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라는 말이 사라질 지경이다. 아나테이너라는 말은 그들이 예전의 지적이고 단정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얼마나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려 노력하고 있는가를 반증하는 것이다.


이제 아나운서들은 앉아서 뉴스진행을 하는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그들은 그들이 가진끼를 서슴없이 보여주기를 원한다. 아나운서는 기본적으로 똑똑한 사람들이라는 전제하에, 아나운서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그들은 예능프로그램으로 토크쇼로 활발히 진출중이다.


 이제 아나운서들은 전문 진행자 못지 않은 파급력을 갖추었다. 그리고 그들의 그런 파급력 뒤에는 방송사의 "아나운서 스타만들기 전략"이 숨어있다. 그러나 가만히 보고 있으면 걱정스럽다.


 대표적으로 MBC의 오상진 아나운서 밀어주기는 김성주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오상진 밀어주기, 사실 지나쳐!



MBC에서 김성주 아나운서라는 스타 아나운서가 과감하게 프리선언을 한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 못하고 있을 때, MBC는 김성주의 빈자리에 바로 이 아나운서를 투입했다. 현재 남자 아나운서중에서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다고 해도 좋을 "오상진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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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MBC간판 아나운서급으로 성장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훈남형 얼굴에 친근한 이미지 까지 갖춘 이 아나운서를 방송사에서는 전력을 다해 메인으로 밀어주었다. 김성주가 MBC간판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하고 있을 당시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상진 아나운서는  김성주 아나운서가 맡았던 프로그램의 대부분의 자리를 채우며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그러나 오상진 아나운서에게 주어진 자리는 사실 지나친 감이 있다. 오상진 아나운서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만 해도 현재 환상의 짝궁, 찾아라 맛있는 TV, 경제야 놀자, 불만제로, 네버엔딩 스토리등 5개에 달한다. 그뿐이 아니라 신동호 아나운서가 휴가간 사이 "생방송 오늘아침"의 대타 MC도 뛰어야 하고 가끔씩 몰래카메라도 찍어주어야 하며 만원의 행복에 출연하는가 하면 섹션티비 연예통신의 리포터 활동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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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쯤되면 유재석 부럽지 않은 프로그램 소화력이다. 아니, 오히려 유재석보다 더 바쁜 일주일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모든 활동이 MBC에서 일어나는 사실이라 하면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예능 프로에 남자 아나운서가 출연한다 하면 "오상진 아나운서"가 반드시 들어가는 형국이다. 이쯤 되면 약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시청자들의 "수요"가 아닌 방송사의 "강제성"

유재석이나 강호동 같은 스타급 MC들 역시, 많은 프로그램을 소화하고는 있지만 오상진의 그것과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유재석이나 강호동은 프로그램을 살리는데 있어서 시청률을 담보하는 진행자들이다. 그들은 방송사가 원하고 시청자들이 원하기 때문에 높은 출연료를 받고 방송에 투입된다.


 그러나 오상진은 방송사가 시쳇말로 "까라면 까""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방송사에 공채 형식을 통해 들어온 아나운서들은 방송사에 예속되어 있는 형태로 방송사에 지원사격을 받아야만 방송생활을 계속 해 나갈 수 있고 프로그램이 아무리 늘어나도 월급은 늘어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이유로 "스타 아나운서 만들기"가 처음에는 방송사측에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다. 인기있는 아나운서를 만들어 놓으면 말 그대로 "저비용 고효율"의 효과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를 투입해서 프로그램을 제작해 낼 수 있고 그 아껴진 제작비를 재 투입하여 질좋은 프로그램의 향상에 기여할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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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런 스타화가 지속될 때는 문제가 생긴다. 지금 방송국은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을 막을 아무런 대책이 없다. 물론 MBC에 계속 남아있어 절대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사장자리까지 오른 엄기영 앵커라는 전설적인 존재도 있지만 그런 예는 드물디 드물어 가뭄에 물난리 날 때나 나오는 이야기다.


 전문 MC와 비교했을 때, 방송사 소속 아나운서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0분의 1수준. 이 같은 상황에서 한 아나운서의 인기가 치솟을 때에는 대형기획사들이 포섭을 하려달려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대형기획사들이 가장 강력하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바로 "돈". 프리선언 이후 올려 받은 금액들을 적정한 형태로 분배해준다는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아나운서들은 많지 않다. 또한, 아나운서 국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통합체제"는 개개인에게 가야하는 관리와 관심이  적어질 수 밖에 없는 형식이고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아나운서실의 분위기와 상반되는 기획사의 체계적인 관리, 관심과 상대적으로 급여지급이나 상하관계에 관해 자유로운  조건을  놓고 갈등이 되지 않는 아나운서는 찾기 힘든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자연스러운 수요가 아니라 방송사의 무조건 적인 압력으로 출연해야 하는 아나운서들이 스타가 된 후, 자신을 키워준 방송국을 홀연히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송사들은 없다. 그들은 그들에 대한 "예우"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가 뽑아준 사람들이니까 우리가 시키는대로 해야한다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일 뿐이다. 단지,  충성심을 보이면 엄기영같이 존경을 받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희박한 사실을 넌지시 비출 뿐이다.


 방송국을 벗어난 그들에게 단지 그들은 자사에 출연금지령을 내리는 것으로 그들의 활동반경을 좁히려 하나 결국 시간이 흐르면 자사 방송국의 출연을 완전히 금지 하지는 못한다.


  또한 스타 아나운서를 이용하여 방송국의 프로그램 전반을 장악하게 하는 것 또한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전의 김성주 아나운서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가 빠져나간 자리를 대체 하느라 MBC측에서는 꽤나 동분서주 했을 것이다. 자신들이 만들었던 스타 아나운서에게 지나친 활동을 요구한 방송사는 그의 자리를 지금은 대체하는 데 성공했지만 김성주가 그간 만들었던 방송의 이미지를 완전히 돌려놓고 시청자들을 적응시키는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MBC의 대처가 "오상진"이라는 다른 스타 아나운서의 기용을 통한 것이라는 것은 아쉬운 일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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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사람에게 편중된 지나친 스타화는 결국 그들이 방송국을 떠날 때, 그들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를 교체할 다른 진행자를 찾아야 하고 그들에게 지나친 작업량을 분배하게 됨에 따라 다른 아나운서들이 가져야 하는 기회도 자연히 줄어들게 됨으로써 차후 방송국의 행보에 그다지 도움이 될게 없다. 그러나 방송국들은 "또 다른 스타 아나운서를 만들면 되지 뭐"라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그들은 일반 샐러리맨 보다는 높은 연봉을 책정 받지만 옆에서 다른 진행자들이 높은 출연료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느낄 상대적인 감소감에 대한 배려는 방송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 버린 "방송사 공채 탤런트 모집" 역시 이러한 수순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송국들은 자사 탤런트들의 타 방송국 출연을 엄격하게 제한 했고 싼값에 인기있는 탤런트들을 많이 배출해 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은혜를 입은 방송국에 충성했을까? 아니었다. 그들은 조건이 좋은 회사와 손을 잡고 방송국을 떠났고 이제 공채는 더이상 없다. 기획사가 배출한 신인들만이 있을 뿐이다.


 그럼 방송사들은 그들을 자사 방송국에 영원히 출연금지 시켰을까? 그러지도 못했다. 그들은 인기와 스타마케팅에 힘입어서 공채 시험에 합격한 방송국에도 당당히 더 높은 출연료를 책정받고 등장했고 더욱 톱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방송국에서는 공채 탤런트를 더이상 뽑지 않는다. 기획사의 영향력에 밀려버린 것이다.


 그럼 아나운서들의 이탈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쯤에서 방송사들의 융통성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자사방송 프로그램에만 지나치게 출연하는 것에서 벗어나 대형 기획사같은 "전략화"가 필요하다. 또한 스타 아나운서를 만들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도 그만큼의 대우를 해주는 형태로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제, 기획사들은 아나운서의 자리까지 손을 뻗고 있다. 그리하여 아나운서의 도덕성과 의리만으로 방송사에 잡아둘 수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은, 그동안의 관례를 쉽사리 고치지 못하는 방송사의 오만함이 초래한 결과일 수 있는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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