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지성은 연말 시상식에서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킬미힐미>에서 다중인격 장애를 가진 주인공으로 분한 지성은 무려 7개의 인격을 표현하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7개의 캐릭터를 한 작품안에서 모두 다른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것은 지성이 가진 연기의 내공을 확실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킬미힐미>는 2015년 1월에 시작해 3월에 종영한 드라마로 연초에 방영된 드라마였다. 의례히 연초에 시작된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는 연기대상을 수상하는데 있어 불리하다. 방송사에서는 화제성이 높은 톱스타의 흥행작이나 연말에 방영중인 작품들 중에서 연기대상을 주고 싶어 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킬미힐미>는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10% 초반대의 시청률로 엄청난 흥행작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지성 역시 화제성이 높은 스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지성의 연기는 연기대상감으로 손색이 없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였다. 지성의 대상은 당연한 결과였고 지성은 <킬미힐미>로 연기파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며 지지를 받았다.

 

 

 

 

 

 

 

 

최근 방영되는 <피고인> 역시 연초인 1월 23일에 방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곧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시청률 20%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로맨스에 집중하지 않은데다가 장르물인 드라마가 이정도의 성과를 보인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다.

 

 

 

 


<피고인>은 딸과 아내를 죽인 범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검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누명을 쓰고 기억까지 잃어버린 주인공은 점차 궁지에 몰리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이끌어낸다. 그러나 사건이 휘몰아치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것도 잠시, 드라마는 매회 비슷한 스토리를 반복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지루하게 만들었다.

 

 

 

 


 

주인공 박정우(지성 분)은 죄를 뒤집어쓰고 결국 교도소에 들어간다. 박정우는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다. 끝나기 5분전에야 휘몰아치듯 새로운 반전이나 증거가 쏟아져나오지만 그 다음 회에는 다시금 같은 구성을 반복한다. 답답하다는 뜻의 ‘고구마 드라마’라는 오명을 얻은 것도 우연은 아니다.

 

 

 

 


이 드라마를 살리는 것은 스토리를 뛰어넘어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장인물들의 연기다. 특히 박정우와 차민호(엄기준 분)의 대결은 드라마의 긴장감을 가장 크게 불어넣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지성은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에서부터 가족을 잃고 상심하는 연기, 죄를 뒤집어쓰고 두려워 하거나 결국에는 분노하는 연기, 상대방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는 연기까지 자유자재로 해내며 또 한 번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입증했다. 실제 그 사람이 된 듯 동화된 연기는 시청자들의 감정까지 움직이는 가장 주효한 볼거리다. 여기에 엄기준이 소화해 내는 악역 역시 이에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발휘해 지성과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보는 듯하다.

 

 

 

날카롭게 부딪치는 두 사람의 감정의 파도는  탄사가 나올 정도로 훌륭하다.  드라마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답답함도 두 사람의 연기로 어느정도 상쇄될 정도라면 그 둘의 연기에 이견을 제시하기는 힘들다. 시청률을 끌어 올린 것 역시 연기자들의 공이 컸다. 2회가 연장된 상황에서 지금도 답답한 드라마의 전개가 우려스러운 속에서도 연기자들의 호연을 기대하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성은 벌써부터 연말 연기대상을 다시 한 번 기대해 볼만한 배우로 꼽히고 있다. 감정의 진폭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이만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가 주목받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2015년 지성이 연기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누리꾼 투표’의 힘이 컸다. 그동안 공동대상 논란, 객관성 부족으로 수차례 비난을 당했던 mbc측이 연기대상을 누리꾼 투표 방식으로 바꾸면서 연초에 연기했던 지성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시청자들은 연말까지 지성이 보여주었던 충격적인 연기를 잊지 못하고 연말에도 그에게 기꺼이 한표를 행사했다. 그러나 방송사의 이익이나 평가가 수상결과에 겹쳐졌다면 그런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피고인>을 방영하는 sbs는 네티즌 투표로 연기대상을 수상하지 않는다. <피고인>이 흥행작 반열에 오르기는 했지만 연말 상황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 연기대상의 결과다. 공정성으로 따지자면 지성이 받아도 손색이 없지만, 방송사의 이익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는 달라질 수있다.

 

 

 

 

 


 

그러나 연기대상의 결과에 상관없이 지성의 뛰어난 연기력만큼은 연기대상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는 것 만큼은 <피고인>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이미 연기대상 이야기가 나온 것만으로도 지성의 연기력은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좋은 연기자의 좋은 연기가 어떻게 작품을 더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지 <피고인>의 지성은 증명해 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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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시청률의 파이가 작아지긴 했지만 올해도 역시 좋은 드라마들과 흥행작들이 탄생했고, 많은 배우들이 그 드라마 속에서 열연을 했다. 2015년에는 어떤 드라마 속에서 어떤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홀렸을까. 2015 드라마 캐릭터를 정리해 보았다.

 

 

킬미힐미-지성

 

2015년 드라마 캐릭터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되는 인물이 바로 지성이 연기한 <킬미힐미>의 차도현이다. 무려 7개의 인격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한 지성은 모든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다른 모습으로 소화하며 지성의 연기력에 대한 찬사를 이끌어 냈다. 상대역인 오리진 역할을 맡은 황정음의 서포트도 좋았지만 황정음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킬미힐미>는 지성을 위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성은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며 2015년이 마무리 되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연기력을 보여준 연기자로서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펀치-김래원, 조재현

 

권력을 가진 자 골리앗의 부패와 그 부패를 낱낱이 파헤치고 뒤흔들려는 다윗의 싸움은 박경수 작가 특유의 내러티브다. 그 내러티브는 <펀치>로 다시 한 번 한 방을 날렸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다윗 박정환(김래원 분)과 그의 악에 받힌 복수의 대상이 되어 버린 골리앗 이태준(조재현 분)의 싸움은 그들의 캐릭터와 연기력의 싸움으로 이어졌다. 박경수 작가는 이번에는 단순히 골리앗을 으로 규정하지 않고 그가 권력의 개로 살아가며 겪는 감정에도 집중하게 만들었다. 박정환과 이태준이 함께 자장면을 나눠 먹는 장면은 단순한 먹방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놓인 처지와 밥그릇 싸움이라는 권력의 속성을 대변하는 메타포로 나타난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드라마 자체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데 그들의 섬세한 연기의 결이 한 몫을 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가면- 주지훈

 

12역을 맡은 주인공 수애의 연기보다 주지훈의 캐릭터가 <가면>에서는 더욱 돋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최민우 역할을 맡아 사랑을 믿지 않는 차가운 캐릭터지만 점점 변지숙(수애 분)에게 빠져 들어가는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며 여심을 흔들었다. <가면>의 스토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중구난방에 엉망진창이 되기는 했지만, 그 흔들리는 상황속에서도 <가면>을 시청해야할 이유가 있었다면 주지훈의 설득력있는 연기 때문이었다. 캐릭터가 우왕좌왕하는 가운데에서도 그 매력을 살리고 확실한 임팩트를 주는데 있어 연기자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오 나의 귀신님- 박보영

 

<! 나의 귀신님>속의 박보영을 빼놓고 2015 드라마의 캐릭터를 논할 수 없다. 박보영은 실질적인 12역으로, 소심하고 유약한 귀신보는 소녀 나봉선 역할과 발랄하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신순애(김슬기 분)에 빙의된 두 가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이 캐릭터가 특별했던 것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여주인공에서 탈피,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위해 남성을 이용하는 과감함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섬세한 손길로 스토리가 다듬어졌기 때문이었다. 역대급 캐릭터를 탄생시킨 <! 나의 귀신님>속 박보영의 뛰어난 연기력은 그의 배우로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하는 터닝포인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예뻤다- 황정음

 

얼굴에는 빨간 홍조와 주근깨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머리는 폭탄을 맞은 것처럼 산발을 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 못생김이 강조될수록 황정음이 연기하는 김혜진이 예뻐보였다는 점이다. <그녀는 예뻤다>라는 타이틀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후반부 예뻐진 황정음의 얼굴은 주근깨와 폭탄머리를 가진 못난이 보다 매력이 떨어져 보였다. 황정음은 망가짐을 불사하며 역할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며 여주인공으로서 대체 불가 배우의 매력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킬미힐미>에 이어서 다시 한 번 홈런을 친 황정음이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도 물론이다.

 

용팔이- 주원

 

<용팔이>의 후반부가 바람빠진 풍선처럼 맥없이 느슨해졌지만, <용팔이>의 시청률이 20%까지 치솟을 수 있었던 것은 김태희의 미모와 더불어 주원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돈만 된다면 무슨 짓이든 하는 의사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낸 주원은 20대 배우 중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를 꼽으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올릴 배우로 성장했다. 초반부와 중반부, ‘용팔이를 내세운 스토리가 먹힐 수 있었던 것 역시 주원이 캐릭터의 설명을 연기로 완벽하게 시청자들에게 해 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 <굿닥터>에 이어 다시 한 번 레지던트 역할을 맡았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 해 낸 주원의 연기력은 확실히 비범했다. 천재 의사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캐릭터의 긴장감이 <용팔이>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딸 금사월- 전인화

 

타이틀은 금사월을 사용했지만 실질적인 포커스는 내 딸에 있다. 금사월(백진희 분) 보다는 금사월의 엄마인 신득예(전인화 분)가 이 드라마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셈이다. 김순옥 작가의 전작인 <왔다! 장보리>에 탄산남이라 불리던 문지상(성혁 분)이 있었다면 <내 딸 금사월>에는 모든 사건을 조정하고 개입하는 신득예가 있다. 신득예의 능력치와 존재감은 문지상을 뛰어 넘는다. 신득예는 답답하고 무능한 금사월을 대신해 악역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드라마가 막장의 향기가 흐르는 속에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신득예의 힘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착한 것이 아니라 멍청해 보이는 금사월 캐릭터에 대한 반감을 신득예가 커버하고 있기에 <내 딸 금사월>의 인기가 가능할 수 있었다.

 

 

 

육룡이 나르샤-박혁권

 

주인공은 분명 정도전(김명민 분)과 이방원(유아인 분)인데 올 해 더 눈에 들어온 캐릭터는 길태미다. 물론 정도전과 이방원은 드라마 중심에 무게를 잡는 역할이고, 앞으로의 스토리를 책임지는 캐릭터들이다. 그러나 길태미는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 까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증가시킨 캐릭터였다. 남자임에도 치장을 좋아하고 여성스러운 말투를 사용하는데 무예에 뛰어난 이중적인 캐릭터는 사극에서는 물론이고 현대극에서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신개념 캐릭터였다.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태쁘(길태미 예쁘다의 준말)’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이 캐릭터에 열광한 이유가 있었다. 길태미를 연기한 박혁권의 맛깔나는 연기는 잊혀지지 않을만큼 강렬했다.

 

응답하라 1988-전 출연진

 

<미생>에 이어 이렇게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전반적으로 활용한 드라마는 실로 오랜만이다. 같은 제작진의 시리즈 물인 <응답하라 1997>이나 <응답하라 1994>가 로맨스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응답하라 1988>은 가족이라는 매개체를 스토리에 적극 녹여냈다. 로맨스도 있지만, 가족간의 사랑과 이웃간의 정이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로맨스를 펼치는 청춘스타들이 아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그들의 부모도 마땅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치가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랑한다 아들이라는 투박한 한 마디에 눈물이 떨어지고 코피는 괜찮냐는 간단한 질문조차 그들이 가족이기 때문에 울컥하게 만든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설명해 낸 제작진의 섬세하고 따듯한 시선이 너무나도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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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지성

 


 

 

 

연말 연기대상은 방송사들의 잇속 채우기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많았던 가운데에서도 공동수상, 퍼주기식 논란이 가장 많았던 MBC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청자들에게 수상의 책임을 돌렸다. 작년 <왔다! 장보리>의 악역을 맡았던 이유리가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시청자들의 투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연기대상 후보는 <내딸 금사월>의 전인화, <킬미힐미>의 지성, <킬미힐미>,<그녀는 예뻤다>의 황정음 세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인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내년까지 방송 예정인 <내딸 금사월>의 전인화 수상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지만 시청자들의 투표는 지성과 황정음에게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킬미힐미>의 지성의 수상이 유력하다. 지성은 무려 7개의 인격을 소화하며 ‘미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올해 초에 드라마는 종영했지만 아직까지 지성을 뛰어넘는 임팩트를 준 연기력을 선보인 연기자를 찾기 힘들 정도. 3사 통합 연기대상을 한다고 해도 지성의 수상을 점쳐볼 수 있을 수준이다. 황정음이 <킬미힐미>와 <그녀는 예뻤다>로 2연타 홈런을 쳤지만 작년 조연이었던 이유리의 수상이 그랬듯, 시청자들은 단순한 흥행력보다는 연기력에 초점을 맞출 확률이 높다.



KBS 김혜자

 

 

 


KBS가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한 가운데 가장 시상에 어려운 방송사가 될 것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오히려 KBS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출연한 김혜자라는 확실한 대안이 있다. 김혜자의 수상은 이견이 제시되지 않을 만큼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다. 내년까지 방영될 <객주>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캐릭터가 나오지 못했고, 김수현이라는 한류스타를 내세운 <프로듀사>역시 생각해 봄직한 선택이지만 시청률이 예상만큼 훌륭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혜자는 연기력은 물론, 소위 ‘스타’를 기용하지 않고도 동시간대 1위라는 저력을 발휘한 공로가 인정된다. 만약 좀 더 파격적인 선택을 한다면, 김수현이라는 선택도 생각해 봄직 하지만 김혜자의 수상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SBS <육룡이 나르샤>

 

 


오히려 KBS보다 가장 깊은 고민을 해야할 방송사가 바로 SBS다. SBS에는 <가면>의 수애, <미세스 캅>의 김희애, <펀치>의 김래원, 조재현, <용팔이>의 주원, <육룡이 나르샤>의 김명민, 유아인 등 강력한 후보들이 밀집해 있는 지점이다. 누가 탄다고 해도 그다지 이견의 여지도 없을뿐더러 배우들의 면면역시 화려하다. 그런 상황에서 방송사의 이익이 가장 우선순위로 고려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가능하다. 특히 올해는 유아인의 활약이 두드러진 해다. 유아인은 얼마 전 청룡영화상의 남우 주연상을 수상하며 화룡정점을 찍었다. 그런 상황에서 <육룡이 나르샤>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적다. 내년까지 방영될 드라마에 힘을 실어주는 편이 방송사에서는 가장 좋은 그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육룡이 나르샤>는 화려한 캐스팅과 치밀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시청률의 증폭이 크지 않는 상황. <육룡이 나르샤>에게 화제성을 부여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문제는 유아인과 김명민, 둘 중 누구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느냐 하는 것. 공동수상이라는 방법도 있지만 그럴 경우 상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청룡의 남우주연상을 유아인이 수상한 만큼, 방송사측이 연기력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는 김명민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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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기고, 능력있고, 돈 많고 배경까지 좋은 남자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빠질 수 없는 남자 주인공의 조건이었다.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든 판타지를 제공해야 하는 사명이 있었고 그들을 돋보이게 하기 가장 좋은 설정이 바로 ‘완벽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TV 속에서 그런 공식이 깨지고 있다. 완벽한 무결점 남자들 보다는 다소 결점이 많고 망가지기도 하지만 그런 모습 속에서 색다른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종영한 드라마 <킬미힐미>의 지성은 스펙만 보면 완벽한 남자다. 천성적인 다정다감함에 재벌 2세. 게다가 스포츠도 만능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가 다중인격이라는 점이었다. 무려 7개의 인격을 연기하며 지성이 보여준 연기의 스펙트럼은 시청자들을 감탄하게 하기 충분한 것이었다. 지성은 7가지의 인격 중 단순히 거칠거나 다정한 캐릭터가 아닌, 여고생이나 구수한 사투리를 내뱉는 아저씨 캐릭터, 자살 증후군에 걸린 천재소년등 다양한 캐릭터를 변주해 내며 강렬한 인상을 뿜어냈다. 이 과정에서 지성은 박서준과 뽀뽀를 하거나 입술에 틴트를 바르는 등,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는 경쟁작이었던 <하이드 지킬, 나>의 현빈과 대조되는 지점이었다. 현빈은 까칠남과 다정남의 경계를 오가는 이중인격을 연기했지만 그 두 캐릭터 모두 로맨틱 코미디 정석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 캐릭터에 그치고 말았다. 시청자들의 평가와 시청률 모두 <킬미 힐미>가 압승을 거두었다.

 

 

 

 

3월에 종영한 드라마 <호구의 사랑>에서 주인공의 이름은 아예 ‘호구(최우식 분)’다. 그는 능력도, 외모도, 심지어 센스도 없다. 그가 하는 것이라고는 여자들에게 이용당하다 처참히 차이는 게 일이다. 그러나 그가 가진 무기는 바로 순수한 마음. 그는 멋있지도, 능력이 있지도 않지만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강하다. 호구짓을 하고 다녀도 그가 주인공으로서 가치 있을 수 있는 이유다.

 

 

 

이런 현상은 현재도 계속 되고 있다. <냄새를 보는 소녀>의 최무각(박유천 분)의 직업은 형사지만, 그는 여자 주인공의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 졸지에 만담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 과정에서 최무각은 각을 잡거나 멋있는 척을 하려 하지 않는다. 확실하게 망가지는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기존의 남자 캐릭터에서 볼 수 없었던 웃음을 창출한다. 박유천의 연기력에 있어서도 재평가가 이루어진 부분이다.

 

 

 

 

<슈퍼대디 열>속 한열(이동건 분)도 마찬가지다. 그는 과거에는 촉망받는 투수였지만 부상과 첫사랑의 실패로 폐인처럼 살아간다. 딱히 목표도 없고, 하루 하로 살아가면 그 뿐이다. 그런 그가 졸지에 아버지가 된다. 첫사랑이 찾아와 아이 아빠가 되달라는 말도 안되는 제안을 하고, 아직 마음이 남은 그는 그 부탁을 끝내 뿌리치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아빠로서 어설프고 어색하기만 하다. 사회성도 없고 밍숭맹숭하다. 그런 그가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성장해 가는 지점이 이 캐릭터의 포인트다. 능력남은 아니지만 그의 스토리는 드라마를 이어가는 데 전반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렇게 망가진 캐릭터들이 남자 주인공이 되는 지점에는 완벽에 가까운 남자들과 평범한 여자들의 사랑이야기에 염증을 느낀 시청자들의 취향이 반영되었다. 잘생기고, 돈 많고, 능력까지 있는 남자들이 여자 주인공과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는 스토리는 이제 식상하기까지 하다. 그 스토리를 다르게 변주해 내는 것도 한계에 다달았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코믹함과 무능력을 앞세운 ‘결점 많은’ 남자 주인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결점이 가득한 주인공들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단순히 드라마에만 존재하는 인물을 넘어서 묘하게 현실감을 갖춘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완벽남의 시대는 갔다. 마음의 상처가 조금 나 있는 것을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운 남자들의 사랑이야기 보다 진정으로 망가질 줄 아는 캐릭터들이 사랑받는 시대다.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들 역시 시대에 따라 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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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으로 갈수록 할 이야기가 떨어져 분위기가 쳐지기 쉬운 드라마에서 이토록 매회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는 <킬미힐미>는 과연 명품드라마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 매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킬미힐미>가 들려주는 다음 이야기에 눈을 뗄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한 반전들을 모아봤다.

 

 

 

반전1. 지하실의 아이는 오리진이었다.

 

 

 

 

<킬미힐미>는 처음부터 차도현(지성 분)의 어린시절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다중인격을 가진 남자 주인공의 배경에 ‘학대’라는 키워드를 끼워넣으면서 그와 함께 있었던 아이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그와 함께 지하실에 있었던 아이는 쌍둥이 남매 오리진(황정음 분)과 오리온(박서준 분) 둘 중 하나로 좁혀졌다. 처음부터 승진가에 대한 정보를 모으며 차도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오리온이 지하실의 아이라는 추측이 난무했으나 결국 지하실의 아이가 오리진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반전을 선사했다.

 

 

 

작가는 이 설정을 바탕으로 둘의 인연의 끈을 더욱 강하게 결속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이야기 전개에 반전을 끼워넣을 구성을 촘촘하게 짜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반전2. ‘기억해, 오후 10시 내가 너에게 반한 시간’

 

 

 

오리진이 지하실의 아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그간 단순히 재미를 위해 쓰였다고 여겨진 대사들까지 의미있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은 단연 최고였다. 일곱가지 인격 중 하나인 신세기(지성 분)가 오리진에게 던진 ‘기억해, 오후 10시. 내가 너에게 반한 시간’ 이라는 대사는 초반에는 단순히 신세기의 저돌적인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웃음 포인트 정도로 사용되었지만 이 대사는 지하실에 갇힌 오리진을 찾아온 차도현이 서로를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을 의미했다. 이 10시라는 시간에 의미가 생기자 초반의 내용과 퍼즐조각이 맞춰지면서 시청자들의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반전3. 학대당한 아이는 차도현이 아니라 오리진

 

 

 

반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학대당한 아이가 줄곧 차도현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사실은 오리진이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반전은 또 일어났다. 마음이 산산조각 나 부셔져버린 차도현이 오리진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인격을 만들어 냈다는 설정은 둘의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만드는 장치로 사용된 동시에 또 다른 반전으로 시청자를 놀라게 한 포인트가 아닐 수 없었다.

 

 

 

반전4. 오리진의 본명은 차도현이었다.

 

 

 

나올 수 있는 반전은 다 나왔다고 여겨진 가운데 오리진의 본명이 차도현이었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충격을 던져주었다. 오리진은 한 때 차준표(안내상 분)과 혼인했던 민서연(명세빈 분)의 딸로서 승진그룹의 호적에 올라있었던 과거가 있다. 그러나 승진가에 화재 사건이 일어나면서 지순영(김희정 분)에게 구조되어 키워진다. 그러나 승진가에서 살던 당시 가졌던 이름이 차도현이라는 사실을 예상한 시청자는 아무도 없었다.

 

 

 

극중 차도현이 차도현으로 살아온 인생 자체가 거짓 위에서 세워진 것이었다는 점은 이 드라마의 주제를 더욱 극명하게 하는 동시에 시청자들의 허를 찌른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반전5. 방화범의 정체

 

 

 

승진가에 불을 낸 사람의 정체가 신세기였다는 점은 이 드라마가 선사한 또 하나의 반전이었다. 줄곧 ‘의문의 방화 사건’으로 일컬어졌던 승진가의 방화 사건이 사실은 새로운 인격을 탄생 시키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라는 점은 이 드라마의 설정 하나하나가 허투루 쓰인 것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방화 역시 오리진을 구하기 위해 저지른 일로서 신세기가 초반 ‘네가 나를 불렀잖아’라고 오리진에게 했던 대사의 의미를 곱씹게 했다.

 

 

 

<킬미힐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야기가 치닫는 시점에서도 이정도의 흡입력을 자랑하는 것은 <킬미힐미>가 그만큼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것을 반증한다. 억지스러운 반전이 아니라 처음부터 계산된 반전들이 <킬미힐미>를 명품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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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남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것은 도의와 양심상의 문제일 뿐 아니라 법적인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일이다. 특히 아이디어와 개성이 중요한 예술계에서 이런 표절 논란은 끈임 없는 논쟁거리다.

 

 

 

최근 드라마로 방영된 <지킬, 하이드, 나(이흐 <지킬>)>의 원작자 이충호 작가는 동시간대 방영되는 <킬미 힐미>가 자신의 작품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며 성토하고 나섰다. 실제로 두 작품은 남자 주인공의 ‘다중인격’을 매개로 로맨틱 코미디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비교 선상위에 올려놓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지킬>은 두가지 인격으로, <킬미 힐미>는 일곱가지 인격으로 차별화가 되지만 일단 메인 소재가 비슷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만화가들의 드라마 표절논란은 계속해서 제기되어왔다. <시크릿 가든>방영 당시 웹툰 <보톡스>의 작가 황미난 ‘시크릿 가든이 보톡스를 참고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별에서 온 그대>가 방영될 당시에는 만화가 강경옥이 <별에서 온 그대>가 <설희>를 표절했다며 법적대응을 시사 할 의지가 있음을 밝혔다. 이번에 <킬미 힐미>의 ‘아이디어 도용’건을 제기한 이충호 역시 웹툰작가다.

 

 

 

이 세 사건들의 공통점을 보면 독자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일어난 표절논란이라기 보다는 원작자의 강한 문제제기로 관심을 얻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소재나 아이디어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각각의 작품들이 표절을 했다고 주장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특히 ‘이야기’의 경우라면 쉽게 표절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할리우드에서도 비슷한 장르가 부득이하게 겹치는 경우나 대놓고 대세를 따른 경우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을 모두 표절이라 단정지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딥 임팩트>와 <아마게돈>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소재를 들고 개봉했지만 이 두 영화를 두고 아무도 표절을 운운하지 않는다. 전개 방식을 비롯한 스토리 라인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소재를 두고 표절이라는 단어를 운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실제로 <시크릿 가든>은 <보톡스>와 스토리상에서 전혀 유사한 점이 없었다. <시크릿 가든>은 남녀의 영혼이 바뀌며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고 <보톡스>는 게임을 통해 만난 20대 남자와 40대 여자의 사랑이야기다. 두 작품의 몇 몇 장면이 겹칠지는 모르나, 그 장면들이 도저히 같은 느낌이라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별에서 온 그대>와 <설희>는 논란이 좀 더 심화된 케이스다. 둘 다 ‘광해군 일기’의 기록을 모티브로 삼아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다. 불노불사의 존재를 다뤘다는 점과 몇몇 대사들의 유사성이 지적되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소재나 작품의 분위기를 놓고 보면 역시 표절이라는 단정을 내리기는 힘들다. <별에서 온 그대>는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로맨틱 코미디인 반면, <설희>는 미스테리 스릴러에 가깝다. 분위기나 이야기 전개 방식에 있어서 ‘비슷하다’고 느껴질 만큼의 여지는 크지 않다. 물론 같은 사건을 배경으로 ‘외계인’이라는 설정을 사용한 것은 비슷하지만 ‘표절’로 결정나기는 힘들정도의 유사성인 것이다.

 

 

 

 

 

‘표절’은 그만큼 애매한 부분이다. 단순히 소재가 같거나 장면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표절을 운운할 수 없다. 심지어 다른 작품을 모티브로 삼았어도 스토리 라인을 창작자 본인이 다르게 전개시켰다면 ‘가져다 쓴 것’으로 본다.

 

 

 

MBC 드라마 <선덕여왕>과 <선덕여왕> 이전에 창작된 뮤지컬 대본 <무궁화의 여왕, 선덕>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기나긴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3심까지 이어진 이 사건을 살펴보면 동일한 사안을 두고 1심, 2심, 3심의 결과가 바뀌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1심에서는 드라마 <선덕여왕>의 편을 들었지만, 이에 항소한 2심에서는 드라마 <선덕여왕>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여 연극 <무궁화의 여왕, 선덕>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3심인 대법원에서 다시 두 작품에 실질적인 유사성이나 의거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선덕여왕>측의 무죄가 확정되었다.

 

 

 

이렇듯,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표절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는 문제다. 더군다나 ‘하늘아래 새로운 이야기가 없는’ 현 시점에서 소재 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관계, 그리고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의 유사성까지 확보되지 않고는 쉽게 표절을 운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방송사를 상대로 표절논란이 승소한 경우는 김수현 작가의 <사랑이 뭐길래>를 <여우야 뭐하니>가 표절했다는 판결 정도가 유일하다. 이 경우는 그러나, 전반적인 내용 뿐 아니라 대사를 그대로 차용하는 수준의 표절강도를 보였다. 이렇듯 명백한 증거가 없이는 ‘표절’ 판정은 쉽지 않다.

 

 

 

이번 <킬미 힐미>사건 역시, 대중의 호응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지킬>의 원작자가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지만 단순히 ‘다중인격’이라는 소재로 싸움을 걸기엔 두 드라마나 원작 사이의 유사성이 너무나 미미하다. 오히려 빈정대는 듯한 원작자의 말투나 태도가 더 논란이 된 사안이었다. 원작자 본인 역시 <지킬 앤 하이드>를 모티브로 삼은 것을 인정하면서도 남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아이디어 도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다중인격이라는 소재를 본인 스스로 만들어 낸 오리지널리티라면 이런 부분이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그동안 수차례 차용되어 온 ‘다중인격’이라는 소재 하나만으로 도용을 운운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표절은 물론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사실상 성공한 작품을 모티브로 ‘한국판 ㅇㅇㅇ’ 라는 말까지 홍보를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판에 단순한 소재의 겹침이나 장면의 유사성으로 표절을 논하기란 힘든 일이다. 표절에 관대해져서도 안되지만 ‘표절’이라는 틀에 갇혀서 작가적 상상력이 제한을 받아서는 더욱 안된다. 이전 작품에 영향을 받지 않은 작품이 거의 없는 현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실질적인 네러티브의 유사성과 인물간의 갈등구조의 도용이 아닌 한, 표절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자존심을 세우려 제기하는 표절 논란은 오히려 만화가들의 자존심을 깎아내렸다. 대중의 이해와 인정이 없이는 오히려 찌른 쪽이 상처를 입을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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