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부터, 710만을 돌파한 <터널>, 그리고 620만을 돌파하면서 현재 진행형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밀정>까지 한국영화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속된 흥행러쉬의 비결은 한국영화의 퀄리티가 그만큼 상승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영화들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포인트를 녹여내면서 그 메시지에 공감하는 관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 문제의 시의성을 담는 것이 어느순간 흥행코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부산행>은 헐리우드식 좀비 영화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는 작품이다. 좀비 영화에서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액션이 있지만, 그 액션보다 다른 포인트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이 <부산행>을 다른 좀비영화와 차별화하는 지점이다.

 

 

 

 

 

 

 

<부산행>은 좀비를 무조건적인 악으로 규정하고 그 안에서 생존 본능을 좇아 움직이는 인간들을 선으로 규정하는 대부분의 좀비영화는 달리, 좀비액션보다는 인간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을 피하는 게 최우선 과제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포인트는 인간의 이기심에 있다. 좀비에게 당하는 인간들보다는 인간의 서늘한 냉정함에 관객들은 분노한다. 또한 '착한 편'으로 묘사되었던 주인공조차 좀비의 발생을 초래한 최초의 지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인과율을 피할 수 없다. 우연인 듯하지만 필연인 이야기 순환의 고리와 그 안에서 눈앞에 닥친 상황을 피하려는 인간들의 고군분투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이 안에서 관객들은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가정하의 상황들에 공감을 느낀다. 좀비라는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공감을 느낄 수 잇는 이유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우리들이 경험한 상황과 묘하게 겹쳐 기시감이 들기 때문이다.  정부의 언론 통제와 사건 축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대책 발표등은 당장 위험에 놓인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큰 좌절로 다가온다. 결국 믿을 것은 사회의 안전망이 아닌, 개개인의 역량이다. 

 

 

 

 


이는 과거 ‘메르스’ 사건 등으로 만연해진 정부에 대한 불신이 이 이야기에 공감을 느끼게 하는 힘이라는 것은 한 편으로는 영화의 흥행에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좀비라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놓고 그 상황을 있을법한 시선으로 그려낸 <부산행>의 천만 돌파는 한국형 좀비영화 혹은 판타지 영화의 가능성을 알린 사건이었다. 

 

 

 

 


<터널>은 이보다 더 사회의 안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파고들었다. <터널>에서는 터널 붕괴로 터널에 갇히고 만 한 남자가 그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끝내는 그 상황에  대한 무력함으로 절망을 느끼는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 이야기에서 많은 사람들은 ‘세월호’를 떠올렸다. 감독은 세월호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이 이야기 속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은 묘하게 관객의 감정을 그쪽으로 몰고 간다.

 

 

 

 


119에 신고하는 장면부터 구조 작업이 더뎌지는 관료적인 절차들. 결국 구조를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상황 모두가 끊임없는 절망과 어둠의 한 가운데로 주인공을 몰고 간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영화는 블랙코미디를 놓치지 않으며 하정우의 연기를 십분 활용한다. 그러나 <터널>이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단순히 터널 붕괴의 부실공사 자체가 아니라 그 일을 불러일으키게 만든 상황들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무너진 터널에서 사람을 구출하는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그 터널이 왜 무너져야 했는가를 다시 상기시키며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 모았다.

 

 

 

 


안전 기준이 지켜지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진행되는 공사는 마치 구조 작업에 있어서도 그대로 진행되며 관객들의 답답함을 배가 시켰다. 세월호가 일어나게 된 배경, 그리고 그에 대한 대처 모두 이 영화가 표현하는 방식과 닮아있어 관객들은 이 영화를 더욱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밀정> 역시 우리 사회에 무거운 메시지를 던진다. 단순히 일제와 그에 대항하는 의열단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제 경찰이었던 이정출(송강호)을 통해 그의 감정선을 따라가는데 중점을 맞춘다. 기승전결은 그리하여 다소 힘이 약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독특한 메시지는 더 강렬히 전달된다.

 

 

 


극중 의열단장 정채산 역할을 맡은 이병헌이 내뱉는 대사 “우리는 실패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실패가 쌓이면 그 실패를 딛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갑니다” 라는 대사에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누군가는 친일이 그 시절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 말하지만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만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믿는 것. 그 이야기 속에서 관객들은 여전히 득세하는 친일파의 후손들을 떠 올린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역사 국정화나 위안부 합의 문제에 있어서 누군가의 권력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 그 지배를 뚫고 옳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모르는’ 멍청한 인간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친일파가 아니면 빨갱이라는 이중적인 잣대 속에서 재단 당하는 ‘신념’은 때로는 참으로 부질없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개개인의 신념. 단순히 ‘어쩔 수 없었다’고 합리화를 하는 것이 아닌, 실패를 딛고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한 걸음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이 영화는 던지고 있는 것이다.

 

 

 

 


2016년. 한국 영화의 성장은 참으로 눈부시다. 한국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는 시대다. 이런 성장 속에서 한국영화의 흥행 코드가 바로 지금 이시대가 던지는 메시지를 담는 것임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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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정이 케이블 드라마 <상상고양이>에서 유승호와 주연으로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적지 않은 비난 여론이 잃었다. 조혜정은 이전에 단역으로 tv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지만 주연급 연기자라 보기 어려웠고, 예능 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를 통해 이름을 알린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조혜정에게 금수저 논란이 인 것은 그가 가진 능력을 대중에게 인정받기 보다는 그의 아버지 조재현의 후광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배우로서 단역을 맡아왔고 심지어는 아르바이트 생신분으로 살았다고 해도 그는 좋은 가정환경에 상대적으로 연기하기 용이한 조건을 아버지로부터 획득했고, 주연으로 발탁된 시점 역시 아버지와 함께 출연한 예능으로 인지도를 쌓은 후였다. 그러나 이 예능 출연 이후로 조혜정 자체가 주연급의 캐스팅을 노릴 만큼의 인기나 인지도를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엄밀히 말해 조재현의 후광에 기댄 활동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조재현이 유명인이 아니었다면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할 이유조차 획득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갑작스런 주연을 맡고 상대역으로 그동안 인지도를 확실히 쌓아올려 주연급 배우로 성장한 유승호가 확정되었다는 것에 특혜논란이 따라붙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대중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연예인이라면 그 비난의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었다. 이런 논란에 가장 현명한 방법은 침묵이었다. 그러나 조혜정의 오빠인 조수훈까지 sns로 반격에 나서며 논란은 더욱 거세게 일었다. 결국 조혜정은 sns를 닫았고 금수저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조혜정에게 금수저 논란이 인 것은, 대중이 인정한 그의 능력 이상의 혜택이 주어졌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대중이 인정한 부분만큼 활동 범위를 늘렸다면 이런 논란을 피할 수 있었다. 조혜정은 <아빠를 부탁해>속에서도 단역부터 시작했으며 아르바이트까지 해왔다며 아버지로부터 혜택을 받지 않았음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의 존재감이 확인된 것은 <아빠를 부탁해> 이후였고 결국 대중에게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기도 전에 아버지 때문에 출연할 수 있었던 예능 프로그램 한 번으로 주연 자리에 발탁된 것처럼 보인 것이다.

 

 

 

 


조혜정은 단순히 연예인 2세기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 아니다. 김용건의 아들인 하정우 역시 연예인 2세로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아버지보다 배우로서의 지명도와 인지도가 높다. 그는 1998년 데뷔한 후,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단역을 맡으며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 <프라하의 연인>에서 전도연의 경호원 역할을 맡으며 주목을 받은 그는 2007년 드라마 <히트> 주연을 거쳐 2008년 영화 <추적자>의 살인마 역할을 통해 색깔 있는 배우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다. 이 과정에서 그의 존재감은 김용건의 아들로서 빛을 발한 것이 아니었다. 하정우라는 배우의 존재감이 아버지의 존재를 누를 정도로 강력했던 것이었다. 대중이 그를 인정하게 하고 받아들이도록 한 것은 오로지 그의 뛰어난 선구안과 재능이었다. 물론 작품운도 함께했다. 대중이 인정한 만큼 스스로 성장한 그의 존재감은 지금 캐스팅이 힘들 정도의 그의 스케줄 속에서도 확인될 수 있다.

 

 

 


결국 누구의 아들이고 딸인가가 중요한 위치에 스스로 선 것은 조혜정이다. 조혜정이 자신의 연기력이나 재능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 냈다면 이런 논란은 애초에 생기지 않았을 터다. 이제 조혜정은 아버지의 후광을 입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후광을 자신의 후광으로 옮겨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 결과는 그가 앞으로 자신이 받은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연기력이 자신이 받은 기회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 될 시, 다시 대중은 언제든지 그에게 비난의 날을 세울 수 있다. 한 마디로 조혜정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길은 연기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 그의 연기력에 대중은 더욱 혹독한 잣대를 들이댈지도 모른다. 대중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뛰어난 재능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에게는 있다. 그러나 모든 논란을 떠나서 자신의 존재감을 그 스스로 증명해 내는 순간 금수저 논란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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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1000만을 돌파한데 이어 <베테랑>역시 천만 영화의 반열에 올랐다. 비슷한 시기에 동시에 두 편의 천만 기록이 달성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며, 두 영화 모두 한국 영화라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암살>은 개봉전부터 초호화 캐스팅에 <타짜> <전우치> <도둑들>등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이라는 이름값으로 화제몰이를 하더니, 영화의 완성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1000만 흥행을 달성했다. 전지현은 이 영화로 국내최초 천만 돌파 영화에 두 편 출연한 여배우가 됐다. 그가 출연한 <도둑들>역시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었다. <암살>은 결국 <태극기 휘날리며>를 제치고 흥행순위 9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류승완감독의 <베테랑>의 흥행은 더 놀랍다. <암살>에 비하면 화제성이 덜 했음에도 올해 최장기 1위 기록도 다시 썼으며, <암살>과 비슷한 시기에 1000만 돌파를 달성했다. <베테랑>의 놀라운 흥행에 <암살>보다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 쌍끌이 흥행을 이끈 두 영화를 살펴보면 두 영화의 묘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전개 방식과 내용은 전혀 판이한 두 영화지만,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살펴보면 관객들이 어떤 영화를 원하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두 영화는 부당한 권력에 대한 투쟁과 그 투쟁이 성공으로 향해 가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 공통점이 있다.

 

 

 

<암살>은 독립군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암살>이 집중하는 것은, 그들이 나라를 위해 얼마나 희생했느냐 혹은 일본이 어떻게 무너져 가는가에 대한 조국 독립, 나라 사랑의 이야기가 아니다. <암살>은 차라리 한 에피소드에 중점을 둔다. 바로 친일파 제거 계획이라는 거대 목표를 설정한 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 스토리의 방점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부각되는 것은 일본이 얼마나 악독하고 독립군이 얼마나 희생했느냐 하는 교과서적인 내용보다는 그들이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액션과 긴장감이다.

 

 

 

애국심을 전반적인 분위기로 과장할만 한데도 <암살>은 그 애국심을 살짝 피해감으로써 오히려 부담을 줄였다. 그러나 <암살>이 집중한 것은 비록 현실이 아닐지라도 그들이 임무를 완수하고 결국 배신자를 처단하는 마지막 카타르시스다. 그들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독립은 다른 요인에 의해 일어났지만, 그들은 끝까지 절대 권력을 처단하는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완수해 낸다.

 

 

 

 

그런 과정에서 독립이라는 명제보다는 그들이 한 사건 안에서 어떻게 권력자들을 무릎 꿇리고, 또 그 임무를 완수하고 그들을 배신했던 인물마저 처단하는 과정을 강조하면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마지막 감정을 찝찝하지 않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암살>은 이야기 구조를 사건자체 보다는 캐릭터에 맞추면서 그들 안에서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모두 완결될 수 있도록 했다. 그리하여 마치 <암살>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동선에 의해 독립 과정이 전개되고, 그들로 인해 독립의 마지막이 완결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베테랑>역시 이런 면에서 암살과 다르지 않다. 절대 악으로 설정된 것은 재벌이라는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절대 권력을 가진 자다. 그는 악독하고 비열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는다. 그런 그에게 권력이 주어지자 그의 악행은 도를 넘는다. 이 역을 연기한 유아인의 연기력이 얼마나 훌륭했느냐 와는 상관없이, 조태오라는 인물은 악역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를 처단하는 과정이 즐거울 수 있는 것은 그가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절대 권력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비록 현실에서 재벌을 발밑에 무릎 꿇리는 것이 녹록치 않다 할지라도, 관객들은 그 절대 권력이 무너지는 과정을 즐긴다. 왜냐하면 영화 속에서 조태오는 단 한치도 동정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악독하기 때문이다. 그 악독함 속에 관객들은 그가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 보며 마음 놓고 속으로 비난하고 손가락질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 구조속에서 관객들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사실 권력이 무너지든 아니든, 여전히 삶은 팍팍하고 그 권력이 무너진 자리엔 또 다른 권력이 득세하기 마련이다. 사회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악순환은 반복된다. <암살>의 카타르시스와는 다르게 독립은 미국의 힘에 의해 일어났고 <베테랑>의 희열과는 상관없이, 재벌은 쉬이 무너지지 않는다. 혹여 그런 권력이 한 두개 무너져 내린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지금 관객들은 누군가를 탓하고 싶다. 그것이 비록 영화속의 환영이라 할지라도 누군가가 무너져 내리고 세상이 조금쯤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뀐다면 자신의 삶도 바뀌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사실 삶 자체를 바꾸는 것 보다는,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의 패턴을 바꾸는 편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회조차도 거세당한, 아니 그렇게 느끼게 만드는 사회 속에서 누군가를 지탄하고 규탄해야 속이라도 시원한 분위기마저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권력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결국 그 권력을 무너뜨리는 영화는 천만을 이뤄냈다. 대단한 성과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면서도 그런 현실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안타까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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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기세가 무섭다. 개봉 나흘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 220만은 가뿐히 넘어설 예정이고, 벌써부터 천만 관객 동원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서운 흥행덕택에 주연을 맡은 김수현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다. 충무로 차세대 스타로서 자리를 굳건히 한 모양새다. 재밌는 것은 최근 충무로가 2011년 유아인, 2012년 송중기, 2013년 김수현의 연이은 등장으로 인해 한층 젊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야흐로 충무로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한석규 시대부터 --최 시대까지

 

 

한국 영화가 본격적인 문화산업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90년대에 자타공인 충무로의 제왕은 배우 한석규였다. MBC 드라마 <아들과 딸><파일럿><서울의 달> 등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그는 1995년 영화 <닥터 봉>을 통해 본격적으로 충무로에 진출했다. 김혜수와 호흡한 <닥터 봉>은 그 해 가장 흥행한 영화로 남았고, 한석규는 단번에 충무로 최고의 흥행스타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이 후로는 거칠 것이 없었다. <은행나무 침대>(96), <초록 물고기>(97), <넘버3>(97), <접속>(97), <8월의 크리스마스>(98), <쉬리>(99), <텔미썸씽>(99)까지 멜로, 코미디, 스릴러, 액션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특히 <쉬리>는 전국적으로 62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고, 이 작품을 통해 한석규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90년대 한석규는 단순한 흥행 보증 수표차원을 넘어선 작품의 질과 흥행을 완벽히 보장하는 흠결 없는 배우였던 것이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한석규 원톱 시대2000년대에 접어들며 급격히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컴백작 <이중간첩>(2002)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극도의 슬럼프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 시기 한석규의 빈 자리를 빠르게 파고들었던 배우들이 바로 설경구-송강호-최민식, 이른바 설송최 트로이카. 2000년대 초반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들은 약 10여 년의 세월 동안 연달아 흥행작과 화제작들을 발표하며 한국 영화계를 삼분했다.

 

 

먼저 치고나간 쪽은 송강호였다. <넘버 3><초록물고기><쉬리> 등에서 개성 강한 조연으로 주목 받았던 그는 2000년 첫 주연작 <반칙왕>의 성공과 <쉬리>를 제치고 <공동경비구역 JSA>의 기록적 흥행을 통해 차세대 충무로 스타로 급부상했다. 이 후, 그는 <복수는 나의 것>(2002),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밀양>(2007), <놈놈놈>(2008)에 이르기까지 흔들림 없는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다.

 

 

최민식의 성장도 눈부셨다. 1999<해피엔드>에서 전도연과 호흡을 맞추며 주연으로 발돋움 한 그는 <파이란>(2001), <취화선>(2002) 등 작품성 높은 작품들에 연이어 출연하며 남다른 커리어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2003년 운명과도 같은 영화인 <올드보이>를 발표함으로써 배우 인생 최고의 한 해를 맞이한다. 그야말로 당대의 연기파 배우로 관객의 돈독한 신뢰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설경구 역시 만만치 않았다. 1999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으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2000<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거쳐 2002<공공의 적><오아시스><광복절 특사>를 연달아 발표하며 송강호, 설경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03년 사상 첫 1000만 관객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실미도>로 절정의 흥행력을 과시한 그는 <공공의 적2>(2005), <그 놈 목소리>(2006), <해운대>(2009), <타워>(2012) 등을 꾸준히 히트시키며 흔들림 없는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포스트 설송최의 등장과 ‘20대들의 반란

 

 

2000년 초중반에 가장 눈에 띄는 배우들이 설송최트로이카였다면, 2000년 중후반은 이들 뿐 아니라 황정민, 조승우, 박해일, 신하균, 장동건, 원빈, 김윤석, 하정우, 류승룡 등이 차례로 주목을 받으며 전에 없는 배우 풍년을 거둔 시기였다. 이 중에서도 황정민, 김윤석, 하정우, 류승룡은 설송최트로이카를 이어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배우군으로 손꼽히며 충무로의 기대를 듬뿍 받는 배우들이다.

 

 

2002<로드무비>2003<바람난 가족>으로 이름을 알리고 2005<달콤한 인생>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황정민은 2005<너는 내 운명>으로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케이스다. 전국관객 330만 명을 동원하며 한국 멜로 영화의 새 역사를 쓴 이 작품에서 그는 순박하고 지고지순한 캐릭터를 실감나게 소화해 평단과 관객의 열띤 호평을 받았다. 이로 인해 청룡영화상, 대종상, 대영상 등 주요 시상식의 남우주연상을 싹쓸이하기도 했는데 수상소감 중 설파한 밥상론은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유명한 어록이 됐다.

 

 

이 외에도 그는 <너는 내 운명>과 같은 해 개봉해 22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사생결단>(2006),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09), <부당거래>(2010), <댄싱퀸>(2012), <신세계>(2012)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와 캐릭터를 넘나들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2013년에도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전설의 주먹>의 주연을 맡아 변함없이 관객을 찾아왔다.

 

 

<추격자> 콤비 김윤석과 하정우도 빠지면 섭섭하다. 2006<타짜>의 아귀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김윤석은 <추격자>(2007)의 흥행을 시작으로 <거북이 달린다>(2009), <전우치>(2009), <황해>(2010), <완득이>(2011), <도둑들>(2012)에 이르기까지 출연작 대부분을 크게 히트 시키며 명실상부한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른지 오래고, 하정우 역시 <국가대표>(2009), <황해>(2010), <러브픽션>(2011), <범죄와의 전쟁>(2011), <베를린>(2012) 등에서 자연스러우면서 남성적인 매력을 어필하며 충무로 섭외 1순위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가장 높은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를 한 명 꼽으라면 뭐니뭐니해도 류승룡을 첫 손에 꼽아야 할 것 같다. 2011<최종병기 활>을 통해 관객을 사로잡은 그는 2012<광해, 왕이 된 남자><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상반된 캐릭터를 절묘하게 소화해 내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2013년에는 첫 단독 주연작인 <7번방의 선물>로 천만 관객 동원에 성공해 단기간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동안 30~40대 배우들이 장악해 온 충무로에 파릇파릇한 20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세대교체 바람이 다시 한 번 불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중심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을 비롯해 <완득이>의 유아인, <늑대소년>의 송중기가 자리하고 있다.

 

 

20~30대 여성 관객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들은 스타성을 기반으로 한 관객 동원력을 이미 증명해 보인 바 있고, 스크린 뿐 아니라 브라운관까지 장악하며 선배 영화배우들과는 전혀 다른 활동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화에만 집중하는 송강호, 최민식, 류승룡 등과 달리 행동 반경을 넓히고 폭넓은 대중성을 유지함으로써 영화배우로서 자기 색깔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동년배 남자 배우들 중 눈에 띄게 탄탄한 연기력으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극단의 캐릭터를 넘나들며 유려한 연기 색깔을 자랑하는 유아인, 깔끔한 외모와 섬세하고 세련된 연기가 장점인 송중기,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단성과 완벽한 발음, 발성의 김수현 모두 다음 세대 충무로를 선도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배우들이다. 조금만 더 갈고 닦는다면 제 2의 한석규, 2의 송강호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처럼 지금의 충무로는 여전한 위상을 자랑하는 설송최트로이카와 황정민-김윤석-하정우-류승룡 등으로 이어지는 포스트 설송최군단, 그리고 서서히 자기 필모그래피를 만들어 가고 있는 김수현-송중기-유아인 등의 젊은 배우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협력하는 곳이다. 세월이 가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는 이뤄질 것이고 그 때 쯤 새로운 배우들도 또 등장하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이 우리 시대 한국 영화의 역사를 써내려 간 중요한 배우들이란 사실이다.

 

 

앞으로 충무로에 남은 과제는 이 훌륭한 인재들을 데리고 얼마큼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느냐, 더 나아가 한국을 넘어 세계를 들썩이게 할 만한 콘텐츠를 지속 생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양과 질적으로 무한한 발전을 거듭해 온 한국 영화가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화하기를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고 또 바라본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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