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시청자 투어'가 강호동에게 치명타를 입혔다.
'시청자 투어' 특집은 시청률이나, 에피소드면에서 모두 양질의 퀄리티를 자랑했다. 특히 시청자들의 어마어마한 지지와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에피소드였단 점에서 더더욱 의미가 깊었다.
허나 반대급부로 [1박 2일]에 대한 시청자들의 무한한 신뢰를 확인하게 될수록 [1박 2일] 종영을 이끈 강호동은 수세에 몰리게 됐다. 말 그대로 '배신자'의 낙인이 단단히 찍혀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호동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다. 인터넷 여론의 맹렬한 질타에도 망설임 없이 [1박 2일]과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다. 왜 그는 이토록 망설임 없이 [1박 2일]을 떠날 수 있는 것일까.
역설적이게도 그 해답은 [1박 2일] '시청자 투어'에 있었다.
[1박 2일]은 여타 다른 프로그램들과 궤를 달리하는 예능이다. 한 마디로 비교 불가능한 프로그램이란 이야기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확고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저력은 지난 4년여의 방송기간 동안 유감없이 발휘되어 왔다. 이 정도로 전국민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은 예능 역사상 찾아보기 힘들다. 그야말로 '국민예능' 타이틀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1박 2일]의 수장격인 강호동이 '일방적으로' [1박 2일]의 종영을 이끌었다. 나영석 PD는 "강호동 때문에 종영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해명했지만 [1박 2일] 종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 강호동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시청자들의 배신감이 커질 수 밖에 없고, 강호동은 자신의 이름 앞에 수년간 붙어있던 '국민 MC' 타이틀을 고스란히 반납하게 될 처지에 몰려있다.
특히 이번 [1박 2일] '시청자 투어' 특집은 강호동에 대한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매일 밤낮 [1박 2일]만 보신다는 70대 할머니, 온 가족이 모두 함께 앉아 [1박 2일]을 시청한다는 90대 할아버지 가족, [1박 2일]이 삶의 낙이라던 80대 할아버지까지 시청자 투어 특집은 [1박 2일]에 대한 시청자들의 엄청난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전화통화를 했던 대다수의 노인분들은 모두 강호동의 팬임을 자처했다. 50대부터 90대에 이르기까지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강호동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1박 2일] 멤버들 중에서도 강호동에 대한 노년층의 선호도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1박 2일] 종영을 앞장서서 끌고 간 강호동 입장에선 '뜨끔'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에 대한 비난여론이 더욱 거세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밌다. '시청자 투어'는 강호동이 [1박 2일]을 떠날 수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동시에 강호동이 망설임 없이 [1박 2일]을 떠날 수 있는 이유를 모두 보여줬다. 이는 대단한 역설이다.
'시청자 투어'의 전화연결은 강호동의 팬베이스가 어느 연령층인지 확연히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20~30대 시청자들을 자신의 팬 베이스로 꽉 붙잡고 있는 유재석과 달리 강호동은 상대적으로 중장년-노년층에게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씨름 선수로 활약한 과거 덕분에 시골 촌부까지도 알아보는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그는 중장년-노년층에겐 한 시대를 풍미한 씨름 선수이자 가장 친근한 국민 MC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강호동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중장년-노년 시청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충성도'가 남다르게 높다는 것이다. 한 번 보기 시작한 프로그램은 큰 변수가 없는 한 끝까지 시청하고, 지지하는 연예인은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야 변함없이 지지하는게 이 시청층의 특징이다. 중장년-노년 층을 팬베이스로 둔 강호동에게 이러한 특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적어도 [1박 2일] 하차로 자신의 팬베이스가 완전히 붕괴되는 일은 적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강호동이 시청자 투어 특집을 끝마치고 [1박 2일] 하차를 미련없이 결정하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강호동은 시청자 투어를 통해 자신의 팬베이스가 어딘지 뚜렷이 각인한 모양새다. 강호동 하차는 기존의 팬 베이스만 굳건히 유지해도 어디를 가든 기본 이상은 할 수 있단 자신감의 발현인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강호동의 하차 선언 이후, 각종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중장년-노년 시청층은 쉽게 흐트러지거나 해산되지 않았다. 여전히 팬베이스가 유효하단 방증이다. 이슈에 민감하고 반응이 즉각적인 청년층과 달리 중장년-노년층은 소리 없이 높은 충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게다가 강호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10~30대들보다 중장년-노년층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스타킹]이 그렇고, [황금어장]이 그렇고, [1박 2일]이 그렇다. [강심장]을 제외하곤 주 시청자 타겟이 모두 중장년-노년 시청층이다. 강호동만큼 중장년-노년 시청자들을 '꽉' 붙잡고 있는 MC가 드물고, 그들을 타겟으로 일정 부분 이상의 시청률을 내는 MC도 드물다. 즉, 강호동은 충성도가 높은 중장년-노년 층을 언제든지 끌어당길 힘이 있단 이야기다.
이렇듯 강호동이 [1박 2일]을 망설임 없이 떠날 수 있었던데에는 강호동에 대한 중장년-노년 층의 절대적 신뢰와 지지에서부터 비롯됐다. 이 신뢰와 지지는 [1박 2일]을 쉽게 떠날 수 없는 이유인 동시에 역설적으로 [1박 2일]을 떠날 수 있는 자신감을 부여했다. 중장년-노년 시청층이 자랑하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지지와 절대적인 채널 충성도는 강호동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니까 말이다.
아마 강호동의 차기작도 형식은 어찌됐든 주 시청자 타겟을 중장년-노년층으로 잡고 있을 것이다. [나는 가수다][런닝맨] 등 중장년-노년 층이 적응하기 힘든 코너들 속에서 강호동의 프로그램은 이 시청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다. 강호동은 과연 [1박 2일] 이후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중요한 것은 중장년-노년 시청층을 규합하기만 한다면 강호동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것, 그리고 그 역시 그것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단 사실이다.
여전히 그는, 무시할래야 무시할 수 없는 아주 '영리한' 이 시대의 거물 M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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