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드라마 속 눈에 띄는 여배우들이 있다. 독보적인 매력으로 드라마의 활력을 불어넣는 두 배우, 이유리와 박보영의 상반된 매력을 분석해 봤다.



연민정을 벗어버린 또다른 변신, <아버지가 이상해>의 이유리

 

 

 


이유리가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된 것은 <왔다! 장보리>의 악역, ‘연민정’이라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였다. 악역이면서도 주연보다 더한 존재감을 보인 이유리는 그 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참한 맏며느리 상’의 여배우 이미지를 한 방에 전환시키며 주목받았다. 연민정 이후 선택한 드라마 에서도 이유리는 연민정만큼은 아니지만, 마냥 착하고 순한 역할을 맡지 않는다. <슈퍼대디 열>에서는 까칠한 성격을 가진 시한부 의사 역을 맡았고 <천상의 약속>에서는 1인 2역을 맡아 복수극을 보여주었다. 이유리는 맡는 역할마다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을 보여주었으나 연민정을 뛰어넘는 캐릭터를 구축하는데는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악역’으로 성공을 거머쥐었지만 이미지가 악역으로 한정되어 각인 되는 것은 배우에게있어 좋은 일이 아니다. 이유리는 <힐링캠프>에 출연하여  “그래도 영숙이면, 영숙이 이렇게 인물의 이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이름도 없는 단역 친구들에게는 그것조차 꿈일 것.”이라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여주었지만 이유리라는 배우의 활용도가 ‘연민정’으로 대상을 수상한 이후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은 ‘배우 낭비’에 가까웠다.

 

 

 


그런 이유리가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로 다시 돌아왔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이제 겨우  극 초반이지만 오랜만에 웰메이드 KBS 주말극을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이다. 일단 막장 요소가 없고, 출연진들의 캐릭터 설정이 확실하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 요소가 코믹하면서도 재미를 느끼게 만들어 준다.  

 

 

 


이유리는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대형 로펌의 변호사, 변해영역을 맡았다. 스타일 좋다는 동료의 칭찬에 "늘 제 모습이잖아요"라며 당당하게 대답하거나, 자신의 명품백을 말도 없이 들고 나간 동생의 실크 원피스를 물에 빠트리는 장면은 그의 냉철하고 당당한 모습을 설명하는 장면이다. 뿐만 아니라 “회사에 보기 힘든 사람이 있다.”는 동생의 고민 상담에 “누구는 회사가 편하기만 할 것 같냐. 너 그 회사 아니면 다른데 합격한 데라도 있냐. 정신 차리고 똑바로 회사나 다녀라.”라며 독설을 내뿜는 모습은 ‘센언니’로서의 캐릭터를 그대로 드러냈다. 너무나 독한 말로 상대를 가뿐하게 제압하여 상처입게 만드는 문제있는 화법을 지녔지만 틀린말을 하지 않는 탓에 반박을 할 수도 없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아버지가 이상해> 속 변해영은 까칠하게 느껴지지만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캐릭터로, 때로는 소맥을 마시고 전 연인과 육탄전을 벌이다가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 허당 면모도 보인다. '순하다' '러블리하다'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마냥 밉지 않는 까칠함. 연민정과는 또 다른 '센언니'가 이유리에게 맞춤옷을 입은 것 처럼 잘 어울린다. 까칠한 캐릭터지만 연민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캐릭터가 아닌,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캐릭터인 것이다.

 

 

 


이유리는 연민정을 누구보다 잘 표현해 낸 것 처럼, 이 캐릭터 역시 본연의 색깔로 녹여내 드라마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준다. 남매들과의 합은 물론, 전 연인으로 나오는 차정환(류수영 분)과의 어울림 역시 엄지를 치켜세울만 하다. 연기력으로 드라마 초반을 책임지고 있는 이유리의 내공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힘센여자 도봉순> 장르가 박보영? 보고 있으면 사랑스럽다.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JTBC 최고 시청률 드라마 등극도 꿈만은 아닌 <힘센여자 도봉순>은, 11시 드라마라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엄청난 성과를 냈다. 그러나 뜯어본다면 <도봉순>의 이야기 구조는 촘촘하지 못하다. 도봉순이 슈퍼맨처럼 ‘힘이 센’ 캐릭터라는 설정까지는 좋았지만, 그 힘을 발휘하게 만들기 위해 마주치는 사건들은 그저 우연의 연속이고, 살인사건까지 일어나는 상황속에서도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한다.

 

 

 


안민혁(박형식 분)과의 러브라인 역시 다소 뜬금없이 전개된다. 갑자기 ‘같이 자자’며 집으로 끌고 오거나, 함께 누워 “엄마는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고 했다”고 고백하는 장면도 난데없다. 남자 주인공에게 애틋함을 부여하기 위한 설정이라기엔 갑자기 툭 튀어나온 장면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대사의 의외성이나 캐릭터의 재기발랄함 역시 ‘힘 센’ 도봉순이라는 설정을 제외하면 그다지 확실한 포인트를 찾기 힘들다. 도봉순이 골을 부릴 정도로 ‘갑질’을 한다는 안민혁은 따져보자면 도봉순에게 맞춰주기만 한다.

 

 

상사를 대놓고 노려보거나 앞에서 불만을 표출하는 직장 환경을 두고 ‘갑질’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도봉순의 불만을 이해하게 만들기 위한 설정 역시 엉성하다. 어두운 사건과 밝은 러브라인이 동시에 전개되는 이야기의 기승전결 역시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고 볼 수는 없다. 범죄자는 엄청나게 위협적이지 못하고 극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도 않는다. 안민혁이 받는 협박 역시 시청자를 압박할 만큼 심각한 사안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안민혁을 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봐주고 있는 느낌이랄까. 회가 갈수록 이 엉성함은 도드라진다.

 

 

 

 

그러나 이 엉성함을 메우는 것이 바로 배우의 힘이다.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러운 박보영과 박형식 커플은 이 드라마의 엉성한 구조를 용서하게 만든다. 특히 ‘장르가 박보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로맨틱 코미디에 특화된 모습을 보이는 박보영의 연기력은 이 드라마의 시청률을 견인하는 1등 공신이다.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으면 배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것이다. 드라마의 유쾌함과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박보영만큼 적역인 배우가 또 있을까.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스토리의 힘이지만, 배우가 견인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큰지를 알려주는 것이 바로 <도봉순>이라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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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는 종편 채널 중에 가장 성공한 채널이라고 할 수 있다. 타 종편 채널들이 언론사에서 파생된 채널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관심에서 멀어진 반면, JTBC는 콘텐츠에 집중하면서 그런 한계를 극복했다. 특히 손석희를 사장으로 영입하고 보도 전권을 준 보도국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보도국은 ‘최순실 사건’을 계기로 최고 시청률 11%를 돌파하며 공중파를 뛰어넘는 신뢰도를 구축했다.

 

 

 

 


이밖에도 예능에서의 선전 역시 주목할만하다. <비정상회담>과 <냉장고를 부탁해>의 성공을 시작으로 역시 최순실 사건을 계기로 공중파를 포함하여 시청률1위를 차지한 <썰전>과 색다른 캐릭터와 웃음을 만들어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아는 형님>, 이경규와 강호동이 뭉친 <한끼줍쇼>까지 예능 콘텐츠에 있어서도 신선한 기획으로 큰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독 JTBC드라마는 타 채널을 뛰어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JTBC는 다른 콘텐츠처럼 드라마에서도 사활을 걸었다. 특히 2012년부터 2013년 3월까지 방영된 김수현 작가의 <무자식 상팔자>는 이런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명불허전 시청률 제조기로 불리는 김수현 작가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 <무자식 상팔자>는 9%를 넘기며 획기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여자의 자격> <밀회>로 이어지는 정성주 작가의 작품들도 화제를 모으며 드라마 역시 순항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그러나 tvN이 그동안 <응답하라>시리즈, <시그널>,<또! 오해영>,<도깨비>등으로 10%에서 20%까지 넘기는 기염을 토하고, <미생><오! 나의 귀신님>(이하<오나귀>)<디어 마이 프렌즈>등 공중파를 뛰어넘는 콘텐츠로 드라마 명가의 이미지를 탄탄히 한 반면, JTBC는 상대적으로 아쉬운 성적을 보였다.

 

 

 

 


더욱 이런 결과가 안타까웠던 것은 JTBC드라마가 상당한 퀄리티의 좋은 대본과 연출을 바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금토드라마 라인은 상당한 심혈을 기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2016년만 보더라도 <욱씨남정기><마녀보감><청춘시대><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판타스틱><솔로몬의 위증>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품들이 호평을 이끌어내며 작품성과 재미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시청률은 tvN금토 드라마에 거의 대부분 밀리는 형국이었다. 특히 최근 <도깨비>의 아성은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힘센여자 도봉순>(이하 <도봉순>)은 <오나귀>로 로맨틱 코미디에 재능을 선보인 박보영을 타이틀롤로 하여 첫 회부터 4%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제훈 신민아 주연의 <내일 그대와>가 상대적으로 약체로 떠오르면서 <도봉순>은 승기를 잡은 것은 물론, 흥행에도 청신호를 켰다. 도깨비도 6.5%로 출발한 것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고 JTBC 채널의 특성을 생각하면 굉장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도봉순>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에 지나치게 힘이 센 캐릭터를 통해 만화적인 상상력을 끼워 넣었다. 다소 유치해 보일수도 있지만 가볍고 편한 마음으로 웃을 수 있는 드라마라는 것이 강점이다. 박보영은 이번에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선보이며 드라마 전반에 걸쳐서 활약한다. 박보영은 “도봉순이 <오나귀>의 나봉선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오나귀'와 '도봉순'이 연장선상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스러운 모습이 표현된다면 그게 강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나귀' 때보다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처럼 박보영의 연기는 남심을 자극할만큼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있다. 여기에 연기력까지 더해진 박보영의 도봉순은 1회부터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번번히 취업에 실패해도, 라면을 끓여 먹는 생활연기를 해도, 거구의 사내들을 쓰러뜨리는 괴력을 발휘해도 박보영의 도봉순은 그저 사랑스럽다. 물론 박보영이라는 배우의 색깔은 당연히 있지만 우려했던 것 처럼 <오나귀>의 색깔이 짙어 보이지 않는다. 박보영이라는 연기자의 강점을 살려 드라마의 흐름을 잘 이끌어 이런 기세를 몰아 갈 수만 있다면 <도봉순>은 JTBC의 또 다른 대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도봉순>을 계기로 JTBC가 드라마 마저 믿고보는 방송사의 이미지를 구축할 물고를 틀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만 된다면 '믿고보는' JTBC 드라마 왕국이 2017년에는 탄생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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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은 둘이 갖은 고난을 이겨내고 사랑에 빠진다는 뻔한 스토리지만 그 사랑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여전히 같이 웃고 울고 설레는 감정을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역시 로맨스로서 대중 앞에 선을 보인 드라마다. 그러나 초반부터 엄청난 혹평이 쏟아지며 만족스러운 시청률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비난은 가수 출신 연기자들의 연기력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 주연을 맡은 아이유는 그 비난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이었다.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이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연기자들이 연기의 중심을 잃었다는 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그러나 종영한 지금, 더 큰 문제는 단순히 연기자에 있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한차례 홍역을 치른 <달의 연인>은 안정기에 접어들 수 있었다. 물론 10%를 밑도는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 종영 후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어쨌든 의미가 있었다. 마지막회는 두자릿 수를 넘겨 11.3%를 기록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초반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준기나 강하늘 등의 호연에 힘입어 캐릭터를 지지하는 목소리 역시 커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유의 연기력 역시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눈에 익을수록 혹평이 줄어 들었다. 로맨스로서 왕소(이준기 분)와 해수(아이유 분)의 사랑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늘어났다.

 

 

 

 


그러나 <달의 연인>은 이야기 구조 자체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인물간의 관계에 중심이 서질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큰 러브라인은 왕소와 해수를 중심으로 돌아갔지만, 이 두 사람은 결국 이루어 질 수 없었다. 새드 엔딩도 제대로 감정을 이끌어내면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새드엔딩에 좀처럼 공감을 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달의 연인>의 인물들은 모두 가엾다. 주인공 왕소와 해수는 오해로 인해 멀어지고 해수와 혼인한 왕정(지수 분) 역시 해수로부터 사랑을 얻지 못한다. 결국 해수의 도피처로 이용만되는 느낌이다. 이밖에도 10황자 왕은(백현 분) 13황자 백아(남주혁 분), 악역인 왕요(홍종현 분)는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이쯤되면 작정한 듯이 등장인물들 모두를 불행의 늪으로 끌고 갔다고 생각이 될 정도다. 애틋하고 아련한 설정을 위해 고군분투한 것 같지만 문제는 이 스토리 라인이 촘촘하지 못한 탓에 사청자들의 반감을 키웠다는 점이다.

 

 

 

 


초반에 삼각관계의 중심에서 있던 왕욱(강하늘 분)은 후반부에는 아예 존재감이 없었다. 캐릭터를 활용하는 능력에 있어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 부분이다. 결말 부분에서 이야기가 급전개 된 것을 보면 굳이 초반에 그렇게 힘을 실어줄 이유가 없었다. 이준기와 아이유 역시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는 터무니없는 스토리라인에서 고군분투해야 했다.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 스토리 안에서 그 감정을 공감하게 만들려면 그들의 사연과 설정이 촘촘하게 짜여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저 그들을 불행하게 만들어 여운을 남기려는 목적 하나를 바라보며 달려간다. 중간에 시청자들이 그들의 사연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포인트를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오해와 파멸의 길로 달려 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주인공의 러브라인이 이루어질까 아닐까에 대한 궁금증이다.

 

 

 

 


그러나 작품은 끝까지 그 기대를 배반한다. 현대로 돌아와서 두 사람이 마주치는 장면 하나만 있어도 그런대로 이해가 될 마지막에 제작진은 끝까지 재를 뿌린다. 이 빈자리를 채우는 화장품 PPL은 애틋함이 아닌 코미디로 실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연기자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활용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탓에 사전제작을 의심케 만드는 결말이 아닐 수 없었다. 급하게 마무리된 널뛰기 전개에 시청자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야기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생긴다.

 

 

 

 


원작에 비해 턱없이 모자른 20부작이라는 분량이 문제였다면 초반부 이야기를 최대한 줄이고 이야기를 압축하는 감각이 필요했다. 그런 감각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제작진에 대한 실망감은 크다. 연출 면에 있어서도 막대한 제작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웅장해야 할 장면에서 축소 시키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예를들면 결혼식 장면이나 황제 즉위식의 경우가 그러하다. 제작비 문제로 축소된 것이겠지만 사전제작으로 조금 더 신경써서 만들 수 있었던 장면들마저 굳이 ‘사전제작’일 필요가 없을 정도의 연출로 실망감을 안긴 것이다.

 

 

 

 


사전제작은 분명 드라마 제작 환경에 필요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사전제작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작품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사전제작에 기대되는 것들, 이를테면 완성도나 개연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진리를 <달의 연인>은 확인시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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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라는 배우가 <왕의 남자>로 얻은 ‘예쁜 남자’ 타이틀을 지워가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다. 이준기는 자칫 <왕의 남자>의 ‘공길’ 캐릭터의 너무 강렬한 이미지에 매몰될 수 있었지만 남성다운 이미지를 자신의 캐릭터를 통해 투영해 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보여준 연기력은 이준기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예쁜 남자 타이틀은 결국 더 이상 이준기를 따라다니지 못했고 이준기가 배우로서의 성장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이준기는 그 이후로도 좋은 발성과 깨끗한 대사처리, 묵직한 연기력으로 각종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으며 단순히 캐릭터에 매몰될 배우가 아님을 증명해냈다.

 

 

 

 


그러나 이준기가 뛰어난 연기력으로 고군분투 하는 가운데에서도 이준기가 받아든 성적표가 시원치 않다. 특히 <일지매>를 제외하고는 이준기가 선택한 퓨전사극들이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준기는 유독 퓨전 사극을 많이 선택한 배우다. 이준기의 필모그래피만 보아도 <일지매> <아랑사또전> <조선총잡이> <밤을 걷는 선비> 그리고 현재 출연하고 있는 <달의 연인>까지 모두 퓨전 사극의 성격을 띄는 작품들이었다. 이 중 <일지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모두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지 못하며 아쉬운 성적을 낸 것이다. 현재 출연하고 있는 <달의 연인>마저 한 번도 10%의 시청률을 넘지 못한 것은 물론 이번에는 아예 5%대의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처음부터 사전제작에 꽃미남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던 것에 비해 지나치게 저조한 시청률이다.

 

 

 

 

 

 

 

물론 여전히 화제성은 있다. 화제성 조사 기관 다음소프트와 굿데이터의 방송 프로그램 화제성 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것만 보아도 이 드라마에 쏟아진 화제성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화제성지수 1위라는 말로 위로를 하기에는 그 화제성의 중심이 미묘하게 어긋나있다. 드라마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인한 화제성이라기보다는, 여주인공 아이유에 대한 반감, 엑소 출신 백현에 대한 조롱등이 화제성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물론 이준기를 비롯해 강하늘까지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의 활약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들은 여자 주인공에게 연심을 느끼는 캐릭터를 연기로 표현하며 로맨스 드라마에 필수적인 설렘 지수를 높였다. 그러나 <달의 연인>의 전반적인 내용을 구제하기는 무리였다. 일단 여자 주인공을 좋아하게 되는 러브라인의 설정에 공감이 가질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여자 주인공에 감정 이입을 하기 힘들다는 점은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패착이다. 칭찬이 쏟아지는 것은 이준기와 강하늘 뿐, 그 사랑을 받는 여주인공에 대한 호감도는 현저히 낮다. 결국 로맨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케미스트리가 살지 못하는 결과가 이어졌다.

 

 

 

 

 

 

 

남자 주인공들은 멋있고 매력있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내용 자체는 진부하기 짝이 없고 그 진부함을 커버할 만큼의 매력이 여주인공에게는 없다. 아이유라는 배우에게 쏟아진 비난은 남자 주인공들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할수록 더욱 높아졌다. 이야기의 흐름이 재기발랄하고 확실한 포인트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배우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달의 연인>의 아이유는 이 의존도를 감당할만큼의 연기력이나 이미지를 담보하지 못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준기가 선택한 ‘사극 로맨스 드라마’들의 대부분이 이런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전작 <밤을 걷는 선비>역시 원작 만화의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였지만, 드라마가 원작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였다. <밤을 걷는 선비> 역시 이준기의 상대역인 이유비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주연급의 파급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연기력 논란에도 시달렸기 때문이었다. 현재 <달의 연인>에서 보여주고 있는 문제점이 그대로 답습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준기는 연기력으로 자신에게 한계가 될 수 있었던 이미지를 지운 배우다. 그만큼 이준기가 보여주고 있는 연기력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달의 연인>에서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자신만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의 연기력은 확실히 발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기의 선택에는 다소 아쉬움이 따른다. 이준기가 드라마의 저조한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계속 주연을 맡을 수 있는 것은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연기의 스펙트럼에 대한 신뢰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준기의 연기력이 그 이상의 파급력을 가지려면 시청자들의 이준기에 대한 애정 뿐 아니라 작품 자체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 부디 다음 작품에서는 이준기의 연기력을 마음 놓고 감상할 만큼 좋은 작품으로 만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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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의 <삼시세끼>는 또다시 10%가 넘는 시청률로 성공적인 귀환을 알렸다. 나PD의 전작 <꽃보다 청춘-아프리카 편>이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낸 것을 두고 <삼시세끼>의 흥행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설왕설래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은 또다시 <삼시세끼>를 선택했다. 차승원과 유해진은 동성임에도 묘하게 부부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고 손호준과 남주혁은 형제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예능에 적용해 밥을 먹고 그 삼시세끼를 때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고즈넉한 분위기로 잡아낸다.

 

 

 

 

 


솔직히 말하자면 <삼시세끼>에는 웃음 포인트가 없다. 다만 그들이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 속에서 주고 받는 감정과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 있을 뿐이다. 사람이 모이면 생겨나는 관계망을 가족이라는 형태로 만들어 내고 그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낸 것만으로도 <삼시세끼>는 흥행에 성공했다. 물론 이전의 <삼시세끼> 시리즈를 통해 차줌마, 참바다 등의 캐릭터를 이미 만들어 놓은 차승원과 유해진이 있었기에 가능한 얘기였다. 그러나 독설도 자극도 없는 <삼시세끼>가 또다시 성공이라는 이름을 거머쥔 것은 단순히 캐릭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빚어내는 ‘편안한’ 분위 때문이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차승원에게 손석희는 이런 말을 한다. “<삼시세끼> 속 차승원은 좋은 사람 같다.”. ‘좋은 사람’은 <삼시세끼>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족들을 먹이기 위해 메뉴를 선정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는 차승원과 그 과정을 묵묵히 돕는 유해진.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손호준과 남주혁은 모두 ‘좋은사람’으로 묘사된다. 어느 누구 하나 반항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다만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할 뿐이다. 좋은 사람들의 끼니를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이 예능에는 의미가 생겼다. 바로 ‘힐링’이라는 의미다.

 

 

 

현대인의 각박하고 바쁜 삶 속에서 힐링은 꽤 영향력 있는 화두가 되었다. 자극적이고 빠르게 돌아가는 예능 역시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겠지만 조용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예능역시 그 가치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TVN이 새롭게 선보인 예능인 <내 귀의 캔디> 역시 힐링이라는 화두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중이다. 얼굴도 모르는 이성과의 통화를 통해 설레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얼핏 그동안 답습해 왔던 가상 연애 프로그램의 변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서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들은 생각보다 진솔하게 와 닿는다. 서장훈의 ‘캔디’였던 윤세아가 흘린 눈물은 그들이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주고받는 대화가 오히려 더 솔직하게 다가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물론 그들이 진정으로 감정을 주고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화면상에는 그런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이 사실이다. 삶이란 생각보다 간단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참으로 복잡해 보인다. 마음 속에 상처와 아픔이 있어도 섣불리 내보일 수가 없다. 핸드폰 전화번호 목록을 아무리 뒤적여 봐도 내 마음을 토로할 사람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친한 사람들은 있지만, 오히려 친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할 수 없는 말도 있다. 어색하고 민망한 나의 진짜 속마음은 오히려 상대방의 정체를 모를 때, 더 쉽게 튀어나오기도 한다.

 

 

 

 

 


 

마음을 연다는 것. 그것은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그 마음을 열 수 있는 상대를 구하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그런 상황에서 얼굴도 모르는 상대방이 따듯한 위로를 건네고 자신의 아픔도 이야기 해 주며 나에게 공감해 준다. 그것은 설렘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사실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설렘보단 내 마음을 이해해 주는 그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 더 크다. 얼굴도 모르는 상대방에게 받는 위로. 그런 위로가 때로는 더 따듯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현대인들에게는 그런 따듯한 위로가 필요한 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 그런 분위기를 연출한 것만으로도 예능의 가치가 생겨난다. 바쁜 하루 속에서 자신이 누군지조차 잊어버릴 만큼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예능은 이제 단순히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따듯한 위로를 건네는 방식으로 다가가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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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드라마 <상류사회>의 메인 줄기는 최준기(성준)와 장윤하(유이)에게 집중되어 있다. 야망을 품은 가난한 남자 준기와 재벌로 태어났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여자 윤하가 사랑에 빠지고 그로 인한 갈등 관계가 부각되며 드라마의 스토리가 이어진다.

 

 

 

그러나 주인공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그들은 드라마 전반의 스토리에 가담하고 있지만 주연으로서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하는데 실패했다. 순수한 사랑보다는 지나치게 야망에 물든 남자 주인공이나 아무리 무시를 받고 자랐다지만 재벌 딸로서 살아가는데 대한 혜택을 제대로 이용할 줄 모르는 답답한 여자 주인공이라는 캐릭터 자체도 문제지만 주인공들의 연기력이 드라마를 이끌어 갈만큼 흡입력이 없다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드라마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주인공 커플의 스토리가 아니라 유창수(박형식 분)와 이지이(임지연 분)의 러브라인이다. 이 러브라인이 흥미로울 수 있었던 것은 유창수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에 비해 가볍지만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릭터 자체의 매력 보다 더 주목할만한 것은 유창수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박형식의 연기력에 있다. 유창수는 싸가지는 없지만 내 여자에게는 다정한 전형적인 재벌 2세다. 수없이 동어반복되어온 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박형식이다. 박형식은 자신만의 개성을 통해 이 배역의 매력을 설명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진짜 사나이>로 주목 받은 기회를 날려 버리지 않고 아이돌이라는 편견마저 지워버릴 만큼, 그는 안정된 연기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상반기 드라마에는 이렇게 유독 주연보다 눈에 띄는 조연들이 많았다. 주연만큼, 때로는 주연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하며 사랑을 받은 것이다. 드라마의 성공을 이끄는 있는 것은 작가와 연출의 힘이 크지만 주연 배우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평범한 캐릭터도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신스틸러가 될 수도 있다.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에서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은 한정호(유준상)-최연희(유호정) 부부였지만 이 드라마에서 주목받은 것은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물론 그들의 존재감은 주연으로써 손색이 없었지만 <풍문>에서는 새로운 얼굴들이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 그들은 바로 비서나 가정부로 등장하는 조연들이다. 보통 비서나 가정부들은 드라마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한 부수적인 역할로 등장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그들 하나하나에 캐릭터가 설정되었다. 철저히 감정을 숨기지만 사실상 푼수같은 매력이 있는 이비서(서정연)이나 한정호의 로펌에서 일하는 양비서(길해연), 그들의 비서로 일하면서도 칼을 꽂을 준비를 하고 있는 민주영(정소연)등은 이 드라마에서 각각의 개성적인 연기로 존재감을 확실히 심어주며 감초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어떤 장면에서는 주연급 배우들 보다 더한 존재감을 뽐낸 것이다.

 

 

 

 

<앵그리 맘>의 고복동(지수 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신스틸러였다. 그는 문제아지만 가슴속에 상처를 숨기고 있는 반전의 주인공이었다. 안동칠(김희원 분)의 말에 복종하며 그가 시키는 악행을 저지르지만 주인공 조강자(김희선 분)을 좋아하게 되며 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은 입체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주인공인 박노아(지현우 분)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지수는 거의 대중앞에 처음으로 눈도장을 찍는 것이었음에도 불구, 주목할만한 신예로 단숨에 뛰어 올랐다.

 

 

 

<냄새를 보는 소녀(이하 <냄보소>)의 권재희(남궁민 분)역시, 이런 신스틸러로서의 역할을 단단히 해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사이코 패스 역할을 맡아 섬뜩한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은 배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궁민은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 내며 찬탄을 이끌었다. 어떤 면에서는 주인공 최무각(박유천)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남궁민의 연기력만은 이 드라마를 통해 확실히 재평가되었고 그는 연기의 자신의 연기의 스팩트럼을 넘기는데 성공했다.

 

 

 

이뿐이 아니다. <식샤를 합시다(이하 <식샤>)>의 이주승(이주승 분)은 분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드라마의 미스터리 요소를 담당하며 확 눈에 띄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주승은 캐릭터를 제대로 파악하고 연기함으로써 그에게 쏟아지는 주목도를 높였다. 그는 나중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가 그 비밀을 어떻게 표현해야 가장 효과적인 전달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만큼, 그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역시 주연배우다. 그러나 때로는 주연배우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극을 살리거나, 제 역할을 다한 주연배우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조연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설득력 있는 연기를 펼치며 대중을 사로잡는다. 그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단순하다. 연기자는 연기를 잘 할 때, 가장 돋보인다는 진리다. 좋은 연기자가 좋은 캐릭터를 만날 때, 주연이든 조연이든 할 것 없이 시청자는 언제든 그들에게 시선을 고정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그들이 증명해 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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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맘>은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대하기 힘든 드라마다. 학교의 현실을 적나라하고 심각하게 드러내며 권력의 관계라든지 폭력으로 얼룩져 상처받은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모습 속에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것은 일종의 ‘불편함’이다. 로맨틱한 러브라인이나 코믹한 주제로 흐르기 보다는 ‘현실’이라는 지독한 상황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까닭에 구성은 인과 관계가 중요해지고 이야기는 앞의 내용을 이해하지 않으면 한 번에 집중을 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앵그리맘>은 기대보다 훨씬 더 웰메이드 드라마로 만들어 질 수 있지만 폭넓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앵그리맘>에서 눈에 띄는 연기를 선보이는 신예가 있다. 고복동 역을 맡은 지수가 그 주인공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예가 한 번에 주목을 받는 비결은 바로 연기력과 캐릭터에 있다. 물론 드라마의 화제성도 중요하다. <앵그리 맘>은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매니아 층을 끌어 모으며 화제성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다소 아쉬운 시청률을 뒤로 하고 매니아층의 탄탄한 지지가 형성되었다.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연기자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가운데 좋은 연기를 보여준 신예에 대한 반응역시 뜨겁다.

 

 

 

지수는 <앵그리맘>에서 학생들을 폭력으로 제압하는 일진 역할을 맡았다. 지수가 맡은 고복동은 초반부터 진이경(윤예주 분)과 오아란(김유정 분)을 협박하며 조강자(김희선 분)가 학교로 돌아가도록 하는데 단초를 제공하는 인물이다. 그의 형은 이미 교도소에 가 있다는 설정이고, 그 역시 폭력배인 안동칠(김희원 분)의 수하로 활동하고 있다.

 

 

 

배경만 보면 악역에 가까운 이 인물이 호응을 얻고 있는 까닭은 그 캐릭터가 보여주는 의외성에 있다. 처음부터 착하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평면적 인물이 아니라 악의 편에 서 있으면서도 갱생 가능성이 있는 입체적 인물로 그려지는 것에 점수를 딴 것이다.

 

 

 

‘일진’이지만 그도 역시 고등학생의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정에 목마른 사람일 뿐이라는 암시는 의외성을 부각시키는 설정이다. 여자 주인공을 순수하게 좋아하게 되는 과정 또한 <앵그리맘>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단순한 고등학생의 짝사랑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타의에 의한 폭력성을 띠게 된 캐릭터가 조방울(김희선 분)을 만나 인간적인 정을 느끼며 변화해 가는 과정이 따듯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여자 주인공에게 고백을 하려다 실패하거나, 다른 남자와 있는 모습을 질투하는 설정은 까칠하면서도 진심을 숨기지 못하는 순진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런 반전의 매력이 그의 존재감을 키우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아슬아슬한 짝사랑의 줄타기는 인물의 매력을 배가 시키며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 캐릭터를 소화한 그의 연기 역시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그는 큰 키와 날카로운 눈매를 바탕으로 역할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은 물론, 신예라고 보기 힘들만큼 강단 있는 연기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일진의 폭력성과 고등학생의 순수함을 동시에 표현해내는 그의 매력은 확실히 시선을 잡아끄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캐릭터가 훌륭하다 하더라도 이 역할을 소화하는 지수가 다른 인물들과의 화학작용을 제대로 이끌어 낼 수 없다면 캐릭터에 대한지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수는 연기력으로 설렘과 갈등을 표현해 내며 그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냈다. 이는 연기자에 대한 호감도로 이어졌다. 

 

 

 

드라마에서 어떤 배역을 맡느냐만큼 중요한 것이 그 배역을 어떻게 해석하고 소화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그 배역을 제대로 소화해 내며 존재감을 보인다면 악역조차도 주목 받을 수 있다. <앵그리맘>의 지수는 단순히 주목받는 신예를 뛰어넘는 연기와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조연이지만 주연보다 더욱 등장이 기다려지는 인물 중 하나로 성장한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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