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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7 [연극 환상동화] 어른들을 위한 '환상 동화'



잘 만들어진 연극이나 뮤지컬을 찾아보는 일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특히 요즘은 번안극 뿐 아니라 국내 순수 창작 연극이나 뮤지컬의 수준이 한껏 올라가 있어, 보기만 해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미 창작 뮤지컬의 상징이 된 [사랑은 비를 타고] 부터 시작해 [오, 당신이 잠든 사이][김종욱 찾기][루나틱] 같은 작품들은 엄지 손가락을 한껏 치켜세워도 모자랄 정도로 뛰어난 창작극들이다.


그리고 여기, 창작 연극의 지표가 된 작품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연극 [환상동화] 다.




[환상동화] 는 제목 그대로 '환상적인 동화' 의 세계를 무대 위에서 재현한다.


예사롭지 않은 세명의 광대의 등장, 그리고 이어지는 마술쇼는 처음부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세명의 광대는 각각 '예술' '전쟁' '사랑' 을 상징한다. 예술이 최고다, 사랑이 최고다, 전쟁이 최고다 티격대던 이 광대들은 사랑과 전쟁, 그리고 예술이 녹아있는 이야기 한편을 관객에게 들려주기 시작한다. 


세 광대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시작이 바로 연극 [환상동화] 의 환상적인 무대가 시작하는 순간이다. 


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세계,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예술의 이야기는 사실 그리 가벼운 소재거리가 아니다. 특히 전쟁으로 얼룩진 세계를 표현할 때 무대와 관객은 한없이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환상동화] 는 이 세가지 소재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다소 철학적인 소재와 무거운 주제를 유머로 승화시키는 노련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경탄스럽다.


물론 이는 세 광대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내는 탁월한 연기력에서 기반한다. 다양한 이야기와 현란한 언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광대들의 고군분투는 흔들림 없이 극의 중심을 잡아나간다. 광대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사들 속에서 주제 의식은 깊어지고, 이야기는 더더욱 환상적으로 변해간다.


관객들을 웃기기도 하고, 당황하게 하기도 하면서 광대와 관객은 하나가 되고 이 순간 [환상동화] 는 더 이상 연극이 아니라 그 자체의 환상적 동화로 받아 들여진다. 어른들의, 어른들에 의한, 어른들을 위한 아름답고 환상적인 한 편의 동화말이다.


관객이 연극을 보면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고, 배우와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환상동화] 는 이런 기분 좋은 경험을 유감없이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조급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지만 서서히, 격정적으로 절정으로 치달아가는 세 광대의 '이야기' 는 그래서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다. 전쟁, 사랑, 예술이라는 세 가지 삶의 대명제에 이렇게 유머러스하면서도 치열하게 탐구했던 작품이 근래 대체 얼마나 있었나 다시 생각하게 될 정도다.


옛말에 '명불허전' 이라고 했다. 세상에 알려진 명성은 절대 헛되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앙코르에, 앙코르를 거듭하면서 창작 연극의 역사를 새로이 쓰고 있는 연극 [환상동화] 도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명불허전' 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촘촘히 짜여져 있는 스토리 라인, 배우들의 열연, 노련한 무대 연출,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유머와 철학은 별 다섯개가 모자랄 정도로 완벽하다.


땀과 열정이 가득한 무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환상적이고도 아름다운 어른들의 동화를 보고싶은 사람이라면, 삶에 대한 철학과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봐야할 연극 [환상동화]. 지금 당장 [환상연극] 을 보러 대학로로 달려가는 것은 어떠할런지.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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