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희가 엄마는 뿔났다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여론은 좋지 않았다. 세간의 이슈로 떠오른 학력위조를 한 연예인이 자숙의 시간도 갖지 않은 채, 방송에 출연하는 모습은 그리 좋아보이지만은 않는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장미희가 저지른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계속 떠오른다면 드라마 전체에 있어서도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에 장미희를 선택한 제작진 측 역시 위험부담을 안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00부가 방송된 지금, 이 드라마에 장미희는 없다. 단지 고은아만이 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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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아,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


 엄마가 뿔났다에서 주축을 이루고 있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연기를 잘 한다. 이 드라마의 타이틀 롤인 김혜자의 노련하고 진정한 삶이 녹아 있는 것 같은 연기에 강부자의 뛰어난 코믹스러움은 마치 김수현 대사를 위해 태어난 듯 하고 따듯한 할아버지인 이순재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을 뿐더러 백일섭도 뒤를 든든히떠받치고 있다. 또한 젊은층들의 연기 역시 어디하나 모난 곳 없이 착착 맞아 들어가는 톱니바퀴처럼 이 드라마의 구성을 견고히 해주고 있는 것이다.


 장미희 가족도 마찬가지다. 우유부단한 남편을 120% 표현하고 있는 김용건은 때때로 장미희가 가슴을 쥐어 뜯을 때 "미세스 문, 청심환 갖다 주세요~"라거나 "물마셔가면서 하라"며 단식하는 아들에게 물 박스를 안기면서 웃음까지 주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각각 맡고 있는 역할이 다르다. 코믹, 감동, 일상, 푼수, 멜로, 긴장 등등등 각 인물마다 그 역할이 조금씩 편중되어 있다. 물론 그 역할이 여러개로 합쳐져서 나타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이 상황에서 고은아(장미희)는 "긴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데 이것은 고은아의 아들이 평범한 집 딸과 결혼허락을 받는데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여왕같은 자태로 앉아서 "편견없는 엄마" 자처하지만 사실 때때로 이중적인 위선의 잣대를 들이대는 부잣집 마나님을 장미희는 대단하리 만큼 정확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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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이 자신의 여자친구 편을 들자 미세스 문이 가져온 차를 식탁에서 내쳐버릴 때에도 영미(이유리)에게 다른집 예를 들어 시댁 돈 빼돌리는 여자 취급 할때도 고은아라는 캐릭터와 다른 캐릭터가 부딪치면서 내는 긴장과 안타까움의 강도는 장미희로 인해 더 높아졌다.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그러나 자신은 언제나 타인을 배려한다고 생각하면서, 상대방에게 독설을 직설적으로 내뱉지 않고도 상처를 줄 수 있는 고난이도 기술을 가진 그녀가 등장할 때면 시한폭탄을 숨겨놓은 것 처럼 긴장감이 넘쳐흐른다.


 그것은 교양있는 말투로 "미세스 문, 노트!"라고 분명한 발음으로 외치며 한마디로 자신의 캐릭터의 성격을 정의해 버린 장미희의 힘이다. 상당히 쉽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장미희가 보여주는 고은아에 대한 이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장미희의 고은아가 대단한 점은 이밖에도 많다. 고은아는 자칫, 속물근성만 있고 모성은 없는 독한 아줌마로 비춰지기 쉬운 캐릭터인데 장미희는 그 캐릭터에 묘한 리얼리티를 부과했다. 고은아라면 저럴만 해. 고은아가 하는 행동도 이해가 돼. 라는 생각을 시청자들에게 심어주고 독선과 위선 뒤에 자신의 아들을 보호하고 싶은 심정과 말그대로 "베스트 인생을 선물하고 싶은"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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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장미희가 아니고서는 누구도 다른 고은아를 떠올릴 수가 없다. 그동안 장미희는 많은 역할을 맡아 왔지만 유독 "연기파"라는 수식어는 익숙하지 않았다. "똑사세요"라는 멘트가 희화화 되긴 했지만 육남매의 어머니는 장미희에게는 맞지 않는 옷과도 같았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고 기품있어보이는 장미희가 맡기에는 지나치게 수수하고 일상적이었달까? 장미희의 성우같은 목소리 역시 정극에 어울리지 않는 느낌으로 다가올 때도 많았다.


 그러나 고은아는, 절대적으로 연기력이 필요한 캐릭터임에도 장미희는 그동안의 연기내공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찾았다. 게다가 장미희의 그 분명한 성우톤의 목소리 마저 이 인물에게는 딱 맞춤한 듯 맞아 떨어진다.


 물론 이것은 적절한 캐릭터를 배분해준 연출과 작가의 공로도 있지만 그 역할을 활용해 자기것으로 만든 장미희의 역할이 있지 않았다면 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을 것이다.


 장미희를 기용해 논란이 일 때, 엄마는 뿔났다의 제작진들은 "장미희가 캐릭터를 맡으면 훨씬 생동감이 있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캐스팅 했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고 그 예감은 정확히 맞아들었다. 장미희는 엄마가 뿔났다의 긴장감을 살리면서 드라마를 보는 또하나의 재미를 만들어 낸 것이다.


 장미희는 학력위조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잘못한 일이다. 하지만 장미희가 아닌 다른 고은아는 이제 보고 싶지가 않다. 그만큼 장미희의 극중 존재감이 큰 것이다. 그렇게 장미희는 엄뿔의 재미를 살리면서, 연기자는 연기로 말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내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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