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스토리로 매회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트윅스>는 시청률과 상관없이 상당한 퀼리티를 가진 좋은 드라마다. 드라마 전반에 깔린 분위기는 긴장감이 넘치고 드라마의 전개 방식은 신선하다. 탄탄한 대본과 적절한 편집, 자연스러운 연기까지 삼박자가 바탕이 된 까닭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적 감성마저 느껴진다. 비록 시청률은 경쟁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 밀렸지만 완성도로 따지자면 올 해 방영된 그 어느 드라마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투윅스>는 장태산(이준기)의 탈주 이후, 장태산의 위기-극복-반격의 형태를 반복해 왔다. 장태산에게 닥친 위기가 크면 클수록 그 위기 극복 과정에 대한 카타르시스 역시 크게 와 닿는다. 장태산에게 반격의 기회가 생길 때 마다 느끼는 희열 역시 커진다. 점점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투윅스>가 종영까지 단 3회를 앞두고 있는 <투윅스>가 선택한 가장 큰 위기는 바로 장태산의 옛 연인인 서인혜(박하선)과 장태산의 딸인 서수진(이채미)를 악역인 문일석(조민기)이 납치 하는 것이었다.

 

 

위기를 만들기 위한 작위적 설정, 실망스러운 이유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위기를 만들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이 등장했다. 그동안에도 사실 장태산의 위기와 극복 과정에서 다소 현실적이지 못한 전개는 이어져왔다. 총상을 입은 장태산이 한치국(천호진)에게 발견되는 우연한 행운이라든지 문일석에게 납치를 당해도 문일석의 수많은 부하들을 뚫고 탈출에 성공하는 장면등은 사실상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설정들이 모두 용납될 수 있었던 것은 어쨌든 탈주한 장태산은 위기에 처해야 하고 계속 살아나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마주한 상황의 위기감이 생생하게 전해져 올수록 드라마적 재미역시 증가하게 됨으로 그런 설정들은 ‘드라마’라는 범주 안에서 수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서인혜와 서수진을 납치하는 과정은 그다지 설득력있게 그려지지 못했다. 장태산을 꾀어내기 위해 서인혜를 납치 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장태산을 굳이 자신들이 원하는 장소로 부른다는 설정은 다소 억지스러웠다. 그들의 목적은 서인혜나 서수진이 아니라 오로지 장태산의 죽음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장태산이 그들이 준비해 놓은 차에 올랐을 때, 멀리서 총을 쏘거나 원격조정 폭탄을 설치라도 해놓을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서인혜를 미끼로 장태산을 자신들이 정해놓은 위치로 부르는 수고로운 일을 마다치 않았다.

 

 

물론 살해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그들은 살해 의혹 따위는 쉽게 피해갈 수 있는 권력과 재력을 지닌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굳이 그런 수고를 할 이유가 없기에 이런 상황은 다소 억지스러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완성도, 끝까지 유지하길

 

더군다나 장태산의 딸인 서수진을 납치하기 위해 병원의 모든 직원들을 음료수로 재운다는 설정은 더욱 무모하고 무리한 설정이었다. 개인 병원도 아닌 종합 병원의 의사와 환자들의 수를 어림잡아 생각해 봐도 수백명이 넘는데 그들을 모두 재우고 CCTV까지 콘트롤하며 서수진을 납치한다는 설정은 드라마라는 범주 안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설정이었다. 모든 환자들과 직원들에게 음료수를 돌린다는 것도 생각하기 힘들지만 혹여라도 음료수를 마시지 않는 직원이 있다면 계획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무리한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깨어났을 때 환자가 사라진 것을 알면 문제는 커질 수도 있다. 그들이 굳이 그런 계획을 짜야 했다면 그런 계획을 짜야 하는 이유와 그 계획을 실행해 옮기는 과정이 좀더 설득력있게 그려졌어야 했다.

 

 

이미 서인혜의 납치 만으로도 충분히 장태산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 그런 위험을 모두 감수하고 서수진까지 납치 한다는 사실은 결코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설정이 아니었다.

 

 

이제까지 웰메이드 드라마로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던 <투윅스>가 막판의 긴장감 조율에 실패하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옥의 티가 드라마 전반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끝까지 <투윅스>가 시청자들에게 명작 드라마로 남을 수 있을지, 남은 회차가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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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TV속에서 여성이 악역으로 그려지는 방식은 다소 전형적이었다. 아무리 능력있고 뛰어난 외모를 지닌 여성이라도 악역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주인공을 질투하고 삼각관계에 휘말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본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라지만 결국 그들의 욕망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대척점에 놓인 주인공과 엮이는 남자 주인공이고 결국은 뛰어난 자신들의 능력을 겨우 남자 빼앗는데 사용하는 주체적이지 못한 캐릭터로 그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남성들의 경우, 비리가 많은 기업 회장으로 악덕 고리대금업자로 정계의 거물로 그려지는 사이, 여성은 그런 직업군으로 등장해도 결국은 결혼을 반대하는 시어머니나 남자를 빼앗으려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색다른 시도도 있었다. <선덕여왕>의 미실이나 <야왕>의 주다해 캐릭터는 본인의 야망과 욕망을 위해 행동하는 주체적인 악역이었다. 그러나 <선덕여왕>의 미실이 실질적으로악역이라기보다 주인공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야왕>에서 주다해의 악행이 점차 설득력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진정한 권력형 여성 악역의 등장에 있어서 아쉬움은 남았다. 각종 전략과 술수로 무장한 권력형 악역에 있어서 여성들은, 아직 남성에 비해 그 영역이 좁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 여성들이 변화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누군가의 엄마나 약혼녀가 아닌, 주체적인 캐릭터를 갖춘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황금의 제국>과 <투윅스>는 각각 한정희(김미숙)와 조서희(김혜옥)라는 여성 악역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드라마의 여성 악역 캐릭터들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권력형' 여성 악역의 등장, 그들이 신선한 이유

 

일단 <황금의 제국>의 인물들은 단 한 명도 ‘절대 선’을 지향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욕망을 가진 인물들로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주인공인 장태주(고수)나 최서윤(이요원)마저 사랑타령 보다는 권력 싸움에 집중하고 있는 드라마에서 한정희가 돋보이는 것은 김미숙이 보여주는 뛰어난 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드라마 전반을 장악하는 중요한 스토리의 구심점이기 때문이다.

 

 

복수심에 불타 치매에 걸린 남편의 마지막을 외롭게 만들고 그 딸에게도 지옥을 선사하려는 모습은 단순한 오해나 치사한 간계가 아닌, 철저히 정치적인 머리싸움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기업의 계열분리나 주식의 분배등을 무기로 자신이 철저하게 망가지더라도 다른 인물을 파멸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는 단순한 악녀 이상의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황금의 제국>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결국 치매마저 걸리며 자신이 복수를 다짐했던 남편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그가 끝까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 지는 대목이다.

 

 

<투윅스>의 조서희 역시 단순한 악녀가 아니다. 그는 깨끗하고 바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뒤에 숨어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철저히 자신의 이익에 기반해 행동하는 악녀다. 한정희가 악한 인간의 본성을 가진 인물들중 한 사람으로 그려진다면 조서희는 주인공들이 절대적으로 쳐부숴야하는 절대 권력을 가진 악이다. 조서희는 꽤 현실적인 생동감을 얻었다. 이는 김혜옥의 뛰어난 연기력이 뒷받침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인물에 대한 묘사가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청렴을 가장하면서도 뒤로는 자신이 가진 것을 늘리려는 목적을 가진 권력형 인물들을 우리는 그동안 많이 목격해 왔다. 그러나 조서희가 신선한 것은 그런 인물이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인 탓이 크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둠의 세계와 손을 잡고 자신의 손만은 절대 더럽히지 않은 채, 모든 것을 뒤에서 조정하는 그의 섬뜩함은 남성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강렬하다. 이들의 이중적인 태도는 여성이기에 더욱 더 그 간극을 벌릴 수 있다. 상냥한 겉모습과 어두운 속내가 표현될 때의 격차는 시청자들에게 더욱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남성보다 섬뜩한 그들이 가치있는 이유

 

또한 이들에게는 모정이라는 강점이 있다. 한정희는 자신의 아들을 그룹의 후계자로 세우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조서희 역시 정신지체를 가진 아들을 해외에 유학시킨 채, 자선 경매에서 한 몫을 단단히 챙겨 그와 함께 스위스로 도피할 거라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모정마저 그들이 원하고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그려지며 그들의 행동마저 합리화 시키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진정한 권력형 악녀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아이 때문이다'라는 변명이 그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 그 이상을 얻기 위해서 정치 싸움에 뛰어든 그들에게 시청자들은 전율을 느낀다.

 

 

이제 악녀들은 남성을 쟁취하거나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목적보다 자신들의 본능과 욕구에 중점을 둔 형태로 그려지고 있다. 남성의 힘이 없이도 자력으로 자신의 위치를 만들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능동적으로 잡으려 하는 그들의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하지만 그만큼 신선하다. 이제 여자 악녀들도 단순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 단순하지 않은 악녀를 소화해 낸 연기자들이 무엇보다 반가운 이유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신선하고 독특하게 그려내는 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소화해 낸 그들의 능력은 가히 박수칠만 하다. 앞으로도 이런 신선한 캐릭터들을 브라운관에서 계속 만나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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