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시청률과 약한 화제성으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상당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드라마다.

 

<천명>이 꽤 괜찮은 드라마인 것은 억지스러운 전개나 캐릭터로 사건을 끌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판 도망자의 이야기를 다른 까닭에 주인공은 계속 도망쳐야 하고 그런 주인공을 잡으려는 무리들은 주인공을 계속 쫒아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같은 패턴의 반복이요, 억지 설정으로 주인공이 살아남는 꼼수를 부리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천명>은 스토리 전개 과정이나 인물들 개인 개인에 설득력을 부여하며 아직까지는 그 흐름을 유려하게 이끌어 가고 있다.

 

논란은 뜬금없이 드라마 자체가 아니라 한 연기자로부터 터졌다. 여자 주인공을 연기하는 송지효에 대한 연기력 논란이 터진 것이다. 거기에 대해 <천명>의 PD는 이런 평을 했다. “예능의 이미지로 인한 연기력 논란으로 회차가 진행될수록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정말 송지효는 단순히 예능 <런닝맨>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어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송지효는 그동안 대표작이 없었던 배우다. 신인일 때 출연한 <궁>을 제외하고는 송지효를 각인시킬만한 작품이 없었던 것이다. 대부분 그의 출연작들은 여자주인공이라 해도 비중이 크지 않았으며 드라마 자체의 화제성 역시 부족했다. 그나마 가장 화제가 됐던 <궁>은 상대적으로 윤은혜의 연기와 이미지에 포커스가 맞춰졌으며 다른 배우들 역시 모두 신인이었기에 송지효의 연기에 시선이 집중될 여지가 적었다.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송지효의 연기를 제대로 본 적이 대중들에게는 없었다. 송지효를 평가할만한 잣대나 명확한 기준을 찾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 잣대는 <천명>에서 거의 처음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지효는 여주인공으로서 사건 전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며 그동안 작품들에서 보다 훨씬 더 존재감이 부각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송지효를 진지하게 마주대한 시청자들은 송지효에게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물론 <런닝맨>때문이라 변명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조금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송지효의 <런닝맨> 출연은 독이 아니라 득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런닝맨>이전과 이후, 송지효에게 쏟아지는 주목도는 다르다. <런닝맨>의 ‘멍지효’ 캐릭터는 송지효가 출연했던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송지효에게 쏟아지는 관심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송지효는 <런닝맨>출연으로 인해 호감형 배우로 돌아설 수 있었고 많은 팬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수목 드라마 황금시간대 여주인공이 될 기회마저 제공했다. <런닝맨>으로 인한 인기와 인지도가 없었다면 송지효가 주인공으로서 인식될만한 사건도 크게 없었다. 송지효를 주연급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데는 <런닝맨>의 공이 없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제 와서 <런닝맨>을 갑자기 송지효의 연기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얼룩처럼 취급하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예능과 드라마의 동시출연이 꼭 연기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승기 역시 <1박 2일>로 급상승한 인기를 바탕으로 드라마에 주연급으로 캐스팅 되는 행운을 누렸다. 더군다나 그가 주연한 <찬란한 유산>은 시청률 40%를 넘는 인기를 얻으며 이승기가 배우로서 도약할 기회를 만들었다. 그 당시 누구도 <1박 2일>의 이승기와 <찬란한 유산>의 이승기를 혼돈하지 않았다. 이승기가 뛰어난 연기력을 보인 것은 아니지만 <찬란한 유산>의 분위기와 내용에 잘 융화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 이승기는 연기력 논란이 크게 없었다. 시청자들은 이승기를 자연스레 받아들였고 당시 역시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던 <1박 2일>의 모습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예능과 드라마를 혼돈할 만큼 시청자들은 어리석지 않다. 오히려 예능과 드라마에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것에 대한 박수와 찬사를 보낼 준비가 대중들은 언제나 되어있다.

 

따라서 예능 때문에 연기력이 보이지 않는 는 말은 핑계일 뿐이다. 작품이 좋고 연기가 어색하지 않다면 시청자들은 이 둘을 별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송지효가 아무리 ‘멍지효’이미지가 강하다 해도 천명속의 캐릭터인 ‘홍다인’까지 멍지효로 변하게 만들었다면 그것은 오로지 송지효의 연기력에 대한 문제다.

 

송지효의 발음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발성과 감정표현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여주인공으로서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신에서도 송지효의 감성은 강약을 조절하지 못하고 일정한 톤을 유지한 것이다. 다급한 장면에서는 다급하게, 놀라는 장면에서는 놀랍게 연기해야 함에도 지나치게 일관된 송지효의 연기력은 맥락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마치 국어책을 읽는 것 같다는 표현은 이런 송지효에 대한 감정의 흐름의 문제점을 잘 나타내 주는 지적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아직까지는 드라마의 흐름을 끊을 정도로 절망적이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송지효의 연기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이 송지효의 연기력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정도라면 본인 스스로 그 연기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때야 비로소 송지효는 ‘멍지효’를 넘어서는 새로운 그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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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05.10 13: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씀대로 송지효의 연기가 절망적이지도 않을뿐더러 매회 나아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불만은 많습니다.송지효 연기력 논란이라는 주제로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실 드라마를 제대로 보셨다면 송지효만 가지고 말할게 아니라는걸 아실겁니다.가장 큰 문제는 남주라는걸 말입니다.드라마상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동욱의 연기가 이번 드라마로 인해 다시 재조명 되고 있을정도로 발성과 더불어 표정 연기까지 극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습니다.가장 비중이 많은 주연 배우가 말입니다.더불어 송종호도 발성은 어느정도 안정되었으나 대사 처리 부분이 미흡하고 임슬옹은 말할것도 없고,윤진이 조차도 기대 이하의 발성과 오버 연기를 보이니 총체적 난국입니다.워낙 극이 재밌다 보니 인내하고 보는 편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줄거라는 소박한 믿음으로 시청하는중입니다.




[선덕여왕] 의 시청률이 날이 갈수록 오르고 있다.


덕만의 각성 이 후, 스토리가 탄력을 받은데다가 미실과 덕만의 한판 승부가 가시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물들의 개성이 점차 살아나는 가운데 [선덕여왕] 의 주인공들을 보다보면 '삼국지' 의 인물들이 오버랩된다. 과연 [선덕여왕] 의 주인공들은 삼국지의 누구와 닮아 있을까.




유비 vs 덕만


[삼국지] 의 유비는 천한 돗자리 장수로 시작해 촉나라의 황제가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아왔다. 조조만큼 머리가 비상한 것도, 손권만큼 선대의 자산이 두터웠던 것도 아니었으나 그가 황제의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데에는 제갈량, 방통, 마량, 관우, 장비, 조운, 마초, 황충 등 기라성 같은 인재들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국의 황제 중 가장 무능했으면서도 백성들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유비의 존재감은 조조조차 '반드시 제거' 해야 하는 위협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정도였다. 유비가 성공할 수 있었던데에는 헌제의 황숙이라는 '한 황숙' 의 타이틀과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특유의 캐릭터였다.


유비와 마찬가지로 최근 각성한 덕만에게 뿜어져 나오는 힘의 원천은 황실의 공주라는 타이틀과 미실이 말한 것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 때문이다. 덕만은 알천, 유신, 비담 등을 차례로 포섭하여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절대권력 미실을 제거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거행한다. 덕만 자체의 능력은 미실에 비해 그리 뛰어난 것이 아니나 사람을 끌어당기고 사람을 사용하는 인덕과 매력은 여왕으로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인 셈이다.


게다가 덕만은 '하늘의 뜻' 을 이어받았다는 명목 아래 자신의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 신라를 집어삼키겠다는 야망은 황실의 공주라는 정통성에서 비롯된 것이니 이를 보면 '유황숙' 이라는 칭호를 즐겨 듣길 좋아했던 유비의 정통성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조조 vs 미실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 이라는 말은 조조를 상징하는 가장 정확한 말이다. 그는 허자장의 말처럼 간악한 영웅이었다. 필요에 따라 사람을 적재적소에 썼고, 수많은 현자들과 장군들을 거느리며 위세를 떨쳤다.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지 상관없이 가려 썼고,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자는 가차없이 제거했다. 치밀한 전략으로 삼국 중 가장 강대한 국가를 건설했으나 때때로 냉정하고 차가운 그의 이미지 때문에 그는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악역을 도맡아 했다. 그러나 비전을 제시하고 사람을 가려쓰는 조맹덕의 '카리스마' 는 여전히 치명적이지만 매력적인 것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된다.


[선덕여왕] 에서 조조와 같은 인물이 바로 미실이다. 미실은 정적인 김서현 가문조차 포용할 정도로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인물이다. 그러나 자신의 미래에 장애가 되는 사람이라면 심지어 아들과 동생조차도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냉혹한 성품을 지닌 여인이기도 하다. 하늘의 뜻은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백성들을 현혹하는 짓까지도 서슴지 않으면서도 철두철미한 계획으로 자신의 재능을 만천하에 떨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조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조운 vs 김유신


유비와 제갈공명의 평생의 '보디가드' 이자 촉나라 오호장군 중 하나인 조운은 강인한 뚝심으로 주군을 섬긴 충신으로 유명하다. 위나라 군사들의 사이를 뚫고 아두를 구해온 일화는 유명하며 관우, 장비 등이 죽은 뒤에도 촉나라 노장으로서 자존심을 지킨 그는 뚝심과 끈기를 지닌 남자로 상징된다. 여러 주인을 섬겼으나 유비를 만난 뒤에는 '목숨' 까지 바칠 정도로 무식한 열정을 지닌 그의 모습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여러 장군들 중 가장 매력적이다.


덕만을 사모하며 그녀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김유신의 모습은 조자룡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조자룡이 그랬던 것처럼 김유신 역시 덕만에 대한 충성과 사랑을 버리지 않으며, 어떤 위험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담대함을 보여준다. 비록 [선덕여왕] 의 유신랑은 삼국지의 조자룡만큼 매력적이지는 못하지만 그의 뚝심과 끈기는 조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빛나는 가치이기도 하다. 서서히 자신의 개성을 만들어가고 있는 김유신이 보다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유 vs 미생


이유는 '폭군' 동탁의 두뇌역할을 했던 동탁의 최측근 가신이었다. 동탁에게 여포를 데려다 준 것도, 낙양을 불태운 것도, 권력을 장악한 동탁의 독재가 계속 될 수 있도록 도와준 것도 바로 이유였다. 그는 무식하고 무모한 동탁을 제어하고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악독하고 탐욕스러운데다 재능의 한계까지 있었으나 화웅, 여포 등의 인물들을 뽑아 주군을 보필하고 적재적소에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하는데 이유만한 인물도 드물었다.


미실의 동생 미생 역시 이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생은 미실의 카리스마를 보좌하고, 미실의 신화를 만들어내는데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다. 헛점투성이에다가 다소 촐랑거리는 성격이지만 미생이 끝까지 미실의 곁에 남을 수 있는 것은 땅 속에서 부처상을 끄집어내는 권모술수와 천체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캐치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생은 이유만큼 탐욕스러운데다가 여자까지 밝히는 호색한이지만 미실과는 어떤 식으로든 '함께' 갈 수 밖에 없는 운명공동체다.





방통 vs 천명


'복룡이나 봉추 중 한명만 얻어도 천하를 얻을 수 있다' 는 사마휘의 평은 봉추 방통이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인지 알게 한다. 못생기고 험악스러운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제갈량에 버금가는 지적수준을 가지고 있어 삼국지 최고의 현자 중 한명으로 추앙되고 있는 그는 말년에 주군인 유비를 대신해 낙봉파에서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아까운 생을 마감한다. 제갈량조차 "하늘도 무심토다!" 라고 탄식할 정도로 그의 죽음은 안타까웠다.


최근 [선덕여왕] 에서 장렬히 최후를 마친 천명공주의 삶 역시 방통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천명과 방통의 삶을 완전히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으나 유비 대신 죽음을 선택한 방통과 덕만 대신 죽임을 당한 천명의 모습은 묘하게 오버랩 된다. 유비는 방통의 죽음을 통해서 그토록 원하던 익주를 얻었고, 덕만은 천명의 죽음을 통해서 '어출쌍생이면 성골남진' 이라는 운명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여왕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으니 방통과 천명의 삶과 죽음은 어떤 식으로든 의미를 가지게 된 셈이다.





순욱 vs 서리


조조는 순욱을 일컬어 '나의 장자방' 이라고 했다. 그만큼 조조가 성장하는 데 있어 순욱이라는 인물의 역할은 지대했다. 순유, 정욱, 곽가, 유엽, 만총 등 빛나는 조조의 책사 중에서도 다양한 계책과 시기적절한 판단을 내놓는 순욱의 존재감은 조조에게 각별한 것이었다. 그러나 조조의 야망이 한나라 재건이 아닌 새나라의 건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욱은 서서히 조조와 의견대립을 보였고, 결국 권력의 주변부로 내몰리는 수모까지 겪게 된다. 결국 위공사건으로 인해 조조에게 '자살권유' 를 받은 순욱은 자살을 함으로써 조조와 영원히 결별한다. 그는 죽음 직전까지도 "조공께서 거병하신 이유를 제대로 아시오!" 라고 충고할 정도로 정도를 걸었던 인물이기도 했다.


삼국지의 순욱과 완전히 비견할 수는 없겠지만 [선덕여왕] 의 상천관 서리 역시 순욱과 같은 삶을 산 인물이라고 할 것이다. 상천관 서리는 미실이 신당을 장악하고 권력의 정점에 오르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이었다. 천체를 관측하고 천의를 따랐던 그녀는 천의가 미실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주인으로 섬겼다. 허나 그렇게 믿고 따르던 미실이 천의를 거스르고 자신의 야망에 충실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녀는 미실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미실의 자살권유로 인해 죽임을 당하던 때에 그녀는 천의를 등진 미실 대신 천의와 맞닿은 덕만을 선택했다. 어쩌면 서리 역시 순욱과 마찬가지로 그녀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미실' 이 아니라 '천의' 즉, 자신이 믿고 있는 하늘의 뜻 그것 뿐이 아니었을까.





위연 vs 비담


위연은 삼국지에서 가장 변화무쌍한 인물이다. 몇 차례나 주군을 바꾸며 출세가도를 달렸고, 제갈량의 못마땅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오호장군과 함께 촉나라에서 가장 활약한 인물이기도 했다. 관우, 장비의 죽음 뒤에 제갈량은 하는 수 없이 '능력이 출중' 한 위연을 기용할 수 밖엔 없었으나 훗날 오장원에서 숨을 거둘 때 "위연은 반골의 상이니 내가 죽으면 바로 죽이라" 는 명을 내릴 정도로 그를 경계했다. 삼국지에서 위연은 제갈량이 죽자 촉나라에 반기를 들어 반란을 일으켰다가 마대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비담 역시 위연과 마찬가지다. 비담은 미실의 아들로 태어나 선천적으로 덕만과는 어울릴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그는 운명적으로 덕만과 조우하고, 덕만은 다소 버릇없고 잔인한 그를 '능력이 출중' 하다는 것 하나만으로 발탁한다. 훗날 선덕여왕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비담의 난' 을 일으켰던 그는 진정한 반골의 상이자 목구멍 속의 바늘이었던 셈이다. 마치 공명이 우려했던 위연의 그것처럼. 





제갈공명 vs 김춘추


유비와 제갈공명의 만남은 한 마디로 '운명적' 이었다.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유비는 제갈량을 만나서 비로소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삼국 중 가장 약한 나라였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강한 나라이기도 했던 촉나라의 힘의 원천은 제갈공명으로부터 비롯됐다. 유비의 유일한 브레인이자, 촉나라 최고의 현자였던 그는 유비가 황제가 되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었다. 전에도 없고 후에도 없을 당대 최고의 책사이자 충신이라는 찬사는 바로 여기서 비롯됐다.


이제 조금있으면 등장할 김춘추 역시 덕만에게 있어서는 확실한 '브레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신, 알천, 비담 등 걸출한 무인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략을 구사하고 술수를 활용하는 참모진이 약한 덕만파에게 있어 재기발랄한 춘추의 합류는 덕만이 선덕여왕으로 성장하는데 활력소를 불어 넣을 것으로 보인다. [선덕여왕] 제작진이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비밀병기' 김춘추가 덕만의 참모로서 얼마나 활약할 지 기대가 된다.





삼국지 vs 선덕여왕

지금까지 삼국지의 인물들과 [선덕여왕]의 주인공들을 비교해 봤다. 물론 위의 삼국지는 진수의 삼국지가 아니라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기초로 했음을 알려드리는 바다. 삼국지와 [선덕여왕]의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난세를 살아가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한다는 것이다. 때때로 사람을 얻기도 하고, 사람을 버리기도 하면서 난세를 평정했던 당대 최고의 영웅들. 그 영웅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며 새삼 고전의 위대함과 드라마의 재미를 동시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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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09.08.19 10: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새롭고 재미있는 분석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2. 카리스마조 2009.08.20 15: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설을쓰시네요

  3. 김춘추 2009.08.20 22: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게한번 써볼라고 발악한 작가의 노력이 보이네요 ㅎ.우리나라 사극은 정말 안좋은게 왜곡을 한다는거;;;정말 안좋아;;;쩝;;;;;나이대도 안맞아 ㅎㅎ....잘보고 감니다 ㅎ.




[선덕여왕]의 스토리라인이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덕만을 둘러싼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가운데 서서히 '선덕여왕' 과 '미실' 의 한 판 승부가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덕만-천명의 든든한 지원군인 김유신이 덕만과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어 향후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김유신과 덕만, 그리고 미실의 관계는 과연 어떠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드라마와는 아주 '많이' 달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덕만과 천명, 김유신과 미실은 모두 '혼인관계' 로 엮인 인척관계였다. 미실은 드라마에서처럼 덕만과 천명을 위협하는 최대 정적이 아니었을 뿐더러, 오히려 그들의 든든한 지원자였던 김유신의 출세가도를 도왔던 인물이었다. 이는 당연히 미실과 김유신이 혼인관계로 엮여진 '특수한 관계' 였기 때문이 가능한 일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미실과 유신은 처조모와 손자 사위의 관계였다.


김유신은 미실의 아들인 미실의 아들인 하종의 딸 영모와 혼인한 관계였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첫사랑이었던 천관녀와 신분의 벽을 뛰어 넘은 절절한 사랑을 했지만 어머니 만명부인의 엄한 꾸짖음 덕분에 실연의 아픔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김유신은 당대 막강한 실권을 지니고 있던 미실의 손녀인 영모와 결혼함으로써 신라 황족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중앙 정계로 발돋움하게 된다.


가야 황실의 후예였기에 진골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김유신은 복잡한 혼인관계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보상 받으려 했고, 이는 향후 매제였던 김춘추와의 관계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문희와 김춘추와의 결혼도 바로 김유신 특유의 '혼인' 을 통한 권력 쟁탈의 한 방편으로 보여진다.


재밌는 사실은 천명의 아들인 김춘추 역시 미실의 손녀이자 보종의 딸인 보라와 혼인하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실과 김춘추의 관계 역시 처조모와 손자 사위의 관계이며, 천명 뿐 아니라 덕만과 미실 역시 사돈 관계라는 말이다. 이렇게 따지자면 드라마 속 미실파와 선덕여왕파는 모두 신라 황실의 테두리 안 에서 '가족' 이라는 개념으로 묶여있는 셈이다.


게다가 김춘추와 보종의 딸 보라는 금슬 역시 나무랄 데 없이 좋아 슬하에 고타소라는 딸을 애지중지 키울 정도였으니 그들의 관계가 그저 정략적 관계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훗날 고타소와 고타소의 남편인 김품석이 백제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일은 두고두고 김춘추에게 절절한 한으로 남아 고구려-백제 멸망을 꿈꾸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게 되니 사람의 인생이란 참으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왜 김유신은 김춘추가 정실부인을 두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여동생인 문희를 김춘추에게 강제로 시집 보낸 것일까? 이는 당연히 김춘추가 당대 강력한 왕위 계승자로 등장한 덕만을 이모로 두고 있었던데다가 천명을 어미로 두고 있었고, 김유신 가문과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미실 가문과도 줄이 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김유신은 자신의 일신과 가문의 영광, 그리고 후계 권력구도 계승을 위해서라면 여동생 쯤은 첩실로 넣을 각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훗날 김유신의 계산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정실부인이었던 보량궁주(보라)가 아이를 낳다 요절하자 첩실 문희가 정실부인으로 승격되어 문명황후의 위세를 누리게 된다.


미실-보종-하종으로 이어지는 권력가문과의 밀접한 관계와 덕만-천명-춘추로 연계되는 신라황실과의 혼인을 통해 진정한 권력자로 재탄생 한 사람은 바로 김유신이었던 것이다. 이 쯤 되면 김유신이야말로 신라의 삼국 통일을 전후하여 삼국 시대의 운명을 통째로 뒤 바꿔 놓은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드라마 [선덕여왕] 에서는 드라마답게 선악의 극한 대립과 정적끼리의 치열한 권력 투쟁을 그리기 위해 미실파와 선덕여왕파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사람들로 설정했지만 실제로 미실파와 선덕여왕파는 복잡한 혼인관계를 통해 여러가지 전략적 제휴를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던 '한 가족' 이었다. 특히 이 중심에는 김유신과 김춘추, 그리고 그들을 지원했던 선덕여왕의 권력욕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젠 간단히 결론을 내야겠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고, 실제 역사는 실제 역사로 보자고.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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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Økii 2009.07.29 0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문장이 ㅋㅋㅋㅋㅋㅋㅋ

  2. 월인 2009.07.29 14: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황산벌의 대사가 떠오른다..... 우리가 남이가 ... 우리는 다 한가족 아이가...

  3. Favicon of http://www.unny.com BlogIcon montreal flower delivery 2009.07.30 02: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실이 권력이 실제로도 쎄긴 쎗던 모양임니더

  4. 설재웅 2009.08.12 0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선덕여왕에 대한 어릴적 행적은 알려진 바가 없으므로 선덕여왕은 드라마를 드라마로 보는편이
    더 좋을듯 합니다.

  5. 미실은 역사서에서는 흔적이 아직 없습니다. 2009.09.15 03: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랑세기'에만 존재하는 인물입니다.

    즉 역사속 다른 어떤곳에도 존재의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화랑세기는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