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김수현 드라마에서 보여진 캐릭터의 특징은 착해도 할 말 다하는 캐릭터들 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착했어도 완전한 사랑의 김희애는 심지어 불치병을 앓기 전에도 소리치고 화내고 짜증냈으며 내남자의 여자 배종옥 역시 마음은 비단결 같지만 말싸움에서는 한마디도 안지는 수완을 발휘 했다.



그리고 지금, 엄마가 뿔났다에서 제일 착해 빠진 캐릭터를 꼽으라면 "영미"역을 맡은 이유리다. 그런데 이 캐릭터 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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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야, 솔직히 너 좀 가증스러워.



고은아(장미희)가 영미 눈을 보고 "가증스러워 보일 수 있다"라고 이야기 한 것은, 어떤 면에서 속 시원 했다. 고은아가 아무렇지도 않게 평범한 말투로 사람을 묵사발로 만드는 조금은 밉살맞은 캐릭터일지는 모르지만 사람 보는 눈은 있는 모양이다.



영미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어머니를 쳐다보면서 "어머님~"이라고 아양을 떤다. 그리고 침실에서는 남편에게 "사기 결혼 당했다. 어머님이 어떤지 10%만 말했어도 이 결혼 안했다."라고 푸념을 늘어 놓는다.



영미는 물론, 할 말은 다 하고 솔직하다. "이런 질문, 불편하냐?"고 묻는 시어머니에게 "네, 좀. 제가 할 줄 아는 게 없어서요"라는 식으로 당당하게 말할 만한 배짱도 있다. 그러나 이 캐릭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증스러워 보이는 것은 그 솔직함이 속시원함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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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는 어머니 앞에서 지나치게 아부를 한다. "어머님은, 참 눈이 높으신 것 같아요." "어쩌면 그렇게 아름 다우세요?"라며 어머니를 치켜세운 후, 전화로 "벌써 40분 째 설교다. 어머님 대학강의 나가셔야겠다" 라고 투덜대거나 또는 침실에서 "내가 얼마나 아는 게 없고 무식한지 매일 확인 한다. 그런거 몰라도 잘 살수 있거든요?"라고 기분 나빠 한다.



물론 이 모든 푸념들은 그녀의 아주 "착한"말씨로 표현된다. 이전의 김수현의 캐릭터들이 착하다가도 한번 화나면 "이판사판이에요"라고 확 돌변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그녀는 항상 착하고 눈을 똥그랗게 치켜뜨며 어머니 "뒷담"을 할 때조차 때때로는 웃으면서 "호호호 벌써 40분째야 정현씨"라며 욕하고 꼭 "내가 무식한지 알았어"라며 자기를 욕하는 척 하면서 어머니를 더 독한사람으로 만든다.



그래서 영미는, 가증스럽다. "신혼 때 아이 갖지 말라"라고 말하는 무개념한 시어머니랑 사는 영미의 심정도 물론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고은아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영미는 좀 답답하다.



아니, 고은아가 워낙 상식이 통하지 않는 캐릭터니까 그렇다고 볼 수는 있겠다 쳐도 그렇다면 고은아가 맘에 안들 때, 좀 화를 내도 될텐데, 왜 꼭 할 말 결국엔 다 할거면서 욕할 때 조차 착한척, 배려하는 척 하느냔 말이다. 화장실에 몰래 들어가서 고은아 성대모사 하면서 곱씹을 거면서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캐릭터가 당하는 모습에는 동정이 100%가지 않는다. 동정이 가려거든 영미가 정말 착해 빠져야 하는데 이 캐릭터는, 착한게 아니라 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자기를 앞세워서 고은아를 더욱 비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캐릭터는 솔직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너무 답답한 솔직함이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시기에는 "어머님, 그런 말씀은 좀 삼가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당당히 말하지도 못한다.

 

또한 익숙치 않은 일이라고는 하지만 꼭 시어머니가 싫어하는 순간에 배가 아프거나 커피를 쏟는다. 그러면 출생성분 탓하는 무개념 시어머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냥 그런 것들을 견디고 어머니 앞에서는 완벽한 문화인인 척 할만한 배짱도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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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김수현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착하지만 속시원했던 캐릭터와는 다르게 이 캐릭터는 속 시원하지도 못할뿐더러 그렇다고 정말 착해 빠지기만 한 것도 아니라서 어정쩡한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정현(기태영)은 영미를 보호해 준답시고 나서기만 할 뿐, 항상 상황을 악화시킨다. 엄마에 대한 기본적인 반감은 이해 하지만, 고부갈등이 있을 시에는 남편의 역할이 정말 지대한 영향을 차지하는 데 이 캐릭터는 무조건 엄마 말에는 토부터 달고 본다.



상식을 가장한 몰상식의 캐릭터인 고은아가 그래도 영미보다는 아들의 말을 더 귀담아 들을 수 있을 텐데 정현이는 엄마에게 좀 맞춰주고 영미를 더 신경써주면서 둘 사이가 화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영미가 당할 때, 꼭 끼어들어서 그 둘 사이에 더 깊은 골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영미가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은 남편의 절대적인 지지와 자신은 못되게 굴어선 안돼. 라는 이상한 강박관념 때문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정말 사기결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 한번 기회를 만들어서 시어머니에게 확실하게 자기 의사 표현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물론 시어머니는 화내고 들으려 하지도 않겠지만 영미가 잘하는 "착한" 말투로 남편이 아니라 시어머니에게 조용히 차근차근 자신의 감정을 설명한다면, 시어머니가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텐데 말이다. 쌓인 감정에 폭팔해서 "재투성이 아가씨"얘기 꺼내면서 어머니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영미는 그렇게 될 때까지 참아야 하는 답답한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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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왠지 이미 그런 것 같은 뉘앙스도 풍기지만, 확 아이를 가져 버려서 분가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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