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간대 방송되는 일일드라마들이 막장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채,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SBS의 <못난이 주의보>만 제외하고 KBS1의 <지성이면 감천> KBS2의 <루비반지> MBC의 <오로라 공주>까지 모두 경쟁하듯 '막장'스토리를 펼쳐 보이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루비반지>는 교통사고가 난 자매가 성형수술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갖게 된다는 설정을 내세웠고 <지성이면 감천>은 착한 여주인공과 그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녀라는 전형적인 설정을 통해 드라마 전개를 펼쳤다. <오로라 공주>는 얼핏 막장 요소가 없는듯 하나 스토리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며 뜬금없는 배우 하차, 주인공의 이해 할 수 없는 행동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중 KBS2의 <루비반지>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비록 설정 자체에 공감은 가지 않지만 언니의 인생을 빼앗은 동생이라는 소재 안에서 나름대로의 개연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과 <오로라 공주>는 개연성 없고 황당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이번 주 종영하는 <지성이면 감천>은 시종일관 악녀 이예린(이해인)의 악행으로 시청자를 끌어 모았다. 전통 시청률 텃밭인 KBS1의 일일드라마 답게 시청률은 항상 20% 후반대로 나쁘지 않았으나, 한 때 3~40%를 넘나들었던 시청률에 비하면 많이 아쉬운 성적이다. 더군다나 악녀 이예린이 회개하는 스토리로 흘러가자 시청률은 더욱 하락했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도 마지막에 눈물 흘리며 용서를 구하면 모두 해결된다는 식의 스토리에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결과를 가져 온 것은 주인공 최세영(박세영)의 캐릭터가 결코 대중들이 이해할만한 수준의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전형적인 스토리라인 속에서도 그 이야기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대중들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박세영은 시종일관 이예린에게 당하기만 하는 가운데 단 한 번도 반격을 하지 못했다. 이예린은 주인공인 박세영에게 대놓고 무시하는 말들을 쏟아내는 것은 물론, 아나운서인 세영과의 경쟁심에 경연대회에서 지게 만들기 위해 손목을 다치게 하고, 감기약을 몰래 바꿔치기해 방송에서 실수하게 만들며, 취재영상을 가로채고, 꼭 필요한 소품을 망가뜨리는 등의 온갖 악행이란 악행은 다 저질렀다. 그러나 그럴 때 마다 박세영은 이예린을 원망하기는 커녕 용서하고 이해하며 화해했다.

 

 

 

 아무리 착하다지만 아나운서까지 될 정도로 똑똑한 여주인공의 이러한 행동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계속 당하기만 하는 통에 여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은 약해졌다. 이해인에게 당하며 한마디 말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은 착하다기 보다는 바보스러워보이기까지 했다. 급기야 시청자들은 "주인공이 악녀보다 더 밉상"이라며 주인공의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오로라 공주>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주인공 오로라(전소민)는 똑똑하고 야무지며 똑부러지는 캐릭터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잘못된 선택을 내리는 헛똑똑이다. 남자주인공인 황마마(오창석)와의 결혼은 누가 보더라도 가시밭길. 누나들의 치마폭에 둘러싸여 살아온 황마마가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오로라는 시청자들이 그렇게 염원하던 설설희(서하준)보다 황마마를 택한다. 여자 친구에게 헌신적이고 한 여자만 보며 좋은 시부모님에 재력까지 갖춘 그를 포기하고 황마마에게 갔을 때는 그만한 이유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로라는 단순히 "더 사랑하니까"라는 말로 그 모든 상황을 정리한다.

 

 

 현실에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서 오로라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결국 자신에게 잘 해준 남자를 이용만 하고 딴 남자를 선택한 오로라는 시청자들에게 미움을 받는 캐릭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시집에 들어가서도 할 말 다 하는 오로라는 똑똑하기 보다는 처세술을 모르는 철부지 같아 보였다. 결국 황마마의 누나들에게 시집살이 당하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여주인공 입장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오로라가 고생하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그를 안타깝게 여기기 보다는 '오로라는 당해도 싸다'는 시누이들의 입장에 선다.

 

 

 결국 <오로라 공주>는 <루비 반지>에 시청률이 따라 잡히며 동시간대 2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고액의 원고료를 받는 임성한 작가의 이름값이 무색한 결론이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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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가 맥을 못 추고 있다. 김남길-손예진을 앞세운 월화 드라마 <상어>는 물론이고 이동욱 주연의 <천명> 또한 한 자릿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주말극과 일일극의 부진이다.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은 초반의 기대와 달리 여전히 마의 30%대 시청률을 돌파하지 못했고, 일일드라마 <지성이면 감천>10%대 후반으로 떨어져 단단히 체면을 구기고 있다. KBS로선 그동안 견고히 지켜온 철옹성이 무너진 셈이다.

 

 

 

 

 

KBS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그동안 주말 드라마와 일일 드라마는 KBS자존심이었다. 기복이 있었던 주중 드라마와 달리 KBS 주말 드라마와 일일 드라마는 기본이 시청률 20%”라는 말이 당연시 될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경쟁사인 MBCKBS의 위세에 못 이겨 울며 겨자먹기로 주말극과 일일극 시간대를 모두 바꿨을 정도다. 사실상 현재의 주말극과 일일극은 KBS 독점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KBS는 작년 한해 주말 드라마에서 초대박을 건져왔다. 2012년 방송돼 시월드라는 용어를 탄생시키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김남주-유준상 주연의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평균시청률 33.1%, 최고시청률 45.3%를 기록했고, 후속작 <내 딸 서영이>는 주연배우 이보영의 열연에 힘입어 평균시청률 33.3%, 최고시청률 47.7%를 돌파하며 전작을 뛰어넘는 인기를 구가했다. 그야말로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린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첫 회 시청률 22.2%(닐슨 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하며 방송사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KBS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은 방송한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시청률 30%대를 좀처럼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유, 조정석, 유인나 등 스타들의 영입에 공을 들이며 ‘3연타석 연속홈런을 은근히 기대했던 KBS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성적이다.

 

 

일일 드라마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429, 시청률 21.6%로 첫 방송을 시작한 <지성이면 감천>은 평균 시청률 18~19%대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정 시청률이라고 여겨졌던 20%조차 무너진 것이다. 전작이었던 <힘내요 미스터김>이 최고 시청률 29.4%를 기록하며 3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성이면 감천>MBC 일일드라마 <오자룡이 간다>에 밀려 일일극 순위 2위로 떨어지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과거 <바람은 불어도><정 때문에>를 비롯해 <너는 내 운명><웃어라 동해야> 등 숱한 화제작들을 양산해 낸 KBS 일일 드라마가 20%대 시청률을 사수하지 못하고 2등으로 밀려난다는 건 쉽게 믿기 힘든 결과다. 도대체 무엇이 철옹성과 같았던 KBS 드라마를 흔들고 있는 것일까.

 

 

 

 

혁신 없는 자기 복제, 결국 발목 잡았다

 

 

물론 KBS 주말극과 일일극 부진의 1차적인 원인은 시청패턴의 변화에 있다. TV가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지면서 최근 전체적인 TV 시청률은 하향곡선을 타고 있다. 게다가 채널이 다양화 되고, 경쟁작이 많아진 것 또한 주말극과 일일극의 부진에 한 몫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진의 원인을 100% 설명할 수는 없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KBS 주말극과 일일극은 각각 40%대 시청률과 30%대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방송 외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가장 큰 결함은 작품 내부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드라마가 재미있으면 시청률이 오르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다. <최고다 이순신><지성이면 감천> 모두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 앉힐만한 힘이 부족한 것이다.

 

 

사실 <최고다 이순신><지성이면 감천>의 시청률이 저조한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극의 몰입도는 전작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극할만한 설정도 지극히 부족하며 연출, 대본, 연기 모두 시청자들의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어느 곳 하나 탁월하다 할 만큼 매력적이지 못하니 드라마에 집중하기 힘들어지고 고정 시청층조차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지겹게 우려먹었던 출생의 비밀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패착 중의 패착이다. <최고다 이순신>은 방송 3개월 내내 아이유를 둘러싼 두 엄마의 다툼으로 일관하고 있다. 끝이 훤히 보이는 뻔한 내용 속에서 울고 소리 지르고 충격 받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다보면 절로 스트레스가 쌓이고 채널이 돌아간다. 아버지를 잃은 소녀가 배우의 꿈을 위해 달려간다던 당초의 기획의도는 온데 간데없이 사라졌다.

 

 

아이유와 고두심, 이미숙의 눈물과 비명만이 남은 이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 조정석은 물론이고 주변 인물인 손태영, 유인나, 고주원, 김용림 등의 존재감은 극히 미약해졌다. 출생의 비밀이 드라마의 모든 이야기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시청률 상승을 위해 이런 식의 무리수를 두는 것을 이해 못하는바 아니지만 <넝쿨째 굴러온 당신><내 딸 서영이>의 세련미와 신선함을 본받을 수는 없었을까.

 

 

<지성이면 감천> 역시 마찬가지다. 낳아준 엄마 홍진희와 키워준 엄마 심혜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해인의 모습은 식상하다 못해 짜증이 나는 클리셰 중의 클리셰다. 심지어 홍진희는 불치병에 걸려 이해인의 간을 이식받았고, 갑자기 모정이 솟구쳐 딸을 위해 인생을 바치겠다 다짐한다. 이런 식의 비현실적 스토리라면 재미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 드라마는 감동도, 재미도 없다. 무미건조하고 무색무취한 드라마는 막장보다도 못한 작품이다.

 

 

<지성이면 감천>의 작가 김현희는 <강남엄마 따라잡기><워킹맘> 등 현실을 반영한 작품을 집필한 인물이다. 그의 집필 신조 역시 현실성 있고,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스토리를 쓰는 것이라 한다. 그런데 <지성이면 감천>은 현실성은 애초에 포기했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공감대마저 보기 힘들다. 무엇이 도대체 김현희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스스로 처절하고 엄정한 자기반성을 하길 바란다. <강남엄마 따라잡기>를 쓰던 작가가 이렇게까지 망가졌다는 건 너무 슬픈 비극이다.

 

 

KBS 주말극와 일일극의 실패는 어쩌면 예견되었을 일인지도 모른다. 전작들이 쌓아 논 후광에 기댄 안일한 기획과 시청자를 쉽게 생각하는 오만한 발상, 여기에 혁신 없는 자기 복제만 가득한 스토리가 결합했으니 성공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다. 이제 철옹성은 무너졌다. 무너진 철옹성을 다시 세우려면 지금껏 해왔던 것보다 몇 곱절 힘든 노력이 필요하다. 과연 <최고다 이순신><지성이면 감천>은 지금 이상의 노력으로 명예를 지켜낼 수 있을까. 부디 그 노력이 소 잃은 뒤 외양간 고치는 헛손질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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