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겠다. 욕 먹을지 모르겠지만 '허무했다'. 최민호 선수의 한판은 그렇게 즐겁더니, 왕기춘 선수의 한판은 넋이 나갈 정도였다. "뭐야? 끝난거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렇게 몇 초간 벙쪄있다가 "아, 그래도 잘했다. 은메달이 어디야!" 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왕기춘 선수의 시상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그런데 슬프게도 왕기춘 선수의 은메달 수여식은 어느 방송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왕기춘 선수의 결승전이 '없었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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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금메달이 좋다고 해도 이건 심했다. 허무하고 아쉬움도 남는 결승전이었지만 뭔 일 있었냐는 듯 후다닥 펜싱 경기와 드라마를 방영하는 행태는 어느 머리에서 나오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13초만에 결승전에서 졌다고 해서 왕기춘 선수가 금메달을 따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조차 13초 정도로 취급받는 것인가?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를 넘어뜨리며 파란을 일으키는 동시에 한국 유도의 혜성 같은 존재로 등극했고, 오늘도 두 번의 한판승과 두 번의 판정승으로 결승까지 나갔던 선수가 바로 왕기춘 선수다. 명실공히 한국 유도의 에이스라고 불렸던 이원희를 쓰러뜨릴 정도면 왕기춘 선수가 흘렸던 땀방울과 눈물은 우리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을 것이다.


그런데 그 땀과 노력의 값어치와는 상관 없이 북경 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은메달' 까지 차지한 이 선수의 시상식은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금메달이 아니면 모두 똑같은 꼴찌인 것처럼 왕기춘 선수가 오늘 추가한 은메달은 그저 그런 것으로 격하되고 만 것이다. 금메달 시상식만 시상식일까? 은메달 시상식은 시상식이 아니라 부끄럽고 창피한 '패배 인정식' 일 뿐인걸까?


나는 왕기춘 선수의 메달 수여식을 보며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허무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지만 금메달을 따기 위해 노력했을 20살 어린 친구의 든든한 어깨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주고 싶었다. 내 마음도 이런데 경기를 뛴 자신은 얼마나 허무할까, 얼마나 아쉬울까 하는 생각에 현장에 들리지는 않겠지만 그의 경기를 자랑스럽게 지켜보는 대한민국 국민이 있음을 전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고,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다.


왕기춘 선수의 '자랑스런' 은메달 수여식은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방송사는 언제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드라마, 뉴스를 정신없이 틀어대며 남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과 박태환 200m 결승전 진출을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댔다. 왕기춘 선수의 시상식은 뉴스에서도 볼 수 없었고, 그의 경기에 대한 코멘트도 "아쉬웠다." 정도로 짧게 마무리 되고 말았다.


20살 어린 나이의 선수가 처음으로 딴 은메달 소식을 이렇게 홀대하는 풍토는 대체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만년 3인자' 였던 최민호 선수가 2008 북경에서 '한판승의 달인' 으로 거듭난 것처럼 왕기춘 선수도 나이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여전히 대한민국 유도를 이끌어 나갈 유망주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유망주든 뭐든 상관없이 '범인(凡人)' 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인가.


오늘 우리나라는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남현희 선수는 예상치 못한 선전으로 펜싱 은메달을 땄으며, 박태환 선수는 결승전에 진출하며 '선전' 했다. 모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고, 졌든 이겼든 호투했다는 사실만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런데 유독 왕기춘 선수에 대한 코멘트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어 안타깝고 슬프다.


나는 오늘 왠지 빛나는 금메달보다 쓸쓸한 '은메달' 에 더 큰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주고 싶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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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dydrb1456@hanmail.net BlogIcon 미리내 2008.08.12 1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방송3사들 짜증나더라...나도 한참 펜싱보고있는데 유도한다고 그냥 멋대로 바꿔버리더만 왕기춘선수가 몇초만에 한판으로 지니까 방송3사 전부다 펜싱으로 바로 돌려버리더라...짜증나더만~~시상식이라도 보여주던가...오늘 박태환선수 200m은메달인데 그것도 안보여 줄라나??내생각엔 100%보여준다 왜냐면 박태환선수때문에 시청율이 30%이상 넘어가니 국민들이 보고싶은건 둘째문제고 시청율문제부터 해결하는 어리석은 방송3사들이지

  3. 목이메어 2008.08.12 1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목이메어 순간 멍하고 있었는데 채널이 바뀐 줄 알았습니다..
    정말 이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요??
    방송사들 반성하세요..

  4. zero 2008.08.12 12: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방송3사의 모습이 커가는 꿈나무싹을 자르는 것이다
    어디 겁나서 운동하겠나

  5. wwrla123 2008.08.12 1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 방송사 마니바껴야겠네요... 피나는 노력을한 왕기춘 선수를 위로해줄망정 더큰 상처를 주다니... 진짜심하넹.. 하여튼 왕기춘선수 잘하셨어요!! 다음 올림픽때 꼭 금메달 따시길 빌겠습니다!!!

  6. wvos 2008.08.12 13: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송사들 각성해야되요ㅡㅡ 시상식장면도 못본 왕기춘 친척이나 가족들 생각은 하셔야죠ㅜㅜ
    얼마나 마음아프겠어요ㅡㅡ

  7. 가슴아프네요 2008.08.12 1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민을 우롱하고 대한민국 대표선수들을 우롱하는 짓이다...

  8. 123 2008.08.12 1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왕기춘 선수 영웅대접할땐 언제고ㅠㅠㅠㅠ 또다시 2004년 아테네 올림픽때 최민호 선수 절차를 밟는 기분이내ㅡㅡ

  9. rladlswhd 2008.08.12 1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태환 선수 은메달 시상식엔 보여주고 왕기춘선수는 무시하는거에요????????? 진짜 너무들해요방송사들 반성하세요!!

  10. 각성해라!! 2008.08.12 1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송사들은 모두 왕기춘선수에게 사과해야되요~~

  11. ~~~ 2008.08.12 13: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왕기춘 선수의 나이 이제 스무살입니다 그젊은 나이에 세계2위의 정상에 올르기까지 얼마나피나는 노력했을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비록 금메달은 못땃지만 국민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받았더라면 다음 올림픽에 금메달을 따기 위해 지금보다 더 피나는 노력을해 국민들에게 더좋은 모습을 모일지 누가압니다! 방송사들은 지금의 왕기춘보다 미래의 왕기춘들 생각해보세요!! 최민호 선수또한 그 고통으로 베이징 올림픽때 금메달을 딴거 아닙니까?? 지금의 왕기춘보다 미래의 왕기춘을 생각해보세요!!!

  12. 풀내음 2008.08.12 1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감..허무하긴 하지만 방송3사 너무 했어~~

  13. 한선택 2008.08.12 14: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잿밥(오직 1등)에 만 관심있고 염불(다같이 노력하는 선수들)엔 관심 밖이다. 오늘날 역사를 끌어 온 이나라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14. 은메달이 어디냐 2008.08.12 17: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은메달이 어디냐?와 은메달에 그친것은 당연히 다르죠. 각 종목별로 기대치가 있습니다. 박태환 200미터 은메달은 정말 값진 은메달입니다...펠프스는 외계인이고 지구인 중에서는 박태환이 최강이었습니다. 진종오 자기 주종목도 아닌데 은메달 딴것은 정말 값집니다.펜싱 아깝게 져서 은메달 받았지만...그 정도로도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위의 은메달 리스트 들은 죄인이 아니고 영웅입니다. 그렇지만...왕기춘 선수는 국내 선발전에서 금메달 리스트 이원희를 꺽고 올림픽에 나갔습니다. 당시 이원희의 상대는 전세계에서 없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그런 이원희가 석연치 않는 판정으로 떨어진거 였죠, 그렇지만 이원희는 결국에는 승복하고, 인정하고 박수쳐 줬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금메달을 기대했었죠. 못 따서 죄인된겁니다. 그것도 아쉽게 진것도 아니고 월등한 실력차로 진거죠. 당연히 아쉬울 수 밖에 없고, 한편으로는 이원희가 나갔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당연히 들게 마련이죠.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남현희와 진종오, 박태환의 은메달 수상식을 보여줬습니다. 왕기춘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여줬기 때문에 메달 수상식 중계 안한 정도는 그 동안 보였던 관심으로 충분히 상쇄 시킬수 있다고 봅니다.

  15. Favicon of http://ㅁㄴㅇㅁㄴㅇ BlogIcon 아픈사람인데.... 2008.08.12 17: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갈비뼈가 부러져 6개월간 치료를 받아야한단다.
    8강이던가 4강에서 부터 가슴을 부여잡고 아파하는 모습이 계속 나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메달을 땄는데 오늘도 여전히 방송에서 왕기춘이 은메달따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진종호선수가 은메달을 따고 국민들꼐 죄송하단다 무엇이 죄송한 것인가?
    60억의 인구에서 겨우 2등밖에 못한 것이 부끄러울 일인가~?
    왕기춘이 60억의 인구에서 2등을 해 대한민국에 은메달을 안긴일이 과연 부끄러운 일인가~?

  16. 3사 방송 다 썩었음 2008.08.12 2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은메달이면 세계2위의 능력을 지녔다는건데 진짜 너무들 하는듯..
    솔직히 방송국들 진짜 어이없음..올림픽 전문 방송이네 어쩌네 하지만
    제대로 방송하는 곳이 없음..그 선수들이 그 몇초의 순간을 위해 4년동안
    미친듯이 연습했던 것을...그런식으로 무시하다니..그리고 더 웃긴건 왜
    똑같이 금메달 받은 선수들인데 박태환만 계속 틀어주고 떠벌려주는거냐..
    나머지 금메달 선수들은 호구냐? 내가 다른 선수라면 진짜 기분 나쁠듯..
    박태환한테 악감정은 없지만..이제 제발 그만 좀 얘기하고 다른 선수 얘기좀 했음 좋겠다

  17.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08.14 2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심으로 동감합니다.
    더불어 전에 그 어디였지, 축구 이탈리아전이 있던 날에 우리나라 대표팀의 조정경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사 모두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모두 우리나라 축구경기 있기 전 바로 전의 다른나라의 축구경기를 중계했었죠. = =; 축구 중계로 4시간 때워보겠다는 생각은 둘째치고 아무 상관도 없는, 그저 대중적인 스포츠라는 이유만으로 동시간대에 있었던 우리나라 대표팀의 경기를 무시하고 다른나라의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 ... 어이없었죠;

  18. ㅋㅋㅋㅋ 2008.08.14 2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로는 은메달도 중요하다고 하면서 그런 행태를 보였군요. 하여간 말만하는 것들이란 어쩔수 없네요.

  19. Favicon of http://entertainforus.tistory.com/trackback/160 BlogIcon 맹구땡구 2008.08.20 18: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노 2008/08/12 09:38 금메달만 기억한다고,, 은메달과 동메달의 땀을 헛되이 평가하지 말아달라고,, 방송에서 그러더니.. 이렇게 세뇌시킨 건 언론!!! 써글놈의 비열하고 치사하고 유치한 언론..
    그래요

  20. Favicon of http://entertainforus.tistory.com/trackback/160 BlogIcon 맹구땡구 2008.08.20 18: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노 2008/08/12 09:38 금메달만 기억한다고,, 은메달과 동메달의 땀을 헛되이 평가하지 말아달라고,, 방송에서 그러더니.. 이렇게 세뇌시킨 건 언론!!! 써글놈의 비열하고 치사하고 유치한 언론..
    그래요

  21. 국민일동 2008.08.29 23: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4년을 고생하기전에 또 얼마나 긴시간을 노력하고 땀흘렸는지 모르는데
    왜 그들의 피땀을 무시하는지참...국가 대표로 나간 선수들은데 방송사에서 그리 생각없는짓을
    한다는게 참 ... 당신들보다 더 노력하고 당신들보다 더 좋은 성과얻었고 당신들보다 더
    애국심 갖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철좀 드시죠...
    금매달도 좋고 은매달도 좋고 동매달도 좋고 못따면또 어떻습니까 최선을 다하는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러울 뿐입니다. 아 나또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네... 화이팅 우리 선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