은 시청률을 담보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틀어졌지만, 나름대로의 짜임새와 몰입도를 갖추고 있는데다가 연기자들의 호연을 보는 재미 또한 상당하다.

 

 

 



특히 조여정이 맡은 이은희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은 이 드라마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다. 이은희는 <완벽한 아내>에서 ‘악역’을 맡았지만,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타고난 미모에 참한 성품까지 지닌 가정주부로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가면을 썼지만, 그 안에 검은 욕망을 감추고 있는 인물이다. 초반부터 지금까지 이은희가 감추고 있는 욕망의 끝이 어딘지 모호하게 숨기며 이은희의 정체를 궁금하게 만든 것은 이 드라마가 단순한 줌마렐라 스토리를 뛰어넘어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탈바꿈 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심재복의 주변에서 심재복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다. 물론 심재복은 그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처음에는 심재복과 한때 연인사이었던 이은희의 남편 차경우(신현준 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만들었지만 회차가 진행되며 은희의 진짜 목표는 심재복이 아닌 구정희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한 때 외모와 노래실력으로 인기있었던 구정희의 소녀팬 중 하나가 이은희였던 것이다.

 

 

 


 

조여정은 아무렇지 않은 척,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검은 속을 숨긴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해낸다. 심재복과 구정희의 이혼이 결정되자 춤을 추며 기쁨을 표현하는 모습은 절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단순히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거나 비열한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는 악역이 아니라, 자신을 포장하지만 혼자있을 때면 드러나는 조용한 미소나 감정표현은 보는 이들의 소름을 돋게 만드는 것이다.

 

 

 


차라리 대놓고 나쁜 짓을 일삼는 캐릭터보다 편안한 표정으로 악행을 저지르는 조여정의 캐릭터에는 또 다른 임팩트가 있다. 친절하게 ‘언니’라고 주인공에게 다가가는 평범한 모습 속에서도 알 수 없는 섬뜩함을 표현해 낼 줄 아는 것이다.

 

 

 


 

고소영은 처음부터 ‘톱스타’로서 주목받았지만 조여정은 이 드라마에서 주목받는 존재라고 할 수 없었다. 이제까지 조여정이 출연했던 작품들 속에서도 조여정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캐릭터를 발견하기란 힘들었다. 그러나 조연이면서도 주연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발휘할 줄 아는 연기자라는 것이 <완벽한 아내>에 이르러서야 밝혀졌다.

 

 

 


단 한가지 아쉬운 것이라면 그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기에는 시청률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실질적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캐릭터가 조여정이라는 사실을 모를리 없지만, 드라마가 화제성을 갖기에는 시청률이 지나치게 저조한 것이다.

 

 

 


그러나 <완벽한 아내>는 분명 조여정의 재발견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웃음 뒤에 감추어진 비틀어진 어둠을 평온한 얼굴로 표현해 내는 조여정의 연기력을 이토록 확실하게 느껴볼 수 있는, 거의 최초의 드라마인 것이다. 이제까지의 틀에 박힌 이미지를 버리고 확실한 연기력으로 시청자와 승부를 본 조여정만큼은 이 드라마 안에서 진정한 승리자라고 할 수 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


 

영화 <워킹걸>의 제작보고회에서 화제가 된 것은 단연 여배우의 노출이었다. <워킹걸>은 폐업 직전의 성인숍을 일으키는 이야기로 제작 발표회에서는 어김없이 19금 이야기가 쏟아졌다. 두 주인공인 조여정과 클라라에게 ‘서로를 섹시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냐’는 질문부터 김태우와 조여정의 베드신에 관한 이야기도 화제가 되었다.

 

 

 

조여정은 <방자전>에서 파격 노출을 선보인데 이어 <후궁> <인간중독>그리고 <워킹걸>에 이르기까지 19금 영화에 모습을 드러내며 ‘노출 전문 배우’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특히 <방자전>과 <후궁>에서 보여준 파격 베드신은 여배우로서 최고 수위의 노출 수위였다고 할만하다.

 

 

 

 

<워킹걸>에서도 조여정의 베드신은 영화 홍보를 위한 키워드 중 하나다. 어김없이 베드신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고 상대배우인 김태우에 대한 소감을 말해야 한다. 그 의도가 뻔히 보이지만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다.

 

 

 

이후 쏟아진 대중의 반응들은 그다지 긍적적이지 않다. 연기력이나 파급력이 아닌 ‘노출’로만 화제가 되는 조여정에 대한 조롱이 대부분이다. ‘노출하면 주연, 하지 않으면 조연’이라는 우스갯 소리마저 나온다. 작품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노출이나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노출은 환영받지만 화제성을 위한 노출은 호감도를 끌어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이미 조여정은 화제성을 위한 노출이라는 카드를 두 번이나 사용했다. 그런 그가 또 다시 노출이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오면 작품의 이야기 보다 노출이라는 화젯거리에 더 관심이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조여정에게 있어 노출은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배우에게 있어서 자신의 이미지를 연기력이 아닌 노출에 맞추어 진행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설령 노출로 화제가 되었다 하더라도 노출 이상이 작품안에서 보여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여정은 노출 이상의 화제를 만드는데 성공하지 못했고 댓글은 낯 뜨거울 정도로 조여정의 노출 관련 이야기로 채워졌다.

 

 

 

그런 현상은 <워킹걸>에 함께 출연하는 클라라에게도 역시 똑같이 적용되었다. 클라라는 애초에 연예인으로서 주목받게 된 계기가 ‘시구’다. 딱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고 시구를 한 클라라의 몸매가 화제가 되면서 클라라에게 쏟아지는 것은 ‘몸매’에 대한 관심이었다. 클라라는 연기나 작품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닌 단순히 ‘외모’로 승부하는 모양새로 흐른 것은 클라라에게 있어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클라라는 예능, 드라마에서 외모 이상의 파급력을 만들지 못하며 연예인으로서의 매력를 확장시키지 못하였다.

 

 

 

그런 클라라의 ‘몸’에 대한 관심은 제작보고회에서도 이어졌다. <워킹걸>의 정범식 감독은 제작 발표회에ㅓ “어느 날 클라라가 성인용품을 하나 가져가보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클라라가 직접 성인용품을 사용해봤다고 말하며 촬영할 연기에 대해 진중하게 논하더라”며 이어 “또 클라라가 본인이 영화에서 표현할 신음소리를 녹음해서 들려주더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2위에 오른 배우가 내 앞에서 그 소리를 들려주다니 믿기질 않았다. 패닉 상태였다.”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을 할 당시 클라라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확산이 되며 ‘성희롱 논란’에 시달렸다. 클라라가 신음소리를 들려줬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세계 여성 2위에 오른 여배우가 내 앞에서 소리를 들려주다니 패닉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불필요한 감상이다. 이 이야기를 두고 클라라가 실제로 기분이 나빴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아무리 배우라 한들 여성의 신음소리를 듣고 개인적인 감정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위였다.

 

 

그런 발언이 쉽게 오갈 수 있었던 것은 클라라가 가지는 이미지가 그만큼 ‘연기’적인 부분 보다는 몸매와 외모등 ‘개인적인’ 부분에 집중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클라라가 소비되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성적인 판타지로 어필되고 그 판타지를 소비하는 언론과 대중에 의해 살아남는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이 아닌 남으로부터 ‘신음소리를 듣고 패닉상태였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은 지나치다.

 

 

 

‘홍보’ 라는 명목으로 여배우의 이야기를 최대한 자극적으로 이끌어 내는 태도를 어떻게 지켜보아야 하는 것일까. 영화의 진정한 홍보는 여배우의 노출이 아니라 영화 자체의 내러티브에 있음을 인지하고 있지 않다면 이런 ‘노출’ 홍보는 성희롱에 지나지 않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