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교수 김난도의 수필,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100만권 이상이 팔려나가며 사회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그만큼 의지할 데 없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라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책으로라도 위로받고 싶은 청춘들의 삶이 안쓰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유행어가 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반감을 많이 불러 온 말이기도 하다. 팍팍한 삶 속에서 “청춘은 왜 아파야만 하냐”는 볼 멘 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 그만큼 ‘아픔’은 청춘에게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이른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를 넘어서 취업, 주택, 인간관계, 희망까지 포기한다는 7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속에서 삶이란 꽃놀이가 아니다. 그 아픔 속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위로라기 보다는 비아냥에 가깝다. 왜냐하면 아픔은 현실이고 더 이상 아프기 싫기 때문에.

 

 

 


청춘을 위로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 청춘의 비아냥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실제로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내용은 ‘그러니까 그대로 아파야 정상’ 이라는 전개로 이어지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치유할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그런 충고 따위, 이미 아픈 사람들 귀에 그대로 먹혀들 리 만무하다.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의 주인공 은호원(고아성 분)의 삶도 참으로 아프다. 죽도록 뛰어다녀도 대한민국 평균이하라 취업 안되는 것도 서러운데 심지어 시한부란다. 죽음을 선고받고 나서야 계약직으로 채용되는 호원. 잘하면 정규직 전환도 가능하다고 한다. 어차피 죽을 거지만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다. 하고 싶은 대로 할 말 다하며 한 번 부딪쳐보자 결심하고 회사에 들어가는데 까지가 이야기의 초반부다.

 

 

 


 

그러나 그런 주인공의 의욕은 이미 잡혀진 체계 속에서 허무하게 망가진다. 의욕적으로 하려는 일들은 오히려 ‘사고뭉치’로 낙인찍히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려 하는데 그 모습을 우연히 본 팀장 서우진(하석진 분)은 “3개월 단기 계약직이 무슨 사직서야. 관두고 싶으면 그냥 가방 싸서 나가. 술 퍼마시고 감히 사무실에 들어와? 죽을 각오는 해봤어? 사는 게 장난 같아?"라며 은호원을 조롱한다.

 

 

 


‘죽을 각오는 해봤냐’고 묻는 서우진의 말이 그렇게 아프게 다가온 것은, 아픔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처럼, 죽을 각오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실이 너무나도 버겁기 때문이다. 사실 회사는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죽을 각오를 하고 다녀야 하는 유대인 수용소나 노예 시장은 더더욱 아니다. 왜 죽을 각오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죽을 각오’로 덤비는 것은 다른 문제다. 퇴근 후의 여유로운 시간도, 끝까지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도 없는데 죽을 힘까지 내야 한다면 그만큼 불합리한 일이 또 어디있을까.

 

 

 


“네가 노력을 안해서 그래.” “더 열심히 해봐.”같은 단어들은 누구나 쉽게 내뱉을 수 있지만 누군가는 이미 더 이상 힘을 낼 여력조차 없을 수도 있다. 이미 힘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실패는 네탓’이라고 비난해 봐야 그 사람은 절망의 구렁텅이 속으로 더 빠져들 뿐이다. 지치고 힘든 상황속에서 그런 말을 듣고 힘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은호원은 "다 아는 것처럼 말씀하지 마세요. 부장님 같은 사람은 아실 수가 없어요.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요. 저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쓸모 있는 사람이란 걸. 또 부장님이 모르시는 제 내일을요. 이제 그럴 수가 없게 됐지만요" 라고 외치며 오열하지만 이는 오히려 충분하지 못한 외침같이 느껴진다. 이미 죽음을 선고받았는데 죽을 각오를 하라는 팀장에게 겨우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니.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이 시대의 청춘은 여전히 그렇게 착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누구나 사는게 장난은 아니다. 그러나 설령 좀 장난처럼 살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좀 어떨까. 누구든 맘만 먹으면 조금 가볍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잘못된 세상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죽을 각오를 하고 노력해야 뭐든 될 수 있다면, 사는 게 죽는 것 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체발광 오피스>속에서 주인공은 회사의 부조리에도 입을 다물어야 하고, 실수로 부조리를 발설하기라도 하면 외려 피해는 그 부조리를 저지른 사람이 아니라 발설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상황을 견뎌야 한다. 그토록 염원하던 취업 후에도 삶은 어쩐 일인지 더욱 피폐해진다. 그럼 대체 언제 편해질까. 은퇴까지는 자식키우고 노후자금을 모아야 하니 발을 동동 굴러야 하고 은퇴하고 나서도 모은 돈이 충분치 못한다면 또 걱정을 해야 한다. 결국 죽을 때까지 ‘죽을 각오’를 하고 살지 않으면 답은 없는 것일까. ‘아프니까 청춘이다’든, ‘죽을 각오를 하고 덤비라’든 참으로 허무한 메아리다.

 

 

 


3%대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자체발광 오피스>. 시청률은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드라마 속에서 만큼은 ‘이시대의 흙수저’ 주인공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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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그널>을 시작으로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낭만닥터>등을 비롯해 최근 방영중인 <푸른바다의 전설> <도깨비>까지 흥행가도에 올랐다.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까지 두루두루 흥행작이 나왔지만 여전히 케이블 드라마의 시청률 파이가 지상파에 비해 작은 것은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시그널>이나<또 오해영> <도깨비>처럼 지상파 못지않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으는 작품들도 다수 등장했지만 작품성에 비해 화제성이 아쉬운 작품들도 있었다. 종영한 작품 중 시청률은 아쉬웠으나 놓쳤다면 꼭 봐야 할 올해의 케이블 드라마 6편을 꼽아보았다. (종영한 날짜 순)

 

 

 


1.  JTBC <욱씨남정기> 2016.03.18.~2016.05.07.

 

 

 


최근 최순실 사태로 공정 보도의 아이콘이 된 JTBC는 손석희 <뉴스룸>을 비롯, <썰전>에 이르기까지 대박 시청률 행진을 이어갔다. 여기에 <아는 형님><냉장고를 부탁해><비정상 회담>등 예능의 성공은 JTBC브랜드를 한껏 끌어 올렸지만 여전히 드라마 파워는 다소 아쉽다. 김수현 작가의 <무자식 상팔자>가 9% 넘기며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현재 방영하는 드라마들은 5%도 힘겨운 실정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JTBC는 아쉬운 명작들을 올해 가장 많이 쏟아낸 방송사가 되었다.  

 

 

 


그 중 <욱씨남정기>는 3%정도의 최고 시청률로 아쉬움을 자아냈지만 올해 가장 잘만들어진 드라마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6부작 내내 중심을 잃지 않은 작가의 필력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신인작가가 썼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구성에 놀라을 정도다.

 

 

 


‘욱’하는 성격의 주인공 옥다정(이요원 분)을 내새워 위기와 압박, 어디에도 굴하지 않고 능력을 보여주는 통쾌함이 이 드라마의 백미다. 그 안에서 드러나는 회사 안의 부조리, 회식 문화, 하청 업체들의 굴욕과 대기업의 횡포등이 공감가게 그려졌다는 점 또한 높이 살만하다. 비록 어디에서나 당당하고 확실하게 일을 해결하는 옥다정의 캐릭터는 판타지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일들은 지독히도 현실적이었다. 옥다정 역할을 맡은 이요원과 남정기 역할을 맡은 윤상연의 호연도 돋보인다. 첫 회부터 끝 회까지 흥미롭게 이야기가 잘 분배되어 용두사미가 되지 않은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3%가 채 안되는 시청률은 아쉽기만하다.  

 

 

 


2. OCN <38사기동대> 2016.06.17.~2016.08.06

 

 

 


OCN의 <38사기동대>는 <뱀파이어 검사>시리즈, <나쁜녀석들>로 OCN의 드라마를 이끌고 있는 한정훈 작가의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6%에 가까운 시청률로 OCN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충분히 흥행작이라 불릴만하지만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작 <나쁜 녀석들>역시 좋은 작품이지만 <38사기동대>에서는 작가의 필력이 폭발한 느낌이다. 사기를 쳐서 세금을 징수한다는 신선한 설정과 치밀한 구성, 예상치 못한 반전과 통쾌함까지 모두 갖춘 웰메이드 드라마였다. 작품성은 물론, 재미까지 모두 사로잡은 수작이다. 

 

 

 


사기꾼 양정도(서인국 분)와 공무원 백성일(마동석)의 캐릭터가 대비되며 조화를 이룬 것은 물론 사기꾼 집단을 비롯하여 악역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하나 하나 빛났다는 것 또한 작가의 뛰어난 내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서인국과 마동석은 물론 악역들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의 뛰어난 호연 역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만약 이 드라마를 놓쳤다면 꼭 한 번쯤은 보는 것을 추천한다.  더불어 <나쁜녀석들>의 시즌2도 확정되었으니, 이 드라마가 종영한 것이 아쉽다면 <나쁜녀석들>을 복습해 봐도 좋다.

 

 

 


3. JTBC <청춘시대> 2016.07.22.~2016.08.27

 

 

 

 


 

JTBC는 <청춘시대>로 <욱씨남정기>에 이어 또 다른 분위기의 명작을 탄생시켰다. <청춘시대>는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며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 아픔, 사랑 그리고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다.

 

 

 


<연애시대>를 집필한 박연선 작가의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잔잔함 속 여운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드라마에서 빵 터지는 한 방을 기대하는 시청자라면 흥미를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뭉클한 감동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시청자라면 이 작품을 필히 시청하여야 한다.

 

 

 


비록 사랑도, 취업도, 학업도 녹록치 않아 너무나도 힘든 주인공들을 내세웠지만 이 시대 청춘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은 강한 울림을 지니고 있다.

 

 

 


4. JTBC<판타스틱> 2016.09.02.~2016.10.22

 

 

 


뻔한 시한부 드라마? <판타스틱>은 시한부 드라마의 공식을 깨며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 작품이다. 유방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 이소혜(김현주 분)를 통해 죽음 자체가 아닌, 그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렸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하면 잘 죽을까를 생각하는 ‘웰다잉(well-dying)의 개념을 사용하여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죽을까라는 질문은 곧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다르지 않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 현재의 나 자신,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사랑하며 매 순간을 살아나가는 것.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가져야 할 삶에 대한 자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순간 죽어가고 있다. 그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기에 와닿지 않을 뿐이다. 이 소중한 시간들을 낭비하지 말고 지금의 자신을 사랑하여라. 그 메시지를 던진 것 만으로도 <판타스틱>은 말그대로 판타스틱한 드라마였다.     

 

 

 


 


5. TvN <혼술남녀> 2016.09.05.~2016.10.25.

 

 

 

 


공시생의 이야기를 다룬 <혼술남녀>는 코믹한 터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작품이다. 주인공 박하나(박하선 분)는 공무원 학원의 국어 강사지만 계약직이나 다름없는 처지다. 변변치 않은 학벌과 이제 막 시작한 노량진 생활은 팍팍하기만 하다.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 분)은 그런 박하나를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종합반 수업은 맡기지도 않는다. 종합반 수업을 목표로 전진하지만 번번히 좌절하는 박하나는 결국 ‘혼자 술을 마시며’ 위로를 받는다.

 

 

 


공무원 시험을 주제로 공시생들을 조명한 드라마는, 공시생을 마냥 칙칙하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공부에 치여서 칙칙한 공시생들이라는 공식이 편견이라며 부르짖는 캐릭터까지 등장한다. 묘하게 현실적인 캐릭터들과 비현실적인 러브라인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혼술남녀>만의 독특한 색깔을 완성한다. 진지하다가도 빵 터지게 만드는 작가의 센스가 돋보인다. 러브라인의 설렘 역시 놓치지 않았다.

 

 

 




6. JTBC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2016.10.28.~2016.12.03.

 

 

 


또 불륜드라마인가 싶었지만, 연기자들의 호연과 유려한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작품이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이하 <이아바>)다. JTBC는 금토 드라마 라인업에 뛰어난 작품들을 연속 편성하며 ‘믿고보는’ JTBC의 이미지를 확충하려 노력했다. 노력에 비해서는 시청률이 조금 아쉽지만 <이아바>역시 워킹맘과 바람으로 고통 받는 배우자를 그리며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아내를 의심하는 도현우(이선균 분)과 워킹맘으로서의 고충을 풀 데가 없었던 정수연(송지효 분)의 갈등이 주가되는 와중에, 그들이 겪는 심경의 변화가 공감가는 터치로 그려진다. 남편도 부인도 모두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그들의 문제점들은 아주 현실적이다.

 

 

 


이선균의 호연도 돋보이지만, 연기자로 변신한 가수 보아의 연기변신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드라마를 시청하다보면 바람은 피웠지만 마지막까지 주인공의 가정이 깨지지 않았으면, 하고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힘만으로도 끝까지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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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자면 <혼술남녀>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 분)과 별 볼일 없는 국어 강사 박하나(박하선 분)이 어떻게 사랑을 싹틔울 것이냐에 관한 이야기로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진정석은 까칠한 것 같지만 여주인공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혼란스러워 하고 박하나는 때때로 보이는 그의 친절함에 마음이 움직인다. 그 안에서 나타나는 위기나 삼각관계 역시 전형성을 탈피했다고 보기 힘들다.

 

 

 

 


 

그러나 <혼술남녀>는 이 뻔한 스토리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캐릭터를 창조해 내는데 성공했다. 배경은 노량진. 주인공들은 공시생과 학원 강사들이다. 제목에 ‘혼자 마시는 술’의 준말인 ‘혼술’을 사용한 만큼, 이 드라마는 혼술을 하게 되는 제각각의 이유를 부각시키며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그 안에서 사용되는 것이 노량진 공시생들의 지독히도 현실적인 모습이다. 공무원에 합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춘들,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는 강사들 역시 인기를 얻고 한 계급 더 올라가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현실. <혼술남녀>는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진정석의 말버릇처럼 ‘퀄리티 떨어지는’ 부류의 사람들은 진창에서 허우적 댈 수밖에 없고 시험에 합격하거나(공시생)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학원 강사) 그나마 사람답게 살 수 있다.

 

 

 

 


그러나 <혼술남녀>는 그 청춘들의 일상을 마냥 비참하고 어둡게 그리지 않는다. “공시생이 컵밥만 먹을 거라는 것, 후줄근 한 추리닝만 입고 다닐 거라는 건 편견”이라며 “그건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라고 말하는 기범(키 분)은 패션에 신경을 쓰고 화장실 딸린 고시원에서 다소 럭셔리(?)하게 살아간다.

 

 

 

 


서로 같은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탓에 공시생끼리 만들어 내는 우정 역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농담을 주고받고 서로 연애 상담도 하는 그들의 모습은 보통 20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공시를 합격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물론 있지만, 그 부담감이 그들을 모두 대변하는 단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혼술남녀>는 캐치해냈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현실성은 배가된다.

 

 

 


현실에 절망하고 힘들어 하는 청춘의 모습만을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사정과 사연으로 그곳에 모여 있는 20대 하나하나의 개성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혼술남녀>가 짚어낸 지점이다.

 

 

 

 


그런 개성들이 한데 어우러진 <혼술남녀>는 그래서 절망적이기 보다는 코믹하다. 아무도 자신의 강의에 관심이 없어 힘든 상황에 놓인 박하나가 수강생이 다른 사람에게 주려다 거절당한 커피를 건네자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서글픈 일이지만 그 장면을 목도하는 시청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박장대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삶의 페이소스가 진하게 묻어있다. 그들의 상황에 공감하지 않으면 터뜨릴 수 없는 웃음. 그 웃음을 <혼술남녀>는 곳곳에 배치해 이야기를 끌고 간다.

 

 

 


까칠하지만 능력있는 남자와 힘없는 여자가 사랑을 키워나가는 큰 줄기 속에서 그 페이소스 진한 웃음으로 만들어 내는 캐릭터의 향연은 <혼술남녀>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웃기지만 짠하고 현실적이지만 경쾌한 이율배반적인 상황들은 마치 우리 삶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마음을 동하게 만든다.

 

 

 

 


‘혼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혼자 술을 먹는 것 보다는 같이 먹는 술이 더 맛있다. <혼술남녀>의 주인공들 역시, 혼자 술을 마시며 마치 광고처럼 만족스럽고 시원한 표정을 지으며 드라마를 시작했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깊어지고, 즐겁고 행복하게 혼술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혼술남녀>는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이 마치 유행이라도 되는 양 신조어까지 탄생한 이 시점에서 우리는 사실 따듯한 누군가의 품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다. 

 

 

 

 


삶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그 말처럼 그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터지지만, 결국 그들이 처한 상황을 애처롭게 바라볼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심리다. 그런 달고 짠 상황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혼술남녀>는 결국 공감이라는 가장 큰 무기로 어필하는데 성공한 드라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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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주말드라마 <우리갑순이>tvN <혼술남녀>는 모두 공시생을 다룬 드라마다. <우리 갑순이>는 주인공들을 공시생으로 설정했고, <혼술남녀>는 공시생과 노량진 학원 강사들을 주인공으로 노량진의 삶을 전반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두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극명히 나뉜다. <우리 갑순이>는 공시생을 다뤘지만 이 시대 청춘들이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포착해 내지 못하며 주인공들에 대한 반감을 키웠고, <혼술남녀>는 현실적이면서도 공감가는 캐릭터들을 통해 이야기에 대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우리 갑순이>의 문영남 작가는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하면서 그들의 취업난에 눈을 돌렸지만, 막장의 대가 답게 그들의 상황도 막장으로 치달았다. 공시생이라는 소재로 눈을 돌린 것 까지는 좋았으나 문제는 바로 그런 소재를 다루는 능력에 있었다.

 

 

 

 

이를테면 허갑돌(송재림 분)이 돈을 잃어버리는 과정이 단적인 예다. 허갑돌은 지하철에서 신갑순(김소은 분)과 함께 살 집을 얻을 보증금 500만원을 잃어버리는 실수를 한다. 그러나 그 설정 자체에 공감을 표하기란 어렵다. 핸드폰 어플만 다운받아도 계좌 이체가 가능한 것이 요즘 세상이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은행에 잠깐 들러 ATM기를 이용하면 그만이다. 그 편이 돈 거래 기록도 남고, 돈을 잃어 버릴 상황도 만들지 않는 훨씬 더 간편하고 좋은 방법임에도 굳이 현금을 들고 다니는 허갑돌 캐릭터는 마치 2016년을 살고 있지 않은 듯 하다

 

 

 

 

 

갑돌이는 이후 또 빌린 500만원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다. 이번엔 퍽치기다. 두 번이나 같은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비판은 차치한다고 해도한 번 500만원을 잃어버리고도 똑같은 방식으로 돈을 운반하는 갑돌이의 지능에 의문을 제기 할 수밖에 없다

 

 

 

 

 

여주인공 갑순이를 대하는 방식 역시 지나치게 고루하다. 10년을 사귀고 임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결혼, 그 이전에 동거를 생각할 만큼 요새 청춘들은 순진하지 않다. 아무도 합격하지 못한 공시생에, 당장 누구도 책임질 상황을 만들어 줄 수 없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부담감에도 남자 친구와 어떻게든 살아보려 하는 갑순이는 도무지 현실에 있을법하지 않은 캐릭터다. 설령 현실에 있다고 하여도 그런 캐릭터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굳이 그렇게 살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간섭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겠지만, 문제는 그들이 드라마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결국 남자 주인공도 여자 주인공도 도무지 응원하기 힘들게 만들어 버린 스토리의 실책이다.  

 

 

 

 

 

동거 생활에도 게임으로 시간을 탕진하는 갑돌이의 모습은 여기에 기름을 붓는다. 청춘의 치열함보다는 허갑돌의 황당함에 초점을 맞추며 공감보다는 자극을 택한 것이다.문제는 자극은 확실히 있지만, 그 인물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감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은 막지 못했다. 차라리 열심히 하지만 고배를 마시고 현실에 벽에 부딪히는 청춘으로 그렸다면 그들에게 동정이라도 할 수 있을 터인데, 이야기를 뜯어보면 결국 그들은 자신의 선택으로 불행해 지고야 마는 캐릭터다. 열심히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캐릭터에게 시청자들은 어떤 희망도 발견할 수가 없다. 결국 <우리 결혼했어요>출연으로 케미 커플이라는 찬사를 들은 그들은 이 드라마에서 만큼은 비호감 커플이 되어 버렸다.

 

 

 

 

 

<혼술남녀><우리 갑순이>보다 훨씬 더 경쾌하다. 고시원에서 살아가며 학원에 다니는 노량진 공시생의 삶을 그렸지만, 기범(키 분)이나 진공명(공명 분)의 캐릭터는 무조건 비굴하고 비참한 삶이 아니다. 오히려 진공명은 공무원을 하고 싶지도 않은데 억지로 그 자리에 앉아있는 캐릭터다. 그들은 후줄근하게 다니지도 않고, 패션에도 신경을 쓴다. 또한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찾고 친구의 관계,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정을 나눈다. 편견처럼 자리잡힌 공시생의 답답하고 어두운 삶을 탈피하고 코믹한 터치로 그려내며 오히려 캐릭터에 집중해 공감을 얻어낸 것이다.

 

 

 

 

 

박하나(박하선 분)는 노량진에 입성한 강사지만, 종합반도 맡기 힘든 열악한 스펙의 소유자다. 그가 학원에서 성장해 나가려는 고군분투는 안쓰러우면서도 웃음을 동반한다. 열심히 살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치는 그의 삶은 극단적으로 그려지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응원하고 싶어진다. 때로는 비굴하고 비참하더라도 꿋꿋이 내일을 살아가려는 주인공에게 시청자들은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같은 공시생의 삶이지만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전개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러나 현시대 청춘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와 그렇지 못한 드라마가 다루는 청춘의 현실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소재 자체 보다도 그 소재를 어떤 터치로 그려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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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이 아무리 한철 지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하여도 여전히 시청자들은 먹장에 탐닉한다. 방송에 출연하는 스타셰프들의 음식점에는 여전히 예약이 어렵고 맛집으로 소개된 집은 30분은 기본으로 줄을 서서 먹기도 한다. ‘먹는 예능은 아직도 통하는 코드다. 예전 같지 않은 인기를 보여주고 있는 백종원은 이제 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위태로워 보이지만 또다시 먹방을 주제로 한 예능을 들고 나왔다. 이름하여 <먹고 자고 먹고>(이하 <먹자먹>) .

 

 

 

 

 

<먹자먹>의 포인트는 역시 먹방이다. 그러나 <먹자먹>의 첫회에서는 보르네오의 아름다운 풍광을 그 배경으로 삼았다. 단순한 먹방을 넘어서 휴식의 개념으로서의 먹방을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백종원이 만든 음식을 먹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짓는 온유와 정채연은 그 순간만큼은 아이돌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 프로그램 속에서도 여전히 체중계 위에서 자신의 체중을 걱정해야 하는 아이돌들이 이 프로그램의 주연으로 출연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평소 먹거리에 대한 강박이 클수록 그것을 내려놓았을 때 주는 쾌감 역시 크기 때문이다. 그 누가 맛있는 음식을 거부하고 싶겠는가. 인기를 위해 본능을 내려놓아야 하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먹자먹이 선사하는 하루는 확실히 편안하고 안락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맛있게 먹은 대가로 또 며칠을 굶어야 하는지 모르는 현실은 외면당한다. 먹는 것에서 만족을 느끼는 그 순간. 그 광경만이 의미 있는 것이다. 잠시 내려놓은 아이돌처럼 시청자들 역시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는 그 순간에 힐링을 얻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먹는 것으로 힐링을 찾으려 하는 현대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은 여전히 인기다. <삼시세끼>는 그 중 가장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끼니를 어떻게 때우느냐다. 어떻게 해야 한 끼를 더욱 풍성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때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만이 가득한 이 프로그램은 시즌이 반복되는 와중에서도 10%이상의 시청률을 올렸다. 나영석 pd 는 이서진, 에릭, 윤균상이 출연하는 다음 시즌 촬영을 이미 시작했다.

 

 

 

 

<삼시세끼>의 배경역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이다. 시골의 한적하고 정감어린 분위기를 강조하고 출연진들은 가족 혹은 친척의 포지션을 부여받는다. 가족과의 한 끼 한 끼를 준비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장면은 느린 템포로 진행된다. 크게 포인트가 없을 것 같은 포맷이지만 바로 그 지점이 포인트다. 단순히 끼니로 뭘 먹을까에 대한 걱정만이 전부인 단순한 삶. 그 안에서 힐링이라는 단어는 또 등장한다.

 

 

 

 

포만감은 나른함과 편안함을 준다. 배부르게 한 끼를 먹으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로망을 텔레비전이 보여주고 그 대가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현대인들이 탐닉하는 유흥이 먹는 것에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가를 보여준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 음식으로 허한 속을 채우는 바쁜 현대인들의 생활 속에서 먹방은 아직도 유효한 콘텐츠다. 빈속을 먹는 것으로 달래고 각종 sns에는 음식사진으로 행복함을 강조하려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먹방에서 힐링을 찾게 만들기에 이르렀다. 음식으로 마음속의 공허함이나 아픔마저 치유 받으려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드라마에서도 나타난다. <혼술남녀>는 혼자 술을 먹는다는 뜻의 혼술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해 제목을 만들었다. 고단한 하루를 혼자 먹는 맥주나 소주로 달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요즘 추세를 감안한 것이다. 드라마 주인공들은 혼자 술을 마시며 마치 맥주광고처럼 시원한 목 넘김을 강조하고 소주 한잔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비록 이 드라마는 혼자 술을 먹는다는 뜻의 제목과는 달리 로맨틱 코미디로 남녀가 함께 사랑에 빠지는 연애물이지만 <혼술남녀>는 웃음 포인트를 제대로 잡으며 시트콤에 가까운 웃음을 선사하고, 혼술을 하는 심리묘사까지 그럴듯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겨운 먹방 속에서도 여전히 시청자들은 음식에 탐닉하고 단순히 직접 먹는 것을 넘어 보는 것으로도 포만감을 느끼고자 한다. 내가 먹지는 않더라도 누군가가 대신 먹어주는 것만으로 느끼는 대리만족. 이 감정을 예능과 드라마들은 놓치지 않고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추세가 물론 이해되기는 하지만 현대인들이 마음을 달랠 곳이 음식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에 마음 한 구석에는 안타까움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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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우결>)은 2008년 처음 방송을 시작할 당시 폭발적인 관심을 얻은 콘텐츠였다.  그 전에도 <천생연분>같은 연예인 매칭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는 콘셉트는 신선한 분위기로 연결될 수 있었다. 그리고 2016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우결>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신선함'에 박수를 치던 시청자들이 이제는 '식상함'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대본 논란은 언제나 끊이지 않고 시청률도 떨어졌다. 그러나 <우결>은 여전히 방송사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콘텐츠다. 해외의 호응도 그렇지만, 안 본다 안 본다 하면서도 국내에서도 꾸준히 스타가 탄생한다. 신인들이 홍보할 수 있는 기회로 이 정도의 콘텐츠도 드물다. 매력만 제대로 보이면, 주목을 받을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 '연애 시뮬레이션' 형 예능은 아직도 포기할 수 없는 콘텐츠인 것이다.

 

 

 

 



연애 시뮬레이션은 끊임없이 제작되어 왔다. <우결>류의 콘텐츠인 <님과 함께>는 '최고의 사랑'이라는 부제를 달고 현재 방영중이다. 김숙은 이 프로그램으로 '계약 커플'이라는 신개념 커플을 연출하며 데뷔후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이제 처음 같은 관심을 찾아보기 힘들다. "시청률 7%가 넘으면 결혼하겠다"는 신선한 공약은 결국 관심의 저하로 자연스럽게 지키지 못하게 됐다. 7%가 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결혼할 리는 거의 없지만.

 

 

 

 


이밖에도 <더 로맨틱&아이돌> <남남북녀>등,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은 꾸준히 생겨났다 없어졌다. tvN이 새롭게 선보인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이하 <연극이>) 역시 이런 맥락의 프로그램이다. 심지어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인 유라는 <우결>에, 이민혁은 <로맨틱&아이돌>에 출연한 전력이 있다.

 

 

 

 

 

 

<연극이>는 드라마 '아이언 레이디'를 촬영한다는 콘셉트하에 카메라가 꺼진 순간을 주목한다. 실제로 러브신을 촬영한다는 명목으로 키스신이나 스킨십등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우결>이 실제 스킨십에 한계를 보이는 것과 차별화를 두려고 노력한 지점이다. 그 이후, 배우들은 남아있는 감정을 어떻게 흐르게 할 것이냐가 이 예능의 포인트다. 배우들도 사람이고, 감정을 가지고 연기와 스킨십을 하는 행동에 따라 또 다른 감정이 생겨날 수 있다는 자연스러운 발상에서 시작된 예능이다. 선남선녀들끼리 한데 모여있으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법 하다.

 

 

 



그러나 문제는 '카메라가 꺼진 후'라는 콘셉트를 가져 왔으면서도 여전히 카메라가 돌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카메라가 설치된 장소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후 이어지는 인터뷰 역시 마찬가지다. 연예인들이 카메라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얼마나 자신의 민낯을 내보일 수 있을까. 솔직하려거든 차라리 '우리는 계약커플'이라고 외친 김숙 윤정수가 훨씬 더 솔직했다. '촬영'하기 위해 만난 연예인들이 카메라가 꺼진 후 라는 콘셉트에도 여전히 돌고 있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리 없다. 그들이 보이는 감정이나 만들어낸 상황들도 어느 정도는 그들의 의도대로 흐를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인 틀에 얽매인 채 진행되는 것임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하석진은 '영화보자'는 윤소희의 제안을 '기사가 난다'며 거절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살기 위해서는 실제로 기사가 나는 편이 좋다. 그들의 연애가 가상이 아닌 실제라는 판타지를 심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십중팔구 그들은 '진짜 연극이 끝난' 일상생활에서 개인적인 연락조차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단순히 작품을 위해 만났고, 예능을 살리기 위해 연기한 후 집으로 돌아가 또 다른 설정이었던 예능 상황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현실'이라는 구조로 리얼리티를 강조하려 했지만 결국 두 개의 페이크만 생겨났을 뿐이다. 

 

 

 

 


 
비단 연예인의 문제는 아니다. JTBC <솔로워즈>는 일반인 연애 매칭 프로그램이지만  <짝>이 보여주었던 단점을 그대로 답습한다. 외모가 뛰어난 일반인은 카메라에 더 많이 잡히며 주목을 받고 서로를 파악하기 위해 대화를 나눈다.  특이점은 커플이 되면 천 만원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커플이 되기 위해 노력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천 만원이라는 매개체 때문에 오히려 진정성은 더욱 떨어진다. 100명이라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얼마나 그들이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지도 의문이다. 커플이 되고 돈을 받는다는 설정 자체가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솔로들의 '진정한 연애'가 아닌 게임 쇼의 한계는 명확하다.

 

 

 



카메라가 돌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인이든 연예인이든 출연자들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현실에서도 연애는 카메라 속에서 펼쳐지는 판타지가 아니다. 서로 신뢰관계를 쌓고,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걸어가는 과정이 연애다. 연애의 본질이 아닌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뤄질 수밖에 없는 연애 매칭 프로그램은 이미 시청자들의 호감도를 획득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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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마녀>가 종영했다. <전설의 마녀>는 ‘교도소 출신’이라는 공통점으로 맺어진 인연을 중심으로, 그들의 복수와 사랑을 다룬 드라마로 3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지혜는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인 문수인 역으로 분해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전설의 마녀>가 방영되는 내내 시청 포인트는 ‘문수인’이라는 캐릭터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문수인은 답답하고 전형적인 여주인공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 드라마의 가장 강력한 키를 쥔 인물로, 극중 ‘신화제과’에 복수의 칼날을 들이댈 거라 기대가 되었던 이 캐릭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나치게 수동적이었다는 점이다. 착하고 예쁘기만한 캐릭터의 시대는 지났다. <왔다! 장보리>에서 주인공을 대신하여 연민정을 연기한 이유리가 주목 받은 것처럼 차라리 자신의 의사 표현이 확실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 이목이 집중되는 시대다.

 

 

 

문수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으로 일을 해결하지 못했다. 여주인공 답게 지나치게 운이 좋았던 그는 사랑도 일도 모두 성공을 거머쥐었지만 온전히 자신의 힘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도움과 우연의 산물로 이루어진 성공이었다. 복수 역시 그런 패턴을 벗어나지 못했다. 주인공은 빵만 열심히 만들었고 복수는 차앵란(전인화 분) 마도현(고주원 분)등, 다른 캐릭터들이 알아서 해주었다. 특히 마도현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복수만 도와주고 죽음으로서 다소 인위적인 등장과 퇴장을 했다.

 

 

 

이 과정에서 한지혜의 캐릭터는 점차 희미해져 갔다. 오히려 서브 출연자인 김영옥(김수미 분)에게 시선은 집중되었다. 메인 줄기보다는 코미디가 이 드라마의 시청률을 견인한 가장 큰 부분이었다는 점은 아쉽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메인 커플인 문수인과 남우석(하석진 분)의 러브스토리는 지루하고 평면적으로 흘러갔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 커플에 대한 집중도는 더욱 떨어졌다. 마도현이 깨어나면서 삼각관계가 되었지만, 이 삼각관계는 오히려 이 커플의 순수성을 훼손시키는 역할을 하고야 말았다. 아무 잘못도 없는 남편이었던 마도현이 깨어나 보니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어있는 문수인을 마주해야 했고, 남우석을 택하는 문수인의 행동은 일면 배신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결국 문수인-남우석 커플은 지지도가 현격하게 떨어졌다.

 

 

 

가장 아쉬운 것은 이런 평면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한지혜의 연기력이다. 한지혜는 그동안 보여주었던 착하고 씩씩한 아가씨 캐릭터를 벗어 나지 못한 것은 물론, 연기에 있어서도 특별한 장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한지혜는 이 역할로 인해 연기력이 다시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다소 답답하고 무거운 톤과 표정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데 실패 했고 교도소에 가거나 빵집을 차려도 망가지지 않는 한지혜의 미모는 오히려 독이 되었다.

 

 

 

한지혜는 주인공이지만 오히려 손해 보는 역할로 <전설의 마녀>를 마무리 지었다. 결국 흥행력과 연기력 어느 한 쪽도 한지혜는 증명해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김수미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했고 종영까지도 김수미의 존재감을 찬양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인공이 주인공 답지 못할 때, 드라마가 짊어져야 하는 짐은 크다. <전설의 마녀>역시 39회 동안 이야기를 제대로 주워 담지 못했고 결국은 마지막회의 급한 마무리와 전개로 종영을 했다. 그것은 시청 포인트를 잘못 가져간 탓이다. 김수미의 인기가 올라가니 김수미의 분량이 대폭 확장되었다. 상대적으로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조연의 인기가 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경우는 물론 꽤 잦은 일이지만 그것은 메인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전제 하에 조연의 매력을 발견한 경우에 가장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메인의 이야기가 어그러진 채, 조연에 모든 것을 의지한 <전설의 마녀>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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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aygj2.tistory.com BlogIcon 광주랑 2015.03.10 11: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의 눈으로 평을 잘 하시네요 ^^ 글재주가 좋고 눈이 매서운 분들을 보면 참 멋져 보여요 ^^

  2. Favicon of https://tiovedioc1982.tistory.com BlogIcon 티오'S 2015.03.10 17: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 저는 중간에 몇 번만 봤는데 기억에 남는 건 김수미씨ㅋㅋㅋ
    제 지인들도 김수미씨 때문에 본다는 분들 많았어요ㅎㅎ


 

<전설의 마녀>가 시청률 27%를 넘겼다. 30%의 고지를 넘보며 명실공이 흥행드라마가 된 것이다. <왔다! 장보리>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로서 MBC안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전설의 마녀>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네 명의 여인들의 이야기를 줄기로 하여 그들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연과 빵집을 차려 당당히 성공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누명을 벗어던지고 복수하는 이야기가 큰 줄기가 된다.

 

 

 

 

그러나 재밌는 것은 전설의 마녀의 시청 포인트가 메인 줄기가 아닌 서브 출연자들에게 쏠린다는 점이다. <전설의 마녀>는 네 명의 여인들의 사연에 모두 힘을 불어넣어 주인공이 어느 한 명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가장 큰 스토리의 줄기는 문수인 역을 맡은 한지혜에 집중되어있다. 문수인은 극중 대기업인 신화그룹의 전 며느리로서 신화그룹 회장인 마태산(박근형)에 의해 공금횡령 혐의를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인물이다. 신화그룹이 네 여인들이 감옥에 갇히게 된 배경과 관련이 깊긴 하지만 한지혜가 복수의 주요 키를 쥐고 있다는 점과 남자 주인공인 하석진과의 러브라인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가장 주요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시청 포인트는 한지혜와 하석진이라는 줄기가 아니다. 오히려 서브 캐릭터인 오현경과 변정수, 그리고 김수미에 쏟아지는 주목도가 주인공을 능가하는 것이다. 특히 김수미가 맡은 김영옥은 드라마 코믹요소의 가장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캐릭터다. 김영옥은 <전설의 마녀>에서 심복녀(고두심 분)과 초반부터 대립각을 형성하다가 친해지는 캐릭터를 맡았다. 출소해서도 심복녀와 함께 살아가게 되며 박이문(박인환 분)을 사이에 두고 심복녀와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역할이다.

 

 

 

사실 주인공에 비하면 김수미가 맡은 역할이 가진 이야깃 거리는 곁다리에 불과하다. 오히려 심복녀라는 주요 캐릭터의 사랑을 방해하고 편지를 훔치는 등, 얄미운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그러나 김수미는 이 역할을 평범하게 소화하지 않는다. 전매 특허인 코믹 연기를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애드립을 통해 캐릭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김수미가 젠틀맨 송을 부르거나 대사 중에 추임새를 넣는 포인트는 오랫동안 코믹 연기를 한 그의 내공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김수미가 등장할 때 마다 시청자들의 웃음은 증폭된다. 부가요소였던 코믹이 드라마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캐릭터가 가진 허당기 가득한 모습에 사람들은 실소를 터뜨린다. 얄밉지만 얄밉지 않은 캐릭터로 훌륭히 소화해 낸 것이다.

 

 

 

이렇게 주객이 전도된 까닭은 주인공인 한지혜의 캐릭터에 의외성이 없기 때문이다. 한지혜가 맡은 문수인이라는 캐릭터는 드라마 전반의 이야기 줄기를 잡고 있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캐릭터다. 억울한 사연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고 밝게 살아가는 인물로서 일과 사랑을 모두 쟁취해 내고 종국에는 복수까지 멋지게 성공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 캐릭터는 분명 호감도가 높은 설정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확 띄지는 못한다. 그것은 캐릭터 자체가 너무나도 전형적인 까닭도 있지만 한지혜의 연기역시 전형적인 까닭도 크다. 김수미가 캐릭터에 감정을 불어넣는 방식이 다채롭고 신선하다면 한지혜의 연기는 그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그치고 만다. 때로는 그 전형성이 지나쳐 답답함을 주기까지 한다. 단순히 캐릭터 설정에 의한 답답함이라기 보다는 한지혜의 표정이나 제스쳐들에 그다지 포인트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통통튀는 조연들의 코믹연기에 비해서 주연들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지게 된다. 결국 김수미의 코믹 연기는 드라마 시청률을 올리는 데 가장 주요한 역할을 했다. 시종일관 복수라는 진지하고 무거운 내용이 주를 이뤘다면 드라마 전반적으로 의외성을 발견하기 힘들었을 텐데 코믹요소를 적절히 섞으며 캐릭터를 개발한 것이 이 드라마의 균형을 살려주고 있다. 시청률이 오르는 만큼 김수미의 코믹연기도 빛을 발하며 주객이 전도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흥미롭다. 그러나 <전설의 마녀>가 끝날 때 쯤 대중들이 기억하는 것은 과연 한지혜일까, 김수미일까. 이런 질문을 하게 만든 것 만으로도 김수미의 명불허전 연기력에 다시 한 번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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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작가는 역시 강력했다. ‘시청률의 여왕’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건재했던 것이다. 초반 부진한 시청률을 비웃기라도 하듯, 김수현 작가의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는 동시간대 1위를 거머쥐며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이 기세라면 20%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물론 김수현 작가 브랜드에 비해서는 살짝 아쉬운 수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김수현이라는 전제를 놓고 봤을 때 가능한 평가다. <세결여>가 결국에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결여>가 처음 시청률이 부진했던 이유는  담담하게 결혼을 관조하는 듯한 김수현 작가의 새로운 시도가 새로운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지 못했고 다소 감정을 이입하기에는 힘든 주인공이 공감가지 않았던 탓이다.

 

 

주인공인 오은수(이지아)는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자신을 이해해 주기를 원하는 탓에 다소 이기적으로 비춰졌다. 지금도 오은수 캐릭터는 완벽한 호감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재혼한 남편인 김준구(하석진)의 외도로 이혼을 감행하는 오은수는 이해는 되지만 감정이입은 되지 않는다. 오은수는 여전히 자신의 행복만을 최 우선순위에 두고 있고 자신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생채기를 낸다.

 

 

작가는 오은수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김준구의 생동을 막다른 곳으로 몰고 가지만 그건 김준구라는 캐릭터에 대한 비호감을 양산할지언정 주인공에 대한 동정론으로 이어지게 하지는 못한다. 지금의 사건만 놓고 보면 김준구의 행동이 결코 정당화 될 수 없지만 그동안 오은수가 보여준 이기적인 행동의 연속은 그의 불행을 오히려 당연한 결과처럼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인공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작가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선택한 것은 바로 ‘전형성’이었다. 정태원(송창의)와 재혼한 채린(손여은)은 초반에는 부잣집 가정에서 자라난 여성스럽고 조신한 양갓집 규수로 설정되었다. 그러나 지금 채린의 캐릭터는 처음의 모습을 떠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붕괴되었다. 그는 앞과 뒤가 다르고 자신의 기분 내키는 대로 아이를 학대하는 전형적인 계모 스타일로 변모한 것이다.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가정부 임실댁(허진)은 채린과 채린의 시어머니 최여사(김용림)의 이해 되지 않는 행동에 때때로 촌철살인을 날리며 시청자들의 속을 긁어주고 있다.

 

 

임실댁의 촌철살인이 통할 수 있는 이유는 채린과 최여사 캐릭터가 시청자들이 마음놓고 미워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이 거세질수록 갈등은 증폭되고 시청포인트는 늘어난다. 주인공인 오은수가 시청자들이 마음 놓고 좋아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것과는 반대로 전형적인 악역으로 설정된 인물들 덕분에 드라마는 활기를 찾았다.

 

 

 

얄미운 계모와 독특한 가정부 캐릭터는 그동안 김수현 드라마는 물론, 수많은 드라마에서 되풀이된 과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 덕분에 시청률은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기다리는 것은 극의 중심이자 제목인 오은수의 행보가 아니라 채린의 이중적인 행태가 일벌백계 당하는 장면이다. 작가는 이런 시청자들의 마음을 꿰뚫기라도 하듯 채린의 뒷통수에 일격을 날리는 시누이를 투입하는 등, 그 욕구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시청포인트가 옮겨지며 주인공은 오히려 임실댁이라는 웃지못할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다시 한 번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주인공은 결국 끝까지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김수현 작가의 관록만은 빛났다. 시청률이 부진하다는 초반의 비판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청포인트를 하나 둘 늘려가며 새로운 시청자들을 유입했고 결국은 동시간대 1위라는 기록을 세우는데 성공했다.

 

 

<세결여> 김수현 작가의 관록으로 좋은 시청률을 거두는데 성공한 지금도 여전이 조금은 아쉬운 이유는 김수현 작가의 새로운 시도가 실패했다는 것과 결국 주인공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가 끝까지 전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결여>는 김수현 작가의 이름값은 틀림없이 해 냈지만 김수현 작가의 역량이 100% 발휘된 작품은 아니다. 물론 지금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키며 다시 한 번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끈 김수현 작가의 능력에는 혀를 내두르게 되지만 ‘주인공이 사라진’ 드라마의 전개가 아쉬운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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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작가가 1968년 데뷔 후 무려 45년간 최고의 자리를 지킨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인물들 간의 팽팽한 기 싸움을 기반으로 한 그의 ‘대사의 힘’은 일순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항상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드라마계의 혁명을 일으키면서도 앞뒤 상황 없는 막장 구조를 배제하고 나름의 개연성을 갖춘 드라마를 집필한 그의 필력은 그의 최고의 전성기가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그가 아직도 최고의 작가 타이틀을 고수하는 이유다.

 

<세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역시 김수현 드라마라는 꼬리표를 단 채, 다른 작가들에 비교할 수 없는 화제성을 모으며 10%가 넘는 호쾌한 시작을 알렸다. 서태지와의 결혼 스캔들로 숨겨왔던 과거가  드러난 이지아라는 문제적 인물을 캐스팅한 것도 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김수현 드라마는 언제나 그랬듯, 배우가 아닌 작가의 작품이었던 까닭이다.

 

 

그리하여 김수현은 그동안 그의 드라마 속에서 언제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윤여정, 이승연등 스캔들에 휘말린 여배우들을 적극 활용하며 그들의 복귀를 도왔고 그들 역시 김수현 드라마로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세결여>의 시청률이 하락했다. 물론 김수현 드라마의 저력은 앞부분 보다 뒤로 갈수록 발휘되는 경향이 짙다. 그동안 그의 드라마들은 인물들의 갈등이 극에 달해 있는 후반부 지점에서 의례히 시청률이 폭발하고는 했다. 그러나 <세결여>에 출욘허는 배우 이지아의 문제점은 다른 곳에 있다. 주로 조연을 맡았던 다른 '문제적 인물'들과는 달리 여주인공으로서 시작했던 그가 좀처럼 호감 캐릭터로 변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도 김수현 작가의 노림수가 있다. 이지아가 연기하는 ‘오은수’ 캐릭터를 활용해 언니인 오현수(엄지원분)과 갈등상황이 초래되고 자신의 친딸을 되찾으려는 그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전남편은 물론, 현재 남편, 그리고 나아가 시댁과의 갈등도 생겨난다. 한마디로 오은수는 주요 갈등의 구심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주인공에 대한 공감도에 있다.

 

 

24일 방영된 <세결여> 6회에서는 오은수가 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엄마는 아직 젊다. 다시는 남자 안만나고 늙어 죽을 수는 없다. 좋은 짝을 좋은 짝과 같이 여자로서 살고 싶어하면 안되는것이냐. 나는 옛날 엄마가 아니다.” 엄마의 행복과 인생이 중요함으로 자신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고 자신의 행복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대사다. 물론 그 말에 틀린 부분은 없다. 딸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는 어머니상은 결코 현대적이지도 않고 세련되지도 않다. 부모의 인생역시 중요하다는 점, 엄마도 여자라는 점에서 이지아의 대사는 여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낼만 하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이지아는 공감은커녕 여성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실 이런 장면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제 막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이치고는 말투와 행동이 전혀 아이 같지 않은 김수현 드라마 특유의 아역 설정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엄마는 아이와 대화를 할 때 거의 성인 수준의 말투를 구사하고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은 버거운 이야기를 해도 아이는 흐트러짐 없이 이해한다.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지만 아이는 그 말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해도 말 뜻은 모두 이해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러나 그런 작은 어색함 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그 엄마가 자신의 행복을 부르짖으며 그동안 보여준 일련의 행동에 있다.

 

 

오은수는 그동안 이상하리만큼 욕심을 부렸다. 아이가 아빠와 살고 싶다고 하는데도 자신이 키우겠다는 고집을 부린 것은 모정으로서 이해한다고 쳐도 그런 아이를 위해 자신의 행복을 전혀 희생할 생각이 없다는 것은 제 3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이기심에 불과하다. 자신이 온전히 책임질 수 없는데 전 남편은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고 아이도 원한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아빠한테 맡기는 게 옳다. 자신이 아이를 떼어놓을 때 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를 무조건 자기가 맡겠다는 오은수의 행동에  아이에 대한 배려는 없다.

 

 

 더군다나 지금 오은수는 시댁의 반대로 아이를 키우지 못해 아이를 친정에 맡겨놓은 상태다. 아무리 자신의 모친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한다고 치더라도 자신의 억지 때문에 얼떨결에 아이를 떠맡아야 하는 엄마에 대한 배려 역시 없다. 자신의 행복은 부르짖으면서도 나이든 엄마는 당연히 ‘엄마니까’ 아이를 맡아줘야 한다는 식이다. 같은 여자인 엄마의 노년의 안락함은 빼앗아도 되지만, 젊은 자신은 희생할 수 없다는 태도는 역설에 불과하다.

 

 

 

아이역시 그 안에서 행복하지 않다. 아이는 아빠한테 가겠다며 울고 떼쓰고 그로 인해 오은수의 언니인 오현수와의 갈등도 초래되었다. 오은수의 이해할 수 없는 집착에 “욕심부리지 말고 아빠한테 보내라.”고 말하는 오현수의 일침이 속 시원한 이유다. 그러나 그 속시원함을 위해 공감가지 않는 주인공을 보고 있는 것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곤욕이다. 억지를 쓰면서도 그럴만한 이유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설명되어야 하는데 오은수는 오로지 억지뿐이다. 누가 봐도 더 나은 상황이 있고 자신의 이기심만 아니라면 서로가 더 편해질 수 있음에도 오은수는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 시청자역시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그러니 주인공이 아무리 공감 가는 대사를 해도 그 말에 공감을 해주기 힘든 상황이 전개된다. 이지아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하지 않는 것은 덤이다. 애초에 조연이 아닌 주연 캐릭터라면 시청자들이 조금이라도 동화될 수 있는 포인트가 존재해야 했다. 그러나 오은수에게는 그게 없다.

 

 

이는 모두 현재 남편인 김준구(하석진분)과의 갈등과 이혼의 구실을 만들기 위한 전초전임에는 분명하다. 나중에는 이 모든 사건들이 갈등을 폭발시키기위한 밑그림이었음이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들 속에서 이지아는 결코 여주인공으로서의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독한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까닭에 시청자들은 아직까지 이지아를 제대로 바라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김수현 드라마로 야심찬 복귀를 선언한 배우에게 결코 플러스라고만은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지아의 캐릭터를 전복시켜 그를 다시 호감형 배우로 만드는 것은 상당히 힘든 작업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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