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불륜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 이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3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보면 역시 불륜이란 코드는 어쩔 수 없는 흥행코드임을 깨닫게 되고는 한다. 그러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시청률과 달리 [조강지처 클럽] 앞에는 '막장 불륜' 이라는 네 글자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그 꼬리표를 보고 한참을 웃었다. 언제는 '명품 불륜' 이 있었나?


그렇게 한심스럽게 혼자 낄낄대다 문득 '명품 불륜'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아....거짓말이 있었구나....." 라는 짧은 탄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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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거기엔 [거짓말] 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내 가슴 한 켠을 미칠듯이 먹먹하게 했던 그 드라마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조강지처 클럽] 같은 드라마만 만나다 보니까 어느샌가 [거짓말] 에 대한 아련한 기억과 추억도 더럽혀 진 걸까. 10여년의 세월 동안 [거짓말] 을 '거짓말' 처럼 잊고 살았던 내가 지독히도 한심스러워 진 건 왜일까.


" [거짓말] 을 '명품 불륜' 이라고 해야 하나? "


내가 글을 쓰면서도 헷갈리는 이유는 난 단 한번도 [거짓말] 속 준희와 성우의 사랑을 불륜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엄연히 준희에게는 은수가 있고, 성우는 그들 사이에 느닷없이 끼어든 '불청객' 같은 존재니 엄격하게 따지자면 불륜이겠지만 글쎄, 그들의 관계를 불륜으로 치부하기엔 뭔지 모르게 내 마음이 찌릿해져 버리고 만다.


한 부부가 있고, 그 사이에 여자 한 명이 끼어드는 스토리는 지금껏 우리가 참 많이 만나 본 스토리다. 그런데 [거짓말] 은 특별했다. [조강지처 클럽] 처럼 치고 받고, 소리 지르고, 서로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 나는 추접한 자극 대신에 [거짓말] 갑작스러운 운명에 흔들리고, 약해지고, 위로하고, 용서하는 새로운 차원의 또 다른 '사랑' 을 그려냈다.


[거짓말] 은 사랑조차도 절대적일 수 없음을 나에게 가르쳐 줬다. 이 세상엔 그 어떤 것도 절대적인 것이 없음을, 그토록 믿었던 사람과 사랑조차도 언젠가는 '변할 수 있음' 을 나는 [거짓말] 을 보며 배웠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어 당기는 운명의 장난과 삶의 아이러니를 나는 [거짓말] 을 통해 실감했다.


바람피는 남자는 '나쁜 놈', 그런 유부남을 꼬드기는 여자는 '나쁜 년' 공식에서도 [거짓말] 은 저 멀리 비껴나 있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했고, 연민했고, 안타까워 했다. 또한 서로를 미워했고, 증오했고, 거부했지만 동시에 사랑하고, 애틋해 했다. 그들은 태생부터 '나쁜 놈' '나쁜 년' '착한 년' 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그저 살아가다 보니 너무나 아프게 부딪혀 버린 운명이 바로 거기였을 뿐이다.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운명과 사랑, 다가서지 않으려고 해도 다가설 수 밖에 없는 인생 속에서 그들은 마냥 행복하지도, 마냥 불행하지도 않았다. 그저 물 흘러가는대로 자신의 삶에 충실할 뿐이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는 말처럼 그렇게 그들은 예전부터 그러했듯이 덤덤하게 자기를 받아들였다.


찬란하고도 허무한 햇살 가득한 날, 차갑고도 쓸쓸했던 그러나 눈부시게 밝았던 어느 봄, 어느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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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을 떠올리니 더더욱 [조강지처 클럽] 이 한심스러워진다. 물론 [조강지처 클럽] 처럼 '재미' 를 추구하는 드라마도 필요하다. 그러나 말초적인 신경만을 자극하는 재미로 인해 드라마가 지켜내야 하는 본질과 메세지까지 잃어버렸다면 그건 드라마가 아니다. 정말 말 그대로 '막장 불륜', 그 뿐인 것이다.


50회에서 80회로, 다시 100회로 고무줄 연장을 하며 [조강지처 클럽] 이 보여준 것은 어설픈 줌마델라 신드롬의 판타지, 극단적 자극으로 점철되어 있는 더러운 불륜, 인간성 상실에 사랑조차 메말라 버린 인간군상의 추접함 뿐이다. [조강지처 클럽] 의 문제는 불륜이라는 코드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과 '표현'의 문제였던 것이다.


적어도 [거짓말] 은 솔직하고 담백했다. 기름기 쫙 뺀, 솔직하고 담백한 사랑과 인생과 인간미가 넘쳐 흘렀던 고민과 고뇌...그렇게 '아름다웠던' [거짓말] 의 추억을 나는 [조강지처 클럽] 때문에 더더욱 갈증나게 느껴본다. 언제쯤 우리는 '막장 불륜' 에서 벗어나 진정한 '명품 불륜' 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정말 갈증나고, 정말 싫다. 인간미도, 고민도 없이 무조건 내닫고 보는 '막장 불륜' 이, 그리고 그 네 글자가 품고 있는 더러운 상업주의가.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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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랑이란 2008.07.14 21: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거짓말을 보면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렇게 가슴에 묻어두는 사랑도 있다는게.. 나이를 먹은 아직까지도 저는 은수와 준희같은 사랑이 하고 싶네요...

  2. . 2008.07.14 2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달콤한 인생'이 있습니다 ㅎㅎ

  3. 알까기 2008.07.15 04: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것과 조강지처클럽이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왠지 메카니즘이 유사해 보이는군요. 때문에 이러한 세상은 문영남과 같은 잔재주에 능한 글쟁이들을 회당 2,500만원의 고료를 받는 명품작가의 반열에 올라가도록 만들어 주기도 하는 거지요.

  4. 거짓말... 2008.07.15 08: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드라마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제가 지금껏 살면서 가장 잊지 못하는 드라마가 거짓말인데...
    저도 거짓말을 보면서 참 마니 울었던거 같아요~
    아련한 추억속에 남아있는 거짓말...

  5. 달팽군 2008.07.15 0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윤여정님이 토큰을 들고 나오던... 참... 모질도록 슬픈 드라마였는데... 글 잘 봤습니다.

  6. 지나가는사람 2008.07.15 1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찌되었던 불륜은 불륜이죠..

  7. suh1022 2008.07.15 1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노희경의 작품이었나요?저도 가슴아려하면서 몇번이구 보던 거,,,기억나요,,다시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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