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3일 시작한 <도둑놈 도둑님>(이하<도둑님>)에는 몇 가지 편견이 존재했다. 첫째는 주말극이라는 것. 대부분 주말 심야시간대의 작품은 ‘막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씨청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꼬인 출생관계, 특히 악녀로 대변되는 뚜렷한 선악구도, 당하기만 하는 주인공의 답답한 상황등이 다소 지나칠 정도로 개연성을 무시한 채 표현된다. 주말극의 주 시청층이 주부라는 점을 다분히 인식한 구성이다. <도둑님>역시 50부작에 달하는 주말극으로 방송을 시작했고, 그런 편견을 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존재했다.

 

 

 


두 번째는 여주인공을 맡은 서현에 대한 편견이었다. 아이돌 출신 서현은 그동안 몇 번의 연기 경험이 있지만, 대부분 비중이 크지 않은 역할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상황은 아니었다. 긴 호흡의 주말극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고,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 대한 편견을 깨야 한다는 부담감 또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초반부의 똑똑한 전개, 그러나 예고된 막장.

 

 

 


6회가 방영된 <도둑님>은 이런 편견을 꽤 슬기롭게 극복해가고 있다. 사실 <도둑님>의 내러티브는 복잡하지 않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정의롭고 꿋꿋한 주인공과 그에 대비되는 악한 세력의 구도는 전형적이고 단조롭다. 그러나 이런 구도를 <도둑님>은 독특한 설정으로 극복한다.

 

 

 


<도둑님>은 친일파와 독립군의 후손이라는 지점을 건드렸다. 친일파의 후손들은 대기업을 운영할 정도로 화려한 삶을 살지만, 독립군의 후손은 도둑질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처지다. 국가에 피해를 입힌 사람들의 후손이 오히려 잘 살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후손은 오히려 범죄자가 된 아이러니한 상황. 이 지점은 ‘불공정 사회’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감정을 건드리며, 드라마를 막장공식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여기에 빠른 전개가 더해지자 호평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따져보면 <도둑님>은 선악구도, 출생의 비밀 등 막장 드라마의 구성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선과 악의 대립은 지나치게 뚜렷하고 주인공들은 나름대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절대 권력 앞에 번번이 꿈을 좌절당한다. 답답한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찾아내는 정의로운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을 막는 절대 권력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절대 선과 절대 악의 대결은 익숙한 설정이고, 드라마의 흐름을 무리 없이 이해시키기에 적합한 설정이다.

 

 

 


 

그러나 그만큼 캐릭터는 전형적이다. 특히 홍일권(장광 분)과 그의 딸 홍미애(서이숙 분)의 캐릭터는 그저 ‘악’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특히 홍미애의 대사는 지나치다싶을 만큼 노골적이다. 6회분에서 강소주(서주현 분)에게 “너는 밥을 따로 먹으라.”며 구박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노골적인 표정과 노골적인 대사, 그리고 노골적인 행동은 감정이입할 대상을 말그대로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독립군과 친일파라는 소재를 차용한 것은 드라마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데 유효했으나 앞으로 남은 46회동안 촘촘한 설정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막장스럽지 않게’ 가져갈 수 있을지는 의문인 것이다. 이에 대해 <도둑님>의 pd역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도둑님>의 오경훈PD는 제작 발표회에서 “처음에는 깐깐하고 진지하게 만들겠다. 그러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막장적 요소가 어느 정도 들어간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주 시청층을 잡기 위해서는 막장 요소를 넣지 않을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 초반의 깐깐함으로 후반부에 약간 무리하고 파격적인 설정을 이해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이돌 출신' 서현이 연기자 서주현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사실상 막장은 주말극 시청률의 중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초반부의 탄탄함이 후반부까지 유효할 것이냐 하는 지점이다. 후반부 이야기와 마무리가 깔끔해야 드라마의 평가는 좋게 바뀔 수 있다. 방영 내내 답답한 전개를 이어가다가 후반부에 급하게 마무리되는 성질의 드라마에 좋은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소녀시대 출신의 서현은 서주현이라는 본명으로 연기자로서의 존재감을 알리는 중요한 시점이다. 성인 연기자로 전환되고 2회가 지난 지금, 서주현의 연기는 생각보다 안정적이다. 발음이나 발성, 표현에 있어서 주인공을 표현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막장으로 전환되었을 때, 캐릭터의 붕괴가 일어날 확률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막장극에서 ‘착한’ 주인공이 단순한 정의감으로 벌이는 일들은 때때로 답답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착하기만한 주인공은 오히려 지지율이 낮다. 막장으로 치달을수록 오히려 강렬한 분위기를 내뿜는 악역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경우도 흔하다. 캐릭터가 전형적일수록, 주인공에 대한 연기력의 평가 역시 높지 않은 경향이 있다. 전형적인 선악구도 속에서 정의로운 강소주 캐릭터는 사실 신선하다고 볼 수는 없다. 

 

 

 


<도둑님>은 과연, 막장의 향연 속에서도 서현을 연기자 서주현으로 인식 시킬만큼 큰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초반부의 전개가 아깝지 않도록 후반부에 대한 세심한 노력이 수반될 때만이 그런 반전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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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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