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는 박명수 정준하의 기획으로 그림이 그려질 때만 해도 이런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실제로 mbc에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있던 김영희PD, 권석PD, 김유곤PD, 김성원 작가등에게서는 ‘신선하지 않다’는 이유로 멤버들이 낸 기획중에 가장 낮은 순위에 랭크되었다. 그 이유는 ‘토토가’는 애초에 많은 공이 들어간 기획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와 ‘나는 가수다’를 합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단순한 발상으로 시작된 기획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무대 장치와 가수 섭외등, 비용이나 규모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무리수가 지적되었다.

 

 

 

그러나 <무한도전>이라는 이름을 달자 ‘토토가’는 예능 최고의 히트 상품이 되기에 이르렀다. <무한도전>의 섭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비록 최종 무대에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서태지, HOT, 젝스키스, 핑클등 90년대에 최고 전성기를 누렸던 가수들이 섭외 물망에 올랐고 실제로 섭외를 시도하는 장면이 방영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김태호 PD의 연출력이 더해지자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결국 ‘토토가’는 터보, 김현정, SES, 쿨, 소찬휘, 지누션, 조성모, 이정현, 엄정화, 김건모라는 초호화 라인업을 완성했다. 비록 SES와 쿨등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완전체가 무대에 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소녀시대 서현과 주얼리 예원이 각각 유진과 유리의 빈자리를 채우며 아쉬움을 달랬다. ‘토토가’가 일으킨 반향은 엄청났다. 90년대를 추억하는 이들은 그들의 무대를 보면서 함께 울고 웃었다. 그들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예전 가수들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게 했다. 평소 <무한도전>을 보지 않던 시청자들까지도 시청층으로 끌어들이는 저력을 보인 ‘토토가’는 결국 최고의 히트상품이 되었다. 상표권 등록에 대한 잡음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시즌2, 3로 이어져야 한다는 청원이 늘어나고 있다.

 

 

 

 

‘토토가’가 흥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90년대의 향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 1994> 시리즈가 연타석 홈런을 칠 수 있었던 것역시 그 안에 숨어있는 향수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90년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곳곳에 배치해 ‘맞아, 그시절엔 그랬어’하는 공감의 힘을 불러 일으킨 것이 흥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토가’의 성공 역시 이런 공감의 힘에 기반한다. 출연한 가수들은 모두 적어도 메가 히트곡을 하나씩 보유하고 있다. 딱히 그들의 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씩은 들어보았을 노래들이 울려 퍼질 때, 시청자들이 보고 있는 것은 2015년의 무대지만 그 마음만은 90년대로 향한다. 뿐이 아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룹들이 다시 한 번 뭉쳐서 무대를 꾸미는 것 자체는 감동의 물결을 선사한다. 그런 감동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 가수들이 가진 영향력이 그만큼 지대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는 아이돌이라 해도 10대를 관통하는 힘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막강했다. 현재 아이돌들은 인기를 끈다 해도 10대 전체의 문화를 통솔하지 못한다. 서태지처럼 문화대통령의 칭호를 듣는 막강한 스타는 차치 하고라도 HOT나 젝스키스처럼 모든 10대의 문화 현상이 되는 아이돌들은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토토가’의 라인업에서도 알 수 있듯, 그 시절에는 그런 강력한 문화 현상을 이끈 아이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는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는 힙합도, 락도, 발라드도 노래만 좋으면 전 국민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음악적인 시도는 다양했고 더 다양한 음악에 소비자들이 귀를 귀울였던 것이다.

 

 

 

허나 어느순간 아이돌의 후크송이 대세가 되기 시작했고 정규 앨범을 내는 가수조차 드물어지기 시작했다. 음원순위가 중요해지자 음악성보다는 귀에 감기는 노래가 더욱 강조되었고 그 결과는 수명이 짧은 아이돌을 내놓는 결과로 나타났다. 물론 때때로 음원계에서 신선한 음악들이 눈에 뜨이기는 하지만 주류가 아이돌의 영향력아래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음원 차트에 오래 머무르는 곡을 찾기도 힘들다. 음원순위의 교체 주기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음원 사재기로 음원 순위를 조작하는 일이 생겨나는 것도 순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은 즐거움을 주는 것이 우선이기는 하지만, 깊이가 없어졌다는 비판을 무시할수만은 없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제 가요계 시장은 전국민적인 인기를 얻는 가수를 잃었다. 그저 소비하고 다른 것으로 대체 하면 그 뿐, 모두가 따라부르고 모두의 가슴속에 남을 수 있는 노래들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만약 20년 뒤에 ‘토토가’와 같은 콘셉트의 쇼가 꾸며진다면 어떨까. 그 때도 모두 빅뱅이나 소녀시대, 엑소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즐길 수 있을까. 그들의 인기는 현재 가요계에서 만큼은 위력적이지만 90년대 가수들 보다도 대중적이지 못하다.

 

 

 

 

그 때는 모두가 따라 부를 수 있었던 노래가 있었다. ‘토토가’에 감동하고 모두 흥겨울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시절 모두가 공유했던 ‘공감대’ 덕분이다. 그것은 음원 사재기나 천편 일률적인 아이돌의 성공모델 답습이 아닌, 정말 대중의 마음에 파고들어 설득시켰던 노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년전 이정현의 콘셉트는 현재 그 어떤 가수의 콘셉트 보다 파격적이다.

 

 

 

 쿨처럼 여름을 대표하는 시원한 남녀 삼인조 댄스그룹은 현재 찾아볼 수 없다. 김현정, 소찬휘처럼 가창력이 좋은 가수들은 ‘나는 가수다’같은 무대가 아니면 설 자리가 없고, 엄정화처럼 독보적인 위력을 자랑하는 솔로 여가수도 찾기 힘들다. 김건모나 조성모처럼 더블 밀리언 셀러를 기록하는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가수들도 없다. 현재 아이돌 그룹의 전신이 된 SES의 가창력과 콘셉트는 오히려 지금보다 세련된 감성을 자아낸다. 아이돌은 그 빈자리를 모두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그것이 우리가 90년대를 그리워 하는 이유다. 어쩌면 어쩔 수 없는 변화라 할지라도 ‘토토가’가 보여준 추억의 힘은 현재 가요계의 ‘그들만의 리그’를 대변해 주는 것 같아 아쉬움을 수반한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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