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에서  코믹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웃기려 하는 걸출한 배우 한명이 있다.

 그 이름하여 김수미. 김수미는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로 뛰어난 연기를 펼쳐 그 독특한 억양이 유행어가 되고 그녀도 스타덤에 오를 정도로 대단한 배우이다. 그리고 그런 대단한 배우 김수미의 코믹연기는 여전히 뛰어나다. 아마도 누구도 여기에 이의를 달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 배우는 그 코믹연기라는, 오늘의 김수미가 있게한 김수미의 최고의 무기를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를 때인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왜냐하면 김수미씨는 지금 덫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는 "제한된 연기"라는 덫에.

 김수미의 코믹연기, 이미 우리들을 충분히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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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는 상당히 오래 연기해 온 배우다. 그리고 그만큼 그 연기에 녹아든 내공도 대단한 배우라고 할 수 있다.

 김수미가 등장하기만 해도 안방이나 극장엔 웃음꽃이 피곤 했다. 그녀가 내뱉는 육두문자들은 다른 배우가 표현해 낼 수 없는 김수미 만의 맛이 있었다. 그 육두문자들은 천박하거나 독기를 품은 것들이 아니라 우습고 정감가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김수미는 인정받았다. 방송심의에 걸릴만한 욕들이었지만 김수미가 하는 욕이었기 때문에 그 느낌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그 욕들이 더러운 것이 되지 않고 화면에서 또는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재밌게 해주었다. 김수미의 표현능력으로 인해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까지 살아나는 그런 욕들. 그것은 김수미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가 하는 것을 한치의 의심없이 증명해 보이는 다른 배우와는 또 다른 방법이었던 것일 게다. 그리고 그것은 김수미라는 배우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기도 하고.

 점점 더, 김수미가 그런 배역에 적역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지면서 김수미의 코믹연기를 원하는 영화나 드라마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TV에서 본격적으로 김수미의 코믹연기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였다. 이 시트콤에서 김수미는 엄청난 포스를 자랑하며 작품의 전반을 장악한다. 김수미가 연기한 재벌가 마나님이자 미술관 관장의 역할은 김수미가 아니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김수미를 위해 만들어진 역할인 듯했다. 그녀는 박경림이나 소유진을 뛰어넘는 무게감을 만들어 냈고 마치 시트콤을 위해 태어난 듯한 연기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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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트콤은 비록 알 수 없는 이유로 조기종영 당했으나 김수미의 코믹여배우로서의 주가는 이 시트콤으로 인해 그야말로 치솟게 된다.

또한 그 다음으로 선택한 프란체스카3는 김수미의 그러한 코믹연기가 어디에나 통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었다. 그녀가 부른 "젠틀멘이다"는 유행하기도 했고 자칫 매니아들의 전작 선호 현상으로 흐를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즌1, 2에 못지 않는, 오히려 더한 웃음을 주며 프란체스카3의 인기를 견인했다. "김수미"때문에 프란체스카를 본다는 사람이 등장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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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도 김수미는 코믹연기의 대가로서 주가가 계속 상승한다. 김수미는 그녀가 코믹연기로 주목받기 시작한 초기에 찍은 영화 "오해피 데이"에서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녀가 연기한 욕쟁이 할머니의 등장은  적은 비중에도 불구, 극장안에 웃음바다를 이루어내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찍을때 쯤의 김수미는 아직까지는 영화의 질을 좌지우지 하는 수준으로까지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녀가 점점 영화에서 코믹연기의 가공할만한 위력을 발휘한 때는 바로"마파도"에서 부터였는데 이 영화는 딱히 톱스타가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 다섯 할머니의 역량만으로 흥행에 성공한다.

 김수미는 이 영화에서도 역시 육두문자를 이용한 개그를 펼친다. 이 영화에서 김수미는 다른 네 할머니를 압도하는 연기로 관객들을 웃기며 흥행성공의 일등공신이라 인정받는다. 후속작에서도 다른 할머니들을 모두 작아보이게 하는 김수민의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웃긴다. "김수미가 나오면서 부터 다른 할머니들은 모두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라는 평까지 얻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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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재능있는 코믹배우인 김수미를 영화계에서 그냥 놔두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각종 영화에서 까메오로 등장하는 김수미는 당연히 웃기는 역할로 등장했고 김수미가 마파도 이후 출연한 영화 "간큰가족"과 "구세주"는 말할 것도 없고 "가문에 영광"의 후속격 영화인 "가문의 부활"과 "못말리는 결혼"에서도 김수미는 코믹연기를 펼친다.

 특히 가문의 영광과 못말리는 결혼은 김수미가 없었다면 결코 만들어 질 수 없는 영화로 까지 보였다. 김수미는 이 두 영화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역할인 동시에 오히려 주연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짊어지고 이끌어간다. 마치 김수미를 위해, 김수미가 있기때문에 존재하는 것같은 이런 영화들이 가능해지고 흥행에도 좋은 성적을 거둠에 따라 "코믹배우 김수미"는 더욱 더 주가를 올려 가문의 영광3격인 "가문의 위기"라는 상식적으로 무리한 영화의 제작을 가능케한다. 물론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하지만 말이다.

 물론 김수미는 중간 중간에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노모를 가슴찡하게 연기하기도 하고 드라마 "왕과 나"에서는 여윤계의 대역이기는 하지만 그동안의 코믹연기를 벗고 진지한 카리스마를 발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무엇도 김수미의 코믹연기의 성과를  따라오지 못했는지 김수미는 영화 "못말리는 결혼"에서 모티브를 따온 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에서 다시 코믹연기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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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는 위험하다. 그동안 김수미에 의한 코믹연기가 먹혀들었기 때문에 이는 일면 당연한 선택이라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에 먹혀든 김수미의 코믹연기는 이미 그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로 내려가는 길의 끝에 서있다.

 이제 김수미하면 그 누구도 "어머니"나 "진지한 연기"를 떠올리지 않는다. 김수미는 웃기고 재밌는 배우라는 인식만이 강해져 가고 있을 뿐이다. 이런 한정된 이미지는 배우에게는 독이다. 게다가 김수미의 코믹연기는 이미 식상해질 대로 식상해져 있다.

 만약 김수미가 코믹연기 밖에 하지 못하는 배우라고 한다면 이대로도 좋을 테지만 김수미의 연기적 역량을 그까짓 코믹연기에 가두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하는 소리다.

 물론 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의 부진을 모두 김수미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수미는 자신을 자기자신의 한계에 가두는 연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친 김수미의 코믹연기는 분명 조연이 아닌 "주연"이라는 이름을 단 수많은 배우가 반복했더라면 "저 배우는 한가지 연기밖에 못한다" "코믹연기만 반복하며 성공에 안착하려는 배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연기자에게 있어 "자기스타일"의 연기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스타일"의 연기와 "매번 같은 역할을 반복하는"연기는 다르다.

 같은 역할을 수없이 반복해야 했던 김수미가 이정도라도 그녀의 연기를 인정받고 있는 까닭은 그녀의 뛰어난 연기력과 또 그동안 그녀가 보였던 다양한 연기자로서의 매력이 아직까지는 유효하기 때문이고 그녀가 영화를 이끌어 갔을 지언정 이제까지는 항상 조연의 타이틀을 달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김수미 자신을 위해 그런 연기는 회피해야 한다. 특히나 지금처럼 이미지의 변주가 거의 없이 똑같은 연기가 계속 요구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김수미 처럼 능력있는 배우가 코믹적인 연기에 묻혀서 다른 가능성을 인정 받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일이다. 또한 그것은 자신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을 한정하는 일이며 이미 쓸데로 써먹은 코믹연기로 인해 시청자들까지 지루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요소를 다분히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김수미는 한 영화제에서 "인기를 위해 연기한 적 없다"는 말로 우리를 감동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제 김수미가 "인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배우의 가능성"을 위해 또는 그녀를 바라보는 많은 "관객"이나 "시청자"들을 위해서 코믹연기만은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김수미가 나이많은 중견배우에 들어섰건 들어서지 않았건 상관 없다. 관객의 눈으로 봤을때 그녀는 여전히 재능있고 가능성있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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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히 2008.01.28 2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론을 달자면 코믹한 캐릭터로 일관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씀이신것 같은데, 김수미씨는 아마 코믹하게 연기한것이 아니라 역활자체를 소화를 잘해낸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나열하신 프란체스카나 귀엽거나 미치거나, 가문의 부활, 마파도, 모두 본 저로써는 거기서 김수미 얼굴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각 캐릭터들을 본모습들이 보였고 거기서 김수미님의 약간의 감초적으로 섞는 본인 특유의 입담이 섞여들어갔다고 봅니다.

  2. artsoho 2008.01.29 0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히님과 동감입니다~ 내리막길이라는 표현은 듣기에 좀 의아합니다.
    김수미씨께 만약 진지한 역할이 주어졌다면,
    그 역할 또한 충분히 멋지게 소화하리라 생각되는데요.
    아직까진 웃음이 부족한 현대인들을 위해
    좀 더 코믹연기에 머물러 계셨으면 좋겠습니다~ㅎ

  3. Favicon of http://metsesori.tistory.com BlogIcon 진호Jinho 2008.01.29 04: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나저나 말을 애완동물 산책하듯이 동네로 끌고 나온 저 사진.. 포쓰 있네요.

  4. Favicon of http://click.interich.com/?pf_code=100116108701103441 BlogIcon 인터리치 2008.01.29 1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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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글쎄요... 2008.02.05 17: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김수미 라는 배우 하면 맨발의 기봉이 때문인진 몰라도
    따뜻하고 구수한 어머니가 생각나는데...
    내리막길이라는 말은 아직 아닌것 같습니다.아직도 주가를 올리고 있으시다고 생각해요.

  6. Favicon of http://ongdal_2.blog.me BlogIcon ONGDAL 2010.10.02 0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이 많이 가네요.
    쇼 프로그램에서도 김수미씨의 코믹스러운 부분만을 강조하다보니 생긴 이미지가 아닐까 싶어요.
    자꾸만 한 가지 장점만 보여지는것이 아쉽네요.

  7. 2011.05.03 04: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저는 이글에 반대를 던지고 싶습니다. 헐리우드나 세계적인 배우들을 평가하는 애널리스트들의 글을 보면 오히려 한가지의 역할을 꾸준히 소화해내는 배우들(성격배우라고 칭함)을 굉장히 높이 평가합니다.그리고 최고 인기를 누리는 스타 역시 주로 성격배우라고 하구요. 근데 이상하게 유독 우리나라는 한 역할을 꾸준히하면 변화없는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로 인식하고, 다양한 연기변신을 해야 연기력을 인정하는 분위긴데.. 전 그런 분위기를 사실 지양하고 싶습니다. 김수미라는 이름을 떠올렸을때 한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또한 그녀의 능력이라고 생각되구요 ^^ 다른방향으로도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는생각에 글을 적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