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미녀배우 김태희가 ‘9대 장희빈으로 캐스팅 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장옥정>은 기대와 달리 낮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이 후에도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이며 내홍을 겪었다. ‘새로운 장희빈의 모습을 제시하고자 했던 <장옥정>은 왜 실패한 것일까. 또한 이 작품이 남긴 의미는 무엇이 있는가.

 

 

 

 

 

연기력 논란에 역사 왜곡까지, 발목 잡힌 장옥정

 

 

<장옥정>은 지금껏 잘 알려진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선악구도 문법을 완전히 전복시킨 획기적 작품이었다. 숙종과 장희빈을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그려낸 이 작품은 그들의 절절한 사랑을 메인 스토리로 끌고 나감으로써 전작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꾀했다. 이 때문에 지금껏 성녀로 그려진 인현왕후는 정치적 야망이 있는 명문가 규수로, 최숙빈은 낮은 신분을 극복하기 위해 권모술수도 마다하지 않는 영리한 여성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시청자들에게 너무 낯설게 다가갔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장희빈=악녀라는 선입견을 끝끝내 탈피하지 못했고 결국 사랑에 눈물지으며 모든 것을 희생하는 장희빈을 외면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장옥정>은 오랜 시간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무르며 동시간대 꼴찌라는 굴욕을 맛봐야 했고, 갈등이 심화되는 중반 이 후에도 제대로 된 상승 동력을 마련할 수 없었다.

 

 

게다가 장희빈을 최대한 미화하려다 보니 역사 왜곡 논란도 불거졌다. 백성들이 숭덕비까지 세워 줄 정도로 추앙받았던 민유중을 역모를 꾀하는 권신으로 그려내고, 입맛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수명을 무리하게 늘림으로써 사극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역사적 사실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었다 항간에서는 주인공만 장희빈 일 , 판타지 사극과 다를 바 없다는 혹평까지 쏟아졌다.

 

 

훗날 영조가 되는 연잉군까지 낳으며 숙종의 총애를 받았던 최숙빈을 승은조차 입지 못한 정치적 산물로 그려낸다든지, 인현왕후가 자신의 복위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여론을 움직인다든지 하는 설정 또한 무리수로 작용했다.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한 과도한 픽션은 오히려 작품의 질을 훼손시키고 몰입을 방해하는 결과만을 가져왔다. 보다 철저한 고증이 아쉬웠던 대목이다.

 

 

타이틀롤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윤여정, 이미숙, 전인화, 정선경, 김혜수 등 당대 최고의 연기파 여배우들이 연기한 장희빈에 익숙한 대중은 과도한 표정 연기와 어설픈 대사 처리를 용서하지 못했다. 중반을 지나면서 다소 안정되기는 했지만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여론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역대 장희빈 중 최고 미모를 자랑했지만, 연기력만큼은 예외였던 셈이다.

 

 

결국 <장옥정>은 당초 기대와 달리 단 한 번도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채 쓸쓸하게 퇴장하게 됐다. 강력한 경쟁작이었던 <구가의 서>에 밀렸음은 물론이고,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 <직장의 신>에도 승기를 내어주며 역대 장희빈 중 가장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만 것이다. 이로써 지난 50년간 승승장구하던 장희빈의 흥행불패신화<장옥정>으로 인해 막을 내리게 됐다.

 

 

 

 

장옥정이 남긴 의의는 무엇?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옥정>을 완전한 실패작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시청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의 의미는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기존의 문법을 거부하고 새로운 스토리를 구현한데 있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관계를 조강지처와 첩의 관계가 아니라 정치적 대립 관계로 설정함으로써 보다 다각화 된 접근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앞서 방송 된 수많은 장희빈들이 항상 새로운 장희빈을 표방했다가 중반을 지나면 시청률 논리에 매몰 돼 전형적 선악구도로 회귀한 것과 달리 <장옥정>은 뚝심 있게 처음 설정한 스토리를 그대로 밀고 나갔다. 그 과정 속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심각한 오류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기획의도를 충실히 지켜나갔다는 점에서 격려의 박수를 받을 만하다. 적어도 스스로의 다짐을 배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유부단하게만 그려졌던 숙종을 정치에 능하고 사랑을 지키는 로맨티스트로 그려낸 점도 인상적이다. 단언컨대 역대 장희빈에 등장한 숙종 중 <장옥정>의 숙종이 가장 섹시하고, 정열적이었으며, 멋있었다. 환국을 서슴지 않으며 막강한 왕권을 휘둘렀던 실제 역사 속 숙종을 가장 비슷하게 묘사해 냈다. 적어도 <장옥정>의 숙종은 훗날 등장할 여러 숙종에 교과서적 표본으로 자리매김하기 충분하다.

 

 

청춘스타 유아인의 열연은 그야말로 발군이었다.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퇴폐적이고 마초적인 캐릭터를 실감나게 보여줬던 그는 <장옥정>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력과 훌륭한 캐릭터 소화로 대중의 찬사를 이끌어 냈다. 우왕좌왕했던 김태희 대신 극의 무게감을 한층 더한 그의 존재감은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절대적이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활약 중인 그의 앞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장옥정>이 작품성과 시청률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제작 될 장희빈 이야기에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장옥정>의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본받을 점은 강화한다면 뻔하디 뻔한 장희빈이 새롭게 탄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장옥정>이 겪은 시행착오와 그들이 남긴 족적은 그리 가볍지 않다 할 것이다. 수많은 방송 관계자들이 뜻 깊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실패한 것도 있고, 성공한 것도 있지만 <장옥정>이 나름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은 인정해주고 싶다. 지난 3개월 간 고생 많았던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심심한 격려와 위로의 말을 전하며 새로운 ‘10대 장희빈의 등장을 내심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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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 작품을 대하는 분위기도 조금씩 반전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역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장희빈이라는 소재를 가지고도 이정도 성적이라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직장의 신>이 종영하면서 장옥정은 시청률 10%를 돌파할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중반이 넘은 시점에서까지 동시간대 꼴찌라는 점은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시청률은 더 오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장옥정>이 성공작이냐 하는 지점에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장옥정>측은 처음 ‘장옥정’이라는 인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할 것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나 장옥정의 시청률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예전의 장옥정이 그랬던 것처럼 독기를 뿜어내고 간계를 부리는 지점이었다. 물론 장옥정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무게를 두었다는 점, 숙종과의 멜로가 더 강화됐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두려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그렇다고 장옥정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가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 와중에 타이틀롤을 맡은 김태희에 대한 연기력 논란은 아직도 첨예한 논쟁거리다. 극이 무르익을수록 처음보다는 익숙해지는 모습이 보이는 탓에 김태희가 많이 발전했다는 의견들도 발견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직까지 김태희의 연기력을 볼 때면 시청자들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증거다. 아직까지 김태희 연기력을 평가하면서 브라운관을 쳐다봐야 한다는 것 자체가 김태희에게 지긋지긋 하게 따라 붙었던 연기력 논란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분명히 김태희가 처음 데뷔했을 때 보다는 김태희의 연기력은 늘었다. 그러나 김태희의 연기력이 늘었다는 것은 사실 칭찬이라고 할 수 없다. 아직까지 시청자들이 그의 연기력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김태희는 확실히 예전보다는 자연스러워 졌지만 그렇다고 그 연기력이 뛰어나다거나 혹은 안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김태희 연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표정에 있다. 김태희는 아직까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표정을 벗어나지 못한다. 슬플 때 짓는 표정, 놀랄 때 짓는 표정, 사악할 때 짓는 표정 등이 틀에 박힌 듯 일정하다. 여전희 김태희는 악녀가 되는 과정에서 눈을 부릅뜨고 입으로는 비웃음을 날리는, 예의 그 표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기력 자체는 최악이라고까지 평가내릴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김태희만의 개성을 찾아 볼 수도 없다.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새로운 장희빈은 김태희의 화려한 외모 말고는 없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쉬이 김태희에 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연기력 논란은 그의 캐릭터가 독하게 변해가는 과정에서 줄어들었다. 사실 연기 중 가장 해석의 여지가 적은 연기가 독하고 악한 연기라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수없이 반복되온 캐릭터인 탓에 어느 정도 정형화 된 패턴이 존재하는데다가 감정의 표현역시 다채롭지 않고 일관성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연기에 새로운 색을 입히는 것은 온전히 연기자의 몫이다. 그러나 김태희는 그 과정에서 결코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김태희가 아닌, 숙종역을 맡은 유아인에게서 새로운 가능성이 발견된다. 유아인은 김태희보다 여섯 살이나 어리지만 연기력으로만 따진다면 십년은 앞 서 있다. 유아인의 연기 데뷔는 2003년 <반올림>에서 였고 김태희는 2001년 <선물>이라는 영화로 연기 경력을 시작했다. 연기 경력만 따져도 유아인보다는 김태희가 앞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김태희는 연기력에 발목을 잡혀있고 유아인은 연기력에 있어서만큼은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다.

 

그래서 김태희가 최근 인터뷰에서 한 '얼굴이 늙고 못생겨져야 연기력 논란이 없어질 것'이라는 그 자신에 대한 평가는 상당한 오류다. 그렇다면 연기력 논란이 없는 유아인은 못생겼다는 것인가. 같은 여자배우만 보더라도 심은하, 손예진등 연기력과 미모를 동시에 인정받은 스타들도 상당하다. 완벽한 외모는 연기력을 평가 받는데 있어서 오히려 플러스다. 남들보다 쉽게 주연을 맡을 수도 있고 더 많은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 안에서 제대로 된 연기력만 보인다면 오히려 그 외모와 연기력의 조합은 한 배우를 독보적인 스타로까지 만들 수 있다. 김태희는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아직도 연기력 논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는 '늘었다'는 평가가 아닌,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줄 시점이다.

 

지금 <장옥정>에서는 오히려 유아인이 빛난다. 유아인은 김태희와의 멜로와 정치적인 머리싸움을 넘나들며 그 감정의 전환을 자유자재로 해 낸다. 다소 억지스러운 장옥정의 간계도 유아인의 연기력이 뒷받침되기에 그 설득력을 가진다. 시청 포인트는 장옥정이 독해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과정은 이미 수없이 되풀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김태희 역시 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유아인의 연기력은 젊은 배우의 가능성을 재확인 시키며 새로운 시청 포인트가 되고 있다. 김태희보다 유아인이 앞으로 훨씬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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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인현왕후가 중궁전에 입성하면서 장옥정의 악녀 본색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장희빈의 흥행 포인트인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궁중암투가 본격화됨에 따라 시청률 상승 또한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기존의 장희빈과 다른 점이 있다면 희생과 인고의 상징인 인현왕후가 매우 정치적이고 권력지향적인 인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 쯤에서 궁금해진다. 과연 인현왕후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것처럼 모든 것을 담담히 인내하고 받아들였던 후덕한 여인이었을까, 아니면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그리고 있는 것처럼 중전의 자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야심있는 여성이었을까.

 

 

 

 

엘리트 코스밟았던 인현왕후의 자존심

 

 

인현왕후는 당시 조선 시대 여성 중에서도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이었다. 서인세력 중에서도 뼈대 있는 가문을 자랑하던 여흥 민씨 집안의 여양부원군 민유중의 딸이었고, 외할아버지는 서인의 거두 송준길이었으며 외척으로는 우암 송시열을 곁에 두고 있었다. 그가 숙종의 계비로 발탁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실제로 그를 왕비로 적극 추천한 이는 송시열과 숙종의 모후 명성왕후 김씨였다. 한 마디로 집권세력과 왕실세력의 비호를 한 몸에 받은 셈이다.

 

 

이렇듯 날 때부터 최고의 양갓집 규수가 열다섯 어린 나이에 지존의 짝인 왕비가 되었으니 자존감이 하늘을 찔렀음은 어렵지 않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인현왕후 특유의 자신감은 궁 밖에 쫓겨나 있던 장희빈의 환궁 과정을 통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당시 장희빈은 명성왕후에게 남인의 간자로 찍혀 궐 밖으로 쫓겨난 상태였다. 그러나 명성왕후가 승하하자 인현왕후는 장희빈을 다시 숙종의 곁으로 불러들인다. 한 마디로 남편의 첩을 제 손으로 끌어 들인 것이다.

 

 

인현왕후가 이런 선택을 한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첫째는 숙종이 장희빈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 둘째는 남인세력이었던 시할머니 장렬왕후 조씨가 장희빈의 환궁을 은근히 부추겼다는 것, 셋째는 인현왕후 스스로 장희빈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인현왕후는 자신보다 나이도 한참 많고 한미한 가문 출신의 장희빈을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양갓집 규수로서 그것은 해서도, 할 수도 없는 생각이었다.

 

 

인현왕후에게 장희빈은 숙종을 거쳐 가는 여러 여자 중 한명일 뿐이었다. 중전의 자리에 앉아있는 자신이 평생을 걸쳐 두고두고 신경 쓸 라이벌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셈이다. 그러나 인현왕후의 안일한 생각과 달리 장희빈은 훨씬 영리했고 정치적이었으며 숙종의 사랑을 잘 이용할 줄 아는 여성이었다. 숙종의 총애를 받으며 날이 갈수록 기세등등해 지는 장희빈의 위세는 인현왕후로선 도저히 용납하기 힘든 현실이었을 것이다.

 

 

 

인현왕후도 투기를 했다

 

 

기본적인 예의범절이 생활화 된데다가 왕비의 체면과 체통을 중시했던 인현왕후는 대놓고 장희빈을 구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에는 숙원의 첩지를 내리고, 다과를 함께 하는 등 후덕한 조강지처의 품격을 보이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인현왕후 또한 중전 이전에 여자이니 어찌 투기를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는 장희빈이 매우 교만하다는 이유를 들어 회초리를 때리기도 했는데, 장희빈으로선 아무리 윗전이긴 하지만 자신보다 여덟 살이나 어린 사람에게 끌려가 매를 맞는 것이 보통 고욕이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인현왕후는 장희빈에 대한 숙종의 총애가 너무 지나치자 서인의 거목 중 한 명인 김수항의 증손녀를 후궁으로 들여 장희빈을 견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재밌는 것은 김수항의 증손녀는 명문세가의 여식이라는 이유로 궁에 들어오자마자 당시 숙원이었던 장희빈보다 윗전인 소의의 첩지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소의 김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의 바로 아래 단계인 귀인 김씨에 책봉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인현왕후는 장희빈의 미천한 출신을 환기시키며 내심 그를 조롱한 것이다.

 

 

그러나 귀인 김씨의 존재와 상관없이 장희빈에 대한 숙종의 사랑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에 초조해 진 인현왕후는 직접 숙종을 찾아가 자신이 꿈을 꾸었는데, 꿈에 현종과 명성왕후가 나타나 민씨와 장씨는 본래 원수지간으로 현재 장씨가 복수하려하며, 경신환국 후 원한을 품은 이들과 결탁하여 나라에 화를 미칠 것이다. 그리고 장씨 팔자에는 아들이 없고 민씨에게는 자손이 많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며 직접적으로 장희빈을 공격하기까지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인현왕후는 장씨는 전생에 숙종의 활을 맞고 죽은 짐승의 화신이라는 험담까지 했는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현숙하고 어진 인현왕후의 이미지와는 매우 상반된 모습이다. 인현왕후의 위와 같은 발언은 장희빈의 숙종의 첫 아들인 경종을 낳으면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숙종은 인현왕후를 폐비시키면서 아들도 낳지 못한데다가 체통을 잃고 투기까지 한 죄목을 함께 물었다. 몇몇 사료에서는 숙종이 인현왕후를 연산군의 친모인 폐비 윤씨 보다 못한 죄인이라고 일갈했다고 전한다.

 

 

 

 

죽는 순간까지 장희빈을 궁지로 몰아

 

 

장희빈에게 중전의 자리를 빼앗긴 인현왕후는 5년간 안국동 본가인 감고당으로 돌아가 폐출 생활을 감내했다. 정부의 제대로 된 지원조차 없었던 이 시기에 인현왕후의 몸과 마음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손상됐다. 인현왕후가 서른 다섯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이유도 바로 폐비 때 얻은 여러 가지 병증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불결한 환경과 지속적인 굶주림은 부족함을 모르고 산 양갓집 규수에겐 버티기 힘든 악조건이었을 것이다.

 

 

1964년 서인 세력이 재집권한 갑술환국이 일어나면서 중전으로 복위한 인현왕후는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7년이 넘는 세월동안 병마와 싸웠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그는 장희빈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못했다. 과거의 악연을 떨쳐 버리지 못한데다가 세자의 친모이기도 한 장희빈은 인현왕후가 살아 있는 그 날까지 가만 둬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언제든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만큼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제거할 필요가 있었던 셈이다.

 

 

인현왕후는 승하하기 얼마 전부터 자신의 건강이 악화된 이유는 모두 희빈의 저주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나의 병 증세가 지극히 이상한데, 사람들이 모두 반드시 빌미가 있다고 한다고 말했는데, 이 빌미란 것이 바로 장희빈의 저주를 뜻한다. 인현왕후의 이 같은 말은 차후 장희빈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로 장희빈은 인현왕후를 무고했다는 죄목으로 인현왕후 승하 2개월 만에 사약을 받고 사사 당했다.

 

 

지금껏 살펴본 것처럼 역사 속의 인현왕후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린 것과 다른 두 얼굴의 인물이었다. 그는 명문세가의 딸로 태어나 깍듯한 예의와 품격이 몸에 밴 사람이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남편의 애첩에게 질투를 하는 평범한 여성이기도 했다. 불행히도 인현왕후 궁인 출신의 장희빈이 자신의 라이벌이란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고, 평생을 장희빈에 대한 콤플렉스와 피해의식에 시달렸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인현왕후의 진짜 맨 얼굴이다.

 

 

숙종과 함께 서오릉 중 하나인 명릉에 묻혀 있는 인현왕후는 지금쯤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어쩌면 끝끝내 역사의 승리자로 남아 연적이었던 장희빈을 희대의 악녀이자 요부로 전락시킨 것에 대해 매우 만족스러워 하고 있지는 않을까.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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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피 말리는 4월화 드라마 대전이 시작됐다.

 

 

KBS 2TV <직장의 신>이 한 주 먼저 스타트를 끊은 가운데 8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MBC <구가의 서>가 동시에 첫 방송을 내보내면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모양새다.

 

 

흥미로운 것은 미녀스타 김태희와 이연희가 동시에 TV 브라운관에 컴백하며 명예회복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과연 이 두 미녀스타들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 거듭날 수 있을까.

 

 

 

 

 

세대를 대표하는 미녀스타, 김태희 Vs 이연희

 

 

배우 김태희는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미녀스타다. 70년대 정윤희, 80년대 황신혜, 90년대 김희선이 있다면 2000년대에는 단연 김태희가 있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완벽한 비율, 여기에 명문대 출신이라는 학벌까지 완벽한 스펙을 갖추고 있는 그는 뭇 남성들의 이상형인 동시에 뭇 여성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만큼 김태희는 대중이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여성상을 가장 충실히 구현한 최고의 스타로 손꼽힌다.

 

 

이연희 또한 20대 배우들 중 도드라진 미모를 자랑하는 스타다. 화려하고 조각 같은 외모는 아니지만 청순가련하고 담백한 외모는 순정만화에서 툭 튀어 나온 듯 매력적이다. 환한 눈웃음과 서글서글한 입매 또한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게다가 이연희는 요즘 찾아보기 힘든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특유의 싱그러움과 상큼함은 20대 여배우 중 으뜸이다. 배우로서 이만한 외양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외모 덕분에 김태희와 이연희는 광고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며 유명세를 떨쳤다. 엄청난 몸값에도 불구하고 대여섯 개가 넘는 CF에 등장했던 그들은 출연하는 광고마다 대박 행진을 이어가며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CF 모델로서 명성을 쌓아나갔다. 여배우들의 선망이라고 할 수 있는 화장품은 물론이거니와 통신, 가전, 요식 등 주요 CF는 모조리 독식했던 것이다.

 

 

그러나 CF, 화보, 패션 등을 통해 스타로서 누리는 빛나는 영광 뒤엔 언제나 '발연기' 라는 꼬리표가 지겹게 따라 붙었다. 김태희와 이연희는 데뷔 이래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갔지만 배우로서 호의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예쁜 얼굴,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작품마다 혹평을 들었고, 연기하는 캐릭터마다 낙제점을 받았다. 이는 김태희에게도, 이연희에게도 크나큰 불행이었다.

 

 

 

 

계속되는 발연기 논란, ?

 

 

도대체 왜 그들은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김태희의 경우에는 조연을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주연을 맡았던 탓에 기본기를 다질 시간이 현저히 부족했다. 문제는 연기력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녀는 캐릭터 변신에 병적으로 집착했다는 것이다. 대중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이 앞서다보니 그릇에 맞지 않는 작품과 캐릭터를 연속해서 선택하는 우를 범한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구미호외전><중천><싸움><아이리스> 등으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가 전혀 매력적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검을 휘두르고, 몸으로 치고 박고 싸우는 김태희는 대중이 기대했던 김태희와는 완전히 상반된 캐릭터였다. 배우로서의 내적 성장보다 외적 캐릭터의 전복과 파격으로 승부를 보려했던 김태희의 전략은 사실상 완벽한 실패로 귀결됐다. 슬프게도 그녀가 선택한 일련의 캐릭터들은 김태희의 이미지와도, 김태희가 표현할 수 있는 연기 스펙트럼과도 거리가 멀었다.

 

 

당시 김태희에게 필요한 것은 기다림이었다. 대중과 영합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영민함, 이미지를 지키면서도 배우로서 기본기를 다질 줄 아는 현명함이 그녀에겐 절실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하루라도 더 빨리 연기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갈망과 욕구가 그녀를 급하게 만들었다. 김태희가 진즉 알았어야 하는 것은 배우 스스로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와 작품은 대중 역시 불편해 한다는 것, 그리고 급작스러운 이미지 전복은 오히려 대중적 괴리감을 낳는다는 사실이었다.

 

 

기본기가 없는 것은 이연희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발성, 발음, 표정 연기 등에서 상당한 약점을 노출한다. 감정 없는 대사톤은 시청자들을 지루하게 만들고 강약이 조절되지 않는 목소리는 드는 이를 피곤하게 한다. 냉혹한 이야기지만 이연희의 연기는 데뷔 이래 지금까지 막 연기를 시작한 신인 연기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쁜 외모조차 빛을 잃을 만큼 매력이 없다.

 

 

김태희가 파격적 캐릭터나 다양한 장르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노력이라도 했다면, 이연희는 그 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그런 작품에서 색깔 없는 캐릭터만을 연기하다보니 대중의 뇌리에 각인 된 작품이 단 한 편도 존재하지 않는다. ‘스타 이연희는 여러 가지 수식어로 대변되는 반면 배우 이연희는 내세울 만한 대표작이 딱히 없다. 배우 생활을 계속할 생각이라면 이는 분명한 위기 상황이다.

 

 

 

 

김태희와 이연희, 배우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렇듯 동병상련의 고민을 갖고 있는 두 여배우가 2013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각각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구가의 서>를 통해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것이다. 특히 <장옥정, 사랑에 살다>9대 장희빈을 연기하는 김태희의 의욕은 대단하다. 역대 장희빈 흥행 신화를 이어나가는 동시에 지긋지긋하게 따라 붙던 연기력 논란 또한 확실히 떼어버리겠다는 각오다. 부담스럽지만 첫 사극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희대의 악녀장희빈을 조선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로 재해석 한 이 작품에서 김태희는 차분하고 담백한 연기로 첫 방송을 훌륭하게 마무리했다. 과하지 않은 캐릭터 해석과 어색하지 않은 대사 처리는 합격점을 받을 만 했고 화면을 장악하는 힘 또한 일취월장했다. 우려와 달리 사극에 잘 녹아들며 타이틀롤로서 부끄럼 없는 활약을 펼쳐 보인 셈이다. 향후 그의 연기가 기대 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희노애락을 담아내는 표정 연기는 여전히 부족함이 드러났다. 극이 진행되면서 점차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그 동안 약점으로 지적 된 이 부분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 연기를 할 때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캐릭터의 삶을 온전히 표정과 몸짓으로 드러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구가의 서>에 특별출연 중인 이연희의 연기는 조금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첫 회 방송에서는 여전히 어색한 티를 온전히 벗어던지지 못했다. 출연하는 4회 동안 계속 이런 식의 연기를 한다면 조금 곤란하다. 다행히 신우철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이연희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펼쳤고, 오열 장면 등에서는 감정이 잘 표현됐다고 공언한 만큼 기대를 가져도 좋을 듯하다.

 

 

20134,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김태희와 이연희는 과연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며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선 두 미녀스타가 작품을 끝마칠 때 어떤 결과를 얻어가게 될지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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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중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제작진과 배우 모두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특히 여주인공 오영 역의 송혜교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미모 뿐 아니라 연기력까지 재평가 받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송혜교의 라이벌 격인 전지현과 김태희 또한 이에 질세라 활발한 활동을 재개하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단 사실이다. 바야흐로 태혜지 시대의 부활이라 할 만하다.

 

 

 

 

 

2000년대 초중반을 수놓은 태혜지 시대

 

 

1990년대가 최진실과 김희선의 쌍두마차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누가 뭐래도 김태희-송혜교-전지현로 대표되는 트로이카의 시대였다. 선발주자는 송혜교였다. SBS 일일시트콤 <순풍 산부인과>로 대중의 눈도장을 받은 그는 2000<가을동화>를 시작으로 <수호천사><호텔리어><올인><풀하우스> 등을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자타공인 여의도 최고의 흥행 보증수표로 굳건히 자리매김한다.

 

 

전지현 또한 지지 않았다. 1999SBS <해피투게더>에서 상큼한 마스크와 신선한 연기로 주목받은 뒤 2000년 영화 <시월애>2001<엽기적인 그녀>에 출연하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한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로는 이례적으로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엄청난 흥행을 거둔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전지현은 동년배 여배우 중 가장 오묘하면서 독특한 매력을 지닌 스타로 대중에게 깊이 각인될 수 있었다.

 

 

마지막 주자는 김태희였다. 2003SBS 드라마 <스크린>으로 연기자 신고식을 치룬 그는 <천국의 계단><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을 거치며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완벽한 외모와 몸매에 명문대 출신이라는 메리트가 더해지면서 김태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상적인 여성으로 손꼽히게 된다. 비록 송혜교, 전지현보다 데뷔는 다소 늦었지만 단기간 내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단숨에 이들과 비슷한 위치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톱스타의 반열에 오르면서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구축했고, 미모와 인기 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만큼 박빙의 대결을 펼쳤다. 특히 이 세 여배우는 화장품, 의류, 통신, 아파트, 가전 등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CF들을 독식하다시피 하며 CF 시장을 삼등분했다. 인기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광고계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것이다. 본격적인 태혜지 시대의 개막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며 영원할 것만 같았던 태혜지 시대 역시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연기력이 도마 위에 오르며 따가운 눈총을 받은데다가, 흥행력 마저 현저히 떨어지며 커리어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이다. 이는 곧 막강한 존재감을 과시했던 광고계에서의 영향력 약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었다신민아 같은 다크호스가 나타나 판을 흔들고 '피겨 여왕' 김연아가 각종 CF를 섭렵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부활한 태혜지’, CF퀸 넘어 배우로

 

 

태혜지의 상품성이 근간부터 의심 받기 시작하면서 결국 태혜지 시대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상품성 제고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짐으로써 더 이상 안일한 자세로 머물러 있을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이들로서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제대로 된 승부수를 띄워야 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이들 세 사람 모두 위기를 맞이하면서 배우 본연의 업무에 더욱 몰두하기 시작했단 사실이다. 한 두 개의 CF 계약에 연연하는 대신 배우로서 착실한 커리어를 쌓아가는 방식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한 것이다.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는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연예인으로서 오랜 인기를 누리며 사랑 받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배우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진리를 정확히 꿰뚫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2012년을 기점으로 태혜지 시대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전지현의 재기는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신비주의 이미지 마케팅으로 본의 아니게 대중과 멀어졌던 그는 2012년 영화 <도둑들>에서 상큼하고 섹시한 매력의 예니콜로 분해 그동안의 부진을 한방에 만회했다. 결혼과 함께 인간적이고 친근한 매력을 갖춘 스타로 거듭난 것 또한 매우 의미 있는 변화다. 이 덕분에 그는 잠시 부진했던 CF 시장에서 다시 한 번 만개하고 있다.

 

 

오랜 시간 작품성 있는 영화에 몰두하며 배우 타이틀을 얻기 위해 절치부심했던 송혜교 역시 2013<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완벽한 명예회복을 했다. 절정의 미모와 뛰어난 패션 감각을 과시하며 뭇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로 떠오른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층 깊어지고 절제된 연기력으로 배우 송혜교의 존재감을 만방에 과시했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은 송혜교의 연기에 내가 졌다. 오영 캐릭터의 성과는 오로지 송혜교의 차지다라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김태희 또한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섰다. 2011MBC <마이 프린세스>를 통해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하며 호평을 이끌어 낸 그는 2013SBS 새 월화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통해 첫 사극 연기에 도전한다. 장희빈의 파란만장한 삶을 연기하는 만큼 그동안의 연기력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흥행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예정이다. 전작인 <야왕>25%라는 높은 시청률로 종영해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또한 고무적이다.

 

 

이처럼 30대에 접어든 태혜지는 나름의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배우로서, 스타로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실패할 때도 있었고 성공할 때도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한 곳을 향해 내달리는 이들의 집중력은 분명 박수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이제 이들은 단순한 CF 스타가 아니라 작품을 책임질만한 무게감 있는 여배우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혜지 시대의 부활이 반가운 이유다.

 

 

과연 태혜지는 끝까지 배우의 본분을 잃지 않고, 스타로서의 자긍심을 지키며 오랜 시간 대중의 곁에 머무를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이 연예계의 소중한 자산들이라는 것, 그리고 여전히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태혜지를 사랑하는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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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방송사의 자존심을 건 4월 월화 드라마 대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월화 드라마가 비슷한 시기에 모두 교체되면서 치열한 격전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MBC <마의>SBS <야왕>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한 만큼 후속작들간의 기싸움도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할 전망이다.

 

 

배우, 작가, 연출자 너나 할 것 없이 당대의 거물급들이 총 출동하는 4월 드라마 대전에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MBC <구가의 서>, 월화 드라마 최고 기대작

 

 

48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MBC <구가의 서>는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힌다. <찬란한 유산><더킹 투하츠>국민 남동생이승기와 <드림하이><건축학개론>국민 첫사랑수지가 주연을 맡은 것 자체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이성재, 정혜영, 조성하, 이연희 등 탄탄한 배우진이 포진해 뒤를 받친다. 대어급 배우들이 총 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고 있다.

 

 

제작진의 면면 역시 뒤쳐지지 않는다. <유리구두><호텔리어><오필승 봉순영><제빵왕 김탁구><영광의 재인> 등으로 유명한 강은경 작가와 <파리의 연인><온에어><시크릿 가든><신사의 품격> 등으로 흥행 신화를 써온 신우철 PD가 손을 잡았다. 각자의 영역에서 매번 최선의 결과를 뽑아낸 베테랑들인 만큼 이번에도 탄탄한 호흡으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청자들에게 여전히 생소한 판타지 사극장르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 작년 <아랑사또전><전우치> 등 판타지 사극을 표방했던 대부분의 작품은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초라하게 퇴장한 바 있다. 복잡한 세계관과 유치한 CG, 진부한 관계설정 등이 시청자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구가의 서>는 이를 타산지석 삼아 판타지 사극의 신선함을 유지하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고 쉽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전작인 <마의>가 마지막 회를 동시간대 2위로 마쳤다는 것 또한 부담스럽다. <마의>가 동시간대 1위를 지킨 상태에서 바통을 넘겼다면 훨씬 수월한 싸움이 됐을 텐데 막판에 역전을 당하는 바람에 <구가의 서>로선 전작의 후광을 기대하기가 사실상 힘들어졌다. <마의>가 지난 6개월 동안 방송되며 MBC 월화 사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진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장희빈 흥행신화 잇는다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구가의 서>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소설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악독하게만 그려졌던 지금까지의 장희빈과 차별화 된 설정으로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보염서(조선시대 화장품 생산을 전담하던 곳)를 배경으로 인간 장옥정이 가지고 있는 여성적 매력을 최대한으로 발현시키는 한편, 연적 인현왕후와 대립하며 숙종과의 절절한 러브스토리 또한 그려낼 예정이다. 익숙한 소재에 신선한 접근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주인공 장옥정 역에는 당대의 미녀배우 김태희가 캐스팅 됐다. 김지미, 윤여정, 이미숙 등 최고의 여배우들이 역대 장희빈을 연기한 전례에 비춰볼 때 김태희 정도의 대스타라면 충분히 장희빈을 연기할 자격이 있다. 그녀는 데뷔 이래 첫 사극도전이라는 점에서도 안팎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숙종과 인현왕후는 청춘스타 유아인과 빼어난 연기력과 미모를 자랑하는 홍수현이 맡았고 이 외에도 재희, 한승연, 성동일 등이 힘을 보탠다. <구가의 서> 못지 않는 위용을 자랑하는 셈이다.

 

 

이에 비해 제작진의 무게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로비스트><스타의 연인><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의 방용철 PD가 메가폰을 잡았고, 원작의 저자인 최정미 작가가 극본을 담당한다. 첫 드라마 집필에 나선 최정미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얼마나 잘 드라마로 구현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제 페이스를 빨리 찾아야 전작 <야왕>에 이어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다.

 

 

주인공 김태희 또한 연기력 논란이 불거지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껏 장희빈을 연기한 여배우들 대부분은 뛰어난 미모만큼이나 출중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이들과 달리 김태희가 예전과 다름없는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면 작품 자체가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여배우들이 모두 연기하고 싶어 하는 장희빈을 맡았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다.

 

 

 

 

KBS 2TV <직장의 신>, 김혜수의 저력을 믿는다

 

 

지난 2개월간 시청률 3%대에서 허우적댄 <광고천재 이태백> 때문에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KBS<직장의 신>으로 대역전극을 노린다. 일본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둔 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우리집 여자들>의 전창근 PD가 연출을, <꽃미남 라면가게>의 윤난중 작가가 극본을 맡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당초 <직장의 신>은 월화 드라마 최약체로 평가 받았지만 연기파 배우 김혜수가 합류를 결정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 된 상황이다. 충무로와 여의도를 오가며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김혜수는 그동안 <><국희><장희빈><스타일> 등의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온 전천후 스타다. 연기대상을 두 번이나 받을 정도로 출중한 연기력을 자랑하고 있는 그의 등판은 월화 드라마 시장의 최대 변수라 할 만 하다.

 

 

월화 드라마 중 유일한 현대극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사극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시청자를 고정층으로 포섭하는 한편, 세련되고 스피디한 전개로 승부를 본다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경쟁작들에 비해 한 주 먼저 시작하기 때문에 입소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원작의 탄탄한 내용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차별화 된 각색을 시도함으로써 초반 시선몰이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처럼 4월 월화 드라마 시장은 스타급 배우들과 역량 있는 제작진의 격돌로 흥미로운 한 판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각 방송사가 사활을 걸고 편성한 기대작들이 과연 어떤 성과를 얻게 될지, 먼저 승기를 잡는 쪽과 마지막에 웃는 쪽이 누가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4월에도 안방극장은 변함없이 뜨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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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대 장희빈이 김태희로 결정난 후,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제/ 이하 장옥정)>에 쏟아지는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하나 둘 씩 베일을 벗어갈수록 기대보다는 우려스러운 지점이 발견되고 있다. 장옥정이 극복해야 할 세가지 지점은 과연 무엇일까.

독하지 않은 장희빈의 스토리 과연 시청자에게 먹힐까?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제/ 이하 장옥정)>이 표방하는 장희빈은 기존의 독을 품은 팜므파탈의 장희빈이 아니다. 철저히 승자의 입장에서 써졌던 기존의 장희빈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진취적이고 당당한 새로운 여성상을 그리겠다는 취지다.

원작에서도 장희빈은 독한 팜므파탈이 아니라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된 캐릭터로 묘사된다. 기존의 강한 악녀 이미지라기보다는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표현된 것이다. 물론 기존의 장희빈을 그대로 모방하지 않겠다는 의지만큼은 긍정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기존 장희빈의 흥행 포인트는 바로 그 장희빈의 악랄함에 있었다. 장희빈이 사람들을 조종하고 마음대로 휘두르며 점점 파멸해가는 모습이 더 카리스마 있게 그려질수록 장희빈의 시청률 곡선도 따라 상승했다. 1대 김지미부터 8대 김혜수까지 장희빈의 모습은 항상 강렬했고 독살스러웠으며 죽음마저 자신이 끌어들이는 주체적인 캐릭터였다.

 

 

8대 장희빈이었던 김혜수 역시 서구적인 마스크와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 연기톤 등으로 미스캐스팅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지지부진한 스토리로 장희빈을 맡은 김혜수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초중반까지 김혜수는 표독스럽기 보다는 고고하고 우아했다.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장희빈이었지만 시청자가 기대한 모습은 아니었다. 급기야 KBS측은 작가를 교체하기에 이르렀고 김혜수가 악독해지고 독해지는 후반부에 가서야 30%가 넘는 시청률을 올렸고 김혜수는 연말에 연기대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

<장옥정>이 새로운 장희빈을 그리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시청자가 그 장희빈을 얼만큼이나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원작에서는 장희빈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원작대로라면 그동안의 장희빈보다는 다소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야기 거리들이 풍성해야만 제 9대 장희빈의 성공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레이드 마크였던 기존의 장희빈의 캐릭터를 잃어버리고도 과연 더 나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스럽다.

배우들의 불안한 연기

 

 

그동안 장희빈을 연기한 배우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은 뛰어난 연기력이었다. 장희빈이라는 희대의 팜므파탈을 연기하면서도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던 것은 장희빈을 연기한 김지미, 윤여정, 이미숙, 정선경, 전인화, 김혜수등의 뛰어난 연기력이 한 몫을 했다. 하물며 연기력 논란이 없던 김혜수도 초반에 연기력 논란이 일었을 정도니 장희빈이라는 캐릭터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김태희는 국내 최고의 미녀 배우 중 한 명인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현대극에서도 연기력 논란이 있을 정도로 아직 그 연기력의 진가를 인정받은 적이 없다. 그런 그가 연기력을 절대 필요로 하는 장희빈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타이틀롤인만큼 그 역할이 가장 중요한데다가 장희빈이라는 캐릭터는 그 중요도가 다른 타이틀롤보다도 훨씬 더 무게감이 있다. 주변 인물들이 아닌 장희빈 본인이 빛나지 못하면 드라마 자체의 매력도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더군다나 숙빈최씨의 역할을 맡은 것은 아이돌가수 카라의 한승연이다. 물론 한승연의 연기를 아직 보기 전이라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그가 뛰어난 연기를 할 것이란 기대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장희빈이 나오는 역사 속에서 숙빈최씨는 인현왕후보다는 약하게 표현되는 캐릭터지만 엄연히 장희빈과 대립구조를 만들고 갈등을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이다. 숙빈최씨 역시 매력적인 인물인 까닭에 <동이>라는 드라마로 재조명되기도 했다. 그만큼 쉽게만 볼 수 는 없는 캐릭터다. 이 캐릭터에 일본에서 드라마를 찍어봤다고는 하나 정극 연기경력이 전무한 한승연을 캐스팅한 것은 다소 의외다.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할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숙종역의 유아인만이 유일하게 연기를 기대할 수 있는 배우다. 허나 유아인 역시 현대극에서 연기력으로는 호평을 받았지만 사극에서는 아직 그 능력을 검증받은 적이 없다. 다소 현대적인 이미지의 유아인이 숙종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더군다나 <장옥정>은 다른 장희빈에 비해 숙종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크다. 원작에서 숙종이 장희빈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역할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원작의 스토리 속에서 숙종은 다소 이기적이고 나약하게 그려진다. 이런 캐릭터의 매력을 어떻게 살리는가 하는 것이 유아인이 가진 고민거리다. 더군다나 아직 소년같은 반항아 이미지마저 있는 유아인이 임금의 근엄함을 어떻게 자기것으로 만드느냐가 큰 숙제로 남아있다.

드라마 작가가 아닌 소설작가가 극본을 쓴다?

드라마와 소설은 명백히 그 분야가 다르다. 드라마는 소설보다 더 압축적이어야 하고 극적일 필요가 있다. 소설 원작 드라마들이 각색될 때 소설 작가 본인이 아닌 각색하는 드라마 작가가 따로 붙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 둘은 비록 원작을 근간으로 각색을 한다 해도 전혀 다른 장르다. 차라리 드라마나 영화 작가들이 극적인 구성으로 소설을 내서 성공한 사례는 있다. 미국의 시드니 셸던이 그렇고 우리나라에도 김수현같은 대작가의 소설이 있다. 그들의 작품들은 문학적인 가치는 제쳐두고 일단 재미가 있기에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소설을 쓰던 사람이 시나리오를 써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들은 문어체와 소설형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까닭에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드라마적 구성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소설작가는 드라마작가와 같아질 필요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의 영역은 드라마 작가에게 맡기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장옥정>은 원작자인 최정미가 직접 극본을 맡았다. 물론 아직 그 능력을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드라마 구성을 얼만큼 이해하고 제대로 된 시퀀스로 대본을 그려낼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소설이 아닌 드라마 판에서 위에 열거한 단점들을 극복할만한 획기적인 대본이 나올지도 의문이다. 과거 기태영과 유진을 맺어준 드라마, <인연만들기>역시 원작자가 직접 대본을 썼지만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를 무조건 원작자의 한계라고 부르기는 힘들지만 드라마의 세계와 소설의 세계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과연 이러한 문제점들을 모두 극복하고 <장옥정>이 성공작이라고 평가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판단은 이르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들을 충분히 염두해 두고 타계책을 만들지 못한다면 <장옥정>은 역대 장희빈 시리즈 중 유일한 실패작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드라마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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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가 마지막 회만을 앞두고 있다.


이시애의 난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주인공들의 갈등 역시 최고조에 오르고 있다.


[공주의 남자] 5일 방송분에서 정희왕후는 관비로 전락해 있는 경혜공주를 찾아가 면천을 시켜줄테니 아이를 위해서라도 다시 서울로 올라오라고 설득한다.


그런데 정말 경혜공주는 공주에서 노비로 전락했었을까? 관비로 생활한 것은 사실이었을까?


경혜공주는 문종의 유일한 딸로 단종조에 이르기까지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문종의 총애는 총애이거니와 단종에게도 무한한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왕실의 유일한 적통 공주로서 경혜공주의 위상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이는 세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세조가 단종을 핍박하는 와중에도 경혜공주만은 보호하려 했던 것도 왕족으로서 경혜공주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상당히 중요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종 3년 경혜공주의 남편이었던 영양위 정종이 금성대군과 함께 단종 복위 역모를 획책하였을 때에도 세조는 금성대군만을 처벌하였을 뿐 정종과 경혜공주에게는 큰 벌을 내리지 않았다. 세조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문종의 자식들을 괴롭힌다는 항간의 시선이 달갑지 않았을 뿐더러, 자칫 경혜공주를 건드렸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였는지 세조는 정종을 유배하라는 명만 내렸을 뿐 기실 정종과 경혜공주는 한양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실록에 적혀있는 바에 따르면 세조 1년 8월까지 경혜공주는 정종과 함께 서울 모처 자신의 집에서 생활했다. [공주의 남자]에서는 경혜공주가 세조에게 석고대죄를 올려 사형 위기에 몰린 정종을 겨우 구해내는 걸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세조의 배려로 인해 정종과 경혜공주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셈이다. 이 때 경혜공주는 병을 핑계삼아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이 때문에 유배지로도 떠나지 않았다.


허나 경혜공주와 정종이 서울 한복판에 살고 있음을 불길하게 생각한 한명회 등은 "경혜공주의 병이 다 나았으니 정종과 경혜공주를 유배지로 돌려 보내라" 며 세조에게 항의했다. 허나 이 때에도 세조는 즉답을 피한채 "생각해 보겠다"는 답변만을 내놓았다. 정종과 경혜공주를 끝끝내 유배 보내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그 해 9월에는 사냥에서 잡은 짐승을 경혜공주에게 선물로 줬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하지만 세조 2년 상황이 급변한다. 정종이 사육신 등과 함께 단종 복위 모의를 하였음이 발각되면서 세조의 진노를 사게 된 것이다. 정종과 경혜공주에게 크나큰 배신감을 느낀 세조는 정종을 광주로 유배보내고 경혜공주 역시 정종을 따라가게 만든다. 경혜공주가 본격적으로 정치적 탄압을 받은 것도 바로 이 때부터다. 이 시기 실록에 경혜공주는 '정종의 처'로 기록되어 있다. 공식적으로 작호가 거둬진 것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야사에서처럼 순천 노비로 전락했단 이야기는 남아있지 않다.


게다가 정종을 따라 유배 보내질 때 경혜공주는 걸어가지 않고 교자를 타고 내려갔다. "가마를 사용하는 것을 허한다"는 세조의 특별한 명령에 따라 가마를 타고 광주까지 내려간 것이다. 칭호는 정종의 처로 격하되었으나 왕족으로서 최소한의 대우는 허락한 셈이다. 이 후, 정종이 능지처참 당하고 나자 세조는 다시 경혜공주를 서울로 불러들였다. [공주의 남자]가 그린 것처럼 정희왕후가 경혜공주를 면천하여 데리고 온 것이 아니라 세조 스스로 경혜공주를 다시 데리고 온 것이다.


다만, 실록의 기록에서는 신료들의 반발을 의식한 세조가 정희왕후 윤씨의 간청임을 핑계 삼아 "정종의 처는 문종의 유일한 적녀로서 죄가 없으니 박해하지 말 것이며, 집과 곡식을 내리도록 하라" 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되어있다. 어찌되었든 세조로선 단종 문제와는 별개로 경혜공주에게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셈이다. 이 시기 실록은 경혜공주를 정종의 처에서 영양위 공주로 기록하다가 1462년부터 다시 '경혜공주'라는 정식 명칭을 사용한다.


이 뿐 아니라 세조는 사위인 정현조에게 경혜공주가 살만한 큰 집을 마련하라고 명령했을 뿐 아니라 속공노비 50명과 녹봉을 지급하라는 명령까지 내린다. 세조가 죽은 뒤에도 경혜공주에 대한 왕실 차원의 후한 대접은 계속되어 정종의 반란으로 빼앗겼던 재물과 백금 등을 돌려 받았고, 그녀의 아들인 정미수의 벼슬길 역시 열리게 된다. 왕실 차원에서 마땅히 서용하라는 예종의 명령에 따라 정미수가 본격적인 관리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세조 실록이 다소 세조를 미화한 측면이 없다곤 할 수 없으나 실질적으로 경혜공주에 대한 세조의 태도는 그리 박한 편이 아니었다. 부인이었던 정희왕후 윤씨나 아들 예종은 물론이거니와 세조 그 스스로도 경혜공주를 문종의 유일한 적녀로서 존중하고 대우했다. 정종의 반란으로 그녀를 유배보낸 적은 있으나 관비로 전락시켰다는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단 점에서 공식적으로 그녀가 노비 생활을 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만약 노비생활을 했더라도 그 기간은 매우 짧았을 뿐더러, 형식상의 형벌이라고 보여진다.


혼란의 난세에 태어나 동생과 남편을 모두 세조의 손에 잃으며 회한의 삶을 살았던 경혜공주였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와 그녀의 아들딸의 목숨을 살려낸 것 또한 세조였다. 경혜공주는 1473년 33살의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으나 그녀의 아들은 훗날 부원군의 자리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고, 왕실 역시 그녀의 장례 뿐 아니라 자식들에게까지 후한 대접을 아끼지 않았다. 공주로서 최소한의 명예만은 지키게 된 셈이다.


지금 경혜공주의 묘는 경기도 고양시 대자동에 머물러 있으며, 그녀의 남편 정종 역시 그녀 곁에 안치되어 있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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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의 남자]가 본격적으로 수양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단종 왕위 찬탈부터 이시애의 난까지 숨 가쁜 역사의 격랑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이 드라마는 김승유와 세령의 사랑을 더욱 비극으로 몰고가며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태세다
.


그러나 김승유-세령 커플보다 더욱 비극적인 사랑을 하고 있는 커플이 있다. 바로 주인공보다 더 빛나는 커플, 경혜공주와 정종이 그들이다
.


[공주의 남자]에서 경혜공주는 수양대군의 계략에 빠져 어수룩하기 짝이 없어보이는 정종과 결혼한다. 처음부터 원치 않았던 결혼을 한 경혜공주는 정종을 냉대하지만, 선한 마음을 가진 정종은 부인인 경혜공주를 끝까지 존중하고 사랑한다. 그런 정종에게 경혜공주 역시 점점 마음을 열어가고 있는 중이다. 마침내 서로를 진정한 부부로 인정하는 과정에 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서로를 위하면 위할수록,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비극의 세기는 점점 강렬해진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원수의 집안에서 태어나 비극적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김승유-세령 커플과 달리 경혜공주와 정종은 원수도 아니었고, 비극적인 사랑을 할 이유도 없었다. 다만,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역사의 물줄기가 그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을 뿐이다
.

 


유일한 조력자였던 김종서를 잃어버린 뒤 단종과 경혜공주의 정치적 고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수양대군은 경혜공주를 두고 더 이상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놓고 협박하고 있고, 한명회-신숙주 등은 이미 수양의 왕위 등극 계획을 차근차근 세워 놓고 있다. 권력을 둘러싼 파워 게임에서 패배한 그들에게 가혹한 보복과 숙청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윤씨부인의 말처럼 정치란 죽여야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가혹한 운명 앞에 경혜공주와 정종이 서 있다. 한 나라의 공주요, 부마이지만 그들에게는 이 없다. 거대한 역사의 격랑 앞에 기꺼이 몸을 던졌지만 그들에게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끝없이 투쟁한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한다. 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싸우는 것이다. 이거야 말로 진정한 비극이다
.


특히 정종이 보여주는 경혜공주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존경은 단순한 애정이 아닌 인간에 대한 경이로운 사랑으로까지 느껴진다. 엄밀히 말해서 그는 비정한 권력 투쟁과는 상관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고, 풍류를 즐겼던 그는 어쩌면 그저 그런 호색한으로 맘 편히 인생을 즐기고 싶었던 인물이었을터다.


그런데 경혜공주를 만나면서부터 그의 인생이 180도 뒤바뀌어 버렸다. 경혜공주, 더 나아가 단종이 겪어내야 할 정치적 험로를 함께 걸어가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경혜공주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비극적 운명에 맞서며 경혜공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가고 있다. 정종이야말로 진짜 남자 중의 남자, 로맨티스트 중의 로맨티스트인 셈이다
.


이제 그는 더더욱 힘든 상황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왕위를 찬탈하려는 수양대군의 야욕은 점점 더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낼 것이고, 단종과 경혜공주의 정치적 입지 역시 날이 갈수록 좁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믿음직스런 이유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꺼이 몸을 내던질 줄 아는 희생정신과 자신의 운명을 회피하지 않는 당당함을 갖춘 멋진 사나이기 때문이다
.


이쯤에서 [공주의 남자]에서 정종역할을 실감나게 연기하는 배우 이민우의 내공에도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아역 시절부터 탄탄한 연기력으로 주목받았던 이민우는 순진하고 찌질해 보이면서도 진중하고 믿음직스런 정종 캐릭터를 200% 소화해 내고 있다.
하나의 얼굴에 다양한 색깔의 감정을 담아내는 그를 보노라면 진짜 팔색조 연기가 무엇인지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배우란 역시, 연기로 빛나는 사람이다!


실제 역사 속에서 정종은 단종 복위를 위해 힘쓰다 세조에게 덜미를 잡혀 사약을 받았다. 한 나라의 부마로서는 비참한 죽음이었으나, 역사는 그를 충신이라 기록했다. [공주의 남자] 속 정종 역시 마찬가지의 길을 걸을 것이다. 사랑하는 부인인 경혜공주와 처남인 단종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온 몸을 던지면서도 한 점 후회를 남기지 않는 멋지고 당당한 일국의 '부마'의 삶 말이다.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누구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이 남자 '정종'. 때론 주인공보다 더 멋진 그에게 열렬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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