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3]가 종영까지 단 10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종영이 가까워지면서 이른바 '김병욱 사단'이라 일컬어지는 [하이킥] 시리즈의 주요 출연진들도 카메오로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야말로 '카메오 잔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이킥] 시리즈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한다면 역시 이 시리즈를 거치며 톱스타로 발돋움 한 여러 배우들이라 할 것이다. [하이킥]에 출연한 배우들은 중견배우부터 아역들까지 전 연령층에서 큰 사랑을 받았고, 이 때문에 꼭 다음 시리즈에서는 '보은'의 의미로 카메오 출연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이킥3]에는 정보석, 박해미, 정일우, 신세경, 윤시윤, 최다니엘, 황정음, 김범 등이 카메오로 나온 가운데 12일 방송분에서 '빵꾸똥꾸' 진지희가 등장해 극에 활력을 더했다.


진지희는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이순재의 손녀딸이자 정보석의 맏딸인 '해리' 역으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인물이다. 심술 궂지만 내면에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해리는 [지붕뚫고 하이킥]이 낳은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였으며, "빵꾸똥꾸" 라는 말을 전국적으로 유행시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막무가내에다가 예의 범절이라고는 조금도 모르지만 무조건 미워하기엔 너무나 귀여웠던 인물이 바로 진지희가 연기한 '해리'였다.


반갑게도 [하이킥3] 12일 방송분에서 이 해리가 다시 등장했다. 정보석의 딸이 아니라 드라마 PD의 딸로 설정만 바뀌었을 뿐, 해리의 독특한 캐릭터는 여전히 생동감 넘치게 살아 숨쉬며 극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막무가내에 막말을 쏟아붓는 것도 똑같았고, 어른 무서운 줄 모르고 반말에다 소리를 지르는 것 역시 똑같았다. 다소 밋밋한 캐릭터만 존재하는 [하이킥3]에서 '해리'의 존재는 말 그대로 군계일학의 포쓰를 유감없이 뿜어냈다.


해리는 사랑을 쟁취하는데도 망설임이 없었다. 드라마 촬영장에서 한 눈에 반한 이종석에게 끈질기게 대쉬하며 웃음을 유발한 것이다. 과연 해리다운 설정이었다. 재밌는 것은 이런 해리의 행동이 [해품달]의 민화공주 캐릭터와 묘하게 겹쳐 보였다는 사실이다. 해리 역을 연기한 진지희는 [해품달]에서 민화공주의 아역으로 열연한 바 있다. 아마 [하이킥3] 제작진이 이 점을 노리고 해리와 민화공주 캐릭터를 믹스매치 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강렬했던 것은 해리와 크리스탈의 만남이었을 것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 "빵꾸똥꾸" 해리가 있다면, [하이킥3]에는 "스튜핏" 안수정이 있다고 할 정도로 해리와 안수정 캐릭터는 유사한 점이 대단히 많다. 우선은 안하무인에 막말의 대가라는 점, 기분 나쁘면 상대가 누구든지 쏟아 붓는다는 점, 게다가 각자 필살기인 "빵꾸똥꾸"와 "스튜핏"이라는 유행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하이킥3] 초반부터 해리가 커서 수정이가 된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들의 캐릭터는 동일선상에 머물러 있다.


역대 하이킥 시리즈에서 가장 '한 성격' 하는 캐릭터인 해리와 수정이의 대결은 그야말로 불꽃이 튀었다. 탁자에 놓여진 수정이의 머리띠를 발견한 해리가 "이건 내거야!" 라고 특유의 억지를 부리자, 수정이 역시 "이게 왜 니거야!" 라며 맞받아쳤다. 그럼에도 해리가 말도 안되는 억지를 멈추지 않자 수정이가 "이 스튜핏!" 이라며 선공을 날렸다. 재밌는 건 해리가 이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자 수정이가 "스튜핏 뜻도 몰라? 이거 진짜 스튜핏이네?" 라며 연타를 때린 것이다. 


이에 직감적으로 안 좋은 뜻임을 캐치한 해리는 스마트폰으로 스튜핏을 검색해 보고서는 "뭐? 멍청이? 이 빵꾸똥꾸가!" 라고 맞받아쳤고, 이에 수정이는 "빵꾸똥꾸? 어디서 족보도 없는 욕이야?" 라며 신경질을 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야말로 유방과 항우, 호랑이와 사자의 대결이라고 할 만큼 해리와 수정이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자신들의 '한 성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과연 하이킥 시리즈가 배출한 최고의 안하무인 캐릭터들이라 할 만했다.


그리고서 이어지는 "빵꾸똥꾸"와 "스튜핏"의 대결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마치 랩 배틀이 붙은 것처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그들의 말싸움에 듣는 귀가 다 얼얼해 질 정도였다. 마치 만나서는 안 될 무림의 고수들이 잠시 대결을 펼친 것처럼 해리와 수정이의 대결은 짧았지만 강렬하고 흥미로웠다. 아예 해리와 수정이를 중심으로 해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었어도 충분히 재밌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빵꾸똥꾸"와 "스튜핏"은 시즌 1의 "오~케이!"와 함께 [하이킥] 시리즈를 대표하는 유행어다. 이 유행어를 한 자리에서 만나보는 것 자체만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하이킥] 시리즈는 미우나 고우나 역시 시트콤계의 본좌급이 분명하다. 몇 년 사이에 훌쩍 커버린 진지희를 만나볼 수 있었던 것도, 그럼에도 변함없이 째진 목소리의 "빵꾸똥꾸!"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시청자들에겐 크나큰 즐거움이었다.


이제 [하이킥3]에 남은 분량은 단 10회 뿐이다. [하이킥3]가 역대 하이킥 시리즈의 유쾌함과 즐거움을 이어 나가면서도 그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선 남은 분량을 최대한 내실있고 알차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결말의 향방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김병욱 시트콤'인 [하이킥3]가 이번에는 어떤 결말로 이야기의 끝을 맺게 될까. 자못 결말로 치닫고 있는 [하이킥3]의 남은 에피소드가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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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 짧은다리의 역습]이 이제 40회 정도의 분량만을 남겨놓고 있다.


2011년 9월 19일 화제 속에 막을 올린지 어언 5개월이란 시간이 흐른 셈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듯미지근하다. 화제를 모았던 [거침없이 하이킥][지붕 뚫고 하이킥]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하이킥3]가 역대 방송됐던 하이킥 시리즈 중 가장 '최악'이기 때문이다.


[하이킥3]가 막 방송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이 시트콤에 거는 방송가 안팎의 기대는 대단한 것이었다. 각종 연예 기획사들은 [하이킥3] 주요 배역을 따내기 위해 각종 로비와 줄서기를 서슴지 않았고, 이에 고무된 초록뱀 미디어는 [하이킥3] 제작에 무려 87억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했다. 이 제작비는 전작인 [지붕 뚫고 하이킥]의 30억에 비해 약 3배나 많은 금액이었다. 그만큼 [하이킥3]의 성공에 대한 확신이 가득했다는 이야기다.


출발은 좋았다. [하이킥3]의 첫방송 시청률은 12.4%로 역대 하이킥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이킥 시리즈의 원조인 [거침없이 하이킥]의 첫방 시청률이 7.2% 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선방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기세 좋게 뛰어 오를 것 같았던 시청률은 지지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제자리걸음을 반복했고 하이킥 시리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치열한 에피소드와 특출난 캐릭터들 역시 빛을 발하지 못했다. 시청자들의 큰 기대가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순간이었다.


시청자들의 이탈이 가속화 되면서 시청률은 더욱 난감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거침없이 하이킥]이 47회 방송만에, [지붕 뚫고 하이킥]이 36회 방송만에 시청률 15%를 넘긴 것과 달리 [하이킥3]은 그보다 약 두 배의 시간이 걸린 81회에 이르러서야 15%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시청률이 그대로 유지되지 못하고 다시 11~12%로 재조정 됐다는 사실이다. [거킥]과 [지뚫킥]이 15% 시청률을 뚫은 이 후 52회, 65회만에 20%대의 높은 시청률까지 기록했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대단히 이례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82회 방송분까지 평균을 내봤을 때 [거킥]은 평균 14.8%, [지뚫킥]은 16.1%의 준수한 성적이지만, [하이킥3]는 고작 11.9%일 뿐이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적게는 3%, 많게는 무려 5%까지 차이가 난다. 이와 같은 [하이킥3]의 들쑥날쑥하고 불안정한 시청률은 아직까지 이 시트콤이 안방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즉, [거킥][지뚫킥]처럼 '폐인'이라고 할만큼의 확고한 고정층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이킥3]는 왜 이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것일까.

 


물론 시간대가 겹치는 SBS 일일드라마 [내 딸 꽃님이]의 선전을 첫번째 이유로 들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작품 내적인 문제가 더욱 커보인다. [내 딸 꽃님이]이 시청률이 13~15%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봤을 때, [하이킥3]가 재미만 있으면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결국 문제는 [하이킥3] 자체에 있다는 소리다. [거침없이 하이킥]-[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시트콤 부활의 기치를 들어올리는 동시에 자기 혁신의 롤모델을 보여줬던 하이킥 시리즈가 [하이킥3]에 이르러 예상치 못한 한계에 부딪힌 셈이다.


[하이킥3]가 내포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특출난 '캐릭터'의 부재다. 과거 하이킥 시리즈의 등장 인물들은 대부분 독특한 감성과 개성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들이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 나문희, 박해미, 정준하, 최민용, 서민정 등이 그랬고 [지붕 뚫고 하이킥]의 이순재, 김자옥, 정보석, 진지희, 신세경, 윤시윤, 황정음, 최다니엘, 서신애 등이 그랬다. 하지만 [하이킥3]에선 이런 캐릭터들의 향연이 사라졌다. 박하선-서지석 정도만이 선방하고 있을 뿐 제대로 된 색깔을 내는 인물도,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는 인물도 찾아볼 수 없다. 이건 시트콤의 장르적 특성 상 아주 치명적인 결점이다.


매일매일이 에피소드로 연결되는 시트콤은 캐릭터들의 존재감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캐릭터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릭터가 약한 [하이킥3]는 상대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재미의 강도도 훨씬 덜해졌다. 충분히 웃길 수 있는 에피소드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의 약한 개성이 오히려 웃음의 농도를 옅게하는 부작용을 자아내고 있다. 한 마디로 악순환의 반복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캐릭터의 부재 속에 하이킥 시리즈가 그동안 견지해 왔던 세계관 역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는데 있다. 김병욱은 하이킥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나름의 세계관과 인물관을 정립해 왔다. [하이킥3]는 하이킥 시리즈의 세계관 중에서 '약자'의 시선, 즉 사회적으로 가장 밑바닥에 머무르고 있는 루저들의 삶을 다루고 싶다는 그의 관점에서부터 비롯된 작품이다. [하이킥3]의 부제가 "짧은 다리의 역습"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이킥3]는 방송 초반만 해도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백진희, 힘든 고시 공부를 하는 고영욱, 사업에 망하고 쫓겨 다니는 안내상 가족들을 통해 힘든 상황에 내몰린채 고군분투하는 인간군상에 촛점을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시청자들은 시트콤에서까지 루저들의 고군분투기를 볼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세계관부터 시청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면서 김병욱이 구축해 놓은 [하이킥3]의 컨셉은 속절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갈수록 떨어지는 시청률을 붙잡기 위해 [하이킥3]는 서둘러 작품의 전부를 리모델링 하기 시작했다. 찌질하고 가부장적이었던 남편 안내상은 경찰서에 갖다 온 뒤로 엑스트라들을 부리는 사장으로 탈바꿈했고, 온갖 궁상을 다 떨던 백진희 역시 보건소에 당당히 취직한 뒤로는 급격히 안정감을 되찾았다. 여기에 시청자들의 공공의 적과 같았던 고영욱은 도중 하차를 선언하며 [하이킥 3]의 '루저'들은 모두 컨셉 변경 혹은 퇴출의 기로에 서게 됐다.


지금 [하이킥3]의 현재는 "짧은 다리의 역습"이라는 부제와는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앞서 말한 안내상, 백진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윤계상-이적은 능력있는 의사고, 서지석-박하선-박지선-줄리엔은 안정적인 고등학교 교사이며, 김지원은 전교 1~2등을 다투는 똑똑한 학생이다. 이종석과 크리스탈은 의사인 큰 삼촌과 교사인 작은 삼촌 밑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5만원이 넘는 용돈을 받아 쓰고 살고 있으며, 집안 살림을 도맡아하고 있는 윤유선 역시 하루 세끼 걱정없이 여유로운 전업주부 생활을 하고 있다. 루저가 사라진 곳에 사회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는 엘리트 집단이 들어선 셈이다.


캐릭터의 부재와 세계관의 몰락 속에 [하이킥3]가 결국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끌 유일한 방법은 '러브스토리' 만들기 뿐이다. 서지석-박하선-고영욱 3각 관계로 극의 3분의 2를 끌어온 [하이킥3]는 이제 방향을 바꿔 윤계상-김지원-이종석 러브라인을 메인으로 밀며 나머지 에피소드를 소화하고 있다. 불행한 것은 캐릭터도, 세계관도 똑바르지 않은 이 작품의 러브라인이 [지붕 뚫고 하이킥]의 완성도 높은 애정전선에 길들여져 있는 대부분 시청자들의 기대치에 한참 모자르다는 것이며, 식상한 러브라인 형성만으로 작품 전체의 약점을 가릴 수는 없단 사실이다.


[하이킥3]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은 오도가도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캐릭터는 무너지고, 에피소드는 흥미롭지 못하다. 고도의 세계관이 흔적없이 사라졌고, 기본적인 컨셉은 시청자들에 의해 거세됐다. 주특기인 러브라인은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고, 시청률 역시 시원치 않은 성적이다. 시청률 뿐 아니라 작품 전체적인 수준을 놓고 봤을 때도 하이킥 시리즈 중 역대 최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실망스런 모습이다.


이제 약 40회 정도의 분량만 남겨 놓고 있는 [하이킥3]는 아마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대단한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 다만, 당부할 것은 작품 내적인 문제를 하나하나씩 고쳐나가면서 웃음을 유발해야 하는 시트콤의 미덕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거킥]과 [지뚫킥]이 사랑받았던 이유는 '웃겨서' '재밌어서' 였다. 지금의 [하이킥3]는 과연 그들만큼 '웃기고 재미있는가'. 혹, 허세 가득한 드라마 흉내로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쩌면 [하이킥3]의 실패는 김병욱 시트콤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쳐 준 아주 좋은 기회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김병욱과 하이킥 제작진의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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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이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짜증나는'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안내상, 윤유선부터 고영욱, 백진희에 이르기까지 [하이킥3]의 캐릭터들은 모두 민폐, 짜증 캐릭터들의 연속이다.


정감가는 이는 하나 없고 이게 시트콤인지, 사이코 드라마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 중에서 극 중 안수정 역할을 맡고 있는 크리스탈 캐릭터는 세상에서 가장 짜증나는 '여동생'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이킥3]의 캐릭터들은 모두 신경질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다. 철저히 분자화 되어 있고 가족애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거침없이 하이킥]이나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는 캐릭터 사이에 유대감과 동질감이 자리해 있었고 그것이 안정감과 편안함을 선사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하이킥3]에서는 그런 유대나 동질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아니, 차라리 가족이라는 말이 민망스러울 정도로 폭력적이고 가학적이기까지 하다.


부끄러움도 모를 뿐더러 뻔뻔하기까지 한 안내상, 매사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윤유선, 웃는 얼굴로 사람죽이는 윤계상, 막무가내 서지석, 민폐 고시생 고영욱, 잘하는 것 하나 없는 백진희, 답답하기 짝이 없는 박하선, 반항기 가득하고 매사 퉁명스러운 이종석 등 [하이킥3]의 캐릭터들은 '시트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어두운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게 김병욱 시트콤의 본질은 아닐진대 김병욱이 욕심을 부려도 너무 부린 것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들 정도다.


그 중에서 안내상의 딸이자 이종석의 동생으로 나오고 있는 '안수정' 역할의 크리스탈은 짜증스러움을 넘어 경악스러울 정도로 신경질적인 면모만을 고수하고 있다. 시종일관 오빠인 이종석과 갈등을 빚는 것은 물론이요, 예의는 밥 말아 먹었을 뿐 아니라 철저히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크리스탈은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용서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고 있다.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날 정도로 [하이킥3] 최고의 비호감 캐릭터다.


[하이킥3]에서 크리스탈이 하는 거라고는 바락바락 소리 지르며 대드는 것 뿐이다. 극 중에서 그녀가 웃는 일은 거의 없다. 매사 찌뿌둥한 얼굴로 사람을 노려보다가 오빠인 이종석에게 대들며 싸우는 것이 일상이 된 것처럼 보인다. 재밌는 것은 이종석이 크리스탈에게 먼저 시비를 거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소한 일을 꼬투리 잡아 마치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전쟁선포를 하는 크리스탈의 모습은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조차 없는 정신병 수준이다.


아무리 사춘기 여고생이라고 할지라도 이렇게까지 캐릭터를 극단으로 몰고 갈 필요는 없다. 인간은 희노애락 네 가지 감정을 모두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그렇다면 상황에 맞게 감정이 적절하게 표출되어야 하고 최소한의 인간미는 갖추는 게 상식이다. 헌데 작금의 크리스탈에게 보이는 것은 오로지 '노(怒)' 뿐이다. 하루종일 화만 낸다. 남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귀찮게하면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바락바락 대든다. 인간미는 전혀 없고 피상적인 객체만 남았다. 이 캐릭터에 애정이 안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김병욱의 전작에 크리스탈 같은 캐릭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크리스탈 캐릭터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지붕뚫고 하이킥]의 '빵꾸똥꾸' 진지희 일 것이다. 허나 진지희의 신경질적 반응은 크리스탈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진지희는 어린 아이였고, 나름의 순수함을 갖추고 있었으며, 기본적으로 가족과 친구에 대한 애정이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진지희의 '빵꾸똥꾸' 캐릭터는 엉뚱하면서도 재밌는 캐릭터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지희와 달리 크리스탈에겐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신경질'만 남아 있다. 이건 근본적으로 방향 선회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춘기 여고생이 귓전이 따갑도록 소리지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안하무인에, 예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사람에 대한 애정이나 배려조차 갖고 있지 않은 3류 캐릭터에 호응할 시청자도 아마 거의 없을터다. 만약 있다면 아마 그 사람은 f(x)의 광팬이 아닐까.


[하이킥3]를 보고 있노라니 대체 김병욱이 무슨 생각으로 시트콤을 이 지경까지 몰고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전작이었던 [몽땅 내사랑]이 나았다고 할 정도로 [하이킥3]는 짜증나는 민폐 캐릭터와 되먹지 않은 블랙 코미디로 가득차 있는 최악의 졸작이다. 어찌되었든 시트콤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흥겹게 할 의무가 있다. 이 기본적인 의무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그 시트콤은 폐기처분되어야 마땅하다. 지금의 [하이킥3]가 바로 딱 그 짝이다.


크리스탈은 [하이킥3]에 합류하면서 "김병욱 감독님의 시트콤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갖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지금에 이르러 과연 크리스탈은 김병욱 월드에 대해 여전히 신뢰를 가지고 있을까. 혹시 지독히도 이기적이고 단편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내가 이걸 왜 연기하고 있을까 하며 후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제발 김병욱이 그 되먹지 못한 '허세' 좀 집어치우고 시트콤 감독으로서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해 주길 기대한다. 캐릭터를 올바로 바로잡고 시트콤의 본분을 지켜나가는 것이 시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이대로 간다면 [하이킥3]는 결국 끝없이 추락하고야 말 것이다. 제발, 이제 더이상 크리스탈 이하 모든 캐릭터들이 보기만 해도 짜증나고 신경질나는 캐릭터로 전락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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