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TV속에서 여성이 악역으로 그려지는 방식은 다소 전형적이었다. 아무리 능력있고 뛰어난 외모를 지닌 여성이라도 악역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주인공을 질투하고 삼각관계에 휘말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본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라지만 결국 그들의 욕망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대척점에 놓인 주인공과 엮이는 남자 주인공이고 결국은 뛰어난 자신들의 능력을 겨우 남자 빼앗는데 사용하는 주체적이지 못한 캐릭터로 그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남성들의 경우, 비리가 많은 기업 회장으로 악덕 고리대금업자로 정계의 거물로 그려지는 사이, 여성은 그런 직업군으로 등장해도 결국은 결혼을 반대하는 시어머니나 남자를 빼앗으려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색다른 시도도 있었다. <선덕여왕>의 미실이나 <야왕>의 주다해 캐릭터는 본인의 야망과 욕망을 위해 행동하는 주체적인 악역이었다. 그러나 <선덕여왕>의 미실이 실질적으로악역이라기보다 주인공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야왕>에서 주다해의 악행이 점차 설득력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진정한 권력형 여성 악역의 등장에 있어서 아쉬움은 남았다. 각종 전략과 술수로 무장한 권력형 악역에 있어서 여성들은, 아직 남성에 비해 그 영역이 좁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 여성들이 변화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누군가의 엄마나 약혼녀가 아닌, 주체적인 캐릭터를 갖춘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황금의 제국>과 <투윅스>는 각각 한정희(김미숙)와 조서희(김혜옥)라는 여성 악역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드라마의 여성 악역 캐릭터들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권력형' 여성 악역의 등장, 그들이 신선한 이유

 

일단 <황금의 제국>의 인물들은 단 한 명도 ‘절대 선’을 지향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욕망을 가진 인물들로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주인공인 장태주(고수)나 최서윤(이요원)마저 사랑타령 보다는 권력 싸움에 집중하고 있는 드라마에서 한정희가 돋보이는 것은 김미숙이 보여주는 뛰어난 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드라마 전반을 장악하는 중요한 스토리의 구심점이기 때문이다.

 

 

복수심에 불타 치매에 걸린 남편의 마지막을 외롭게 만들고 그 딸에게도 지옥을 선사하려는 모습은 단순한 오해나 치사한 간계가 아닌, 철저히 정치적인 머리싸움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기업의 계열분리나 주식의 분배등을 무기로 자신이 철저하게 망가지더라도 다른 인물을 파멸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는 단순한 악녀 이상의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황금의 제국>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결국 치매마저 걸리며 자신이 복수를 다짐했던 남편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그가 끝까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 지는 대목이다.

 

 

<투윅스>의 조서희 역시 단순한 악녀가 아니다. 그는 깨끗하고 바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뒤에 숨어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철저히 자신의 이익에 기반해 행동하는 악녀다. 한정희가 악한 인간의 본성을 가진 인물들중 한 사람으로 그려진다면 조서희는 주인공들이 절대적으로 쳐부숴야하는 절대 권력을 가진 악이다. 조서희는 꽤 현실적인 생동감을 얻었다. 이는 김혜옥의 뛰어난 연기력이 뒷받침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인물에 대한 묘사가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청렴을 가장하면서도 뒤로는 자신이 가진 것을 늘리려는 목적을 가진 권력형 인물들을 우리는 그동안 많이 목격해 왔다. 그러나 조서희가 신선한 것은 그런 인물이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인 탓이 크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둠의 세계와 손을 잡고 자신의 손만은 절대 더럽히지 않은 채, 모든 것을 뒤에서 조정하는 그의 섬뜩함은 남성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강렬하다. 이들의 이중적인 태도는 여성이기에 더욱 더 그 간극을 벌릴 수 있다. 상냥한 겉모습과 어두운 속내가 표현될 때의 격차는 시청자들에게 더욱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남성보다 섬뜩한 그들이 가치있는 이유

 

또한 이들에게는 모정이라는 강점이 있다. 한정희는 자신의 아들을 그룹의 후계자로 세우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조서희 역시 정신지체를 가진 아들을 해외에 유학시킨 채, 자선 경매에서 한 몫을 단단히 챙겨 그와 함께 스위스로 도피할 거라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모정마저 그들이 원하고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그려지며 그들의 행동마저 합리화 시키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진정한 권력형 악녀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아이 때문이다'라는 변명이 그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 그 이상을 얻기 위해서 정치 싸움에 뛰어든 그들에게 시청자들은 전율을 느낀다.

 

 

이제 악녀들은 남성을 쟁취하거나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목적보다 자신들의 본능과 욕구에 중점을 둔 형태로 그려지고 있다. 남성의 힘이 없이도 자력으로 자신의 위치를 만들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능동적으로 잡으려 하는 그들의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하지만 그만큼 신선하다. 이제 여자 악녀들도 단순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 단순하지 않은 악녀를 소화해 낸 연기자들이 무엇보다 반가운 이유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신선하고 독특하게 그려내는 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소화해 낸 그들의 능력은 가히 박수칠만 하다. 앞으로도 이런 신선한 캐릭터들을 브라운관에서 계속 만나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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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제국>은 시청률이 높기 힘든 작품이다. 드라마의 구성이 단편적이지 않고 인간관계는 얽히고설켜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순간순간의 몰입도가 높아야 시청률은 오른다. 그러나 <황금의 제국>은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때만이 그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비록 시청률은 아쉽지만 <황금의 제국>은 한 번 적응하기 시작하면 절대 끊을 수 없는 몰입도를 자랑한다. 모든 인물들에게는 나름의 행동의 이유가 있고 모든 일에는 이유와 결과가 있다. 촘촘한 설정을 통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 까닭에 단순한 시청률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게 만든다.

 

 

<황금의 제국>은 작가의 전작 <추격자>처럼 선과 악의 대결구도라기 보다는 인물들에게 내재된 욕심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인물들이 그려내는 세계는 드라마적인 판타지라기보다 현실적인 욕망과 맞닿아 있다. 절대 악인도, 절대 선인도 없는 이야기 속에서 시청자들은 현실의 매서움을 본다.

 

 

드라마 세트장조차 실외가 아닌 실내로 옮겨왔다. <추적자>가 백홍석(손현주)이 강동윤(김상중)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여정을 소재로 해 야외촬영이 많았던 것과는 반대다. 또한 추적자가 남성성을 강조한 선이 굵은 작품이었다면 <황금의 제국>에는 여성들의 대립각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상 현재 극의 중심에 위치한 강력한 시청 포인트다.

 

 

드라마에서 한정희(김미숙)와 최서윤(이요원)이 보이는 감정싸움은 드라마의 백미다. 이 여성들의 싸움은 단순하지 않다. 기존의 드라마들이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나 가정사 때문에 여성의 대립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황금의 제국>은 여성들의 권력과 정치 싸움에 초점을 맞춘다.

 

 

그 싸움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물론 탄탄한 구성이 뒷받침되는 것이 이유지만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력에도 한 몫 했다. 이요원은 그동안 다소 부족한 존재감을 가진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뒤집기라도 하듯, 생각 이상의 호연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중견배우 김미숙은 가히 최고의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김미숙이 맡은 한정희는 이 드라마 속에서 악역에 가깝다. 여주인공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물론, 남편의 죽음을 계획적으로 이용한다. 겉으로는 우아하고 교양있는 얼굴로 천사같은 표정을 짓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무서운 칼날을 숨기고 있다.

 

 

그러나 한정희 역시 이유가 있다. 한정희는 복수를 위해 최동성에게 접근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회사의 지분이 아니라 그에게 고통을 선사한 사람들의 파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의 아픈 과거사가 있다지만 그 복수를 당사자도 아닌, 딸에게 할 거라는 그에게서 정당성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는 악역에 가깝다. 물론 드라마는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그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없게 만들지만 전체적인 긴장감이 그로 인해 조율되고 있는 것이다.

 

 

죽어가는 남편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딸의 얼굴을 볼 수 없도록 하는 주도면밀함과 의붓딸을 감옥에 보낼거라는 섬뜩함은 그의 차가운 표정과 더불어 엄청난 긴장감을 자아낸다. 김미숙의 연기가 대단한 점은 굳이 악을 쓰고 소리 지르지 않고도 그에 버금가는 갈등을 창출해 낸다는 점이다. 눈썹 움직임 하나까지 계산된 것 같은 세밀한 연기 속에서 시청자들은 섬뜩함마저 느낀다.

 

 

김미숙은 그간 얼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그대로 착하거나 우아한 역을 주로 맡아온 배우다. 그러던 그가 <찬란한 유산> 속의 악역을 선택한 후, 그에 대한 평가는 완벽하게 달라졌다. 독한 연기는 소화하지 못할 거라는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그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그는 <찬란한 유산>속의 백성희 역할을 자신의 또 다른 분신처럼 소화해 냈다. 딸과 자신만을 위해 주인공을 괴롭히던 백성희는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지만 김미숙의 연기 만큼은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김미숙은 그 속에서도 특유의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역할 변신을 무리없이 해 낸 것이다. 그간의 연기 내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이번에도 김미숙은 재벌 총수의 마나님의 이미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며 시청자들을 소름끼치게 만들고 있다. 그의 차분한 외모 때문에 그런 팽팽한 긴장감은 더욱 배가 된다. 우아한 악역의 독보적인 존재로까지 평가될만하다.

 

 

중견배우가 젊은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내보이고 역의 중심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극중 박근형 죽음의 아쉬움마저 잊게 만들만큼 그의 연기는 뛰어나다. 드라마 속에서 그의 최후가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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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newnicestart.tistory.com BlogIcon 서점 2013.08.07 15: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황금의 제국 작품성이 매우좋다던데 한번 꼭 봐야겠네요~


 

 

여자 주인공으로서 이요원이 가진 메리트는 사실상 그다지 많지 않다. 화제성이 높은 연예인도 아니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장면을 기대하기도 여의치 않다. 다만, 튀지않고 안정적인 연기력과 부담 없는 마스크가 이요원의 장점이다. 그래도 여주인공으로서 이요원이 가지는 위치는 사실 조금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이요원은 2001년 <푸른 안개>에서 주연을 맡은 이후, 무려 14년간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요원이라는 이름 석자가 각인될만한 작품은 없다고 해도 좋았다. 그리고 이요원이 <황금의 제국>을 선택했다.

 

이요원은 주연급 배우지만 엄밀히 말해 주조연에 더 가까운 캐릭터였다. 그동안 이요원은 다수의 작품을 거쳐 <외과의사 봉달희>나 <선덕여왕>같은 시청률 높은 작품에서 타이틀롤로 열연했다. 그러나 이요원은 <외과의사 봉달희>에서는 이범수에게, <선덕여왕>에서는 고현정에게 존재감에서 현저히 밀리고 말았다. 이요원의 연기는 딱히 거슬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징적이지도 않았다. 평범하다는 것은 여자주인공으로서 다소 안타까운 특징이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매력을 표출할 때, 시청자들은 그 배우를 주목한다. 이요원은 이 지점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없었다.

 

 

 이요원, 부족했던 여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

 

<황금의 제국> 바로 전, 이요원이 출연한 <마의>에서 역시 이요원의 존재감은 살아나지 못했다. 긍정적이고 특징있는 인물을 숱하게 소화하고도 이요원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이 그다지 크지 못했다는 것은결정적인 문제였다. 엄청난 기회를 수차례 가지고도 아직 여자 주인공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캐릭터를 표현하는 이요원의 근본적인 매력에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이요원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지 못했지만 그래도 안정적이고 무난한 연기를 해냈다. 하지만 ‘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은 이요원의 주인공으로 분한 바로 그 드라마 안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요원’으로 대표되는 대표작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주연급 배우로서 상당히 큰 결함이었다. 안정적인 연기 이상의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이범수나 고현정같은 배우들의 그늘에 가려지고 만 것이다. 무난하지만 지나치게 평범하고 틀에 박힌 연기는 ‘톱스타 이요원’이라는 이름값에는 다소 부족한 것이었다.

 

<49일>에서는 빙의된 캐릭터로 사실상의 1인 2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지만 문제는 여전히 ‘주인공다운’ 한 방이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49일>에서의 이요원의 연기는 꽤나 인상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요원이 가진 파급력을 늘리지 못했다. 그것은 이요원의 스타성이나 매력도가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황금의 제국>, 이요원의 현명한 선택

그런 이요원이 <황금의 제국>을 선택한 것은 상당히 현명하다. <황금의 제국>은 회가 거듭될수록 주인공 뿐 아니라 수많은 인물들에게 설득력을 불어넣으며 캐릭터의 구축에 점점 힘이들어가고 있다. 주인공인 장태주(고수)보다 최민재(손현주)나 최동성(박근형)같은 캐릭터에 더 눈이 가는 것만 봐도 주인공 이외의 캐릭터가 가지는 설득력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요원은 여자 주인공으로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황금의 제국>은 <추적자>제작진이 만든 작품답게 시사점을 끊임없이 던지며 촌철살인의 대사와 캐릭터의 구축으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비록 시청률에서는 그다지 큰 재미를 보고 있지는 못하지만 드라마의 완성도에 있어서 만큼은 그 어느 드라마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이런 완성도 높은 드라마 속에서의 캐릭터들에 애정을 가지게 된다. 이요원이 맡은 최서윤은 남자 캐릭터에게 헌신하거나 자신을 버리는, 뻔한 캐릭터가 아니다. 최서윤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권력다툼의 중심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협잡과 술수도 개의치 않는 캐릭터다. 결국 회사의 부회장 자리까지 오른 최서윤은 권력과 재력의 중심에서 캐릭터들을 좌지우지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자연스러운 이요윈의 융화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포커스는 이요원이 연기하는 최서윤에게만 맞춰져 있지 않다. 주인공인 고수와 그와 손잡은 손현주, 또 회장역을 맡은 박근형까지 음모와 술수로 촘촘히 엮여 있어 다양한 인물들이 동시에 부각된다. 이요원의 존재감은 여전히 발군이라 할 수는 없지만 예전과는 느낌이 다르다.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다양한 캐릭터들을 소화해 내며 그 중심에 함께 서있는 이요원 역시 그들과 동등해 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요원은 이번에도 뛰어나진 않지만 안정적인 연기로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리고 그 안정적인 연기는 다양한 인물들이 부딪치는 가운데서 튀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황금의 제국>에서 이요원은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를 제대로 캐치해 냈다. 자신이 부각되며 여주인공으로서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자리가 아닌, 다양한 캐릭터들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묻어갈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이다. 더군다나 매니아 층이 생길만한 여지가 충분한 <황금의 제국>의 스토리 라인에서 이요원의 이미지 역시 함께 긍정적으로 변할 가능성마저 열었다. 이것이 바로 존재감이 부족했던 이요원이 지금까지 다수의 작품에서 뛰어난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배운 그만의 장점일지도 모른다. 이요원은 아직도 최고의 여주인공은 아니지만 그가 만들어 내는 조화로운 분위기만큼은 그만의 강력한 장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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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의 제국>은 방영 전부터 엄청난 기대감을 모은 작품이었다. 톱스타인 고수와 이요원의 출연도 기대되었지만 제작진의 전작이 무려 <추적자>였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 결정적 계기였다.

 

손현주는 <추적자>에 이어 박경수 작가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며 “4회까지만 본방 사수를 해 달라.”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비췄다. <추적자>제작진과 뛰어난 연기자들의 하모니는 분명 그 기대감을 충족시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단 1회가 방영되었을 뿐임에도 이 드라마에는 <추적자>에 비해 다소 위험한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첫째로 드라마의 복잡한 구성이 약점이다. <추적자>는 정계와 재계의 이야기를 덧붙여 현 시대에 대한 시의 적절한 반영을 통한 흥미를 이끌어 냈지만 기본 골격은 복수와 부성애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라인 이었다. 그러나 <황금의 제국>은 정·재계의 알력 다툼과 두뇌 싸움이 주가 되는 스토리다. 1회만 보고는 스토리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보통 드라마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1, 2회에 흥밋거리를 몰아넣는 드라마와는 차별화 된다.

 

 

물론 <황금의 제국>역시 시청률을 의식한 장면을 빼놓지 않았다. 장신영의 노출신과 성상납이라는 소재는 자극적인 요소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장면들은 이제 전혀 새로울 것도 없이 드라마에 빈번히 등장하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물론 <황금의 제국>에서는 장신영에게 살인 누명을 덮어씌우는 장치로 이 장면을 활용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시청률이라는 측면에서는 독이 될 수 있다. 지나치게 꼬인 스토리 라인 속에서 시청자들은 1회를 온전히 즐기기 보다는 스토리를 좇아가느라 정신이 없어지고 만다.

 

또한 스토리가 젊은 층에 어필하는 신선함은 사라지고 돈에 얽힌 싸움으로 집중되며 조금은 올드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약점이다. 야망을 가진 남자 주인공이 정계를 장악하는 스토리가 얼마나 긴박감 있고 절절하게 다가올지는 아직 의문이다. 일단 상큼하고 신선한 스토리를 원하는 여성 시청층에게 어필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에서 <황금의 제국>은 불리함을 가진다.

 

더군다나 <추적자>에서 주인공은 거대한 악당과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인물이었지만 <황금의 제국>의 (고수)는 내연녀에게 성상납을 강요하고 살인 누명마저 덮어씌우는 다소 긍정적이지 못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욕망을 위해서 살인까지 저지르는 주인공에게 시청자들은 몰입되기 보다는 조금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회가 진행되면서 변화할 수 있는 캐릭터지만 첫 회에 시청자들이 감정을 이입할 공간은 부족했다. 회가 진행될수록 그 흥미도를 높여가는 것이 작가의 특징이라 해도 아쉬운 첫 회가 아닐 수 없었다.

 

 

더 큰 걸림돌은 바로  <추적자>의 차기작이라는 기대감이다. 이 드라마에 거는 기대감은 <추적자>가 처음 시작할 당시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폭되어 있다.

 

추적자가 그토록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초반의 얕은 기대감을 배반하고 시의성과 긴박함을 적절히 버무린 스토리 라인에 대해 시청자들이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황금의 제국>은 <추적자>의 그림자를 지워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시작했다. <추적자>를 뛰어 넘을 수 없더라도 그만큼은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클 수밖에 없다.

 

<황금의 제국>역시 비리와 권력다툼을 중점적으로 다루게 될 전망이지만 <추적자>의 스토리만큼 대중들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일만한 여지가 있는 스토리인지는 의문이다. 물론 스케일은 커졌고 더 유명한 배우들은 등장하고 있지만 그 감성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추적자>의 그림자를 뛰어 넘기 힘들 수 있다.

 

물론 이제 막 첫회가 방영되었을 뿐인 드라마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해 20%를 넘긴 <추적자>와 처음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던 <황금의 제국>의 성공의 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 경쟁작은 문근영과 이상윤이 주연을 맡은 <불의 여신 정이>다. 일단 첫 스타트의 관심은 <황금의 제국>쪽이 더 높은 듯 하지만 앞으로 그 관심과 성원을 끝까지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추적자>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완성도 있는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도록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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