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의 민호와 f(x)의 설리가 주연으로 드라마 캐스팅이 확정되었다. 일본 만화 원작으로 일본에서도 드라마화 된 적이 있는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리메이크 하는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다.
민호와 설리는 그 전 연기 경력이 전무하다 싶을 정도다. 민호는 단막등에서 연기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주연을 맡을 경력이라고는 할 수 없고 설리는 그마저도 없다. 단 한 번에 주연, 그야말로 파격대우다.
그러나 이들의 드라마가 과연 정말 의미가 있을 것인가. 노골적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제작되는지 뻔히 보이는 까닭에 그들의 드라마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질지 우려된다.
한류는 그동안 연예계를 대표하는 단어들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 가수가 전 세계적으로 어떤 팬덤을 형성한다는 것은 그 나름의 큰 의미가 있다. 가끔씩 성과를 너무 부풀리거나 없는 사실을 있는 듯 호도하여 애국심 마케팅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굳이 애국심 마케팅의 일환으로서가 아니더라도 국내의 문화가 세계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류에는 지독한 문제점이 있다. '팔아먹기'에 급급한 나머지 그 콘텐츠의 충실한 내용에는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을 때가 있는 것이다. 예를들어 장근석의 [사랑비]를 보자. [사랑비]는 [겨울연가]를 집필한 작가에 장근석이라는 일본에서 성공한 배우와 소녀시대 윤아라는 한류 스타를 내세워 재미를 봤다. 비록 국내 시청률 5%의 충격적인 결과로 장렬히 전사했지만 그런 것 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장근석과 윤아의 이름값으로 이미 해외에 선판매가 되었고 제작비는 물론, 이익을 낸 상태에서 출발했기에 국내 시청률이 5%든, 1%든 아무 상관도 없었던 것이었다.
샤이니 민호와 f(x)설리. 이 이름만 들어도 SM측의, SM에 의한, SM을 위한 드라마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출연진은 물론 카메오로도 SM 소속 가수나 연기자들이 전면적으로 등장할 것이며 SM의 이름값을 높이고 인지도를 높이는데 적극 활용될 공산이 크다.
동남아나 아시아등 해외에서 인지도가 있는 가수들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그 콘텐츠로 그 거품을 더욱 크게 부풀리고자 하는 계획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대로 좋은가.
사랑비만 해도 그렇다. 70년대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여 첫사랑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어야 할 드라마가 정말 70년대 같은 감성으로 촌스럽고 답답한 장면들이 반복되었다. 가을동화나 겨울연가가 보여주었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단지 뻔한 클리셰를 답습하며 신선함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예전 작품의 명성과 한류스타의 이름값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에서 사랑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류가 그동안 인기있었던 이유는 콘텐츠가 상당한 퀄리티가 있었기 때문이다. 뛰어난 영화와 퍼포먼스, 귀를 사로잡는 음악등은 자연스레 다른 나라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한류를 의식해 만든 작품치고는 성공적인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 국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는다. 그 기본적인 원리를 무시하면 한류 콘텐츠의 양상은 내실은 없이 지나치게 몸집만 불어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바로 그러하다. 일본 원작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 자체로 콘텐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고민이 있었는지 자체가 의심스럽다. 게다가 민호와 설리라니. 연기력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이 배우(?)들을 단박에 주연으로 캐스팅 하며 드라마의 질을 다시 한 번 의심케 만들었다. 이들이 과연 오디션을 보기나 했을까. SM출신에 얼굴이 반반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쉽게 주연자리를 꿰찬 이들이 과연 얼마나 설득력있는 연기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처음부터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드라마는 SM의 힘으로 프라임 시간대에 공중파에 편성이 된다고 한다. SM측은 이 드라마가 꽃보다 남자같은 성공작이 되길 내심 바라고 있겠지만 주연들이 보기 불편한 연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그런 성공이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 먼저 된다. 차라리 신선한 얼굴을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지만 이미 알려진 가수들의 드라마 주연은 신선함도 새로움도 없다.
더욱 문제인 것은 SM출신 연기자 중, 제대로 된 연기자를 찾아보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다. SM의 하드 트레이닝도 타고나지 않은 재능을 어쩔 수 없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연희는 아직까지 발연기고 고아라는 성인연기자로서 드라마에서 매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나마 나은 윤아도 소녀시대라는 타이틀이 없었다면 주연까지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민호나 설리가 예상을 뛰어넘은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되지 않는다. 시청자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자신들의 리그에서 노는 연기는 사실상 전파낭비에 가깝다. 굳이 그런 선택을 할거였다면 단계를 밟아 조연부터 시작하는 편이 나았다.
한류도 좋고 리메이크도 좋다. 하지만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소속사의 소속가수 띄우기에만 급급한 기획사 파워도 하루이틀이지 이런 내실없는 한류용 반짝 드라마가 나온다는 것은 사실 부끄러운 일이다. 정말 대단해지고 싶다면 한국에서 먼저 인정받아야 한다. 정말 좋은 작품은 누구나 알아보게 되어있다. 대장금같은 한국적인 작품이 해외에서 통하는 것만 보아도 알수있지 않은가. 지나치게 해외를 의식해 "이런 한류 스타가 나오고 이런 글로벌한 내용으로 만들었다"고 떠벌리는 자체가 일종의 허세다.
이 무리수를 극복하고 그 작품이 진정한 한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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