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조기종영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2%대의 낮은 시청률. 화제성도 너무 떨어진다. 방송사 입장에서 <뷰티풀 마인드>(이하<뷰마>)를 계속 이끌고 나가야 할 이유따윈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애초에 16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을 14부작으로 자르는 것은 결코 옹호받을 수는 없다. 소수의 시청자들만이 이 드라마를 본다고 해서 그 볼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명목으로 수신료까지 걷고 있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진다면 상업성에 우선하는 책임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인기가 많으면 연장, 시청률이 떨어지면 조기종영을 일삼으며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은 비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뷰마>의 내러티브가 아주 유연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남자의 성장과 그 안에 숨겨진 음모, 로맨스등을 배치하며 나름대로 흥미로운 기승전결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몰입도가 높다고는 할 수 없고, 시청률은 더 떨어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마음대로 이야기를 자르는 행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주말드라마처럼 호흡이 긴 작품도 아니고 16부작 미니시리즈에서 2부의 길이는 상당히 의미가 크다. 작가가 의도한 결말을 제대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박탈한 꼴이되어버렸다.

 

 

 

KBS는 올해 <태양의 후예>(이하<태후>)의 성공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38%의 높은 시청률은 KBS의 자존심을 세우는 동시에 엄청난 경제적 이익까지 가져왔다. 그러나 <태후>의 성공이 곧 KBS의 방향성을 상징할 수는 없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함부로 애틋하게>는 제2<태후>로서의 기대가 컸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KBS의 방향성은 작품 자체보다는 스타 마케팅과 작가에 기대어 있는 것이 문제다. 작품 자체의 퀄리티 보다는 화제성에 기댄 마케팅에는 한계가 있다. <뷰마>는 시청률은 나오지 않을지언정, 방송사가 16부작의 완성을 보장해줄만한 가치는 보이는 드라마다. 그런 드라마를 무시하는 행위는 공영방송이라는 허울 좋은 타이틀을 가진 KBS의 이중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요즘 지상파 드라마들은 케이블에 밀리며 고전하는 경우가 잦다. 물론 전체적인 시청률 파이야 케이블에 비교할 바는 아니다. 여전히 지상파는 작가들의 꿈의 무대고 성공의 터전이다. 그러나 지상파가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새로운 스토리를 개발하는데 얼만큼 노력을 쏟고있느냐는 지점에서 너무나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문제다. 여전히 공모전은 열리지만 작품을 공모전 당선자가 집필하지 못하고 기성작가가 집필하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새로운 스타 작가의 출연은 여전히 허들이 높다.

 

 

 

 

반면 케이블은 상대적으로 시청률에 대한 부담이 적은 탓에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물론 그들도 스타작가와 톱스타들을 기용할만큼 파이가 커졌지만, 지상파에서는 방영이 힘든 스토리를 가진 작품들을 과감하게 편성할 만큼의 모험심은 아직 있다. <시그널>같은 작품은 공중파에서 방영이 어려운 작품이다. 작품 자체의 퀄리티는 뛰어나지만 너무 어두운 분위기와 추리물이라는 이유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시그널>은 예상을 뒤엎고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지만, 각종 한계가 많은 지상파에서도 이정도의 퀄리티로 제작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케이블 채널은 이밖에도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들면 <응답하라> 시리즈를 집필한 이우정 작가와 연출한 신원호 PD는 예능 프로그램 출신이다. OCN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38사 기동대>를 집필한 한정훈 작가의 성공 뒤에는 <뱀파이어 검사> 시리즈, <나쁜 녀석들> 등의 전작이 있었다. 한정훈 작가는 OCN이 발굴하고 키운 스토리 텔러다. 이런 무대를 마련해 주고 작가의 스타일을 인정해주는 분위기 속에서 명작은 탄생할 수 있었다. 현재 동시간대 1위와 화제성 1위를 기록한 <W>를 집필한 송재정 작가역시, SBS<커피 하우스> 집필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tvN<인현황후의 남자> <나인>으로 주목받는 작가로 스타덤에 올랐다. <W>역시 <나인>의 성공이 없었다면 공중파에 진출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새로운 스토리다. 송재정작가 역시 케이블에서 역진출한 케이스로 봐도 무방하다.

 

 

 

이제 공중파가 케이블의 성공을 벤치마킹할 때다. 그들은 시청률에 얽매여 작품을 망치고, 새로운 스토리도 개발하지 못한다. 성공을 위한 성공은 그 때뿐이다. <태후>38%가 나왔지만 이는 KBS가 이뤄낸 성과가 아니다. 스타작가와 톱스타들의 콜라보레이션이었을 뿐이다. 이야기 역시, 예전에 반복되어온 흥행코드였을 뿐이다. 이 성공이 KBS 드라마국의 분위기 자체를 바꾸지 못했던 것이다.

 

 

 

 

인기 없으면 조기종영, 인기를 끌면 연장 등의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의 대응을 하는 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는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진정으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게 되는 길은 누가 그 드라마를 쓰고 누가 그 드라마에 출연하느냐 보다 작품 그 자체만을 바라볼 수 있는 선구안을 키우는 것임을 깨달을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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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연말이 지나고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각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도 모두 마무리 되었다. 그 중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은 MBC 하지원, KBS 김혜수, SBS 이보영으로 결정되었다. 수상 결과만 보면 납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연기대상’이라는 걸출한 이름에 걸맞지 않게 수상 결과는 너무도 지루하고 답답했다.

 

 

 

시작은 MBC였다. MBC는 그간 연말마다 지적되던 고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드러냈다.

 

 

2002년, MBC는 <인어아가씨>에 출연한 장서희에게 대상을 포함, 무려 다섯 개의 상을 안겼다. <인어아가씨>는 당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었고 해를 넘겨 계속 될 드라마였다. 누가봐도 이슈를 만드는 몰아주기식 수상이 아닐 수 없었다.

 

 

2008년 <에덴의 동쪽>도 같은 상황에 놓여있었다. 해를 넘겨 계속 진행될 <에덴의 동쪽>출연진이 거의 모든 상을 휩쓸었다. 대상은 그 해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에게 돌아가긴 했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이 공동 수상을 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몰아주기식 수상 결과의 최대 수혜자는 송승헌, 피해자는 김명민이었다. 그 결과와 동시에 상의 권위는 추락했다.

 

 

이뿐이 아니었다. 2010년에는 김남주와 한효주가 대상을 공동수상 했다. 바로 작년에는 <마의>로 조승우가 대상에 선정되었다. 연기력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빛과 그림자>에서 열연한 안재욱은 단 하나의 수상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마의>역시, 해를 넘겨 계속 진행될 드라마였다는 점에서 속셈이 뻔히 보이는 결과였다.

 

 

올해 <기황후>의 하지원의 대상 수상 소식은 이 맥락과 결코 다르지 않다. 하지원의 연기와 드라마의 시청률, 화제성은 물론 상당하다. MBC 연기대상에 마땅한 다른 대상도 없었다. 허지웅은 <썰전>에서 “자존감 있다면 MBC는 아무에게도 대상을 주면 안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기까지 했다. <기황후>는 역사왜곡 논란등 각종 구설수에 시달린 바가 있다. 또한 시청률은 높지만 하지원이 특별히 돋보인다고 볼 수는 없다. 단순히 연기력과 시청률만 놓고 본다면 <백년의 유산>의 박원숙이 받아도 할말이 없다. 그러나 MBC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고현정, 최강희, 이준기등 좋은 연기를 선보인 인물들은 아예 불참을 선언했다. ‘참석한’ 죄로 수상소감에서 다소 태도가 아쉬웠던 수지가 고현정, 최강희등과 경쟁하여 상을 받고 괜한 구설수에 시달렸다. 연기대상인지 논란대상인지 알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대상은 하지원 한 사람이었지만 수많은 상의 카테고리를 만들고 그 상에서 조차도 공동수상을 남발하는 행태 역시 계속되었다. 수상결과가 뻔히 보이는, 재미없는 시상식이었다.

 

SBS는 오히려 좋은 작품이 너무 많아 문제였다. SBS가 이에 제시한 해법 역시 상의 카테고리를 나누는 것이었다. 드라마 우수 연기상, 최우수 연기상 시상에 미니, 중편, 장편드라마로 나누어 상을 남발했고 대상 후보였던 조인성은 출처도 불분명한 특별상을 수상했다. 뉴스타상과 10대 스타상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무려 10명씩 무대위로 불려나와 상을 받기도 했다. 상이 남발되는 과정에서 대상으로 가는 과정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이보영이 대상이라는 사실은 이미 십분 전부터 알 수 있었다.

 

 

 

SBS에서도 불참 행진은 이어졌다. 송혜교, 수애, 공효진등 주요 출연진들이 빠졌다. 개인적인 사정에 의한 불참이었지만 사실상 그들이 그곳에 등장하지 않아도 아쉬울 것 없는 그림이었다. 상이 남발되는 와중에도 송혜교를 제외하고는 mbc와 마찬가지로 불참 인원에게 돌아가는 상은 없었다. 이쯤되면 MBC나 SBS나  수상결과는 참가상 수준이었다.

 

KBS도 이런 지루함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김혜수의 대상은 납득이 갔지만 김혜수 조차도 “대상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발언을 할 정도였다. 김혜수만큼의 경력과 커리어가 다른 대상 후보들에게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KBS역시, 미니, 장편, 일일 드라마로 나눠 상을 골고루 나눠주기 위한 전략을 폈다. 그나마 연기대상의 ‘나눠먹기’가 다른 방송국에 비해서는 약했지만 그래도 막장논란이 있었던 <왕가네 식구들>의 문영남작가가 작가상을 수상하고 사회를 보는 윤아가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의 다소 이해하지 못할 수상결과도 있었다.

 

 

결국 연말 방송국 연기대상은 상을 주지 않으면 굳이 참석할 필요가 없는 형태로 변모해 가고 있다. 상위 권위는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수상결과에 의외성이나 전문성, 혹은 재미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시상식의 패턴은 동일할 수밖에 없다. 그런 시상식이 긴장감 있는 이유는 ‘누가 받을지 모르는’ 그 순간에 있다. 그러나 그런 긴장감이 없는 시상식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 많은 금액과 시간을 들여서 하는 시상식이 단순히 형식적이고 도식적인 행사가 되어가는 것은 전파낭비일 뿐이다. 차라리 시상식 때문에 중단된 정규 방송이 그리워진다.

 

 

예전부터 지적되었듯이 차라리 방송 삼사의 통합 연기대상을 만드는 편이 훨씬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참석해도 참석하지 않아도 그만인 연기대상 시상식 속에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상은 시청자들에게는 지루한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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