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이하<태후>)는 사실상 판타지에 근거해 만들어 진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어느 군인도 전시 상황에 직접적으로 파병되지 않는다. 봉사나 의료등 원조 활동은 할 수 있어도 사람이 살고 죽는 상황에 투입되는 병력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태후>의 배경이 된 우르크의 실질적 모델인 이라크에 한국군이 파병되기는 했으나 의료와 복구활동을 지원한 것이었다. 군 안에서 군인이 죽고 사는 문제는 전시상황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유시진(송중기 분)처럼 미국과 연합해 작전을 수행한다 해도 그들과 함께 전투 병력에 투입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한국군과 미국군은 지휘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군이었던 아구스(데이비드 맥기니스 분)과 친분관계가 있었다는 설정은 판타지에 가깝다.

 

 

 

 

대위를 헬기로 직접 데려온다거나 목숨을 담보하는 비밀공작원 같은 일을 군인에게 수행하게 한다거나 하는 등, 여러 가지로 한국군의 상황이 과장되어 있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가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이상의 판트지를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로맨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여심을 흔들어야 하고, 보통의 평범한 군인으로는 그 과정이 녹록치 않다. 다소 판타지에 근거해 있더라도 애국심을 기반으로 하여 나라를 위한 위험 인무에 투입되는 군인이라는 설정을 만들어 낸 것은 확실히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르크라는 가상의 공간을 설정하여 다소 황당무계한 군인의 설정 자체를 설득력 있게 만들려고 한 흔적도 엿보인다. 일단 상황 자체가 판타지이기 때문에 군인 이라는 직업도 사실상 작가의 재창조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가 전체적인 완성도 역시 높은 드라마냐 하는 문제에는 쉽사리 그렇다는 대답을 내리기 힘들다. 총알을 수차례 맞고 피범벅이 되어 심정지까지 온 환자가 몇 번의 심폐소생술로 눈을 뜬 후,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돌아다니는 모습은 판타지로 넘어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 안에서 리얼리티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리얼리티는 꼭 현실적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작가 스스로 정한 바운더리나 설정자체를 배반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드라마의 개연성이고 리얼리티다. 예를들어 외계인이나 초능력자 혹은 불사신이라는 설정이면 심정지 후 바로 살아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유시진은 현실에 없는 군인 캐릭터기는 하지만 그저 인간일 뿐이다. 그 인간은 심정지 후, 아무렇지도 않게 작전을 수행할 만큼 강하지 않다. 의료 지식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의료진이 아닌 일반들마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상황 설정은 명백한 '드라마의 리얼리티' 위반이다.현실에 없는 우르크라는 지역, 그리고 현실에 없는 군인 캐릭터등은 작가의 상상력의 영역으로 치부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의료진의 자문마저 제대로 구하지 않는 어설픈 설정은 명백한 연출과 대본의 오류라 할만하다.

 

 

 

 

더 아쉬운 것은 <태후>가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드라마 제작환경은 척박하기로 유명하다. 밤샘 촬영은 물론, 생방에 가까운 아슬아슬한 촬영기간 등은 언제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일명 '쪽대본'이 난무하게 된다. 쪽대본은 작가가 대본을 미리 완성하지 못하거나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쪽지 형식으로 그때 상황에 맞춰 전달되는 급조한 대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급조한 대본은 작가의 필력이나 상상력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나아가 드라마의 질적 저해를 가져오는 없어져야 할 악습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쪽대본이 존재할리 없던 '사전제작 드라마'에서 이런 쪽대본 스러운 막장 설정이 등장한 것은 아이러니다. 충분히 사유할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전개과정이 어설펐다는 것은 문제 자체가 사전제작에 있지 않음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설정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스토리의 전반적인 구성이었다. <태후>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가 사실상 없다. 우르크에서 재난이 일어나고 문제가 생기지만 그 안에서 보이는 휴머니즘이나 전쟁에 대한 상처를 보듬는 드라마는 아니다. 13회에 이르러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갑자기 이야기 전개는 북한군과의 스토리로 옮겨간다. 이 과정에서 서울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일어나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전개가 펼쳐진다. 이해하기 힘든 전개를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작가의 힘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중심이 너무 중구난방이다 보니 이야기가 하나로 모아지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사실상 모든 사건은 유시진과 강모연(송혜교 분)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이미 그 둘은 사랑을 시작했고 문제는 그들이 사귀고 난 후다. 드라마에서 이미 이루어진 커플의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밀고 당기기를 하는 동안에는 유지될 수 있는 남녀사이의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극적인 상황자체가 필요하다. 그것이 서울한복판의 총격전이고 유시진의 총상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처리하면서 드라마의 후반부가 어그러지고 있다.

 

 

 

 

그동안 김은숙작가는 스타작가로 군림해 오면서도 마지막이 아쉬운 작가 중 하나기도 했다. <파리의 연인>이나 <시크릿 가든> , 높은 인기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들조차 마지막의 마무리가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그 드라마들과는 다르게 사전제작인 <태양의 후예>조차 이런 평가를 듣는다는 것은 드라마 제작 환경 탓이 아닌 역량의 문제다.

 

 

 

 

 

이런 아쉬움은 <태양의 후예>뿐 아니라 <치즈인더트랩>(이하<치인트>)에서도 나타났다. 초반의 재미를 깡그리 앗아간 후반부의 전개는 여타 막장드라마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만큼 시청자들의 야유를 받았다. 기승전결이라는 드라마의 기본적인 구성을 무시한 채, 이야기의 중심을 제대로 포착해내지 못한 문제점은 도저히 사전제작이라고 보기 힘든 엄청난 오류였다.

 

 

 

 

 

쪽대본으로도 퀄리티가 낮아지고 사전제작으로도 퀄리티를 담보하지 못한다면 한국 드라마가 가야 할 방향은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중국자본의 힘을 빌어 <함부로 애틋하게><사임당,허스토리><보보경심:><화랑 더 비기닝>등 사전제작 드라마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 사전제작의 퀄리티를 담보할 수 있을까. 물론 <시그널>처럼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환호를 불러일으킨 드라마들도 있다. 사전제작은 분명 한국 드라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사전제작 안에서 그만큼의 꼼꼼한 자기 점검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 않는다면 끝으로 갈수록 용두사미가 되는 드라마의 결말을 보게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님을, 몇몇의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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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공공재로 그 안의 표현이나 내용에 있어서 확실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존재한다. 부적절한 방송내용을 검열해 적절한 징계를 내리는 등의 일을 하는 이 기관은 방송내용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에서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며 정보통신의 올바른 이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운다. 그러나 방심위의 기준은 시대의 흐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며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결과를 내보이는 경우마저 있다.

 

 

 

 

 

최근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몰고온 <태양의 후예>에서 적나라한 욕설 장면이 방영 된 적이 있었다. 공중파 방송에서 삐 처리나 순화된 표현이 아닌 쌍시옷이 들어가는 욕설이 방영된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일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그 장면을 목도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오히려 '시원했다'는 반응이었다. 상황은 지진이 일어난 재난 상황. 그곳에서 자신이 숨겨놓은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 건물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굴삭기를 조작하여 건물을 파괴하는 진소장(조재윤 분)의 행동에 대한 보고를 받은 서대영(진구 분)이 내뱉은 욕설이었다. 자신의 이기심으로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자에 대한 분노는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상황에서 그런 욕설 한마디 내뱉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해 보일 정도. 방심위 위원들 중 과반수도 "해당 장면이 현실감을 부여하고자 한 장치이자 내용 전개상 필요한 장면으로 보이는 점, 그리고 극중 인물 캐릭터의 특성과 전후 맥락 등을 고려할 때 시청자가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며 이에 욕설 장면만 놓고 문제 삼기 어렵다며 '문제없음'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결국 권고조치가 내려졌다. 물론 이 권고조치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무리 맥락상 필요한 장면이었어도 비속어가 적용되는 기준을 제멋대로 적용하면 향후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욕설 자체로 권고 조치가 내려진 것은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하는 심의 단체에서 어떻게 보면 이해 가능한 범주다.

 

 

 

 

 

 

 

그러나 같은 날 진행된 <돌아와요 아저씨>에 대한 심의는 '문제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대사는 "사랑받지 못한 자는 화를 낼 게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게 먼저 아니냐. 꼭 남 탓을 하지. 모자란 남자들이. 고추 잡고 반성하든지, 목숨을 끊든지 하라"였다. 이 대사는 논란을 일으켰고 많은 수의 시청자들이 '불쾌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 없음'이라는 판결을 받은 것이다. 단순히 문제 없음을 판정 받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여기서 오간 이야기가 가관이다. 방심위 의원 중 하나는 "남성이 여성에게 이런 발언을 했으면 아마 문제가 되겠지만 여성이 사용한 단어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질 않는다."는 의견을 냈고 "스쳐지나간 표현"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 말 자체가 방심위의 기준이 중구난방이라는 사실에 방증이다. 남성이 여성에게 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여성이 남성에게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발언 역시 마치 남성의 성희롱은 처벌받아도 여성의 성희롱은 처벌 받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논리와도 다를바 없다.

 

 

 

남들이 다 인정한 자연스러운 욕설은 문제를 삼으면서도 불쾌하다 여기는 장면은 문제없음으로 처리한 것도 모순 적이지만 전혀 논리적이지 못하고 심지어 차별적인 발언이 오간다는 사실은 한국 방송 심의 위원회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에서 여성 출연자들에 대한 제식 훈련을 맡은 소대장(하사)의 외모와 신체를 두고 "섹시하다. 엉덩이가 화나 있다", "엉덩이가 올라갔다. 엉덩이만 봤다"는 표현을 두고 논란이 되자 방심위는 해당 장면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서 "나라면 기분이 좋았을 것 같다."는 식의 발언으로 문제를 가볍게 몰고 갔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방송된 시점에서 이미 그 해당발언은 개인적인 것이 될 수가 없다. 보는 시청자들의 기분과 입장도 생각해야 하는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사자가 모멸감을 느꼈으면 성추행"이라며 "하사관은 기분이 오히려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방심위 의원이 과연 검열을 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는 얼핏 남성에 대한 차별처럼 비춰지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이 강하게 들어가 있다. 상대적으로 여성이라는 성별의 성적인 행위가 더 무겁게 느껴지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인간으로서의 존재가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같이 성관계를 맺고도 '여성이 손해'라는 인식. 이것은 철저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나오는 인식이다. 선진국일수록 여성과 남성의 성은 동등한 무게에서 다뤄진다. 그것이 남성 뿐 아니라 여성 역시 성적인 자기 결정권과 이성관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남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며 놀리거나 추파를 던지는 행위가 용납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여성은 남성에게 성적인 위해를 가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며, 이는 평소에는 남성이 성적으로 더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방심위의 기준은 보수적인 것이 아니라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것이다. 시대에 맞춘 새로운 기준과 방식으로 심의를 진행하여 시청자들과 대중들도 납득할만한 근거를 만들어야 하는데 방심위는 수차례 대중이 문제삼지 않는 문제에서 오히려 납득할 수 없는 과한 기준을 들이댔고, 문제가 있는 장면에서는 농담거리로 치부하는 모습을 보이며 신뢰성을 잃어버렸다. 

 

 

 


건전한 문화를 구축하려는 방심위에 필요한 것이 바로 그들 스스로의 건전한 문화다. 방심위의 문화는 소위 '꼰대'라고 불리는 기득권층의 답답함처럼 느껴지니 과연 누구를 위한 방송심의일까. 때때로 방심위가 심의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지는 것이 비단 소수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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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opi6767.tistory.com BlogIcon siloupper 2016.04.21 1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심의 위원회 수준보단 태후 빠들의 수준이 더 한심하네요^^


 

 

방영전부터 화제를 몰고 온 <태양의 후예(이하 <태후>)>는 첫 회부터 14%라는 높은 시청률로 시작한 후, 방송 단 7회만에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가히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은 물론, 중국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성공적인 예시를 남기며 놀랄만한 기록을 계속 써내려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태후>의 성공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로맨스 드라마로 흥행불패신화를 써온 김은숙 작가의 극본에 송중기 송혜교라는 톱스타의 캐스팅, 거기다가 해외 로케이션과 사전제작, 재난을 소재로 삼은 스케일까지. 130억을 들인 드라마 답게 모든 것이 블록버스터 급으로 휘몰아쳤다.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한류 스타들이 출연하는 블록버스터 멜로. 도저히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첫회부터의 높은 시청률은 이런 관심을 방증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재난을 핑계삼은 로맨스가 그럴듯하다라는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강점이다.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과정은 빛의 속도로 전개되지만 맹목적인 남자 주인공의 사랑이 여심을 흔들었다. 강단있고 당찬 여자 주인공 역시 매력적으로 묘사된다. 얼굴만 봐도 황홀한 남녀 주인공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김은숙 작가의 재기발랄한 터치로 섬세하게 묘사해 냈다. “난 지금이 제일 설레여요. 미인이랑 같이 있는데 불꺼지기 직전.”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되게 보고싶었는데. 무슨 짓을 해도 생각나던데.” 같은 송중기가 아닌 남자가 감히 시도조차 하기 힘든 민망한 대사들의 폭격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 민망함을 극복할 만큼의 케미스트리를 창조해 내는 것이다. 김은숙 작가는 누구보다 배우를 잘 활용하는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 과연 그들이 대사를 하니 부끄럽긴 해도 그럴 듯하게 들리는 것이다.

 

 

 

이미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에게 빠져든 여심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잘생겼고, 체력 좋고, 애국자에다가 한 여자만 보는 완벽한 남자를 외면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재난 로맨스가 아니라 재난을 핑계삼은 로맨스는 그렇게 불타오르고 있고 앞으로도 그 불꽃은 유효할 확률이 높다.

 

 

 

그런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에 눈물을 머금어야 하는 것은 바로 경쟁작들이다. <태후>와 동시간대 방송을 시작한 <돌아와요 아저씨(이하 <돌저씨>)>는 첫 회부터 한자릿수의 시청률을 반등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떨어진 5%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돌저씨>가 확실히 시청자들의 호평을 들을만한 드라마라는 것이다. 각각의 사연을 안고 죽음을 맞이한 김영수(김인권)와 한기탁(김수로)이 천국으로 향하던 중 다시 이승으로 떨어져 현세로 역송 체험의 기회를 얻고, 다른 사람 몸에 빙의가 된 채, 자신들의 사연을 풀어 나간다는 내용으로 일본 소설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과 드라마는 기본 설정을 제외하고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지만 드라마의 흥미도가 원작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김영수가 빙의한 이해준을 연기하는 정지훈()은 다소 코믹스럽고 과장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호연을 보여주고 있다. 한기탁이 빙의된 한홍난을 연기하는 오연서역시 <왔다! 장보리> <빛나거나 미치거나> 등에서 보여준 연기 이상을 보여주며 오연서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예뻐보이려 하지 않고 망가지는 오연서의 코믹 연기는 확실히 그의 색다른 재능을 발견하게 한다. 그러나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 로맨스와 블록버스터가 결합된 <태후>는 처음부터 끝가지 <돌저씨>에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들어갔다. 시청률 반등은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시청률이 주요한 지표가 되는 지상파 드라마에서 낮은 시청률은 호평으로 이어진다 해도 초라한 퇴장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이하 <굿미블>)>의 경우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일단 <태후>가 너무 큰 승기를 잡은 후에 방송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굿미블>의 대진운은 좋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첫회가 방송되었을 뿐인 <굿미블>은 한 남자가 복수를 결정하게 되는 과정을 스피디하게 전개시키며 상당한 몰입도를 보여주었다. 사랑스러운 문채원의 연기나 여심을 저격하는 이진욱, 악역을 맡아 호연을 보여준 김강우까지 배우들의 합과 연기 역시 뛰어나다.

 

 

 

그러나 <태후>와 같은 로맨스면서도 <태후>와는 다른 분위기의 복수극인 <굿미블><태후>에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더 큰 화력이 필요하다. 주인공들의 로맨스와 전체적인 내용의 구성이 시청자들의 감정을 사로잡고 흥미를 돋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태후>의 송송 커플을 뛰어넘을 만한 화제성 역시 절실하다.

 

 

 

<태후>의 승기는 예상된 일이었지만 강력해도 너무나 강력하다. 과연 이 불리한 경쟁구도 속에서 <돌저씨><굿미블>이 어떤 드라마로 남을지 그 결과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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