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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4 바다, 노래만 잘 부르는 '매력 없는' 가수 (27)



바다가 4집 앨범 '바다를 바라보다' 를 들고 가요계에 컴백했다.


타이틀곡은 'Mad' 라는 곡으로 바다 나름대로 자신의 스타일에 많은 변화를 준 곡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중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바다만큼 노래 잘 부르는 가수도 드물다는데는 동의하면서도, 그녀의 노래를 즐겨 듣지는 않는다. 과연 왜 그러는걸까.




노래만 잘 부르는 가수


바다를 거론할 때에 'S.E.S' 라는 걸그룹을 빼 놓고는 그녀를 제대로 평할 수 없다.


그녀의 존재감은 S.E.S 때 가장 빛났고, 그녀의 이미지는 S.E.S 안에서 완성됐기 때문이다. SM 이수만 사장은 S.E.S에게서 평범한 걸 그룹의 소녀성을 소비하기 보다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여성 그룹의 자존심을 발견하고자 노력했다. 적어도 해체를 결정하기 직전까지도 S.E.S는 섣부르게 섹시 컨셉트를 추구하거나 허무하게 소모되고 마는 이미지를 소비하기 보다는 날이 갈수록 완벽해지는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를 간직했다.


S.E.S의 다소 신비스러운 이미지는 리드보컬 바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S.E.S의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영향력을 보여줬던 그녀는 싫든 좋든 S.E.S 음악적 상징이었다. S.E.S가 아이돌이었음에도 아이돌답지 않은 평가를 얻을 수 있었던데에는 바다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음악적 소화력에 힘 입은바 컸다. S.E.S는 바다가 있었기에 얼굴만 예쁜 그룹으로 남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니 바다가 S.E.S 해체 이 후, 솔로앨범을 발표한다고 했을 때 대중이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중은 이미 S.E.S의 음악은 바다의 것이라고 인지하고 있었기에 그녀가 컴백하는 것은 곧 S.E.S의 음악이 컴백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바다 1집 '뮤직' 이 발매 되자마자 앨범 판매량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것은 바다에 대한 기대의 방증이었다.




대중가수로서의 본분을 지키길


그러나 안타깝게도 바다 1집은 대중이 기대했던 'S.E.S의 앨범' 과는 완전히 달랐다.


바다는 자신의 솔로 1집을 통해 S.E.S 의 아이돌스러운 음악과 완전히 결별했다. 이것은 그녀에게서 S.E.S를 발견하고자 했던 대중에게는 상당한 배신감이었고, 그녀의 대중적 기반을 무너지게 만들었다. 10만장이 팔린 바다 1집이 당시 성공작이라고 평가받지 못했던 이유에는 급격한 바다의 변신과 과도한 음악적 도전이 대중에게 거북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후에도 바다는 2집부터 4집까지 무려 세 장의 앨범을 꾸준히 발표했지만 과거 S.E.S 시절 받았던 호평만큼 좋은 평가를 받는데는 실패했다. 사실 그녀의 앨범은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순 없어도 보통 이상은 할 만큼의 완성도를 자랑했지만 대중은 그녀의 앨범 자체를 냉정하게 외면했다. 앨범이 나올수록 앨범 판매량은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었고, 그녀에 대한 평가도 "노래만 잘하는 가수" 로 한정됐다.


바다의 패착은 1집부터 너무 많은 '변화' 를 주려고 했던데에서 비롯됐다. 그녀 스스로는 솔로로 나섰으니 바다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었겠지만 대중이 바다에게 기대한 것은 결코 '바다만의 음악' 은 아니었다. 바다는 어쩔 수 없는 대중가수다. 대중가수로서 대중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자기 색깔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대중이 원하는 것과 서서히 교착점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했다.


1집의 실패 이 후, 그녀는 대중이 자신에게 갈구하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재빨리 캐치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하지 못했고, 하지 않았다. 2집부터 4집까지 바다는 스스로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했지만 그만큼 대중과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졌다. 폭발적인 가창력 뿐 아니라 댄스와 노래를 한꺼번에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가수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대중에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바다의 현재는 '대중가수'가 '대중' 을 잃었을 때, 얼마나 외로울 수 밖에 없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중가수는 가창력과 실력만으로 평가되는 존재가 아니다. 이효리가 가창력이 뛰어나서 가요계 최고의 스타로 대접받고 있을까? 절대 아니다. 이효리는 대중을 포용할 수 있는 대중가수만의 포쓰와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는 영리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당대 최고의 대중가수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즉, 이효리는 대중과 교착점을 형성하면서 대중가수로 성공했고, 그 교착점을 넓혀갔기에 이효리의 색깔을 담은 앨범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바다가 가지고 있지 못한, 바다가 반드시 본받아야 하는 대중가수 특유의 영악함이다.
 
 
대중가수가 히트곡 하나 없이 '가창력' 만으로 살아 남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 대중의 곁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 이미자, 패티김, 나훈아, 조용필 등을 보아도 당대 대중이 가장 갈구했던 음악을 했던 가수들이 아닌가. 그럼에도 그들은 지금 대중가수의 영역을 뛰어넘어 하나의 아티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대중이 원하는 음악에 충실한 가운데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신들의 색깔을 서서히 발현해 냈기 때문이다.


바다는 지금 너무 성급하다. 그리고 너무 '교만' 하다.


대중을 생각하는 음악, 대중이 원하는 바다의 색깔은 무시한채 무조건 자기 음악만을 추구하는 그녀의 현재는 안타깝고 안쓰럽다. 아무리 가수가 가창력과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대중을 배려하지 않는 대중음악은 그 가치가 바래지고 만다. 그렇다고 그녀의 앨범이 세상이 뒤집어질만큼 앞서나가냐면 그것도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껏 바다의 음악은 그녀의 색깔을 완전히 발현시키지도, 그렇다고 대중을 완전히 만족시키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로 남아있다. 이는 대중가수로서 대단히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제는 제발 트렌드를 읽어나갔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노래만 잘하는 가수' 로 남아있을 것인가. 대중을 상대하는 대중가수가, 어쩔 수 없이 상업적인 앨범을 판매해야 하는 대중가수가 '노래만 잘하는 가수' 라는 평가를 듣는 것은 칭찬이 아니라 엄청난 치욕이다. 스스로를 정확히 평가해라. 그리고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파악해라. 대중이 원하는 음악을 한다고 해서 그 음악이 천박해 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내 음악을 하겠어!" 라는 교만함과 "바다만의 앨범을 만들어야 해!" 라는 아집과 고집을 버릴 때 그녀는 진정 위대한 대중가수로, 굵고 오래가는 가수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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