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이 MBC 사장에서 해임된 지 벌써 3주가 지났지만 MBC는 여전히 김재철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가 남긴 어두운 그림자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청자가 가장 사랑했던 방송 MBC는 지금 어디쯤 와 있나.

 

 

 

 

망가진 신뢰, 무너진 공정성

 

 

김재철 시대에 MBC가 입은 가장 큰 상처는 지난 50여 년간 켭켭이 쌓아올린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시사인의 보도에 따르면 김재철 취임 이 후, MBC의 신뢰도는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201018.0%를 기록했던 신뢰도가 2년 만에 6.1%로 떨어지며 퇴행을 거듭했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다. 일반 대중조차 MBC의 역주행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후 플러스><W> 등의 시사 프로그램 폐지,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보복인사, MBC 노조와의 격렬한 대립, 해고·파면 등의 무자비한 언론인 탄압 등이 계속 되면서 MBC는 언론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잃고 휘청거렸다. 대선 기간에는 노골적인 정치색을 드러내며 특정당을 지지하는 행태를 보였고, 이 때문에 <뉴스 데스크>의 시청률이 반토막 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수습불가의 상황이 계속된 셈이다.

 

 

불행한 사실은 김재철 해임 이 후에도 이런 경향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MBC는 정치권의 거짓말을 풍자의 소재로 삼았다는 이유로 <컬투의 베란다쇼>의 방송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논란을 빚었다. 김현종 교약제작국장이 담당 PD정치 편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미 아이템 선정까지 마친 방송을 편성에서 뺄 것을 요구한 것이다. 방송 역사 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행적 행태다.

 

 

<컬투의 베란다쇼>거짓말편은 이상득, 정두언 전 의원을 비롯해 김병관, 심재철 등 최근 대중적 관심을 받은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거짓 해명을 아이템으로 다룬 에피소드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여권 인사가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돼 있는 이 아이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했으며, 담당 PD가 언론의 중립을 어겼다는 이유를 들어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국장이 개인적 판단을 근거로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져버렸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게 됐다.

 

 

최근 문제가 된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MBC 사측은 김재철의 사장 사퇴를 풍자하는 방송을 내보낸 라디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의 담당 PD의 일방적 교체를 결정해 파문을 일으켰다. 해당 PD는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어 라디오 편성기획부 발령이 결정됐다. 김재철은 나갔지만 안광한 부사장을 위시한 김재철 체제는 여전히 공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아직 MBC는 짙고 깊게 드리운 김재철의 그림자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남긴 폐해

 

 

김재철은 사장 재임 기간 동안 무너진 신뢰와 공정성을 만회하기 위해 수익성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시청률이라도 1등을 해서 MBC의 명성을 되찾으려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MBC 내부에 시청률 지상주의가 만연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부터다. 그러나 대책 없는 폐지, 졸속 편성, 자극적인 프로그램의 남발은 시청률 상승은커녕 드라마 왕국 MBC’ ‘예능천국 MBC’의 명성을 크게 훼손시켰다.

 

 

특히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를 시작으로 <놀러와><최강연승 퀴즈쇼Q><배우들>이 마지막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쫓겨나 듯 폐지된 것은 제작진과 T청자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시청률이 절대적인 판단 근거로 자리 잡으면서 프로그램에 내재 되어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은 완전히 무시된 것이다. ‘없애고 보자식의 졸속 행정은 결국 채널 경쟁력 약화로 직결됐고, 내부의 제작의욕을 위축시키는 부작용만을 낳았다.

 

 

기존의 편성표를 완전히 뒤집는 변칙 전략도 서슴지 않았다. 시청률 회복을 이유로 <뉴스 데스크>8시대로 옮겨가면서 여러 프로그램의 시간대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동했고, 그 결과 일일극은 물론이거니와 뉴스 시청률까지 떨어지는 등 큰 혼란이 야기됐다. KBS 9시 뉴스를 견제하기 위해 방송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신설한 일일사극 <구암 허준>은 기대와 달리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무르며 MBC의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다. 반칙과 편법이 난무했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셈이다.

 

 

막장 드라마도 전에 없이 횡행했다. ‘시청률만 잘 나오면 만사 OK’ 식의 제작 풍토가 자리를 잡으면서 <사랑했나봐><오자룡이 간다><백년의 유산> 등 시청자들의 말초 신경을 건드는 드라마들이 대거 만들어졌다. 불륜, 복수, 배신 등의 자극적 소재는 물론이거니와 인간미를 발견할 수 없는 수준 이하의 등장인물들이 TV 안방극장을 장악한 것이다. 한 때 창조적이고 실험적 소재로 한국 드라마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MBC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이렇듯 김재철이 절대반지로 내세운 시청률 지상주의는 시청률을 올리기는커녕 건전한 방송문화와 활기찬 제작 분위기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결과만을 가져왔으며, 질 낮은 소재와 저속한 표현만이 가득한 작품을 수도 없이 양산했다. 절차와 과정은 상관없이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강조하는 김재철 식 경영이 낳은 폐해였다.

 

 

이제는 김재철 체제를 극복해야 할 때

 

 

MBC가 시청자들의 신뢰를 복원하고 예전의 1등 방송사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뿌리 깊게 남아있는 김재철 체제를 철저히 극복해야만 한다. ‘김재철 시즌2’가 계속되는 한 MBC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 언론으로서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고 품격 있는 방송사의 자세를 견지하며, 방송 문화를 선도하는 양질의 작품을 만드는 것은 지금의 MBC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과연 MBC는 김재철의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내고 새 시대에 걸맞는 방송사로 다시 거듭날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방송을 권력의 시녀로 두려는 정치 권력의 야욕이 계속 되는 한 제 2의 김재철, 3의 김재철은 계속 등장할 것이란 사실이다. 올바른 방송문화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 국민이 하나로 힘을 합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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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운서 배현진은 얼마전 트위터에서  “내 트위터 와서 욕을 ‘배설’하고 가는 남녀들 찾아오지 마십시오, 안쓰럽습니다.”라는 한마디를 던졌다. 그리고 그것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아나운서로서 그런 안티세력을 얻은 것은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은 인기에 대한 부수적인 부작용으로 따라오는 안티들은 아나운서의 영역에서는 그다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만약 있다 하더라도 수가 현저히 적었으며 기사 등에 악플을 다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나 메인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의 주변에서는 트위터에 찾아가서 욕을 배설하는 행동을 하는 것처럼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배현진 아나운서는 그만큼 새로운 형태의 적극적인 안티를 양산해 낸 최초의 아나운서라고 할 수도 있다.

 

누구도 함부로 욕설을 들을 이유는 없다. 배현진 아나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 배현진이 아니라 아나운서 배현진의 입장이라면 이런 상황에 대하여 단순히 ‘내게 욕하지 마라’는 경고가 아닌, 그 드물다는 아나운서의 안티세력을 갖게 된 배경에 심사숙고 해 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MBC의 파업은 참으로 많은 곳에 영향을 끼쳤다. 무한도전이 무려 24주나 결방을 하며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웠고 뉴스에선 더 이상 현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MBC 사장이 교체되는 그 순간부터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라고 생각한 MBC의 대다수 직원들은 소속 아나운서들을 포함해 모두 파업에 돌입했다. 이 파업이 그간의 파업과는 다른 것이라 한다면 자신들의 권익이나 세력 확장의 목적이 아닌, 언론사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반하는 거대권력과의 거래에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못 보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많은 사람들이 MBC파업을 지지 했던 이유는 그들의 대의와 명분이 언론사가 지켜야 하는 양심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MBC가 언론사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단순히 거대 권력과 결탁하고 낙하산 인사를 채용하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다면 그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었다.

 

허나 MBC의 파업을 모두가 지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소신과 입장을 갖고 산다. 누군가에게 MBC의 파업은 정의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그 반대가 정의일 수도 있다. 자신이 믿는 것을 수호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무시한 채 무조건 한 가지 생각만을 강요하는 것은 오만이다.

그러나 문제는 배현진 아나운서가 택한 그 자리가 그의 소신인가 아니면 이익인가 하는 점이다. 처음엔 파업에 동참하던 배 아나운서는 파업이 진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입장을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파업 동참을 강제로 강요받았다.”며 “더 이상 뉴스 앵커로서 시청자 외에 그 어떤 대상에도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같이 파업한 동료들을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독재세력처럼 묘사한 것도 모자라 그의 소신보다는 시청자를 핑계 삼아 파업 전선에서 빠져나왔다는 것은 그의 인격에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이후 배 아나운서는 MBC의 메인 앵커자리를 다시 꿰차며 MBC 뉴스의 얼굴이 되었다. 문제는 배 아나운서의 얼굴이 MBC 뉴스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동안 파업에 동참한 다른 얼굴들은 MBC에서 모두 사라져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사실상 좌천이나 다름없는 인사이동이 결정난 아나운서들도 생겨났다. 시청자가 과연 이런 결과를 원했을까. 시청자이외에 어떤 것에도 끌려가지 않겠다던 배 아나운서는 오히려 파업으로 자신의 위치와 입장을 공고히 하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특혜를 입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시청자의 몫이라면 시청자들은 그 몫을 다 하기를 거부했다. 결국 배 아나운서는 그토록 파업 철회의 이유라 주장했던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시청자들은 공명정대하고 정의로운 아나운서가 뉴스를 진행하길 원한다. 실제로 그들이 속물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겉으로는 그들의 모습을 존경할 수 있길 바란다. 그래야 그들이 전하는 소식을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자신은 소신이라 포장하지만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시청자를 핑계 삼은 아나운서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일구 아나운서나 김주하 아나운서가 뉴스의 간판 얼굴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시청자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배현진 아나운서는 시청자를 위해 복귀했다는 그의 발언과는 상관없이 ‘욕 배설하지 말라’며 시청자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MBC의 ‘시청률 지상주의’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과연 시청자들에게 핏대를 세우는 배현진 아나운서일까.

 

<MBC 뉴스데스크>는 40년 넘게 9시에 방영되던 뉴스데스크의 편성을 갑작스레 8시 대로 옮기며 3%대 까지 떨어진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썼다. 그 덕에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결국 시청률은 다시 반 토막이 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단순한 방영 시간대의 문제가 아님이 증명된 것이다.

 

이는 MBC자체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증거다. 방송 삼사 중에 가장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뉴스 데스크는 시청률 1위가 아니면 사퇴할 뜻까지 밝혔던 김재철 사장의 막다른 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신뢰가 아닌 안티만 양산하는 아나운서가 공명정대한 MBC의 얼굴이 될 수 있을지 그 결과는 자못 의심스럽기만 하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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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전현무 재산공개" 라는 검색어가 인터넷에서 이슈가 됐다.


전현무를 포함한 다섯 명의 KBS 총각 아나운서들이 한 아침 프로그램에 나와 재산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가관이다. 공영방송 KBS에서 방송한 것 맞나 싶을 정도로 창피한 수준이다.


KBS 아침방송인 [여유만만]에 출연한 전현무, 오언종, 김기만, 김현욱, 조우종 아나운서는 자신이 1등 신랑감인 이유를 약 30초 동안 PR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현욱 아나운서는 고려대 학력에 간단한 집 한채가 있다고 자랑했고 오언종 아나운서 역시 통장 5개를 갖고 있고, 자동차에 현금을 두둑히 들고 있다며 현재 묵고 있는 집의 전세금도 융통자금이라고 설명했다. 전현무 또한 집 한채를 들고 있고 부채가 없다며 자신은 자유롭게 자란 외아들이라고 맞불을 놨다.


음주운전 파문으로 한동안 자숙의 시간을 가졌던 김기만 아나운서는 한술 더떠 "나는 스님이 사주를 봐주셨는데 왕의 기운을 타고 난 재물운이라 했다" 면서 서울대 사범대 학력을 자랑했다. 조우종 아나운서는 여기에 맞서 "아파트에 즉시 입주 가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아파트에 지금 즉시 입주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덧 붙였다. 이에 발끈한 김기만 아나운서가 "강남권 작은집이 재건축 허가가 났다"고 하자, 옆에 있던 김현욱 아나운서는 "내 간단한 아파트는 서울시 용산구 역세권에 자리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다섯 명의 아나운서가, 그것도 '공영방송' KBS의 아나운서라는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자신의 학력과 재산을 자랑하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아침 방송은 대다수의 서민들이 즐겨 시청하는 시간대다. 이런 방송에서 대단한 스펙과 부유한 자산이 당연한 것처럼 떠벌이는 아나운서들의 모습이 과연 보기 좋은 모습이겠는가? 아무리 재미를 추구한다고 해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이번 총각 아나운서 특집은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그들은 마치 학력과 재산이 신랑감 조건의 전부인냥, 그것이 없으면 '인생의 패배자' 인 것처럼 행동했다. 서로 내가 잘났다, 네가 잘났다 하며 여러 조건들을 세분화 해 비교를 했고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갔다는 둥, 역세권에 위치해 있다는 둥 하는 듣기 민망한 부동산 자랑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우스 푸어, 베이비 푸어 등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는 작금의 현실에서 KBS 남자 아나운서들의 과도한 재산 자랑은 절로 눈쌀이 찌푸려지는 촌극일 뿐이었다.


방송은 공공재다. 이건 무슨 뜻이냐하면 될 수 있는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여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총각 아나운서들의 경쟁적 재산 공개는 공공의 이익은 커녕,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만을 느끼게 한 최악의 특집이었다. 날로 치솟는 전세금에 골머리를 앓고, 집 담보 대출 이자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이 방송을 봤다면 과연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과연 그런 사람들은 이 방송을 보며 마음껏 웃고 즐거워 할 수 있었을까.


아나운서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정년이 보장되어 있고, 연봉 역시 만만찮다는 것 또한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일이다. 허나 수 백, 수 천만의 시청자가 보는 방송에 나와서 학력이 어쩌니, 재산이 어쩌니하며 여기에서 이겨야만 '1등 신랑감'이 되는 것처럼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건 매우 위험하고 불쾌한 행동이다.


돈이 중심이 되고, 학력이 판단의 근거가 되는 사회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지금의 사회 분위기를 방송이 조장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아나운서들이 얼굴마담 역할을 하며 동조할 이유도 없다. 이런 특집을 방송이랍시고 버젓이 내보낸 제작진부터 출연자들까지 모두 고개 숙이고 반성해야 한다.


KBS 아나운서들의 '철없는' 돈 자랑을 보고 있노라니 바로 옆 방송국에서 공정 언론 사수를 위해 찬 바람을 맞아가며 파업을 하고 있는 MBC 아나운서들이 생각났다. KBS 아나운서들이 집 자랑, 차 자랑, 학력 자랑을 하며 히히덕 댈 때, MBC 아나운서들은 언론의 공정성 회복과 편향없는 제작 환경 조성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의지로 투쟁에 임하고 있다.


MBC 사측은 파업에 임한 노조원들에게 "강경대응 할 것" 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여차하면 해고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 아나운서들을 포함한 노조는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들은 생존과 직결된 '밥그릇'을 걸고 사측과 싸움을 하고 있다.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도 사람이다. 어찌 전현무, 김기만처럼 돈 많이 벌고, 부동산 재테크하며 편하게 살고 싶지 않겠는가.


허나 그들은 돈 보다, 부동산 보다 '언론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지금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작은 물질보다 더 큰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길 원하는 MBC 아나운서들은 남자건, 여자건, 신입이건, 고참이건 너나 할 것없이 눈발 몰아치는 차가운 거리로 자리를 옮겨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게 바로 사회 지식인으로서, 언론인으로서 아나운서들이 나가야 할 참된 길이다.


MBC 오상진 아나운서는 이번 파업 사태를 맞이하며 "현업에서 공정방송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하다. 하지만 그간의 5번의 파업과 해고와 징계를 통해 아예 무기력하게 있지만은 않았다. 힘을 주시고 지지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아들로서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나중에 제 자신과 미래의 아들딸에게 떳떳한 부모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어떠한가. 같은 총각 아나운서라도 '급'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발견할 수 없는 방송을 만든 [여유만만] 제작진과 KBS 아나운서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다. 조금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고 서민을 조롱하며 돈과 학력이 인생의 전부인냥 포장하는 방송은 만들지 말길 바란다. 사회적 매개체인 방송이 해야 할 일은 이런 쓸데 없는 것들이 아니다. 아나운서들 역시 가볍게 방송에 임하지 말고 언론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길 기대한다.


30대의 아나운서들이 TV에 나와 집 자랑, 차 자랑에 열을 올리는 사이, 한 쪽에선 대출빚과 전세금에 허덕이는 사람이 속출하는 시대. 슬프게도 우리는 이렇게 형편없이 일그러진 시대를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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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 전운이 돌고 있다.


노조가 30일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방송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MBC가 자랑하는 [무한도전][황금어장][나는 가수다][위대한 탄생][우결] 등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방송 중단의 직격탄을 맞았다.


예능국 62명의 PD들 중 무려 50여명이 노조 파업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나는 가수다]의 창시자 김영희 PD와 현재 연출을 맡고 있는 신정수 PD다.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 PD와 신정수 PD는 모두 노조 조합원 중에서도 강성 중의 강성으로 손꼽힌다. 김재철 사장이 낙하산으로 떨어진 이래 줄곧 김재철 사장과 현 정권의 언론 장악에 날을 세우며 대항했던 두 PD는 이번에도 노조의 선두에서 파업을 진두지휘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업은 불법이며, 관련 인사들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할 것" 이라며 벼르고 있는 MBC 사측이 김영희-신정수 PD를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영희 PD는 엄기영 퇴진 이 후, "MBC 고참으로서 할 말은 해야겠다"며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선 인물이다. 그는 후배 PD들에게 "MBC가 언론으로서 독립성과 자유를 지켜야 핝다"고 습관처럼 이야기하고 다녔다. 이 후, 김재철 사장에게 반대하는 MBC 노조 파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현장을 누비고 다녔고 MBC 부사장 임명건을 두고는 김재철 사장과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할 만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 김영희는 노조 파업 현장에 나가서 "이명박과 조중동이 멍청해도 참 멍청하다" "야욕이 커도 너무 크다" "언론을 장악한다고 진실이 숨겨지지는 않는다"며 강경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냈다. 특히 MBC 부사장 임명건에 대해서는 "우리가 오랜 시간 지켜왔던 MBC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통탄하다"고 개탄하며 "김재철의 무리한 인사명령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양심이 없는 인간이다."라며 일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철 사장이 MB식 코드 인사를 밀어붙이자 김영희는 노조원들 앞에서의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조치와 단호한 결단을 내리는 것은 불가항력" 이라며 노조의 집단 파업을 장기화시켰다. 이 사건으로 인해 김재철 사장은 김영희 PD를 필두로 무려 42명의 사원을 무더기 징계했다. 이 징계건에 대해 김영희 PD는 "기가 막힌 일이다. 지속적으로 사장 퇴진 운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 는 등의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2010년과 2011년 MBC 내부의 최대 화두였던 [PD 수첩] 논쟁에서도 김재철 사장을 공개 비난했다. 그는 "검찰 권력이 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몽둥이로 두들겨 패는 것은 현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대단히 반민주적인 사안" 이라면서 "김재철이 연임해서 한 첫 업무가 [PD 수첩] PD교체다. MBC가 소신있는 언론의 책임을 포기한 것" 이라고 이야기했다. 김재철 사장이 진두지휘한 [PD 수첩] 죽이기는 결국 담당 PD들이 무죄 판결을 받으며 무리한 인사였음이 증명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MBC 사측은 이번에도 김영희 PD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능국에서 절대적인 지분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PD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그가 이번 파업에도 어떻게든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MBC 사측이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예능국 인사가 바로 신정수 PD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정수 PD는 김영희 PD의 바통을 이어받아 [나는 가수다]를 연출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신정수 PD 스스로 고백했듯이, [나는 가수다] 연출을 맡은 이래 백만 안티를 몰고 다니는 그이지만 실상 MBC 노조에서 그만큼 걸출한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옥주현 투입과 맞물려 한 때 김재철 사장의 충실한 개라는 둥, MB와 같은 소망교회 인사라는 둥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 돌았지만 신정수 PD의 지난 행적을 나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를 믿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신PD는 소망교회를 다니지 않을 뿐더러 김재철이라고 하면 치를 떠는 인물이다.


MBC 노조 편제 위원장으로서 2008년 이 후, MBC 노조 파업을 주도하다시피 한 그는 파업 모두 발언을 통해 "김재철은 MBC와 미래를 같이 갈 수 없는 인물이다. 사람이 그렇게 경박스럽고 가벼울 수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2010년에는 김영희 PD와 함께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징계를 받은 42인 중 한명이었고, 2011년에는 [후플러스][PD 수첩] 논란 등에 맞서 사내 농성을 주도했다.


당시 그는 "김재철 사장은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로서 MBC를 맡을 능력도, 안목도, 재능도 없는 사람" 이라면서 "하지만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언론을 탄압할줄은 몰랐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 결연히 일어서서 싸울 수밖에 없다"며 삭발을 단행했다. 이 외에도 신 PD는 김재철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다 사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하고 MBC 관련 대토론회를 주최해 언론장악을 강력히 규탄하는 행보를 꾸준히 보여왔다.


재미있게도 [나는 가수다]의 전현직 PD인 김영희-신정수 쌍두마차가 노조 파업의 전면에 등장하게 되면서 예능국 내부의 전운 역시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예능국의 상징적 존재인 김영희 PD와 '싸움꾼' '투사' '행동대장' 으로 이름이 높은 신정수 PD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2010년 파업 이래 유례없는 대규모 파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기자회 파업으로 [뉴스데스크] 방송에 차질을 빚고 있는 MBC로선 난감한 상황이 됐다.


사실 MBC 사측은 작년 [나는 가수다] 재도전 파문을 빌미로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였던 김영희 PD를 일방적으로 경질시킴은 물론이고 CP 자리까지 내놓게 함으로써 '보복성 징계'를 시도한 바 있다. 이 시기 김재철 사장은 직접 아랫사람들에게 "무조건 김영희를 경질시켜라. PD들 반발은 내가 처리하겠다" 고 오더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MBC 노조는 이같은 결정에 반발하며 공동성명을 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사측은 당시 [놀러와]를 통해 '세시봉 열풍'을 주도하며 각광 받았던 신정수 PD를 강제적으로 후임 PD로 내정하면서 "사태를 잘 수습하지 못하면 문책성 인사를 각오해야 할 것" 이라는 무언의 압박을 서슴지 않았다. [나는 가수다] 사건을 기점으로 대표적 노조 강성인 김영희-신정수 PD 길들이기에 나섰던 것이다. 이처럼 [나가수]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처를 입었던 김영희 PD와 신정수 PD이기에 이번 노조 파업에 대한 그들의 의지는 단순한 참여를 넘어 "다시는 이빨을 드러내지 못하게 본 때를 보여주겠다" 식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이번 MBC 노조 파업은 '대규모 파업' 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보도국, 드라마국, 예능국 너나 할 것 없이 동참한 '초특급 파업'이다. 이번에야말로 김재철을 퇴진시키고 말겠다는 필사의 각오로 파업에 임하고 있는 MBC 노조는 "언론의 중립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파업이란 결정을 내렸다. 우리를 지지해 달라" 며 국민에게 호소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대답은 이거다. [무한도전] 안 봐도 좋다. [나는 가수다]의 노래 역시 당분간 안 들어도 좋다. 그러니 부디 그들이 뜻하는대로, 원하는대로 추구하는 가치를 쟁취하고 얻어내길 바란다.


"MBC 노조가 이 정도로 크게 파업을 했다면 김재철 사장 따위를 끌어내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신정수 PD의 결연한 한 마디가 귓전을 때리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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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파문이 예상치 못하게 확대되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바 아니만 실체화가 되고 보니 다소 당황스러운 측면이 있을 정도다.


본 블로거 '한밤의 연예가 섹션'은 3월 25일 [김영희PD 경질의 숨겨진 비밀, MBC 사장의 보복성 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김영희 PD와 김재철 MBC 사장간의 대립관계에 대해 파헤친 바 있다.


이 글에서 본 블로거는 향후 김영희 PD의 행보를 두가지 정도로 예상했었다. 첫 번째는 송창의나 주철환처럼 독자 세력을 형성하여 독립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4~5월 쯤 촉발 될듯한 노조 파업을 진두지휘하며 '역공'모션을 취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김영희 PD가 자신의 행보를 결정한 듯 작심하고 움직였다. MBC에 전운이 돌고 있다.


[나는 가수다] 파문이 터지자마자 MBC 측에서 취한 조치는 엉뚱하게도 김영희 PD 경질이었다. 이는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내가 책임지겠다"던 김영희 PD 조차도 감히 예상치 못했던 급작스러운 결정이었다. MBC는 "시청자와의 약속을 어기고 신뢰를 파탄낸" 죄목을 물어 김영희 PD를 가차없이 퇴진시켰다. 절차도, 규정도 무시된 채 MBC 윗선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된 김PD 경질은 예능국 뿐 아니라 MBC 노조를 경악시켰다. PD들 사이에서 "너무 오버다" 라는 설왕설래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여기에 MBC측은 김영희 PD를 일선에서 물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술 더 떠 [일밤] CP에서까지 물러나게 했다. [나는 가수다] 파문이 워낙 컸으므로 당분간 현업에서 물러나는 것이 맞다는게 MBC의 대외적 명분이었으나, 이 역시 내부적으로는 "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반발에 시달려야 했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관계가 껄끄럽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치사하게 보복성 인사를 하느냐" 라는 격앙된 반응도 표출됐다.


그러나 MBC 측에선 [나는 가수다] 파문 자체가 긴급사안이므로 김영희 PD 경질이 당연하다고 못 박았다. 김영희 PD 퇴진으로도 사태가 수습되지 않으니 [나는 가수다] 자체를 폐지 시키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상황이 재밌게 돌아간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여론이 특단의 '165분 방송' 조치 이후로 180도 뒤바껴 버린 것이다. 논란의 중심이었던 김건모가 국민가수의 위상을 되찾았고, 시청률은 오히려 2% 이상 상승했다. MBC가 내세운 김PD 경질의 명분이 희석되어 버리는 순간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MBC 내부적으로 가장 먼저 나온 말이 '김영희 PD 복귀론'이었다. [나는 가수다]가 의외로 호평을 얻으며 사태를 자체 수습한데다가 출연 가수들이 집단적으로 김영희 PD 복귀를 원하고 있다는 점, 여기에 김영희 PD가 여전히 [나가수] 쪽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이 김영희 복귀론의 발단이 됐다. 그러나 MBC 쪽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강경한 태도로 의견을 묵살했다. 김영희 PD를 정신적 수장으로 여기고 있는 MBC 노조 입장에선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시한폭탄처럼 어제 터질까, 오늘 터질까 했던 '김영희 PD 경질파문'은 결국 3월 28일 MBC 예능국 PD들 주도하에 노조가 집단적으로 '반발'하면서 노사간 힘겨루기로 비화됐다. 이날 노조는 작심이라도 한 듯 MBC 윗선을 강하게 질타했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 후로 끊임없이 일어난 파열음이 이번 [나는 가수다] 파문으로 폭발 직전까지 다다른 것이다.


MBC 노조는 성명을 통해 "PD교체는 최악의 결정이었다. 징계를 통하여 연출에게 경고하고 이후 만들어질 방송분을 통해 시청자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두자는 게 예능국 수뇌부의 결정이었음에도 임원진은 전격적으로 PD경질을 종용했다."며, "김재철 사장이 예능국원들이 반발하면 내가 직접 설득하겠다며 밀어 붙였다."고 폭로했다. 한 마디로 김영희 PD 예우문제를 두고 노사가 제대로 한판 붙은 것이다.


이러한 MBC 노조의 조직적인 움직임 뒤에는 김영희 PD의 속내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영희 PD로선 [나는 가수다]가 오랜만의 현업 복귀였는데 MBC 윗선에서 너무 가혹하게 내치는 바람에 체면을 크게 구겼다. 게다가 실수를 만회할 기회도 없이 PD자리 뿐 아니라 CP자리까지 내놨다. 경질 과정 역시 자신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윗선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한 반발심과 억울함이 없을 수 없다. 모든 책임을 지고 '쿨하게' 물러나긴 했지만 여러모로 미심쩍은 데가 많았던 이번 경질에 대해 어떻게든 항명해야만 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번 MBC 노조의 집단 성명으로 나타난 것이다.


현재 김영희 PD의 반격은 MBC 윗선에게 상당히 당황스런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MBC 노조의 성명이 발표되자마자 "사태 추이를 지켜 보겠다"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선 것도 노조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확인해 보려는 공산이 크다. 김PD가 전면에 나서서 진두지휘하고 있지는 않지만 만약 김PD가 2선에서 노조를 '수렴청정'하고 있다면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 아니란게 공통적 의견이다.


특히 MBC 윗선은 노조가 직접 김재철 사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비난한데 대해 굉장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김영희 PD 퇴진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건이 너무 복잡해진다. 윗선에서 보자면 결코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노조는 한 번 싸움을 시작한 마당에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결국 이번 싸움은 명분 싸움인데 명분으로 보자면 노조가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절차가 완전히 무시된 채 김재철 사장의 독단과 독선으로 이뤄진 이번 경질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태도다. 김재철 사장의 '반 노조' 인사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김영희 PD의 자존심 회복 문제 뿐 아니라 노조가 주창하는 언론 독립성, 부서 자율성, 국장 책임성 등의 문제가 함께 뒤섞여 있다. 


또한 노조는 이번 김영희 PD 퇴진이 노조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선 전에 없이 강경하게 나가야 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김재철 사장을 중심으로 한 '개편 파동'이 4월 중에 일어나기 전에 보다 강하게 윗선을 압박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4월 '개편 파동'은 김미화와 손석희를 타겟으로 한 퇴출 시나리오로서, 이미 MBC 임원진이 눈에 띄게 진행시킨 상태다. MBC 노조는 정신적 수장인 김영희 PD의 불명예 퇴진도 모자라 손석희, 김미화까지 잃을 수는 없다고 벼르고 있다.


결국 이번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 PD 퇴진은 단순한 예능 PD 경질의 문제를 넘어서 노조와 회사 측의 '명운'을 건 한 판으로 확대되고 있다. 당사자인 김영희 PD는 노조의 뒷쪽에서 은근한 의사전달을 통해 회사측에 역공 모션을 취하고 있으며, 실질적 대립자인 김재철 사장을 직접 지목함으로써 MBC 윗선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이 다음부터다. 노조가 과연 이번 싸움을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은 회사 쪽이 다소 수세에 몰려있지만 결국엔 "사장의 인사 명령권까지 압박할 셈이냐"고 반박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마지막 카드는 '파업' 밖에 없는데 사태가 파업까지 가면 사건 당사자인 김영희 PD가 뒤로 물러나 있을수는 없다. 김PD가 나서면 이건 그야말로 전면전이다. 부담이 없을 수 없다.


허나 어찌되었든 분명한 것 한가지는 '숨을 죽이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김영희 PD가 의외로 기민하게 역공 모션을 취했다는 것,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그간 MBC 윗선의 문제들이 노조의 입에서 하나하나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조는 28일 하루에만 김영희 PD 경질 비판, MBC 라디오국 PD 교체 비판, 손석희-김미화 퇴진 반대 등 지금까지 산적해 있던 문제들을 작심한 듯 꺼내 놓았다. 이번 김영희 PD 퇴진이 불러온 파장이 가히 '쓰나미급' 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대규모 반격을 나선 김영희 PD 이하 MBC 노조. 그리고 어떻게든 사건을 수습하려는 MBC 윗선. 이들의 대립과 힘겨루기는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 '전운'이 감돌고 있는 MBC의 내일이 자못 궁금해 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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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대로다.


MBC 예능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MBC 파업 때문이다.


'방송법 저지' '공영방송 사수' 를 외치며 파업에 돌입한 MBC의 최근 상황은 뒤숭숭하다.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 행사시임에도 불구 경위를 국회에 들여보내는 불법을 강행하며 언론악법 직권상정의 수순을 밟는 최악의 상황까지 도래했기 때문이다.


70~80년대 전투경찰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무차별적인 몸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MBC 노조의 파업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놀러와][황금어장][무한도전][스친소][환상의 짝꿍] 등 MBC 간판 예능의 마비는 불 보듯 뻔하다.


이 상황을 두고 조선일보가 명언을 남겼다. "MBC 파업이 길어지면 MBC 채널도 잊혀지게 될 것이다. MBC는 시청자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


여기에 대꾸한다. "나, 기꺼이 MBC의 인질이 되련다"




신문 방송법의 개정 됐을 경우 최고의 이득을 볼 '조선일보' 가 MBC 파업을 두고 불법 운운하며 딴지를 거는 것은 사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시청자 인질 운운하며 MBC 채널이 잊혀질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라 충고하는 것은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경우다. 청와대, 한나라당, 방송 악법과 함께 하는 패거리 집단이 언론이랍시고 펜대를 휘갈기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MBC노조는 26일부터 전국언론노조의 언론관계법 개정 반대 총파업에 동조해 파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간부 사원인 뉴스데스크 앵커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90년대 파업할 때만 해도 파업 참가자와 시니어(간부)가 적대관계였지만 이젠 서로 이해하게 됐다. (이번 파업은) 다 같이 잘해보자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시청자는 안중(眼中)에도 없다는 말이다" 라며 MBC 파업을 맹비난 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이러한 논조가 동아일보, 중앙일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MBC 파업은 기득권 지키려는 파업" 이라고 MBC 파업을 평가 절하하면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MBC가 주도하는 이번 파업은 시청자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불법 행동" 이라는 말을 덧 붙인다. 또 시청자 타령이다. 재밌는 것은 중앙일보가 미디어 전문가라고 소개한 사람이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라는 것이다. MBC가 편파적으로 방송한다고 몰아 붙이는 것은 마치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욕하는 꼴이다. 재미있다.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다. 동아일보 역시 전문가의 말을 따와서 "MBC 방송 사원은 지난 해 1년동안 각 1억원씩의 수당금을 받았다. 그들이 민영화를 반대하는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에 있다." 는 말을 하면서 "MBC 파업은 근로조건과 무관한 불법파업" 이라고 독설을 퍼붓고 있다. 여기서 코미디 하나는 동아일보의 전문가 역시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라는 것이다. 미디어 전문가가 진성호 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다.


조중동이 내밀고 있는 대의명분은 "MBC 파업이 시청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간다." 다. 시청자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방송사가 파업을 통해 제대로 된 방송을 내보내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이므로 폐기처분해도 마땅하다는 논지다. 그렇게 따지자면 수구 언론으로 자기들 기득권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 시대 보수 언론이라는 조중동이야말로 MBC 이전에 폐기처분해야 마땅한 언론 아닌가.


방송법 통과 이 후, 편파적이고 획일적인 방송을 보느니 난 차라리 'MBC의 인질' 이 되고 싶다. 방송을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언론을 정권의 홍보처로 만드는 악법을 떠받드느니 MBC 파업의 인질이 되어 [무한도전] 재방송을 보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 밀실에서 법안을 추진해 방송계와 학계, 시민사회의 반발은 신경 따위 쓰지 않는 오만함을 지켜보느니 차가운 길거리에서 전단을 나르는 MBC 노조원들의 헌신을 응원하겠다.


지금과 같은 방송법이 그대로 적용되면 언론의 다양성과 중립성은 심각하게 침해 당하게 되며 지금의 방송은 조중동과 일부 재벌 그리고 정권을 위한 '방패막이' 로 전락하게 될 뿐이다 동아일보는 미국 운운하며 신문방송법 개정이 좋은 법안이라며 쌍수를 들었지만 실상 미국에서는 "언론의 중립성과 다양성" 을 이유로 지금 MB가 추진하고 있는 신문방송법을 폐기처분했다. 남이 버린 쓰레기를 황금이라고 좋아하는 꼴이다.


<이는 12월 29일자 뉴스데스크를 보면 좀 더 상세히 알 수 있다. 뉴스데스크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작년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를 상위 20개 대도시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미국 의회, 상원의 반대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당시 상원의원이던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도 “언론의 다양성과 지역방송사의 활성화 같은 공영성을 해치고 거대 미디어그룹의 언론 장악을 허용해 소외계층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를 박탈당한다”며 반대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1년 동안 6개 대도시를 순회하며 수백 명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반대의견도 들었다”며 "밀실에서 추진해 방송계와 학계,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치면서도, 한 달도 안 돼 법안을 강행처리하려는 (이명박) 정부, 여당의 태도와 다르다"고 보도했다.>
- 미디어스


지금 조중동은 시청자를 인질로 잡지 마라며 MBC에게 훈수를 두고 있지만 방송법이 개정 되자마자 국민을 자신들의 돈벌이 '인질' 로 잡을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방송법의 최대 수혜자이자 MB 정권의 막강한 서포터를 자처하고 있는 그들이 방송법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이 재밌다. 편파방송, 기득권 수호 방송이라며 MBC 파업을 폄하하는 것이 제 얼굴에 침 뱉는 꼴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닐텐데 말이다.


단언컨대 MBC는 시청자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MBC는 시청자들과 함께 '파업' 을 하고 있을 뿐이다. 파업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국민과 함께 하는 MBC 파업은 실상 MBC 노조원들만의 파업, 전국언론노조만의 파업이 아니다. 미디어스의 지적처럼 지금의 사태는 '국민파업' 이다. 촛불이 살아나고 광화문 거리가 환히 밝혀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알게 된다. 조중동이 MBC에서 채널을 돌리라며 아무리 떼를 써도 여론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국회는 헌정 사상 초유의 몸싸움이 벌어지며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국회의장은 불법적인 경찰과 경위를 통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고 있고, 국회를 민주주의를 짓밟는 학살의 터전으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MB가 방관하고, 한나라당이 지지하고 있다. "5일까지 싹 다 치워버릴 것" 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폭력과 무법이 난무하며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 급급한 그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누가 누구를 인질로 잡고 있다는 것일까.


대의도 없고, 명분도 없으면 솔직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나 이명박(조중동, 한나라당)! 언론을 장악하고, 방송을 휘두르며, 다양성을 차단한 사회, 내가 최고인 사회를 만들고 싶다." 라고. 기득권 사수의 선전탑이라며 MBC 파업을 폄하하는데 몰두하지 말고 여론을 보고, 각계 각층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그 정도 양심을 바라는 것조차 과한 기대라는 것임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러니 할 수 없다. 물불 안 가리고 정권 유지, 기득권 수호에 급급한 그들에게 다시 한 번 외치는 수 밖에.


"나, 기꺼이 MBC의 즐거운 인질이 되었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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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MBC와 SBS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다.


파업이라면 학을 띠는 국민들이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어쩐지 국민적 분위기가 대환영이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행태가 마치 군사정권을 생각하게 할 정도로 노골적이기 때문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밑도 끝도 없이 힘으로 몰아 부치는 뻔뻔스러움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MBC와 SBS는 최대한 방송에 차질이 없을 정도로 파업에 돌입한다고 하지만, 방송에 차질이 생겨도 상관 없다. 작은 걸 희생해서 큰 걸 얻어낼 수 있다면 그 정도 손해야 감수 못하겠는가. (수구언론인 조중동의 융단폭격이 뻔히 예상 되기는 하지만)



우선 지금까지의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일지를 예전의 포스팅을 통해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이명박은 방송과 언론을 장악하지 못했던 노무현이 어떤 식으로 몰락하는지 지척에서 목도했던 몇 안 되는 거물 정치인이었다. 거기에 이어 쇠고기 파동이 일어나며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곤두박질치는 지지율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며 이명박 정권은 끝내 '방송장악' 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명박이 연출하고 그의 가신들이 출연한 2008년 방송장악은 역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방송과 관련 된 모든 사람들을 인적쇄신 하겠다는 목표 하에 이명박 정권이 내세운 것은 '소통의 논리' 였다. 소통이 되지 않는 부분을 과감히 제거함으로써 국민과 직접적으로 대화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끝내 그 소통의 논리는 방송 장악을 위한 하나의 명분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 국민들은 여전히 소통의 부재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고,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만의 소통 창구를 만들어 내는데 여념이 없다.


이명박 정권의 '행동대장' 혹은 '군기반장' 이라고 불리는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방송-언론 관련 인적 쇄신에 총대를 맨 인물이었다. 장관으로 취임 하자마자 "노무현 정권 때 일하던 사람들 모두 나가라." 며 반 협박을 시작했던 유장관은 올림픽 전후로 연예인 응원단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불구하고 MB의 강력히 비호 아래 문화 예술계를 손 쉽게 장악했다. 방송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문화예술계가 반(反)정권적 성향을 띄지 못하도록 유 장관의 움직임은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최근 한국 문화 예술 위원회 김정헌 위원장의 퇴진이 문화부 감사관실의 갑작스런 특별 조사와 그에 따른 유 장관의 직권 해임으로 이뤄진 것은 "문화 예술계를 장악하겠다." 는 유인촌의 야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게다가 유 장관은 국립 오페라단 사무국장에 청와대 대변인실 출신 김모 행정관을 임명하며 문화 예술계 전반을 MB 세력으로 확장시켰다. 재밌는 것은 "사무국장에 취임한 김모 행정관은 오페라나 공연분야 근무 경력이 전혀 없을 뿐더라 얼마 전 청와대에서 업무 부적응과 근무태만 등의 이유로 퇴출 된 인사" (민주당 논평 中) 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립박물관 문화재단 사장에는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강모씨를 임명하면서 문화 예술 위원회, 국립 오페라단, 국립 박물관 등 문화 예술계 내로라하는 자리들은 모두 친 MB 성향의 인사들이 장악했다. 방송 장악을 위한 첫 번째 토대가 완성된 셈이다. 어차피 방송과 문화예술이 함께 보조를 맞춰 걸을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면 문화예술계가 유인촌의 손아귀 속에 들어갔다는 것은 청와대 쪽에서 보자면 상당한 수확이 아닐 수 없다.


문화예술계가 약 1년 여만에 유인촌의 손아귀 속에 들어간 것처럼 방송계 역시 MB 정권의 서슬퍼런 숙청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몸이다. 사실 문화예술계 장악과 방송 장악은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천천히, 그러나 용의주도하게 함께 진행 되었다. 이는 방송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몇 몇 인물들의 정치적 성향과 과거의 행적만 살펴 보아도 쉽게 눈치 챌 수 있는 일이다.


2008년, 가장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킨 것은 KBS 정연주 사장 '배임죄 논란' 이다. 여기에 대통령이 임명권만을 갖고 있는 것이냐, 아니면 임면권을 함께 갖고 있는 것이냐 하는 법적 문제도 화젯거리로 떠 올랐다. 정연주 사장은 임기를 채우겠다며 퇴진하라는 정부에 강력히 반발했고 KBS 내부는 친 정연주 세력과 반 정연주 세력, 확대하자면 반 이명박 세력과 친 이명박 세력으로 양분 되어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정연주의 반발에 눈 하나 깜짝할 정권이 아니다. MB 정권은 끝끝내 '노무현의 남자' 라고 불리던 정연주 사장에게 '배임죄' 라는 죄목을 뒤집어 씌워 KBS 사장직에서 강제 사퇴시켰다. 이른바 KBS 사태에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이 깊숙히 관여했고, 최시중 방통위 회장 역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정권과 방통위의 합작품이 바로 'KBS 사태'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여기에 이어 '쇠고기 파동' 의 주범이라고 불리던 [PD수첩] 역시 철퇴를 맞았다. 명목 상으로는 잘못 된 보도를 한 언론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었지만 내면에는 당연히 [PD수첩] 을 내보낸 MBC에 대한 압박용 공세였다. 노무현 탄핵 사건 때부터 반 한나라당 성향을 띄고 있는 MBC가 존재하는 한 MB 정권의 방송 장악은 미완에 그칠 수 밖에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MB 정권은 한나라당을 동원해 [PD수첩] 과 MBC에 대대적인 책임을 물으며 프로그램을 난도질 했다. 검찰까지 동원한 대대적인 수사 끝에 청와대는 끝내 [PD수첩] 의 배후로 지목 된 조능희 CP와 송일준 PD를 보직해임시키고 MBC 민영화 논란을 함께 공론화 시키는 일거양득의 성과를 얻어낸다.


재밌는 것은 KBS 파문과 MBC 파문의 중심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누구인가? 최시중 방통위회장은 MB 시대와 함께 혜성 같이 등장한 '이명박의 남자' 다. 항간에서는 '대통령의 연인' 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최시중 방통위 회장과 MB 시대의 노선은 거의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명박 취임 전부터 이명박 캠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이명박의 '정치적 스승' 을 자처할 정도로 MB 정권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그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되어 방송가에 등장했다는 것은 그가 어떤 식으로든 MB 정권의 방송 장악에 상당한 영향력을 펼쳐 보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KBS 이사진 추천 및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임명, EBS 사장 임명, 방송-통신 및 인터넷 사업 인허가와 같은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쥔 그의 움직임은 정연주 해임논란, [PD 수첩] 파문과 맞물려 노골적인 정치색을 띠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PD 수첩] 파문 때에는 MBC 엄기영 사장을 만나 "MBC가 사과를 해야 하는거 아니냐" 며 엄사장을 압박해 논란을 낳았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하는 당시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 속에서도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겠다." 며 당당히 말했던 최시중이지만 취임 8개월 동안 그가 한 일이라고는 '이명박의 남자' 임을 완전히 확인시켜준 것 밖엔 없다.


KBS와 MBC 등 공중파 방송이 연달아 '철퇴' 를 맞는 와중에 케이블 방송사 역시 행복한 나날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케이블 방송 장악은 더더욱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바로 YTN 방송 사장 임명 논란이다.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연합방송 YTN에 이명박의 방송특보를 지낸 구본홍이 임명 되면서 YTN 노조는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하라며 강력한 투쟁에 나섰다. 서로 치고 받는 투쟁 속에 YTN 사태는 끝내 청와대의 승리로 종결 지어졌다.


구본홍은 YTN 사장으로 임명되는 즉시, 현 정권에 비판적이던 [돌발영상] 을 폐지하는 등 보수적 인사를 단행했고 말많고 탈많던 조직인사개편까지 보수파 인사로 채워 넣으면서 '대통령의 특사'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YTN 노조에 관한 이야기를 방송하려던 앵커의 방송원고를 생방송 도중 갑자기 빼앗은 일과 관련하여 "YTN은 이제 구본홍을 따르는 충실한 개일 뿐" 이라는 노조의 분통도 함께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구본홍 뿐 아니라 지금 대부분의 방송 관계자들은 '친 MB' 인사들로 가득하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아리랑 TV 방송 사장에는 대선 당시 한나라당 특보를 지냈던 정국록이, KBS 이사장에는 친 이명박계인 유재천이,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에는 이명박의 언론특보 단장을 지냈떤 양휘부가,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 라이프) 사장에는 이명박 캠프 특보였던 이몽룡이, 언론문화재단 이사장에는 이명박 캠프 언론특보를 지냈던 최규철이 임명됐다.


여기에 자산 규모 17조9500억원의 거대 통신기업 KT의 후임 사장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내정되면서 문화예술-방송-통신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언론 장악의 틀이 마련되었고, 공기업 뿐 아니라 민영기업까지 MB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됐다. 더 나아가 KBS-MBC가 철퇴를 맞으며 쓰러졌고 SBS에서는 '왕당파' 윤세영 회장이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친 보수, 친 MB' 를 표방하고 있어, 실상 윤세영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역시 청와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다.


여론을 선도하고 움직여야 하는 방송 및 언론이 정부의 손아귀에 들어서게 되자 방송의 중립성과 자율성은 크게 훼손당했다. 오랜 시간동안 정권과는 뗄레야 뗄 수 없었던 방송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식의 노골적인 언론장악은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는 15년의 시간 동안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MB 정권의 '방송 및 언론 장악' 의 또 다른 목표는 누구인가?


그건 바로 지금 마우스를 잡고 있는 "당신" 이다.


방송통신위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보통신망 개정법률안 중에는 네티즌과 포털사이트의 자유발언을 통제하기 위한 교묘한 법률이 숨겨져 있다. 제119조 '정보의 삭제 요청' 이 바로 MB 정권이 노리는 마지막 여론 통제다. 주요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인터넷에 올려진 글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해당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고, 해당사이트는 피해자의 요구를 들어 해당글을 접근 금지조치, 삭제 해야 한다. 얼핏 악플에 의한 희생자를 막아보자는 순수한 의도인 듯 싶지만 이 법률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국민의 눈과 입을 틀어막을 수 있는 이명박의 '절대반지' 다.


MB정권과 한나라당을 불리하게 몰아부치는 것은 인터넷을 통한 여론 확산이다. 아무리 방송을 장악하고, 언론을 움직인다고 해도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터넷을 통제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즉, MB는 최시중을 앞세운 방통위를 통해 정보통신망 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정권에 비판적인 글이나 이야기, 자유로운 문제제기와 토론을 미연에 차단할 수 있는 길을 터 놓게 된 것이다. 정권 초기부터 "인터넷 하는 사람들 때문에 나라 운영하기 참 힘들다." 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해 온 MB였으니 이런 수순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엄청난 방송 장악 프로젝트의 마지막 종착점으로 지금 실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MBC 민영화 논란이다. 그러나 MBC 민영화는 민영화가 아니라 삼성, 현대 또는 조중동의 개 노릇을 하는 사영화 일 뿐이다. 이번 한나라당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공정성 있는 언론, 중립을 지키는 언론의 참모습은 결코 보여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기업주, 사주를 위한 방송으로 전락한 것이 과연 대중을 위한 방송인지, 가치있는 언론의 중립성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MBC 민영화 아니, "MBC 사영화" 라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완성단계에 다달으면 대기업과 수구언론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질 것이고 그만큼 기득권과 이득을 챙기려는 이들의 저돌적 움직임은 심화되어 갈 수 밖에 없다. 조만간 MBC 뉴스에서 삼성의 비리 관련 뉴스를 보지 못하고, 조중동의 폐해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 지금껏 이들의 언론 장악 형태를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MB 정권의 마지막 방송 장악 종착점은 결국 MBC 사영화라는 무시무시한 프로젝트라는 것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MBC와 SBS, KBS 노조의 연대 파업이 코 앞으로 다가온 이 때, 방송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지켜내야 할 것은 지켜내야 한다. 모든 권력이 국민의 손에서 나온다는 헌법의 당연한 법 조항처럼 국민이 지지하고, 국민이 보호하는 파업은 반드시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수순을 걷게 될 것이다.


소통의 미덕을 강조했던 이명박식 소통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방송, 언론, 문화예술, 통신, 인터넷을 청와대가 완전히 장악하는 'MB 중심' 의 시대 말이다. 국민들과의 쌍방향적 상호작용을 통해 능동적인 민주사회를 창조하고, 국민들 속에서 호흡하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공약(公約)은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공약(空約)일 뿐이었다. 한 나라의 방송과 언론이 파란 지붕 밑에 사는 "한 남자" 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이 씁쓸하고 안타깝다.


방송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참고 견딜 수 있다. 이 시대의 진정한 방송을 지키고, 수호할 수 있다면.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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