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그널>을 시작으로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낭만닥터>등을 비롯해 최근 방영중인 <푸른바다의 전설> <도깨비>까지 흥행가도에 올랐다.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까지 두루두루 흥행작이 나왔지만 여전히 케이블 드라마의 시청률 파이가 지상파에 비해 작은 것은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시그널>이나<또 오해영> <도깨비>처럼 지상파 못지않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으는 작품들도 다수 등장했지만 작품성에 비해 화제성이 아쉬운 작품들도 있었다. 종영한 작품 중 시청률은 아쉬웠으나 놓쳤다면 꼭 봐야 할 올해의 케이블 드라마 6편을 꼽아보았다. (종영한 날짜 순)

 

 

 


1.  JTBC <욱씨남정기> 2016.03.18.~2016.05.07.

 

 

 


최근 최순실 사태로 공정 보도의 아이콘이 된 JTBC는 손석희 <뉴스룸>을 비롯, <썰전>에 이르기까지 대박 시청률 행진을 이어갔다. 여기에 <아는 형님><냉장고를 부탁해><비정상 회담>등 예능의 성공은 JTBC브랜드를 한껏 끌어 올렸지만 여전히 드라마 파워는 다소 아쉽다. 김수현 작가의 <무자식 상팔자>가 9% 넘기며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현재 방영하는 드라마들은 5%도 힘겨운 실정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JTBC는 아쉬운 명작들을 올해 가장 많이 쏟아낸 방송사가 되었다.  

 

 

 


그 중 <욱씨남정기>는 3%정도의 최고 시청률로 아쉬움을 자아냈지만 올해 가장 잘만들어진 드라마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6부작 내내 중심을 잃지 않은 작가의 필력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신인작가가 썼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구성에 놀라을 정도다.

 

 

 


‘욱’하는 성격의 주인공 옥다정(이요원 분)을 내새워 위기와 압박, 어디에도 굴하지 않고 능력을 보여주는 통쾌함이 이 드라마의 백미다. 그 안에서 드러나는 회사 안의 부조리, 회식 문화, 하청 업체들의 굴욕과 대기업의 횡포등이 공감가게 그려졌다는 점 또한 높이 살만하다. 비록 어디에서나 당당하고 확실하게 일을 해결하는 옥다정의 캐릭터는 판타지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일들은 지독히도 현실적이었다. 옥다정 역할을 맡은 이요원과 남정기 역할을 맡은 윤상연의 호연도 돋보인다. 첫 회부터 끝 회까지 흥미롭게 이야기가 잘 분배되어 용두사미가 되지 않은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3%가 채 안되는 시청률은 아쉽기만하다.  

 

 

 


2. OCN <38사기동대> 2016.06.17.~2016.08.06

 

 

 


OCN의 <38사기동대>는 <뱀파이어 검사>시리즈, <나쁜녀석들>로 OCN의 드라마를 이끌고 있는 한정훈 작가의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6%에 가까운 시청률로 OCN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충분히 흥행작이라 불릴만하지만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작 <나쁜 녀석들>역시 좋은 작품이지만 <38사기동대>에서는 작가의 필력이 폭발한 느낌이다. 사기를 쳐서 세금을 징수한다는 신선한 설정과 치밀한 구성, 예상치 못한 반전과 통쾌함까지 모두 갖춘 웰메이드 드라마였다. 작품성은 물론, 재미까지 모두 사로잡은 수작이다. 

 

 

 


사기꾼 양정도(서인국 분)와 공무원 백성일(마동석)의 캐릭터가 대비되며 조화를 이룬 것은 물론 사기꾼 집단을 비롯하여 악역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하나 하나 빛났다는 것 또한 작가의 뛰어난 내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서인국과 마동석은 물론 악역들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의 뛰어난 호연 역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만약 이 드라마를 놓쳤다면 꼭 한 번쯤은 보는 것을 추천한다.  더불어 <나쁜녀석들>의 시즌2도 확정되었으니, 이 드라마가 종영한 것이 아쉽다면 <나쁜녀석들>을 복습해 봐도 좋다.

 

 

 


3. JTBC <청춘시대> 2016.07.22.~2016.08.27

 

 

 

 


 

JTBC는 <청춘시대>로 <욱씨남정기>에 이어 또 다른 분위기의 명작을 탄생시켰다. <청춘시대>는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며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 아픔, 사랑 그리고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다.

 

 

 


<연애시대>를 집필한 박연선 작가의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잔잔함 속 여운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드라마에서 빵 터지는 한 방을 기대하는 시청자라면 흥미를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뭉클한 감동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시청자라면 이 작품을 필히 시청하여야 한다.

 

 

 


비록 사랑도, 취업도, 학업도 녹록치 않아 너무나도 힘든 주인공들을 내세웠지만 이 시대 청춘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은 강한 울림을 지니고 있다.

 

 

 


4. JTBC<판타스틱> 2016.09.02.~2016.10.22

 

 

 


뻔한 시한부 드라마? <판타스틱>은 시한부 드라마의 공식을 깨며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 작품이다. 유방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 이소혜(김현주 분)를 통해 죽음 자체가 아닌, 그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렸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하면 잘 죽을까를 생각하는 ‘웰다잉(well-dying)의 개념을 사용하여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죽을까라는 질문은 곧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다르지 않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 현재의 나 자신,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사랑하며 매 순간을 살아나가는 것.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가져야 할 삶에 대한 자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순간 죽어가고 있다. 그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기에 와닿지 않을 뿐이다. 이 소중한 시간들을 낭비하지 말고 지금의 자신을 사랑하여라. 그 메시지를 던진 것 만으로도 <판타스틱>은 말그대로 판타스틱한 드라마였다.     

 

 

 


 


5. TvN <혼술남녀> 2016.09.05.~2016.10.25.

 

 

 

 


공시생의 이야기를 다룬 <혼술남녀>는 코믹한 터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작품이다. 주인공 박하나(박하선 분)는 공무원 학원의 국어 강사지만 계약직이나 다름없는 처지다. 변변치 않은 학벌과 이제 막 시작한 노량진 생활은 팍팍하기만 하다.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 분)은 그런 박하나를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종합반 수업은 맡기지도 않는다. 종합반 수업을 목표로 전진하지만 번번히 좌절하는 박하나는 결국 ‘혼자 술을 마시며’ 위로를 받는다.

 

 

 


공무원 시험을 주제로 공시생들을 조명한 드라마는, 공시생을 마냥 칙칙하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공부에 치여서 칙칙한 공시생들이라는 공식이 편견이라며 부르짖는 캐릭터까지 등장한다. 묘하게 현실적인 캐릭터들과 비현실적인 러브라인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혼술남녀>만의 독특한 색깔을 완성한다. 진지하다가도 빵 터지게 만드는 작가의 센스가 돋보인다. 러브라인의 설렘 역시 놓치지 않았다.

 

 

 




6. JTBC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2016.10.28.~2016.12.03.

 

 

 


또 불륜드라마인가 싶었지만, 연기자들의 호연과 유려한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작품이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이하 <이아바>)다. JTBC는 금토 드라마 라인업에 뛰어난 작품들을 연속 편성하며 ‘믿고보는’ JTBC의 이미지를 확충하려 노력했다. 노력에 비해서는 시청률이 조금 아쉽지만 <이아바>역시 워킹맘과 바람으로 고통 받는 배우자를 그리며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아내를 의심하는 도현우(이선균 분)과 워킹맘으로서의 고충을 풀 데가 없었던 정수연(송지효 분)의 갈등이 주가되는 와중에, 그들이 겪는 심경의 변화가 공감가는 터치로 그려진다. 남편도 부인도 모두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그들의 문제점들은 아주 현실적이다.

 

 

 


이선균의 호연도 돋보이지만, 연기자로 변신한 가수 보아의 연기변신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드라마를 시청하다보면 바람은 피웠지만 마지막까지 주인공의 가정이 깨지지 않았으면, 하고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힘만으로도 끝까지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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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한부인가. 드라마 <판타스틱>이 처음 시작할 때, 이소혜 역을 연기한 김현주가 암에 걸린 시한부 역할을 맡았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시한부 드라마를 떠 올리면 떠오르는 몇 가지 장면들이 있다. 자신의 운명을 알았을 때의 충격, 그래도 살아가려고 발버둥쳐 보지만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감정 변화,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 들이 비밀을 알게 됐을 때의 신파, 그리고 주인공의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결말. 아무리 신선한 시한부 드라마라도 이 공식을 탈피하지 못할 거라는 편견은 <판타스틱>에 선입견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감히 말할 수 있다. <판타스틱>은 달랐다고.

 

 

 

 


대부분의 시한부 드라마가 죽음이라는 문턱에 들어선 주인공의 슬픔과 고통에 초점을 맞춘다면, <판타스틱>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춘다. 절망하고 분노하다가 결국은 체념에 이르는 통념을 뒤집어 죽음을 선고 받았지만 그 죽음에 끌려다니기 보다는, 그 죽음과 친구가 되는 법을 이야기 하는 <판타스틱>의 내러티브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따듯한 터치로 표현이 된다. 시한부 드라마에서 신파가 아닌 유쾌함을 발견하다니. 이것이야말로 반전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이소혜와 괴짜 의사 홍준기(김태훈 분)는 이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표현한다. 특히 홍준기는 이 드라마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유일한 인물로서, 이 메시지에 대한 깊은 울림을 준다. 홍준기는 물론 암과 싸우면서 절망하고 분노하다 결국 좌절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서 다시 일어났다. 그러나 그는 투지를 불태우지 않았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받아들인 죽음의 과정을 어떻게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극중에서 홍준기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그 리스트를 하나하나 수행해 가며 다가올 죽음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모습은 죽음을 외면하려 애쓰는 마지막 몸부림이 아니다. 오히려 그의 모습은 죽음이라는 목표로 향하는 모습에 가까웠다. 죽음과의 전쟁을 그만두고,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그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그가 버킷리스트를 수행해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아듀 파티까지 계획하는 그의 모습은 ‘웰빙’이 아니라 ‘웰다잉’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던졌다. 누구나 잘 사는 것을 꿈꾸지만 잘 죽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시된다. 죽음이라는 것은 그만큼 함부로 생각조차 하기 힘든 슬프고 절망적인 느낌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다. 아무리 죽음을 피해 달아나도 언젠가 우리 삶에는 끝이 존재한다. 그 끝을 맞이하는 태도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우리는 단 한번이라도 가져 보았을까.

 

 

 

 


<판타스틱>은 그런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다. 당신이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어떻게 잘 준비할 수 있을것인가. 그러나 역설적으로 <판타스틱>은 ‘삶’에 대한 이야기다. 홍준기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살고자 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행복해 지는 것. 그 전에 그는 그렇게 살지 못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지만, 그 역시도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았을 테고,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는 추측만큼은 가능하다. 그가 사는 것처럼 살게 되는 것이 바로 죽음을 마주했을 때라니. 그 사실은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살아있다고 생각했을 때는 살지 못하다가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살 수가 있다는 것. 우리는 살아있지만 살아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홍준기가 죽는 장면은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들만큼 슬프다. 그러나 그 슬픔은 신파가 아니다. 오히려 살고자 했던 누군가의 죽음에 보내는 찬사에 가깝다. 이것이 시한부 드라마라니.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주인공 이소혜는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다. 죽음에 가까워지는 순간에도 “충분히 행복했다”고 말하며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리게 만들지만, 그만큼 그의 죽음을 응원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버텨낸다. 왜 살아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살았고 그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며 또 하루를 산다. 산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행운인지 깨닫고 지금 이순간이라는 선물에 감사하는 것. 어쩌면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 보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일이 아닐까.

 

 

 

 


<판타스틱>을 선택한 김현주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인을 더없이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김현주의 연기의 결은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강력한 축이었다. 발연기가 주특기인 톱스타 역할을 맡은 주상욱 역시, 이 드라마를 지나치게 무겁게 만들지 않으며 코믹과 진지를 넘나드는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극본과 연기, 연출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 새로운 방식의 시한부 드라마를 탄생시킨 것이다. 편견을 가졌던 것이 미안해 질 만큼, 색다른 시한부 드라마였던 <판타스틱>. 비록 3%를 넘기지 못할 만큼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단순히 시청률만으로 이런 드라마를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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