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피선데이] 의 인기 코너 중 하나였던 [불후의 명곡] 이 시청률 난조와 인재 고갈로 인해 폐지의 수순을 밟고 말았다. [1박 2일] 이 전국민적인 코너로 발돋움하기 전까지 [해피선데이] 의 간판 코너로서 활약했던 [불후의 명곡] 의 폐지는 치열한 일요일 6시대 시청률 싸움에서 또 하나의 강력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고정 시청자 층이 존재했던 [불후의 명곡] 이 사라지면서 [해피선데이] 의 시청률도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불후의 명곡] 의 폐지로 인해 '치명타' 를 입은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불후의 명곡] 의 MC, 탁재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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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2007년까지 햇수로 3년여의 시간 동안 KBS의 간판 MC는 누가 뭐래도 '탁재훈' 이었다. 유달리 주중 예능이 취약했던 KBS 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상상플러스] 는 탁재훈의 활약으로 일약 '국민 프로그램' 으로 발돋움했고 2006년에는 일반 드라마도 기록하기 힘든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얼음공주 노현정과 정돈형 MC 이휘재 사이에서 탁재훈은 콤비 신정환과 함께 마음껏 [상상플러스] 를 휘젓고 다녔다.


2006년 [상상플러스] 가 마의 30%대 시청률을 기록했다면 2007년에는 [불후의 명곡] 이 마의 30%대 시청률을 돌파했다. 2007년들어 [상상플러스] 의 시청률이 내리막길을 기록하고 있을 때, 탁재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후의 명곡] 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해 [불후의 명곡] 을 [해피선데이] 의 간판 코너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불후의 명곡] 은 그 인기에 힘입어 일요일 아침 재방송 시간에도 10%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연령층을 막론한 폭넓은 사랑을 받은 코너였다.


사실상 2007년 후반기에는 부진했던 [해피투게더] 의 유재석과 [1박 2일] 의 강호동이 기지개를 펴면서 시청률 제조기로서의 명성을 회복하는 시기였지만 2007년 전반적인 성적표를 놓고 봤을 때, KBS에서 탁재훈만한 공헌을 한 사람도 드물었다. 2006년, 2007년 연달아 30%대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특급 MC이자 다른 방송사에는 출연하지 않고 오직 KBS에서만 MC를 맡았기 때문에 2007년에 KBS가 유재석, 강호동을 제치고 탁재훈에게 '연예대상' 을 돌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2008년에 들어서면서부터 KBS 예능 쪽에서 근 3년여간 '광풍' 을 일으켰던 '탁재훈 시대' 가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시즌 2로 옷을 갈아입은 [상상플러스] 에서는 이효리의 등장과 함께 서브 MC격으로 위상이 격하되더니 잦은 포맷 변경으로 자신의 색깔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고, [불후의 명곡] 에서는 막말과 성의 없는 진행으로 네티즌들의 집중 포화를 맞고 경쟁사 타 프로그램에 시청률을 추월당하기 시작하면서 갈팡질팡 하기 시작했다.


예능 MC로서 탁재훈이 가지고 있던 장점은 신정환과의 콤비플레이와 툭툭 던지는 말장난의 의외성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3년의 시간동안 끊임없이 소진되다 보니 대중에게 식상함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은 시청률 난조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져오게 됐다. 경쟁사 프로그램이 이것 저것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시청자층을 결집시키는데 반해 탁재훈이 이끌고 있던 [상상플러스] 나 [불후의 명곡] 은 초기에 잡아 놓은 고정 시청자 이외에는 더 이상의 발전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접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MC의 능력과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때는 바로 이러한 '시청률 난조' 의 위기 상황이다.


유재석은 [해피투게더 3] 의 시청률 난조를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아이디어를 내며 결국 "웃지마 사우나" 라는 대박 코너를 탄생시켰고, 강호동은 [준비됐어요] 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뚝심으로 멤버들을 규합시킨 결과 [1박 2일] 이라는 국민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기 이르렀다. 그러나 탁재훈은 [상상플러스] 나 [불후의 명곡] 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나 노력을 전혀 보여주지 않은 채 오히려 "내 꿈은 영화배우" 라며 영화 쪽에 매진하는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을 실망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2008년 상반기까지 KBS 특급 MC로 대우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장수 프로그램 [상상플러스] 와 [해피투게더] 간판이었던 [불후의 명곡] 의 '명성' 덕분이었는데 8월부로 [불후의 명곡] 이 폐지된다고 하니 MC 탁재훈을 지탱하고 있던 자존심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기에 [상상플러스] 가 좀처럼 시청률이 회복세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도 탁재훈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결국 KBS 예능의 상징이었던 '탁재훈 시대' 의 초라한 종말은 2008년 들어 더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3년의 시간동안 KBS에서 왕처럼 군림했던 '예능 황제' 탁재훈이지만 그 오랜 시간동안 좀 더 발전적이고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과거 해왔던 것 그대로를 사골처럼 우려냈던 것이 그의 몰락을 가속화 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영화 쪽에 힘을 쏟다가 오히려 자신의 인기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 쪽에서 하락세를 겪게 됐으니 탁재훈의 입장에서 보자면 '기가 막힌' 노릇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탁재훈 시대' 의 성장 동력이 탁재훈이었던 것처럼 '탁재훈 시대' 의 실패 원인도 탁재훈에 있다. [상상플러스] 로 전국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킬때만 해도 예능 프로그램 속 탁재훈에게는 4년여간의 슬럼프를 탈출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열정과 노력이 엿보였지만, 예능 MC로서 정점을 찍은 이후에는 더 이상 방송에 미련이 없는 듯 매너리즘에 빠진 나른하고도 피곤한 모습만이 발견 될 뿐이었다. 이 때부터 '탁재훈 시대' 는 급격히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열정과 노력이 사라진 방송인의 모습을 TV 속에서 지켜 볼 만큼 대중은 너그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탁재훈은 탁재훈 자신이 만들었던 자신의 시대를 스스로 무너뜨리면서 새로운 갈림길에 서게됐다. 자존심과 같았던 [불후의 명곡] 의 폐지 이 후에 그는 예능 MC로서 색다른 진출을 시도할 것인지, 아니면 깨끗하게 방송을 정리하고 영화에 매진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탁재훈 인기의 근간이었던 예능이 무너진다면 대중은 과연 그를 변함없이 사랑해 줄 수 있을까?


다만 탁재훈의 결정이 어떻든 '감히' 장담할 수 있는 것은 탁재훈 그가 초심을 되찾지 못하고 지금처럼 '그 나물에 그 밥' 으로 머물러 있게 된다면,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엉뚱한 쪽에만 힘을 쏟고만 있다면, 무너진 '탁재훈 시대' 는 결코 다시 부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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