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야동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프로듀스101>(이하<프듀>)을 기획한  한동철PD가 잡지 <하이컷>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발언은 곧 논란이 되었고 구설수에 올랐지만, 이 말은 <프듀>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뼈가 있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101명의 소녀들이 마치 인형처럼 서 있다. 그 중에 누구를 뽑고 누구를 떨어뜨리느냐 하는 지점은 온전히 시청자들에게 달려있다. 그 101명의 소녀들은 뽑히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야 한다. 그런 절박한 소녀들의 생사여탈권을 내가 쥐고 있다는 ‘착각’은 굉장히 중독적인 재미를 제공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의 생사여부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은 제작진이다. 101명의 소녀들은 처음부터 공정하게 분량을 배분받으며 시작할 수 없다. 실력과 평가 결과에 따라 분량이 나뉘는 것도 아니다. PD의 눈에 드는 인물들은 분량이 많아지고 그렇지 않을 경우 분량은 줄어든다. 명확한 기준과 조건이 없는 탓에 PD의 선택(pick)을 받는다는 뜻의 ‘피디픽’이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프듀> 시즌2는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처음부터 새로 기획을 맡은 안준영pd가 “악마의 편집은 없을 것이다. 제 이름을 걸고 약속 하겠다.”고 밝히며 시작했다. 그러나 정말 101명의 소년들은 시즌1때 보다 안심하고 프로그램에 참여 할 수 있는 것일까.

 

 

 

 

 

시즌1보다 다변적인 시즌2, 여성 팬들의 알 수 없는 표심

 

 

 

 

 


시즌2는 시즌1보다 훨씬 다변적인 변수를 보인다. 투표를 가장 많이 획득한 사람이 센터가 될 수 있는 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것은 당연하지만 시즌1에서는 전소미와 김세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선두 다툼을 벌였다. 다소의 변동은 있었지만 엄청나게 의외성을 가진 결과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시즌2의 1위는 도무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변화한다.

 

 

 

 

그것은 여성들의 투표 방식이 남성들의 그것과는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남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장문복은 10화를 끝으로 탈락했다. 장문복의 투표는 사실상 ‘아이돌’을 뽑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재미’요소였다. 장문복이 아이돌로서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자 결국 표심은 돌아섰다. 절대 다수 시청자인 여성 팬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남자판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는 다르게, 오히려 여성팬들의 심리를 자극한 것은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여성들은 투표에 보다 적극적이고 저돌적이다. 시즌1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지하철 역 전광판 광고’가 속속들이 등장하는 것만 봐도 여성팬들의 팬심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실질적인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알 수 있다. 시즌1에서 남성팬들이 여성 아이돌을 보고 즐기는데 그쳤다면, 시즌2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아이돌을 당선시키기 위한 전략은 보다 노골적인 형태로 표현된다.

 

 

 

 

초반 11명을 선택할 수 있는 투표 구조였을 때, 여성들의 선택은 ‘가장 마음에 드는 11명’이 아니다. 자신의 ‘오빠(나이가 더 적다해도 오빠다.)’가 당선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전략 투표에 근거해 투표가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마음에 드는 2~3명을 선택한 후, 실질적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에게 표를 몰아준다거나, 아니면 자신의 ‘오빠’보다 순위가 낮은 인물들에 중점적으로 투표하는 것이다. 만약 이런 전략 투표 때문에 자신이 밀어주는 오빠보다 다른 인물들이 더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면, 그 인물은 다음 픽에서는 당연히 제외된다. 순위가 널을 뛰듯 변하는 이유다. 

 

 

 

 

2명을 뽑는 2픽으로 상황은 반전되었지만, 순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마지막 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순위 투표방식은 1인 1픽으로 전환되었지만 대통령 선거처럼 한 명이 한 표만 행사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규정된 것은 아니다. 열렬한 팬들은 필요하다면 가족이나 친구의 명의를 빌려서라도 우리 ‘오빠’에게 투표를 하고야 말 것이다. 20명의 소년들이 남았지만 누구도 완벽하게 안심할 수도 또 희망을 완전히 버릴 필요도 없다. 어떤 팬심이 얼만큼의 화력을 가졌느냐가 마지막 결과는 결정될 것이다.

 

 

 

 

현역 아이돌을 뛰어넘는 인기를 이용한 '악마의 편집'

 

 

 

이쯤  되면 현역 아이돌에 비견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팬심이다. 시청률은 이미 시즌1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직캠(현장에서 직접 찍은 무대영상)’영상의 조회수는 100만뷰를 예사로 넘어가는 등, 화제성은 단연 더 높다.

 

 

 

 

 

그러나 이런 여성 팬들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것은 프로그램의 편집 방식이다. 팬들이 늘어날수록 이런 편집에 팬들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있지만, 그런 포인트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PD의 편집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예를들자면 9회의 마지막 장면이 그렇다. 9회 마지막에서 PD는 순위를 다 공개하지 않고, 12만 공개한다. 이 때 12위로 선정된 연습생은 황민현. 12위를 보여줌으로써 궁금증을 자극하려는 의도라고 하기엔 너무도 부자연스럽다. 오히려 황민현이 위기이니 투표를 하라는 식으로 묘사가 된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이런식의 편집점은 오히려 논란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부분이 아니라고 하기 힘들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평가하는 눈으로 참가자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비호감 요소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101명의 연습생들을 모아놓고 그들의 데뷔 기회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형식의 프로그램에서는 더하다. 그들은 이미 ‘팔려야 하는’ 하나의 상품이다. 실력이나 무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모, 화술, 매력 발산등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개성이다. 그들 자체가 특별하면 특별할수록 받을 수 있는 표는 늘어난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지만, ‘얼굴만 보고 뽑았다’는 식의 투표도 여기서는 가능하다. 실제로 상위권의 다수가 자체 평가에서 A등급을 받지 못한 연습생이다. F등급도 종종 눈에 띈다. 중요한 것은 실력 자체가 아니라 얼만큼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분량에 욕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누구든 주목받고 싶고 눈에 띄고 싶은 욕구가 있다. 아이돌을 준비하는 연습생들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센터가 되고 싶어하는 당연한 욕구를 ‘욕심’처럼 묘사한다거나 반대로 자신이 맡을 수도 있는 파트를 양보하는 연습생들을 ‘보살’처럼 묘사하는 것 양쪽 다 악마의 편집에 다름이 아니다. 말 한마디 잘못해도 단숨에 비호감으로 낙인찍힐 수 있는 것이 방송이라는 영역인데, 별것 아닌 갈등도 무거운 배경음악을 깔아가면서 심각하게 묘사하고 당연한 욕심도 마치 그 사람 자체의 인격의 문제처럼 몰아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여전히 존재하는 '피디픽', '사람'이 아닌 '상품'에 초점을 맞춘 결과

 

 

 

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카메라에 잡힐 기회를 공정하게 배분받지 못한 수많은 연습생들이다. 무대보다 더 중요한 연습과정에서도 그렇지만 무대자체에서도 아예 자신이 발산 할 수 있는 끼를 다 보여줄 기회조차 없었던 연습생들은 많을 것이다. ‘인기’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마당에 자신을 어필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속에서 말 그대로 떨어진 연습생들은 ‘들러리’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나 그런 자극적인 요소는 오히려 팬들을 더 흥분하게 만든다. 자신이 지지하는 참가자의 분량에 설왕설래가 오가고, 악마의 편집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는 것도 프로그램에는 마이너스가 아니다. 자극이 없으면 보지를 않고, 너무 자극적이면 욕을 먹는 상황 속에서 <프듀>는 중심을 제대로 잡고 있을까.

 

 

 

 

‘살려주세요’라고 외친 한 연습생의 말처럼, 그들은 온전히 선고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프듀>는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꿈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프듀>속에서 연습생들의 꿈이나 가치관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열정을 상품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시선이 존재할 뿐이다. 그런 시선이라도 받을 수 있는 것을 감지덕지 해야 하는 것일까. 다시 한 번 <프듀>의 성공 속에서도 가슴 한 편이 씁쓸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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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방송을 시작하는 <프로듀스 101>(이하<프듀>) 시즌2는 남자 연습생들을 내세웠다. 시즌1의 히트곡 pick me의 뒤를 이어 이번에는 나야나(pick me)를 공개했지만 반응은 pick me 때처럼 뜨겁지 않다.

 

 

 

 


여성 아이돌 그룹에 비해서 남성 아이돌의 프로듀싱 채널은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다. 여성 아이돌은 남성 팬들과 여성 아이돌을 동경하거나 좋아하는 여성 팬들의 시청층을 끌어 모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여성 팬들이 여성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에 비해 남성 팬들이 남성 아이돌을 좋아하는 비율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화제성을 만들고 출연진들을 띄워야 하는 부담감이 제작진에게는 있다.

 

 

 

 


"당신의 한표가 소녀들의 운명을 결정한다!" 는 카피를 내세워 <프듀> 시즌1을 성공시킨 제작진은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프듀> 자체의 성공을 넘어 데뷔한 걸그룹 IOI도 좋은 성과를 낸 것 또한 <프듀> 시즌2 제작에 박차를 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시청자 투표로 공정하게 뽑겠다는 취지는 허울 뿐, 실제로 공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시즌1에서 1등으로 뽑힌 전소미는 이미 JYP 걸그룹 프로젝트 <식스틴>을 통해 고정 팬층을 확보한 상태였다. 줄곧 1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은 전소미는 2위 김세정의 맹추격에도 불구하고 결국 1등으로 프로그램을 끝마쳤다. 이미 인지도가 있었던 전소미는 방영전부터 홍보에도 적극 활용되었다.

 

 

 


시즌2에서도 이런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일단 카메라 워크 부터가 공정하지 못하다. 누군가는 ‘센터’등의 이름으로 화면에 자주 등장하며 구성요소로서 주목받지만, 누군가는 제대로 비춰지지도 못한 채 프로그램을 끝마쳐야 한다. 이런 분량의 차이만으로 그들의 승패는 어느정도 결정된다. 시즌1에서는 출연자 김소혜가 그 논란의 정점에 있었다.

 

 

 


시즌2에서도 화제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시즌2는 특이하게 장문복의 존재가 부각되었다. 장문복은 전소미처럼 프로그램 방영 전부터 주목받는 참가자지만, 전소미의 경우와는 그 방향이 다르다. 장문복은 <슈퍼스타k>시즌2에 출연하여 특이한 랩으로 심사위원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황당한 실력으로도 대단한 자신감으로 랩을 하는 그의 존재감만큼은 확실했고 ‘췍미, 췍미, 췍미업’으로 시작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랩 가사는 곧 누리꾼들의 웃음 포인트로 활용되곤 했다. 네티즌들은 그를 힙통령(힙합+대통령)이라 부르며 패러디에 열을 올렸고 장문복은 꽤 최근까지 <SNL>등에서 패러디되며 개그 소재로 사용 되기도 했다.

 

 

 


장문복은 이를 바탕으로 소속사를 만나고 ‘힙통령’이라는 음원을 발매하기도 했다. 진짜 실력을 바탕으로 했다기 보다는, 개그 소재로서 활용되었지만 장문복에게 있어서는 더할나위 없는 전개였다.

 

 


<프듀> 시즌2에 출연하는 출연자중 장문복에게 가장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이미 인터넷 상에서 자주 장문복을 접하고 웃었던 세대들은 <프듀>의 시청층과 연결되어 있고, 익숙한 그를 호감이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장문복의 랩을 활용하여 ‘꽃길만 걷자’의 패러디인 ‘췍길만 걷자’라든지, ‘보지도 않고 장문복을 찍겠다’고 말하는 댓글이 베스트 댓글이 되는 것만 봐도 그가 활용되는 방식을 알 수 있다.

 

 

 

 

장문복의 자기 소개 영상은 이미 100만이 넘었다. 다른 참가자들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치다. 그러나 이는 <프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화제성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상품처럼 소비되는 참가자들에게 진정한 실력과 그로부터 오는 감동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어떤 방식으로든 선사할 수 있는 참가자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는 것이다. 장문복의 경우, 그 이면에는 진정한 응원보다는 프로그램에 대한 조롱이 들어가 있다. 프로그램에서 누가 1등이 될까에 대한 호기심보다 그저 '무조건 누군가를 찍겠다'는 식의 발언이 통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상품으로 대하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저 웃음을 위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1위가 누가 되는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그저 '나를 뽑아달라'는 그들을 보고 즐기면 그 뿐이다. 그들의 꿈이 얼마나 절박하고 절실한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현상이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장문복이 활용되는 방식 속에서 <프듀> 시즌 1때와 마찬가지로 상품으로 활용되는 참가자들의 현실을 살펴볼 수 있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미끼로, ‘힙통령’의 존재를 부각 시키는 것. 그것은 그가 진정한 실력자라서가 아니고, 그저 눈길 끌기용 장식품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방송사의 입맛대로 재단되고 이용당하는 ‘연습생’들은 기회를 얻었다기 보다는, 꿈을 저당 잡힌 셈이다.

 

 

 


 

물론 아이돌 그룹은 상품일 수 있지만, 그 본질은 그들도 인간이라는 점이다. 장문복은 어쨌든 꿈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 기회를 잡았다. 그런 꿈자체에 대한 진정성마저 상품화 할 수는 없다. 장문복이 어떤 식으로 편집되고 활용되느냐에 따라 또 변할 수 있는 것이 여론이기는 하지만, 프로그램을 위해 한낱 웃음거리로서 활용되고 시청률을 위한 재물로서 활용되는 일만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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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은 방영당시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상당한 화제성을 모으며 오디션의 새로운 방식을 설득시킨 것만은 사실이다. 이미 소속사에 속해있는 연습생들로 이루어진 출연진들은 어느 정도 사전 심사를 거친 후보군이나 다름없었고, 이미 다소의 팬층을 확보한 참가자들도 존재했다. ‘걸그룹’을 만든다는 콘셉트하에 ‘직접 프로듀싱하라’는 카피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프로듀스 101>을 마냥 편안하게 지켜볼 수는 없었던 것은 프로그램 자체가 멤버들의 실력과 개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들의 상품성에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인형처럼 연습생들을 세워놓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방식은 그런 분위기를 더욱 부채질 했다. 그곳에 출연한 101명의 소녀들은 공평하게 분량을 받을 수도 없었고 자신만의 무대나 개성을 보여줄 기회 역시 제대로 부여받지 못했다. 101명이라는 압도적인 숫자의 소녀들은 ‘데뷔’라는 꿈에 저당 잡혀, 각종 잡음과 논란에도 단 한 번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 계약서의 불공정 조항, 투표 방식의 오류 등은 이런 사실을 확증해 주는 증거였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있었다. 101명 중에 뽑힌 11인이 만든 그룹 IOI는 다른 그룹보다 훨씬 화제성을 가지고 출발 할 수 있었다. 한 해에도 수 십, 수 백개의 아이돌 그룹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성공하는 그룹은 손에 꼽을 지경인데 이정도의 주목도를 처음부터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있어 분명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CF촬영과 방송활동이 몰려들며 그들의 인기는 확실히 오르막길을 걸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의 활동기간이 시한부라는 것이었다. 애초에 1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활동을 하기로 한 탓에 내년 1월이면 그들은 해체의 운명을 맞는다. 더 길게 활동하고 싶어도 여의치가 않다. 그 이유는 그들이 각각 다른 소속사에서 모인 출연진들이기 때문이다. 소속사 사이의 이해관계나 스케줄이 맞지 않으면 그들이 함께 활동하는 것은 힘들다. 지금은 신인이지만 인기가 올라가기라도 하면 그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제는 그들이 IOI 타이틀을 벗어 버리고도 성공할 수 있느냐다. IOI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룹자체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편이다.  멤버 개개인의 인기가 특출나 그룹을 이끌어 간다기 보다는 프로그램으로 생겨난 관심과 호감도를 통해 그들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을 쌓았다. 시간이 흐르면 특히 매력적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멤버들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1년이라는 시간은 그러기에는 너무 짧다. <프로듀스 101>에 기댄 인기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풍전등화의 운명에 놓여있다.

 

 

 


그런 사실을 너무나도 잘 인지하고 있는 일부 소속사측의 마음이 급해졌다. IOI의 첫 번째 타이틀 곡 ‘dream girls'의 활동이 종료된 지금, IOI의 멤버 정채연은 다이아에, 김세정과 강미나는 소속사 젤리피쉬가 새롭게 선보이는 걸그룹에 합류할 것이 공식화 되었다. 물론 계약 위반이라든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도의적인 부분이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하다. IOI가 인기 있을 때, 화제성을 더 불어 넣을 수 있는 홍보전략을 취하겠다는 것.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IOI의 정체성을 유지하지 않고 그 정체성을 ‘이용’하려 하는 것이 과연 대중의 호감을 유지시키는 비결이냐 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다.

 

 

 


 

 

IOI의 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는 그들의 생각은 틀렸다. 그들이 합류하는 걸그룹은 유닛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녀시대 태티서나 에프터 스쿨의 오렌지 캬랴멜 등은 그들이 그룹의 정체성을 유지한채 생겨난 유닛이다. 그러나 다른 소속사에서 다른 멤버들과 만들어진 걸그룹은 유닛의 개념이 아니라 IOI의 인기를 그 그룹으로 옮겨오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물론 그 인기를 이용하여 제대로 된 콘셉트와 전략으로 확실하게 대중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걸그룹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대중의 반응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결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회의적인 것은, 이미 다이아는 데뷔 이후에도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한 그룹이고 젤리피쉬가 기획하는 새 걸그룹 역시 김세정과 강미나가 IOI가 되지 못했다면 만들어질 수 없었을 급조된 느낌이 강한 그룹이기 때문이다.

 

 

 


걸그룹의 인기는 콘셉트와 개성, 음악의 조화가 적절히 이루어질 때 가장 큰 수확을 걷을 수 있다. IOI만 보더라도 ‘직접 뽑아서 프로듀싱 했다’는 콘셉트, 그리고 그에 따라 각각의 소속사에서 모여 독특한 성격을 띠는 개성, Pick me 등의 중독성 있는 음악 등으로 성공의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급조된 걸그룹이 과연 대중의 호감을 얻을 만큼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결국은 소속연예인의 개성과 매력을 증가 시켜 집중도를 높이는 전략이 아니라, 한 때의 인기에 기댄 밀어붙이기는 그들을 하나의 개성체가 아니라 ‘상품’으로 인식시킨다. 물론 연예인은 상업성이 분명히 있어야 하지만 그 연예인의 인간적인 매력이나 독보적인 개성이 보이지 않을 경우 성공적인 인기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업성 속에서도 그 연예인 자체를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기획력의 부재속에서 IOI의 꿈을 꾸는 소녀들은 위태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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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한표가 소녀들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 거창한 카피는 100% 국민 투표로 이루어지는 <프로듀스 101>이 내세운 카피다. 국민들이 직접 보고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가장 공정하게 선택이 이뤄진다는 달콤한 이야기는 일단 성공적이다. 아예 기획사 연습생들을 데려다가 프로그램을 기획한 점 역시 돋보이는 아이디어였다. 일반인을 오디션하느라 진을 빼야하는 수고를 더는 동시에, 기획사의 이름값까지 프로그램 홍보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와중에 <프로듀스 101>은 확실히 색다른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긴 프로그램이다. 묘하게 중독적인 주제가와 더불어 어떤 참가자가 뽑힐 것인가하는 기대감은 프로그램에 대한 화제성으로 이어지며 3.6%(TNMS제공)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게 만들었다. 방송 채널이 케이블인 점과 젊은층이 주 시청자층임을 생각해 볼 때, 결코 낮은 수치라고 볼 수 없다. 아니,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그러나 가장 공정하다는 국민투표가 정말 공정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일단 참가하는 참가들의 인지도가 너무나 현격히 차이가 난다. <식스틴>이라는 JYP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얼굴을 알리고 팬클럽까지 있는 전소미는 방송 시작부터 지금까지 줄곧 상위권이다. 엄청난 실수나 결격사유가 있지 않은 한, 전소미의 데뷔는 확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권은빈, 정채연, 기희현등 이미 걸그룹으로 데뷔한 과거가 있거나 현재 걸그룹 데뷔 예정인 멤버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성 문제는 다시 제기되었다. 물론 그들이 속한 걸그룹이 인지도를 따질만큼의 영향력은 없지만 이미 데뷔 기회를 부여받은 이들이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100% 국민 투표라는 취지에 어긋나는 일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걸그룹 데뷔는 곧 프로의 세계로 발을 딛는 일이다. 데뷔 전이나 후나 그들이 해야 하는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경쟁 이전에 오디션이라는 이름아래 과연 공정한 기회가 주어졌느냐 하는 지점은 생각해 볼 문제다. 오디션 자체에서 101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소녀들은 전무후무했다. 그 101명 중 누군가는 굉장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고 누군가는 있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진다. 그러나 그 스포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졌느냐 하는 의문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내내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몇초에 불과하거나 거의 병풍 수준의 출연 분량을 얻고, 누군가는 집중 조명을 받으며 프로그램의 한 구성을 책임진다. 이런 분량의 차이부터 그들의 승패는 어느정도 결정된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참가자는 김소혜. 사실상 이 참가자는 노래와 춤, 그 어느 하나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심지어 가수가 아니라 연기자 연습생이라는 사실은 프로그램의 본질과 도저히 매치할 수 없는 지점이다. 그러나 그는 신기할 정도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이 된다. 그가 출연하는 분량은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과연 떨어진 소녀들 중 그보다 매력적인 가수의 재목이 없었을까. 김소혜가 주목받는 이유는 교묘한 편집과 귀여운 외모, 딱 그뿐이다.

 

 

 


 과연 그가 다른 참가자들처럼 몇초밖에 안되는 분량으로 정면승부했다 하더라도 이런 투표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대놓고 불공평함을 광고하는 상징이 되어버린 김소혜는 인기보다 안티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진정한 후보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끝내 포지션 미션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김소혜의 1위가 과연 시청자들이 동의할 수 있었던 결과였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방청객 투표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김소혜는 일방적인 특혜를 입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악마의 편집의 희생양이다. 논란이 되면 될수록,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악마의 편집을 해도 명예훼손등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계약서처럼, 프로그램 역시 소녀들의 꿈을 이뤄주는 기회의 장이 아닌, 시청률을 위해 소녀의 꿈을 짓밟는 악마의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출연료는 심지어 0원. TV에 나오는 1초가 아쉬운 연습생들의 위치를 철저히 이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이고 범용적인 계약서"라는 프로그램측의 해명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악마성이 부각될수록 콘텐츠 파워는 올라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로듀스 101>은 <무한도전><복면가왕>등을 꺾고 콘텐츠 파워지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계속 터졌다. 부정투표가 가능했다는 지적에는 때늦은 대응을 했고 일본그룹 AKB 48의 총선거 시스템을 표절했다는 비판 역시, 그들의 두루뭉술함으로 넘어갔다. 게다가 상위 11명은 CJ e&m소속으로 활동을 하게 됨으로써 Mnet 채널의 오디션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타 방송사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지점 역시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나중을 위한 안전망따위는 기대할 수 없게 된지 오래다.

 

 

 


총체적인 문제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지만 결국 프로그램은 승승장구중이다. 이런 모순을 극복했다고 칭찬해야 할지, 아니면 안타까워 해야할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러나 소녀들의 꿈은 <프로듀스 101>에서 빛나지 못한다. 그들은 방송사의 입맛대로 재단되고 이용당할 뿐, 공정한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결국 그들이 가진 매력이나 재능을 채 다 꺼내보이기도 전에 탈락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소녀들의 꿈은 상위 몇 %를 위해서 짓밟히고 무너졌다. 출연료도 가압류 당한채, 몇초의 출연분량이라는 씁쓸한 대가와 함께.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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