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했어요] 가 '악수' 에 '자충수' 까지 두고 있다. 아직 고민 중이라고 하지만 "육아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 이라는 제작진의 입장이 표명되면서 [우리 결혼했어요] 를 둘러 싼 논란이 한층 심화됐다. "가족의 개념을 확장해서 조금 더 새로운 느낌을 가미할 수 있을 것." 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기본적인 입장인데 일반 네티즌들의 반응은 생각만큼 좋지 않다.


'육아 프로젝트' 의 전향이야 말로 [우리 결혼했어요] 의 '최악의 선택'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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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 가 지금껏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가상 결혼' 이라는 특이한 컨셉트 안에서 결혼인지, 연애인지 모를 미묘한 감정선을 기본적으로 잘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 결혼했어요] 는 가상과 리얼이라는 경계에서 출연진들의 리얼한 감정을 포착하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시청자들은 그런 출연진들의 모습을 보면서 '결혼 같기도 하고, 연애 같기도 한' 달달하고 상큼한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알신커플, 앤솔커플, 신상커플, 쌍추커플 등 '캐릭터' 확실한 네 커플들의 개성 만점 색깔이 빛을 발하면서 [우리 결혼했어요] 는 2008년 가장 '핫' 한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됐다. 최근 들어 시청률 하락세가 이어지고 이슈도 예전만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우리 결혼했어요] 는 기본적인 팬 베이스만으로도 '평균' 이상은 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 결혼했어요] 가 추진하고 있는 '육아 프로젝트' 는 그야말로 안 하느니만 못하는 [우리 결혼했어요] 프로젝트 사상 가장 '최악의 선택' 이 될 것이다.


과거 [god의 육아일기] 가 선보인 바 있듯이 분명 '육아 프로젝트' 는 어느 정도의 대중적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소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god의 육아일기] 가 처음부터 '육아 프로젝트' 를 표방하면서 시작한 것과 달리 [우리 결혼했어요]는 지금껏 육아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 온 프로그램이다. 육아라는 현실적인 프로젝트가 커플 사이에 들어오게 되면 결혼과 연예의 경계에서 치열하게 줄타기를 하며 로맨틱한 이벤트와 상큼발랄한 데이트로 '무장' 되어 있었던 지금의 제작 방향은 완전히 '180도'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밖에 없게 된다.


게다가 육아 프로젝트의 도입은 지금껏 공고한 캐릭터를 구축해 오던 네 커플의 영역에 엄청난 침범을 가하며 현재의 캐릭터가 완전히 망가뜨리게 된다. 일례로 신상을 외치며 색다른 매력을 뿜어내던 '신상커플' 서인영과 크라운 J가 아기를 키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지금의 서인영은 크라운 J에게 투정을 부리고 신경질을 내는 모습이 "예쁘게" 비춰지지만 아기가 집안에 들어온 상태에서 육아를 전적으로 크라운 J에게 맡기고 투정을 부리는 서인영의 모습은 "철없게" 비춰지게 된다.


서인영은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캐릭터를 고수하는 것 뿐인데 '육아' 라는 프로젝트가 들어옴으로써 서인영의 캐릭터와 개성있는 색깔은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그렇다고 서인영이 아기를 예뻐라하며 육아에 열심인 '현모양처' 스타일과 결합하는 것도 어색하다. 한 마디로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육아' 라는 개념이 도입된 이상 이상하게만 변질되는 것이다.


더 이야기를 원론적으로 끌어가자면 '육아 프로젝트' 를 시도하는 [우리 결혼했어요] 의 저의 역시 심상치 않다.


제작진은 "가족 확장차원에서 육아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출산 장려의 계몽적 색깔도 띌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우리 결혼했어요] 에 육아 프로젝트가 필요한 이유는 다른데 있다. 바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소재의 부족을 극복하고 시청률 하락세를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충격요법' 정도가 아닌가?


언제부터 [우리 결혼했어요] 가 '가족 확장' 과 '출산 장려' 를 생각할 정도로 계몽적이고 공익적인 프로그램이 되었던가? [우리 결혼했어요] 의 본질은 리얼을 가장한 청춘 시트콤이었고, 결혼을 가장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었나? 최근들어 예전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이 크지 않고 시청률 또한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가 결국 [패밀리가 떴다] 에 추월당하니 '고육지책' 으로 나온 것이 육아 프로젝트 아닌가? 그렇다면 이것을 어찌 시청률 상승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자 도구로 격하시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 결혼했어요] 의 제작의도는 "스타들을 가상 부부로 설정하여 현대인의 연애와 결혼 법칙을 풀어보는 프로그램" 이었다. 이런 제작의도에서 벗어나 육아를 집어 넣고 고군분투 하는 신혼 부부들의 모습으로 억지 웃음을 유발하려는 심산이라면 지금이라도 일찌감치 '포기' 해야 한다. 육아 프로젝트야 말로 사람을 도구로 사용해 시청률을 끌어 올리려는 아주 원초적이고 말초적인 저급 발상일 뿐 아니라 지금껏 [우리 결혼했어요] 가 유지해 왔던 모든 기본적 설정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최악의 소재' 이기 때문이다.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을 '수단' 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또한 '초심' 을 잃어서도 안 된다.


[우리 결혼했어요] 의 '육아 프로젝트' 는 지금 이 두가지 잘못을 모두 저지르고 있다. 바라건대 [우리 결혼했어요] 가 적어도 시청률에 목말라, 하지 말아야 하는 짓까지 하는 저질 프로그램으로 격하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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