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능 판도를 보자면, 무한도전의 하락세와 더불어 상승곡선을 그리는 예능이 두 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1박 2일"과 "우리 결혼했어요"다.
그 중에서도 1박 2일은 어느새, 시청자들의 곁에 비판의 대상이 아닌 친구와 같은 대상으로 단지 시청률만 높은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의 팬을 양산해 내면서 제 2의 무한도전 과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급 부상했다.
그러나 한창 인기몰이중인 이 1박 2일이, 어쩌면 무한도전보다 더 빨리 한계에 도달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1박2일이라는 제목은, 1박 2일 동안 한국의 좋은 여행지를 탐방해 보고 그 여행지를 소개시키는 프로그램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1박 2일이 그 존재의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들이 국내에서 하는 여행길이 얼마나 흥미롭고 재미있게 그려지는가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들이 가고 있는 그 여행길을 따라서 그 여행지 자체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것인가 하는 것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1박 2일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그러나 "복불복 게임"에 있다. 물론, 이는 재미있다. 그들이 밥을 먹느냐 마느냐, 아니면 잠을 안에서 자느냐 밖에서 자느냐 하는 원초적인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서 뛰어다니는 모습은 그들
각각에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1박 2일"의 팬들이 그들을 마치 친구와도 같이 느끼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1박 2일이 그 의미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1박 2일이 그동안 그들의 여행지와 어울리는 에피소드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고 추우면 바람이 불고 추운대로, 바다에서는 바닷물속에 풍덩 빠져 들면서, 한국에도 저런 곳이 있구나, 저렇게 놀면 재밌겠네 하는 생각을 들게 했던 것은, 1박 2일이 가지고 있는 예능이라는 본질적인 목적과 기획의도를 참으로 적합하게 결합시킨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때때로 사람이 없는 분교의 아이들과 놀아주고, 그들에게 파티를 열어주는 모습 또한 나쁘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여행"이라는 목적을 어쩌면 "봉사"라는 목적으로도 승화 시키면서 그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재미까지 더한 그러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박 2일의 한계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1박 2일이 만들어 내는 모든 재미와 감동은, 바로 1박 2일동안 가는 "여행지"가 어떤 곳이냐 하는 것에 달려 있다.
그것은 곧, 그들 스스로가 여행을 하는 동안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라는 그들의 가장 큰 장점이 약점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에피소드 자체에 "여행"이라는 틀이 항상 그들을 가둬두고 있으면 그들의 에피소드는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그렇게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것은, 무한도전 내에서는 단지 캐릭터가 존재 했을 뿐, 일정한 틀도 거창한 기획의도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은 여행을 하고 싶을 땐 여행을 했고 게임을 하고 싶을 땐 게임을 했고 패리스 힐튼을 초대했고 샤라포바를 초대했고 김연아를 초대했고 조인성을 초대했다.
그것은 그들 프로그램이 얼마나 자유스러운 프로그램이었나 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무궁무진한 소재를 가질 만한 구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무궁무진한 소재들은 그들에게 최고라는 타이틀을 오랫동안 지키게 해주었다.
그러나 1박 2일은, 일단 소재 자체가 비슷해 질 수밖에 없다. 여행 중 게임을 해서 그들중 일부에게 불리한 상황을 주어서 웃음의 소재를 마련하고 그들이 그 불리한 상황을 얻지 않기 위해서 고군 분투 하는 모습, 그 이상의 무엇을 찾아내기가 힘들어 진다는 것이다.
물론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거나 또는 게릴라 콘서트를 열거나 돈이 없어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의 즉흥적이고 흥미로운 에피소드 역시 나타나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구성에 있어서 그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흥미는, 무한도전의 형식에 비한다면 범위가 작다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한계를 드러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나타난 것은 지난주의 경기도 편에서 였는데 그들의 그들이 경기도에서 한 것은 단지 게임 뿐이었다. 그들은 경기도의 장점을 제대로 소개시켜주지도 못한 채, 자신들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고군분투 했을 뿐이었다. 이는, 그들의 목적인 한국의 여행지 소개라는 기본적인 의도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그들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형식이 다른 형태의 , 그것도 사실 그동안 보여주었던 복불복에서 전혀 새로울 수는 없는 그러한 게임을 생각해 내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에게 지급된 캠핑카는 그들이 그들 스스로 극복해야 했던 잠자리와 불편한 자동차들 이라는 매력적인 요소를 그들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 캠핑카 안에서 자느냐 못자느냐를 놓고 게임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그동안 수없이 되풀이 되었던 복불복 게임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형태가 될 것이기에 1박 2일이 떠않은 고민은, 조금 더 깊어져야 할 수도 있다.
물론 아직도 1박 2일은 재밌다. 그리고 캐릭터들은, 점점 더 친근해 진다. 하지만 캐릭터들이 친근해 지는 것 또한 문제다. 그들이 친근해 질 수록, 그들에게 처음 느꼈던 신선도는 떨어지고 있다. 그들은 이제 누가 빠지고 들어가고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정화된 느낌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멤버가 빠지거나 새로 투입된다면, 그것은 시청자들이 낯설어 할만한 위험 요소고 그렇다고 계속적인 고정 멤버로 가자면, 그것은 그들의 캐릭터가 점점 소비되어 간다는 뜻이다.
그렇게 된다면, 1박 2일에도 식상한 기운이 몰려 올 수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고 그들의 복불복과 여행지로 가는 길이 신선할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1박 2일은, 이미 일요일 저녁의 가장 기다려지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한계에 부딪칠 수 있는 그들의 모습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서 그들이 해야 할 고민은 바로 최고의 자리에 있는 지금, 바로 이제 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